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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3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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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시장과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온라인 세계에서 글(리뷰, 댓글 등)은 이제 단순히 정

게 이들의 사업이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리뷰는 권력이고 돈이 된다는 것을 간파 한 것이다. 이런 불의한 거래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배달 아르바이트생 강단비와 장봉기가 연대하여 골목 보 공유를 넘어 그 이상의 사회적 의미와 힘을 지닌다. 상권을 지킨다는 게 드라마의 줄거리이다. 어떤 글은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한 사

이 드라마는 오진필이 운영하는 리뷰 조작단을 통해 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거나, 특정 업체나 콘텐츠의 리뷰가 어떻게 ‘장사’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리뷰 조작 단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게 아니다. 모든 공급은 수요 흥망(興亡)에 관여한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그

영향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 온라인 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뷰 조작단을 ‘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

필요로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곤지암 소머리 국밥 웹드라마 <리뷰왕 장봉기>(2024년)는 이런 세태를 집(국밥집)’이 있는 건물주 최미주는 자신의 건물 가치 잘 보여준다. 무명 소설가이자 아파트 경비원인 장봉

를 높이기 위해 국밥집을 쫓아내려 한다. 그러나 자신 기는 우연히 음식 배달 앱에 리뷰를 쓴다. 이를 통해 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리뷰 조작단에 의뢰한다.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고 인생의 전환을 맞는다. 장봉

리뷰 조작단의 별점 테러와 악평으로 국밥집은 손님 기는 자신의 리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모자 이 끊기고 최미주는 이를 근거로 퇴거 합의서에 도장 라 음식점 영업에 절대적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장봉기의 후배인 소설가 오진필은 <오진필의

을 찍으라고 압박한다. ‘장터 치킨’ 사장은 경쟁 업체 인 ‘여운 치치카카’를 망하게 하려고 리뷰 조작단에 의 뢰하고 청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리뷰 조작단에서 일 맛집 기행>에 식당 정보를 실어주는 조건으로 업주들 한다. 즉, 드라마는 무한경쟁에 휘둘려 자신의 이익을 에게서 1,000만 원씩 받는다. 여기에 500만 원을 추

극대화하거나, 혹은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가하면 경쟁 업체를 망하게 해줄 수도 있다. 그렇게 돈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폭로한다. 을 받아 리뷰를 조작하는 ‘리뷰 조작단’을 운영하며 해

이런 상황에서 ‘대중’은 어떤 존재일까? 드라마에서 당 업체에 별점 테러와 악평을 집중적으로 게시하는 대중은 리뷰 조작단이 매긴 낮은 별평과 조작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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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라 식당을 찾는 발길을 뚝 끊기도 하고, 장봉기 가 비교적 쉽게 정의로운 일을 기획하고 확산시킬 수 의 리뷰를 보고 ‘오픈 런’을 해서 해당 업체를 살리기 있다.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노동자를 위험에 방 도 하는 존재이다. 대중의 이런 양면성이 리뷰 시장을 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업체를 대상으로 불매운동 더 활성화시키는 필요조건이 된다. 시장의 순환 구조 을 조직해 확산시키기도 한다. 좋은 일을 한 업체를 상 와 대중의 양가적 존재 방식이 비대면 시대의 우리 일 대로 ‘돈쭐’을 내야 한다며 구매에 앞장서는 일도 할 상에 더 깊이 관여하는 것이다.

수 있다. 이 모든 일이 동시적이며 복합적으로 구현 비대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더 뾰족하게 살 된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이 같은 일을 더 편리하

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 는 이제 거의 모든 것을 ‘만나지 않고’ 알게 되거나 추 체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리뷰왕 장봉기> 의 ‘베르사유 흑월남작(장봉기의 필명)’을 만나지 않고 도 그가 다닌 식당 리스트로 그의 취향을 알 수 있듯

펴보기 위해서는 나, 즉 ‘대중’이라 호명되는 동시대 사 고 속도감 있게 만든다.

비대면 커뮤티케이션의 문제

이 어떤 제품을 사용하기 전부터 그 제품의 사용감을 물론 편리하고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뷰왕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만나지 않고도 많은 것을 해결할 장봉기>는 리뷰라는 작은 ‘나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제품 구입과 환불도 만나지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태풍 효과’를 가져올 수 않고 이루어지고 당장 필요한 물건이나 유명 맛집 메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떤 리뷰는 ‘선한 영향력’을 뉴를 오늘 밤에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 발휘하지만 어떤 리뷰는 한 업체를 망하게 할 수 있다. 누가 어떤 경로로 이 상품을 내 집 앞에 가져다 놓았는 ‘만나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역으 지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한 힘은 눈에 보 이런 편리함과 신속함은 비대면 시대의 장점이기 이지 않으므로 체감되지 않는다. 대면과 비대면 커뮤 도 하다. 우선 자율적으로 외출하는 게 어렵거나 대면 니케이션은 “얼굴을 보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가?” 커뮤니케이션이 취약한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게다 의 여부에 따라 결정적 차이가 있다. 비대면 커뮤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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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션은 ‘대면’이 불가능하므로 감정의 에스컬레이팅이 방향 소통의 가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일방향적이 가진 효력을 체감하기가 어렵다. 감정의 효과는 음식 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면이 더 많다. 이들은 “확장 점 리뷰나 콘텐츠 감상과 같은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 과 연대의 주체라기보다는 제한과 고립의 주체”에 가 을 미칠뿐더러 젠더, 정치, 스포츠 등 논쟁적인 주제를 깝다.02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익명으로 작성 다룰 때도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다.

되고 휘발되기에 다소 감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글도 이런 현상은 비교적 동질 집단끼리 연결되는 비대 책임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서 더 문제적이다. 면 커뮤니케이션에서 더 강화되기 쉽다. ‘부족주의 우리는 점점 만나지 않고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 (tribalism)’는 현대 사회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특 는 시대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다. 만나지 않고 생활 징을 가장 잘 표현한 용어다. 부족주의는 “같은 부족이 의 편리를 취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은 인격 라는 의식을 높이고 자치 및 결합을 강화하려는 운동 체로 감각하는 대신, 화면 속 ‘비인격체’로 여긴다. 그 이나 감정”을 뜻한다. 같은 부족끼리 개별화된 사회에 점에서 편리함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감당할 수 없 서 점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나와 생각이 다 는 속도감은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얼굴을 볼 기회도, 른 이들과 부대끼며 감정을 소모하고 애써 소통하려 우리 스스로 성찰할 여유도 빼앗아버린다. 그래서 나 는 것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생각이 다 의 감정 표현이, 혹은 리뷰가, 혹은 댓글이 누군가를 른 사람들과 어떤 주제에 관해 토론하기를 원하지 않 찌르고 죽이고 망하게 하는지를 제대로 판단할 시간 는다. 동질 집단 내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확증편향시 과 역량도 모두 상실하고 만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어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이를 통해 정당화된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주의’ 그늘을 보여주 기도 한다. 모두가 억울하고 누구도 참지 않는 불평등 사회에서 “권력이 없는 자들이 발언권을 얻을 수 있 는 가장 확실하고 정당한 경로이자 정치적 존재 양식 01”이 리뷰나 댓글 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런 소비

킬 뿐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향한 적대와 혐오 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만나지 않고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자주의적 행태는 자신의 권리를 획득하는 데에는 유 또 하나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웹드라마 <리뷰왕 용하지만 때로는 타인의 권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 장봉기>에 앞서 2022년에 나온 동명의 독립영화에 한다. 별점 테러와 악평에 폐업하는 업체가 생기기도 등장하는 장봉기가 있다. 영화 속 장봉기는 드라마의 하고 악성 댓글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호소를 듣기 장봉기 같이 아파트 경비원이지만 이미 ‘리뷰왕’으로 도 한다. 이른바 ‘민원 폭탄’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공 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 영화에는 ‘갑두’라는 아 무원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주의적 행태는 쌍 파트 입주민 대표가 등장한다. 사사건건 장봉기와 대

01 최태섭,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위즈덤하우스, 2018, 113쪽. 02 앞의 책,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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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2024년)

립하며 ‘갑질’을 일삼는 갑두는 아파트 인근에서 식당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감한다. 결정적 계기는 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이다. 갑두에게 ‘리뷰왕’의 리뷰 ‘만남’이었다. 복규현은 연보라와 우연히 마주친 현장 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파트 경비원으로서 장봉기는 에서 연보라가 겁에 질려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자신 갑두에게 시달리는 ‘을’이지만 ‘리뷰왕’ 장봉기는 갑두 의 잘못을 비로소 깨닫는다. 즉, 화면 속 비인격적 존 의 생사여탈권을 쥔 ‘갑’이 된다. 이 둘의 복합적 갈등 관계는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하는 순간, 각성이 일어난 것이다.

재가 나와 같은 인격을 지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감각

인식하고 올바르게 사용한 장봉기에 의해 극적 화해 우리는 어떻게 만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가? 비대 를 이룬다. 영화의 장봉기와 드라마의 장봉기는 둘 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고, AI 기술이 일상에 실제 다 자신이 지닌 영향력을 인식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 질문은 우문 있다. 드라마에서 리뷰 조작단으로 활동하는 우식은 처럼 들린다. 그러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인간을 리뷰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일에 회의감과 죄책감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무수한 문제를 야기할수록 갖고 있는 인물로서 리뷰 조작단의 존재를 익명 커뮤 더욱 ‘만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감각을 어떻게 가 니티에 폭로하고 위험에 처한 배달 아르바이트생 강 질 것인지는 중요하고도 절박한 문제가 되었다. 단비를 구한다. 우식 역시 장봉기와 마찬가지로 온라 앞에서 <리뷰왕 장봉기>와 <손해 보기 싫어서> 속 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 인물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아무리 짧은 글이어도 내 잡고자 노력한다.

가 무심코 남긴 리뷰나 댓글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절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2024년)에서 ‘19금’ 웹 대적 힘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마음의 소설을 쓰는 작가 연보라에게 악플을 지속적으로 남 힘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힘과 그것이 미치 기는 복규현의 경우도 그러하다. 연보라를 향한 그의 는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 악플은 작품에 관한 단순한 비판을 넘어 창작자의 인 를 해결할 수 있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내가 상대 격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연보라는 이 댓글로 인 하는 존재가 나와 같은 시대에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해 가정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연재를 중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 ‘만나 단한다. 복규현은 심리적·신체적 피해를 입은 연보라 지 않고도’ 많은 게 해결되는 세상일수록 말이다. 에게 고소를 당한 뒤에야 자신이 쓴 악플이 상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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