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 디지털 시민이 지역 문제를 발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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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과 만나다 ①
디지털 시민이 지역 문제를 발굴하다
-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
심재경 ‥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 단원 ·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제작단 멘토
우리가 살고 일하며 일구어온 지역사회는 시민들의 참여 활동과 함께 성장해 왔다. 자원 부족이나 정치적 결정 등으로 인한 지역 이슈,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역할은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미디어의 영 향으로 시민 개인의 의견을 개진하고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더욱 다양해졌다.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지금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영상을 촬영한다. 사건 현장 을 생생하게 유튜브로 중계 방송도 한다. 라이브 채팅창으로 수많은 목소리가 초 단위로 올라온다. 화면에 쏟아지는 실시간 반응들을 보며 우리는 진정으로 타인 과 소통하고 있는 걸까? 하는 질문을 던져본다. 흘러가는 채팅창을 멈춰 세우고 우리 삶의 주변부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이야기하기에는 너 무 짧은 시간이다.
이제는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고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환경에 살고 있다. 그렇다면 수익을 위해 제작되는 자극적인 콘텐츠가 아닌, 사회를 위해 따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활동도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 지역사회를 위해 건강한 담론을 만들어갈 수 있는 긍정적인 창작 사례 가 필요하다. 나는 미디어센터에서의 활동 경험, 그리고 교육현장에서의 미디어 제작 노하우를 가지고 지역사회 활동으로 확장해갔다.
창작자에게 가장 큰 고민은 아이템 선정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는 미 디어 환경에서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는 나의 가슴을 뛰게 하는 새로운 활동 플랫폼이었다. 지역의 이야기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 않고 도깨비가 등장 한다. 사회에 존재하고 있는,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해결을 못하는 난제를 풀기 위해 도깨비는 부지런히 뛰어다닌다. 우리의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함께 머리 맞대어 고민하고 공감하며,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로서 오늘도 도시의 하루를 깨우고 있다.
시민 주도의 새로운 영역, 플랜 B를 실천하다
‘도시를 깨우는 플랜 B’ (공공 영역을 A, 시민 주도 영역을 B라고 표현한다) 의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는 미디어 콘텐츠 제작을 통해 지역 문제의 해법을 찾아나가는 혁신적인 시민 참여 활동으로서 지역사회 아젠다 형성을 위해 미디 어 2.0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도깨비가 의제를 선정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지역민과 지역 단체 및 기관들이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의제 (의견) 를 제시하면 광주지역문제해결플 랫폼에서 최종 의제를 선정하여 정부와 지자체 및 공공기관이 함께 협력할 수 있 는 부분을 모색하고 민·관·공 협업에 의해 문제를 해결한다. 이 부분에서 도깨비 가 하는 역할은 시민들에게 현안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더 많은 시민들이 이 문제에 공감하고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디어라 는 확성기를 이용해 도깨비 한 명이 일상에 잠재해 있는 시민 100명의 움직임을 끌어내는 매개자로서 활동하는 것이다.
시청자미디어재단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는 2022년 미디어사회혁신단 공개 모집을 통해 미디어로 지역 현안을 알리는 16명의 도깨비를 선발했다. 이들 도깨 비는 광주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 선정한 9개의 지역 의제 해결과 인식 제고를 위 해 지역 곳곳을 누볐다. 특히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다룬 <지구를 지키는 컵 하 나>, <비닐봉투 그만! 부메랑 에코백>, <엄마가 미사이클 열풍에 빠졌다고>를
라는 의미
비롯해, 시민 참여와 지역 소외계층의 환경 개선에 앞장서는 <따뜻한 보금자리, 노숙 시민을 위한 프로젝트>, <광주선 푸른 길 더하기> 등 영상 12편, 라디오 방 송 4편 등 총 16편을 제작했다. 이러한 혁혁한 성과를 인정받아 광주광역시장상 이라는 표창을 받았으며 이로써 디지털 시민으로서 활동의 초석을 다져놓았다.
도깨비 단원들은 미디어 제작을 통해 다수의 시민들과 지역 문제를 공유하는 장을 열어가고 있다. 도깨비의 목표는 명확하다.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상의 문제 들을 해결하려면 무엇보다도 시민·지역 공동체의 공동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 는 메시지를 지역 주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 지역이 직면한 문제를 알리고 시민들의 주도적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는 오늘도 무 거운 카메라를 들고 시민들과 함께 열심히 뛰고 있다.
지역 네트워킹을 이용한 색다른 접근, <나도 달릴 수 있다니깐>
도심의 길을 걷다 보면 종종 녹슨 흉물이 눈에 띈다. 바로 무단 방치된 자전거 이다. 바람 빠진 바퀴와 휘어진 프레임, 눈비에 벌겋게 녹이 슨 자전거는 모든 지 자체의 골칫거리다.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자전거. 이렇듯 버려진 자 전거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방치 자전거 재활용 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고질 적인 문제 해결과 함께 자원 재활용이라는 환경 살리기 운동이기도 하다.
우리 지역에도 이처럼 의미 있는 프로젝트가 분명 진행 중일 것이다. 그런데 이 런 내용을 어떻게 주민들과 공유하고 공감대를 만들어 더 많은 참여와 지지를 유 도할 것인가? 영상을 만드는 나의 고민은 이것이었다. 사업 홍보 영상처럼 해당 프로젝트의 의미를 나열하고 관계자 인터뷰를 담으면 비교적 편하게 작품을 만 들 수 있겠지만 나의 목표는 “건강한 것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는 일이었다.
영상 기획 단계에서 나는 방치된 자전거와 ‘취준생’을 연결하면 공감을 얻을 수
광주 발산마을 현장을 스케치하고 있는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 단원
있으리라 생각했다. 방치된 자전거와 취준생의 상황이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 이다. 길거리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자전거를 수리해 시민들에게 대여하는 자원 재활용이 마치 언제든 다시 달릴 준비가 되어 있는 취업 준비생의 모습과 겹쳤던 것이다. 이러한 연상 표현 방식이 영상을 접하는 시민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 으키리라고 기대했다.
그리하여 <나도 달릴 수 있다니깐>이 탄생했다. 취준생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 으로 일자리를 얻고 사회에 기여하고 싶어 한다. 「방치 자전거 재활용 프로젝트」 또한 자전거를 재탄생시키고 유효하게 활용하면서 도시 환경을 개선하고 보호하 는 한편, 도시 교통에 기여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번 영상을 기획하면서 스토리 배경으로 설정한 광주 발산마을에 대해서도 살 펴보았다. 발산마을은 한국전쟁 때 피난민이 모여 살던 곳으로 1990년대 이후 젊은이들이 마을을 떠나면서 빈집이 늘어 이제는 고령자들만 남았다. 2015년 「도시재생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청춘발산마을’로 지명이 변경되었다. 젊은 예술가들이 찾아와 외로운 골목에 새로운 온기를 불어넣었다. 이러한 내력을 배경으로 한 발산마을은 「방치 자전거 재활용 프로젝트」와 비슷 한 정서가 있었고, 영상을 제작하던 내게도 큰 활력을 주었던 것 같다. 영상 제작
초반에 「방치 자전거 재활용 프로젝트」와 발산마을의 <도시재생 프로젝트> 사 례가 여러모로 취업 준비생이라는 모티브와 잘 연결되면서 시청자의 공감을 충 분히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 활동을 하는 동안에 뜻밖의 인연과 조우하기도 했다. 2016년에 제작한 다 큐멘터리에 출연했던 인디 가수가 이번 「방치 자전거 재활용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분의 인생 스토리와 취준생 모티브가 잘 맞아떨어지 겠다는 생각이 번뜩 스쳤다. 보컬리스트를 영상의 주인공으로 섭외했고 덕분에 제작 과정도 수월했다.
작품을 만들면서 배우고 느낀 점도 많았다. 혼자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주제 나 제작 여건도 시민 (이웃) 과 여러 기관의 지원으로 내가 원하던 그림과 주제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제작한 영상은 광주MBC 시청자참여프로그램 을 통해 광주 지역에 송출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지역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유튜브, 소셜 미디어 등에 게시되어 홍보 영상으로 활용되었다.
올해 「방치 자전거 재활용 프로젝트」는 2년 차를 맞이했다. 예산도 받았고, 지 구 환경보호 실천에 적극 기여하고 있다고 기관 담당자를 통해 전해 들었다. 이 러한 과정은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로서 지역 현안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참 여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프로젝트에 소요 된 시간은 2~3개월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스스로 많이 성장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직접 만든 영상이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송출되고 지역으로 퍼져나 갈 때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자긍심이 들었다. 시민 참여 활 동을 진행하면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시민들이 사회적 이슈나 지역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함께 해법을 찾는 공론의 장을 기대하게 되었다.
하남영구임대아파트를 걷고 있는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 단원들
영상이 보여주는 힘, <하남마을 자서전, 나의 삶을 기록하다>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로서 활동한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올해 나는 영구 임대아파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같은 이웃으 로서 편견을 깨고 차별과 배제의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었기 때문이다. 영구 임대아파트는 지역적·환경적 특수성과 함께 ‘영구 임대’라는 빈곤 문화가 형성되 어 있다. 지속적인 슬럼화로 인해 지역사회로부터 단절되어 ‘어렵고 힘든 사람들 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시선이 강하다.
그러나 실제로 그곳 주민들이 살아가는 상황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다. 하남주공1단지 주민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활동을 해왔다. 그들 스스로 마을 환경을 쾌적하게 개선하기 위해 나섰다. 주민들 개개인이 저마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오고 있다. 그래서 다큐멘터리 형식 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역 주민의 삶을 담은 ‘영상 자서전’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영구 임대’라는 부정적 인식을 깨고, 우리의 이웃이자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긍정 적 이미지의 마을로 다시 나아가지 않을까?
이 영상의 콘셉트는 ‘휴먼 다큐멘터리’였다. 그만큼 인터뷰 대상으로부터 속 이 야기를 이끌어내야 했다. 라포 형성이 정말 중요했다. 의제 실행 기관인 하남종합 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님과 함께 질문지를 구성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부분들 을 논의하면서 기획을 구체화해나갔다. 영상에 출연할 주민들을 섭외하는 데는 복지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그 덕분에 현재, ‘영상 자서전 1부’가 제작 중 이다. 하반기에 2부가 완성되면 향후 성과를 공유할 수 있는 출판기념회도 준비 하고 있다. 다음 스텝은, 지역 방송사에 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이를 확산하고, 지역사회의 시선을 개선해나가는 사회적 장을 만드는 것이다.
‘도깨비’가 지역사회에 가져온 의미 있는 변화, 참여 시민의 증가
그간의 활동 과정을 돌아보면서 새삼 협업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체감했다. 도 깨비 활동 참여자는 미디어를 제작하는 동안 다양한 시민들과 의제 실행 단체, 혹은 기관들, 그리고 시청자미디어센터와 소통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주체들, 즉 기관과 기관이 서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도깨비가 의제를 공유하는 장을 열고 지역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면 곳곳에 숨어 있던 시민들이 나와서 의견을 개 진하고 펼쳐나간다. 광주 시민으로서 나는 이번 활동을 통해 의제 참여 기관들이 얼마나 많은 고민을 거쳐 지역 문제와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지를 알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참 값진 경험이었다.
특별히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로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지원해주는 시청자미디어재단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를 만났기 때문이다. 광주시청자미디어 센터에서는 영상을 제작할 수 있는 촬영 장비와 제작 공간을 제공해주었고 제작물 이 지역 방송사의 시청자참여프로그램에 송출될 수 있도록 일련의 과정을 함께해
한다.
주었다.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들은 기관에서 적극 지원해주었다. 덕 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목소리를 내고 여러 지역 의제에 직접 참여해보는, 뜻깊 고 보람된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은 구축되어 있지만 아직 자발적인 환경이 미 비한 것이 현실이다.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가 꾸준히 미디어를 활용한 활동을 이어간다면 건강한 사회의 영향력이 더욱 넓게 펼쳐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도깨비의 활동을 관심 있게 지켜봐주셨으면 한다. 우리 희망대로 관심이 이어진다면 더 많은 도깨비와 도깨비를 돕는 사람들이 모여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큰 힘을 견인하리라 믿는다.
글을 마치며, 미디어사회혁신단 ‘도깨비’의 콘텐츠 제작, 그리고 시민들의 미디어 참여를 지원하고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신 광주시청자미디어센터 직원분들, 의제 협업 기관, 도깨비 단원들, 그리고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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