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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드라마 ‘셀러브리티’로 보는 소셜 미디어와 자기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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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드라마 <셀러브리티>로 보는 소셜 미디어와 자기 표현

신정아 ‥

한신대학교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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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셀러브리티>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홈페이지

2023년 6월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는 수많은 팔로워를 거느린 SNS 셀럽들의 민낯을 통해 ‘디지털 평판 (digital ’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고찰한다. reputation)

주인공 서아리 (박규영 분) 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화장품 방문판매원으로 일한다. 고단하고 힘들지만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고 있던 아리 앞에 우연히 고등학교 동창이자 파워 인 플루언서 오민혜 (전혜성 분) 가 나타난다. 자신이 런칭한 브랜드로 막대한 수익 을 올리며 살아가는 민혜의 모습을 보면서 아리는 호기심에 SNS 계정을 만 들고 활동을 시작한다. 드라마 <셀러브리티>에서 재현되는 SNS는 1030세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 는 인스타그램이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에피소드는 매회 해시태그를 붙인 제목을 사용했고, 프로필과 피드, 팔로워 수와 ‘좋아요’, DM 등의 이미지도 인 스타그램 문법을 그대로 차용했다. 글로벌 유저들에게 익숙한 미디어와 흥미

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집안이 망하자 대학 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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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화, 「세대별 SNS 이용 현 1) 황」. 《KISDI STAT Report》, 22권 11호, 2021, 1~6쪽. (https://www.kisdi.re.kr/ report/view.do?key=m21011-****-5790&arrMasterId=4333 447&masterId=4333447&art Id=659156)

제페토, 『우리는 미화되었다』, 2) 수오서재, 2020, 5쪽.

3) 김동영, “디지털 시대 평판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 요소”, 《한국경제》, 2021. 1. 25. (https://sgsg.hankyung.com/ article/202101-*******)

로운 스토리를 앞세운 <셀러브리티>는 공개 열흘 만에 누적 시청자 수 750 만 명을 기록하며, ‘글로벌 TOP 10 TV (비영어권) ’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1)

한국미디어패널조사 에 따르면 SNS 이용률은 2019년 47.7%, 2020년 55.1%, 2021년 55.1% 등 전 연령대에 걸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세 대별 이용 현황은 2021년을 기준으로 밀레니얼 세대가 83.5%로 가장 높 은 이용률을 보였고, 다음으로 Z세대 (72.6%) , X세대 (65.6%) 순이었다. Z세대의 44.5%가 하루에 1회 이상 매일 다른 사람의 게 (28.7%) 시글 (피드) 을 확인하는 등 가장 적극적으로 SNS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Z세대의 24.3%는 SNS 상에서 매일 댓글을 달거나 ‘좋아요’를 표시하는 활동 을 하고, 14.4%는 매일 새 게시글을 업로드하며, 13.8%는 타인의 게시글을 공유한다. SNS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표현 매체이자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소 통의 공간이다. SNS 이용자들의 댓글과 ‘좋아요’, DM은 개인의 생각과 감정 을 표현하는 창이다. 또한 자유로운 의사를 표현하는 저잣거리이자 담벼락이 자 여론이 형성되는 떠들썩한 광장이기도 하다.

첫 화에 등장하는 주인공 서아리 (박규영 분) 파워 인플루언서이다. 그러나 그녀가 들려주는 셀럽의 세계는 누군가를 속이 고, 짓밟으면서 끊임없이 ‘평판 (reputation) ’을 높여야 살아남는 처절한 계급 사회이다. 셀럽들에게 디지털 평판은 수익을 보장하는 일종의 가격이고 화폐

3)

이다. 평판을 높이기 위해 자신보다 유명한 셀럽과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의 도적으로 접근해 함께 찍힌 사진을 확보하는 것은 필수 코스이다. 팔로워의 숫자만큼 중요한 것이 인맥 관리이다. 자신을 팔로잉하는 사람 들 중 유명인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상위 셀럽들 사이에 권력 서열이 형성 된다. <셀러브리티>에 등장하는 파워 셀럽들의 모임 ‘가빈회’는 서로의 인기 에 편승하면서 공존하는 관계다. 자신들을 저격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가차 없는 모욕과 폭력적 수단을 동원해 퇴출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화려하고 부족할 것 없어 보이는 가빈회 멤버들의 실체는 불법과 반칙이 난 무하는 부조리의 극치이다. 가빈회에서 팔로워 수가 가장 많은 재벌집 딸 진 채희 (한재인 분) 는 마약 중독자이고, 명품 카피로 ‘완판녀’가 된 오민혜는 팔로 워 수가 늘지 않자 부당한 뒷거래로 구독자를 매수한다. 특A급 짝퉁을 명품 이라 속여 파는 지나 (김시현 분) 와 문란한 사생활을 숨긴 채 부자 남편과 화려

, 베이비붐 세대

2)

는 13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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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셀러브리티>의 가빈회 멤버들 *출처: 네이트(https:// news.nate.com/ view/20230704n02752)

4) 폴 비릴리오 지음, 이재원 옮김, 『속도와 정치』, 그린비, 2004.

한 일상을 과시하는 안젤라는 SNS 속 이미지와 상반되는 욕망의 주체들이다. 가빈회의 이중성을 저격한 서아리의 피드 이후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한다. 그러던 중 아리는 자신의 팬임을 자처하는 닉네임 ‘bbb 페이머스’ (김노진 분) 로부터 가빈회 멤버들의 비밀스러운 정보를 제공받아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다. 자신이 누군지 밝히기를 꺼리는 bbb 페이머스는 아리에게 “난 그 저 아리 씨를 응원하고 잘되길 바라요! 당당하게 자기 노력으로 일어서는 사 람이요! 누구처럼 거저 얻는 게 아닌, 노력으로 당당하게! 내가 힘이 돼줄게 요.”라며 적극적으로 아리를 응원한다. 정정당당하게 실력으로 승부하기를 원했던 아리는 어느 순간 타인의 약 점을 이용해 목표를 달성하는 ‘질주정 (dromocratie) ’에 올라탄다. 질주정이 란 속도에 대한 위험한 욕망이 투사된 사회체제를 뜻하는 폴 비릴리오 (Pa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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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용어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을 끊임없이 동원하고 착취하기 위해 Virilio) 속도의 극한을 시험한다. 비릴리오는 ‘속도’가 자본주의 사회를 유지하게 만

드는 원동력이라고 말한다. SNS 세상의 속도 역시 끊임없이 업로드되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게 만듦 으로써 본연의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셀 럽이 되기 전 “이놈의 세상엔 사야 할 거, 먹어야 할 거, 해야 할 거, 너무너무 많지 않아? 게다가 그놈의 먹고 사고 해야 할 것들은 어찌나 매일매일 쏟아지 는지. 지친다, 피곤하다. 정말 이런 것들이 필요나 할까?”라고 생각했던 아리 는 브랜드 런칭 이후 본격적인 성공가도를 달리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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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박성의, 「검·경 수사력 불신 시 대, ‘유튜버 자경단’이 뜬다」, 《시사 저널》, 1768호, 2023. 8. 13. (http://www.sisajournal. com/n ew s /a rticleVi ew. html?idxno=270090)

6) 조정환, 『까판의 문법』, 도서출 판 갈무리, 2020.

정한다. “남들 다 가진 거 나도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남들 다 하는 거 나도 한 번쯤 해봐야 하지 않을까? 남들과 비교해 나만 뒤처지면 어떻게 하 나?” 그러나 야심 차게 날아오르던 서아리의 날개는 bbb 페이머스의 배신으로 처참하게 꺾인다. 가빈회와 손잡은 bbb 페이머스는 피드를 조작해 서아리에 대한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서아리의 ‘까판’을 중심으로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까판’은 ‘폭로한다’는 뜻의 ‘깐다’와 비슷한 부류나 업종을 의미하는 ‘판’

5)

이 합성된 신조어이다. 좁은 의미로 ‘까판’이란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을 까 는 판’을 지칭한다. 주로 인스타그램에서 메인 포스팅 아래에 달리는 악의 적 댓글을 뜻한다. 까판의 목적은 표적이 된 인물을 타격하고 해체시키는 것 에 집중하여 상대방을 자신의 발아래로 끌어내리는 혐오가 기본 정서로 작동

6)

한다. 자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죽거나 위험에 빠지게 되자 아리는 끝없는 추락의 속도를 견디기 위해 목숨을 건 최후의 전쟁을 선포한다.

<셀러브리티>의 반전은 아리가 자신을 향한 악플러들의 잔혹한 공격에도 끝까지 살아남아 익명의 적들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이다. 첫 회에서 ‘죽은 사 람의 라방 (생방송) ’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된 서아리의 폭로는 마지막 회까지 이 어지면서 현실 세계 악플러들을 향한 엄중한 경고를 던진다. 자신을 향해 “시 녀, 바닥 태생, 근본 없는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준 가빈회 비니맘을 향해, “사람이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말을 잘도 지껄이네. 근데 당신 같은 사 람, 나도 딱 보면 알아. 하질 중의 하질인 주제에 남 깔아뭉개면서 지가 최상 질인 줄 알지? 인간이 진짜 자신을 들키는 건 위로 올라갈 때가 아니라 바닥 을 치는 순간이라는 것도 모르면서.”라고 일갈하는 장면과 악플러 bbb 페이 머스에게 “사람을 모욕하고 짓밟아 신났니? 아무리 밟아도 꼼짝 못 하니까 짜릿했어? 니들의 손끝에는 끔찍하게 큰 힘이 있더라. 그땐 나도 정말 죽고 싶었으니까.”라고 말하는 장면 등은 SNS에서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다 삶 이 무너진 수많은 이들의 절규를 대변하는 듯하다. 이는 2019년 10월 14일, 세상을 떠난 고 (故) 설리가 사망 8일 전 마지막 라 방에서 남긴 멘트를 떠오르게 한다. “욕하는 건 싫다. 이런 게 문자로 남는다 는 게. 그 사람의 감정이 안 보이니까 조금 무섭다. 따뜻하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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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셀러브리티> 중 서아리의 라방 장면 *출처: 넷플릭스

7) 제페토, 『우리는 미화되었다』, 수오서재, 2020, 6쪽.

뉴스 댓글 창에 누군가를 향한 애도와 공감을 시 (詩) 로 쓰면서 ‘댓글 시인’이 라 불리는 제페토는 설리의 사망 소식에 자조 섞인 애통함을 남긴 바 있다.

우리의 형상은 신뢰할 만한가? 나는 의심한다 앞발과 주둥이에 피 마를 날 없는 자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슬프다 우리는 미화되었다

- 제페토, 「야수들」 중에서

제페토는 댓글의 부작용에 대해, “말 (글) 은 가시 돋친 생명체다. 밖으로 내 보내기에 앞서 구부리고 깎고 표면을 다듬지 않으면 필경 누군가를 다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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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라고 말한다. 얼굴과 감정을 숨긴 채 익명으로 타인의 삶을 평가하고 비난하며 조롱하는 것은 명백한 범죄이다. 극 중에 경찰에 체포된 악플러들 중에는 아리의 단짝 친구 정선 (박예니 분) 처음에는 스트레스를 풀려고 시작했다가 까판에 사람들이 호응하고 열광하 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었다며 진심으로 사과한다. 가족 같은 정 선의 배신에 아리는 세상이 무너지는 절망을 경험한다.

이 있었다. 정선은 잘못을 뉘우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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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러브리티>는 SNS 악플로 고통을 당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 고, 현실에선 이루기 힘든 통쾌한 복수를 실행한다. 복수를 마친 아리에게 시 현 (이청아 분) 이 건넨 태블릿 PC 화면에는 ‘agree_ari’라는 계정이 떠 있다. 서 아리의 복귀를 기다리는 팬들이 만든 채널이다. 그러나 아리는 “솔직히 말하 면 잠깐 흔들리긴 했어. 하지만 금세 웃음이 나더라. 그래서 그냥 두고 왔지. 왜냐고? 날 잘 알면서, 또는 날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나에게 열광하고 날 증오 하는 사람들. ‘어그리 아리’? 그까짓 건 언젠가 순식간에 ‘어글리 아리’가 될 테 니까.” ‘어그리 (agree) ’가 ‘어글리 ’로 변하는 순간, 그 숨막히는 반전의 고통은 (ugly) 스스로의 의지로 실행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내 기쁨을 오만으로, 내 행복

을 분노로, 내 친구를 적으로 왜곡하고, 호명하는 순간, 우리를 지탱했던 단단 한 내면은 철저하게 붕괴된다. 뒤집힌 진실의 세상에선 오직 저격하고, 혐오 하는 손가락만이 승자이다. 드라마 <셀러브리티>가 전한 SNS의 현실에서 기억해두어야 할 한 가지가 있다면 속도의 질주정에 올라타는 순간, 내가 올 리는 모든 사진과 글, 영상의 행방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금 이 순간 에도 타인의 손가락 너머 낯선 욕망들과 조우하고 있을 것이다. 노래 <무사히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의 가사 일부처럼 ‘죽임당하지 않고 죽이지도 않으면서’ 익명의 소통과 연결이 의미 있는 관계망으로 구축되기 위해서는 표현의 자유와 혐오 표현의 경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전제되어야 한다. 끝없는 자유를 부르짖으며 생산하는 거짓과 조작의 산물은 결국 누군 가의 삶을 무너뜨리고 죽음에 이르게 한다. 표현의 자유는 결코 무한하지 않다. 타인의 삶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책 임감 있게 나의 문화적 맥락과 의미를 진정성 있게 표현해야 한다. ‘진정성’이 라는 용어는 투명해 보이지만 사람은 결코 투명하지 않다. 각자의 기쁨과 슬 픔, 분노와 좌절, 희망과 꿈이 차곡차곡 쌓여 한 사람의 일생이 된다. 삶은 쉽게 읽히고, 버려지는 소비재가 아니다. 밥과 꿈이 뒤엉켜 있는 복잡 한 실타래와 같다.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살고 있는 시간과 공간, 과거와 현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를 연결하는 의미망을 찬찬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러고 나서 조용히, 다정하게 타자를 호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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