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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 202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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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소셜(post-social) 사회와 과학 소통

작성자 | 허경호(한국과학창의재단) 편집 | 정책기획실 발행 | 한국과학창의재단

01 2025. 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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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소셜(post-social)

사회와 과학 소통1)

디지털 혁명이 추동하는 ‘신문명 시대’

• 최근 디지털 기술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인터넷 기술 등과 접목하면서, 우리는 소통 혁명과 여기서 비롯된 새로운 문명사적 전환기를 목도하고 있음 • 소통 혁명은 개방성과 참여성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싹을 틔웠으며 급기야 최근에는 인공지능이 소통의 주체로 등장하면서 가속화되고 있음

허경호 책임연구원, 과학사회학 박사

• 소통의 사회적 의미와 기능은 위르겐 하버마스Jurgen Habermas의 의사소통행위론, 니클라스 루만Niklas Luhmann의 ‘사회는 의사소통 체계’라는 정언을 통해서 그 중요성을 거듭 확인할 수 있음(김문조, 1990: 85-104; 이철, 2017:171-210) • 미래학자이자 사회학자인 김문조는 장구한 기간과 포괄적 소재를 아우르는 문명사적 관점2)에서 현대 사회 변화를 연구했으며(김문조, 2013), 아래 <그림 1>은 그가 주류적 지식의 계기별·시기별 동향을 축약한 형태로 보여주고 있음

신앙혁명 (일신교)

고대 사회

지구학 Terrestrialogy

사상혁명 (계몽주의)

기술혁명

중세 ‘사회

근대 사회

신학 Theology

인간학 Humanities

[그림] 주류적 지식체의 계기별·시기별 동향(출처: 김문조, 2022)

소통혁명

현대 사회

미래 사회

기술학 Technology

융합학 Convergentology

• 새로운 양상으로 등장한 신문명 시대의 성격과 동학dynamics을 규명하기 위해 사회과학계 일각에서 ‘포스트- 소셜post-social 사회론’에 대한 정립이 요구되고 있음(Lash, 2001; Knorr-Certina, 1997; 김홍중, 2022: 18-22)

1  이 글은 2024년 과학기술문화 동향조사연구의 일환으로 진행된 고려대 김문조 명예교수 강연과 인터뷰, 전문가 패널 토론, 핵심 논문(김문조, 2022) 등을 참고해 저자가 재구성한 내용임

2  시간대를 크게 확장한 초(超)장기적 시각에서 사회동학을 연구한 오스발트 슈펭글러(Oswald Spengler)나 아놀드 토인비(Arnold J. Toynbee)와 같은 학자가 문명사가에 속하며, 최근에는 ③특이점이 온다(2007)④의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③호모 데우스(2017)④의 유발 하라리(Yuval N. Harari)와 같이 과거 행적보다 향후의 진로에 비중을 더한 전망적 문명론이 각광받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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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소셜 사회’의 3대 메가-트렌드(mega-trend)

• 현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 메가-트렌드라고 하는 핵심적 동학key dynamics을 분석하는 것이 때로는 유용함. ‘포스트-소셜 사회’ 분석을 위해서 ‘탈산업 지식정보사회’라는 사회적 준거에서 비롯된 탈실재화, 탈인간화, 탈진실화라는 3대 메가-트렌드를 상정해 볼 수 있음

① 탈실재화 | 가상현실의 등장으로 실제 현실의 독점적 지위가 상실되고 복수적 현실이 상존하는 혼성현실 출현. 결국 하나의 실재에 대한 관념과 믿음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남 ② 탈인간화 | 현생 인류가 독점해 온 지적 능력을 초월한 지능형 비인간 등장. 인간-비인간 복합체가 세상 주역이 되는 포스트-휴먼 시대로 돌입함

③ 탈진실화 | 객관적 사실의 중요성이 퇴색하고, 올바름을 지키고자 하는 신념이 퇴화. 비인지적 외연이 중요해지는 탈진정성, 결국 외양이 내면을 향도하며 전시성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 초래됨

‘포스트-소셜 사회’에 남은 문제와 숙제

• 메가-트렌드가 일종의 외현적 분석이라면, 이와 함께 우리 사회 내면에 남긴 문제와 숙제는 또 다른 고찰이 필요함 • 포스트-소셜 사회의 문제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통괄하는 4개 권역인 사회권, 인간권, 생명권, 의식권에서 각각 살펴볼 필요가 있음

① 사회권 | 실제와 가상이 혼합되고, 인간과 비인간이 복합되는 등 사회권은 복잡성이 가중될 것임. 혼돈 극복을 위해 엔트로픽 축소Negative Entropy: Negentropy를 위한 노력과 함께 소산적 질서가 확대될 것임 ② 인간권 | 인간-비인간 복합체 출연은 인간 정체성 위기를 초래할 것이며, 인간 개념의 재규정이 시도될 것임 ③ 생명권 | 폴 너스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다섯 가지 생명의 정의를 제시함. 네 개는 유기체적 생명체, 한 개는 정보로서 생명임. 합성 생물학에서 정보로 생명체로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커지고 있어 비유기체적 생명체 탄생이 촉발될 것임

④ 의식권 | 현실원리의 퇴조가 발생하고, 가상 세계와 같은 환상원리가 현실 세계와 동일 하게 받아들여질 것임. 네비게이션의 지도와 실제 차창 밖 세상을 동일한 것으로 보는 것처럼 환상을 실제로 인식해야 함

• 앞에 4개 권역에서 살펴본 사회 문제와 지적 대응 방안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표1>과 관련 논문에서 확인해 볼 수 있음. 결과적으로 모든 대안이 포함하고 있는 공통된 핵심 사항은 새로운 사회적 주체(비인간)를 수용하고 함께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임 • 결국 미래 사회를 구성하는 네트워크의 요소node가 인간인지 아닌지가 중요하지 않고 연결link이 중요한 시대이며, 소통 역시 인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탈인간주의’를 진심으로 수용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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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 사회권(Socio-sphere) 인간권(Homo-shpere) 생명권(Bio-sphpere 의식권(Psycho-sphere) 종합

‘탈인간주의 & 탈진실’ 시대의 과학 소통

사회 문제 파국적 혼란 정체성 위기 정보적 생명체의 태동 현실원리의 쇠퇴 현존 사회질서의 와해

[표1] 포스트-소셜 시대의 난제와 대응(출처: 김문조, 2022: 재구성)

대응 방안 네겐트로피* 전략의 창출 인간 개념의 재정립 유기체적 생명관의 탈피 대안적 생활원리의 탐색 새로운 사회체계의 구현

* 네겐트로피(Negentropy) | Negative Entropy의 합성어로 엔트로피 축소의 의미함

• 언론학자 마셜 매클루언Marshall McLuhan은 1967년에 “미디어는 메시지다”라는 언명을 통해서 이미 인간과 비인간(미디어)이 함께 만들어 낸 ‘만유 소통의 시대’를 예견함 • 현대 미디어는 전통적 의미의 TV뿐만 아니라 연예 기획사도 포함해야 할 정도로 다양한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음. 진정 미디어가 메시지 전달만 하는 게 아니라 메시지를 만들어 직접 소통하는 시대가 도래함. 미디어의 의인화personify로 가속되고 있는 ‘소통 혁명’은, 인간 대 비인간의 보편적 소통universal communication 시대를 열고 있음

• 한편 탈진실, 탈사실주의 유행으로 1990년대 실비오 펀토위치Silvio Funtowicz와 제롬 라베츠Jerome R. Ravetz가 제안한 포스트-노멀 사이언스post-normal science, PNS가 학계에 다시 소환되고 있음. 포스트-소셜 사회가 되면 가짜 과학과 같은 사회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어, PNS에 근거한 과학 소통이 ‘문제 해결형 전략’a problem-solving strategy으로 재조명받고 있음 • 노멀 사이언스가 쿤의 이론에서 출발한 전문지식의 영역이라면, PNS는 비전문 영역의 지식이며 과학기술계 정설이 아닌 외부 여건)에 좌우되는 사회 맥락적 지식을 의미함

구분 대상 변칙과 위기의 진원

쿤의 ‘정상과학’ 학술적 지식으로서의 과학기술 과학기술계 내부: 내생적(Endogenous) 접근 과학기술계 외부: 외생적(Exogenous) 접근

[표2] 쿤의 ‘정상과학’과 ‘포스트-정상과학’ 비교(출처: 김문조, 2024, 강연자료)

PNS 정책적 소재(사회적 쟁점으)로서의 과학기술

• 안면도 핵처리시설 건립 문제 등 국내외 다양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과학 소통은 이미 사실 확인이라는 기존 쟁점을 넘어 PNS가 더 중요한 시대에 와 있고, 이에 정부와 학계가 모두가 체계적인 대응 방안 준비에 노력해야 함

3  외부 여건은 ① 사실의 불확실성 ② 가치의 논쟁 가능성 ③ 사안의 중대성 ④ 결정의 시급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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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토론과 합류적 결론: 과학 소통의 미래

• ‘포스트-노멀 사이언스’를 고려한 과학은, 기존 과학기술 전문가뿐만 아니라 인문사회과학, 시민과학 등 다양한 전문가가 참여한 ‘확장된 전문가 집단’Extended Peer Community이 필요로 함. 이곳에서 과학기술과 사회 소통 전략을 설계하고 과학기술 이슈와 관련된 익스텐디드 팩트extended fact 또는 내러티브narrative를 상정해야 함 * 미국 NSF Centre of Advancing Research Impact in Society, EU framework Joint Research Centre, 중국 CAST 과학대중화연구소, 그리고 네덜란드 National expert center for science and society 등 주요국에서 유사한 기관을 운영 중임 • 50-60년대 한 때 풍미했던 기술 결정론이 최근 빠른 기술 발전 속도로 다시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음. 피케티Thomas Piketty는 20세기 자본주의는 아주 특별한 시기이며, 21세기는 자본의 세습과 신기술이 부를 독점하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함. 과학기술인사회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사회와 소통함으로써, 시민의 기술 소외를 해소하고 민주적 과학기술정책에 국민의 지지를 확보해야 함

• 과학 소통에 참여하는 주체가 과학자뿐만 아니라 기업인과 일반 시민, 학생까지 다양해지고 있음. 이 중 저명한 과학자가 지속적으로 사회와 소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연구자들이 기술개발과 동시에 사회적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도록 정부 지원이 필요함 • ‘포스트-소셜 사회’의 소통은 과거 <인간, 현실, 진실>이라는 프레임에서 <인공지능, 가상, 서사>로 바뀔 것임. 또한 미래 소통의 유형은 ‘멀티 모달’multimordal이 핵심이 될 것임. 라스베가스 스피어는 이를 가장 잘 보여주고 있음. 과학 소통도 형태와 방법 측면에서 이러한 변화를 대비하고, 선도 그룹은 항상 실험적인 태도를 겸비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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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김문조. 1990. “하버마스의 의사소통행위론.”「사회비평」 4: 85-104 김문조. 2013. 「융합문명론: 분석의 시대에서 종합의 시대로」. 나남.

김문조. 2022. “포스트소셜 사회론 서설: 미래 사회의 조망, 난제 및 지적 대응.” 「사회와이론」 42: 7-40 김문조. 2024. “디지털 혁명과 미래사회 & 탈정상과학론”, 포괄적 과학문화기획을 위한 전문가 발표 자료 김홍중. 2022. “플랫폼의 사회이론: 플랫폼 자본주의와 알고리즘 통치성을 중심으로.” 「사회와이론」 41: 7-48. 이철. 2017. “니클라스 루만의 체계이론적 세계사회 분석: 소통으로서의 사회적인 것과 소통의 총체로서의 사회.” 「사회와 이론」 30: 171-210 허경호. 2024. 「2024 과학문화동향 발제·대화집」 한국과학창의재단 Lash, Scott. 2001. “Technological Forms of Life.” Theory, Culture & Society 18(1): 105-120. Knorr-Cetina, Karin. 1997. “Sociality with Objects: Social Relations in Postsocial Knowledge Societies.” Theory, Culture & Society 14(4):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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