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1 미디어 리터러시, 비판적 이해의 시작 - 미디어 읽기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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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
미디어 리터러시, 비판적 이해의 시작
- 미디어 읽기의 의미
김양은 ‥
언론학 박사
*출처: 김양은, “디지털 시민과 미 디어 리터러시”, 「모두를 위한 디 지털 시민성」, 숙명여자대학교 아 시아여성연구원 학술대회 발표 자료, 2022. 11. 11.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단상
‘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 도 하다. 필자가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일반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텔레비전’ 자체에 쏠려 있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TV 이용에 관한 논의나 미디어 감시 운동, 학부모 대상의 교육 등이 함께 진행되긴 했지 만 여전히 다루는 주제나 내용은 텔레비전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디어 패러다임 변동과 함께 미디어 리터 러시 교육의 관심은 ‘인터넷’으로 향했다. 현재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에 대한 논의들은 이러한 ‘디지털’ 기반의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이,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한 한국 사회 담론에는 다 양한 기술이 결합되어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가 사회에 등장할 때 마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 + 리터러시’가 붙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 구로 제시된다. 인터넷이 등장하던 시기에는 ‘인터넷 리터러시’, 유튜브가 등 장하면 ‘유튜브 리터러시’, 빅데이터가 등장하면 ‘데이터 리터러시’, 최근에는 생성형 AI인 챗지피티 (CHATGPT) 있다.
’에 관한 논의는 다양하기도 하고 복잡하기
와 관련한 ‘인공지능 리터러시’도 제기되고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변화 양상에 대해 미디 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된 학자, 강사, 학교 현장은 항상 당혹감을 가질 수밖 에 없다. 디지털 기술은 2000년대 초의 패러다임 전환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 로 인해 디지털 공간은 이제 현실 공간과 구분되거나 익명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디지털 자체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 역량이며 디지 털 공간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현실이 되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또한 기술과 현실의 틈을 메꾸기 위해 급하게 달려온 감이 없지 않다. 디지털이 등장하자 마자 우리는 ‘제작’이라는 키워드를 향해 돌진했다. 제작이 곧 참여이고, 수용 자가 이용자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 중심의 미디어 리터 러시 정책은 이슈 대응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디지털 기술에 의해 변화되는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거나 디지털 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으로 의 성장 같은 수준에는 가닿지 못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한 강의를 진행할 때 가장 많 이 경험하는 이슈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리터러시는 다르다’, ‘미디어 제작 교육과 비판적 리터러시 교육은 다르다’, 그리고 ‘미디어 윤리 교육이 미 디어를 성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등이다. 급속한 기술 발전이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주지 않지만 이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미디어 리터러시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돌아볼 시기가 아닐 까? 필자는 생성형 AI와 같은 새로운 이슈들이 휘몰아칠수록 더더욱 우리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고, 그 근간은 비판적 읽기 에 있다고 생각한다.
비판적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것은?
디지털 기술의 등장 이전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전문 제작자’들이 만든 콘텐 츠에 담긴 메시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집중되었다. 마치 책을 읽을 때 책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며 읽듯이 사진은 사진작가의 생각을, 영상은 영상 제작자의 생각을 읽어내려고 했다. 필자는 미디어 리터러시 읽기 과정도 독 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문장으로 표현된 다
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만나고 작가가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바를 읽어내려 고 한다. 영상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영상은 소설책 독자가 갖는 상상의 영역을 한층 더 구체적으로 묘사 한다. 영상 콘텐츠에 담긴 이야기는 이 과정에서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효과 를 가져온다. 영상이 현실에 미치는 힘은 세다. 미디어 이용자들이 미디어 현 실을 실제 현실과 일치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영상이 말하는 세상을, 영상 제작자가 보여주는 세상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때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세상을 읽기 위한 도구였다. 메시지에 담긴 다양한 시선을 읽어내고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비판적 시선 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제작’은 비판적 읽기 를 위한 과정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있지 않았고 제작을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제작 역량이 전문 제작자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 이 채널을 가지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특히 유튜브를 통한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의 등장은 미디어 이용자 누구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 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생성한다. 그래서 미디어 제작 역량이 미디어 분야 직업 교육으로서 논의되기도 한다. 수많은 크리에이터 교육이 새로운 직업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다루 고 있다. 이런 경향 속에서 비판적 이해는 사라지고, 미디어를 다루고 콘텐츠 를 생산하는 교육에만 집중하기도 한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전 국민이 유튜브 제작자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멀티페
르소나가 지배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크리에이터는 또 다른 틈새시장일 뿐 이다.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는 늘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사회적 영향력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성찰하는 것을 기초로 삼아야 한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에도 우리 사는 세 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성형 AI의 학습과정에 우리 만들어낸 정보와 콘텐 츠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정보와 콘텐츠라는 점에서 보면, 이들에 대한 비판적 분석 은 기술을 읽고, 사람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 된다. 특히 디지털 기술 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정보를 집적해 큐레이 션을 통해 개인의 삶을 안내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인간이 스스로 원하는 삶 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삶을 설계해주기도 한다. 지금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정보를 전달하는 게 가능한 시대이다. 시시 각각 초 단위로 정보가 증가한다. 하지만 어떤 정보, 어떤 콘텐츠를 선택할지 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개인의 가치나 신념이 쏟아져 나오고, 단순히 사 실인가 가짜인가로 정보를 분별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성찰적 행동 이 요구된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변화하는 정보, 기술, 미디어로부터 중심을 잃지 않고 삶의 주체가 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초심으로 돌아가,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강조하는 읽기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하나?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기술 활용과 새로운 기술 미디어 에 집중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미디어 리터러시 읽기의 기초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읽기의 개념은 유튜브, 빅데이터, 생성형 AI에 이 르기까지 일관되게 적용된다. 미디어 읽기는 영상 언어, 디지털 언어의 문법뿐만 아니라 디지털 언어에 영 향을 미치는 정치, 산업 구조와 영향력을 이해하는 것을 포함한다. 외국의 미 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언급하는 내용을 살펴보자. 미디어 형식, 서사구조, 미디어 언어와 같은 미디어 콘텐츠를 분석하는 문법적 요소는 물론, 상업적/ 비상업적 미디어, 수용자, 사회적 영향력, 미디어 제작자를 다루고 있다. 최근 에는 디지털 기술의 경험과 참여, 디지털 행동의 결과 및 사회적 영향력에 대 한 논의들이 포함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공유, 상호작용성, 복제 등 다양한 기술적 속성들도 미디어 리터러시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 민성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다루는 혐오 콘텐츠, 디지털 정보의 편견, 알 고리즘 등에 대한 논의들도 이에 해당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미디어 재현’에 대한 고전적 질문들은 비판적 미디 어 읽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음에 제시된 질문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 육에서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다. 이 질 문에는 미디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적 요인, 특정 관점이나 대상에 대한 고 정관념과 사회적 영향력, 미디어 다양성, 사실과 진실, 사회에 대한 미디어의 재현, 그리고 이들을 구성하는 문법과 장치들에 대해서도 함께 질문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대상을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보이도록 편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거나, 또는 유튜브도 시간, 횟수, 광고 등의 노출 양식과 알고 리즘을 통한 노출 전략을 고려해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사실을 파악한다거나, 이런 구체적인 활동들이 질문들과 결합하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사실 혹은 진실로 보이기 위한 장치로서 인터뷰, 현장 사진 (영상) , 통 계 등의 활용에 대한 논의들로 확장될 수 있다.
미디어를 읽기 위한 질문 *출처: 김양은, 「디지털 시민과 미디어 리터러시, 한국 언론 직 면하기」, 자유언론실천재단 편, 360쪽 수정 인용, 2022
•미디어가 사실, 혹은 진실로 보이기 위해 어떤 문법과 장치들을 사용하는가? •이용자들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왜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가? •미디어는 우리에게 특정 집단(소수자 등)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현하지 않는가? •미디어가 구성한 고정관념이 미디어 이용자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미디어의 상업성은 미디어 콘텐츠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가? •미디어에서 특정 사람이나 사물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가? •미디어 메시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구성되지는 않았는가? •미디어 제도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미디어가 묘사한 현실을 사람들은 실제 현실과 유사하게, 혹은 다르게 느끼는가? •미디어 세계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집단, 대상이 있는가? •미디어 세계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관점, 가치관 등이 있는가? •미디어가 특정한 사회집단을 대표하고 있지는 않은가? •미디어 메시지(혹은 언어)가 사회 내 차별, 갈등을 발생시키거나 부추기지는 않는가? •미디어에서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는가?
디지털 기술과 관련해서도 미디어 재현에 관한 질문은 유용하다. 포털 사이 트, 앱 등에서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이나, 광고가 어떤 소비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으로 확장할 수 있다. 디지털 커뮤니티 공간에 서 나타나는 차별과 혐오 표현의 단어와 발화 방식을 살펴볼 수도 있으며, 이 들 커뮤니티에서 유희로 다루어지는 차별과 혐오 표현이 개인은 물론 사회에 차별과 혐오 현상을 확산시키지 않는지에 대한 논의로 넓혀가는 것도 가능 하다. 개인의 디지털 활동이 빅데이터로 집적되고, 이것이 알고리즘을 통해 사회 를 재구성 혹은 재현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영상 콘텐츠의 미디어 재현 에 대한 논의와 다르지 않다. 당시의 새로운 현상으로 등장했던 ‘영상’을 읽어 내기 위한 위 질문들은 오늘날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논의에도 여전히 유효 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흔히 미래 사회를 준비하고 대처하는 역량이라고들
한다. 실제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과 함께, 이에 대한 비판적 사고 또 한 이 시대의 화두인 ‘디지털 시민성’을 기르는 데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므로 교육 현장에서 우리의 고민은 지속되어야 한다. 인간이 주인 되는 관점을 만 들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비판적 이해를 다루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다 보면, ‘미디어를 왜 그렇게 복잡하게 읽어야 하는가? 그게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간단하지만 참으로 어 려운 질문이다. 분명한 것은, 미디어에는 많은 정보와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지금은 이전의 전문가들이 정보를 생산하던 시대보다 더 많은 다양하 고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이 있다. 이 정보들 속에서 오로지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자신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정보, 그리고 다양한 가치와 신념들 을 분별해내야 한다. 내가 만들어내는 정보도 다시 사회를 구성한다. 정보를 단절하고 존재할 수 없다면 이 정보들에 반복 노출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을 설계할 때에도, 세 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가능 성과 효율성 이면에는 개인에게 요구되는 비판적 사고와 성찰이 따라야 한다 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 인간이 주체가 되어 기술을 선택 하고 긍정적 사회 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가장 기초가 되는 비판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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