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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OTT 시대 재현을 다시 생각하다 -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으로 본 미디어 리터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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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OTT 시대 재현을 다시 생각하다

-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으로 본 미디어 리터러시

홍남희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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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 광고 포스터

2023년 4월 25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성+인물: 일본편> 은 신동엽, 성시경이 진행하는 6부작 프로그램으로 “미지의 세계였던 성 (性) 과 성인문화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라고 소개되 어 있다. 이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 SBS <동물농장> 시청자 게시판은 오랜 기 간 MC로 활약해온 신동엽의 하차를 요구하는 거센 항의가 들끓었다. <성+인 물>이 일본 AV (Adult Video)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논란 이후 제작진은 기자 간담회에서 일본 성문화에서 AV는 1조 원 규모의 산업으로 “이 정도 규모에 암 (暗) 이 없는 산업은 없다. 논쟁이 있을 수 있는 산 업이라 (암이) 강하게 부각되는데 나름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디어가 대중적 호기심을 끌기 위해 자주 ‘성’이라는 주제 를 동원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화제성을 담보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OTT 시대 미디어 리터러시와 재현의 윤리라는 관점에서 새롭지만 오래 지속 되어 온 이야기를 다시금 제기하게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새롭게 등장한 뉴미디어의 표현 양식을 새로운 ‘언어’로 보고 이를 잘 읽어내는 역량이 수용자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개념

산업 종사자들을 출연시켜 AV 산업을 미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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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사각의 프레임에 재현되는 이미지와 영상 재현의 관습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일부’이자 생산자의 관점이 담긴 ‘선택적’ 현실임을 비판적으로

이다. 영상 미디어의 등장은 인쇄 매체 중심의 매체 환경에서 큰 변화를 야기 했는데, 미디어 리터러시는 이러한 시각 매체의 재현 관습을 비판적으로 읽 어낼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의로부터 출발했다. 사각의 프레임에 재현되는 이 미지와 영상 재현의 관습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 의 ‘일부’이자 생산자의 관점이 담긴 ‘선택적’ 현실임을 비판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콘텐츠의 시각적 재현이 사회 구조와 권력 관 계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재현의 방식이 어떠한 ‘주류적 해독’을 유도하고 있 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성+인물: 일본편>은 미디어 리 터러시의 가장 기본적인 관점인 재현에 대한 비판적 해독을 요구한다. 특히 AV 산업에 종사하는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2, 3화 그리고 호스트바의 호 스트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5화는 MC들과의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인해 영상 속 출연자들을 일본 사회의 흥미로운 직업 정도로 인식하게 한다. 다양한 국가의 다른 성 ‘문화’라는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 일본의 성산업을 다루는 이러한 시각은 찬찬히 따져볼 여지가 있다.

<성+인물>은 누구의 입장에서 재현되고 있는가? 프로그램에 따르면, AV는 연간 2만 6천 편에서 3만 편이 제작되며, 한 달에 100명가량의 여성들이 배 우가 되고자 오디션을 보는 상황이다. 반면에 남자 배우는 전체 산업에서 70 명 정도다. 이렇게 압도적인 성별 차이는 AV가 이성애자 남성의 성적 판타지 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잘 드러낸다. 인터뷰에서 AV는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성범죄율을 낮추는 (긍정적인) 자주 언급되는데, 서울YWCA는 이러한 발언이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남성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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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성욕은 조절 불가능한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남성중심적 강간 통념 에 기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파편화된, 대상화된, 착취당하는 여성의 몸을 보는 것이 권리인 사회, 그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즐겁게 소비하는 사회,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것은 ‘쿨’하거나 개방 적이거나 진취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수진, 2023. 5. 14.) 인물>의 제작진은 일본에서 AV 제작, 유통, 소비가 ‘합법’이라는 사실을 강조 하며 다양한 성문화를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 AV 는 오히려 ‘불법화’되어가는 추세다. 연예인 지망생들이 AV 출연 계약서에 (모 서명하여 피해를 본 사례, AV 제작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사건 등이 르고) 만연해왔으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성착취도 지속되어왔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에서는 「AV 출연자 피해 방지 구제 법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성 행위 수반 AV 금지법」 또한 검토되고 있다.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AV 강제 출 연에 따른 피해자들을 지원하면서 AV 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신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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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선, 2023. 5. 17.)

이 프로그램은 AV 산업을 포함해 호스트바 산업 등에 종사하는 여러 직업 군상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묘사함으로써 일본이 다양한 성적 욕구와 감 정적 위안을 위한 ‘성 상품’을 매우 촘촘하게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 뷰에 참여한 배우들이 밝히듯이 AV는 이성애적 성관계를 포함해 다양한 ‘성 적 판타지’를 제공한다. 또한 이러한 성적 판타지를 기호 상품처럼 판매/구매 할 수 있게 하면서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해왔다. ‘다양한’ 판타지와 시장의 확 장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의 성 산업은 점차 여성 소비자의 욕구도 충족시키는 여성향 남자 배우들을 등장시키며 성애 묘사보다는 정서적 관계에 치중한 여 성 지향적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3화) . 호스트라는 직업 또한 “돈을 내면 만날 수 있는” 만질 수 있는 아이돌로 규정되며, 이들의 업무는 괴롭거나 슬플 때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관계 형성으로 설명된다 (5화) . 쉽게 말해 이성애 적 설렘의 관계와 친밀성 서비스가 상품화되는 것이다.

1) 이수진, “여성단체, ‘쿨병’ 걸린 넷플릭스, ‘성+인물’ 삭제하고 사과하라”, 《여성신문》, 2023. 5. 14.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136 2) 신민섭, 전동선, “‘명’에 포커스 둔 ‘성+인물’이 감춘 일본 AV의 ‘암’ 정밀 해부”, 《일요신문》, 2023. 5. 17.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5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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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말해 이성애적 설렘의 관계와 친밀성의 서비스가 상품화되는 것이다.

상품화에 종속된다는 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산업 종사자들의 인권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산업 종사자들의 인권이 상품화에 종속된다는 문 제다. 이미 AV 산업은 성폭력, 성착취, 인신매매 등과 관련하여 수많은 여성 과 아동 피해자들을 양산해왔다. 시장이 다양한 성적 취향을 위한 상품을 제 공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면서 다른 문제 사례들 또한 발생할 수 있다. 성산업 의 종사자들은 인간이기보다는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기 위한 ‘상품’이 된다. 심지어 남자 AV 배우들도 여성 배우를 돋보이게 해야 하는 (그래야 남성 시청자 굴욕적인 촬영 상황 때문에 업계에서 오래 버텨내기 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가 어렵다. AV 배우들 간에 사적인 연락도 할 수 없다. 이들은 철저히 ‘비즈니

스’ 관계만을 강제당한다. 또한 5화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호스트바 산업은 모든 호스트들을 무한 경쟁의 시장 상품으로 재구성한다. 그들은 가 장 매출이 높은 사람을 ‘넘버원’으로 지칭한다. 다른 호스트는 동료나 친구가 아니라 ‘라이벌’이다. 비인간적 경쟁과 상품으로서의 자아만이 허용되는 이러 한 특징은 ‘문화’가 아니라 철저한 ‘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성산업에 진입하게 되었는가? 이들의 진입은 ‘자발적 인’ 것인가? 2화의 여자 배우들 중 한 명은 18세 때 AV 업계 사장에게서 AV 배우로 일하자는 끈질긴 구애를 1년여간 받다가 AV 산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고 밝힌다. 첫 촬영 후 충격에 울어버렸지만 이후 실제의 자신과 AV 배우로서 의 자신을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AV 촬영 현장은 찍기 싫은 장면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라고 말 한다. 3화의 남성 배우나 제작사 대표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못 하거나 가족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5화에서 한 호 스트는 호스트가 돈을 잘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하여 고향에서 도쿄로 올라 왔으며 돈을 벌어 효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힘들지만 이 직업을 이어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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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힘이 ‘돈, 여자, 술’이라고 밝히기도 한다. 이 에피소드에 의하면 호스 트는 진입장벽이 낮아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된 사람이 마지막에 오는 곳’이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하는 직 업이다. 만약 ‘자발성’과 ‘동의’를 맥락 없이 받아들인다면 개인이 처한 제한된 선택지의 상황과 여러 가지 구조적 여건을 간과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성+인물>이 재현하고 있는 일본의 성문화는 ‘다양한’ 문화의 차 원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가 극도로 심화되어 인간의 모든 것을 상품화했을 때 나타나는 사회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미 ‘편의 점만큼이나 큰 규모’의 산업으로서 압도적인 규모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AV 산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고 있다. 막대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AV 종사자들은 유튜브 등 을 포함해 여러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으며, 이 과 정에서 AV 산업의 병폐와 문제들보다는 인플루언서로서의 인기와 호기심만 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제작진이 이러한 일본 성산업과 인권 문제들을 구 조적으로 파헤치기보다 호기심 어린 남성 중심의 매우 피상적인 시각을 제시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오히려 <성+인물>은 넷플릭스 시대 재현의 윤리라는 생산자 관점의 윤리 문제를 다시금 제기한다. <성+인물>을 둘러싼 비평, 신동엽의 하차를 주장하 는 의견 등은 달라진 성 인지 감수성과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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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콘텐츠의 재현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것을 넘어 콘텐츠 생산의 맥락과 구조, 기술환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필요로 한다.

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계기기도 했다. 오히려 수용자의 ‘비판적’ 미디어 리 터러시보다 생산자의 ‘윤리적’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시기 같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 이후 넷플릭스를 통한 K-콘텐츠 인기가 지속되면서 지역 제 작자나 지상파 PD들이 넷플릭스행을 선택하는 가운데 콘텐츠 제작의 재현 윤리가 점점 퇴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콘텐츠가 공개된 후의 제작진 발언을 보면 성산업 문제를 대중의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보다 훨씬 안이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창작자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표현 수위나 내용의 한계에 있어 국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으로 인식된다. 이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국내 콘텐츠에서 성과 폭력의 한계 없는 재현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재현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남성 중심의 성 묘사와 표현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2016년 개정된 방송심의규정의 양성평등 조항은 방송이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가정폭력 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하거나, 이를 지나 치게 자세하게 묘사 혹은 선정적으로 재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 나 넷플릭스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이 조항에 적용받지 않는다. 그렇다 하 더라도, 넷플릭스는 미디어 콘텐츠를 주요 상품으로 하는 미디어 기업이 아 닌가. 서울YWCA는 넷플릭스가 성차별 콘텐츠 자체 심의단을 꾸리고, 성평 등한 OTT 서비스를 위한 향후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OTT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콘텐츠의 재현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것을 넘 어 콘텐츠 생산의 맥락과 구조, 기술환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필요로 한다.

3) 이수진, “여성단체, ‘쿨병’ 걸린 넷플릭스, ‘성+인물’ 삭제하고 사과하라”, 《여성신문》, 2023. 5. 14.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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