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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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ure’s 10, 2025년 글로벌 과학 구조의 변화
작성자 | 장미경 과학언론학 박사·전략기획실 선임연구원 편 집 | 전략기획실 발 행 | 한국과학창의재단 1
정치·경제·사회까지 확장되는 과학의 영향력
2025. 제10호
Nature’s 10, 2025년 글로벌 과학 구조의 변화: 정치·경제·사회까지 확장되는 과학의 영향력
장미경 과학언론학 박사·전략기획실 선임연구원 rose@kosac.re.kr
Executive Summary
진입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연구를 제한하며, 국가 전략 프로젝트의 추진력을 약화한다.
2025년 Nature’s 10은 한 해의 과학을 움직인 연구자·행위자 10명을 조명하며, 과학이 더 이상 실험실 내부에 국한되지 않고 보건, 외교, 정치, 윤리, 산업 전략의 핵심 결정에 직접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선정된 인물들은 공중보건 거버넌스의 정치적 충돌, 개인 맞춤형 유전자 치료의 현실화, 심해·우주 등 극한 환경에서의 탐사 혁신, 생성형 AI 개방화와 학술 생태계 변화, 허위 정보·정책 교착 문제 등을 실질적 사례로 제시한다. 이는 과학이 ‘발견의 영역’을 넘어 사회 인프라와 위험 관리 체계의 구조적 재설계에 기여하는 단계로
첫째, 과학의 공공성과 독립성은 위기 상황에서 신뢰 회복의 핵심이 된다. 둘째, 성과 중심·단기 경쟁형 평가 체계는 고위험·장기·도전적
셋째, AI·유전체·해양·우주 등 대형 인프라는 글로벌 표준과 개방성을 기반으로 구축되어야 국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넷째, 데이터·윤리·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는 새로운 기술 속도에 맞는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이번 이슈페이퍼에서는 Nature’s 10의 사례를 토대로 2025년 글로벌 과학의 구조적 변화를 분석하고, 한국이 향후 10년간 집중해야 할 정책 방향(과학 행정의 독립성 강화, 연구 평가 체계의 구조적 전환, 장기 인프라 투자, 개방적 데이터·윤리 거버넌스 구축)을 제안한다.
Ⅰ. 서론 : 2025년 과학계를 움직인 10인
2025년 12월 8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2025년 과학을 움직인 10인’(Nature’s 10)을 발표했다. 2011년부터 매년 연말 공개되는 Nature’s 10은 한 해 동안 과학계에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인물들을 통해 과학의 흐름과 시대정신을 짚어 온 네이처의 대표적인 연례
기획이다. 이 명단은 논문 수나 인용지수로 순위를 매기는 ‘톱 과학자 리스트’가 아니라, 과학이 정치, 경제, 공중보건, 기술 인프라, 국제 규범의 최전선과 맞닿는 순간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낸 사람들을 골라낸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1) Nature. (2025, December 8). Nature’s 10: Ten people who helped shape science in 2025. Nature. https://www.nature.com/immersive/d41586-025-03848-1/index.html
2025년 선정된 10인을 살펴보면 세 가지 장면이 특히 두드러진다. 과학적 근거를 고수하다 정치와 정면으로 충돌한 공중보건 수장, 우주와 심해라는 극한 경계를 파고든 관측·탐사 과학자들, 맞춤형 유전자 치료와 인공지능 기술 경쟁의 최전선에서 규범과 시장의 법칙을 다시 쓰고 있는 인물들이다. 여기에 팬데믹 조약과 연구윤리, 데이터 기반 면역 연구, 감염병과 싸우는 ‘모기 목장’까지 더해지면서, 2025년의 과학은 더 이상 실험실에 머물지 않고 거버넌스와 민주주의, 산업 전략, 일상적 삶의 방식을 전방위적으로 재구성하는 힘으로
Ⅱ. 2025 Nature’s 10: 선정 인물과 그 의미
작동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공중보건의 ‘보이지 않는 방패’, 수잔 모나레즈
수잔 모나레즈(Susan Monarez)는 올해 미국에서 과학 기반 공중보건 정책을 지키려 한 공직자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으로 취임한 지 한 달 만에 해임되었다. 그는 백신 정책과 감염병 대응 지침에서 과학적 근거를 우선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정치권력과 과학의 독립성 사이에서 보건정책의 방향을 지키려 했던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네이처는 그를 ‘공중보건의 수호자(Public-health guardian)’로 부르며, 과학적 판단이 정치적 이해관계 속에서 얼마나 손쉽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사례는 과학이 단지 실험실 안의 일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연결된 것임을 시사한다.
연구 부정·철회 문제를 드러낸 리트랙션 탐정, 아찰 아그라왈
아찰 아그라왈(Achal Agrawal)은 인도의 과학자로, 자국의 여러 대학에서 최근 발표된 논문의 철회(Retraction) 비율과 연구 부정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인물이다. 그는 통계와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도의 특정 대학들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논문 철회 패턴을 보인다는 사실을
밝혀내며 연구 윤리 붕괴 문제를 공론화했다. 그의 활동은 단일 국가를 넘어 전 세계 대학이 ‘성과 중심’ 평가 체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네이처는 그를 ‘리트랙션 탐정(Retraction detective)’으로 명명하며 과학 신뢰성 회복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환기했다.
거대 망원경 ‘베라 루빈 천문대’를 이끈 물리학자, 토니 타이슨
토니 타이슨(Tony Tyson)은 미국의 물리학자이자 천문학자로, 칠레에 새로 개관한 베라 루빈 천문대(Vera Rubin Observatory)의 비전을 설계하고 실현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30년 넘게 구상해 온 초대형 망원경 프로젝트를 성공시켰고, 이 천문대는 앞으로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 우주 구조 진화 연구 등에 결정적 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처는 그를 ‘망원경 개척자(Telescope pioneer)’로 불렀으며, 우주 탐구의 새 시대를 연 상징적인 과학자로 평가했다.
세계 첫 팬데믹 조약의 협상가, 프레셔스 맛소소
프레셔스 맛소소(Precious Matsoso)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보건 전문가로, 2025년 세계
최초의 글로벌 팬데믹 조약을 이끌어낸 협상가이다. 그는 각국 정부, 국제기구, 시민사회, 제약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감염병 대비와 대응을 위한 국제 공통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네이처는 그를 ‘팬데믹 협상가(Pandemic negotiator)’로 명명했고, 과학과
평가했다.
공공보건, 글로벌 정책이 만나는 지점에서 생명을 구하는 과학의 힘을 보여준 사례로
헌팅턴병 치료의 최전선에 선 신경학자, 사라 타브리지
사라 타브리지(Sarah Tabrizi)는 영국의 신경학자로, 유전성 뇌 질환인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에 대한 임상 치료를 주도하고 있다. 2025년 그가 이끄는 연구팀은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진전을 보였고, 네이처는 그를 ‘헌팅턴의 영웅(Huntington’s hero)으로 명명하며, 희귀질환 치료의 새 장을 연 인물로 조명했다.
9,000m 심해에서 동물 생태계 밝혀낸 심해 과학자, 멍란 두
멍란 두(Mengran Du)는 중국의 심해 과학자로, 수심 약 9,000미터의 해저 심해 잠수에 성공했으며, 지구에서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중 가장 깊은 동물 생태계를 관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는 통상적으로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극한 환경에서도 생물다양성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해양 생태계와 생명의 경계에 대한 과학의 시각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네이처는 그를 ‘심해 개척자(Deep diver)’로 선정하며, 심해 탐사라는 과학의 마지막 프런티어를 연 상징으로 평가했다.
모기를 길러 감염병과 싸우는 연구자, 루시아노 모레이라
루시아노 모레이라(Luciano Moreira)는 브라질의 연구자로, 곤충학과 공중보건을 결합한 혁신적인 방역 전략을 실천한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박테리아 월바키아(Wolbachia)에 감염된
모기를 대량 사육·방출하는 방식을 통해 뎅기열, 지카열 등 모기 매개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려는 ‘모기 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해 실질적인 질병 통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네이처는 그를 ‘모기 목장주(Mosquito rancher)’로 지칭하며, 생물학적 방역이라는 새로운 공중보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인물로 주목했다.
중국발 AI·기술 혁신의 주인공, 량 원펑
량 원펑(Liang Wenfeng)은 중국의 기술 기업가이자 금융인 출신으로, 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설립자이다. 2025년 1월, 그는 기존 대형 AI 모델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이면서도 적은 자원으로 구동 가능한 언어 모델 ‘딥시크(DeepSeek)’를 공개해 글로벌 언론과 연구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이 성과는 미국 중심이었던 글로벌 AI 기술 경쟁 구도에 도전장을 내민 것으로, 기술 민주화와 AI 생태계의 다극화 가능성을 알리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졌다. 네이처는 그를 ‘기술 파괴자(Tech disruptor)’로 지칭했다.
세포 내 단백질 찌꺼기에서 새 면역 기전 찾아낸 생물학자, 이파트 메르블
이파트 메르블(Yifat Merbl)은 이스라엘의 생물학자로, 세포 내 단백질 분해 후 남는 조각(peptide
fragments)에 주목해 왔다. 그녀는 그동안 세포 쓰레기로 여겨졌던 이 조각들이 면역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했고, 이로써 면역학과 세포생물학의 고전적 관점을 뒤엎는 새로운 통찰을 제시했다. 네이처는 그녀를 ‘펩타이트 탐정(Peptide detective)’이라고 부르며, 보이지 않던 세포 내부의 신호를 과학적 사실로 드러낸 공로를 인정했다.
초개인 맞춤형 CRISPR 치료를 받은 최초의 영아, KJ 멀둔
KJ 멀둔(KJ Muldoon)은 생후 약 6개월 된 영아로, 2025년 세계 최초로 ‘초개인화 CRISPR 유전자 편집 치료(hyper-personalized gene-editing therapy)’를 받은 환자다. 그는 희귀 유전질환을 앓고 있었는데, 이 치료는 유전자 의학이 실험실 단위를 넘어 개별 환자의 특성에 맞춘 임상 현실로 들어왔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네이처는 그를 ‘선구적 아기(Trailblazing baby)’로 선정하며, 맞춤 유전자 치료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상징으로 삼았다.
Ⅲ. 과학의 지형 변화를 보여주는 2025의 흐름
2025년 Nature’s 10 명단에 드러난 인물들과 그 배경을 살펴보면, 학문적 발견이나 실험실 성과가 과학계의 핵심이었던 과거의 기준과는 다른 국면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은 과학이 사회적 책임, 공공보건, 생태계 보존, 기술 거버넌스, 인류 보편의 질병 치료, 글로벌 협력이라는 훨씬 넓은 지평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기술이 전문 지식을 넘어, 국가
정책과 산업 전략, 윤리적 판단과 시민 일상의 문제를 동시에 움직이는 복합적인 힘으로 작동한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과학과 정치의 갈등이 예상보다 깊고 더 직접적인 형태로 부상했다. 수잔 모나레즈
사례가 시사하는 것처럼, 과학과 정치·공공보건의 충돌 및 독립성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렇듯 미국의 공중보건 전문가들이 정치적 압박을 받는 사건은 더 이상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방역이나 보건정책을 집행하려는 전문가들과 정파적 요구를 우선하는 정치 행위자들 사이의 충돌은 앞으로도 더욱 잦아질 전망이다. 이는 과학적 사실이 정치적 논쟁의 한복판에서 얼마든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고, 공공 의사결정에서
일깨워준다.
과학 행정의 독립성과 책임성 확보 등 자율성 보장 방안 마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둘째, 연구 신뢰성과 출판 윤리에 관한 관심, 윤리 체계의 중요성이 폭발적으로 커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대형 출판사들의 자동화된 심사 시스템과 AI를 활용한 학술 생태계 변화 속에서, 연구자들은 ‘정확하고 투명한 논문’의 가치를 재확인했다. 조작된 이미지, 부정확한
데이터, 무리한 해석으로 구성된 논문들이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된 것이다. 많은 연구 기관이 내부 검증을 강화했고, 학술지는 좀 더 엄격한 재현성 기준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 책무와 투명성, 책임성에 기반한 연구 문화 재설계가 절실함을 나타낸다.
셋째, 대규모 과학 인프라 중심의 빅 사이언스(Big Science) 부활이 본격화하고 있다. 베라 루빈 천문대(Vera Rubin Observatory)의 첫 관측 데이터는 우주 기원 탐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기반이 되었고, 입자가속기, 심해 드릴링 시스템, 지구 규모 관측 네트워크와 같은 초대형 프로젝트가 다시금 과학계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는 단일 연구자가 해결할 수 없는 난제들이 점점 늘어나는 시대적 흐름을 반영하고 있으며, 국제 협력 구조의 확대, 장기적 투자와 공공의 이익 추구를 자연스럽게 불러오고 있다.
넷째, 의학과 생명공학의 개인화에 따른 윤리·정책 쟁점이 주요 이슈로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특히 유전자 의학과 희귀질환 치료는 실험적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현실적 대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크리스퍼 기반의 초개인화 치료(hyper-personalized CRISPR therapy)는 ‘소수 환자만을 위한 고비용 의학’이라는 평가에 갇혀 있었지만, 이제는 실제로 환자의 진행성 질환을 멈추고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유전자 치료 시대가 더는 미래의 약속이 아니라 임상 현장의 현재가 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과학이 지식 생산을 뛰어넘어 삶의 질과 생존, 사회 정의와 보건 형평성이라는 문제와 직결됨을 시사한다.
다섯째, 미래 사회의 기반이 될 AI 기술은 특정 국가나 소수 기업의 독점 구조에서 벗어나 ‘다극화와 민주화’ 국면으로 진입했다. 빠르게 발전한 오픈소스 AI 모델 덕분에 연구자와 중소기업, 심지어 개인 개발자도 초거대 모델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딥시크는 적은 자원으로도 강력한 언어 모델을 개발할 수 있으며 기술이 특정 대형 기업이나 국가에만 독점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강렬한 희망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이는 국가 간 기술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AI 개발과 규제, 거버넌스 체계, 윤리와 안전성, 데이터 접근성과 공공성 등과
같은 새로운 공동 과제를 불러온다. AI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강력해졌지만, 동시에 관리해야 할 위험 또한 매우 커졌다.
여섯째, 지구의 마지막 프런티어였던 심해와 우주에 대한 탐사가 다시 활기를 띠었다. 해저 열수 분출구와 극한 환경 생물, 태양계 외곽의 소행성·위성 탐사 등 오래된 질문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과학자들은 지구 생명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찾거나, 지구 온난화의 숨겨진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우주 방사선에 대한 새로운 보호 기술을 탐색하는 등 장기적 연구 목표를 구체화했다.
종합해 보면, 2025년의 과학은 기술 혁신보다 더욱 포괄적인 차원, 즉 사회적 신뢰, 민주적 의사결정, 국가 전략, 국제 협력 구조 등을 움직이는 동력으로 재부상했다. 과학의 지형이
Ⅳ. 한국 과학정책과 거버넌스에 던지는 메시지
‘실험실 안’에서 ‘사회 전체’로, ‘전문가 중심’에서 ‘공공 중심’으로, ‘성과 중심’에서 ‘책임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연구실의 성과는 결국 사람의 삶과 공공의 미래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었고, 과학의 책임과 영향력은 그 어느 때보다 확대되었다.
2025년 Nature’s 10이 제시한 변화는 한국에도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첫째, 과학 행정의 독립성과 책임성이 확보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 과학계는 기술 투자와 연구 성과 중심의 경쟁 체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사회적 신뢰와 공공성, 지속 가능한 혁신 체계를 갖추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 무엇보다 공중보건 분야의 과학적 의사결정은 정치와 명확하게 분리될 필요가 있다. 감염병 대응, 백신 정책, 환경보건 문제는 과학적 데이터가 중심이 되어야 하며, 단기적 정치 판단이나 여론의 압력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중장기적 국가 전략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독립적 보건 의사결정 체계와 전문가 권한을 강화하는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과 연구 기관의 성과 중심 평가 방식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논문 숫자와 영향력 지수에 기반한 기존의 평가 모델은 연구자에게 과도한 경쟁을 요구하고, 질보다는 양을 중시하도록 유도해 왔다. 2025년 세계 과학계의 흐름이 보여주듯, 연구의 신뢰와 재현성, 사회적 기여도와 윤리 준수는 단순한 ‘좋은 덕목’이 아니라 과학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대학은 논문 리트랙션 통합 데이터베이스 구축, 장기 기여와 재현 가능성, 데이터 공유와 투명성, 초기 연구자 보호 장치 등을 포함한 평가 체계로의 전환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우주, 해양, 감염병 감시, 생태계 모니터링 등 대형 과학 인프라와 공공 데이터 인프라 등 국가 전략 인프라에 대한 장기적 투자와 개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초대형
장비나 국가 차원의 관측 네트워크는 단기간의 성과가 나오지 않겠지만, 미래 위험을 대비하고 국제 과학 협력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한국은 연구자 개인의
성과가 아닌 국가 과학 역량을 키우는 장기 로드맵을 구축해야 하고, 연구자와 시민 모두에게 데이터 접근성과 참여 기회를 보장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넷째, 맞춤의학, 바이오 데이터, 희귀질환 치료에 대한 제도 정비를 통해 AI·바이오 기술 시대의 공공성, 윤리, 데이터 거버넌스를 강화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오픈소스 AI 모델이 확산되고, 유전자 치료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상황에서 한국 사회도 개인 정보 보호, 알고리즘 투명성, 생명과학 연구 윤리, 공공 데이터 인프라 관리 등 복합적이고 복잡한 쟁점들을 종합적으로 다룰 규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다섯째, AI 및 기술 자본 중심의 치열한 과학 경쟁 속에서 공공성과 형평성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민간 대형 AI 기업과 국가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운데, 공공 목적의 AI 인프라 구축, 오픈소스 LLM 개발, 고등교육 및 연구에서의 윤리·책임 기준 마련
Ⅴ. 결론: 과학은 더 이상 실험실 안의 성과가 아니다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확립 등은 한국 과학계가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Nature’s 10(2025)은 과학이 연구 성과를 뛰어넘어 사회적 신뢰, 거버넌스, 국가 전략을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다. 즉 단순히 ‘올해의 뛰어난 연구자 목록’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학이 지금 어디에 서 있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 과학이 어떻게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고,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키며, 어떻게 시민의 안전을 도모하고 생명을 보호하는 기반이 될 수 있는지를 말해 준다. 여기에는 우주를 향한 도전, 바닷속 미지의 세계 탐험, 생명을 살리는 의료 혁신, 지구 생태계 보존, 공공보건과 글로벌 협력, 기술 경쟁과 민주화, 연구 윤리와 책임 등 과학이 인간 사회와 맺고 있는 복잡하고도 필수적인 연결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한국은 과학기술, 보건, 교육, 정책 분야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다. 하지만 변화하는 과학계가 제시하는 시사점과 함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연구 성과’가 늘어나도 ‘사회적 신뢰’는 줄어드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 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다루는 사회가 더 강한 모습으로 도약할 수 있고, 이를 위해 과학 거버넌스의 재설계, 공공성 확보, 투명성 강화, 지속 가능한 인프라 투자 등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만들어가야 할 시점이다.
인물
국적 / 활동 국가
수잔 모나레즈 Susan Monarez
미국
아찰 아그라왈 Achal Agrawal
인도
토니 타이슨 Tony Tyson
미국
남아프라카 공화국
프레셔스 맛소소 Precious Matsoso
사라 타브리지 Sarah Tabrizi
영국
멍란 두 Mengran Du
중국
루시아누 모레이라 Luciano Moreira
브라질
량 원펑 Liang Wenfeng
중국
이파트 메르블 Yifat Merbl
이스라엘
KJ 멀둔 KJ Muldoon
미국
2025년 Nature’s 10: 주요 활동과 역할
소속 (2025년 기준)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공중보건의 과학적 근거 기반 정책을 and Prevention (미 CDC) 국장으로 임명되었다가 해임됨
인도 대학 시스템 관련 데이터/연구 분석가
University of California, Davis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물리학자
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 (프리토리아 근무), 공중보건 책임자 / 협상가
University College London (런던대 UCL), 신경과 연구자
Chinese Academy of Sciences Institute of Deep‑sea Science and Engineering (중국과학원 심해과학·공학 연구소, 산야)
Oswaldo Cruz Foundation (브라질 오스왈도 크루즈 재단, 벨루오리존치), 농업·보건 연구자
DeepSeek (AI 스타트업 / 개발사), 창업자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이스라엘 와이츠만 과학연구소, 레호보트), 시스템 생물학자 / 면역학 연구자
소아 환자 (2025년 당시 약 6개월 아기)
Nature가 주목한 2025년의 활동 / 역할
옹호하다가, 정치적 압박으로 해임되면서, ‘공중보건과 과학의 독립성’ 상징으로 부각됨
인도 대학들의 높은 논문 철회 비율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며, 연구 윤리 문제를 고발하고, 인도 고등교육기관에 대한 순위매김 방식 등 제도적 변화를 촉구함
2025년 칠레에 개관한 베라 루빈 천문대의 핵심 설계자로, 30여 년 구상해 온 대형 망원경 프로젝트를 실현함. 디지털 카메라 기술 발전에 기여했고, 우주 관측의 새 시대를 연 인물로 주목됨
다수의 국가와 국제기구를 잇는 협상을 진행해 2025년 세계 최초의 글로벌 팬데믹 대응 조약 체결을 주도함. 과학, 정책, 국제 보건 안건을 연결한 핵심 인물로 평가됨
유전성 뇌 질환인 헌팅턴병 치료방법 연구를 주도함. 2025년 병의 진행을 늦추는 유의미한 임상 결과 보고를 제시해 난치병 치료의 새 전기를 마련한 의료 과학자로 평가됨
심해 탐사 잠수정을 타고 수심 약 9,000미터 아래로 내려가 지구에서 가장 깊은 동물 생태계 중 하나를 관측했음. ‘심해 생명 탐험’이라는 과학적·탐험적 가치로 주목됨
‘모기 공장’을 세워, 병원성 병원체 전달 능력이 약화된 감염 모기를 대량 사육·방출해 모기 매개 질병 퇴치를 위한 생물학적 방역 연구를 주도함. 과학과 공공보건 실천의 대표 사례로 평가됨
2025년 1월, 리소스를 크게 줄인 대형 언어모델 딥시크(DeepSeek)를 공개함. 일부 최첨단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이면서도, 훨씬 적은 계산 자원으로 구현 가능함. 이를 통해 ‘AI 기술 민주화’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과학·기술 생태계의 큰 주목을 받음
세포 내 ‘단백질 분해 및 재활용 기관(proteasome)’을 연구하던 중, 세포 내 폐기물로 여겨졌던 조각이 항균 펩타이드로 작용할 수 있음을 발견함. 면역 체계의 새로운 면을 밝힌 기여로 대중·학계 모두의 주목을 받음
세계 최초의 ‘하이퍼-개인화 유전자 편집 치료’를 받은 아기로, 희귀 단백질 대사 질환에서 치료 효과를 보인 사례임. 유전자 치료 가능성과 윤리적 논의를 동시에 불러온 상징적 인물로 선정됨
네이처 선정, 2026년을 이끌 ‘주목할 인물들’
네이처는 이번 Nature’s 10과 함께, 2026년 과학의 흐름을 좌우할 ‘주목할 인물(ones to watch 2026)’도 별도로 제시했다. 달 주변을 비행하는 유인 탐사 임무인 아르테미스 II(Artemis II)를 지휘할 나사(NASA) 사령관 리드 와이즈먼(Reid Wiseman, Mission commander, Artemis II, NASA), 악성 뇌종양을 표적으로 하는 면역항암요법을 임상 단계로
끌어올린 호주 종양학자 조지나 롱(Georgina Long, Medical oncologist), 세네갈 다카르 파스퇴르연구소(Pasteur Institute of Dakar)에서 아프리카 대륙의 백신 자급화를 추진 중인 바이러스학자 아마두 살(Amadou Sall, Virologist, Pasteur Institute of
Dakar)이 명단에 포함되었다. 또한 윤리적으로 수집된 이미지 데이터셋을 활용해 편향을 줄인 AI 모델 학습이 가능함을 보여준 소니 AI 글로벌
거버넌스 책임자 앨리스 샹(Alice Xiang, Global head of AI governance, Sony AI, Seattle, Washington), 미국 조지아주 디케이터(Decatur
Georgia)를 거점으로 과학자·시민 네트워크를 조직해 ‘과학을 위한 행동(Stand Up for Science)’을 이끄는 콜레트 델라왈라(Colette Delawalla, Chief executive and founder, Stand Up for Science)도 함께 선정되었다. 네이처는 이들을 통해, 2026년 과학이 우주 탐사와 첨단의학을 넘어 백신 주권, AI 윤리, 과학 공동체에 대한 정치적 압력에 대응하는 시민사회 운동까지 아우르며, 실험실 밖의 정치·경제·사회 영역 전반과 더욱 밀접하게 결합해 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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