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열린만화포럼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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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열린만화포럼은 작가, 독자, 연구자를 모두 포함하는 만화에 관심 있는 모두를 위한 연구를 지향 합니다. 우리 만화의 기틀을 살펴보는 공동연구, 최신의 흐름과 변화, 아직까지 미처 발견하지 못 한 부분을 찾아보는 개인연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연구를 통해 우리 만화의 미래지향 적 가치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만화문화연구소는 만화를 보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동시에 만화 경험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일환으로 준비한 연구들 역시 만화를 읽고 느끼는 경험보다 독자를 넘어 우리 사회와 호응하는 만화 문화를 찾아내고 발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올해의 공동연구는 우리 만화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여성 만화가들의 계보를 짚어보고, 순 정만화-로맨스-로맨스 판타지로 이어지는 ‘메인스트림’의 변화를 통해 여성만화의 주된 정체성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2015년 이후 본격적으로 소비 주체로서의 여성에 집중하며 발전한 ‘페 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여성만화가 가지는 변화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우리나라 만화의 전체적인 흐름에서 ‘여성만화’가 가지는 의의를 찾아보고자 했습니다.
연구에는 박인하, 홍난지, 최윤주 평론가가 공동연구를 맡았습니다. 책으로 읽던 만화가 모니터 로, 다시 스마트폰으로 이식되는 시간을 거치면서 변한 건 단순히 만화가 실리는 매체의 방식만 이 아닙니다. 군사독재에서 민주화로, 민주화를 넘어 다양성의 시대로 변하는 시대의 요구가 만 화 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내어온 집단인 여 성들의 목소리가 만화에서 어떻게 파장을 일으켰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가졌다는 점에서 이번 연 구는 의미가 있습니다.
개인연구는 ‘연구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제안된 아이디어 수상작들 중 논의를 통해 연구 실정에 맞춰 수정을 거쳐 진행했는데, 독자와 작가들이 궁금해하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바 라며 준비했습니다. ‘첫 댓글의 중요성’이라는 관용구가 쓰일 만큼 처음 달리는 댓글은 중요하다
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리보기가 있는 웹툰에서 소위 ‘선발대’는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 보고자 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정아윤 연구자가 직접 연구했고, 배리어프리 웹툰을 위한 노력에서 색약 독자들에게 곤란은 없는지, 알고리즘으로 해소할 수 있을지를 색약 독자들에게 직접 묻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또, 2024 만화산업백서 기준으로 네이버웹툰-카카오페이지-네이버 시 리즈에 이어 4대 웹툰 감상처로 떠오른 인스타그램에서 연재하는 인스타툰 작가들을 직접 만나 수익구조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리고 인스타툰이 지속 가능한지를 물었습니다.
개인연구에는 소장인 저를 포함해 정아윤 연구자, 성인수 작가가 개인연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독자와의 상호작용의 첫 시작인 댓글과 적극적 참여 독자를 가르는 유료 감상이 어떻게 호응하는 지 살펴보는 것은 오직 플랫폼만이 알고 있습니다. 베일에 싸인 독자의 움직임을 포착하고자 하 는 시도는 독자와 작가에게는 물론이고 객관적 시각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연구에도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시각매체에서 배경음악을 활용하는 등 복합매체로 진화중인 웹툰에서 기존의 독 자인 색약자들은 어떻게 웹툰을 감상하는지는 그동안 시각매체라는 이유로 잘 다뤄지지 않은 만 화 감상에서 배제된 독자들의 감상을 파악하는 시도입니다. 인스타툰은 작가들과 독자들 모두가 관심이 있는 분야로, 그동안 지속적인 관심은 있었지만 내재적인 스토리텔링과 연출을 제외하면 연구가 없었습니다. 그만큼 인스타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연구 자체가 첫 시도인 만큼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화 감상의 시작은 읽는 것이지만, 만화 감상은 그보다 훨씬 멀리 확장될 수 있습니다. 만화문화 연구소와 열린만화포럼 뿐 아니라 오늘의 우리 만화 선정위원회 운영, 이달의 출판만화 및 올해의 출판만화 선정을 통해 만화 ‘문화’를 연구하고 확장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연구에 참여 하고 고민하는 연구자들뿐 아니라, 작가와 독자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신다면 앞으로 도 궁금하지만 직접 알아보기 힘든 만화 문화의 이면들을 직접 찾아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이재민 만화문화연구소장
열린만화포럼 자료집
개인연구
목차
웹툰 선발대 연구 … 008p
정아윤
색약 독자의 웹툰 감상 경험 … 048p
이재민
인스타툰 작가들의 수익구조 사례분석 … 060p
성인수, 이재민
공동연구
한국여성만화사 연구 : 2000년대 이후 여성만화가, 작품, 독자의 특성을 중심으로 '여성 만화'의 계보적 탐생: 너머, 넘어 … 074p
박인하
메인스트림 여성 만화의 정체성, 순정과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 100p
홍난지
그 남자는 어떻게 여자의 얼굴을 하게 되었을까 … 118p : 단편집을 통해 본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여성 만화
최윤주
Ⅰ. 서론 1-1. 연구 배경 및 목적
[개인연구 1]
웹툰 선발대 연구
정아윤
등장 이래 꾸준히 성장하여 독자적인 입지를 다진 웹툰은 이제 ‘k-웹툰’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킬 정도로 한국만화를 대표하는 얼굴이 되었다. 용어가 정립되기 이전엔 ‘디지털 만화’나 ‘스크롤 만 화’와 같은 이름으로 불렸던 웹툰의 이름이 오늘날 이것으로 확립된 이유는 웹툰의 탄생과 성장 이 모두 웹(web)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1 다시 말해 인쇄 매체를 기반으로 둔 과거의 출판만화와는 달리, 웹툰이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미디어의 측면을 갖고 있음을 고 려하는 것이 웹툰 연구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요소라는 뜻이다.
온라인 미디어가 기존의 오프라인 미디어와 구분되는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댓글과 게시판 등을 통 해 구현된 실시간의 쌍방향적 의견 교류를 가능케 한 토론 공간의 제공을 들 수 있다.2 인터넷과 스 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생활 전반을 담당하는 많은 것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거나 아예 온라인으로 거처를 옮겨갔다. 이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자 반응, 여론을 지각하는 도구로 댓 글을 차용하고 있다. 정위, 최동혁의 분석3에 따르면 댓글은 웹툰 연구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자 리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적극적인 참여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1 박인하, 「한국 웹툰의 변별적 특성연구」, 『애니메이션 연구』 11권 3호, 한국애니메이션학회, 2015, p.82-97.
2 정일권·김명석, 「온라인 미디어에서의 댓글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 여론동향 지각과 제3자 효과를 중심으로」, 『한국언론학보』 50권 4호, 한국언론학회, 2006, p.303.
3 정위·최동혁, 「의미연결망 분석을 이용한 웹툰의 연구 동향 분석」, 『만화애니메이션 연구』 통권 59호,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2020, p.255-280.
한편, 댓글란을 제공하지 않는 일부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웹툰은 댓글과 함께 서비스되고 있다. 이는 일반적인 포털 사이트를 포함하여 아마추어 작품 게시판, 독립 플랫폼, SNS 등 모든 상황에 해당한다. 독자는 댓글을 통해 실시간으로 작품과 작가에게 반응을 남기고 댓글 게시판 내에서 독자끼리 활발히 의견을 주고받는다. 서인숙은 인터넷 소설 독자의 댓글을 분석함으로써 독자의 영향력을 확인하였는데, 이때 그가 주목한 것은 인터넷 매체에서 독자가 가시성을 갖는다 는 점이었다.4 독자의 이러한 가시성은 과거 인쇄 매체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특징으로 인터넷 소설을 웹에서 연재되는 콘텐츠로 치환했을 때 웹툰 콘텐츠에도 동일하게 적용이 가능하며 웹툰 독자의 반응을 직접 살피는 일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한다.
추가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댓글의 소비가 순행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작품을 읽지 않고 단 순히 초반 순위권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나 본편의 맥락과는 상관없는 내용을 무분별하게 남기는 경우를 제외하면 댓글은 모두 작품 감상을 마친 후에 이용된다. 댓글은 크게는 작품별로, 작게는 회차별로 구분되어 하나의 공통 주제(작품 또는 해당 회차의 내용)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즉, 웹 툰 댓글란은 상품(작품)을 소비한 소비자(독자)들이 후기를 남기는 공간이다. 와타누키 레이코는 웹툰 댓글란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은 작품 콘텐츠를 소비한 소비자들이 의견을 교환하는 것 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들이 공유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가 다른 소비자들의 소비에 큰 영
향을 끼치는 마케팅 3.0 시대의 전형적인 현상이라고 하였다.5
이와 같은 관점을 참고하여 본고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선발대’의 댓글이다. 웹툰 1화의 댓 글 중에는 앞으로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여 해당 작품의 소비를 권유 또는 만류하는 내용의 베 스트 댓글을 확인할 수 있다. 베스트 댓글은 많은 사람의 추천을 받아 일반 댓글과는 달리 구분 된다. 이러한 베스트 댓글은 댓글란 상단에 위치하여 일반 댓글에 비해 많은 사용자들의 주의 (attention)를 획득하고 더 큰 동조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6 그러므로 웹툰 1화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선발대의 댓글은 소비에 유의미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와 관련한 연구는
4 서인숙, 「인터넷 소설의 독자 댓글 연구」, 동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5 Watanuki Reiko, 「이용자간 상호작용성이 네이버 웹툰 이용의사에 미치는 영향 : 베스트댓글과 일반댓글의 효과 비교」, 연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5.
6 문광수·김슬·오세진, 「베스트 댓글의 방향성이 일반댓글의 동조효과에 미치는 영향」,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3권 12호, 한국콘텐츠학회, 2013, p.203.
찾을 수 없었다. 기존의 댓글 연구는 이용 동기와 만족도 조사, 흥행 요인 분석에 집중한 것이 대 부분이었고 일반 댓글과 베스트 댓글의 차이를 구분하는 연구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다른 콘텐츠와 달리 웹툰은 주간 연재를 기본으로 비교적 장기간 연재를 이어간다는 특징을 갖는 다. 따라서 웹툰 연재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연재 중 독자의 이탈을 막는 것이다. 2020년 대에 들어 폭발적으로 증가한 작품의 수만큼 소비자가 선택 폭은 넓어졌다. 대체할 작품이 넘쳐 나는 지금, 독자의 유입이 최초로 이루어지는 공간인 동시에 작품을 지속하여 소비할지, 중단할 지가 처음 결정되는 공간으로서 1화는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따라서 본 연구는 상품 후기의 성 격을 강하게 띠는 ‘선발대’의 댓글을 중심으로 1화의 베스트 댓글이 독자의 지속적인 소비 여부에 1화의 베스트 댓글이 독자의 지속적인 소비 여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살피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살피고, 나아가 ‘선발대’의 정의를 내리는 시도를 통해 학술적 ‘선발대’의 정의를 내리는 시도를 통해 학술적
1-2. 연구 문제 및 방법
으로 규명된 적 없던 독자 문화를 탐구하는 데에 의의를 둔다 으로 규명된 적 없던 독자 문화를 탐구하는 데에 의의를 둔다.
본 연구는 웹툰 댓글란이 작가와 독자, 독자와 독자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일종의 커 뮤니티이고 이러한 독자 간의 상호작용은 상품(작품)을 소비한 소비자(독자)의 후기가 서로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 마케팅 3.0 시대의 전형적인 현상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댓글 이용자들은 직접 댓글을 작성하지는 않아도 댓글 내 기능을 사용하여 간접적으로나마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 다. 이렇게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어 베스트 댓글이 된 댓글은 다수의 의견을 대표한다고 봐도 무 방하다. 이에 연구자는 웹툰 1화의 베스트 댓글 중에서 산발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선발대’의 댓 글이 후기성 정보를 주로 담고 있는 점에 집중하여 그것의 구체적인 영향력을 밝히고자 한다.
연구에 앞서 가장 먼저 ‘선발대’의 정의를 내릴 필요가 있다. 선발대의 댓글은 이제 막 유입된 독 자보다 먼저 작품을 감상한 과거의 독자가 남긴 것으로 구자준의 연구에서 용어의 언급7을 확인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언급에 그쳤을 뿐 본 연구에서 그대로 차용하기엔 부족하므로 다
7 구자준, 「네이버 별점 하위권 웹툰의 베스트 댓글 연구」, 『민족문화연구』 99호,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23, p.574. 구자준은 1화에서 “막 작품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자처”하는 댓글이 “스스로를 ‘선발대’로 표현하기도 한다”고 설명하였다.
음과 같이 연구 문제를 설정하여 용어를 탐구하는 과정을 포함하였다.
연구 문제 1. ‘선발대’ 댓글의 정의와 특성은 무엇인가? 연구 문제 2. ‘선발대’ 댓글은 독자들에게 어떻게 유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한 회차의 별점 참여자 수와 댓글 개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직접 댓글을 쓰는 사람은 작 품을 이용한 사람보다 현저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보다 많은 표본 수집을 위하여 웹 툰 이용자의 주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84.0%)’과 ‘카카오 페이지(32.0%)’8 두 플랫폼을 조사 대 상으로 삼았다. 같은 조사에서 웹툰 이용자들이 웹툰 이용 시 가장 많이 고려하는 것은 인기순으 로 나타났으며, 순위권 작품일수록 보다 많은 반응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여 플랫폼별 약 100작품을 인기순으로 확인하였다. 이렇게 수집한 1화의 베스트 댓글을 분석하여 ‘선발대’의 정 의와 특징을 정리한 뒤, 분석 결과와 작품의 메타 데이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추가 분석 대 상을 선정하고 초반 회차의 댓글을 통해 독자 반응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핀다. 마지막으로 선 발대 댓글이 연독에 미치는 영향력을 중심으로 독자 대상 인터뷰를 진행하여 댓글로 살핀 변화
Ⅱ. ‘선발대’ 댓글의 정의와 특징 2-1. 댓글 수집 범위
추이 분석과의 비교를 통해 최종적으로 연구 결과를 도출한다.
네이버 웹툰은 요일별 분류를 기본으로 제공하므로, 요일 전체 웹툰을 인기순으로 정렬하여 월요 웹툰부터 일요 웹툰 순으로 상위 15작품씩 총 105작품을 살펴보았다. 수집 당시 작가의 근황을 묻는 기획 웹툰 <2024 근황검진>이 연재되고 있었는데 수집 범위 내에 집계되었지만 이벤트성 이 짙은 작품인 관계로 본고의 연구 취지와는 맞지 않아 연구 대상에서는 제외하였다. 또한, 주 2 회 이상 연재되는 작품이 중복으로 15위 내에 들었을 경우 월-일 순으로 앞선 요일에서만 1회 집 계하여 작품의 중복을 피하였다.(예를 들어, 쌉초 작가의 <쌉초의 난>은 연재 요일인 수요일과 토 요일 모두 순위권에 있었으나 수요일에서 한 번만 집계하였다.) 카카오 페이지에서는 요일별 구
8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2023, p.29.
분 없이 실시간 랭킹 Top 300을 제공하므로 해당 정렬을 기준으로 상위 100작품을 살펴보았다.
베스트 댓글 수집 대상이 되는 ‘1화’는 가장 처음 업로드된 회차를 의미한다. 몇몇 작품은 ‘0화’, ‘프 롤로그’, ‘예고편’과 같은 제목의 회차가 통상적인 1화 전에 업로드되었으나 예외를 두지 않고 모두 똑같은 기준을 적용하였다. 카카오 페이지에서는 일부 작품에 한해 동영상 트레일러를 제공하기도 했는데 모바일에서만 열람이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었으므로 업로드 시기와 관계없이 연구 대상에 서 제외하였다. 후술할 전체 순위와 1화의 베스트 댓글은 2024년 7월 18일에 수집되었으며, 이렇 게 선정된 수집 대상 작품 리스트는 [표 1]과 같다.
<뷰티풀 군바리>,<참교육>,<똑 닮은 딸>,<백수세끼>,<왕과의 야행>,<윈드브레이커>,<신의 탑 >,<귀촌리>,<퀘스트지상주의>,<소녀의 세계>,<절대검감>,<버림받은 왕녀의 은밀한 침실>,<환 생천마>,<수상한 다이어트 클럽>,<별난 식당>, <김부장>,<좋아?죽어!>,<내가 키운 S급들>,< 마루는 강쥐>,<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마음의 소리2>, <괴력 난신>,<유 부 감자>,<사신소년>,<피부과 만렙남>,<멸망 이후의 세계>,<이섭의 연애>,<한림체육관>,<서 툰 군인>, <신입사원 김철수>,<화산귀환>,<전지적 독자 시점>,<내 여자친구는>,<쌉초의 난>,< 헬퍼2 : 킬베로스>,<백XX>,<캐슬2:만인지상>,<마음의소리(였던 것)>,<일렉시드>,<운명을 보 는 회사원>,<66666년 만에 환생한 흑마법사>,<진돌히디만화>, <미래의 골동품 가게>,<칼에 취
네이버웹툰
한 밤을 걷다>,<별을 품은 소드마스터>,<육아일기>,<나노마신>,<촉법소년>,<소꿉친구 콤플렉 스>,<재벌집 막내아들>,<배달왕>,<천마육성>,<할배무사와 지존 손녀>,<순결을 그대에게>,<뮤 즈 온 유명>,<정글쥬스>,<사형집행관>,<회귀한 천재 헌터의 슬기로운 청소 생활>,<사내연애 사 절!>,<외모지상주의>,<역대급 영지설계사>, <나 혼자 만렙 뉴비>,<상남자>,<사자의 서>,<나 혼 자 탑에서 농사>,<사신>,<데드퀸>,<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 <아르마딜로>,<천하제일 대 사형>,<낙향문사전>,<A.I 닥터>,<개꿈>,<아수라>,<마도전생기>,<99강화나무몽둥이>,<킬러 배 드로>,<초인의 시대>,<시든 꽃에 눈물을>,<아홉수 우리들>,<작전명 순정>,<비지리란테 2부>,< 욕망일기Deep>, <킬러경찰>,<신입사원 강 회장>,<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인생존망 2>,<입학용병>,<기기괴괴2>,<하자인간>, <별이삼샵>,<천화서고 대공자>,<시월드가 내게 집착 한다>,<최후의 모험가>,<나 혼자 특성빨로 무한 성장>,<F컷>,<아카데미의 천재칼잡이>,<수희 0(tngmlek0)>,<소년교도소>,<판사 이한영>,<날 닮은 아이>,<분신으로 자동사냥>
<주인공의 구원자가 될 운명입니다>,<월흔>,<픽 미 업!>,<배우로서 살겠다>,<남편을 내 편으 로 만드는 방법>,<재앙급 영웅님이 귀환하셨다>,<악당들에게 키워지는 중입니다>,<나 혼자만 레벨업>,<아기님 캐시로 로판 달린다>,<수의사님!안녕하세요?>,<접경지역의 동물병원>,<주치 의는 할 일 다하고 사표 씁니다>,<악당의 누나는 오늘도 고통받고>,<무한의 마법사>,<제가 어 딘가 빙의를 한 것 같은데요>,<검술명가 막내아들>,<흑막 남편과의 이혼에 실패한 것 같다>, < 네크로매내서 학교의 소환천재>,<내 침대 밑에 괴물 남주가 산다>,<회귀의 전설>,<가짜 아내에 게 왜 집착하세요?>, <막내 황녀님>,<북검전기>,<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영화는 리 얼이다>,<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무신귀환록>,<기적의 물리치료사>,<손만 잡고 잘게 >,<마탄의 사수>,<그 악녀가 아니야!>,<던전 견문록>,<영웅, 공작가 장남 되다>,<이계 검왕 생 존기>,<셀럽 레이디>,<흑막 범고래 아기님>,<사랑받는 막내는 처음이라>,<시크릿 레이디>,<무 련전봉>,<복수를 후원해 주세요>,<갓 오브 블랙필드>,<먹을수록 강해짐>,<열혈강호>,<회귀한
카카오페이지
마왕은 착하게 산다>,<묵향 다크레이디>,<시한부 남편인 줄 알았습니다만?>,<겨울성의 아기 죄수님>,<구천구검>,<부서진 성좌의 회귀>,<백작가의 망나니가 되었다>,<내 아버지의 아들을 찾아서>,<용사 파티 때려치웁니다>,<악당 공작가의 실세 막내딸입니다>,<회귀로 초월하는 대 마도사>,<2레벨로 회귀한 무신>,<템빨>,<국혼>,<병약한 남주를 꼬셔버렸다>, <잠만 자도 랭커 >,<악당의 소중한 따님>,<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지옥에서 돌아온 성좌님>,<이번 생은 제대로 키워드리겠습니다, 폐하!>,<결혼장사>,<무림세가 천대받는 손녀 딸이 되었다>,<무림세 가 천대받는 손녀 딸이 되었다>,<닥터 최태수>,<로드 오브 머니>,<아름답게 용과 이혼하는 방 법>,<말단 병사에서 군주까지>,<아빠, 나 이 결혼 안 할래요!>,<랭커의 귀환>,<이 결혼은 어차 피 망하게 되어 있다>,<재능 삼킨 마법사>,<섹시한 남편>,<초보무사 일대기>,<악당 아빠를 입 양했다>,<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악역의 엔딩은 죽음뿐>,<이건 명백한 사기 결혼이다 >,<악녀를 죽여 줘>,<악마를 배불리는 법>,<녹음의 관>,<마법학교 마법사로 살아가는 법>,<도 굴왕>,<오빠 친구 밀착 체험기>,<접근 불가 레이디>,<관존 이강진>,<점괘보는 공녀님>,<화타가 된 외과의사>,<토끼와 흑표범의 공생관계>,<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러브 인 캠퍼스>,<세 이렌: 악당과 계약 가족이 되었다>,<악녀는 마리오네트>, <만렙 영웅님께서 귀환하신다!>,<폭 군 아빠들 때문에 폐업합니다>,<오빠를 위해 남주를 꼬셔보겠습니다>,<의원, 다시 살다>
[표1] 플랫폼 별 베스트댓글 수집 대상 작품 / 붉은색으로 표기된 작품은 19세 완전판이다.
2-2. ‘선발대’의 정의
선발대의 정의를 살피기 위해 우선 직접적으로 ‘선발대’라는 표현이 언급된 베스트 댓글을 찾아
[표 2]에 정리하였다. ‘선발대’ 대신 ‘선봉대’라는 표현을 사용한 댓글이 1개 있었으나 선발대와 동
의어로 보고 해당 댓글을 포함하여 총 25개의 댓글을 확인하였다. 댓글의 맞춤법은 수정하지 않
고 그대로 기입하되 줄 바꿈은 ‘/’ 표시로, 댓글에 사용된 이모티콘은 생략하여 표기하였다.9
작품명
<괴력 난신>
<99강화나무몽둥이>
댓글 내용
괴력난신 완결까지 달린 선발대입니다. 이 작품 초중반 굉장히 하드합니다. 주인공 성격을 한마디로 '악'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로 사악해서 이게 네이버에서 다 나오나? 싶을 정도로지만 한중월야 작가님 세계관의 종착지로써 작가님의 팬이라면 꼭
봐야할 제 인생작 다섯손가락에 드는 갓작입니다.1
선발대 보고 합니다. 2화 3화 분량 거의 200컷에 퀄리티 1화 보다 더 좋음 코인 태운거 후회 1도 안됌2
9 인용한 댓글의 출처는 댓글 작성자, 댓글 작성일, url 순으로 일괄 미주에 표기하였다.
이 쪽은 글자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북에서 보기
<무한의 마법사>
<영화는 리얼이다>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
선발대입니다 / 괜히 카카페에서 밀어준게 아니라는듯 작화퀼이랑 스토리진행이 미쳤습니다 / 저는 원작을 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희열 감에 두근거리게 만드는 웹툰은 자살헌터 이후로 처음이였습니다 / 베뎃님말처럼 기존 양판형소설의 설정들이 아닌 독자적인 세계관과 설정을 가지고있어요 / 그리고 주인공이 잘생겼고 주변인물도 각자 의 개성을 가진채로 예쁘고 잘생기게 나옵니다 강추!!!9
선발대하려면 좀 늦었지만 19화까지 보고 왔는데 진짜 정말 최고예 요 진짜 재밌고 돈 안 아까워요 달리세요 여러분10
이가주 웹툰 런칭 준비물 / 1.소설 외전용 캐시 / 2.웹툰용 캐시 / 3.주 접 떨 준비 / 4.웹툰부터? ㄴㄴ 댓글부터 ㅇㅇ / 5.즐감~ 하고 다음주 월요일 존버 / 선발대로 말씀드리자면 안보면 간첩11
진짜 이건 인생작입니다 / 선발대로 말씀드리자면 일단 소설 한번 읽 고 오세요 / 소설 읽고 웹툰보면 가슴이 웅장해 집니다 / 진짜 소설 읽 고 웹툰 보시면 읽었던 장면들이 다시한번 생각나서 심장 박동이 웅 장해지고 가슴에 사이다를 드리 부어버리는 여주의 행위를 보고 미소 가 지어 진답니다 / 정말 과장 1도 없이 프롤로그만 보고 가슴 웅장해 지신분? 나오세요 동지입니다12
<회귀한 마왕은 착하게 산다>
<시한부 남편인 줄 알았습니다만?>
<백작가의 망나니가 되었다>
일단 처음 댓글 보다가 선발대로 왔습니다 / 일단 전체적으로 보면 잘 뽑힌거 맞습니다. / 루벨라도 예쁘게 나왔고 와이그도 노년간지 넘치 게 잘 나왔고 한스는 솔직히 생각과는 많이 다르긴 했는데 아무튼 그 림체라던가는 합격이라고 봅니다 나중에 여주 나오면 얼마나 예쁘게 그릴지 기대가 됩니다. / 다만 아쉬운점이랄까 원작하고는 상당히 다 른부분이 있습니다.13
선발대?입니다만 … 장발미남이 나옵니다. 여주가 귀엽고 그림체가 사 랑스럽다 못하 뽀짝합니다. 앨리스가 생각보다(?)똑똑하고 한마디로 재밌습니다.14
안녕하세요 유료본 다 지른 선발대입니다 … 표지만 그럴듯하게 해 놓고 내용이나 작화가 좀 엉망인 웹툰과는 달리 얜 진짜입니다 일단 케일이 잘생겼고요 후에 나오는 등장인물들 조차 사랑에 빠지게 만드 는 미친 웹툰입니다 … 꼭 저 믿고 올 소장으로 지르세요 16화까지 대 여로 봤다가 지금 기무 달리고 있음..15
<2레벨로 회귀한 무신>
<만 년 만에 귀환한 플레이어>
<지옥에서 돌아온 성좌님>
선발대입니다. 초반 조금 지루한가 싶었는데 4화 넘어가니 10000% 존잼입니다. 지르세요!!!!16
선발대 후기 전투씬 작화는 괜찮은데 중간중간 캐릭터들 얼굴 작화 가 깨짐(만귀플은 개그소설이어서 캐릭터 작화가 중요함). 그리고 끊 는 타이밍이 애매함 그리고 각색이 망함 초반 프롤로그를 3화를 잡아 먹는데 거의 텍스트를 그대로 옮겨 그린 것 같음. 굳이 이렇게 느려도 될까라는 느낌. 번외로 잡음이 있을만한 명대사들은 검열당함17
선발대입니다. 원작도 다 본 사람인데 원작 이상으로 재밌는 것 같아 요. / 특히 전투씬 같은 경우는 이펙트나 작화 힘 빡 주신게 느껴질 정 도로 소름이 돋는듯 … / 코믹한 부분은 나름대로 코믹하고 귀요미들 이 많이나옵니다 / 대신 초반 내용을 깊게 다루시려는지 소설 진도 따 라잡기는 꽤 오래걸릴듯 / 그래도 밀도있고 재밌어요!18
<무림세가 천대받는 손녀딸이 되었다>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
<토끼와 흑표범의 공생관계>
안녕하세요!! 어느새 20화까지 달린 선발대입니다! 소설도 안본웹툰 선발대는 오랜만이라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봤는데요..여러분 이 건 지르셔야 합니다 ㅠㅠㅠ 그림체 깔끔하고 청량하고 넘넘 예쁘고 매 화 전개가 빠르고 고구마 없이 개연성 넘쳐요!! 할아버지가 귀엽 고 손녀가 멋집니다..예쁘고 상냥하고 강인한 우리 연이와 딸바보 아 부지,할아부지, 남주까지!19
드디어 랭바서 웹툰화 나왔네요!! / 솔직히 선발대로서 말씀 드립니 다. / 진짜 계속 웹툰화 존버했는데 진짜 작화가님 손 갈리는 거 보일 정도로 너무 잘 나옴 … / ( 죠 폐하 얼굴 미쳤다.. ) / 우리 죠 폐하 웹툰 화 된 거 너무 축하드리고 꽃길만 걸어요!! / + 혹시 모르니 말씀 드리 는 거지만 제발 스포일러 체크 꼭 부탁드립니다 … 20
선발대인데, 소설 안 본 독자임. / 여주인공 오글거리는데 서사 스포 다 보고 봤음에도 별로 납득이 안감. 웹툰 연출도 소설 안본 입장에서 볼 땐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너무 많고 여주 심리 묘사가 납득안감 … 소설 안 본 사람 눈에는 대체 뭔 소리야 싶은 구간이 너무 많아서 웹 툰으로 안 볼 것 같음21
어머 드디어 여러분 이건 꼭 봐야해요 소유욕 강한 집착 나른 남주 보고 싶지 않으세요? 흑발 적안이래요 여주도 완전 이뻐요 얼른 보세요 소설 선발대로써 두번보세요 세번 보세요22
<세이렌: 악당과 계약 가족이 되었다>
<갓 오브 블랙필드>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광고로 억지 인기 만드는거에 38화까지 동참해줌. 지극히 주관적인 평 이지만 하도 광고떠서 들어오는 사람들을 위한 선발대 후기23
선발대인데 저처럼 소설에 애착 많으신분들은 애저녁에 안보는걸 추
천 드려요 각각의 해당 캐릭터 부분도 실망하실수 있고 나름 중요하다
싶은 스토리라인도 뭉텅이로 잘려 다른곳도 있고합니다 머 선택은 여 러분의 몫이지만 20화까지 자본 저로썬 글쎄요 … 24
하 … 이거 완결까지 다 본 소설 선발대입니다, 신명나게 깨트리고 깨트
립니다. 그게 마신 일이고 여러 정치싸움이고 용사 지크프리트의 개고
구마짓 그리고 사람 뚝배기 등등 … 소설 읽으시는것도 나름 괜찮으니 추천합니다 뒤에 갈수록 나오는 여러 설정도 괜찮았구요25
[표2] ‘선발대’ 언급이 포함된 베스트 댓글
선발대의 사전적 정의는 “먼저 출발하는 부대 또는 무리”10이다. 사전적 정의에서 추측할 수 있듯 이 ‘선발대’의 댓글은 먼저 작품을 감상한 독자가 자신보다 나중에 작품을 감상할 미래의 독자를 향해 남긴 댓글이었다. 확인 결과 25개의 댓글 모두 웹소설 원작 웹툰에서 발견되었으며, 그들 이 기준으로 삼는 것은 원작 웹소설이기도 하고 웹툰이기도 했다. 이를 토대로 ‘선발대 댓글’의 정 의를 “먼저 작품 또는 원작을 감상한 독자가 자신보다 나중에 작품을 감상할 독자를 향해 남긴 댓 “먼저 작품 또는 원작을 감상한 독자가 자신보다 나중에 작품을 감상할 독자를 향해 남긴 댓 글”로 내리고 부가 조건(1. 웹소설 원작 웹툰에서 발견된 것, 2. 작품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을 것) 을 충족하되 ‘선발대’라는 표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선발대성 댓글을 추가로 살펴보았다. [표 2]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웹소설 원작인 웹툰에서 대다수의 선발대 댓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는 카카오 페이지의 순위권 작품 중 출판만화를 스캔한 <열혈강호>를 제외한 99작품이 모두 웹소설 원작 웹툰인 점이 크게 작용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일례로 노블코믹스11가 아닌 오 리지널 웹툰에서도 선발대성 댓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노블코믹스의 선발대 댓글에 비해 내용의 구체성과 발견 빈도는 현저히 떨어졌고, 그 성격도 다소 상이하기에 노블코믹스를 선발대 댓글의 조건으로 설정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명시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2-3. ‘선발대’의 특징
선발대 댓글의 상당수는 원작 웹소설의 기존 독자가 웹툰으로 넘어와 작성한 것들이었다. 그들은 웹툰 독자를 청자로 상정하고 원작의 전개를 준거로 앞으로 진행될 주요 사건의 흐름, 핵심 설정, 분위기 등 작품과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였다. 원작이 되는 웹소설 1화에는 훨씬 더 많은 선발대 의 댓글이 있었는데, 웹툰의 선발대 댓글은 웹툰 런칭일에 집중되어 작성된 것에 비해 웹소설의 선발대 댓글은 광범위한 기간에 걸쳐 축적된 것을 확인하였다. 웹소설의 선발대 댓글은 웹툰의 것보다 훨씬 디테일했고 완결을 포함하여 중대한 스포일러마저 거침없이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 러워 보였다. 게다가 1화의 댓글 수와 2화의 댓글 수에는 수의 단위가 바뀔 정도로 큰 차이가 있 었다. 이를 통해 웹소설 독자 사이에는 1화에서 감상 후기를 서로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 고 이를 소비에 참고하는 행위가 보편적으로 이루어짐을 추측할 수 있었다. 이 문화에 익숙한 웹 소설 독자가 웹툰으로 넘어와 남긴 댓글은 웹툰의 선발대로 이어졌다. 다만 앞서 확인한 웹툰의
10 [표준국어대사전] ‘선발대’ 항목.
11 이후 웹소설 원작 웹툰은 ‘노블코믹스’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서술하기로 한다.
선발대 댓글이 호의적인 의견에 치우쳐져 있는 것은 댓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작품을 평가하는 타 시스템(별점, 추천, 조회, 댓글 추천 등)에 비해 수고스러운 행위로, 원작의 2차 저작물인 웹툰 에까지 기꺼이 댓글을 작성한 이용자 중에는 이미 원작을 만족스럽게 소비한 독자의 비율이 높았 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웹소설의 선발대와 웹툰의 선발대는 어떤 점이 다를까? 노블코믹스는 웹소설의 2차 저 작물로서 하나의 IP를 공유하기 때문에 둘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반응이 나타나는 것은 이상한 일 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둘의 차이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소비에 참고가 될 만한 정보 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맥락을 같이하지만, 노블코믹스에는 ‘각색’과 ‘작화’라는 요소가 새로이 추가된다. 그러므로 각색이 잘된 부분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여 웹툰만의 재미를 강조하고, 소설 과 만화의 가장 큰 차이인 시각적 효과, 쉽게 말해 작화에 만족을 표하는 댓글은 웹툰의 선발대에 게서만 발견할 수 있는 내용이다. 작화는 웹툰 이용 시 중요하게 고려되는 요소12로 스튜디오 제 작 작품이 늘어난 최근 동향에 따라 작화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은 상향평준화 되어있다.13 따라서 기대 이하의 작화는 웹툰 불매의 충분한 사유가 되고 원작과의 괴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거부감은 증가한다. 특이한 것은 트렌드와는 다소 동떨어진 투박한 작화임에도 감상을 권장하는 경우가 있 었는데, 당장은 비록 기준에 미달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감안하고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작 품임을 알리려는 목적이 있었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선발대 댓글의 정체성은 상품 후기에 있었다. 초반엔 진가가 드러나지 않는 연재작 특성상 시간을 투자해야만 알 수 있는 정보를 미리 공유함으로써 소비에 용이함을 꾀하였 고 작품 내적인 요소뿐 아니라 외적인 요소도 모두 포함되었다. 특히 특정 작품만의 독특한 요소 를 소구점(selling point)으로 강조하는 댓글은 수많은 상품(작품) 사이에서 굳이 이 상품(작품)이 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과 같았다. 더불어 작품을 강력히 추천할 땐 ‘무료 감상이 가능함
12 한국콘텐츠진흥원, 앞의 글.
에도 유료 결제를 할 가치가 있다’라는 취지의 댓글을 많이 작성하였다.
13 통칭 ‘스튜디오 제작 작품’의 특징은 철저한 분업 시스템으로 다수의 제작 인원을 통해 제작된다는 것이다. 화려한 작화, 많은 컷 수가 작화의 우열을 나누는 기준이 될 수는 없겠지만, 공정별로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는 곧 순수 작업량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상향평준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내가 키운 S급들>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
유료분까지 쭉 달리고 왔는데 연출은 뭐 말할 것도 없고 각색도 진짜 최고네요.. 전투씬의 캐릭터 움직임 굉장히 매끄럽고 생생하게 그려진 것도 좋고, 원작 초반전개의 어색한 부분도 자연스럽게 각색돼서 원 작과는 또 색다른 느낌이에요. 웹툰작가님들 특유의 개그요소도 넘조 음ㅠ 근서님 세리님 비완님 짱작가님들 사랑해여 … 26
쿠키 주도 8화까지봤다. 돈이 아깝지 않고 오히려 쓸 수 있어서 기분 이 좋았다. 처음에는 "또 양판소야?"라는 생각으로 봤다. 하지만 아니 었다. 그동안 봐왔던 회귀, 환생, 빙의도 아니며 천재라고, 아이템, 운 빨로 캐릭터 매력, 스토리, 개연성 없이 날로 먹는 장면도 없다. 스토 리와 진행의 짜임새, 캨릭터, 컷배치 뿐 아니라 그림체, 분량도 넉넉하 다. 일요일 웹툰의 투신전생기와 비견되는 웹툰이다. 꼭 보길 추천하 는 웹툰이다.27
미래에서 왔습니다. / 그림이 초반에는 호불호가 갈리느니 / 취향타느 니 하다가 … / 50화 전후 쯤엔 팬티갈아입기놀이. 변기에서만 보기 정 도 하다가 … / 107~108쯤엔 웹툰 역사상 최정점 소리 밖에 안나옵니 다. / 이제 1화 시작하시는 여러분들 정말 부럽습니다28
<던전견문록>
<접근 불가 레이디>
<말단 병사에서 군주까지>
나혼렙처럼 웹툰화가 ㅈㄴ 잘된 케이스 / 소설도 나쁘진 않았는데 웹 툰 급은 아녔음 / 웹툰 작가가 없는 액션신 넣고 공기화 됐던 캐릭터들 날개 달아주고 소설의 감초였던 부분은 확실히 살리면서 명작 반열에 들어섬 / 토요일을 기다리게 하는 웹툰이 3개 있는데 / 이거하고 로그 인 무림 그리고 미국 간 삼국지 여포전임29
시즌2부터의 작화가 변경됬네요. / 작화가 변해도 원래 그 느낌 그대 로 그려주시면 좋겠네요 새로운 그림체에 익숙해지는데에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 제가 좋아했던 작품이니 시즌2도 기다려 보겠습니다 30
이웹툰 전부 캐쉬 바른 1인입니다. / 너무 안떠서 아쉬운 마음에 여기 1화에 적으러 왔네요 / 그림은 취향차이라 요즘 느낌에 안맞을수 있지 만~ 작가님께서 점점 스토리 진행 대사 등등 진화하는 모습을 볼수있 습니다. 확실히 후회안해요!! 연참 달리세요!!31
[표 3] 웹툰 선발대 댓글 예시
통상 시간을 투자해야만 알 수 있는 정보를 미리 공유함으로써 소비에 용이함을 꾀하였고 작품 내적인 요소뿐 아니라 외적인 요소도 모두 포함되었다. 특히 특정 작품만의 독특한 요소를 소구 점(selling point)으로 강조하는 댓글은 수많은 상품(작품) 사이에서 굳이 이 상품(작품)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하는 것과 같았다. 더불어 작품을 강력히 추천할 땐 ‘무료 감상이 가능함에도 유 료 결제를 할 가치가 있다’라는 취지의 댓글을 많이 작성하였다.
연구 문제 1을 살피기 위해 수집된 베스트 댓글 중에는 댓글이 소비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단 편적으로 엿볼 수 있는 사례14가 있었다. 또, 베스트 댓글이 된 선발대의 댓글에는 또 다른 이용자 가 선발대를 자처하며 원작성자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반박하는 대댓글을 작성하는가 하면, 베스 트 댓글이 된 선발대의 댓글을 참고하여 본인의 연독(連讀) 여부를 결정했다고 밝히는 대댓글이 달리기도 하였다. 추가로 ‘2023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의 FGI 결과 중 “평점과 댓글을 통해 사전에 웹툰 탐색 후 이용하기 때문에, 유사한 장르가 많은 부분에 대해서는 큰 영향이 없다는 의 견”이라는 기술에서도 본 연구가 취하고자 하는 관점을 지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고 이어서 연 구를 진행하였다.
Ⅲ. 선발대 댓글의 영향력 3-1. 인터뷰 설계와 과정
(1) 추가 분석 대상 작품 : <언니, 이번 생은 내가 왕비야> 네이버웹툰 연재작 <언니, 이번 생은 내가 왕비야>는 ‘레팔진프’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로맨스 판타지 웹툰이다. 본작의 도입부는 주인공 아리아드네가 연인을 위해 모든 것을 헌 신하였으나 결국에는 배신당하고 자신의 언니에게 그 자리를 빼앗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 1화에 서는 아직 해당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로그라인의 ‘회귀한다.’는 서술로 말미암아 과거로 돌아 가 삶을 수복하는 회귀물의 흐름을 따르게 될 것을 알 수 있다. 이렇다 할 특이점이 보이지 않는 1 화에서 <언니, 이번 생은 내가 왕비야>의 선발대들은 입을 모아 역사적 고증이 잘 되었다는 점을 이 작품의 소구점으로 내세우고 있었다. 여타 작품과는 다른 재미를 보장하는 댓글은 신규 유입 독
14 카카오 페이지 <복수를 후원해 주세요>라는 작품 1화의 댓글 중에서 “요즘 새 만화 업뎃되면 소설가서 1화 리뷰확인하거나 내가 본거면 끝까지 봤는지 확인하는데 이건 다본거네..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달려본다”는 베스트 댓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쪽은 글자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북에서 보기
(2) 추가 분석 대상 작품 :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
카카오페이지 연재작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는 ‘톄제’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로맨스 판타지 웹툰이다. 본작의 도입부는 세계 각지에 생겨난 던전에서 어느 날 괴물들이 쏟아져나오고 그와 동시에 이능력을 얻게 된 소수의 각성자가 이상 현상을 타개, 나라 간 서열은 각국의 고랭크 각성자 보유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전형적인 이능력 현대 판타지의 전개를 보 여준다. 플랫폼 내에서는 로맨스 판타지로 분류되었지만, 취하고 있는 배경, 캐릭터, 설정 등은 ‘던전물’, ‘이능력물’로 불리는 현대 판타지 장르의 코드와 유사하다.
동시에 이능력을 얻게 된 소수의 각성자가 이상 현상을 타개, 나라 간 서열은 각국의 고랭크 각성 자 보유 상황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전형적인 이능력 현대 판타지의 전개를 보여준다. 플랫폼 내 에서는 로맨스 판타지로 분류되었지만, 취하고 있는 배경, 캐릭터, 설정 등은 ‘던전물’, ‘이능력물’ 로 불리는 현대 판타지 장르의 코드와 유사하다.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 1화의 베스트 댓글은 앞선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와 사 뭇 분위기가 달랐다. 본작의 선발대들이 소구점으로 내세우는 요소는 주인공 견지오의 캐릭터성 에 집중되어 있으며, 주인공의 설정, 주변 인물이 주인공을 다루는 방식, 그로 인해 납득이 잘 되 지 않는 초반 회차의 전개를 주의사항이자 매력 포인트로 삼고 있다. 선뜻 공감하기 어려운 주인 공의 성격에 대한 의문은 과거 비화를 다룬 에피소드(12-14)에서 일부 설명된 것으로 보이나 이 후에도 성취와는 관계없이 무한한 지지를 받는 주인공에게 반감을 표하는 댓글을 지속해서 발견 할 수 있었다. 이는 작품 안팎으로 모두 통용되는 지적인데, 작중 정체를 밝히지 않은 주인공은 대 중에게 별칭인 ‘폐하’로 불리며 칭송받는다. 주인공에게 애정을 표하는 애독자의 댓글이 무더기로 달리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지만, 주인공을 ‘폐하’라고 떠받드는 행위가 작품 외부에서도 계 속해서 이어지는 것은 자칫 과한 인상을 남길 우려가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적극적으로 작품을 지지하는 반응이 있는가 하면, 작품을 좋게 보려다가도 주접스러운 댓글 탓에 거부감이 느껴진다 는 반응도 공존하였다. 이렇듯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에서는 같은 전개를 두고도 긍정 적인 댓글과 부정적인 댓글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였고, 각색의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수려한 작화가 이를 감수하고 작품을 계속해서 보게 하는 등 여러 반응을 살필 수 있었다.
소설 완독자입니다. 리뷰이지만 주관적인 감상이 첨가되어있으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일단 이 작품은 국뽕, 모에화, 역하렘(진남주있음) 기질이 다분하니 그게 안맞으시는 분들은 바로 뒤로가기 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주인공 견지오는 초반에 게으르고 무책임한 인물로 그려질 뿐 후에 업적과 트라우마 서사가 함께 오므로 20화까지는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38
작화는 진짜 좋은데 각색이 미묘하게 아쉽다 … / 랭바서 특징인 티키타카 개그씬이 안 사는 느낌 "견지오님! 대체 어떤 성위를 모시고 계시기에!" 이거랑 국장님 땀내어택 같은.. / 그리 고 장례식장 육개장 대사는 왜 간판으로 바뀐 거지ㅠ39
초반 주인공 성격이 이해가 안된다, 비호감이라는 감상들에 팬들이 계속 보면 생각이 달라진 다, 같이 죠폐하 외치게 될 거다 하는데. 내가 보기엔 양측의 상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서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 같다. / 6화 베댓의 촌철살인처럼, 주인공이 뭘 한 게 없는데 강한 성 좌에게 간택받은 것만으로 랭킹 1위를 먹는 것부터가 일반적 판타지 감수성으로 에러임.40
이 작품 장단점 정리해드립니다 / 장점 1. 국뽕이 차오름 / 말 그대로입니다 여주가 강해서 가상세계임에도 몰입하게 됩니다 / 2. 가슴이 웅장해짐 / -네. 위와 비슷합니다 / 단점 1. 여 주가 예의없음 / 이유는 여러가지 있습니다만 이유가 뭐래도 싫어하시는분은 어쩔수 없어 요.. / 2. 모에화 / 물론 저같은 경우는 이런거 즐기는편이라 폐하 발닦개가 되어가는 중입니 다 충성충성^^741
개주접 댓글;;이랑 특유의 연출 때매 좀 진입하기 어려운 건 있음 각색에서 이걸 중화시켜줄 거라 생각했는데 별로 중화되진 않네 작화가 예뻐서 일단 봄42
드디어 랭바서 웹툰화 나왔네요!! / 솔직히 선발대로서 말씀 드립니다. / 진짜 계속 웹툰화 존버했는데 진짜 작화가님 / 손 갈리는 거 보일 정도로 너무 잘 나옴 … / ( 죠 폐하 얼굴 미쳤 다.. ) / 우리 죠 폐하 웹툰화 된 거 너무 축하드리고 / 꽃길만 걸어요!! / + 혹시 모르니 말씀 드리는 거지만 제발 스포일러 체크 꼭 부탁드립니다 … 43
진짜 진짜 제 인생작 랭바서 웹툰이 나오다ㅠㅠ / 여러분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 카카페에 소설 연재하던 거의 처음부터 매 업로드 날만 기다리며 살았던 작품입니다ㅠㅠ / 하나같이 개성 강한 캐릭터들부터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와 긴장, 멋짐까지 놓치는 것 하나 없이 보실 수 있어요 / 저 한 번만 믿고 웹툰이랑 웹소설도 달려보시면 좋겠습니다♡44
*본 댓글은 스포일러 블라인드 방지를 위해 작성자가 대댓글에 모든 내용을 작성하였으므 로 대댓글 13개를 모두 포함하였습니다.
우선 웹툰 나온 거 다 봤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이니 부디 취향 탄다는걸 고려해주시고 봐주 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 소설 내용 생략 꽤 있음 / 꽤 있긴 하지만 소소한 부분이고, 큰 대 략적인 줄기는 같습니다. 하지만 디테일이 사라져서 소설의 광팬이던 제 입장으로써 아쉬 운 부분이 없잖아 있습니다. 이건 웹툰화의 아쉬운 부분이니 넘어가겠습니다. / 2. 작화 / 수 려합니다. 기대한 만큼은 분명히 채워줍니다. 지오도 예쁘고, 범도 잘 뽑혔고, 밤비도 잘 뽑 혔고. 시각적으로 만족합니다. 또한 지오의 라이브러리 스킬도 멋있고 액션씬 작화 멋있습 니다. / 3. 오글거림 / 솔직히 소설 읽을 때는 못 느낌 점입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봤는데, 활자를 읽을 때는 눈으로 보고, 그 다음에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순서로 읽습니다. 그래서 소 설을 읽을 떄는 거쳐야 하는게 많은데, 웹툰은 바로 시각적으로, 직관적으로 인식으로 봐 서 소설 읽을 떄보다 더 오글거림이 심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견지오의 표정이 다이나믹하 게 변하는 /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견지오가 굉장히 심드렁하고 무표정할 줄 알았 는데 생각보다 감정표현이 정말 잦고 크더라구요. 여기서 오글거림이 한층 더 심해진 것 같 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저는 견지오가 일을 해결하거나 할 때 더 멋있을 줄 알았거든요. 근 데 생각보다 안 멋있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느낌? 그냥 제가 생각했던 견지오가 너무 달라 서 일지도.. / 그리고 '왕'이라는 단어가 정말 자주 쓰이는데 하도 남발을 하니까 "얘가 도대 체 왕이라고 평가받을 일을 어디서 언제 한거지?"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소설을 읽은 저 라도 그런 생각이 드는데 … 웹툰으로 처음 접하시는 분들은 더 그런 느낌을 크게 받을 거라 고 생각했어요. 물론 세계 랭킹 1위 … 대단하죠. 세상에서 가장 쎼다는 뜻인데 … 그런데 도 저히 / 그런 느낌을 못 받겠어요 … 쎄다는 건 알겠어! 계속 얘가 한국 1등이다, 어려서부터 우리나라를 구한 영웅이야!! 이래서 머리로는 "아~ 그렇구나~" 하는데 글쎄요 … 진짜 얘가 그정도로 쎈지는 … 모르겠습니다.(강조합니다. 주관적입니다. 주관적입니다. 저의 생각입니 다. 저 소설 광팬입니다. 단행본 펀딩 때 향수며, 한정판이며 다 샀습니다. 찐팬입니다 / 그래 서 얘가 걍 ㅈㄴ 쎼다는걸 강제로 주입시키는 것 같아요. 아 분명 소설 때는 안 이랬던 것 같 은데 … 왜 이렇게 오글거리는지 … 뭔가 앞에 오글거리는 이뉴를 말하긴 했지만 그게 핵심포 인트는 아닌 것 같거든요 … 소설로 읽을 때는, "아 지오가 진짜 개쎼구나. 뽕 찬다 … 이거지 예!!!!!~" 했는데 … 다시 소설을 읽고 와야겠습니다. / 아 재밌었다. 소설은 여전히 재밌습 니다. 그리고 왜 웹툰은 이렇게 오글거릴까, 생각을 해봤는데. 소설은 끊임없이 세부적인 내 용들이 서술됩니다.
지오가 콩죠가 되고, 왕위 탈환을 위해 그라운드 플로어로 향할 때 웹툰과 소설이 서술하는 방법이 완전히 다릅니다. 근데 이 서술하는 방법의 차이 떄문에 오글거림이 생기더라구요. / 소설: / 그럼 가 볼까? / 왕관 '탈환'하러. / 지오는 웃었다. 반나절도 길다. / 귀찮고 성가셔도 운명은, 운명. 나태하고 무관심해도 왕은 왕. 견지오는 타고나길 왕으로 태어났다. / 그러니 단 한 순간도 아니어선 안 됐고, 아닐 이유 역시 없었다. / 웹툰: (저런 독백은 싹 짤랐습니다.) / (코를 쓱 닦으며) "하하, 그래. 어르신 말씀 틀린 거 하나 없다." "선배로서 위기에 빠진 후배 들을 두고만 볼 수 없지!" / 이러고 끝입니다;; 걍 가볍고 장난스럽기만 한 애가 됐습니다. / 저런 독백이 있어야지 간지가 살고, 아 얘가 그저 장난스럽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견 지오라는 캐릭터가 멋지다는 생각이 드 / 는데 … 저런 멋있는 독백들은 싹 잘라놨으니 … 웹 툰판 견지오는 걍 웹소설판 견지오의 안 좋은 모습만 보이게 되는 겁니다 … 우리애 원래 되 게 멋있는데 … 뭐 차차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계속 지켜볼 것 같긴 합니다. 근데 웹 툰판으로 유입되기는 힘들지 않을까 … ? 싶습니다. 솔직히 랭바서 소설 먼저 안 봤으면 거들 떠도 안봤/을것 같아요. 굉장히 실망스럽습니다. 딱 4화까지 재밌어요. 그 이후는 딱히 재 미없고 … 뭐 초반부여서 많이 밝혀진게 없나보다~ 하고 보렵니다. 그런데 작붕이 매화마다 있는 건 좀 거슬리긴 합니다. 견지오라는 캐릭터를 그리기 어려워하시는 것 같아요. 뭔가 손 에 안 익은 듯한 느낌? 아쉽습니다. / 웹소설: 개쎄다. 개간지 … 사고방식이 진짜 '폐하'임. / 웹툰: 싸가지;; 가벼움, 뭔데 얘는? 별로임 / ㅇㅏ니 진짜 개억울;;; 우리 폐하 원래 진짜 쩌는 간죽간살 king이라구요. 우리 폐하 지존 멋있다고요 … 45
선발대인데, 소설 안 본 독자임. / 여주인공 오글거리는데 서사 스포 다 보고 봤음에도 별로 납득이 안감. 웹툰 연출도 소설 안본 입장에서 볼 땐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너무 많고 여주 심리 묘사가 납득안감 … 소설 안 본 사람 눈에는 대체 뭔 소리야 싶은 구간이 너무 많아서 웹 툰으로 안 볼 것 같음46
[표 5] <랭커를 위한 바른생활 안내서> 1화의 선발대 댓글
이쯤에서 다시 본고의 목적을 주지해 보자면 선발대 댓글이 연독에 미치는 영향력을 살피는 것이 다. 이를 위해서는 조회수나 편당 결제율과 같이 소비 행태를 파악할 수 있는 수치의 변화를 직접 분석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으나 매출과 직결되는 정량적 지표는 외부에서 알 수 없는 관 계로 댓글 내용을 통해 독자 반응을 간접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댓글은 이용 자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분의 의견에 불과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게다가 개별 댓글을 분석하는
것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어떤 댓글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 에 선발대 댓글의 결이 다른 두 웹툰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와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 내서>를 감상 후, 댓글을 읽기 전후로 감상에 변화가 있었는지 묻는 과정을 인터뷰에 추가하였다.
상술한 과정을 포함하여 인터뷰는 총 다섯 단계로 구성된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참가자의 신상 과 평소 웹툰 감상 습관을 물어 기본 정보를 파악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참가자가 선발대 댓글 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계략적으로 파악하고, 세 번째 단계와 네 번째 단계는 각각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와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의 본편과 댓글을 읽게 한 뒤, 반응을 물어 앞서 살펴본 반응의 변화 추이와 비교 분석해 볼 수 있는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응답자의 전반적인 경험으로 확장하여 유형별 선발대 댓글의 영향력을 물 어보았다.
3-2. 인터뷰 분석
연구자의 지인과 그들이 소개해 준 참가자를 포함하여 총 15명을 대상으로 서면 인터뷰를 진행 하였다. 질의응답은 대부분 서술형으로 이루어졌고, 연구 문제 2. ‘‘선발대’ 댓글은 독자들에게 어 떻게 유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가?’를 주안점으로 참가자 전원의 인터뷰 분석 결과를 항목별로 요약하여 기술하였다. 참가자의 답변을 인용할 경우 필요에 따라 비속어와 맞춤법을 수정하는 등 약간의 언어 정제를 거쳤음을 밝힌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참가자의 기본 정보를 파악하는 간단한 설문을 실시하였다. 본고에서는 선발대 댓글을 노블코믹스에서 발견된 것으로 한정하였으므로 오리지널 웹툰과 노블코믹스 중 어느 것을 더 주로 이용하는지를 구분해서 물었는데, 각각 절반의 비율로 양분되는 결과를 보였 다. 이어서 선호하는 장르로는 ‘드라마’ 장르가 가장 많은 응답을 받았고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 ‘일상’이 두 번째, ‘현대 로맨스’와 ‘학원물’이 그 뒤를 이었다. 오리지널 웹툰을 주로 이용하는 참가 자는 노블코믹스를 주로 이용하는 참가자에 비해 ‘판타지’와 ‘로맨스 판타지’를 선호하는 비율이 떨어졌는데, 두 장르가 웹소설의 큰 축을 담당하는 점이 어느 정도 관련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1) 웹툰 감상 기본 습관
참가자 성별 만 나이 주로 이용하는 웹툰
A 여 26
B 여 23
C 여 28
D 여 25
E 여 28
F 여 28
G 여 28
H 여 24
I
여 25
J 여 26
K 여 27
L 남 26
M 남 28
N 여 29
O 여 29
선호 장르
노블코믹스
로맨스 판타지, 일상
판타지,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학원물, 드라마, 일상
오리지널 웹툰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일상, 성인물, BL, GL
노블코믹스
판타지,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학원물, 드라마, 일상
노블코믹스
액션, 무협/사극, 판타지, 로맨스 판타지
노블코믹스
노블코믹스
노블코믹스
오리지널 웹툰 판타지, 학원물, 드라마, 일상
오리지널 웹툰
드라마, GL, SF
오리지널 웹툰
오리지널 웹툰
액션, 드라마
현대 로맨스, 학원물, 드라마, 일상, 성인물, BL
오리지널 웹툰
액션, 무협/사극, 판타지,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학원물, 드라마, 일상, 개그, 공포/스릴러, 스포츠
가리지 않고 봄
무협/사극, 판타지, 드라마, 스 포츠, BL, GL
오리지널 웹툰
오리지널/노블 7:3 비율로 소비
[표 6] 인터뷰 참가자 기본 정보
댓글 이용 방식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베스트 댓글만 읽음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베스트 댓글만 읽음
액션, 무협/사극, 판타지,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학원물, 드라마, BL
판타지, 드라마, 일상, 개그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베스트 댓글만 읽음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판타지,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학원물, 드라마,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일상, 개그, 스포츠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베스트 댓글만 읽음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학 원물, 드라마, 공포/스릴러,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성인물, GL
‘5. 웹툰 감상 시, 댓글 이용 방식은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에서는 ‘①베스트 댓글만 읽음’, ‘② 베스트 댓글을 주로 읽음’, ‘③일반 댓글을 주로 읽음’, ‘④둘 다 읽지 않음’으로 총 4개의 선택지를 고르게 한 결과 참가자 전원 베스트 댓글을 위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따라서 베스트 댓글이 아닌 댓글의 영향력은 거의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댓글을 참고하는 이유는 다른 사람 과 자신의 감상 비교, 작품 정보 파악, 놓치고 넘어간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을 꼽을 수 있 었는데, 작품을 좀 더 깊게 즐기고 이해하는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편, 댓글을 잘 읽지 않거나 읽긴 하되 확고한 주관을 유지하는 경향의 참가자에게서는 전체적으로 댓글의 영 향력이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들은 인터뷰 과정 내내 ‘해당하지 않음’이라는 맥락의 답변 을 하는 경우가 잦았으므로 항목별 분석 결과에는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7. 귀하께서 하나의 웹툰 작품을 중간에 중단하지 않고 계속해서 보는 이유는 무엇인 가요?’라는 질문에는 공통적으로 작품의 재미를 중요시하는 결과가 나왔다. 스토리적인 재미를 꼽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작화와 작가에 대한 선호를 꼽는 의견도 소수 있었다. 한 번 보기로 한 작품은 관성적으로 감상한다는 것이 주된 반응이었는데, 이는 곧 이탈 요소가 발생한다면 언제든 지 감상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탈 요소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다를 것이며 기본적
(2) 선발대 댓글 인식
인 조사 단계에서 선발대 댓글은 생각보다 미미한 존재감을 보였다.
이어서 두 번째 단계에서는 참가자들에게 [표 2]를 추린 예시를 보여주고 선발대의 정의를 인지 시킨 후 의견을 물어보았다. ‘①매우 긍정적’, ‘②약간 긍정적’, ‘③보통’, ‘④약간 부정적’, ‘⑤매우 부 정적’ 총 5개의 선택지를 고르게 한 결과 근소한 차이로 부정적이라 생각하는 비율이 긍정적이라 생각하는 비율보다 조금 더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참가자들은 초반 회차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작품의 매력을 미리 파악하고 유료 결제를 하기 전 실망스러울 여지가 있는 작품 을 소거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답하였다. 반면, 부정적이라 생각하는 참가자들은 선발대 댓글 이 선입견을 심어주어 신규 독자 유입을 방해하고 원치 않는 스포일러를 유도한다고 답변하였다. 마지막으로 보통이라 답한 참가자들은 댓글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편이며 어떤 댓글을 남기든
그건 독자의 자유라 보는 시각이 있었다.
[그림 1] 선발대 인식에 대한 인터뷰 결과 그래프
번외로 웹툰 PD로 종사하고 있는 한 참가자의 답변에는 주목할 부분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네 이버/카카오 납품 중인 웹툰 에이전시 PD의 주 업무 중 하나는 런칭 직후 여론 형성을 위해, 로그 라인을 포함한 긍정적인 댓글을 다는 것입니다. 이는 원작 소설 팬도 마찬가지인데, 웹툰 에이전 시 PD와 원작 소설 팬의 차이는 타의냐, 자의냐일 뿐 결국 이들이 남기는 댓글의 작용은 비슷합 니다. 댓글의 원래 의도는 독자들 간의 건강한 의견 교환의 장인데 의미가 많이 흐려졌다는 점 때 문에 '약간 부정적임'을 골랐습니다."라는 응답 내용을 참고했을 때, 인터뷰 결과와는 별개로 현 장에서는 이미 선발대 댓글을 하나의 마케팅 요소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인터뷰를 종 료한 후 각기 다른 업체에서 PD로 근무하는 수 명에게 해당 답변에 관해 조사한 결과, 세부 사항 에는 차이는 있으나 어느 정도 보편적인 상황에 해당함을 확인하였다.
마지막으로 ‘4. 선발대 댓글은 정보성이 강하며 상품 후기의 속성을 갖습니다. 이러한 선발대 댓 글이 귀하가 웹툰을 감상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편인가요? 또한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와 ‘5. 그 외에 선발대 댓글에 관해 첨언할 견해가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으로 추가적인 의견을 살펴보았 다. 그 결과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 경우 선발대 댓글에서 이를 취
사(取捨)하여 참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는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 전개, 혐오 표현의 유무를 판단할 목적으로 1화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기피 요소를 파악하는 데 가장 유용하게 사용 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3) 독자 반응 비교 분석 :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 세 번째 단계에서는 미리 살펴본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의 독자 반응과 인터뷰 결과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선발대 댓글의 영향력을 분석하였다. 다음은 설문 참여 시점 이전에 해당 작품 을 읽어본 적이 있는지와 1화 감상 후 2화 연독 의지에 대한 응답을 정리한 그래프이다.
본작의 선발대 댓글(표4)이 감상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예상했던 바와 같이,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참가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고 역사적 고증이 잘된 작품이라는 댓글은 작품에 매력을 느끼게 했음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선발대 댓글로 유발된 흥미 가 모두 연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는데, 이는 해당 작품이 참가자의 취향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 문이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를 즐기지 않는 참가자는 선발대 댓글의 내용 과는 무관하게 작품을 소비할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초반 3화가량은 신규 독자들이 비교 적 너그러운 잣대로 작품을 평가하는 구간인 동시에 작품의 기본적인 정보가 제공되는 회차라고 판단, 2화 연독 의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모든 참가자들에게 2화와 2화의 댓글을 추가로 감상하 게 한 뒤 의견을 묻는 과정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 대부분의 참가자가 ‘1화>2화’의 결심을 유지하 였고 ‘취향이기 때문에/취향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을 바꾸는 경우가 소수 있었다. 이하 일부 답변 의 전문을 첨부한다.
- 사실 원래 잘 보지 않는 장르라 큰 재미를 느끼지는 못했는데, 생각 외로 베스트 댓글들이 원작 소설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이라 베스트 댓글을 읽기 전의 감상보다는 훨씬 긍정적으로 변했다.
- 대부분의 로판 작품들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국가 고증이 미흡하고 그야말로 '판타 지'에 가까운데, 실제 중세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여 고증에 힘썼다는 감상이 있어 흥미롭게 느껴짐.
- 우선 20화 정도는 웹툰을 계속 볼 것 같다. 전체적인 평이 좋은 점도 있으나 초반 전개가 내 가 좋아하는 설정이고 댓글대로 그림체도 로판 웹툰 중에서 준수한 편이라 생각한다. 댓글에 서 웹툰 인물에 대한 외모 평가가 많은 편인데 그 점에 대해서는 다른 사람의 평가보다 내 기 준이 확고해서 댓글 의견과 내 연독 의향에는 상관이 없다. 다만 작품 배경 설정에 대한 추가 설명이나 이후 대략적인 전개 방향에 대한 댓글들은 도움이 되고 있다.
- 시간이 된다면 연독할 것 같습니다. 표시된 선발대 댓글들의 느낌은 너무 소설에 과몰입한 덕후들의 느낌이 좀 강하기도 하고, 저의 연독 의지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저의 느낌은 베댓의 반응과 비슷해서 오히려 베댓의 반응이 연독 의지를 조금 더 주는 것 같 습니다.
(4) 독자 반응 비교 분석 :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 네 번째 단계에서는 미리 살펴본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의 독자 반응과 인터뷰 결과와 의 비교 분석을 통해 선발대 댓글의 영향력을 분석하였다. 다음은 설문 참여 시점 이전에 해당 작 품을 읽어본 적이 있는지와 1화 감상 후 2화 연독 의지에 대한 응답을 정리한 그래프이다.
[그림3] <랭커를 위한 바른 생활 안내서> 감상 경험 결과 그래프
본작의 선발대 댓글(표5)이 감상에 영향을 끼친 부분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영향받지 않았 다고 응답한 경우를 제외하면 부정적인 평가를 보인 댓글이 높은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 다. 아쉬운 각색, 독특한 주인공, 불친절한 전개로 불호 의견을 표한 댓글은 예상대로 참가자들에 게도 불안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이어서 2화 감상 의지를 물은 질문에서는 <언니, 이번 생엔 내가 왕비야>와는 달리, 전반적인 기대치가 낮아 보였던 것과는 반대로 높은 연독 의지를 보이는 결과 가 나왔다. 이에 대한 이유로는 여러 우려감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화려한 작화, 이전에 읽었던 웹소설의 웹툰화 작품이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김, 기존에 선호하던 장르가 감상으로 이어 짐을 꼽을 수 있었다. 2화와 2화의 댓글을 감상하게 한 뒤 연독 의지를 묻는 질문의 결과는 세 번 째 단계를 포괄하여 요약이 가능하므로 세부 서술은 생략하고 넘어가도록 한다.
종합 분석 결과 첫 번째 단계와 같이 참가자들의 연독 의지에 선발대 댓글은 큰 영향력을 행사하 지 못하는 것을 재차 확인하였다. 참가자들은 대체로 1화에서 내린 판단을 유지하였고 첫인상이 애매한 경우에나 비로소 선발대 댓글을 부분적으로 활용하였다. 그렇다고 선발대 댓글이 무용하 다는 뜻은 아니다.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지 못했을 뿐, 부분적으로는 확실히 감상에 관여하고 있었다.
(5) 유형별 선발대 댓글의 영향력 다섯 번째 단계에서는 특정 의도를 가진 선발대 댓글을 보여주고 댓글 분석만으로는 파악할 수 없었던 구체적인 영향력을 유형별로 확인하였다. 가장 먼저 선발대 댓글을 읽기 전후로 댓글의 내용 때문에 작품 감상을 중단하기로 마음을 바꾸거나 반대로 작품을 지속해서 감상하기로 결심 을 바꾸었던 경험이 있는지와 그 이유를 물었다. 해당 경험이 없다고 답변한 경우를 제외하면 작 품 감상을 중단하기로 한 이유로는 불호 요소를 인지하였다는 답변이 중복됨을 확인되었고, 작품 감상 지속에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스포일러성 댓글과 작품의 전환점이 되는 특정 시점을 명시한 댓글이 가장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하 일부 답변의 전문을 첨부한다.
- 감상을 중단하려 했으나 댓글을 보고 다시 이어간 경우는 있습니다. 개인적인 불호 소재를 이야기로 사용하였을 때, 2024년에 이런 걸 봐야 한다고? 라는 의문이 들었을 때 등 … '이건 아니다!' 싶어서 더는 보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해당 소재가 불호임을 인지하고 이후 점차 나 아진다, 특히 주인공이 그것을 깨닫고 성장한다.' 등의 댓글을 보고 어느 정도 더 감상한 적 이 있습니다.
- 대부분 선발대 댓글을 보고 키워드를 확인해 취향인 작품인 것 같으면 감상하는 편이긴 한데 조 금 더 볼까? 하는 작품들도 대다수 사람들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그냥 포기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초반에는 아쉽지만 참고 뒤로 가면 어떤 부분에서부터 재밌어진다 이런 식의 댓글이 압도적이 라면 아? 진짜 뒷부분에 뭐가 있구나 싶어서 해당 부분까지는 참고 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아요.
- 감상을 중단하려고 마음먹었던 해당 내용이 이후에 주가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보고 마 음을 바꾼 것 같습니다.
- 현재 내가 갖고 있는 작품에 대한 불만 사항을 공감해 주면서도 왜 주인공이 이런 성향과 선택을 하는지, 선발대 댓글의 작성자가 왜 원작에 대한 애정을 갖고 노블코믹스 후발대들에 게 댓글을 쓰면서까지 작품을 이어서 볼 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설명을 너무 잘 풀어놓은 댓 글이 보인다면 저절로 이후 회차도 궁금증이 생길 것 같다.
선발대 댓글엔 원작의 장점을 읊으며 웹소설을 함께 즐겨주기를 권려하는 댓글이 많다. 김수빈 의 연구 결과 노블코믹스에서 원작으로 유입되는 경로의 배경에는 인기나 내용에 대한 궁금증 해 소 욕구, 콘텐츠를 빠르게 즐기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 또한 많은 웹툰 독자 가 하나의 작품을 몰아서 감상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웹소설은 원작에 비해 전개 속도가 훨 씬 느릴 수밖에 없는 웹툰 대신 빠른 감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이 유형의 선발대 댓글은 상 당한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에 [표 7]을 보여주고 그 의견을 물어보았다.
그 결과 상기(上記)한 연구 결과와 같은 이유로 원작 웹소설에 유입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두꺼운 팬층을 가진 작품이라는 인식은 작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효과를 보인 한편
1 김수빈, 「웹소설 원작의 웹툰 이용자 반응 연구」, 조선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22.
이 쪽은 글자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북에서 보기
<역대급 영지 설계사>
<디펜스 게임의 폭군이 되었다>
이거 꼭 웹소설 보세요. 내용, 삽화, 작가의 말이 삼위일체를 이룹 니다.50
제목만보고 양산형 이세계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거짓말 않하고 지 금까지 본 소설들중에서 2번째로(첫번째는 전독시) 재미있게 읽어본 소설입니다 지금 네이버 시리즈중에서 50화 무료 개공하고있으니까 당장 네이버 시리즈를 설치한후 50화까지 한번만 읽어보세요 그러면 어느세 430화 넘게 소설을 읽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것입니다 - 소설만 정주행2번한 흑우-51
[표 7] 웹소설 감상 권장 댓글
웹소설 유입 유도는 원작 작가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이며, 과도한 유도는 엄연히 다른 웹툰과 웹 소설의 경계를 흐리는 분란 행위로 받아들이는 반응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2-2. 해당 유형의 댓 글을 읽고 원작 웹소설 감상으로 이어진 경우, 보던 웹툰의 연독 여부는 어떻게 되나요? 또한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웹소설을 먼저 보고 웹툰으로 다시 넘어가거나, 웹소설 감상 만을 이어간다는 답변에서 해당 유형의 선발대 댓글은 웹툰을 계속해서 보게 하는 것엔 오히려 방해될 여지가 있었다. 다만 어디까지나 일부 답변에 한한 것으로, 웹툰과 웹소설을 병행하여 같 이 감상한다는 답변과 웹툰만을 감상한다는 답변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하 일부 답변의 전문을 첨부한다.
- 원작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팬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기존 원작 팬일 경우 웹툰화가 되어 사람들의 흥미가 몰렸을 때 원작에 대해 영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너무 좋아하는 팬으로서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많은 원작 소설의 내용을 댓글에 담은 경우 괜히 웹툰의 내용도 예측이 되고 스포일러를 당하는 것 같아져 그런 댓글은 별로 자주 보고 싶지는 않다.
- 웹툰을 보고 싶어서 보러왔지, 소설을 보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사랑이 있는 것은 알겠지만 당장 올라온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소설 작가에게는 노블코믹스의 큰 장점인 것 같다. 본인도 웹툰 회차가 아직 많지 않거나 웹소 설이 너무 재밌다고 하면 웹소설 결제를 먼저 하러 가기 때문이다.
-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노블코믹스의 단점이 웹툰 연독을 멈추게 한다는 점이다. 회 차가 많이 쌓였다면 계속해서 연독하겠지만 중요 전개까지 회차가 너무 많이 남은 웹툰이라면 소설을 다 읽고 웹툰을 한참 잊고 있다가 나중에 시즌 완결이나 전체 완결 후에 다시 찾는 경우 도 많은 것 같다.
- 원작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있는 팬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기존 원작 팬일 경우 웹툰화가 되어 사람들의 흥미가 몰렸을 때 원작에 대해 영업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이해가 갑니다.
- 대체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긴 한다. 하지만 원작 소설을 너무 좋아하는 팬으로서 답답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많은 원작 소설의 내용을 댓글에 담은 경우 괜히 웹툰의 내용도 예측이 되고 스포일러를 당하는 것 같아져 그런 댓글은 별로 자주 보고 싶지는 않다.
- 웹툰을 보고 싶어서 보러왔지, 소설을 보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원작에 대한 사랑이 있는 것은 알겠지만 당장 올라온 작품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 소설 작가에게는 노블코믹스의 큰 장점인 것 같다. 본인도 웹툰 회차가 아직 많지 않거나 웹소 설이 너무 재밌다고 하면 웹소설 결제를 먼저 하러 가기 때문이다.
- 안타까운 일이지만 내가 생각하는 노블코믹스의 단점이 웹툰 연독을 멈추게 한다는 점이다. 회 차가 많이 쌓였다면 계속해서 연독하겠지만 중요 전개까지 회차가 너무 많이 남은 웹툰이라면 소설을 다 읽고 웹툰을 한참 잊고 있다가 나중에 시즌 완결이나 전체 완결 후에 다시 찾는 경우 도 많은 것 같다.
- 웹소설을 보러 가게 된 경우에는 웹툰은 웬만해서는 다시 안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과 웹툰 의 차이점은 소설은 독자가 스스로 상상을 할 수 있게끔 조금 더 묘사라던가 표현이 잘 되어있는 데 웹툰은 보이는 그대로가 다이기 때문에 소설을 보게 되면 웹툰이 조금 밍밍한 느낌이 있어요
- 두 개 동시에 봅니다. 소설로 이야기를 먼저 달리고 싶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상상한 게 웹툰으 로 얼마나 구현이 잘됐는지도 궁금하고
‘3-1. [그림8]은 각색된 웹툰과 원작 웹소설을 비교하는 내용의 선발대 댓글들입니다. 이와 같은 유형의 선발대 댓글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라는 질문에서는 원작이 아닌 웹툰화된 작품을 권 려하는 댓글과 소비 자체를 만류하는 댓글로 예시를 구성하여 의견을 물었다.
인터뷰 결과 해당 유형과 같은 비교 댓글은 웹툰 또는 원작 웹소설 중 하나를 깎아내리며 반대쪽 을 칭찬하는 경우가 많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질문의 답변 결과와 마 찬가지로 참가자들은 웹툰과 원작 웹소설을 구분하여 인식하였고 둘을 같은 잣대로 평가하는 댓 글은 그다지 설득력을 갖지 못했다. 특히나 각색과 작화에 관한 혹평을 원작 팬의 극성스러움으 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으며, 동시에 해당 유형의 댓글에는 매끄러운 감상에 걸림돌이 될 만큼의 존재감을 느끼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또한 긍정적인 감상평보다는 부정적인 감상평이 소비 여부 를 결정하는 데에 많이 이용되는 것으로 보였다.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
<막내 황녀님>
소설 읽어본 사람입니다 무협 좋아해서 이름보고 온 사람들은 어서 대피하세요 로판으로 본다면 먼치킨 여주물에 시원한 전개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작가가 무협 장르에 대한 조사를 전혀 안하고 쓴 티가 납니다 유명한 무협들 읽어보게 한다음 독후감 쓰고 다시 읽어보라고 할 정도로 무협장르로 치면 최악이고 로판으로만 보면 기본으로 평범 한 수작이라 할 수 있겠네요52
저 20화까지 본 소감 … / 개인적으로 작가님 소설책 다시 보세욤ㅋ / 소설책 재미 없으셨나????? / 개인적으로 디테일 너무 못살려서 아 쉽네요.. 케릭터들이 화려한 맛이 1도 없고, 정복전쟁도 뭐랄까 … 너 무 많은 부분들이(아주아주 중요한 부분) 스킵되어 있네요 … 작가분 이 이 댓글을 보신다면 21화부터는 영혼을 갈아넣어 주세요 … 53
이거 그림작가님 선정 누가했는지 몰라도 신의 한수네요. 1화 그림체 가 약간 애매한 느낌이 들어서 뒷편들도 쭉 보고 왔는데요. 그림 작가 님 장난아닙니다. 작화가 진짜 정통 무협이랑 어울려요. 한화한화 볼 수록 빠져듭니다. 북검전기 원작도 다 읽었지만, 웹툰이 훨씬 기대됩 니다. 이 작품도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웹툰이 원작보다 더 멋진 작품 이 될 듯 싶네여.54
이 쪽은 글자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북에서 보기
발대 댓글에는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음을 확인하였으나 연독에는 미치는 영향력은 예상했던 수 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여러 가지 요인으로 1화를 클릭하게 된 독자에게는 작품에 기대하는 바가 있고 완결까지 만족스럽게 기대를 충족할 수 있을지 판단하기 위해 선발대 댓글을 부차적으로 활 용하는 것에 그쳤다.
이는 인터뷰 첫 번째 단계의 ‘질문 7’에 대한 결과를 좀 더 상세히 설명할 수 있는 결과이기도 하 다. ‘재미를 느꼈다면 댓글의 반응이 어떻든 작품을 계속해서 감상한다’라는 결론은 결국 무엇을 재미있다고 판단하느냐는 문제로 귀결된다. 독자가 작품에 기대하는 바는 장르에 대한 기대다. 현재진행형으로 변모하고 있는 탓에 장르의 정의는 분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만화를 보는 독자 는 특정 장르에 반복된 관습을 학습하고 기대 범위 내에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음 은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작품의 내용이 어떻든, 댓글의 내용이 어떻든, 애초에 비선호 장르로 의 유입 시도는 거부당하고 취향이 아닌 작품으로 판단된 경우 빠르게 감상을 중단하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더불어 여기에는 분석 자료로 활용한 댓글의 출처가 노블코믹스에 한정되었다는 점이 깊이 관여 한다. 노블코믹스의 원천이 되는 웹소설은 장르성이 몹시 강한 콘텐츠이다. 플랫폼에서는 판타 지, 개그, 로맨스와 같은 기존의 구분법과 해시태그의 형태로 된 구분법을 병행하여 장르를 표기 한다. 한국의 웹소설 플랫폼에서의 해시태그는 이야기의 성격, 콘셉트, 장르의 특정한 관습들을 포괄하는 형태로 나타나며 이렇게 키워드화(化)된 장르 용어는 웹툰 이용자 사이에서도 통용되 고 있다. 노블코믹스가 점차 점유율을 높여가는 추세에 따라 웹소설의 기조는 웹툰 생태계에 변 화를 주게 되었다. 두 문화가 접변한 산물은 빠르게 전파되어 이용자들 사이에서 상용된다. 본고 의 발단이 된 ‘선발대’는 그 변화를 포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선발대 댓글을 가장 적극적 으로 이용하는 한 인터뷰 참가자는 ‘복수물’, ‘탑등반물’, ‘피폐여주’ 등 장르 키워드의 사용이 매우 익숙해 보였고 다른 참가자들의 답변에서도 장르 키워드의 활용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 다. 이는 웹소설의 장르 용어가 웹툰에도 무사히 안착했음을 보여준다.
4-2. 한계와 시사점
본 연구에서는 여러 제약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과정이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연 독률을 파악할 수 있는 정량적 지표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운 관계로 오로지 댓글만을 분석 대상 으로 삼을 수밖에 없었고 이어지는 검증에도 방법적 한계가 뒤따랐다. 인터뷰 대상이 20대 여성 에 편중된 탓에 결과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도 미진하였다. 그럼에도 ‘선발대’라는 하나의 독자 문화를 톺아보는 시도를 통해 한 가지 시사점을 포착할 수 있었다.
K-콘텐츠의 유행과 더불어 <나 혼자만 레벨업>, <재혼 황후> 등의 성공으로 쏟아진 관심은 연이 은 IP 개발로 이어졌다. 웹툰 흥행의 주역으로 꼽히던 노블코믹스의 지위는 어느새 전도되어 종사 자들 간의 과도한 경쟁을 초래하고 독자에게 피로감을 선사하는 문제아 신세로 전락하였다. 장르 의 획일화로 요약되는 최근의 웹툰 동향에 대한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플랫폼의 충분 한 검토 아래 정제된 작품이 나오기보다는 여전히 소설의 인기에 편승한 웹툰이 양산되는 현실이 다. 독자들은 범람하는 유사 작품 속에서 결제를 미루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에 의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이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로 선발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체적으로 형성된 독자 문화의 이면에는 창작자를 향해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소비 와 공급은 너무도 밀접한 탓에 어느 한쪽이 먼저인지는 가릴 수 없겠지만, 흥행 성적에만 경도되어 주위를 살피지 않고 지금의 병폐를 방치한다면 이는 분명 더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올 것이다. 추후 이어질 후속 연구에서는 위와 같은 문제를 보완하고 자본주의적 관점뿐이 아닌 다양한 시각에서 독자 문화를 살핌으로써, 한국만화가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갈 단서를 얻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미주
1 동연(leed****), 2024.03.04. 22:51,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821597&no=1&week=tue 2 도라마코리아(supe****), 2022.03.25 22:27,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92651&no=1&week=sat 3 (*파도 모양 이모지 닉네임), 2021.10.22, https://page.kakao.com/content/57854767/viewer/57959984/comment 4 기대, 2019.05.25, https://page.kakao.com/content/50866481/viewer/50896822/comment 5 민트홀릭♡, 2019.04.25, https://page.kakao.com/content/50866481/viewer/50896822/comment 6 서리, 2018.03.24, https://page.kakao.com/content/50866481/viewer/50896822/comment 7 Hehe, 2020.02.13, https://page.kakao.com/content/50866481/viewer/50896822/comment 8 갤비, 2019.01.05, https://page.kakao.com/content/50866481/viewer/50896822/comment 9 아몰랑, 2022.12.31, https://page.kakao.com/content/60910969/viewer/60914608/comment 10 장미, 2021.03.01, https://page.kakao.com/content/56609987/viewer/56654059/comment 11 박문대절대지켜, 2021.02.28, https://page.kakao.com/content/56566288/viewer/56605669/comment 12 Ji, 2021.03.03, https://page.kakao.com/content/56566288/viewer/56605669/comment 13 코델리아체이스, 2024.02.11, https://page.kakao.com/content/63528392/viewer/63551586/comment 14 앨리스『장발미남최고』, 2024.03.09, https://page.kakao.com/content/63641594/viewer/63793030/comment 15 하청, 2020.11.26, https://page.kakao.com/content/55553244/viewer/55571689/comment 16 무알콜맥주를왜마셔, 2023.08.01, https://page.kakao.com/content/62302584/viewer/62373224/comment 17 김다니엘, 2022.08.11, https://page.kakao.com/content/59883324/viewer/59899525/commen 18 Yamazaki, 2021.04.08, https://page.kakao.com/content/56677367/viewer/56872981/comment 19 전언제빙의되나요, 2023.01.22, https://page.kakao.com/content/61001975/viewer/61069021/comment 20 Lizz, 2024.03.3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21 ㅇㅇ, 2024.04.0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22 혁명광사루비아, 2021.05.22, https://page.kakao.com/content/57095432/viewer/57112319/comment 23 ㅇㅇ, 2022.05.16, https://page.kakao.com/content/57860238/viewer/58310088/comment 24 (*졸고 있는 이모지 닉네임), 2020.03.03, https://page.kakao.com/content/54498159/viewer/54533459/comment 25 hyeon, 2022.10.06, https://page.kakao.com/content/60328750/viewer/60348422/comment 26 주인(qwer****), 2021.11.15 22:50,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84248&no=1&week=tue 27 윤이(dbsw****), 2023.09.20 21:23,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816809&no=1&week=wed 28 InnoVatoR, 2022.01.22, https://page.kakao.com/content/54189843/viewer/54197470/comment 29 ksh013, 2023.06.02, https://page.kakao.com/content/60241259/viewer/60262159/comment 30 ,,,,,,,,,,,,,,,, 2022.03.30, https://page.kakao.com/content/56976992/viewer/57009617/comment 31 희님, 2022.01.27, https://page.kakao.com/content/56065304/viewer/56088820/comment 32 희님, 2022.01.27, https://page.kakao.com/content/56065304/viewer/56088820/comment 33 TLDMS(221j****), 2022.08.11 22:55,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98917&no=1&week=fri 34 sur(suri****), 2022.08.11 22:58,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98917&no=1&week=fri 35 ㅌㅊ(ismi****), 2022.08.11 23:07,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98917&no=1&week=fri 36 유한킴 광신도 회장(zori****), 2022.08.11 22:06,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98917&no=1&week=fri 37 앤영(and_****), 2022.08.12 01:16,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98917&no=1&week=fri 38 책갈피, 2024.03.3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39 .., 2024.03.3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40 적과흑, 2024.04.04,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41 히히, 2024.03.3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42 태정태세문단속잘해라, 2024.04.0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43 Lizz, 2024.03.3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44 슈슈&빚죠, 2024.03.3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45 ㆍㅡㆍ, 2024.03.3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46 ㅇㅇ, 2024.04.01, https://page.kakao.com/content/63818432/viewer/63818809/comment 47 yuni_v12, 2021.01.21, https://page.kakao.com/content/56070306/viewer/56113436/comment 48 풍풍, 2021.03.06, https://page.kakao.com/content/55553244/viewer/55571689/comment 49 내없시외전절대존버/하월, 2020.12.01, https://page.kakao.com/content/56012666/viewer/56099179/comment?sortType=like 50 박재운(jddr****), 2021.08.05 22:22,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77767&no=1 51 lws5****(lws5****), 2022.08.06 00:19, https://comic.naver.com/webtoon/detail?titleId=798182&no=1 52 동글문어, 2021.01.04, https://page.kakao.com/content/56271898/viewer/56271927/comment 53 가람(>,<);;, 2020.03.27, https://page.kakao.com/content/54680399/viewer/54704536/comment 54 쿨럭..쿨럭.., 2020.03.04, https://page.kakao.com/content/54189843/viewer/54197470/comment 55 내귀리, 2022.06.01, https://page.kakao.com/content/59494826/viewer/59535974/comment 56 ksh013, 2023.06.02, https://page.kakao.com/content/60241259/viewer/60262159/comment
Ⅰ. 연구 목적 및 배경
[개인연구 2]
색약 독자의 웹툰 감상 경험
이재민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장애인, 고령자, 어린이,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 심리적 장벽을 없애기 위해 실시하는 운동)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한 건 1974년 ‘국제장애인생활전문가회의’ 보고서에 등장한 ‘배리어 프리 디자인’이 그 첫 시작이다. 그 뒤로 배 리어 프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졌지만, 만화 분야에서 배리어 프리는 요원하다. 사실 시 각 매체인 만화에서 배리어 프리를 지원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전통적인 매체인 출판 형식의 만화의 배리어 프리는 기술적 지원 없이는 쉽지 않다. 시각장애인이 ‘볼 수 있는’ 만화 를 만들기 위해 지난 2011년 ‘체험형’ 만화 전시가 이뤄진 바1 있지만, 일회성 전시에 불과해 지속 적인 ‘만화 감상’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전시에서는 크게 확대하여 벽에 전시한 만화, 촉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설치한 전시물을 통해 만화의 한 장면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고, 4D <로봇 찌빠> 를 상영해 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도록 시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판만화를 단행본으로 보는 경험과 특정 장소에서만 하는 ‘체험’이 같을 수는 없다.
1 백영미, 「시각장애인도 만화 본다, 어떻게?」, 뉴시스, 2011. 11. 16, https://www.newsis.com/view/NISX20111116_0009774530
하지만 웹툰의 시대가 되면서 기술과 접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늘면서 ‘배리어 프리 웹툰’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네이버 웹툰은 2022년 연말 ‘제10회 널리 세미나’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텍스 트 재생 기술을 선보였는데, 말풍선 안의 텍스트를 자동으로 읽어주는 기능이다. 스마트폰의 ‘보 이스 어시스턴트(안드로이드)’, ‘보이스오버(IOS)’ 등의 기능이 활성화 되어 있으면 자동으로 말풍 선을 인식하고, 말풍선 안의 대사를 읽어주는 기능이다. 하지만 이 기능 역시 말풍선만을 읽어준 다는 점에서, 만화를 ‘읽는’ 경험과는 차이가 있다. 완전히 앞을 볼 수 없는 전맹자의 경우에는 추 가적인 기술의 발전이 필요하겠지만, 그렇다면 웹툰을 ‘볼 수’ 있는 저시력자, 또는 색약이나 색맹 의 경우에는 어떨까.
게임 분야에서는 색약인을 위한 모드인 ‘색약 모드’와 ‘색맹 모드’ 지원이 비교적 일찍 이루어졌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개발사인 블리자드는 2014년부터 ‘접근성(Accessbility)’설정을 지원했 고, 6.1버전이 패치된 2015년부터는 색약 모드를 통해 아이템과 캐릭터를 색약인들도 쉽게 구분 할 수 있는 패치를 지원하고 있다. 라이엇 게임즈의 ‘리그 오브 레전드’ 역시 2021년 7월부터 ‘색 맹 모드’를 통해 색맹과 색약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기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 다. 물론, 전맹에 가까운 시각장애인이 콘텐츠를 즐기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 구하고 색을 구분할 수 없는 색약이나 색맹 플레이어들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게임의 경우에는 게임 개발사가 색을 지정할 수 있고, 리소스의 변화 역시 게임사가 직접 지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함을 갖는다. 하지만 작가가 작품을 만들고, 플랫폼이 서비스하는 웹툰의 경우에는 색약과 색맹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다. 사실 논의 자체가 없다고 해도 과 언은 아니다. 선행연구를 찾아보아도 ‘색각이상’과 ‘웹툰’, 또는 ‘만화’를 키워드로 다룬 연구는 찾 기 어려웠다.
색각이상자는 전체 인구 중 남성에게서 주로 발생하는데, 국내에서는 남성의 약 5.9%, 여성의 0.4%, 서양에서는 남성의 8%, 여성의 0.5% 가량이 색각이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 다. 물론 색각이상이 있다고 해서 웹툰을 ‘보는’ 행위 자체에 어려움을 겪는 저시력자나 전맹과 비 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웹툰은 출판만화의 주류인 흑백만화와 달리 색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
는 매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색채는 이제 웹툰에서 중요한 요소로 쓰이고 있으며, 어느 정도 색 을 이용한 감정표현은 물론 ‘흑발적안’, ‘갈발녹안’등 일부 캐릭터의 특성이 색채로 표현되는 등 흑 백만화의 감상과는 달라지는 지점이 나타나고 있으므로 색각이상이 감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Ⅱ. 선행연구 검토
앞서 언급했다시피, 2022년 네이버 웹툰에서는 내부 인공지능 개발 부서인 Webtoon AI 팀의 연구로 “AI로 만드는 대체 텍스트” 연구를 진행했고, 네이버와 고려대학교 스마트미디어 서비스 연구센터(SSRC)에서는 웹툰 색약 교정 알고리즘 개발연구 “즐거움의 가치를 모두에게: 웹툰 색 약 교정 알고리즘 개발”을 진행2한 바 있다. 또한 네이버 웹툰은 국내 시각장애인용 촉각 패드 개 발기업인 ‘닷(Dot)’과 함께 ‘닷패드(Dotpad)’를 개발, 2024년 10월 LA 점자도서관에서 선보인
바 있다.3
이 중 색약 교정 알고리즘 개발의 경우 등장인물 대사가 색깔로 표현되었을 때, 특정 변화가 색깔 로 표현되었을 때, 색깔을 통한 인물 간 관계와 특성 파악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안전 표지판 등에서는 색깔별로 다른 패턴을 부여해 보완했지만, 웹툰은 패턴이 들어가면 그림의 미적인 아름 다움을 해치므로 딥러닝을 통한 색약 보정 이미지를 처리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개발하고자 연구 했다. 다만 2022년 발표에서 해당 연구가 진행 중이었는데, 그 이후 실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 었는지 보고를 찾기는 어려웠다.
본 연구에서는 색각이상자들이 기존에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을 묻고, 색각이상 보조도구로서 별 도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방안이 적합할지 확인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별도 알고리즘으로 변환하 는 것이 적합한지, 아니면 애초에 작품을 만드는 단계부터 색각이상자들을 염두에 두는 방안이 필요할지 확인하고 의견을 묻는 과정을 거쳤다.
2 「2022 제 10회 널리 웨비나」, https://nuli.navercorp.com/seminar/s10th
3 이한나, 「눈 감아도 보인다 손끝으로 읽는 웹툰」, 매일경제, 2024. 10. 31, https://www.mk.co.kr/news/business/11156181
Ⅲ. 색채를 이용한 연출 사례
좌로부터 <악녀는 마리오네트>, <어느 날 공주가 되어버렸다>(2, 4번째 그림), <이번 생은 가주가 되겠습니다>의 ‘금발벽안’, ‘흑발적안’ 캐릭터
연구를 시작하기에 앞서 ‘색채를 이용한 연출’을 활용하는 장르로 염두에 두었던 것은 로맨스 판 타지 장르였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서는 주인공 및 등장인물의 머리 색과 눈동자 색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고, 그 의미에 따라 복선이 작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를테면 ‘흑발적안’ 캐릭터는 성격이 괴팍하다거나,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거나, 과묵하다는 등의 설정이 붙는다. 금발벽안 캐릭터는 귀족이거나, 왕족일 가능성이 높아 신분을 나타내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처럼 캐릭터의 머리 색과 눈동자 색은 특정 장르에서 캐릭터의 특성을 알리는 요소로 작동한 다. 이는 반복을 통해 만들어진 장르적 특성으로, 독자들은 이런 캐릭터의 등장만으로도 이 캐릭 터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인지하고 작품을 감상하게 된다.
또한 액션 장르에서는 붉은색을 이용한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판타지 에서는 붉은색이 공격을, 파란색이나 녹색은 회복을 의미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독자에게 ‘붉은색’은 적대적인 것으로, ‘초록색’은 우호적인 것으로 읽힌다. 위 그림에서 좌측의 공 룡을 공격하는 장면에서 초록색은 ‘우호적’ 에너지가 공룡을 묶어두고, 김독자의 공격으로 인한 파열은 붉은색으로 표시된다.
모니터와 스마트폰을 통해 감상하는 웹툰은 색채까지를 연출의 단계에 포함한다. 주로 흑백으로
묘사되는 출판만화에서 형태와 농담(濃淡)뿐 아니라, 빛을 발산하는 전자 매체의 특성에 따라 색 상의 채도와 명도에 따라서 강도와 깊이감을 더하는 연출이다. 연출하기에 따라 같은 색상이라 하더라도 연출의 효과를 좌우할 수 있는 디테일에 해당해 독자의 감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 들이다.
적과 아군을 나눌 뿐 아니라 ‘조심해야 할 대상’이나 ‘심상치 않은 대상’의 목소리를 표현할 때 붉 은색 글자로 표현하거나, 독자들이 ‘우호적으로 생각할 대상’, ‘적대적으로 생각할 대상’을 표현하 는 색채로 쓰이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시든 꽃에 눈물을>(개, 네이버 웹툰)의 경우 채도를 낮춘 청록색을 나해수와 범태하에게, 채도가 낮은 주황색에 가까운 적색 계열을 강민철과 윤아리에게 주로 사용해 독자들에게 직관적으로 정보를 제공한다.
색채를 이용한 구분은 웹툰 감상 뿐 아니라 첫 화면에서도 역할을 가지고 있다. 채도와 명도가 높 은 진한 붉은색 계열은 액션, 스릴러 등의 장르를, 채도가 낮은 파스텔톤 계열은 일상툰이나 상대 적으로 가벼운 소재를 다루는 작품, 채도와 명도가 높은 파란색 계열은 판타지 장르가 상대적으 로 많았다. 이처럼 색채는 연출에서 작품의 표지에 해당하는 썸네일까지, 웹툰에서는 다양한 분 야에서 사용되고 있다.
Ⅳ. 인터뷰 대상자들의 웹툰 감상
네이버 웹툰에서 썸네일을 통한 장르 정보 제공 사례(네이버 웹툰 PC 화면 캡처)
색약인 인터뷰는 총 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는데,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A, 인스타툰을 연재 중인 B, 일러스트레이터인 C 등 관련 업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3인과 직장인이자 독자인 D, 대학 생 독자 E에 이르는 다섯 명을 인터뷰했다. 다만,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색약인의 특성상 인터 뷰 대상이 전원 남성-적록색약이라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인터뷰 대상자들은 디지털 콘텐츠를 주로 즐기거나, 창작하는 활동을 하고 있었으므로 웹툰 감 상에도 익숙했다. 첫 만화 감상이 웹툰이었던 E를 제외하면 대부분 출판만화로 만화 감상을 시작 했다. 게임 플레이 경험을 먼저 물었을 때, 이들은 공통적으로 “게임의 색약 모드가 있다는 걸 알 지만, 플레이 경험에 도움을 주는 게임은 많지 않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게임이 색각이상자가 잘
인터뷰 대상자 ABCDE
직업/성별/연령대 웹툰 작가/남성/30대 인스타툰 작가/남성/20대 일러스트레이터/남성/30대 직장인/남성/30대 대학생/남성/20대
색각이상
적록색약
느낄 수 있는 대체색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다른 색채의 필터를 덧씌우는 방식을 택 하고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실제로 이용자가 제대로 느끼기 힘든 색을 잘 구분이 되는 색으로 교체하는 방식보다 전체 화면 에 다른 색으로 느낄 수 있는 필터를 더하는 방식은 색채 구분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게임 플레이 경험을 해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답했다.
게임 ‘로드나인’ 공식 커뮤니티에 게시된 글. (로드나인 공식 커뮤니티 캡처)
이들 중 색약 모드가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된다고 밝힌 사례는 모노리스 소프트가 개발하고 닌 텐도가 유통하는 ‘스플래툰’ 시리즈로, 다양한 색의 물감을 지형지물에 묻혀 더 많은 점유율을 가 져가면 승리하는 방식의 ‘땅따먹기’ 게임이다. 그런데 물감이 색상으로 표현되다 보니 물감 색이 구분되는 것이 중요한데, 닌텐도에서는 ‘색약 모드’를 켜면 랜덤으로 표현되는 물감 색상을 파란 색과 노란색, 적록색약이 가장 구분하기 좋은 색으로 고정시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대체색으로 구별해 표기하는 것은 별도의 개발 리소스와 비용이 소요되지만, 스플래 툰의 경우 원래 여러 색으로 표기되는 물감을 색약인에게 잘 구분되는 색으로 고정하면 되는 이 점이 있는데다, 애초에 게임 플레이 방식이 색 구분이 어려우면 플레이할 수 없는 장르라는 점도 한몫했다고 볼 수 있다.
이들에게 웹툰 감상에서 색채를 활용한 연출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는지 묻자 다섯 명 모두 ‘잘 모르 겠다’라고 답했다. 선천적으로 색각이상을 타고났기 때문에 애초에 색채를 통한 캐릭터 구분이나 색 채를 통한 감상 경험이 존재하지 않거나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위에 사용한 예시를 직 접 보여주며 감상을 물었다.
ⓐ 머리 색과 눈동자 색 등을 이용한 인물의 캐릭터성 부여 먼저 인물의 머리 색과 눈동자 색을 이용한 캐릭터성이 부여되는 경우에서는 다섯 명 모두 색약 임이 독자 경험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일단 중요 캐릭터는 웹툰에서 단독으로 화면 안에 그려지는 경우가 많고, 성격에 따라 캐릭터의 조형과 말투가 달라지기 때문에 오로지 모발 의 색이나 눈동자의 색만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한 다른 장르의 작품 역시 머리 색이나 눈동자가 아니라 캐릭터의 조형이 색채보다 캐릭터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요소 로 이미 자연스럽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머리 색과 눈동자 색, 의복 색을 비롯한 색채를 주요한 판단 요소로 두고 있지 않았다.
또한 웹툰 감상에 있어서는 한 컷을 감상하는 회화와는 달리 맥락에 의한 감상이 주를 이루므로, 초기 캐릭터 구분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더라도 감상을 이어가면서 캐릭터를 파악하게 되고, 맥락 에 따라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 인터뷰어 다섯 명 중 A, B, D는 캐릭터 표현 에 쓰이는 색채보다 맥락에 의해 만들어진 일관성을 캐릭터 구분에 더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또한 색각이상의 대부분이 선천적으로 발생해 비교군을 경험할 수 없는 상태에서 평생을 살아온 만큼, 자신만의 감상법을 별도로 개발해 콘텐츠 감상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색채를 중요한 요소로 꼽지 않는 이유로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예시로 든 사례처럼 머리 색과 눈 색을 이용한 연출 은 대부분 로맨스 판타지 내지는 일부 판타지 장르에서 사용되는 만큼, 감상 경험을 주요하게 해 친다고 볼 수 없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 색채를 이용한 썸네일의 표현 마찬가지로 색채를 이용한 썸네일의 활용 역시 단순히 붉은색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제목과 글 꼴 모양, 등장 캐릭터의 표정과 이미 추천 받은 경우 감상평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가 한 번에 활용되기 때문에 단순히 ‘썸네일 배경색’이 판단의 근거가 되지는 않았다. 다만, 채도가 낮은 붉은 색과 녹색이 나란히 있을 때 작품의 장르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인터뷰어 D)가 있었 다. 물론 이런 경우가 흔치 않고, 주로 썸네일에서는 채도와 명도가 높은 색을 사용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는 답이 주를 이뤘다.
더군다나 웹툰 플랫폼의 경우 주로 감상이 이뤄지는 앱상에서는 썸네일이 보다 크고 많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썸네일 표현상에서의 색채는 보조도구로 활용되고, 적록색약인 인터뷰 대상자 들 역시 개인차는 있었지만 개별 콘텐츠를 구분하고 받아들이는 데 큰 문제를 느끼지 않았다.
특히 모든 인터뷰어는 웹툰 감상이 개인적 취향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감상에 있어 본인의 취 향에 맞는 썸네일의 조형, 글꼴 등의 요소가 먼저 작용하고, 장르 구분이 어렵다 하더라도 직접 감
ⓒ 색채를 활용한 공격성/적대성과 우호의 표현
상하면서 느끼는 독자로서의 경험이 우선한다고 답했다.
앞의 두 가지의 경우에는 모든 응답자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는 편’이라고 답했지만, 색채를 활용 한 공격성 혹은 적대성, 우호의 표현을 다루는 연출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예시로 선보인 <전 지적 독자 시점>의 경우에는 좌측의 연출은 ‘전부 공격 성향’으로 판단했지만, 공룡을 잡아두는 우 호적 장치가 있었음을 단독으로 판단한 경우는 없었다. 이후에 설명을 듣고서 ‘다른 색인 것 같다’
라고 인식했지만, 설명을 듣기 전에는 김독자의 공격에 의한 부수적인 효과로 초록색 효과를 인식 했다는 점은 흥미로웠다. 이미 이 회차를 감상한 경험이 있는 독자(C, D, E)역시 해당 장면의 연출 을 간과했다는 점을 볼 때, 붉은색과 녹색 계열이 같이 쓰일 때 독자 경험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초록색이 단독으로 쓰인 오른쪽 화면에서는 사마귀와 우호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바 로 파악했다는 점을 보면, 장면에서 연출하고자 하는 바가 독자들이 색채로 인한 연출을 판단하 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점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시든 꽃에 눈물을>의 경우 주황색(혹은 갈색) 계열과 청록색 계열이 주로 캐릭터의 상태나 입장을 나타내는 요소로 주로 쓰이는데, 회차나 인물(주로 해수와 민철)의 공간이 분리되어 있을 때의 에피소드별로 색채가 다르게 쓰이기 때문에 ‘다르다’라는 구분이 가능하고, 캐릭터 조형과 등장인물에 따라 다른 색채가 쓰인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혼란이 덜했다.
응답자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다른 시퀀스’, ‘다른 회차’, ‘다른 에피소드’에서 붉은색과 초록색이 쓰일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된다고 보지 않았지만, 적대와 우호의 신호로 사용되는데 한 화면에서 번갈아 등장하거나 나란히 등장할 경우에는 구분에 혼란을 겪었다. 특히 웹툰 작가 A의 경우 적 대와 우호의 시그널을 전혀 읽어내지 못했다며 “이런 경우에는 작가가 의도한 대로 읽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Ⅴ. 결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응답자 5인은 모두 웹툰 감상을 돕는 색약 모드 도입에 부정적이었다. 그동안 게임 등에서 제공했던 색약 모드 경험이 주었던 불편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게임처럼 독립된 개체 에 다른 색을 부여하는 것이 번거롭긴 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은 경우와 달리 웹툰은 이미지를 업 로드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쉽지 않을 거라는 예측이 먼저 나왔다. 뿐만 아니라 다섯 명의 응답자 모 두 웹툰은 색채까지 작가의 의도를 담아 전달하는 대중예술이기 때문에 색약 모드로 구분이 가능하 도록 변경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응답자들은 색각이상이 일률적이지 않고 개인차가 큰 편이고, 애초에 비교 대상에 대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웹툰의 색약 모드 등 색각이상자에게 제공되는 특정 모드에 큰 관심을 두지 않거나 회의적이었다. 특히 웹툰의 경우에는 플레이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과 달리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는 것이 중요한 만큼, 색을 변환해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출에서 색각이상이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전체 색채를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 특정한 연출에서만 색채를 변경하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시사점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모든 응답자들은 웹툰 감상에 있어서 색각이상이라는 점을 감상에 큰 불편을 끼치는 요소 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았다. 색각이상자 중에서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남성 색약인들의 선호 장 르에서 색약 모드를 시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액션 연출에서 붉은색과 초록색이 사용되는 적대-우호의 관계가 한 화면에 등장하는 경우 가장 혼란스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 고, 그 외에는 인물을 조형적으로 구분되도록 표현하는 것이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5명에 불과한 연구 대상자와 웹툰 장기간에 걸쳐 웹툰 감상에 불편을 느끼는지 파악한 것 이 아닌 제시된 이미지만으로 어떤 불편을 느끼는지 파악해야 했다는 점은 이번 연구의 한계로 볼 수 있다.
이후에 색각이상자들의 웹툰 감상에 대한 연구가 이어진다면, 제작 단계에서 조형적 측면을 중심 으로 어떻게 차이를 만들 수 있을지, 그리고 특히 남성 독자들이 많은 장르에서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연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기술 개발에 대한 연구보다 실제 색각이상자들이 어떻게 웹툰을 감상하는지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뒷받침된 이후에 기술 개발 연구로 이어져야 한 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는 데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
[개인연구 3]
인스타툰 작가들의 수익구조 사례분석
Ⅰ. 연구 목적 및 배경
성인수, 이재민
인스타그램은 2010년 10월 6일 서비스를 시작한 소셜미디어다. 10장의 사진 또는 이미지를 기 반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셜미디어 서비스로 주목받았고, 2012년 메타(당시 페이스북)에서 10 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 원)을 들여 인수했다. 글보다는 이미지 위주의 소셜미디어였던 인 스타그램은 스마트폰의 발달과 함께 폭발적인 대중화를 이루었는데, 초기 인스타그램에선 스마 트폰으로 직접 찍은 사진과 일부 일러스트가 있었을 뿐, 인스타그램에 만화를 업로드하는 ‘인스 타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방형에 10장이라는 제한은 작가들에게 제약으로 다가왔고, 만화를 그려 업로드하는 데 들이는 수고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수신지의 <며느라기>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진다. 이후 ‘인스타툰’은 보통명사처럼 사용되며 일상의 깊은 곳까지 스며 들었다.
[표 1] 구글 트렌드 기준 '인스타툰' 관심도 변화 (2010.10~2024. 8)
[표 2] 네이버 데이터랩 기준 '인스타툰' 검색 관심도 변화 (2016.8~2024.8)
구글 트렌드를 기준으로는 대중의 관심이 시작된 것은 2019년 정도부터인데, 이는 인스타툰이 늘어나기 시작한 시기라고 이해할 수 있다. 2019년은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able, 인스타 그램에 올릴 법한)’이라는 단어가 신조어로 떠오르던 해였고, 한국에서 2019년 이후 2023년까 지 MAU가 가장 빠르게 성장한 소셜미디어1로 2019년 2월 기준 MAU는 1,241만 명에서 2024 년 2월에는 2,430만 명으로 늘었다. 그 관심을 반증이라도 하듯 2019년부터 천천히 검색이 늘 어나던 인스타툰은 2021년 이후 검색이 증가하다 2022년 10월 정점을 찍고 일상 속으로 녹아 든 모습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가 제공하는 네이버 데이터랩을 기준으로 보면 2017년 6월, <며느라기>가 연재 중이던 당 시 관심이 시작되어 이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2022년 10월 검색이 폭증한 것은 2022년 10월 경기국제웹툰페어에서 개최한 인스타툰 공모전의 영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구 글과 네이버 모두 ‘상대적’ 검색량을 수치화해서 제공한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일반 대중이 검색 하는 계기가 된 것이 대량의 보도자료가 기사화된 인스타툰 공모전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의 팔
1 임나영, 「'X는 최상류, 인스타는 중류?' SNS에서 최신 트렌드 읽는 법[비즈니스포커스]」, 한경비즈니스, 2024. 06. 29, https://v.daum.net/v/2024062907520101
로우와 취향 기반으로 제공되는 소셜미디어 서비스인 만큼, 특정 계정이 아닌 ‘장르’로서 인스타툰 을 검색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추론할 수 있다.
때문에 인스타툰 관련 선행 연구들에서도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중심으로 한 연구 (인스타툰의 시각적 연출 특징 연구 : 연구자의 창작 인스타툰 ‘서코-믹’을 중심으로, 윤석호, 조선 대학교 대학원, 2024), ‘마이크로인플루언서’적 특성을 분석한 마케팅 전략이나 브랜딩화 관련 연구(인스타툰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 연구 : 인스타툰 <생리중이야>를 중심으로, 민은혜, 홍익대 학교 국제디자인전문대학원, 2021, SNS 콘텐츠를 통한 자전적 캐릭터의 브랜딩화 : SNS 콘텐츠 <토북이>를 중심으로, 이승연, 건국대학교 대학원, 2022), 서사구조와 자기고백적 서사를 중심 으로 한 연구(인스타툰 <페미툰>의 스토리텔링 방식에 관한 연구 : 인스타그램의 ‘자기표현을 넘 어선 실천적 참여’ 가능성, 김민, 태지호, 글로벌문화콘텐츠학회, 2019, 인스타툰, 정동하는 진정 성의 일상, 최민지, 대중서사학회, 2022, SNS웹툰에서 그려지는 사회적 약자의 스토리텔링에 관 한 연구, 류유희, 한국애니메이션학회, 2021) 등 주로 서사적, 매체적 특성을 연구하는 단계에 머 물러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스타툰 작가들의 수익구조에 대한 연구나 분석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인스타툰의 수익 화는 마이크로인플루언서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2019년부터 이뤄지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 해 볼 수 있는 만큼, 본 연구에서는 인스타툰 작가들의 사례를 분석해 작가들이 인스타툰 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는 방식에 대한 기초적 사례분석을 진행해 보고자 한다.
Ⅱ. 인스타툰 작가들의 데뷔 경로 및 운영 방식
인스타툰은 일반적인 웹툰 플랫폼이나 출판사에서 단행본을 출간해 ‘데뷔’하는 형식이 아니라 본 인이 직접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데뷔’라는 용어는 적절하지 않다. 그러므로 ‘인스타툰 계정 시작’ 시점을 기준으로 정했다. 인터뷰는 총 5명의 인스타툰 작가들이 참여했다.
인터뷰에 응한 작가들은 대다수가 2018년을 전후로 인스타툰 연재를 시작했고, 이 시기 인스타툰을 시작
사례 작가 ABCDE
시작 연도/팔로워 2017년/13만 2017년/16만 2020년/8만 2018년/20만 2018년/12만
특이 사항
기업 부설 브랜딩
플랫폼 연재경력 있음 전문직 병행
한 작가들 중 일부는 수신지 작가의 <며느라기>의 2017년 성공이 영향을 끼쳤다고 응답했다. 다 만, 처음부터 인스타툰이 목적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보여주었던 네컷만화 등의 반응을 보고 인스 타그램에 계정을 생성하거나, 수신지 작가의 성공 이후 기업 부설 브랜딩센터에서 기업 홍보 목 적으로 인스타툰을 시작한 경우도 있었다. 기업 부설 브랜딩을 위해 인스타툰을 개설한 B 작가의 사례를 제외하면, 모두 개인이 직접 계정을 운영하고 있었다. B 작가의 경우 콘티 단계까지는 작 가가 직접 제작하고, 기업 내 디자인팀에서 업로드용 인스타툰을 완성하는 과정을 거쳤다.
사례 작가 ABCDE
업로드 주기 주 3회 주 2회 주 2회 주 2회 / 연재 중 1회 주 1회 / 전업 작가 이후 주 4회
콘텐츠 출처 본인 경험 실화 기반 각색, 창작 및 사연 모집 본인 경험 본인 경험 사연 모집, 본인 경험
업로드 주기와 콘텐츠 출처를 보면 주 2회가 가장 많았고, 콘텐츠 출처 역시 본인 경험이 가장 많 음을 알 수 있었다. 다만 B 작가의 경우 실화 기반 각색과 창작 콘텐츠를 병행해 인기를 끌었다. 본인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창작하는 작가들의 경우 자신의 신변과 관련된 부분, 시점을 특 정할 수 없도록 각색하고 경험의 핵심을 중심으로 10컷, 많을 경우 30~40컷(3~4편) 내외로 이 야기를 풀어나갔다.
이런 업로드 방식은 일상툰의 형식을 띠는 인스타툰 연재에 있어 독자들로 하여금 보다 작가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는 효능감을 주는 한편, 3~4편에 걸친 이야기 구성은 주로 과거에 있었던 경 험으로 구성해 실시간으로 소재가 고갈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사연을 모집하는 작가의 경우에는 사연이 업로드는 날과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업로드하는 주기 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여러 편의 에피소드는 일관성 있게 이어가는 방식으로 실시간으로 읽는 독자들이 방해되지 않도록 했다고 응답했다.
이들 작가들이 인스타툰 운영에 있어 공통적으로 꼽은 중요한 요소로는 1) 주기적 업로드, 2) 확 실한 자신의 캐릭터 구축이 모든 작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응답이었다. 캐릭터 구축은 단순히 그림에서뿐 아니라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고, 어떤 이미지로 이해되는지 파악하 는 활동을 포함하는 폭넓은 캐릭터 구축을 의미했다. 특히 이 캐릭터 구축은 수익화와도 연결되 는 지점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각 3명씩으로 중요도를 다르게 본 지점은 자신의 계정 내에서 댓글-답글을 통한 소통, 타 인 스타툰 작가와 댓글을 통한 교류는 총 3명이 중요도가 높다고 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댓글 창에 서 악성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블라인드 하는 등 댓글창 관리 중요성은 2명만이 필요하다고 답해 상대적으로 중요도를 낮게 보았다. 댓글창 관리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로는 팔로워를 기반 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기 때문에 댓글창이 이미 자신의 팔로워를 기반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
고, 구독자들이 자연스럽게 댓글창에서 소통을 하기 때문에 별도의 관리가 필요한 소수의 댓글을 제외하고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댓글창 관리’가 필요하다 고 응답한 경우에도 댓글을 삭제하기보다 댓글을 블라인드 처리(타 이용자에게는 보이지 않고, 댓글을 쓴 유저는 어떤 처리가 있었는지 알 수 없음)하는 방식을 택하고, 심할 경우 계정을 차단 하는 간단한 정도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또 일부 사례의 경우 ‘고정 댓글’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형성된 독자 커뮤니티에 ‘이런 댓글을 달면 안 된다’라는 메시지를 전달, 팔로워들의 커뮤니티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정화가 이뤄질 수 있도 록 했다. 이런 커뮤니티를 더욱 활성화시키고자 투표 기능을 통한 참여, 지속적으로 댓글을 다는 구독자들에게 좋아요와 답글을 남기는 등의 활동이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었다.
Ⅲ. 인스타툰 작가의 수익구조 사례분석
인스타툰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주기적인 업로드와 꾸준한 운영, 그리고 자신이 구축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작가들은 파악하고 있었다. 수익화 사례에서도 현재 까지 주로 알려진 수익화 사례로는 광고 집행, 공동구매, 팔로워 후원(2023년 시작), 인스타그램이 제공하는 크레딧(2023년 연말부터 제공 시작), 출판, 굿즈 제작 및 판매, 콜라보 상품 제작, 이모티 콘 판매 등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인터뷰 대상이 된 작가들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다양한 철학으로 자신의 계 정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수익화 방식은 대동소이했다. 다섯 명 모두 광고 콘텐츠 제작, 공동구매 및 프로필 링크 게시 등 협업 이벤트를 주요 수익화 전략으로 꼽았다. 수익화 전략이 대동소이한 이유로는 출판, 굿즈 제작 및 판매, 콜라보 상품 제작 등은 일회성, 단
사례 작가 첫 광고 문의를 받았을 때 팔로워 수 계정 개설부터 첫 광고 게재까지 걸린 기간 ABCDE
1.1만 10만 1.2만 1.3만 약 2만
약 1년 11개월 약 2년 1년 2개월 5년
발성이거나 이벤트성으로 펀딩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이후 재고 관리 등 지속적인 비 용이 발생하는 점, 그리고 최초에 판매가 어느 정도 이뤄질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 으로 꼽혔다. 이에 반해 광고는 어느 정도 지속적인 수요가 있고, 컨셉만 맞다면 지속적으로 수입 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만큼 주된 수익원으로 꼽혔다. 특히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고 고정 팬층을 확보한 작가일수록 광고 수익이 주된 수익원으로 꼽혔다. 반면 인터뷰에 응한 작가들이 꼽은 계 정 운영의 가장 어려운 점은 계정 운영 초기 단가 책정이 어렵다는 점이었다. 일반적으로 팔로워 1만 을 전후한 단계부터 광고 문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으로 파악되었는데, 애초에 비즈니스 브랜 딩을 목표로 한 B 작가의 경우 계정 개설 후 9개월 만에 10만 팔로워를 달성했고, 그 이후인 11개월 째에 첫 광고 게시물이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B 작가의 경우 정규직으로 일을 하는 중이었지만 업무 시간 외에도 인스타그램 계 정의 운영에 나설 만큼 적극적이었고, 구독자와 소통하는 시간을 본인이 진심으로 즐겼다고 응답 했다. B 작가는 밤낮을 가리지 않은 적극적인 소통이 가장 빠르게 팔로워를 늘리는 길이라고 답 했는데, 이 과정을 즐기는 작가라면 인스타툰은 매력적인 매체라고 언급했다. 반면 전문직을 병 행하다 지금은 전업 작가로 전향한 D 작가는 전업 작가로 활동하기 전에는 광고를 모두 거절했 고, 전업 작가로 활동하면서 광고를 받기 시작해 광고를 받기 시작한 시기가 매우 늦은 편이었다. C 작가의 경우 꾸준히 댓글을 달아주는 구독자에게만 좋아요나 답글을 남기는 소극적으로 응답 하는 편이지만, 자신의 색깔이 분명해서 구독자들의 커뮤니티가 건강하게 형성되어 있는 점이 팔 로워가 지속 성장하는 이유로 꼽았다.
이렇게 다양하게 성장한 작가들은 사업체 내 광고 테이블이 정해져 있었던 B 작가를 제외하면 네 작가 모두 초기 진입 시에 광고단가 책정의 어려움을 겪었다고 답했다. 표준 단가 책정이 어렵다 는 점, 그리고 작가 간 네트워크 형성이 초기 단계에선 어려워 단가를 알기 힘들다는 점이 문제로 꼽혔다. 이들 작가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단가를 찾기 위해 했던 노력으로는 1) 컷당 단가를 책정 한 후 새로운 광고 제안이 올 때마다 조정하기, 2) 광고주에게 먼저 단가를 받고 역으로 제안하기 등이 일반적이었다. 다만, 인스타툰을 통해 홍보하는 업체들이 비교적 영세하기 때문에 단가를 먼저 묻고 단가가 맞지 않으면 다른 작가를 찾는 이른바 ‘찔러보기’식 문의가 많아 적정 단가를 찾
기 더 어려워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였다.
적정 단가를 책정하기 어려운 이유로는 경력 기반으로 광고가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팔로워 수를 기반으로 팔로워들의 참여도 등이 단가 책정의 기준이 된다는 점도 한몫을 차지한다. A, C, E 작 가의 사례에서는 최소 단가를 설정하고 그 단가에 맞춘 광고가 진행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창작활 동을 진행해 팔로워를 늘리고, 늘어난 팔로워 규모에 따라 차츰 단가를 높여가는 방식으로 적정 단가를 찾아 조율해 나가고 있다.
따라서 이들 작가들은 단순히 팔로워 숫자로 단가를 계산할 뿐 아니라, 자신의 게시물에 구독자 들이 반응한 ‘인사이트’ 화면을 캡처해 광고주들에게 제공한다. 인스타그램의 인사이트는 조회수, 좋아요와 댓글, 사진을 넘겨보는 등의 반응, 프로필 페이지를 확인하는 등의 구독자 액션을 수치 로 제공해 광고 집행 시 어느 정도의 효과가 날 수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제시한다.
이 지점에서 중요해지는 것이 계정의 캐릭터와 컨셉이다. 자신의 페르소나에 해당하는 계정이 어 떤 유저들에게 주로 노출되는지, 그리고 어떤 콘텐츠에 주로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것이 ‘적합한 광고’를 받거나, 거꾸로 제안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광고 수주부터 제작 후 게시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는 2주, 길게는 3달 가량이 소요되 었다. 일반적인 상품 광고의 경우 광고 조건 합의 후 전자계약, 콘티 작업, 수정, 완성, 게시의 단계 를 거치는데, 각자의 기준으로 컷당 단가를 계산해 완성 원고를 작성하고 입금되는 방식으로 비교 적 간단한 공정을 거쳤다. 다만 국제단체나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은 이 과정에 세세한 수정 사항이 나 필수적으로 표기되어야 하는 내용을 번역해 전달하는 과정이 추가되고, 의사결정과정이 복잡한 경우가 있어 길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광고는 작가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월 1~4건으로 차이를 보 였다. 광고가 지속적으로 들어올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불안함 역시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불안 요소였다.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시너지가 가장 큰 광고 방식은 공동구매였다. 공동구매 의 경우에는 기본 광고료 외에도 판매 건당 작가에게 추가적인 수익이 제공되기 때문에 작가와 광 고주 모두 시너지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동기가 분명하다. 작가 역시 상품을 먼저 사용해 보고
장점과 단점을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팔 로워들에게 진심으로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시너지 의 이유로 꼽혔다. 또, 인스타툰 계정은 작가의 페르소 나로 읽히기 때문에 ‘작가의 신뢰도’ 역시 공동구매 성 공률에 크게 좌우한다고 작가들은 판단하고 있었다.
수 차례 광고가 진행되어 레퍼런스가 형성된 후, 주요 구독자가 파악되고 나면 광고에 다양한 ‘옵션’이 가능 해진다. 이를테면 24시간 동안 팔로워들에게 노출되 는 ‘인스타 스토리’, 자신의 프로필 내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프로필 하이라이트’, 최상단 3개의 게시물 을 설정할 수 있는 ‘고정 게시물’, 타 계정에 업로드를 허락하는 ‘게시물 이용 허락’ 등의 옵션을 통해 하나의 광고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점을 추가로 언급했다. 다섯 명의 작가들에게 ‘직업으로서 인스타툰 작가가 지속가능성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대체적으로 작가
인스타그램에서 제공하는 ‘게시물 인사이트’. 조회수, 반응, 프로필 참여 등의 수치를 제공한다 (필자 계정 캡처)
들은 긍정적으로 답했다. 수익적인 측면에선 기업의 브랜딩 차원에서 인스타툰을 운영한 B 작가 를 제외한 대부분의 작가가 ‘전업으로 활동하는 것이 수익적인 측면에서 일반 직장생활과 비슷하 거나 낫다’라고 답했고, 대표적인 장점으로는 ‘시간 분배가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일상을 꾸릴 수 있다’라고 답했다. 다만 불안한 요소로는 너무 빠르게 변하는 시장, 계정을 운영하는 스트레스 관 리 등이 꼽혔다.
Ⅳ. 플랫폼으로서 인스타그램
이처럼 다양한 수익화 전략을 꾀할 수 있는 점이 인스타툰의 긍정적인 지점이라면, ‘인스타그램’이 라는 플랫폼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은 인스타툰의 한계로 꼽힌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만화
웹툰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네이버 웹툰과 네이버 시리즈, 카카오 웹툰과 카카오 페이지 등 네 이버와 카카오 계열사를 제외하고 웹툰 감상이 가장 많이 이루어진다고 독자들이 응답한 플랫폼은 인스타그램이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에서 자체적인 콘텐츠를 통한 수익화는 일부 계정에만 주어 지는 인스타그램 크레딧이나 구독모델 등이 전부라는 점, 팔로워를 일정 수준 이상 쌓을 때까지 매 몰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 역시 대표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인터뷰에 응한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대표적인 불안 요소로는 인스타그램의 운영 원칙을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릴스가 등장하고 인기를 끌면서 이미지를 위주로 하는 인스타툰의 노출도가 현격히 줄어드는 등 이른바 ‘잠수함 패치(이용자에게 알리지 않고 업데이트를 진행하는 것)’가 진행 되어도 참여하고 있는 작가들이 알아낼 방법이 없다는 점이 대표적인 문제로 꼽혔다. 최근에는 일 부 인플루언서들에게 10장 이상의 이미지를 게재할 수 있도록 하는 패치도 진행되었는데, 10장 안 에서 인스타툰 운영을 하던 작가들에겐 어떤 기준으로 누가 선정되었는지, 왜 배제되었는지 이유 를 알 수 없었다고 작가들은 토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대체적으로 인스타툰 운영을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있었는데, 인스타 툰의 주요 수익원인 광고 수주가 광고주와 인스타툰 운영 작가가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진행 됨에 따라 별도의 수수료 없이 직접 진행된다는 점, 그리고 최적의 효과를 내는 광고가 집행되면 시 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인스타그램 외에 별도의 대체 가능한 플랫폼이 없고, 다른 소셜미 디어에서도 그 이상의 팔로워를 모으는 동안 매몰되어야 할 시간과 비용이 있다는 점이 인스타그램 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꼽혔다.
Ⅴ. 결론 및 제언
인스타툰은 한국콘텐츠진흥원 “2024 만화·웹툰 이용자 실태조사” 기준으로 국내 5위 웹툰 플랫폼 에 해당할 만큼 성장했다. 다만 직접적인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팔로워와 팬덤을 기반으로 수익을 올리는 매체다. 대부분은 10컷 내외의 짧은 만화를 업로드해 팔로워를 모으고, 이 팔로워를 기반으로 광고를 집행하는 것이 주요 수익원이었다.
이렇게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먼저 약 1년 정도를 꾸준히 계정을 운영하며 1만명 전후의 팔로 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걸 위해서 계정에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업로드하는 것이 가장 중 요한 조건으로 꼽혔다.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업로드하면서 동시에 독자, 다른 인스타툰 작가들과 소통하는 것이 자신의 계정을 비슷한 독자들에게 노출하고, 팔로워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주요 수익원은 지속적으로 업로드되는 콘텐츠와 별개로 게시되는 광고이며, 그중에서도 가장 시너 지가 높은 것은 공동구매 방식이었다. 작가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것은 초기 단가 설정이었는데, 이는 표준 단가를 설정하기 어려운 인스타툰 제작 환경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경력보다는 팔로워 와 팔로워들의 참여도가 광고 효과로 직접 나타나기 때문에 게시물의 일관성과 팔로워 구성을 유지 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꼽혔다.
반면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이 가지는 한계도 지적되었지만, 그보다는 ‘대체 불가능한 플랫폼’이 라는 점이 인스타그램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경력 4년 이상의 장기 운영 인 스타툰 작가 소수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만큼, 추후에 진행될 연구에는 다양한 경력의 인스타툰 작 가를 대상으로 연구가 진행되어 단계별로 처한 어려움과 해결 과제를 도출해 낼 필요가 있다.
공동연구
한국여성만화사 연구 : 2000년대 이후 여성만화가, 작품, 독자의 특성을 중심으로
[공동연구 1]
‘여성 만화’의 계보적 탐색 : 너머, 넘어
Ⅰ. 서장, 출발
박인하
‘순정만화’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여성만화’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른 만화와 다른 특징을 보여 준다. 1950년대 가족만화의 하나였던 순정만화 만화는 출발점인 가족을 넘어 다양한 서사, 조형 을 구성했다. 일본의 소녀만화를 통해 눈물의 신파를 벗어나 장르를 확장했다. 여성으로 ‘나’와 ‘타 자’를 여러 장르를 종횡하며 국가와 역사의 경계를 벗어나 묶어냈다. 그 ‘여성 만화’의 계보적 탐색 : 너머, 넘어 결과 순정/여성만화는 장르를 넘어 ‘작가-작품-독자’를 묶어내는 연대적 공동체가 되 었다. 순정/여성만화는 만화의 한 장르에서 출발했지만, 장르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발전해 나간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웹툰이 지닌 상호작용성의 특징을 통해 더 넓게 확장되었다.
노마 히데키는 『K-POP원론』1에서 K-POP을 설명하는 ‘K-POP은 음악의 한 장르에서 출발하여 음 악의 영역을 넘어선 K아트로 성장했다’라는 도형을 제시하고, “K-POP은 음악이라는 우주 안에서 동아시아 한구석의 수많은 음악 장르 중 하나로 태어났다.” 그리고 “말, 소리, 빛(색채), 신체성, 공 유성 등 많은 요소가 음악을 벗어나 K-POP과 그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의 ‘음악’과 다른 완전히 다른, 완전히 새로운 존재 양식을 가진 아트로서 음악의 우주와는 또 다른 우주로서 발전하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노마 히데키가 설명한 K-POP 존재 양식의 도형을 오늘 논의 할 여성 만화에 대입해도 자연스럽다. 여성 만화는 만화의 한 장르인 ‘가족/순정만화’에서 출발했 다. (FIG. 1-1) 가족만화에서 분리된 순정만화는 당대 젠더 구조에서 소녀들을 위한 다양한 서사 를 포섭했다. (FIG. 1-2) 이 연구에서는 ‘FIG. 1-1’과 ‘FIG. 1-2’에 집중하여 순정만화가 ‘서사, 조 형, 소비’의 측면에서 어떻게 장르 너머를 상상하고, 가족만화 너머를 상상하고, 소년왕국의 홍일 점2을 넘어갔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여성 만화는 ‘순정만화’로 불릴 때부터 만화 장르 중 하나는 아니었다. 웹툰의 등장 이후 작가들은 더 많이 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로맨스 판타 지 같은 새로운 장르를 통해 여성의 욕망을 드러냈다. 그리하여 마침내 만화의 한 장르에서 시작 된 순정만화는 작가와 독자의 연대를 바탕으로 새로운 존재 양식을 지닌 만화로 발전하고 있다.
Ⅱ. ‘가족만화’에서 분화한, 반격이며 도전으로 ‘순정만화’
‘FIG. 1-1’은 1950-1960년대 한국에 대중만화3가 시작될 때 여러 장르 중의 하나로 등장한 ‘순정 만화’를 보여 준다. 순정(純情), 순수하고 맑은 마음이라는 단어 뜻처럼 초창기 한국만화에서 ‘순 정’은 ‘순정소설’이나 ‘순정그림이야기’ 등 단지 만화만이 아니라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지닌 주인 공의 고난 극복담을 보여주는 여러 매체를 설명하는 명칭으로 활용되었다.
‘순정’은 일제 강점기 주로 대중예술을 설명하는 용어로 활용되었다. 『동아일보』 1926년 5월 4일 자 ‘5면’에 수록된 ‘영화각본 현상모집’ 기사를 보면 내용의 사례로 “가정생활에 대한 순정”을 언
1 노마 히데키, 『K-POP원론』, 연립서가, 2024, p.180.
2 한국에 『요술봉과 분홍 제복』(문학동네)로 번역된 사이토 미나코의 책 『홍일점론(紅一点論)』에서 다수의 남성과 소수의 여성으로 이루어진 어린이 콘텐츠를 분석했다.
3 한국만화의 역사는 공식적으로 1909년 6월 2일 『대한민보』 창간호에 실린 이도영의 ‘삽화’에서 시작된다. 일제 강점기 신문에 만화가 실리고, 일본 만화가들의 단행본이 판매되었다.
급한다. 1935년 『신동아』 1월호에 발표한 엄흥섭의 단편 소설 제목이 <순정>이다. 『동아일보』 1935년 3월 1일자 3면에 수록된 ‘최근문예논평’에서 소설 <순정>을 “‘성일’이가 어릴 때 좋은 동 무인 ‘방순이’의 일생을 저와의 관련에 있어 그려낸 것”으로 설명한다. 카프 출신 소설가로 1930 년대 중반 이후 통속(대중)소설을 쓴 엄흥섭의 <순정>은 주인공 성일이 십오 년 전 채운산 시골에 서 함께 살며 좋아했던 사이인 방순의 편지를 받는 것으로 시작된다. 집안이 몰락하고 부모님을 잃고 마을을 떠나 식모살이를 하다 지금은 카페 여급으로 일하는 방순이. 성일은 회사 동료와 함 께 들른 카페에서 여급으로 일하는 방순을 만나고, 방순은 성일을 카페에서 만난 후 공장에 취직 했다 병을 얻어 죽는다. 줄거리만 보면 <순정>은 제목처럼 순수함을 잃고 카페 여급으로 일한 방 순에게 도덕적 비난을 가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최병구(2024)는 “사회가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성의 욕망으로 구성되는 가운데 여성은 가정을 돌보는 존재로서 순결해야 한다는 의식을 뒤집기 위해 여성 노동자로서 여급이라는 존재에 주목 한 것”4으로 평가했다. 이성은(2007)은 1930년대 카페 여급이 “여성들에게 성적 순결과 정조 관 념이 상당히 엄격한 식민지 조선 사회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서 ‘도색전사’라는 무시무 시한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이 자기 직업의식을 설파한 여급들의 목적의식성은 식민지 조 선의 억압적인 섹슈얼리티에 대한 일종의 반격이며 도전”5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순정’은 당 대 젠더의 위계를 드러내며 ‘너머’를 바라보는 단어로, “식민지 자본주의의 위계화 된 구조에 대한 비판적 탐색”6의 하나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순정’이란 명칭은 1930년대에 등장했고, 1950년대 소녀 독자를 겨냥해 기획된 만화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1950년대는 한국에 대중만화가 등장한 초창기와 겹치는 시기로 대중 소설의 포괄적인 장르 명칭인 활극, 명랑, 순정, 가족 등이 만화에 이식된 것이다. 박인하(2000)는 “이 시대의 만화 는 활극(活劇), 명랑(明朗), 가족(家族)만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순정만화는 가족만화에서 분 화한 것으로 추정된다.”7라고 밝혔다. 한영주(2001)는 “이러한 순정물은 귀여운 소녀들이 주인공 으로 등장하며, 이들의 심리묘사를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편 이들 이야기
4 최병구, 「엄흥섭 소설에 나타난 젠더 감성과 그 역학」, 『어문연구』, vol. 121, 어문연구학회, 2024, p.420.
5 이성은, 「식민지 근대 카페 여급의 정치경제학적 위치성과 정체성에 관한 연구」, 『한국여성학』, 23, 한국여성학회, 2007, p.69-70.
6 최병구, 앞의 글, 2024, p.422.
7 박인하, 『누가 캔디를 모함했나』, 살림, 2000, p.37.
에는 순정만화의 주인공을 닮은 아름다운 소녀의 그림이 삽입되었는데, 김정파나 한백희 등은 이 런 삽화를 자주 그렸던 작가이며, 이후 순정만화를 그리기도 했다.”8라고 설명한다. 김소원(2021) 은 ‘순정’이 “소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주인공의 고난과 불행을 그리는 서사”9라고 설명했다. 가 족만화에서 분화되어 소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만화로 순정만화가 첫걸음을 내디뎠다.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초반 순정만화는 부모를 잃거나, 어려서 헤어져 따로 성장한 쌍둥이, 부잣집 딸과 가난한 집 딸이 서로 바뀌어 성장하는 것과 같은 고통을 겪은 맑은 마음의 소녀들이 가족의 따뜻함을 회복한다는 이야기가 중심을 이룬다. 현재까지 발견된 최초의 순정만화로 평가 받는 작품은 1957년도에 출간된 한성학의 『영원한 종』이다. 1956년 11월 거리에서 담배를 팔다 정신을 잃은 순희를 영옥이 구해준다. 순희는 공습으로 부모를 잃은 자신을 키워준 어머니가 죽 으며 장미꽃을 조각한 금목걸이를 갖고 있는 두 아이를 찾아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사연을 털 어놓는다. 영옥은 자신에게 장미꽃이 조각된 목걸이가 있다고 말하고, 영옥의 아버지는 영옥을 전쟁 때 얻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날부터 두 사람은 영옥의 언니를 찾기 위해 돌아다닌다. 갑자기 무리하는 바람에 병을 얻은 영옥은 바닷가로 요양을 떠나고 그곳에서 언니로 추정되는 정순을 만
8 한영주, 『다시 보는 우리만화 1950~1960』, 글논그림밭, 2001, p.163.
9 김소원, 『시대가 그려낸 소녀』, 소명출판사, 2021, p.44.
난다. 『영원한 종』은 한국전쟁으로 인해 망가진 가족의 복원을 그린다.
권영섭 <울밑에 선 봉선이>, 1950년대 후반에서 1960년대 초반에 출간된 '순정만화'는 '멜로 드라마' 구조를 갖고 있다.
1960년에 출간된 권영섭의 『울 밑에 선 봉선이』는 주인공 캐릭터인 ‘봉선이’가 등장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나쁜 친구의 꾐에 빠진 아버지 때문에 가족이 붕괴된다. 주인공 봉선이는 아버지의 옥 바라지를 하기 위해 좌판을 들고 빵을 팔고, 남의 집 아이를 돌보기도 한다. 『영원한 종』이 가족의 복원으로 나갔다면, 『울 밑에 선 봉선이』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비극적으로 마무리된다. 가장의 타 락으로 관계가 유실되고 가정이 붕괴되는 건 1960년대 유행한 멜로 드라마의 패턴이었다. 대표 적인 1960년대 멜로 영화인 <미워도 다시 한 번>(1968)도 아버지의 불륜으로 가정이 붕괴된다.
멜로 드라마의 구조를 소녀들을 위한 만화로 가져온 건 일본 소녀만화(少女漫画)가 먼저다. 1950년대 대본만화(貸本漫画, 만화방 만화를 의미한다. 일본의 경우 ‘대본만화’로 표기하고, 한 국의 경우 ‘만화방 만화’로 표기함)에서 시작된 일본 소녀만화는 1950년대 중반 소녀 잡지의 부 록, 1950년대 후반에는 월간 소녀만화 잡지로 매체가 이어지며 더 많은 독자를 만났다. 1950년 대 중반 1945년 이후 일본에서 크게 유행한 멜로 소녀 소설의 영향을 받아 등장한 통속적인 멜 로 소녀만화는 아버지의 부재 등 가족의 붕괴를 아름답고, 고운 마음을 지닌 영리한 소녀가 심술 궂은 어른들에 맞서 극복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대표적인 작품이 히가시무라 미츠오(東浦美津夫, 1930-)가 1956년 『소녀(少女)』 9월호 부록으로 발표한 <키노코짱(キノコちゃん)>이다. 생이별 한 아버지를 찾아 헤매는 주인공 소녀(키노코짱)가 갖은 고생 끝에 엇갈리는 운명을 이기고 마침 내 아버지와 만나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다.10 아무리 불행해도 강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으로 버티 고 끝내 행복을 찾는 멜로 소녀만화는 1950년대 한국 순정만화 형성에 영향을 준다. 다만, 일본 의 멜로 소녀 소설, 멜로 소녀만화가 주인공 소녀를 가로막는 장벽으로 ‘살인, 납치, 협박, 감금’과 같은 최악의 상황을 활용한 데 비해 한국의 순정만화는 멜로드라마를 사회에서 수용 가능한 수 준 혹은 심의를 통과할 수준으로 부드럽게 다듬었다. 『영원한 종』의 경우 시골 지주이며 사친회장 을 맡고 있는 인물이 악인이었으며, 『울 밑에 선 봉선이』는 나쁜 친구 때문에 타락해 음주와 도박 을 일삼는 아버지가 주인공을 괴롭히며, 안전한 세계를 붕괴시키는 악행으로 등장한다. 『울 밑에 선 봉선이』는 ‘봉선이’ 캐릭터를 내세운 시리즈로 확장되는데, 후속작 중 하나인 『봉선이하고 바 둑이』는 3부까지 30권이 넘게 이어질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11 권영섭은 다른 후속작에서도 주인공 소녀는 외부적 요인, 주로 사악한 어른들 때문에 위험에 빠진다. 위험에 빠진 소녀는 ‘착한
11 권영섭, 『언제나 꿈꾸는 만화가 권영섭』, 알렙, 2021, p.57.
10 「少女たちの通俗ドラマ : 少女小説から少女マンガへ」, 『少女マンガの世界Ⅰ』, 平凡社, 1991, p.54.
마음’으로 견디고, 소녀의 착한 마음을 알아본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결국 문제가 해결된다. 과 격함을 극대화시키지 않았을 뿐 전형적인 신파 마무리는 일본 멜로 소녀만화와 다르지 않다.
[그림2-1, 2-2] 히가시무라 미츠오(東浦美津夫)는 만화가로 활동하기 전 장난감 디자이너, 종이연극 (紙芝居) 작가로 활동했다. 테즈카 오사무와 교류하며 만화가로 전향했다. 1954년 <소녀> 6월호 <피 리부는 산 이야기(笛吹き山物語)>는 소녀가 등장하는 괴기담으로 캐릭터나 연출은 테즈카 풍(디즈니 풍)이다. 1956년 <소녀> 9월호 부록으로 발표한 <키노코짱(キノコちゃん)>은 역시 테즈카 오사무풍 만화로 테즈카 만화에서 자주 보여주는 주인공과 동물 콤비가 등장한다. 멜로 구조의 소녀만화로 큰 인 기를 끈다. (<키노코짱> 이미지 출처 : https://natalie.mu/comic/news/399164)
한국보다 조금 먼저 대중만화 생태계가 형성된 일본의 경우 ‘아카혼(赤本)과 대본만화(貸本漫 画)’와 월간 소녀 잡지에 본지와 부록으로 연재된 만화로 소녀만화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FIG. 2. 일본 소녀만화 형성기(쇼와시대)의 매체 지형’ 참조. 아카혼 만화는 1946-1947년 오사카에서 출 간되어 서점이 아니라 구멍가게 등을 통해 유통한 B6 사이즈의 싸구려 단행본이다. 대본만화는 1952-1954년 역시 오사카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가난한 어린이들이 저렴한 가격에 만화를 빌려 볼 수 있게 되며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1955년부터 급증하기 시작해 1950년대 후반에는 일 본 전역에 3만 개 정도의 대본 가게(貸本屋)가 영업할 정도였다.12 1958년 정도부터 아카혼도 대 본만화로 유통되다 점차 사라지고 A5 사이즈의 단편 앤솔로지가 출간되기 시작했다. 소년만화는
12 澤村修治, 『日本マンガ全史: 「鳥獣戯画」から「鬼滅の刃」まで』, 平凡社, 2020, p.165-166.
대본만화용 단편 앤솔로지를 통해 도쿄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 만화와 달리 어둡고, 직선적인 장 르물이 인기를 끌며 ‘극화(劇画)’란 이름으로 분리되어 나갔다. 소녀만화도 1957년 와카기쇼보 (若木書房)의 『샘(泉)』을 시작으로 단편 앤솔로지가 시작되며 소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그림 3] 나카하라 준이치가 창간한 잡지 『히마와리(ひまわり)』 1947년 6호(8, 9월 호 통합권). 알폰스 무하의 영향을 받은 화 려한 일러스트가 이후 일본 소녀만화와 한 국 순정만화에 영향을 주었다.
소녀 잡지는 ‘아카혼과 대본만화’ 시장보다 더 활 발하게 움직였다. 전쟁 중 노골적으로 전쟁을 미 화하던 잡지들은 전쟁이 끝난 후 재빨리 대중 잡 지로 변신한다. 코단샤(講談社)의 『소녀구락부 (少女倶楽部)』는 『소녀클럽(少女クラブ)』로 제 호를 바꾸며 소녀 소설, 만화 등을 연재했다. 전 쟁이 끝난 뒤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나카하라 준이치(中原淳一, 1913-1983)는 1946년 『소레 이유(それいゆ)』, 1947년 『히마와리(ひまわり)』, 1954년 『쥬니어소레이유(ジュニアそれいゆ)』를 창간하며 화려하고 장식적이고 화려한 삽화를 통해 서구의 패션을 비롯해 새로운 시대의 라이 프 스타일을 소개했다. 특히 화려한 나카하라 준 이치의 삽화는 이후 소녀만화의 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오사카의 아카혼을 출간하며 인기를 얻은 테즈카 오사무(手塚治虫, 1928-1989) 는 1953년 『소녀클럽』 1월호부터 <리본의 기사(リボンの騎士)>(1953년 1월호 - 1956년 1월호) 를 연재한다. 태어날 아기들의 영혼을 돌보는 천사의 실수로 남성, 여성을 모두 지닌 사파이어가 태어난다. 왕자의 모습으로 왕국을 지키고, 공주의 모습으로 이웃 나라의 왕자와 사랑에 빠진다. 성별월경(性別越境)의 캐릭터인 사파이어는 남성으로 말을 타고, 칼싸움을 해도 여전히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조형성을 갖고 있었다. 이런 특징은 이후 일본 소녀만화의 주요 특징인 ‘남 장여성’ 캐릭터로 발전해 나갔다. 여성 연기자들이 남장으로 등장해 남자 역할을 하는 간사이 지 역의 인기 엔터테인먼트인 다카라즈카 가극(宝塚歌劇)을 모티브로 소녀들을 위한 스토리 만화로 기획된13 <리본의 기사>는 폭발적으로 히트했다.
13 “昭和二十七年の秋に当時 「少女クラブ」 の編集者だった牧野さん(略)が来られて, 「鉄腕アトム」や「ジャング ル大帝」のような ストーリー漫画を、少女ものとしてつくれないだろうかと、 相談を持ちかけられたのです。 ぼくはすぐ、 女の子に人気の高い宝塚歌劇 の舞台を漫画におきかえてみたどうだろうと思い、 やってみましょう、とご返事しました 。” 樹村緑, 「少年のとき、 少女の夢 七0年代 82
[표 2] 일본 소녀만화 형성기(쇼와시대)의 매체 지형
1953년 『소녀클럽』이 <리본의 기사>를 연재하며 소녀팬의 폭넓은 지지를 받자 코분샤(光文社) 의 『소녀(少女)』(1949-1963), 슈에이샤(集英社)의 『소녀북(少女ブック)』(1951-1963), 『리본(り ぼん)』(1955-), 코단샤의 『나카요시(なかよし)』(1955-) 등의 소녀 잡지에서 만화 연재 분량이 늘 어나고, 부록으로 만화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저학년용 소녀 잡지로 1955년 창간된 『리본』, 『나 카요시』는 전체 분량의 50% 이상을 만화가 점유할 정도로 만화의 비중을 높게 잡았다. 1959 년 코단샤와 쇼가쿠칸(小学館)이 연이어 『주간소년매거진(週刊少年マガジン)』과 『주간소년선데 이(週刊少年サンデー)』를 창간하며 만화 잡지 주간지 시대를 열자 1963년에 코단샤는 『주간소 녀프렌드(週刊少女フレンド)』(1963-1996), 슈에이샤는 『주간소녀마가렛(週刊マーガレット)』 (1963-)를 창간하며 소녀만화도 주간 만화 잡지 시대에 돌입한다.
일본은 소녀만화 형성기에 ‘아카혼-대본만화-단편 앤솔로지’와 소녀잡지를 중심으로 발전하다 소 녀만화 잡지 중심으로 완전히 이전되었다. 반면 한국의 경우 1960년대 만화방 전문 출판사가 등 장하고 남성 만화가들(한성학, 권영섭, 최상록, 조원기, 이범기 등)을 중심으로 ‘가족만화’에서 분 화한 ‘순정만화’가 시도되었다. ‘FIG. 1-1’의 초기 순정만화는 1950년대에서 1960년대 초반 일본 의 소녀잡지에 실린 통속적인 멜로 소녀 소설, 멜로 소녀만화의 영향을 받았다.
1960년대 만화방이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며 시장이 확장되었고, 신인 작가의 필요성이 높아지며 여성 만화가들의 데뷔가 이어졌다. 장은주14는 1961년 <장미의 눈물>, 민애니15는 1962년 <꿈
少女マンガとその後」, 『美術手帖』 1998年 12月号(764号), 1998, p.61.
14 나상현, 「여든살에 ‘원로만화가’에서 ‘이모티콘 작가’로…“다른 이들과 연결되는 존재」, 서울신문, 2021.12.16, https://www.seoul.co.kr/news/life/2021/12/16/20211216500210
15 이유진, 「순정만화 그리는 할머니 작가, 민애니」, 경향신문, 2024.11.9, https://www.khan.co.kr/life/life-general/article/202411091200011
을 파는 소녀>, 엄희자16는 1964년 <행복의 별>, 윤애경17은 1966년 <엄마 보고파>로 데뷔했다. 송순히는 정확한 데뷔 연도는 확인할 수 없지만 1960년대 초반으로 추정된다.18 1960년대 여성 만화가들이 데뷔하며 눈에 띄는 변화가 시작되었다.
“이전부터 작품활동을 해온 일부 남성 작가들은 1960년대 중반 이후가 되면 표현 방법, 특히 인 물 표현에 변화를 시도했고 몇 년 사이 순정만화 스타일에는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겨난다. 이러한
면에서 엄희자의 데뷔는 한국 순정만화의 커다란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19
장은주, 민애니의 경우 문하생을 거치지 않고 직접 데뷔했다. 두 작가는 모두 만화나 잡지의 화보 를 보고 모사하며 기초를 익혔다. 민애니는 박정혜(박문윤)의 『봄의 노래』를 보고 만화를 그리려는 결심을 하고 만화가를 찾아간다. 박정혜 화실을 찾아가 필수재료 사용법을 익히고 혼자 자작을 통 해 작품을 완성해 자율위원회를 찾아간다. 자율위에서 우연히 만난 고우영이 소개해 준 만화출판 사와 연계되어 데뷔작을 출판하게 된다.20 반면 엄희자는 조원기 화실에 들어가 만화를 시작했다.
[그림 4] 타다츠 요코(忠津陽子)의 <바다의 노래>(『별책 마가렛(別冊マ〡ガレット)』 1969년 7월호)는 전형적인 일본 소녀만화의 3단 통합스타일화를 보여준다. (이미지 출처 : https://natalie.mu/comic/news/399164)
16 박인하, 「[한창완·박인하의 만화는 시대다] 불행에 공감하던 60년대 소녀에 ‘행복의 이상향’ 심어 주다」, 국민일보, 2020.6.20,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42853
17 조관제, 「조관제 漫步만보_ 원로 만화가 순례 ⑤ 장은주」, 만화규장각, 2017.7.27, https://kmas.or.kr/webzine/column/2175
18 만화규장각 아카이브에 1964년 1월 13일에 출간된 <사랑이 메아리치면>이 수록되어 있어 적어도 1964년 이전에 데뷔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https://www.kmas.or.kr/archive/writrList/detail/0000027228
19 김소원, 앞의 책, p.112.
20 2022년 11월 ‘이화여자대학교 아시아여성학센터’와 민애니 작가의 인터뷰. https://www.youtube.com/watch?v=um9TD5xvNes
1960년대 초반은 만화방이 전국적으로 늘어나며 폭발적으로 퍼지던 시기였다. 만화를 소비할 만화방이 많아지며 다양한 장르가 확산됐다. 만화방 만화를 출판하는 전문 출판사가 등장했고 장 르를 대표하는 인기 만화가들이 부상했다. 팔리는 책의 숫자가 정해져 있는 만화방 만화의 특징 상 빠른 속도로 후속편을 내야 수익이 증대됐다. 인기 만화가는 스스로, 혹은 출판사의 권유를 받 아 팀을 꾸려 스튜디오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만화를 잘 그리지 못하지만, 돈이 있는 사람이 만화 프로덕션을 만든 사례도 등장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만화를 공수해 베끼는 일들이 자주 벌어졌 다. 대표적인 사례가 향수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팀이다. 향수 팀은 신인 작가들을 모아 일본만화 를 베껴 출간해 큰 인기를 끌었다.
“향수(본명 박옥환)는 나름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고, 마포 화실의 대장 격이었다. 1950년대 후반 상경한 그는 방기훈 밑에서 일본만화를 베끼는 일부터 배웠다. 『반달가면』을 베낀 작품에서 펜을 댄 사람이 향수였다. (중략) 향수 팀은 치바 테츠야 만화를 거의 독점해 베끼듯 했다. 일본 만화책 을 구하는 것이 하나의 사업이었다. 일본 교포에게 숨겨 들여오게 하거나, 명동 뒷골목에 수입상
에서 구했다.”21
1960년대 만화방 만화에서 베끼기는 빈번하게 벌어졌다.22 하고명은 조원기 화실에서 일본만화 옆에 거울을 놓고 비친 만화를 보고 좌우를 반전시켜 그렸다고 회고했다.23 조원기 화실에서 활동 하다 1964년에 데뷔한 엄희자는 기존 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크고 반짝이는 긴 속눈썹을 지닌 눈 과 작은 코와 입, 화려한 헤어 스타일로 대표되는 얼굴 묘사, 꽃과 반짝이는 별과 같은 화려한 장식 성, 특히 인물을 강조하기 위해 꽃과 같은 장식 요소와 함께 세로로 전체 단에 걸쳐 오버랩되도록 그리는 연출(3단 통합 스타일화)24을 보여주었다.
화려한 헤어 스타일, 커다랗고 빛이 나는 눈, 작은 입술, 주변의 꽃과 같은 장식성, 동그라미, 타 원, 사다리꼴 등으로 표현된 눈 가운데 들어간 빛은 미즈노 히데코(水野英子, 1939-)의 <은의 꽃
21 장상용, 『만화와 시대정신 1960~1979』,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3, p.70.
22 박기정, 『도전은 계속된다 박기정』, 알렙, 2021, p.140.
23 “제일 쉬웠어 보고 그리는 거니까. 반대로만 그리면 돼. 반대로. 주인공이 오른쪽에 있으면은 이쪽에서 오른쪽에 있으면 왼쪽으로 먼저 가야 먼저 말을 하고 뒤에 받기 때문에 거울 딱 비추고 반대로 그리면 돼.” 2018년 12월 22일 필자와 구술 채록.
24 김소원은 다카하시 마코토가 최초로 시행했으며 만화 페이지의 맨 윗단에서 아랫단까지 세로로 길게 통합한 칸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등장인물의 전신을 그린 연출 방법을 ‘3단 통합 스타일화’로 부른 후지모토 유카리의 선행연구를 인용해 소녀만화 특유의 연출을 설명한다. 김소원, 앞의 책, p.103-105.
잎(銀の花びら)>(1957), 마키 미야코(牧美也子, 1935-)의 <도쿄-파리(東京-パリ)>(1959)에서 보인 십자가형 빛 표현을 시작으로 일본 소녀만화에서 정교하게 발전했다. 1960년대에 들어 일 본 소녀만화는 타원형, 얇은 쌍꺼풀, 양쪽으로 긴 위 속눈썹과 아래 눈썹, 작은 점 형태로 바뀐 눈 의 빛 표현으로 정착되었고 작은 코와 반짝이는 입술과 뾰족한 턱으로 양식이 정착된다.
오츠카 에이지(2017)25는 일본만화의 기원이 테즈카 오사무가 영향을 받은 디즈니식 기호적 조 형이라고 설명한다. 테즈카 오사무는 캐릭터를 만드는 방식은 디즈니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기 호의 조합’으로 그렸다. 하지만 기호로 되어있어 과격한 슬랩스틱 코미디에도 아무런 고통이 없 는 디즈니 캐릭터와 다르게 죽거나 성장하며, 동시에 마음을 갖고 있다. 기호로 조형되어있어 친 숙하지만 사람의 내면이 존재하지 않는 디즈니 캐릭터와 달리 일본 만화의 캐릭터는 기호로 조형 되어있어 친숙하면서 동시에 사람의 내면을 갖고 갈등하고, 고통받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오쓰카 에이지는 테즈카 오사무에서 시작된 기호성, 신체성, 내면성을 일본 만화 캐릭터의 특징으로 꼽 았다. 소녀만화는 테즈카 오사무 이후 이어져 온 디즈니풍 캐릭터와 다른 조형의 기원을 갖고 있 다. 소녀만화는 알폰스 무하(Alfons Maria Mucha, 1860-1939)의 ‘여성과 양식화된 꽃이 디자 인된 일러스트레이션’에 기원을 두고 있다. 단지 알폰스 무하의 조형적인 측면만 가져왔다면 ‘내 면’과 ‘신체’가 만날 수 없었겠지만, 알폰스 무하 그림이 메이지 시대 와카(短歌) 작가인 요사노 아 키코(与謝野晶, 1878-1942)의 단가와 결합된다. 메이지 30-40년대(1897-1907) 일본 근대문 학이 ‘내면’과 ‘신체’를 발견한 시기에 문예잡지인 『명성(明星)』에 이치조 세이비(一条成美, 1877- 1910)가 그린 무하풍 일러스트레이션이 요사노 아키코의 시에 삽입되고, 잡지의 표지에는 무하 의 포스터가 사용되기도 했다. 소녀의 내면을 그리는 요사노 아키코의 시는 이후 소녀 소설로 이 어지고, 소녀의 신체를 그린 아르누보적 그림은 타케히사 유메지(竹久夢二, 1884-1934) 등의 서정화로 이어졌다.
일본에서 소녀만화가 탄생하던 초반 테즈카 오사무가 보여준 디즈니풍 기호적 조형을 기반으로 한 소녀만화에 ‘알폰스 무하, 이치조 세이비→타케히사 유메지의 서정화→나카하라 준이치의 서 정화’라는 새로운 조형 양식이 결합해 소녀만화의 양식으로 정착했다. 1952년 대본만화 『소공 자(小公子)』(나카무라서점, 中村書店)를 출판하며 만화를 시작한 이후 1957년 『소녀북(少女ブ
25 大塚英志, ひらりん, 『まんがでわかるまんがの歴史』, KADOKAWA, 2017, p.42-49.
ック)』 7월호에 연재를 시작한 첫 장편 <메아리 소녀(山びこ少女)>가 폭발적으로 큰 인기를 끌 며 인기 작가가 된 와타나베 마사코(わたなべまさこ, 1929-)26, 1957년 대본만화 <모정의 왈츠 (母恋いワルツ)>로 데뷔한 후 발레 만화로 소녀만화에 발레 붐을 일으킨 마키 미야코27, 토키와 장의 유일한 여성 멤버로 1956년 『소녀클럽』 6월호에 단편 <빨간 머리의 포니(赤っ毛小馬(ポニ ー)>로 데뷔한 후 1960년 1월호부터 연재를 시작한 『별의 수금(星のたてごと)』으로 적대적인 국 가의 공주와 기사가 사랑에 빠지는 성인들의 로맨스를 선보인 미즈노 히데코까지 세 여성 작가는 1950년대 후반부터 월간지 시대 소녀만화를 끌어갔다. 이들 세 여성 작가와 함께 다카하시 마코 토(高橋真琴, 1934-)도 눈 속의 별 표현, 오버랩 기법을 활용한 ‘3단 통합 스타일화’, 꽃을 활용한 장식성을 선보이며 소녀만화의 독특한 양식을 완성했다. 조원기 팀에서 만화를 그리다 데뷔한 엄 희자는 일본 소녀만화에서 양식화된 표현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여 들이며 남성 만화가들의 가족/ 순정만화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새로운 순정의 시대를 열게 되었다.
김소원(2021)은 엄희자의 만화를 “한국 순정만화의 커다란 분기점”이 되었다고 평가하면서 구체적 으로 일본 소녀만화에서 받은 영향을 언급했다. 데뷔작인 <행복의 별> 표지 그림이 『주간 소녀 프렌 드』 1964년 5월 24일 호에 실린 타니 유키코(谷由紀子, 1935-1999)의 작품 <은방울꽃 천사(スズ ランの天使)>와 일치하고 이후 주인공 소녀의 옷차림과 머리 모양 등에서 일부 유사한 장면이 등장 한다고 밝혔다. 1965년 작품 <공주와 기사> 표지 그림이 『주간 소녀 프렌드』 1965년 5월 4일 호에 실린 타니 유키코의 단편 <왕녀 카테리나(王女カテリーナ)>와 일치하고 주인공 공주와 왕자의 옷차 림과 머리 모양 등이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작품인 <노래의 날개> 역시 일부 장면이 『주간 소 녀 프렌드』 1965년 1월 5일 호에 실린 호소노 미치코(細野みち子, 1942-)의 <아코(亜子)>의 장면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세 작품 모두 줄거리의 유사성을 찾기는 힘들다고 밝혔다.28
26 우리에겐 『새소년』에서 연재하고 이후 클로버문고로 출간된(일본에서는 『주간소녀마가렛』에 1969년 3호부터 1970년 49호까지 연재한) <유리의 성>으로 유명한 작가로, 1952년 대본만화 『소공자』(나카무라서점)를 출판하며 만화를 시작한 이후 1957년 『소녀북(少女ブック)』 7월호에 연재를 시작한 첫 장편 <메아리 소녀(山びこ少女)>가 폭발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인기 작가가 된다. 왕성한 생산력으로 1950년대 후반부터 소녀만화의 다양한 장르를 개척했다. 『메아리 소녀』는 이후 한국 순정만화에도 반복적으로 사용된 ‘쌍둥이 자매의 엇갈린 운명’ 구조의 원형격인 작품이다. 『소녀북』 1959년 9월호부터 1962년 8월호까지 연재된 <백마의 소녀(白馬の少女)>는 역시 여러 작품에서 활용한 ‘악당에게 납치되어 성장한 소녀’라는 구조를 보여준다. 아카마츠 병원 원장 부부에게 딸 미치루가 태어나지만, 해적에게 납치되어 데이지로 성장한다. 와타나베 마사코의 작품은 긴 머리카락과 화려한 드레스를 입은 여주인공이 멋진 원경과 꽃 배경의 근경으로 배치하는 화려한 연출로 소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범선과 수국을 배경으로 한 소녀의 상반신이 등장하는 고딕풍 특유의 성과 장미를 배경으로 서 있는 『소녀북』 1962년 1월호에 실린 <프린세스 로즈(プリンセスローズ)>는 표지에서 모든 걸 설명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27 1957년 대본만화 <모정의 왈츠(母恋いワルツ)>로 데뷔했다. 발레가 본격 등장하는 작품으로 이후 소녀만화의 발레 붐의 출발점이다. 이후 잡지로 옮겨 다양한 작품을 연재한다.
28 김소원, 앞의 책, p.112-118.
엄희자가 받아들인 일본 소녀만화의 양식화된 표현은 장은주, 민애니, 송순히, 윤애경 등 당대 여 성 만화가들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양식화된 표현에 맞춰 서사도 변화했다. 엄희자의 데뷔작 <행 복의 별>은 주인공을 가난, 이별, 죽음과 같은 불행한 고통을 겪게 하지 않는다. 불행으로 인한 연 민의 감정 대신 조형적 아름다움과 세련된 도시의 삶을 선택한다. 이를 위해 순정한 소녀가 아니 라 욕망하는 소녀가 주인공이 된다. <행복의 별>의 주인공 유미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부잣집 딸 로 자신이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캐릭터다. 미지의 외국 소녀를 구할 수 있었던 것도 엄마 양장실 에서 근무하는 은정의 집에서 하루를 자고 오겠다고 해서 시작된 일이다. 자가용, 넓은 정원, 카 펫이 깔린 거실, 커다란 침대가 있는 침실, 열대 식물로 장식된 티룸 등 1960년대 평범한 독자들 이 상상하기 어려운 배경에서 고대 이집트를 오고 가는 미스터리한 사건이 벌어진다. 고난받는
순수한 소녀의 불행에 공감하고, 마침내 자기연민으로 빠져 눈물을 쏙 빼는 만화와 달랐다.29
[그림 5] 엄희자의 <행복의 별>은 동시대 일본 소녀만화처럼 1960년대 평범한 독자들이 경험하기 어려운 환상과 이국적 취향을 보여준다.
1960년대 중반 이후 여성 만화가들의 등장으로 ‘순정만화’는 초기 ‘가족/소녀만화’, 착한 마음으 로 불행을 극복하는 멜로 드라마에서 벗어났다. 1959년 취학률이 96.4%가 되어 초등학교 의무 교육의 혜택을 받기 시작하며 문맹에서 벗어난 소녀들은 만화방에서 순정만화를 보며 새로운 세 계를 만날 수 있었다. 불행에 허우적거리며, 눈물 흘리는 신파의 감정에서 벗어나 멋진 왕국의 화
29 박인하, 앞의 글
려함, 이국의 모험, 도시의 세련됨을 즐기게 되었다. ‘FIG. 1-2’처럼 순정만화는 동시대 일본 소녀 만화와 상호작용(비록 선택적이고 불법적이지만)하면서, 만화의 장르를 벗어나 내부에 다양한 장르를 품고 여성 작가와 독자의 ‘창작-(제작)-소비’의 공동체로 의미를 확장시켜 나갔다.
Ⅲ. 규약과 장벽의 생태계
1970년대 한국만화는 내적, 외적 어려움과 마주하게 된다. 1970년대에 접어들며 합동(이후 합 동과 소년한국일보)에 의한 독점체제는 만화방 시장을 경쟁이 없는 시장으로 왜곡시켰고, 외부에 서 강제된 검열과 일본의 만화를 베끼던 관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만화방 만화의 발전을 가로 막았다. 독점 시장에서 많아야 상, 중, 하 세 권 분량으로 묶어져 나오는 순정만화는 작품 속에서 새로운 주제의 전달이나 소재의 개발이 불가능했으며, 가장 극심했던 검열 역시 작가의 상상력을 제한했다. 결국 1970년대 중반 이후 독자들이 점점 이탈하며 만화방 만화에서 순정만화는 공백 기에 접어들고 말았다.
1970년대 만화방 만화에서 순정만화가 사라진 뒤, 어린이 잡지와 학생 잡지 등에 일본 소녀만 화를 번안해 연재하며 1960-1970년대 일본 소녀만화의 주요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었다. 1970 년대 어린이 잡지인 『새소년』의 경우 일본만화 번안작이 여러 타이틀 연재되었는데 대표적인 번안 작가는 정영숙, 황수진이었다. 정영숙은 <유리의 성>(1972년 1월-12월), <(속편)유리 의 성>(1973년 2월-9월), <인형의 무덤>(1974년 11월-1975년 2월), 황수진은 <샤넬의 향기 >(1973년 1월-12월), <데이지힐에 부는 바람>(1974년 2월), <은발의 아리사>(1974년 3월-10 월), <하얀 장미여 안녕>(1974년 11월), <아틀라스에서 온 소녀>(1974년 12월), <로즈! 쥬노 를 믿어다오>(1975년 1월), <천사의 노래>(1975년 12월-1976년 7월), <유리의 성>(1976년 8월-1978년 5월), <아빠는 어디에>(1979년 5월-1980년 9월), <송이의 슬픔>(1981년 1월-4 월), <메두사의 전설>(1985년 9월), <로렐라이의 노래>(1985년 10월)을 연재했다.30 정영숙
30 두 작가의 연재 리스트는 네이버 카페 클로버문고의 향수(https://cafe.naver.com/clovercomic)에 정리된 게시물을 활용했다. 제시된 작품 모두를 원본과 대조하지는 않았지만, 정영숙과 황수진이 이어그린 <유리의 성>이나 황수진의 <샤넬의 향기>는 와타나베 마사코의 <샤넬 No.5(シャネルーNo.5)>가 원작이며, 정영숙의 <인형의 무덤>은 미우치 스즈에, 황수진의 <은발의 아리사>는 와다 신지, <아빠는 어디에>는 하나무라 에이코((花村えい子)의 <안개 속의 소녀(霧のなかの少女)>가 원작이다. 소개된 단편도 대부분 일본만화 원작으로 추정된다.
황수진은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중반까지 주로 잡지에서 일본 소녀만화를 번안해 다시 그린 만화를 왕성하게 발표했다. 1970년대 일본 소녀만화 걸작들이 어린이 잡지에 한국 만화가의 이 름으로 연재되었다.
[그림 6] 1970년대에 접어들어 일본 소녀만화를 베낀 만화가 잡지 본지와 부록으로 연재되었다. 1970년 대 가장 인기를 끈 순정만화는 와타나베 마사코(わたなべまさこ)의 <유리의 성(ガラスの城)>을 베낀 동명 의 만화다. 1972년 정영숙을 시작으로 1976년에는 황수진이 같은 만화를 연이어 번안했다. (이미지 출처 : 뉴스포스트 www.newspost.kr)
1970년대 일본 소녀만화를 뒤흔든 만화가들은 흔히 24년조(24年組)라 불리는 쇼와 24년 (1949년)을 중심으로 23년에서 25년에 태어난 작가들로 함께 모여 만화에 대한 고민을 나눈 여 성 작가들이다. 아오이케 야스코(青池保子, 쇼와23년생), 하기오 모토(萩尾望都, 쇼와24년생), 타케미야 케이코(竹宮惠子, 쇼와25년생), 오오시마 유미코(大島弓子, 쇼와22년생), 키하라 토 시에(木原敏江, 쇼와23년생), 야마기시 료코(山岸凉子, 쇼와22년생), 키무라 미노리(樹村みの り, 쇼와24년생), 사사야나 나에코(ささやななえこ, 쇼와25년생), 야마다 미네코(山田ミネコ, 쇼와24년생), 키시 유코(岸裕子, 쇼와24년생)까지가 24년조 멤버들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 가이면서 동시에 24년조의 리더 격인 작가는 하기오 모토와 타케미야 케이코다. 이들은 1970 년대 소녀만화잡지에서만 연재하지 않고 테즈카 오사무가 창간한 실험적인 만화잡지 『COM』 (1967-1973)에서 데뷔하거나(타케미야 케이코), 작품을 발표(하기오 모토)했다는 점이다. 두 작
가의 작품만 떠올려 봐도 이들 만화는 당대 소녀만화와 비교해 훨씬 더 탐미적이었다. 그러다 보 니 본지보다는 증간호 개념의 잡지들에 발표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하기오 모토의 경우 대표작 인 <포의 일족>(동일한 세계관을 갖는 단편들이 부정기적으로 연재됨)은 『별책소녀코믹』(1972- 1976)에 연재되었고, <토마의 심장> (1974)이 『소녀코믹』 본지에 연재가 되다가 SF <11인이 있다>(1975)는 다시 『별책소녀코믹』으로 매체를 옮기기도 했다. 이들이 보여준 탐미성은 이후 『JUNE』를 거쳐 야오이, BL로 연결되었다.
탐미적인 24년조 작가들과 함께 1970년대 대하 역사만화로 소녀만화를 흔든 작가들이 있다. 호소 카와 치에코(細川智栄子, 쇼와10년생), 이케다 리요코(池田理代子, 쇼와22년생) 등의 작가는 <왕 가의 문장>(1976-)이나 <베르사유의 장미>(1972-1973), <오르페우스의 창>(1975-1981)처럼 역사적 격변기에 벌어지는 대하 역사만화31를 연재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24년조 작가들은 세 방향에서 소녀만화에 변화를 주었다. 첫 번째, 대하 만화의 도입. 역사의 거 대한 흐름과 그 격랑이 휘말리는 인간에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 다양한 장르의 도입. 1960년대 까지 일본 소녀만화도 장르적으로 가족 중심 드라마나 로맨스가 많았고, 요술 공주나 발레, 체조 같은 ‘소녀적인’ 테마 중심이었다. 1970년대 24년조 작가들은 호러, SF, 판타지 같은 장르 만화를 선보였다. 세 번째 금기를 깬 사랑의 표현. 역시 타케미야 게이코의 <바람과 나무의 시>에서 보여 준 탐미적인 소년애는 이후 소녀만화에 다양한 갈래로 뻗어나가 수용되었다.
1980년대가 되어 한국만화를 괴롭힌 만화방의 독점이 깨졌고, 새로운 출판업자들이 시장에 참 여했다. 출판사 창만사는 ‘프린스’ 레이블을 통해 한승원, 황미나, 김진, 신일숙, 김혜린, 강경옥 등 여성 만화가들이 데뷔했다. 출판사 이름은 몇 번 바뀌었지만32 프린스 코믹이라는 브랜드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FIG. 1-2’가 지닌 서사를 만들어, 향유하는 순정만화의 운동성은 1970년대에 억압되어 있다가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통해 폭발적으로 분출되었다. 1960년대 초반에 태어난 여성 만화가들은 대하 역사, SF, 판타지 장르를 발표했다.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펼쳐지 는 인간사의 문제를 담은 대하 역사만화는 1980년대 초반 프린스 만화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황
31 ‘대하(大河)’라는 명칭은 로망 플뢰브(roman fleuve)의 번역어로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많은 사건이 중첩되어 거대한 강처럼 굽이치는 서사물을 부르는 명칭이다. 수십 권에 이르는 역사소설이나 초장편 역사 드라마에 ‘대하’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32 당시 만화방 만화를 출간한 출판사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출판사를 재등록하는 수법으로 활용했다.
미나의 <이오니아의 푸른별>(1980), <아뉴스데이>(1982), <굿바이 미스터 블랙>(1983), <불 새의 늪>(1984), 신일숙의 <라이언의 왕녀>(1984) 등이 대표작이다. 이 작품들은 모두 역사의 소용돌이를 살아가는 인물의 삶과 사랑을 다뤘다. 김혜린의 <북해의 별>(1983)33은 ‘로맨스’보 다 ‘혁명’ 서사에 초점을 맞춘다.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경험이 있는 이케다 리요코는 오히려 격변 기에 로맨스에 집중했고, 역시 학생운동 경험이 있는 타케미야 케이코는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가상역사물이나 탐미적인 소년애나 SF 미스터리를 그리지만 혁명을 언급하지는 않는다. 반면 김혜린은 <북해의 별>이나 <테르미도르>(1987)에서도 혁명의 주변이 아닌 혁명에 참여하는 사 람을 통해 역사에 집중한다. 대하역사만화는 남성 주인공의 고뇌와 투쟁, 여성 주인공의 사랑과 헌신을 그렸지만, 새롭게 젠더를 상상하는 작품들도 등장했다. 1984년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 한 신일숙은 1985년 <사랑의 아테네>를 발표한 후 1986년부터 발표하기 시작한 <아르미안의 네딸들>에서 사랑의 대상이나 욕망의 대상이 아닌 사랑과 욕망과 역사의 주체인 ‘여성 주인공’에 집중한다. 데뷔작 <현재진행형ing>(1985)와 두 번째 발표작인 <이 카드입니까>(1986)에서 한 국이라는 공간 속에서 10대 여성의 현재를 보여준 강경옥은 <별빛속에>(1987)을 통해 당대 10 대 여성 주인공 신혜를 우주로 데려간다. 두 작품 모두 주체적인 여성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선택 과 행동은 역사를 바꾸고 우주를 구원한다. 세계의 운명을 여성들의 손에 돌려준다.
[그림 7-1, 7-2] 1980년대 아무도 말하지 못하던 시기 '혁명'을 이야기한 김혜린의 <북해의 별>, <테르미도르>
33 1983년 만화방 만화로 출간되기 시작해 1987년까지 5년에 걸쳐 16권으로 완간했다.
1970년대 소녀만화를 바꾼 24년조 작가의 탐미적 만화와 대하 역사만화는 1980년대 한국 여 성 만화에 일정한 계보적 연관성을 보여주지만 한국 여성 만화가들은 ‘같은 만화’를 그리기보다는 1980년대 한국에 맞는 ‘자신의 만화’를 그렸다. 그러다 보니 24년조 작가들이 보여준 동성애적 탐 미성은 1990년대 순정만화 잡지 탄생 이후 이정애로 연결되고, SF적 사고실험은 신일숙, 김혜린, 강경옥에게 연결된다. ‘순정’이라는 다소곳한 이름으로 불렸지만 1980년대 순정만화는 여성 독자 들과 함께 세계를 바꾸었다. 권선징악의 구조 안에서 “그리움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사라지는 신 파적 소녀와 달리 1980년대 순정만화는 사랑을 쟁취하는데 두려움이 없었다. 변화한 여성 주인 공은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나섰다. 자기 운명의 주인공으로 전면에 나선 여성 주인공은 “미래는 언제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라며 변화를 선언했다.
섬세한 심리 묘사, 중첩된 갈등, 조형미가 과장된 캐릭터, 연출에 있어서 장식성 등의 특징은 ‘여 성들이 서사를 향유하는 방식’, 즉 여성 작가와 독자를 묶어내는 하나의 규약이자 장벽으로 완전 히 자리 잡았다. 1980년대 탁월한 한국 여성 만화가들로 인해 한국은 ‘창작-(제작)-소비’의 생태 계에서 빠져있는 ‘제작’이 등장할 시기를 맞이했다.
[그림 8-1, 8-2] 1980년대 새롭게 데뷔한 젊은 여성 작가들은 '여성 작가와 독자'를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하나로 묶어냈다. 많은 여성 독자들에게 스스로 운명의 주인으로 살아라고 이야기한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딸들>
1986년 황미나, 김혜린, 신일숙, 김진, 이정애, 유승희, 이명신, 서정희, 황선나 등 9명의 순정만 화 작가들은 ‘나인’이라는 창작 동호회를 결성하고, 동인지 성격의 잡지 『아홉번째 신화』를 출간 했다. 비매품으로 1,000부 정도 인쇄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3호에서는 3,000부를 주문자 한정판매를 시도했고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아홉번째 신화』의 실험이 성공을 거두자 1988 년 11월 도서출판 서화에서 국내 최초의 순정(여성) 만화잡지 『르네상스』가 창간되었다. 만화잡 지가 창간되자 작가들은 장편 중심의 대본소 체계에서 이탈해 잡지 연재로 선회했다. 작가들은 단편에서 중편, 장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만화방 시대에 독자들에게 익숙해진 장편 만화만이 아니라 가벼운 학원, 개그, 미스터리 등의 작품으로 장르를 확산시켰다. 1989년 『모던타임즈』, 『로망스』, 『하이센스』가 창간되었고, 1991년 『요요』, 『미르』, 『댕기』, 『나나』가 창간 되었다. 다시 2년 후인 1993년 『그대에게』, 『터치』, 『윙크』, 『실루엣』, 『미니』가 창간되었다. 1988 년 11월 이후 1993년까지 대략 5년 동안 13종의 순정만화 전문 잡지가 창간되었다. 잡지에 실 리는 많은 작품들이 각각 상이한 여러 성격을 지니지만 여성 작가와 여성 독자에 의한 연대의 네 트워크는 개별 작품의 특징을 넘어서 그것을 하나로 묶어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남성들이 접근 하기 어려운 하나의 커뮤니티를 발생시키고, 그것을 네트워크의 구조를 통해 재생산했다. 드디어 ‘제작’이 포함된 완전한 ‘창작-제작-소비’의 생태계가 완성된 것이다.
Ⅳ. 진화하는 여성의 욕망과 자기반영으로 여성 만화34
1990년대 중반 이후 한국만화가 일본과 같은 잡지-단행본 시스템으로 재편되며 여성 만화 잡지 는 청소년용 잡지를 중심으로 저연령층과 성인층으로 분화되며 대중적으로 확산, 안정되었다. 1990-2000년대 초등학교 저학년 독자들은 『밍크』, 『나나』, 『슈거』 등 저연령 만화잡지를, 10대 독자들은 『댕기』, 『윙크』, 『이슈』 등 청소년 만화잡지를 구독했다. 1990년대 중반이 되자 성장한 여성 독자를 위해 『화이트』, 『마인』, 『나인』 같은 성인만화 잡지가 연이어 창간되기도 했다. 2000 년대 이후 비록 잡지-단행본 시스템은 미로에서 헤맸지만 여성 만화는 달랐다. 2000년에 『해피』 (대원씨아이), 『주티』(학산문화사)가, 2002년에는 『비쥬』(시공사), 『슈가』(서울문화사), 2003년에 『오후』(시공사), 2004년에는 『허브』(길찾기), 2008년에 『그루』(절대교감)가 창간되는 등 불황 속 에서도 작가-독자의 안정적인 커뮤니티에 기댄 신규 매체 창간이 계속되었다.
34 기획회의』 통권 491호(2019.7.5.)에 게재된 필자의 글 「진화하는 여성의 욕망과 자기반영」을 기반으로 수정했다.
이 시기 여성 만화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하는 변화는 BL(Boys Love) 만화의 등장이다. 이미호, 프 모리의 『웹소설 작가를 위한 장르 가이드 9 – 보이즈 러브』(북바이북, 2017)에서는 “1990년대에 접어들어 전반적인 한국만화의 활황기에 동인 문화는 야오이의 수입과 PC 통신의 발달로 인해 큰 변화를 겪는다”라며 (BL 만화가) “역사와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남녀의 로맨스가 많았던 한국의 순정만화와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만화로, 한국 순정만화 팬들에게 신선하게 받아들여졌 고 자연스럽게 팬덤이 형성되었다”라고 BL 만화의 유입과 확산을 설명한다. 그런데 BL 만화가 기 존 여성 만화와 완전히 다른 유형의 만화이기 때문에 팬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였을까? 새롭고 신 선함을 뛰어넘는 무언가는 있지 않았을까? BL 만화의 어떤 요소가 이후 한국 여성 만화를 재구성 하게 하지 않았을까?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풀기 위해서는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포함한 여성 만화 역사를 살펴보아야 한다.
호리 아키코는 『욕망의 코드(欲望のコード』(臨川書店, 2009)에서 “소녀만화의 주요 테마는 ‘연 애’, 소년만화의 테마는 ‘우정, 노력, 승리’라는 젠더에 의한 차이가 있다. 물론 그 외의 테마를 그 리는 작품도 다수 존재하지만, 소년만화에는 스포츠나 격투를 무대로 남자끼리 우정, 승리에 도 달하는 과정이, 소녀만화에는 연애가 성취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35 호리 아키코의 지적처럼 소년만화의 주인공은 함께 협력하고, 투쟁하며 일정한 성과를 이루어 간다. 반면, 소녀만화의 주인공은 상대방과 소통하고, 교류하고, 돌봐주는 데 집중한다. 이를 포괄해 ‘연 애’ 테마로 규정할 수 있다. 한국 여성 만화에서 ‘연애’ 테마는 1980년대 새롭게 등장한 여성 작가 만화를 통해 재규정되기도 했지만 사회적으로 굳어진 젠더 프레임은 몇몇 작품을 통해서 완전히 전복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마치 1970년대 일본 소녀만화에 등장한 하기오 모토, 타케미야 케 이코, 야마기시 료코, 오시마 유미코, 키하라 토시에 등 24년조 작가들이 보여준 혁신적인 만화 들이 주류 소녀만화를 완전히 전복시킬 수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1970년대 일본에서 활약한 24년조 작가들은 만화에서 다층적 갈등과 여성의 주체적 욕망 등을 담았다. 호러, 미스터리, SF, 판타지,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를 발표했고, 여성의 섹슈얼리티나 동 성애 테마를 작품에 담기도 했다. 이런 새로운 시도를 통해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반 성인 여성 독자를 겨냥한 레이디스 코믹(レディースコミック)과 BL 만화가 등장했다. 1979년 창
35 堀あきこ, 『欲望のコード』, 臨川書店, 2009, p.34.
간한 코단샤의 잡지 『BE in LOVE』를 시작으로 성인 여성 독자를 겨냥한 만화잡지가 연이어 창간 되었다. 성인 여성의 삶과 성애묘사가 등장하는 만화를 기존 소녀만화와 구분하기 위해 레이디스 코믹이라 불렀다. 1990년대 초반 레이디스 코믹스를 여성용 포르노그래피로 규정하는 여론이 확산되자 대안으로 ‘영 레이디스’라는 용어가 사용해 성인 여성들을 위한 만화를 규정했다. 나나 난 키리코(魚喃キリコ), 오카자키 마리(おかざき真里), 니노미야 토모코(二ノ宮知子), 타니가 와 후미코(谷川史子), 사쿠라자와 에리카(桜沢エリカ), 오자와 마리(小沢真理), 오가와 야요이 (小川彌生), 우미노 치카(羽海野チカ), 치야 토리코(稚野鳥子), 니시무라 시노부(西村しのぶ), 이
1970년대
24년조 작가들의 작품 일본 (다양한 장르, 여성의 욕망과 섹슈얼리티)
소녀 고난 극복담 중심 순정만화의 퇴조, 일본 소녀만화 불법 복제
한국
토 리사(伊藤理佐) 등의 작가가 영 레이디스 작가로 구분된다.
1980년대
레이디스 코믹스 『JUNE』, 야오이 만화
새로운 여성 작가들의 혁신적인 만화
[표] 일본과 한국에서 여성 만화의 변화(욕망의 반영을 중심으로)
1990년대
2000년대
영 레이디스 BL(보이즈 러브)
잡지 기반 여성 만화 안정화 성인용 여성 만화 시도 실패(잡지폐간) 적극적인 BL 만화 수용
1978년 제1회 코미케(코믹 마켓, コミックマーケット)가 개최되고, 동성애 소설과 만화를 수록 한 잡지 『JUNE』가 창간되며 BL 만화가 전면적으로 등장했다. 미조구치 아키코는 『BL진화론』(길찾 기, 2018)에서 24년조 작가들이 발표한 미소년 만화가 나오던 이전 시대를 ‘창생기’로 1978년부터 1990년까지를 BL 전문 상업잡지인 『JUNE』와 동인지 확대 시기로 보았다. 당시 BL 만화는 동인만 화에서 야오이(やおい, 줄거리 없음, 절정 없음, 의미 없음을 뜻하는 일본어 야마나시, 오치나시, 이 미나시의 머리글자를 딴) 만화라고 불렀다.
1990-2000년대 일본의 동인 문화와 야오이 만화가 한국에 소개되었다. 동인 씬에서 활동하다 슈에이샤의 『마가렛(マーガレット)』에 작품을 연재한 오자키 미나미(尾崎南)의 히트작인 <절애 (絶愛-1989-, 1989)>, <브론즈(BRONZE, 1991)> 등이 1993년 해적판으로 출간되며 BL 만화 의 팬덤이 등장했다.
한일 양국의 여성 만화의 변화를 욕망의 표현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일본의 경우 1970년대에 24 년조 작가들의 작품에서 섹슈얼리티를 드러낸 만화들이 발표되었고, 1980년대에는 레이디스 코 믹스와 야오이 만화가 나왔다. 그러나 1990-2000년대 한국의 여성 만화는 1980년대 일본 여성 만화가 도전했던 ‘여성 욕망의 재현’으로 나가지 못했다. 1990년대 성인 독자를 위한 여성 만화 잡지가 연이어 창간되었지만 청소년 잡지와 별 차이가 없었고, 출판만화 불황 국면에서 오래 버 티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1990-2000년대에도 만화/매체에서 젠더 프레임은 굳건했다. 1980년대 새로운 여성 만화를 보 며 성장한 여성 독자들의 욕망은 젠더 프레임을 전복하기를 원했다. 이 시기 일본에서 줄거리도 없고, 절정도 없으며, 의미도 없이 남성 캐릭터들의 섹스에 집중하는 (이후 보이즈 러브, BL로 불 리게 된) 야오이 만화가 등장했다. 젠더 프레임에서 ‘우정, 노력, 승리’를 추구하는 소년만화적인 남자 주인공 대신 여성 만화 특유의 미형 캐릭터로 디자인된 남성 캐릭터들이 주인공이 되었다. 현실의 남성은 물론 소년만화의 남성과도 전혀 다른 BL 만화의 주인공들을 보며 여성 독자들은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부가된 여성의 역할로부터 해방되어 남성 캐릭터에 가상으로 자신을 기탁 함으로써 자유자재로 사랑과 섹스를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캐릭터가 독자와는 다른 성별이기 때
문에 가능한 현실도피”를 즐길 수 있었다.36
오자키 미나미의 만화 <브론즈>와 <절애>가 해적판으로 한국에 소개되며 젠더 프레임을 파괴하 는 BL 만화가 작가와 독자들에게 폭넓게 수용되었다. 기존 만화를 커플링 기반 BL 만화로 재해석 하는 2차 창작 중심 동인 씬도 확장되었다. 동인 씬과 비교해 보수적인 출판계에서도 조금씩 영 역을 확장해 나갔다.
나예리의 <네멋대로 해라>나 <글로리 에이지>에는 동성애의 분위기가 분명히 암시된다. 박희정 <호텔 아프리카>에는 여러 에피소드에 게이가 등장하며, <마틴 & 존>은 게이 커플이 주인공이다. 한혜연의 <금지된 사랑>에도 동성애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원수연의 <렛 다이>는 동성애자 고교 생이 주인공이다. 심혜진의 <안녕하세요? 세바스찬입니다>의 집사 세바스찬과 백작의 관계는 개
36 미조구치 아키코, 『BL진화론』, 김효진 옮김, 길찾기, 2018, p.11.
그 커플임에도 미묘한 동성애적 상황이 암시되기도 한다. 김기혜의 <설>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는 않지만 유노와 성은의 관계에서 동성애의 분위기가 풍긴다. (작품의 설정상 성은은 남성이 아 니라 성폭력의 상처로 인해 남성으로 살아가는 여성이다.) 독특하게 이정애는 일관되게 자신의 작 품에서 이성애를 벗어난 다양한 성적 취향을 보여주었다. 1986년 만화방 만화인 <헤르티아의 일 곱기둥>으로 데뷔한 이후 여성 만화 잡지 『르네상스』에서 동성애와 근친상간, 자웅동체의 양성애, 동물과 인간의 사랑 등을 테마로 한 단편을 발표한 데 이어, <별에서 온 이상한 소식>에서는 아름 다운 여성과 강한 남성이라는 젠더 프레임을 뒤집은 성역할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편 연재작 <열 왕대전기>에서는 남성 주인공들이 서로를 보고 얼굴을 붉히는 등 BL적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갔지만 『이슈』 연재 시에는 동성애 장면이 삭제되기도 했다. (2000년 서울문화사판에서 삭 제된 부분을 복원하였다.) 여성 성인만화 잡지 『마인』에 연재된 이빈의 <불완전한 愛>도 동성애를 테마로 한 중편이다.
1990-2000년대 여성 만화에서 보여준 동성애는 관습적인 표현들이 반복되며 장르화한 BL 만화 라기보다는 위험하고 이루어질 수 없는 탐미적이며 비극적이고 어두운 사랑을 그린, 24년조 작 가들이 선보인 소년애 만화나 『JUNE』의 취향에 가깝다. 하지만 1990-2000년대 한국만화에 처 음 등장한 BL 코드는 이후 여성 작가와 독자들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쾌락 장치로 장르화되며 확장되었다. 이 과정에서 현대지능개발사는 BL 만화 레이블을 설립해 일본 BL 만화를 전문적으로 출판하기도 했다. 2013-2014년 유료 웹툰 플랫폼이 등장하고, 리디북스 등 전자책 플랫폼도 약 진하며 BL 만화는 여성 독자들을 위한 만화 장르로 안착했다. BL 만화가 젠더 프레임을 깨며 여성의 쾌락을 긍정하며 작가/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수용되는 것과 함께 1999-2000년대 여성 만화는 여성 서사를 담은 만화가 나오기도 했다. 이진경의 <사 춘기>는 네 명의 여성을 내세워 그들의 ‘감정과 경험’을 그려간 작품이다. 작가는 스스로 “네 명의 여자아이를 주인공으로 미숙하지만 예민한 성장기의 열정과 변화에 대한 개인적 관점을 말하는 원고”라고 말한다. <사춘기>의 주인공들은 다른 만화의 주인공들과 달리 부지런히 생각한다. 주 인공들의 여러 생각은 다양한 측면에서 여성의 삶을 고민하게 한다.
여성의 삶, 특히 기존 젠더 프레임에서 벗어난 여성의 삶을 드러낸 작품은 유시진의 <쿨핫>이다.
첫 번째 트랙의 주인공인 이루다는 전형적인 남성의 특징을 지닌 여성으로 자신의 신체적 특징을 불편해하거나 어색해하지 않는다. 두 번째 트랙의 주인공 동경은 화려한 여성 편력을 지닌 영화 감독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지닌 캐릭터다. 루다와 동경이 서로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다가가는 과 정을 그린다.
이진경의 <사춘기>나 유시진의 <쿨핫>은 여성 만화에 규정된 여러 프레임을 벗어나려 한 작품들 이다. <사춘기>와 <쿨핫>으로 대표되는 여성 서사는 기존 로맨스 플롯을 부정하고 사람과 사람 의 관계를 탐구한 이강주의 <캥거루를 위하여>, 성인 여성들의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단편에 녹 여낸 한혜연의 단편선이나 연애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던 미스터리 장르 <일루젼>, <M.노엘>, 역 시 애초에 연애 테마를 담을 생각이 없던 권교정의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처럼 연애에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여성으로 ‘나’를 바라보는 작품이 연이어 등장했다.
1990-2000년대 한국에서 여성 만화는 격변기를 맞이한다. 1980년대 소수의 작가들이 개척한 여성 만화는 1980년대 후반 잡지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만들었고, 1990-2000년대에 안정화되 었다. 이 시기 성인 여성을 위한 잡지들도 창간되었지만, 1980년대 일본처럼 여성의 욕망을 직접 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다. 진화하는 여성의 욕망은 당시 야오이 만화라 불린 BL 만화를 통해 발화 되었고, 자기반영으로 여성 만화는 패미니즘적 시선으로 확장되었다. 1996년 잡지에 실린 <순 정만화 속의 동성애 어떻게 읽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이정애 인터뷰는 당시 여성 만화 작가들이 동성애를 어떻게 바라보았는지를 잘 설명해 준다.
“나의 작업은 동성애와 페미니즘을 연결시키는 시각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내가 동성애자에게 관 심을 가지는 것은 그들이 학문적으로나 영적으로나 중성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이면서 여성적인 것을 볼 줄 아는 사람이 보다 총명하고 좀 더 여성을 잘 볼 수 있다. 남자 주인공 이 많은 이유는 독자들이 여성이고, 그들이 남성들이 나오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여자도 남 자의 육체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즐길 권리가 있다.” (『월간 이매진』 1996년 7월호)
2000년대 한국만화 잡지-단행본 시스템이 붕괴하는 중에 여성만화는 ‘창작-제작-소비’의 생태계
를 지켜나갔다. 하지만 거대한 매체 전환의 시기를 버티기는 어려웠다. 2012년 6월 『윙크』가 마 지막호를 발행하고 온라인으로 전환되었고, 월간으로 발행주기를 바꾼 『이슈』는 2020년 11월 15일호를 마지막호를 발행하고 휴간되었다. 하지만 여성만화의 ‘창작-제작-소비’ 생태계는 웹으 로 전환되었다. 다양한 장르로 분화된 순정만화에 자전만화, 로맨스판타지를 비록해 더 많은 여 성의 이야기들이 등장했다. (FIG 1-3) 그리고 'Fig. 1-4'처럼 '여성만화로 나아갔다. 어떤 장벽 '너 머'를 상상하는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장벽을 넘어갔다.
[공동연구 2]
메인스트림 여성 만화의 정체성, 순정과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홍난지
Ⅰ. 연결의 부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전제
‘순정’, ‘로맨스’의 창작 주체가 모두 여성인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여성 작가로부터 만들어진다고 인식한다. 1988년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모아 창간한 『르네상스』가 순정만화 잡지를 표방하며 나타난 이래 순정은 여성 작가에 의해 만들어진 여성 독자를 위한 만화를 지칭하는 단어로 확정 됐다. 출판만화 잡지는 성별, 연령으로 독자층을 나눠 출간했고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는 단어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순정은 소녀들에게 어필하는 전략적인 단어인 셈이었다. 순정이란 단 어로 여성 작가의 만화를 한데 모으려는 시도가 사랑이란 소재에 여성의 창작과 소비, 재현을 한 정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순정을 거점으로 삼아 작가와 독자 모두의 다양한 욕망을 확인 할 수 있었다.
2000년대에 웹툰이 활성화하며 순정이 지닌 특성은 로맨스로 이식되었지만 더 이상 로맨스 웹 툰을 순정이라 부르지 않는다. 순정과 로맨스, 비슷한 듯 다르게 불리는 명칭은 마치 웹툰이 만화 의 부분집합임에도 다른 것으로 인식하는 시대와 매체의 변화에서 발생한 간극에서 비롯된다. 이 간극을 좀처럼 좁힐 수 없는 것은 평행하는 명칭을 잇고 교류하는 다리가 부재해서다. 즉 여성 작 가, 만화, 독자의 과거와 현재의 접점을 확인할 수 없기에 일어난다. 그래서 현재 간헐적으로 순
정이란 용어가 사용될 때 과거의 순정만화가 여성들의 전유로서 다양한 욕망의 발현처였던 것처 럼 복합적 의미로 소비되지 않는다. ‘순하고 정감 있다’라는 단어 뜻 그대로 지난 시대에 대한 향 수, 순수한 목적성을 가진 마음이나 작품의 분위기를 이를 때 사용되면서 순정과 로맨스의 차별 성은 더욱 강조된다.
로맨스라 했을 때 절로 떠오르는 단어는 사랑이다.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갈등과 해결이 모두 사 랑 때문에 일어나는 이야기를 보통 로맨스 장르라고 말한다. 본래 로맨스는 이야기의 오랜 역사 를 살폈을 때 영웅의 모험담과 같은 이야기를 통칭했다. 근대에 이르러 보다 현실적인 내용을 다 룬 소설(novel)이 등장해 소설에 속하지 않는 나머지 것들을 로맨스에 포함하면서 점차 ‘여성’, ‘사 랑’에 대한 것들로 각인되었다. 이에 대한 탈피를 시도하며 나타난 단편집 『여명기』는 ‘여성이 주 인공일 것’, ‘비(非) 로맨스’를 내세워 2020년 1월 텀블벅에 소개돼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만화에 등장하는 여성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여러 가지 삶의 양태를 지닌 여성 서사를 드러낸 『여명기』는 현재의 주류 스타일을 따르지 않고 흑백의 페이지 연출, 독자 후원을 통해 출간하고 유통하는 방 식을 채택함으로써 서사의 다양성을 더욱 강조했다. 이 작품집이 알려지자 텀블벅에서 목표한 금 액을 크게 상회하는 성과1를 이뤘는데 여성 서사의 다양성에 대한 대중의 갈증과 지지를 확인하 는 결과였다. 『여명기』의 성취는 로맨스의 여집합으로 시도된 기획이란 점에서 역설적으로 여성 만화에서 로맨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러한 연유로 순정만화에서 장르적, 내용적 경계 없이 한 데 묶여 여러 욕망을 지닌 작품이 나타 난 데 반해 로맨스라는 이름을 붙인 후 영역이 더욱 좁아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순정과 로맨스 로 여성 욕망의 성격과 범위를 제한한 건 타인의 시선으로 본 누군가에 의해서다. 여전히 여성들 은 순정이든, 로맨스든 이름에 관계없이 로맨스 장르의 안과 밖, 샛길을 오가며 그 재현 방식과 지 향점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여명기』처럼 편견의 벽을 부수고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가 지지받는 동시에 남 성들 간의 성애를 다룬 BL(Boy′s Love)이나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회로 회귀·빙의·환생하 는 로맨스 판타지가 동시대 여성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로맨스로부터의 탈피와 로맨스
1 목표 금액: 3,000,000원, 달성 금액: 142,693,900원.
[그림 1] 텀블벅에서 크라우드 펀딩 되었던 <여명기> 표지
[그림 2]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된 <여명기> 표지
의 적극적인 수용이 어떠한 부분에서 교집합을 이루며 주목받는 것인지를 살피면 결정하고 실행 하는 주체에 대해 접근하게 된다. 다시 말해 타인에 의해 분류되고 정체성을 부여받는 것이 아니 라 욕망을 긍정하고 결정하는 주체가 ‘나’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발견된다. 20세기에 여성들의 전 유였던 순정만화가 누군가에 의해 붙여진 이름을 내면화해 여성의 것으로 만들던 것에서 나아가 직접 정체성을 탐구하고 호명하는 주체가 되어 여성들의 다양한 욕망을 로맨스 장르 안에서 확장 하고 있다. 이런 변화가 나타난 강력한 요인 중 하나는 웹이라는 매체의 탄생과 그 안에서 성장한 웹툰의 특성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들 스스로 자기 결정의 주체성을 확보하고 여성의 욕망과 여성관을 드러내는 장르들이 다양 화되면서 ‘진짜’ 여성의 정체를 탐문하는 문제로 넘어간다. 순정이라 불리는 것만이 진짜 내가 아 니라는 자각이 자기 결정의 주체가 될 수 있게 했지만, 도리어 자기 상실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를 한 데 묶는 보이지 않는 정치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규정할 수 있게 됐는데 여기서 또 여러 개의 충돌하는 유형들이 드러나고 무엇이 진짜냐는 질문이 생긴다. 로맨스가 아닌 것들을 모으려 는 시도와 호명된 로맨스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욕망을 실현해 나가는 것, 그리고 개인 적인 만족을 최고의 성공으로 여기고 구조의 모순을 눈감는 것 중에서 무엇이 진짜 여성의 정체성
을 대변하는 것인지를 가려내는 욕망이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고 인식하는 것을 방해하기도 한다.
본 연구는 여성과 만화, 순정과 로맨스 장르의 긴밀한 연관성을 인정하고 여성들이 만든 만화가 매 체와 사회의 변화 아래 어떠한 방식으로 정체성을 탐구해 왔는지를 알아본다. 2000년대 이전 만 화 유통의 메인스트림인 출판의 순정과 2000년대 이후 메인스트림인 플랫폼의 로맨스, 로맨스 판 타지를 중심으로 여성 작가들의 욕망이 어떤 식으로 스토리텔링화되어 나타나는지를 함께 살피면 서 주체성과 진정성에 대한 열망을 확인한다. 그럼으로써 여성이 다양한 방식으로 창작한 만화들 에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지향이 있고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Ⅱ. 순정만화의 역동적 변화
2-1. 출판 잡지의 순정만화
매달 발매되는 잡지를 통해 연재되던 출판만화는 독자의 수요를 예측해야 판매 부수 등의 비즈니 스 전략을 세울 수 있기 때문에 잡지별로 명확한 타깃층을 겨냥했다. 10대 여고생 정도의 독자를 위해서 그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소재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화를 싣는 식이었다. 남성보다는 여성 작가들이 여학생의 수요에 맞는 만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는지 소녀만화 잡지에 실리는 만화는 여성 작가들이 도맡았다. 『바람의 나라』로 알려진 김진 작가는 우리나라 최초의 순 정만화 잡지, 『르네상스』(1988년 11월 창간)를 통해 연재를 시작하게 된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만화가가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만화가가 될 수 있는지 몰라 무작정 한국만화가협회를 찾아 가서 만화를 보여줬다. 얼마 뒤에 나처럼 여성 작가들의 만화만 모은 잡지를 만든다는 연락을 받 아 연재하게 됐고, 그 잡지가 『르네상스』였다.”2 인터뷰 내용을 통해 『르네상스』 창간 무렵, 여러 여성 작가들이 만화가가 될 채비를 마쳤고, 소비할 수요층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간 여 학생 대상의 교양 잡지에서 소수의 만화들이 여학생 타깃으로 만들어진 사례가 있었으나 『르네상 스』의 차별점은 여성 작가들이 만든 만화들로 채우고 만화만 연재하는 잡지였다는 점이다.
『르네상스』는 여학생들을 위한 만화 잡지를 표방하면서 ‘순정’이란 이름을 수식어로 적극 활용했
2 2016년 김진 작가님 인터뷰.
는데 이때부터 여성 작가에 의해, 여성 독자를 위한, 여성의 만화들이 활발하게 창작·소비되었다. 『르네상스』에서부터 이어진 순정만화는 두 사람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에서부터 동서양의 역사와 SF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대하 서사시 등 광활한 시공간을 소재로 광폭 행보를 보이는 만화 등 소재와 주제의 한계 없이 다양한 욕망이 실현되는 공간이었다.
1990년대에는 육영재단의 『댕기』(1991년 11월 창간), 서울문화사의 『윙크』(1993년 8월), 『밍 크』(1995년 8월), 『나인』, 대원문화사의 『나나』(1992년 11월), 『화이트』(1995년 6월), 『이슈』 (1996년 1월), 『터치』(1993년 5월), 『마인』(1995년 7월), 학산문화사의 『파티』(1997년 8월), 시공사의 『케이크』(1999년 8월), 『오후』(2003년 5월) 등 여성 독자의 연령별 세분화된 만화잡지 들이 만들어져 포화 상태에 이른다. 2000년대에도 여전히 순정만화 잡지는 출간되었지만 1990 년대만큼의 영광을 이어가진 못하고 몇몇 잡지들이 폐간했다. 1990년대에도 폐간되는 잡지들이 있었으나 새로 출간되는 잡지들도 많았던 반면, 2000년대에는 남아 있던 잡지들의 폐간만 이어 졌다. 오히려 도서 대여점을 통해 주로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일본 소녀만화 단행본의 소비가 활발 해지면서 여성 작가에 의해 만들어져 여성 주인공이 등장하는 출판만화인 순정만화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점차 한정되어 갔다.
순정만화 잡지의 창간과 활성화, 잇단 폐간까지 짧은 기간의 역동적인 변화는 인터넷 문 화의 활성화와 웹툰의 출현에 의해 더욱 가속화됐다. 무한하게 펼쳐진 인터넷이 유저들 에게 주어지면서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사라지는 즐거운 경험에 압도되면 서 출판을 통해 나타나던 만화를 비롯한 레거시 미디어의 문화는 재미의 경쟁에서 후순위 로 밀려났다. 그렇다고 해서 만화를 창작하고 향유하려는 의지나 시도가 약화된 것은 아니 었다. 어떠한 이데올로기나 시스템에 휘둘리지 않은 채 만들고 향유하는 시도는 증가했다.
2-2. 웹 매체의 특성
주지하다시피, 2000년대를 기점으로 PC의 보급과 정부 주도 아래 나타난 인터넷 인프라의 확충 은 우리나라에서 웹툰이 확산하게 된 주요인이다. 통제 없는 광활한 가상의 공간을 마주한 네티
즌들은 자신의 취향껏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려 공유하며 소통했다. 글과 그림은 물론 만화적 형 식들도 자유롭게 창작됐으며, 만들어 올리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 모두 아마추어란 것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일종의 놀이처럼 만들고 소비했다. 익명으로 활동 가능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콘텐츠 창 작자가 될 수 있는 환경의 긍정 요소로 작용했다.
게다가 파레토 법칙3으로 일관하던 레거시 미디어의 생산방식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것도 온라 인 콘텐츠들의 다양성이 확보된 이유이기도 하다. 크리스 앤더슨은 『롱테일 경제학』4에서 기존의 시장과 온라인 시장의 차이를 파레토, 롱테일의 차이로 설명한다.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은 공간 의 제한이 있어 재화, 시장, 마케팅에서 상위 20%에 집중해 다양한 상품보다는 잘 팔리는 상품 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지만 온라인은 무한한 공간이므로 얼마든지 다양한 상 품들을 선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다양한 취향이 선보이고 소비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 난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 롱테일 법칙으로 설명한다. 웹툰은 롱테일 법칙의 산물이다. 한정적이 고 선별적인 출판만화의 시스템으로부터 벗어나 웰메이드가 아니더라도 독자와 직접 만날 기회 를 얻고 소통하면서 즉각적으로 재미를 확인하고 반영하며 자생할 수 있는 동력을 얻었다. 그래 서 창작과 공유, 소비가 모두 무료였다는 한계도 지니지만 웹툰만의 장점과 강점을 살려 앞으로 온라인 세상의 콘텐츠가 가져야 할 미덕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했다.
이러한 이유로 웹상에서 공유되던 만화가 지면에서 출판 형식에 따랐을 때와 가장 달랐던 점은 편집부 시스템의 부재다. 아마추어들이 경험이나 정보, 생각 등을 전달하기 위해 만화를 수단으 로 삼아 자유롭게 창작하고 공유한 것은 관리나 통제할 수 있는 편집부와 같은 시스템이 없어서 가능했다. 자발적으로 창작자들에 의해 강구되며 확산한 웹상의 만화는 점차 포털사이트에서 이 용자 유입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고 웹툰이란 이름도 정착됐다. 창작자가 만화를 만들어 개인 홈 페이지나 게시판에 올려 독자들에게 전달되다가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작품을 중개하는 플랫폼 이 생겼으므로 편집부가 존재한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당시의 플랫폼은 웹상에서 만화 를 한데 모아 주는 만화 시장의 가판대 역할만 할 뿐이어서 창작자의 자율성은 보장되었다.
4 크리스 앤더슨, 『롱테일 경제학』, 이노무브그룹 옮김, 랜덤하우스코리아, 2016.
3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의 경제학 용어로, 상위 20%가 전체 결과의 80%를 차지한다는 이론.
포털사이트 다음이 ‘만화속세상’이란 게시판을 만들어 인터넷으로 만화를 볼 수 있게 만든 때가 2003년, 네이버가 현재와 같이 요일별로 일주일 간격으로 연재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 2006년 즈음이다. 당시에 다음과 네이버는 포털에 만화를 연재하기 위해 개인 홈페이지나 만화 게시판 등 에 만화를 올리던 아마추어 작가들에게 연재 제의를 했다. <무빙>, <26년>, <바보> 등으로 알려 진 강풀 작가는 개인 홈페이지에 <일쌍다반사>를 그려 올리고 있었는데 다음 만화속세상의 연재 제의를 받고 연재할 작품을 구상해 <순정만화>를 연재했다. 네이버에서는 ‘뿜’ 게시판을 통해 일 상의 경험이나 통찰, 유머러스한 내용 등을 담은 만화들이 자유롭게 연재되고 있었고, 아마추어 만화가들끼리 ‘카툰부머’라는 모임을 만들어 서로를 독려하고 있는 것에 주목해 네이버웹툰은 정 기 연재 시스템을 확충해 나갔다. 포털 사이트가 만화를 연재하는 시스템을 확충해 나가는 과정에 서 여성들이 만드는 만화도 다양한 소재와 스타일로 등장했다. <낢이 사는 이야기>, <나이스 진타 임>, <꽃 같은 인생>, <콘스탄쯔 이야기>, <치즈인더트랩> 등, 한 가지만으로 규정할 수 없는 작 품들이 선보일 수 있었다.
Ⅲ. 주체성과 진정성 3-1. 호명하는 주체
1984년 <라이언의 왕녀>로 데뷔하여 <아르미안의 네 딸들>, <리니지>, <카야> 등을 만든 신일 숙 작가는 웹툰이 등장하던 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문화의 특성상 필명 으로 활동하다 보니 여성이 만들었는지를 확신할 수 없는 만화들이 등장했다5”. 전대의 레거시 미 디어를 통해 발행되는 순정만화는 주체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는 요인이 확실했지만 인 터넷으로 만화가 옮겨지면서 기존의 구분법으로 특정한 젠더의 특성을 가늠할 수 없다는 것을 특 이점으로 꼽은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기민하게 살필 수 있던 것은 전대의 순정만화에서부터 지 금까지 만화를 만들고 있는 경험을 통해 가능했다.
출판만화의 시대에는 “출판사의 눈, 편집자의 눈을 거쳐야 하거나 기성 작가의 추천을 받아야만 했다6”. 이러한 관례상 신인 작가의 경우 출판사의 편집부의 방향대로 만화를 만들어야 했다. 한정
5 2024년 신일숙 작가와의 대화.
6 뉴스핌, 「[고수들의 일터] 행복한 만화가 신일숙 “후회 없도록 시작한 만화..나의 천직”」, 2023.11.27
된 지면, 파레토 법칙이 지배하는 레거시 미디어의 특성은 이렇게 작가와 독자를 잇는 중간 단계가 존재하고 이들이 정한 틀에 부합해야만 했기 때문에 작가들은 출판사에 의해 호명되는 운명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순정=여성의 공식과 점차 팔리는 스타일의 만화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구 조는 일본만화의 정식 수입과 인터넷 문화의 확산으로 출판만화 산업 규모가 감소하면서 더욱 확 고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구나 만화를 올릴 수 있고 사고파는 시스템도 잘 갖춰지지 않은 온라 인 속 만화는 창작을 꿈꾸거나 소비하는 독자들에게 모두 새롭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대두됐다.
누가 이름 붙인 대로 규정되지 않을 수 있고 만들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시도할 수 있는 공간에서 스스로 누구인지를 감추고 싶다는 욕망도 실현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이 누군가에게는 특징지을 수 없어 혼란을 가중시키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가 누구인지를 밝히지 않을 자유를 만끽할 수 있게 해줬다. 온라인의 익명성, 누구나 콘텐츠 생산자가 될 수 있는 환경, 편집부 시스템의 부재, 이 와 같은 특성들로 인해 나타난 다양성은 웹툰이 활성화된 강력한 요인이자 스스로 자신의 호명을 결정할 수 있는 기회(권리)와 해방감을 선사했다.
<바람의 나라>의 김진 작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순정만화가로 지칭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순정이란 단어는 스스로 정한 것이 아니며 누군가에 의해 붙여져 호명 당한 것이라고 했다. “만화 가” 앞에 아무 수식어도 붙지 않은 채 불리길 바랐는데 호명 당함을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호명 하겠단 선언은 자기 결정권의 주체가 되겠다는 것이다. 다른 의미에서 김진 작가가 순정을 거부 한 것은 순정이 일반적으로 통용될 때의 개념에 대한 거부라고도 볼 수 있다. ‘순하고 정감 있는’ 이란 직역된 의미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제한된 의미 말이다. 이것은 『여명기』가 ‘비(非)로맨 스’를 표방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쥬디스 버틀러는 호명의 목적이 어떤 종속된 주체를 지시하고 확립시키는 것이며, 주체의 사회적 윤곽을 시공간 내에서 생산하는 것7이라 말한다. 즉 타자에 의 해 이름을 부여받고 호명되는 것은 능동적·자의적인 선택이 아닌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받 아들임을 강요’받은 것이며 누군가에 의해 호명될 때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정체성을 얻고 사
회문화적인 기대 욕망과 이데올로기를 실천하게 된다.8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31107000539
7 쥬디스 버틀러, 『젠더 트러블』, 조현순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16, p.72-73.
8 유진아, 「여성 호명의 젠더 함의와 여성 폭력」, 『한국문학이론과비평』 제90집(25권 1호), 2021, 한국문학이론과 비평학회, p.300.
이렇게 바라봤을 때 ‘순정’이란 단어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1980년대에는 여성 만화가 들에게 만화가라는 단어가 여성의 전유가 아니어서 ‘순정’이란 수식어가 필요했고, 여성 작가들과 독자들이 순정이란 영역 안에서 원하는 것들을 실현했다. 하나의 대상을 표상하는 방식은 단순히 사회적, 물질적 관계를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언어와 상징 체계를 통 해 구성9된다는 진술을 통해 봤을 때 ‘순정’이란 단어에는 순정, 여성, 여성의 욕망에 대한 당대 사 회의 통념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당대를 살다 보면 사회적 통념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기 어려울 수 있고 그렇기 때문에 알아채지 못한 사이에 내면화할 수 있다. 그렇지만 순정의 개념이 점차 ‘두 사람 간의 사랑 이야기’로 한정되자 협소한 개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나 ‘순정’이란 수식어 없이 ‘만화가’로서 불려야 한다는 자각, 동시에 여성들이 일궈낸 순정에 대한 자부심들이 나타났 으며, 주체적으로 스스로를 호명하려는 움직임들이 일어났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속한 것은 온라 인 문화의 확산으로 나타난 웹툰의 출현에 있다.
3-2. 자신에게 진실한 것(being true to oneself), 진정성(authenticity)
내가 규정한 대로 나를 호명하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들고 가능한 환경이 도래했다. 소녀만화 는 여성, 소년만화는 남성이 만든다는 생각은 온라인 속 만화에서 통용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 이 2000년대 온라인에 공유되던 만화는 출판만화와 여러 부분에서 차별성을 보였는데 만드는 주체, 주요 장르, 스타일 등이 달랐다. 출판만화를 만드는 작가들은 출판사의 등용 시스템(기성 작가 추천, 공모전, 투고 등)에 통과해야만 했다면 온라인에 만화를 그려 올리는 주체는 아마추어 들이었다. 출판사는 타깃이 명확한 잡지를 발행해 판매해야 하므로 팔리는 장르에 대한 문법이 명확했던 반면 아마추어들이 만드는 만화는 주변에서 일어난 재미있는 경험들을 간단하게 그려 올리는 식이었다. 유료로 출판된 만화를 구매해 보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무 료로 만화를 보는 게 일상적이었고 생산 주체와 소비 주체가 모두 아마추어라는 점에서 웰메이드 를 바라지 않았던 것이 큰 차이였다.
2000년대 중반 네이버에서 연재되던 웹툰은 주로 일상의 경험을 다뤘고 다음 만화속세상에서는
9 주창윤, 『젠더호명과 경계짓기』, 『한국언론학회 심포지움 및 세미나 자료집』, 한국언론학회, 2011, p.303.
출판에서 활동하던 작가들이 일부 이주해 와 웹툰을 만들었지만 다수는 아니었다. 취미로 만화를 그리거나 무관한 일을 하던 아마추어 작가들이 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므로 2000년대 까지 출판만화와 온라인 만화는 여러 부분에서 차별점이 명확히 존재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당 시 온라인 공간은 산업적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한계가 있었으나 그렇기 때문에 원하는 것들을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었고 출판만화와 다른 개성의 스타일이 사랑받을 수 있었다. 스스로 원하는 것을 만들고 규정지을 자유 안에서, 출판만화에서 여성을 대표하는 장르인 순정만화의 명맥은 여 러 요인으로 인해 온라인에서는 이어지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출판에서 플랫폼으로 연결되는 메인스트림 지형 사이에 자신의 의지대로 만화를 만들어 각 자의 팬을 직접 만나는 사례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1989년 결성된 ACA(Amateur Comics Association)는 만화가 지망생들이 모여 각자의 작품을 만들어 독자를 만났다. 현재의 코믹월드 가 2차 창작 위주의 시장인데 반해 ACA는 1차 창작하는 지망생들의 교류의 장이었다. 이러한 활 동들에서부터 순정만화 잡지에 데뷔했고 ‘순정’이란 이름 아래 다양한 작품들이 나타날 수 있었 다. 꾸준히 독자들과 만나 온 이력을 바탕으로 작가의 이름이 곧 하나의 장르로 기능하면서 정체 성과 진정성을 드러냈다. 웹툰의 시대에서도 여전히 작가의 이름이 정체성과 진정성을 나타내는 수단이지만 때로는 장르가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연재하는 웹툰의 수도 많고 웹툰에서는 작가들이 장르에 따라 필명을 바꿔 활동하는 사례들을 봤을 때 장르나 개별 작품이 정체성으로서 팬들을 호명하는 데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진정성이란 진짜의 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워지며 작품 뒤로 작가의 이름이 숨겨진다.
찰스 테일러(Charles Taylor)는 현대사회 속 개인주의가 팽배해짐에 따라 사회구성원의 불안감 이 증대되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자기진실성(authenticity)’이 대두된다고 보았다.10 온라인 공간에서는 개개인이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고백하고 전시하며 ‘진정성’을 드러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2000년대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된 온라인에 등장한 웹툰에서 개개인의 주체성 과 진정성을 보일 수 있었다면, 2013년 이후 유료화의 정착으로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변화가 생 겼다. 작가와 플랫폼을 잇는 중간 업체들과 작품의 수가 증가하고 타 콘텐츠로 확장 가능한 IP를
10 신윤희, 「수치화’된 진정성(Authenticity):‘팬덤 플랫폼’은 팬 주체성을 어떻게 구성하는가」, 『미디어,젠더&문화』 39권 2호,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2024, p.173.
발굴하는 노력이 이어지면서 편집부의 역할과 시스템이 중요해진 것이다. 하나의 작품을 만들 기 위해 여러 명이 분업해 제작하는 사례들이 늘어나며 진정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작품들도 등장 했다. 독자를 확보하기 위해 적절한 장르 관습과 트렌드를 찾아 호명하지만, ‘자신에게 진실한 것
Ⅳ. 주웹툰 플랫폼과 로맨스의 관계 4-1. 로맨스 웹툰의 특성
(being true to oneself)11’인지는 변별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정확한 수치로 정량화하기 어렵지만 웹툰에서 로맨스 장르의 비즈니스 전략은 유효하다. 2024 년 11월 10일 기준, 네이버 웹툰의 로맨스 장르는 완결 포함 총 862개, 이 중에서 로맨스 판타 지 장르로 분류된 웹툰은 157개로 나타나고 카카오 페이지는 완결 포함 로맨스 웹툰만 2,974 개, 로맨스 판타지 웹툰은 644개다. 같은 날 기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되는 웹툰의 수는 822 개인데 로맨스로 분류되는 작품 수는 273개1213로 조사됐다. 네이버 웹툰 연재작 중 로맨스 웹툰 이 전체의 약 33%에 이르는 것이다. 웹툰 전문 플랫폼인 미스터블루나 리디, 봄툰 등의 경우 로 맨스(특히, BL, GL)를 주력 장르로 삼아 독자들과 만나는 것을 봤을 때 로맨스 장르는 웹툰에서 대중적인 장르로 자리 잡았음을 알 수 있다.
웹툰에서 로맨스 장르의 대중성은 2010년 무렵부터 확보되었다. 아마추어들이 비어 있는 인 터넷 공간을 채우던 2000년대에는 개인 홈페이지나 게시판에서 일상을 담은 짤막한 에피소드 형 웹툰이 다수 등장했다. 플랫폼에 연재 시스템이 갖춰지고 독자들도 웹툰 읽는 방식에 적응 하면서 긴 이야기가 연속성을 갖고 매주 연재되는데, 이때 서서히 로맨스의 양식이 등장한다. 2010년에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를 끌어 드라마와 영화로 만들어진 순끼 작가의 <치즈인더트랩
12 유료 서비스 cocoda.info 자료 참고.
11 Taylor, C, The Ethics of Authenticity, Cambridge: Havard University Press, 1991, p.15.
13 네이버웹툰에서 분류한 기준에는 완결작 포함으로 장르별 작품 수를 파악할 수 있는데, 아래의 표와 같다. 완결작 포함 총 862개의 로맨스 웹툰 중에서 하위 장르로 학원 로맨스: 111개, 로맨스 판타지: 157개, 연예계 로맨스 13개, 삼각관계 93개, 연상녀 8개, 순진남 13개를 분류하고 있었다.
로맨스
판타지
액션
일상
스릴러
개그
무협/사극
드라마
감성
>(2010~2017)은 그 대표 격이다. 대학생 홍설이 장학금을 받기 위해 열심히 학교생활을 유지 하는 가운데 유정 선배를 비롯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홍설과 유 정이 사랑으로 이어지는 큰 줄기 아래 홍설과 유정이 성숙해지는 과정을 함께 다뤘다. 비슷한 시 기에 레진코믹스에 연재됐던 이연 작가의 <우리사이느은>(2014~2016)은 중고등학교 동창인 도가영과 한우진이 대학 졸업 후 각자의 미래를 위해 애쓰며 사랑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현재 유 행하는 로맨스 웹툰의 양상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두 주인공이 여러 사건을 헤쳐나가며 커리어 와 사랑 모두를 이룬다.
골드키위새 작가의 <죽어도 좋아>(2015~2016)는 시종일관 골드키위새 작가가 ‘이 작품은 로 맨스’라고 부르짖었다. 그 이유는 초반 전개가 로맨스의 관습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개 사 랑의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로맨스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티격태격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런데 <죽어도 좋아>의 초반에 등장하는 이루다와 백과장은 결코 이루어져서는 안 될 관계로 보였다. 팀원들을 향해 차별적 언사와 악담을 퍼붓는 백과장은 갱생 불가로 보였기 때 문이다. 게다가 이루다가 폭언을 일삼는 백과장을 향해 ‘죽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자, 그가 죽 고 이루다의 하루는 반복된다.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로 로맨스를 상정했던 독자가 도저히 납득 하기 어려운 전개다.
이 작품의 결말에 이르면 골드키위새 작가가 외친 로맨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백과장의 언 사는 나날이 심해져 한시도 엮이고 싶지 않지만 이루다의 입장에서 백과장이 죽고, 하루가 반복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루다가 좋아하는 강미로 대리와 약속을 잡으면 자꾸 하루 가 반복돼 연애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회귀를 멈추려면 백과장이 죽지 않아야 하고 그에 대한 미움을 거둬야 하는데 외면하고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결국 반복된 회귀를 멈추려면 백과장 이 변화해야 한다. 미션을 이해한 이루다가 백과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백과장의 말과 행동 이 사회 구조 속에 만연한 편견에 기인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백과장의 말과 행동은 개인의 문제 가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의 문제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이루다는 백과장이 변화하도록 도우 며 자신의 회귀를 막고 강미로 대리와의 사랑도 지켜낸다. <죽어도 좋아>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과 사랑을 이루는 것에서 나아가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고 받아들이며, 세계를 사랑하는 것이 곧
로맨스라는 것을 알려준다. 더 큰 세계를 향한 포용까지 로맨스의 범주에 뒀던 것이다.
제니스 래드웨이는 《로맨스 읽기》에서 로맨스 소설은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에 대한 보상적 교환 성을 충족시켜주는 유토피아적 판타지14’라고 말했고, 질리언 비어는 ‘로맨스는 항상 욕망의 충족 과 관련이 있다’15고 말했다. <치즈인더트랩>과 <우리사이느은>이 여성들의 욕망을 대리 실현해 주는 판타지를 보여줬다면 <죽어도 좋아>는 보다 넓은 세계로 사랑을 퍼트리라는 의미로서 로맨 스의 지향을 가리킨다.
4-2.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의 특성
웹툰의 산업화는 단기간 내에 빠르게 발전하면서 2010년대 중후반부터 웹툰 플랫폼은 웹툰을 중심으로 IP 비즈니스를 펼쳤다. 웹툰을 드라마나 영화, 굿즈 등으로 제작해 한 작품의 수익을 극 대화하려는 전략이었다. 이로써 플랫폼은 에이전시나 제작사 같은 중간 업체에 투자하거나 인수 하며 웹툰을 수급했고 이 과정에서 제작사들은 개인 작가의 작품을 발굴하는 동시에 자체 제작 시스템을 확충해 나갔다. 이에 따라 웹툰 제작이 분업화되었고 빠른 속도로 밀도 높은 작화를 만 들며 경쟁력을 확보했다. 분업화 시스템은 웹소설을 웹툰화 시킬 때 위력을 발휘했는데, 이때 급 부상한 장르는 웹소설의 흥행 장르인 현대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현대 판타지 장르 등이었다. 현대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 ‘로맨스’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름을 미루어 봤을 때 ‘사랑’을 소재로 한 이야기로 유추할 수 있는데 그간 웹툰 플랫폼에서 로맨스로 분류되던 웹툰과는 스토리의 양상 이 사뭇 달랐다.
웹툰으로 만들어진 웹소설은 하루에 1편씩 유료로 연재되며 짧으면 100화, 길게는 300화 이상 의 분량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져 결말에 이른다. 대략적인 이야기 전개와 장르의 특성 을 작품 제목에서부터 확인할 수 있고 장르 관습에 매료된 독자는 반복적으로 비슷한 작품을 찾 으며 장르의 추종자가 된다. 그러므로 현대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는 약속된 관습의 규칙으로
14 Janice A. Radway, Reading the Romance: Women, Patriarchy and Popular Literature,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Press, 2009.
15 질리안 비어, 『로망스』, 문우상 옮김, 서울대학교 출판부, 1982.
이야기가 구성되며 이를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 로맨스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사랑을 소재로 삼는 이상 비슷한 이야기 전개를 따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사람이 만나 오 해, 반목하지만 / 어쩔 수 없이 자주 만나게 되면서 / 서로에 대한 오해를 씻고 호감을 느낀다 / 두 사람의 사랑에 방해가 되는 사건이 생기고 / 두 사람의 사랑은 더욱 돈독해진다.16 이와 같은 전개 는 사랑을 다루는 로맨스 장르의 일반적인 관습으로 볼 수 있다.
로맨스 장르의 전개에 현대 로맨스로 구별 가능한 장르의 특성은 캐릭터성에 있다. 각각 여성과 남성인 두 사람이 주인공이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보다 남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 여성은 수동 적이고 남성은 적극적이며, 여성은 남성을 만나기까지 학대에 가까운 힘든 삶을 살았고 남자 주 인공과의 관계로 인한 힘든 사건들을 겪는다. 남성도 복잡한 가정사와 회사 내부의 암투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서로의 과거사와 이로 말미암은 성격은 이야기 전개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쳐 사랑 의 방해물이 된다. 두 사람이 과거에 입은 상처는 여성은 남성에 의해, 남성은 여성에 의해 치유 되며 행복한 결말에 이른다. 사랑이 맺어지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현대 로맨스와는 다르게 로맨스 판타지는 판타지성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된 장치다.
로맨스 판타지의 주인공은 현실에서 억울하게 죽은 청년세대다. 현실에서 죽은 그는 이세계에서 눈을 뜨고17, 위험에 노출된다. 이세계는 주인공이 읽은 소설이나 역사 등, 이미 알고 있는 세계 다. 현실 세계에서 얻은 지식으로 이세계에서의 위험을 이겨내고 승승장구한다. 현실에서는 이 루지 못한 욕망을 이세계에서 성취하며 현실로 돌아가지 않는다. 로맨스 판타지 속 주인공의 욕 망은 사랑의 결실일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이들은 비슷한 이야기 전개 속에서 각각 다른 욕망을 실현한다.
이미 결말이 난 소설에서 흑화한 서브 남주의 팬인 주인공이 그를 구원하려다 사랑을 이루게 된 다거나(<엔딩 후 서브남을 주웠다>), 귀족 가문 사용인의 어린 딸로 빙의해 갖은 구박과 수모를 당하지만 이겨내고 자수성가하며 그 세계의 영웅으로 거듭나고(<빙의자를 위한 특혜>), 시대착
16 Janice A. Radway, 앞의 책. 제니스 래드웨이는 로맨스를 더 단순한 플롯으로 정리했다. 1) 만남 → 2) 시련(장애) → 3) 회복(점진적 발전) → 4) 해피엔딩.
17 주인공이 살던 현실 세계와 ‘다른’ 세계로서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갔거나(회귀), 다른 사람으로 새로 태어났거나(환생), 다른 사람이 된 (빙의) 것을 모두 포함한다.
오적인 BL 소설 속 주인공의 누나로 빙의해 동생이 죽으면 회귀해 버려 회귀를 멈추고 현실로 돌 아가기 위한 목표로 인정 없이 성공을 위해 내달리거나(<내 동생 죽으면 너희는 다 죽은 목숨이 다>) 로맨스 소설 속 악녀로 빙의했지만 악행이 내키지 않아 현실에 안주하며 제 안위만을 위해 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소설 속 여성 주인공이 주체적으로 살도록 돕기도 한다(<그 악녀를 조심하세요>). 때로는 현실 삶에 치여 이세계에서 빙의한 채 가문도, 사랑도, 평판도, 일도 다 던 져 버리고 작은 문구점을 하며 유유자적하게 살려고 노력하는(<악녀의 문구점에 오지 마세요>) 등 욕망의 종류는 제각각 다양하다. 그들의 공통점은 허구인 것이 분명한 이세계에서 투명하게 자신을 드러내며 삶의 주체답게 산다는 점이다. 그래서 로맨스 판타지 속 주인공들은 바라는 삶
이 실현된 이세계에 머문다.18
Ⅴ. 로맨스의 정체성 5-1. 순응, 도피, 저항 사이의 어디쯤
제인 스펜서19는 서양에서 소설(novel)의 발생이 여성 작가들의 부흥과 맞물리는 현상을 탐구하 면서, 여성이 쓴 글을 무조건적으로 가부장제에 대한 저항으로 보는 시각을 거부한다. 그는 여 성 작가들의 글쓰기가 가부장적 사회에 저항, 순응, 도피하는 세 가지의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설 명했다.20 이를 적용해 보자면, 눈앞의 현실에 적응하여 자신의 커리어와 사랑을 이루려 노력하 는 로맨스 웹툰21의 주인공은 주체적이며 자신에게 진실하지만, 사회가 부여한 청년세대의 책임 을 회피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순응하여 받아들인다. 순응한다고 해서 주체성이 드러나지 않다거 나 진정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어진 현실 안에서 주체적인 정체성을 확립하고 고수하 기 위해 투쟁함으로써 얻은 성취로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성의 다양한 욕망 중에서 자아실현 과 행복한 사랑의 결실도 있을 것이며, 성취하는 과정의 고단함을 묘사하며 삶의 문제를 회피하 지 않고 맞닥뜨리는 용기와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주어진 환경 내에서 진짜 자아를 찾는 하
18 로맨스 판타지의 주인공들은 대개 현실 삶에서 희망을 찾지 못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그들에게는 현실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그 어떤 의지나 배경을 갖고 있지 못하기에 현실 삶에 미련이 없는 상태로 이세계로 간 것이다. 주인공의 심상은 현재의 여성들의 욕망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결말에 이세계에 계속 머무는 것까지 개연성이 충족된다.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홍난지, 「로맨스와 로맨스 판타지의 오월동주, 무엇이 더 판타지인가?」, 『지금, 만화』 10호, 2021.’를 참고하길 바란다.
19 Spencer, Jane, The Rise of the Woman Novelist: From Aphra Behn to Jane Austen, Oxford: Blackwell, 1986.
20 최유정, 「로맨스와 계약: 캐빈디쉬, 벤, 헤이우드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p.5.
21 본 연구에서 예로 든 로맨스 웹툰 중에서 《치즈인더트랩》, 《우리사이느은》이 여기에 속한다.
나의 과정으로 의미를 찾아야 할 것이다. 웹소설 원작의 현대 로맨스 웹툰도 순응으로 볼 수 있는 데 로맨스 웹툰과는 다르게 해석해야 한다. 자존감이 낮은 주인공의 설정상, 사회가 호명하는 여 성성에 대한 적극적인 투쟁이나 저항의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남성과의 사랑을 통해 주체적인 인생을 살겠다고 마음먹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로맨스 웹툰이 순응과 저항 안에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면, 현대 로맨스는 순응하며 자아 찾기를 막 결심한 상태 를 그린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로맨스 판타지는 현실 세계에 대한 거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이세계에서 자신의 욕 망을 실현하는 이야기가 전개되므로 꽤 저항적으로 보인다. 한 가지 짚어야 할 것은, 로맨스 판타 지 웹툰의 진정성이 ‘자신에게 진실한 것’인지를 판명할 수 있느냐다. 강제된 호명과 불공평한 현 실에 불만을 가진 주인공, 이세계에서 주체적 삶을 살고, 그곳에서 안주한다는 플롯이 공식처럼 장르 관습 안에서 반복하고 재생산하며 팬덤을 확보한다. 여러 명이 각 공정에 투입되어 웹툰으 로 만들 때, 설령 원작이 ‘자신에게 진실한 것’으로 창작되었을지라도, 의미가 그대로 전달되지 않 고 분해될 가능성이 있다.22 과감한 제작비용의 투입이 주는 상업적 성과의 압박과 각색 방향과의 연관성, 각 공정을 짜깁기하여 완성하는 제작 방식, 주간 연재 시스템과 유료 결제로 눈에 보이는 정량적 성과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진실하게 표현하게 만들 수 있는지 모호하단 것이 다. 더욱이 현실 세계의 문제를 맞부딪혀 해결하지 않고 이미 보유한 지식으로 비교적 쉽고 간단 하게 해결 가능한 이세계에서 개별적 만족을 위한 삶을 영위하는 것은 현실 도피로 보인다. 혹은 바란 적 없는 이세계로 이동했지만 별다른 저항 없이 순응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순응할지, 저항 할지를 고민하며 그들의 정체성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세계에 도피하여 부유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단편집, 『여명기』가 내건 ‘여성이 주인공일 것’, ‘비 로맨스’라는 조건, 이 가치를 표현하는 흑백 페이지 연출과 셀프 퍼블리싱23 형식은 호명에의 거부와 저항이 담겼다. 누군가 부 르는 호명에 답하지 않고 내가 스스로 호명하겠단 주체성이 여러 방면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 의 심 없이 진정성을 드러낸다. 비슷한 사례로 오픈 플랫폼 딜리헙에서 연재해 반향을 일으킨 고사리
22 로맨스 웹툰이나 현대 로맨스도 여러 명이 분업하여 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으나, 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고, 글/그림 혹은 각색/작화로 나누어 작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로맨스 판타지에 비하여 이러한 우려가 적게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장르와 분업화 규모를 막론하고, 장르의 관습을 답습하기만 한다면 진정성의 판별 불가능성에 대해 문제 제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23 흔히, 독립 출판이라고 일컫는 방식.
박사 작가의 <극락왕생>을 들 수 있다. 고사리박사 작가는 일반적인 웹툰 플랫폼의 기준에서 벗어 나 자신이 지키고 싶은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오픈 플랫폼을 선택했다. 3주간의 간격으로 흑백 출 판 형식의 단편 만화 1편씩 만들었으며 편당 가격도 스스로 책정했다. 고사리박사 작가는 <극락 왕생>의 단행본을 만들 때 캐릭터의 외형을 다시 다듬었다고 한다. 누군가의 요구가 아니라, 스스 로 바라는 가치를 표현할 때 그것이 더 옳은 일이라 판단했기 때문에 감수한 행동이다. 카카오 페 이지에 재연재하면서 웹툰 형식으로 재편집해 새롭게 그리고 컬러로 변환하면서도 일반적인 웹 툰 컬러링 방식이 아니라 <극락왕생> 고유의 스타일을 지키는 방향으로 스타일링 해 많은 시간을 투여했다. 그가 대형 웹툰 플랫폼으로 이주한 것은 가치를 확장하기 위한 시도였다. 그가 믿는 가 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사람들과 손잡는 것을 택했다. 이러한 선택이 순응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주체성과 진정성을 지키며 정체성을 알리기 위해서 즉, 적극적인 저항을 위한 소극적 순응으로 보는 편이 좋을 것이다. 또 서이레, 나몬 작가의 <정년이>처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힌 여성국극을 소재로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사례도 적 극적인 저항과 소극적 순응으로 봐야겠다.
5-2. … 그리고 지향
제인 스펜서는 서양에서 소여성의 얼굴은 다양하다. 사회가 그려주는 한 가지로 존재하지 않는다. 주체적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자신에게 진실한 정체성을 그려나가기를 원하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얼굴을 드러낸다. 한 번 그려진 얼굴로 평생을 사는 것도 아니다. 여러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얼굴을 갖게 될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찾기 위해 사랑을 도구로 삼기도 하고 격동의 역사 속에서 칼을 휘 두르기도 했으며 이세계로 도피해 방황하면서 나로서 살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여성 작가들은 어 떠한 지향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들은 고민하고 방황하여 여러 얼굴로 자신을 표현하 려고 애써왔고, 애쓰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노력을 지속할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은 출판만화가 메인스트림이던 20세기의 순정만화의 연결 선상에서 2000년대 메인스트림인 웹 툰 플랫폼 중심의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 등에 대해 다뤘다. 이들을 같은 연결선에 놓은 이유는 여 성 정체성의 탐구를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향이 같다는 전제에서 이들 의 역사는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 더불어 메인스트림을 거부하여 정체성 탐구를 적극
적으로 모색한 『여명기』와 <극락왕생>까지 하나의 지향 내에서 펼쳐진 갈래로 본다.
<순정 히포크라테스>의 주인공 사해는 가부장제 속에서 호명되는 여성성을 내면화한 할머니의 생각에 갇힌 채 살아왔다. 할머니는 똑똑한 사해에게 좋은 남편과 결혼해서 자식 낳고 잘 사는 것 이 여자의 행복이라고 말해왔으므로, 사해는 자신이 바라는 삶은 모른 척하며 살다 20대 후반이 돼서야 할머니 몰래 꿈을 이루기 위해 의과대학에 진학한다. 자신의 뜻대로 살지 못하게 만든 할 머니를 미워할 법하지만, 사해는 할머니를 이해하고 사랑한다.24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것을 알기 에 할머니를 연민하고, 또 불행 없이 행복한 삶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했을 때 불행이 찾아온다면 기꺼이 감수할 것이라는 용감하고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보인다. 사해는 자신에게 진 실한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할머니와 할머니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고 포용함으로써 자기연민에 함몰되지 않았다. 할머니에 대한 사랑이 더 큰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토대가 되었고 의사가 되겠다는 욕망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었으며 준혁과의 사랑도 이뤘다. 골드키위새 작가는 <죽어 도 좋아>와 <순정 히포크라테스>를 통해 로맨스의 지향을 제시한다. 타인을 이해하고 포용하며 사랑함으로써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느끼고 현실 세계의 불완전함과 불행함마저 자신의 의지 로 선택하고 껴안는 사랑을 실천하면서 말이다.
미진한 결과물이지만 이 연구를 통해 여성들이 만드는 만화가 우리에게 주어진 지대에서 어떻게 스스로를 호명하며, 자신을 진실하게 드러내고 전유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체적으로 호명 하겠다는 의지는 출판의 시대 순정에서부터 플랫폼의 시대 로맨스까지 꾸준하게 이어 온 지향점 이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난 매체와 환경의 변화, 진짜가 무엇인지 가려내고 도려내는 시도들은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잊게 했다. 하지만 순정에서 로맨스, 로맨스 판타지까지, 여 성들이 만화를 통해 진실한 정체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역사는 이어지고 있으며 각자의 욕망을 받 아들이고 전력투구하며 진화해 나아가고 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든, 어떤 소재를 삼든 여성 만 화는 자신에게 진실한 주체적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에서 분투하고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 다. 연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여성이 만드는 또 다른 만화 장르에 드러나는 정체성을 탐구하는 것은 후속 연구로 이어지길 바란다.
24 <순정 히포크라테스>에서 사해의 이러한 생각을 드러내는 대사는 다음과 같다. “할머니 젊었을 땐 그게 당연한 거였을 테니까. 별로 할머니 탓을 하고 싶진 않네. 인간의 생각은 많이들 시대에 갇혀 있잖아. 난 내 생각조차 오롯이 내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어.”
[공동연구 3]
그 남자는 어떻게 여자의 얼굴을 하게 되었을까
: 단편집을 통해 본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의 여성 만화
최윤주
Ⅰ. 그 남자는 어떻게 여자의 얼굴을 하게 되었을까
문학동네의 세 번째 테마 단편집 『이 편지가 도착하면은』의 수록작 중 골드키위새 작가의 작품 <인어의 연서>를 읽을 때다. 해당 시리즈는 공통의 키워드를 공유하되 작가의 자율성을 살려 창작한 5편의 만화를 한 데 묶은 것으로, 최근작인 세 번째 책의 테마는 ‘연애편지’였다.
<인어의 연서>는 한쪽 다리에 장애를 가진 도련님과 하녀의 이야기다. 생계에 대한 압박이 상당 한 만큼 냉정한 성미를 지닌 하녀가, 유폐된 것처럼 저택을 떠나지 못한 채 외롭게 글만을 읽고 쓰 는 도련님을 만나 마음이 스치는 것이 골자다. 제목의 “인어”라는 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두 사 람은 이어지지 못한다. 신분 차이 혹은 장애라는 장벽을 사이에 둔 채 어긋나는 두 사람의 서사 는, 왕자를 사랑하다 물거품이 된 인어공주의 이야기를 은유로 경유하며 비극으로 마무리된다.
어쩌면 이 작품은 ‘서글프지만 애틋한 사랑 이야기’라는 익숙한 줄거리로 요약될 수 있었을 것이 다. 하지만 나는 이 작품을 읽으며 여러 번 놀랐다. 곱상한 얼굴로 처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도련 님이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놀랐고, 도련님이 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GL(Girls Love)이 될 수 없음을 연달아 깨달을 때도 놀랐다.
[그림 1] 『이 편지가 도착하면은』, <인어의 연서> 중
생각해 보면 만화에는 그 어떤 트릭도 없었다. 판판한 몸을 가진 도련님은 곱상하지만 잘생겼다 고 볼 수도 있었으며,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고 바지를 입었다. 여주인공인 하녀에게 호감을 느 끼며 어쩌면 미래를 기약하는 말을 하기도 하는, 꽤 일반적인 로맨스 서사 속의 남자 주인공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럼에도 나는 완결에 다다를 때까지 ‘도련님이 사실은 여자이며 이 만화는 GL일 것’이라 믿었다. 심지어 여성인 것이 밝혀지는 장면이 나오지 않자, 그렇지만 남자라고 한 적도 없었을 거라며 심문하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읽었다. 결국 그 모든 것이 오해였다. 아무 트릭 이 없는데도 작품의 기본 정보를 완전히 오독한 것이다. 깨닫고 나니 오해했다는 사실 자체도 당 황스러웠지만, 그토록 확신에 찬 채로 오해가 계속되었다는 것이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했다.
도대체 무엇이 나로 하여금 도련님을 여자로 착각하게 했을까? 도련님의 얼굴이 여자의 얼굴로 읽히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그러니까, 그 남자는 어떻게 여자의 얼굴을 하게 됐을까? 엉뚱해 보 이는 이 질문 아래에는 여성 만화에 관한 나름의 맥락이 놓여 있다. ‘남성의 얼굴’로 그려진 이미 지를 ‘여성의 얼굴’로 읽기까지, 또 남성과 여성 간의 (실패한) 로맨스를 여성 간의 로맨스일 것이 라 멋대로 예상하기까지, 거기에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로 여성 만화가와 독자 사이 형성되어 온 새로운 관습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본고는 만화를 창작하고 감상하는 새로운 관습이 여성 만화가와 독자들 사이에 어떻게 등장해 어 떤 형태로 자리 잡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페미니즘 리부트를 계기로 등장한 다섯 권의 단편집들을 내용과 이미지의 두 측면에서 분석할 것이다.
본고에서 분석의 대상으로 삼는 여성 만화 단편집은 다섯 권으로, 텀블벅 펀딩으로 출간된 『여 명기』 시리즈 1, 2편(2020, 2022)과 문학동네 출판사에서 최근까지도 시리즈가 출간되고 있 는 『젊은 만화가 테마 단편집』(이하 『젊은만화』) 시리즈 세 편(『여자력』(2021), 『그 길로 갈 바엔』 (2022), 『이 편지가 도착하면은』(2023))이다. 『여명기』는 리부트 이후 여성 만화 단편집을 논하 는 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상징적 작품이다. 2020년 2월 ‘여성 주연, 비(非)로맨스 테마 출판만 화 앤솔로지’ 이름으로 펀딩을 시작한 『여명기』는 여성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목표치를 4,756% 초과하는 기록적인 수치로 펀딩에 성공했다. 『여명기』의 성공은 『여명기』 2의 펀딩뿐만 아니라, 다수의 여성 만화 단편집 펀딩으로 이어졌다.
펀딩 형태가 아닌 출판사를 통한 출간이지만 문학동네의 시리즈 역시 『여명기』의 영향을 받았음 을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다. 『여명기』 이후의 많은 단편집 중에서도 『젊은만화』 시리즈를 고른 것은 현재까지도 후속 시리즈가 출간되며 지속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해당 시리즈는 『여 명기』처럼 반드시 여성이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규칙이 명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첫 번째 제 목이 ‘여자력(女子力)’이었던 만큼 직접적으로 여성 서사를 표방했음을 알 수 있다. 여성성을 의미 하는 일본의 신조어 여자력을 강인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리는 데 활용함으로써 새롭게 의미를 부 여한 것이다. 이러한 의도 역시 이후 살필 ‘여성 서사’의 기준에 부합하는 면이 많기 때문에 해당 시리즈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직간접적으로 여성 만화를 표방하는 이 단편집들은 대중성과 상업성을 중시하는 웹툰과 비교해 타깃 독자가 명확하고, 작가의 의도가 분명한 편이다. 다섯 권의 단편집 모두 실제 참여 작가 모두 가 여성이며, 여성 독자들을 상대로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페미니즘 리부트 흐름 속에서 여성 만화가와 독자들이 만화를 창작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특이점들을 포 착하기에 좋은 사례가 되는 이유다. 관련해 여성 만화를 분석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웹툰
이 아닌 단편 출판만화를 다룬 사례는 미비하기에 의미가 있으며, 다수의 작품을 두루 살핌으로써 공통되는 경향성을 파악한다는 점에서도 의의를 가진다.
한편 인물들의 성별이 이미지 측면에서 어떻게 재현되었는지를 살피는 접근법은 다른 매체와 구 분되는 만화 고유의 현상을 파악하는 기능을 가진다. 만화의 이미지는 관습화된 기호로 표현되는 동시에 작가 개인의 주관이 개입하기에도 용이하기 때문에, 페미니즘 리부트를 계기로 변화해 온 인식을 한층 더 투명하게 드러내는 면이 있다.
덧붙여 이 작업은 리부트 이후 여성 만화가들의 움직임을 이전 세대와 단절되거나 독립적인 것으 로 간주하기보다, 꾸준히 이어져 온 여성 만화가들의 역사 안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여성 만화가 들의 시도가 여성 독자들과의 직간접적인 연결감 속에서 이루어짐은 물론, 이전 세대 여성 만화 가들과 이후 세대의 여성 만화가들이 결코 단절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하는 것까지가 본고의 목표 이자 의의라 할 수 있다.
Ⅱ. 페미니즘 리부트, 여성, 서사, 만화
2015년을 기점으로 소비 주체로서의 여성을 중심에 둔 페미니즘 운동이 대중화되면서 ‘페미니즘 리 부트’ 현상이 일어났다.1 이후 10년간, 리부트된 페미니즘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대중문화에 큰 변화 를 일으켰고 ‘여성 서사’2에 관한 새로운 요구와 시도를 축적해 왔다. 한국 사회 전반에 만연한 여성혐 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촉발된 페미니즘 물결은, ‘여성 서사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창작하고 소
비할 것인가’하는 질문으로 이어졌다.3
여성 서사의 정의를 묻는, 일면 지나치게 근본적일 수 있는 이 질문은, 그러나 웹을 중심으로 매우 명확하고 구체적인 형태로 답변을 구축해 나갔다. ‘여성 서사’ 아카이빙 프로젝트 ‘와카이브’가 그
1 손희정, 「페미니즘 리부트」, 『문화과학』 제83집, 문학과학사, 2015, p.15-46.
2 본고는 페미니즘 리부트 흐름 속에서 웹을 중심으로 공유된 '여성 서사'가 여성 서사 일반을 의미하기 보다는 맥락 안에서 형성된 고유한 개념에 가깝다고 본다. 본문에서 따옴표와 함께 쓰인 여성서사('여성 서사')는 해당 맥락 안에서 이야기되는 여성 서사를 일반 명사와 구분하기 위한 표현임을 밝힌다.
3 허윤, 「우리는 얼마나 사랑했을까? -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한국소설 속 여성 간 관계에 관한 소고」, 『문학들』 제69집, 심미안, 2022, p.44.
대표적인 시도 중 하나다. 와카이브는 “궁극적으로 ‘여성 서사 콘텐츠’가 주가 될 수 있는 미래를 지향하며 여성 서사의 계보, 보존을 위해 노력”하는 프로젝트로, 불특정 다수의 제보를 통해 기록 을 진행한다. 이때 주목할 것은 제보 형식의 아카이빙이 원활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여성 서사’에 대한 합의 및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점이다. 와카이브가 제시한 ‘여성 서사’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여성이 주연일 것 조연급 여성이 다수 등장할 것 대상화된 여성이 아니거나, 기존에 많이 등장한 적이 없는 다양한 형태의 여성일 것 비여성의 비중, 혹은 로맨스가 부각되지 않을 것
여성의 도구화 혹은 불행 포르노가 주가 되지 않을 것4
여성의 도구화 혹은 불행 포르노가 주가 되지 않을 것
제시된 기준은 인물들 간의 비중 분배, 서사의 종류, 인물의 재현 방식에 두루 걸쳐 있다. 우선 인 물의 비중이 얼마나 여성 중심으로 분배되어 있는지를 살피는데, 이는 ‘여성이 주연일 것’, ‘조연급 여성이 다수 등장할 것’, ‘비여성의 비중이 부각되지 않을 것’ 등의 조건으로 구체화된다. 일종의 정 량화된 기준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로맨스가 부각되지 말아야 한다는 기준은 특정 서사를 금지하는 형태로 줄거리에 관여함으로써 높은 개입도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흔하 지 않으며 도구화되거나 불행한 모습으로 전시되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은, 구체적인 재현 과정까 지도 고려 대상임을 드러낸다. 이렇듯 ‘여성 서사’의 기준은 인물 구성과 재현 방식 등 서사 전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해 작가와 독자가 이를 수용한다면 작품을 창작하고 감상 하는 과정에 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와카이브의 ‘여성 서사’ 기준도 이미 꽤 구체적이지만, 한 SNS에 공유되었던 ‘여성 서사’ 도식5은 와카이브의 기준보다도 훨씬 더 구체적이고 제한적인 정의를 제시한다. 해당 게시글은 여성 서사 를 ‘알탕-준여성 서사-여성 서사-페미니즘’이라는 네 가지 범주로 나누며 위계화한다. ‘여성 인물 의 비중’, ‘연애나 결혼 서사 여부’, ‘여성의 대상화 여부’에 따라 여성 서사로서의 인정 여부가 결정
4 와카이브, 여성 서사 와카이브 프로젝트(소개 페이지), https://www.womynarchive.com/about
5 김효진, 「페미니즘의 시대, 보이즈 러브의 의미를 다시 묻다 : 인터넷의 ‘탈BL’ 담론을 중심으로」, 『여성문학연구』, 제47집, 한국여성문학학회, 2019, p.217
[그림 2] ‘여성 서사’ 도식
된다. 이 세 요인은 와카이브의 여성 서사 기준과 공통되는데, 본 도식은 와카이브 시례 보다 적극 적으로 구체적인 여성상을 요구한다. 단지 대상화된 재현을 피하는 것만이 아니라 “강하고 능동 적인 여성상”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남성 인물을 배제할수록(“자지는 걍 쩌리임”) 더욱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것 역시 특징적이다. 가장 상위 단계에 놓여 있는 것은 여성 서사를 넘 어선 ‘페미니즘 서사’로, 여성 인물이 꾸밈 노동을 거부해야 하며 페미니즘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 다. 픽션이 아닌 실화 바탕 다큐멘터리여야 한다는 것 또한 페미니즘 서사에 요구되는 요소다.
대중 서사 연구자 허윤의 지적대로 해당 도식은 여성 독자 대중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적나라 하게 보여준다. “추상적으로 젠더 규범의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요건을 제시하 고, 리부트 이후 강화된 온라인 페미니즘의 특징을 반영하여 탈이성애적인 측면을 띤 것이다.6” 특히 와카이브와 여성 서사 도식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언급됐던 ‘여성 인물 비중의 확대와 비여 성(남성) 인물 비중의 축소’는 “2000년대 이후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 다수가 남성 간의 호모소 셜한 유대를 묘사7”해온 상황에 염증을 느껴온 여성 대중의 문제의식을 투명하게 반영한 기준이 라 할 수 있다.
2018년 이후 인터넷을 중심으로 시도된 ‘탈BL’ 움직임은 언급한 여성 서사의 정의가 여성 대중 의 소비에 실제적으로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단적인 사례 중 하나다. 여성 인물들이 수적으 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자체가 여성 서사에 있어 가장 기본이자 최우선 조건으로 여겨지면서
6 허윤, 앞의 글, p.44.
7 김효진, 앞의 글, p.218.
남성 인물들로만 구성된 BL(Boys Love) 장르의 여성 배제적 성격이 지적된 것이다. 여성 창작자 와 소비자를 중심으로 여성들의 욕망을 대변하는 대표 장르로 여겨져 온 BL이 완전히 전복된 평 가를 받는 것은 그만큼 여성 서사에 대한 정의가 이전과는 다른 엄격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음 을 드러냈다.
만화의 경우, 순정만화를 둘러싼 여성 서사 논쟁이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매우 유사한 논쟁이었 다. 2020년, 트위터(현 X)의 한국 트렌드 키워드에 ‘순정만화’가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3위 키워드는 ‘여성 서사’로, 순정만화와 여성 서사와의 관계를 두고 격렬히 논쟁이 일었다. 논쟁의 논 점 중 하나는 “8-90년대 르네상스를 누렸던 순정만화를 여성 서사라고 지칭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때의 순정만화는 8-90년대 여성 만화 잡지를 통해 유통되며 전성기를 구가했던 작 품군을 지칭하는 것으로8, 논쟁의 출발점은 “순정만화는 여성이 만든 여성의 이야기임에도 평가 절하 받아 왔는데, 왜 여성 서사로도 포함시키지 않는지 의문이라는 글”9이었다. 해당 논쟁을 기 록해 둔 ‘페미위키’의 문서를 참고하면, “여성 작가조차 찾기 힘들었던 때에 처음 여성으로서의 발 화였던 순정만화는 시대와 환경에 따라 페미니즘적인 의의를 지닐 수 있으나”, 그 내용을 구체적 으로 따져보았을 때도 “페미니즘적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탈BL 담론을 살핀 대로, 일견에서는 BL 장르처럼 소비층이 여성이라 할지라도 여성 인물이 배제된 서 사는 인정하기 어려움을 주장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여성 캐릭터가 주인공이며 주체적이라는 이유로 작품의 서사를 여성주의적 이라고 평가하긴 힘들다, 전통적인 여성성과 남성과의 로맨스를 제외한 다양한 서사를 아우르는 ‘순정만화’는 찾기 힘들다”라는 대목이다. 해당 문서는 논쟁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여성 서사란 무 엇인지를 언급했다. “아름다움(만)이 여자의 뛰어난 장점이 되고 남성과의 사랑이 작품의 결정적 인 스토리가 되는 서사 말고도, 여성의 다양한 이야기를 원하여 이러한 작품들을 응원하고 소비 하기 시작한 것이 여성 서사 소비 플로우”로, “골격이 굵거나 뛰어난 신체적인 능력을 장점으로 하는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은 과거에는 없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여성 서사에 대한
8 조경숙, 순정만화를 둘러싼 여성 서사 논쟁, 2020.07.02, https://www.kmas.or.kr/webzine/cover/27568
9 페미위키, 페미위키:위키독 보존 프로젝트/여성위키/2020년 3월 '순정만화와 여성서사' 플로우, 페미위키, https://femiwiki.com/w/페미 위키:위키독_보존_프로젝트/여성위키/2020년_3월_%22순정만화와_여성서사%22_플로우
다른 요구가 생기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 및 정리해 두었다. 이는 논쟁의 주체들이 순정 만화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여성 만화가들이 여성을 주인공 삼아 때때로 주체적 인 여성을 그리기도 했지만, ‘가냘프고 아름다운 외형’과 ‘로맨스 서사로 귀결’되는 한계를 가진 것 이 정의다.
실제 8-90년대의 순정만화는 로맨스로만 한정되지 않고 여성 인물을 그리는 방식도 훨씬 다양했 으나, 여기서 주목할 것은 순정만화의 실체나 그것의 ‘여성 서사’ 여부가 아니다. 논쟁을 통해 분 명하게 드러나는 한 가지는, 앞서 살핀 ‘여성 서사’에 대한 정의가 굉장히 엄격하게 구축되어 있으 며 실제 여성 대중들이 대중 서사를 소비하는 데 있어 그 정의의 자장 아래 놓여 있다는 사실이었 다. 나아가 순정만화 논쟁은 만화 역시 페미니즘 리부트로 촉발된 변화하는 ‘여성 서사’의 역동 안 에 자리해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후 논의하겠지만, 만화는 기호화된 이미지로 재현되는 매체다. 이에 따라 여성을 재현하는 이 미지에 있어서도 매우 구체적인 관습이 규칙처럼 작용한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페미니 즘 리부트를 기점으로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형상이 외모지상주의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하 면서 짧은 머리에 속눈썹이 없는 여성 캐릭터, 미남이 아닌 남자 캐릭터 등을 그려야 한다10”는 의 식이 여성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공유되었고 실제로 실천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 의 탈코르셋 운동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타 매체와의 흐름과 구분되는 여성 만화만의 흐름이라는 점에서 고유하게 주목될 만하다.
Ⅲ. 페미니즘 리부트로 촉발된 ‘여성 서사’ 흐름 안에서의 단편집 분석
이 장에서는 앞서 살핀, 페미니즘 리부트를 통해 형성된 ‘여성 서사’의 기준을 바탕으로 5권의 단 편집을 정리한 뒤 그 의미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핀 바에 따르면, 리부트 과정에서 웹상에 공유된 ‘여성 서사’ 기준들은 꽤 명확한 형태로 공통된 기준을 요구했다. 가장 기 본으로 요구되는 것은 ‘여성 인물 중심의 성별 구성’이었으며, 그 여성들이 기존의 대중 서사에서
10 허윤, 「‘페미니즘 리부트’ 시대의 여성 간 로맨스—비완·seri, <그녀의 심청>(저스툰, 2017-2019)」, 『대중서사연구』, 제56집(26권 4호), 대중서사학회, 2020, p.185-207.
답습하던 ‘대상화된 여성의 이미지로 재현되지 않는 것’도 공통의 요구 사항이었다. ‘이성애 로맨 스를 그리지 않는 것’ 또한 여러 논쟁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사항이었다. 이에 본고는 다음과 같 은 기준으로 단편집들을 분석하고자 한다.
내용적 측면 등장인물의 성별 구성: 전원이 여성/주조연 대부분이 여성/비중 있는 남성이 한 명 이상 긍정적으 로 묘사됨 여성 인물 간 관계: 친구/동료/연인/가족/그 외 유사 가족이나 우연한 조력자 등 남성 인물의 역할: 가족/헤어진 연인/이성애 로맨스 대상/아예 등장하지 않는 경우 이성애 로맨스 여부: 아예 이성애 로맨스 서사를 배제한 경우/로맨스 서사는 있으나 연인으로 맺 어지지 않고 실패로 결말 지어진 경우/연인이 되어 로맨스 서사가 성사로 마무리된 경우
이미지 측면 그림체(꾸밈 노동 여부): 전통적인 순정만화 그림체와 유사한 가냘프고 아름다운 그림체/기존의 순정만화 그림체와 구분되는 수수하거나 아름답지 않은 그림체
서론에서 언급한 대로 분석 요인은 ‘내용적 측면’과 ‘이미지 측면’ 두 가지로 나눴다. 성별 구성과 이성애 로맨스 여부는 내용적 측면에 해당한다. ‘여성 서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분석하려면 재 현 방식을 논해야 하지만, 39편의 작품을 포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보다 정량화가 가능한 기준 이 필요하다 판단되었다. 이에 주관적 분석의 영향을 받아 기준으로 삼기 애매한 재현 방식 대신, ‘여성 인물들 간의 관계’와 ‘작중 내 남성 인물의 역할’을 살피는 것으로 조정했다. 한 작품 안에 인 물의 관계와 역할이 다수 포착되는 경우에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메인 서사와 관련이 높은 쪽을 선택해 분석했다.
이미지 측면의 경우 단일 항목인 ‘그림체’뿐인 데다 그 기준이 다소 주관적이지만, 만화라는 매체 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갈 부분이라 판단했다. 또한 ‘순정만화 논쟁’에서 “가냘프고 아름다운 외형”의 인물 묘사를 ‘여성 서사’로서의 결격 사유로 언급한 점이나, ‘여성 서사’ 도식에
서 ‘페미니즘 서사가 되기 위해선 여성 인물이 꾸밈 노동을 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한 측면을 고 려할 때, 여성 인물의 시각적 재현 방식이 ‘여성 서사’에 있어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통념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라 여겨져 온 전통적인 순정만화 그림체(몸은 가냘프 고 이목구비나 차림새 등은 화려한)를 기준으로 삼고, 그 그림체와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구분해 분석했다. 전통적인 순정만화 그림체에 가까운 경우 ‘아름다운’ 그림체로, 그렇지 않은 경우를 ‘아 름답지 않은’ 그림체로 나눴다.
그리고 이렇게 파악한 작품이 과연 얼마나 ‘여성 서사’에 부합하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여성 서사’ 도 식을 참고했다. 남성 인물의 비중이 크고 여성이 대상화되는 ‘알탕 서사’와, 여성이 중심인물이되 이 성애 로맨스 서사가 있어 자격이 불충분한 ‘준여성 서사’, 진취적인 여성 인물을 그려내고 이성애 로 맨스도 배제된 ‘여성 서사’로 나뉘는, 도식의 세 가지 단계를 참고했다. 본래는 페미니즘 메시지를 포함하고 꾸밈 노동을 하지 않는 ‘페미니즘 서사’까지 존재하지만, 해당 기준에서 요구하는 ‘페미니 즘 메시지’가 모호하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정리 결과는 다음과 같다.
구분
성별 구성
여성 간 관계
여명기
젊은만화
전원 여성
대부분 여성
비중 있는 남성 등장
친구
동료
연인
가족(모녀, 자매)
기타(유사 가족 등)
소계
계
39편
38편
남성 인물의 역할
이성애 로맨스 여부
그림체 (꾸밈 노동 여부)
여성 서사 유형
3-1. 등장인물의 성별 구성
가족(아버지, 형제)
전 연인
이성애 로맨스 대상
마이크로 조연
등장하지 않음
없음
실패
성사
가냘프고 아름다운
수수한, 아름답지 않은
여성
준여성
알탕
[표 1] 여성 만화 단편집 5권 주요 특징 정리
39편
39편
39편
39편
작중 인물 내 여성의 비중은 ‘여성 서사’로서 가장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기준이자, 가장 즉각적으 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팀 총명기의 『여명기』 시리즈와 문학동네의 테마 단편집 모두 비중 있는 주조연이 전부 여성이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특정한 여성 인물의 비중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소한 역할의 조연까지도 여성 인물로 구성함으로써 수적으로 여성의 비중을 키운 것이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다음 절에서도 살피겠지만, 80년대의 순정만화 잡지 『아홉번째 신화』가 주인공의 성별을 기준으로 작품을 구분해야 하는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대다수의 단편들이 주인 공은 물론 주요 인물 전부를 여성으로 그렸기 때문에 여성 인물의 수가 얼마나 많은 비율로 구성 되어 있는지만을 따져야 하는 것이다. 주인공과 적대적 관계에 놓여 있지 않으면서도 유의미할
정도로 비중을 가지는 남성 인물이 나오는 작품은 39편 중 4편에 불과했다.
여성 인물의 비중에 대해선 두 시리즈 모두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나, 『여명기』 시리즈의 여성 비 중이 좀 더 본격적으로 높았다. 등장인물 전원이 여성인 경우가 『젊은만화』 시리즈의 경우 15편 중 1편에 불과한 것에 비해, 『여명기』 시리즈는 24편 중 10편의 작품이 여성 인물만 등장했다. 거 의 절반에 달하는 작품이 전원 여성 인물로 구성된 것이다. 긍정적이고 비중 있는 남성 인물이 등 장하는 작품이 수록된 것 또한 『젊은만화』 시리즈에서만이었다. 『여명기』 프로젝트가 애초 ‘여성 이 주인공일 것’과 ‘로맨스가 아닐 것’이라는 규칙을 명시한 만큼, ‘여성 서사’에 걸맞은 성별 구성 에 보다 본격적으로 신경 쓴 결과라 판단된다.
3-2. 여성 인물 간 관계
등장인물 대다수가 여성이니 작품에서 여성들 간의 관계가 다뤄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인데, 그 형태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꽤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형태인 것은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주 거 문제나 고용 불안, 가족 내 돌봄 노동, 여성성에 대한 강요 등 여성들이 실제 겪고 있는 현실의 문제들을 다룬 작품들이 많았다. 그 소재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서로 조력 관계가 되거 나 애증의 대상이 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테면 <플랑크톤의 귀향>과 <어떤 날> 모두 주거와 고용 불안정, 장녀로서의 부담감 등을 다 뤘으며, 이를 룸메이트와의 관계로 풀어나간다. 남자 형제를 우선하는 가정 내 분위기에서 자기 것을 주장하는 일이 이기적인 것으로 비난받고, 집을 벗어나기 위해 독립한 생활도 경제적 부담 과 심리적 고립감으로 녹록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룸메이트가 되어준 친구는 실질적으로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 주는 동시에, 자신을 긍정해 주는 정서적 지지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가정에서 받 는 스트레스와 좌절된 독립으로 인해 어느 날 갑자기 지상에서 5cm 정도 붕 뜨게 된 이야기를 그 린 <계획대로 되지 않는 삶> 역시 같은 과 친구에게 위로를 받는다. <명왕성의 기억> 또한 아버지 와 남동생 위주로 돌아가는 가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충동적으로 찾아간 놀이공원에서 만난 낯 선 여성에게 털어놓으며 위로받는다. 조금씩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현실의 문제를 다른
여성과의 조력 관계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 할 수 있다. 판타지나 SF 장르를 통해 디스 토피아를 그려내고, 그 안에서 여성들이 서로를 위하며 새로운 공동체를 꾸리는 작품도 발견된 다. 망가진 세계 속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출해 지켜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이야 기 <조용한 세상의 미소>는 서로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자매 관계를 그리고, 아이를 잃은 여성과 어린 소녀가 서로를 지켜주기로 마음먹는 이야기 <티호마>는 친구와 모녀 관계 사이의 어디쯤을 그리며, 조력 관계를 보여준다.
탈코르셋 문제를 다룬 작품들의 경우 긴장과 조력 관계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아구 속 에는 무엇이 있나>는 사내에서 입 냄새가 너무 심한 동료를 대하며 여성성에 대해 고민하는 작품 이다. 지하철에서 남성들이 떠드는 ‘아름답고 향기 나는 여성’에 대한 환상을 듣고 주인공이 불쾌 해지는 장면은, 다소 엉뚱한 작품의 소재가 담고 있는 주제 의식을 겉으로 드러내기 위해 의도된 장면일 것이다. 완벽한 업무와 인품을 자랑하지만, 그러나 입 냄새가 너무 심한 동료에게 언질을 주기 위해 다른 여성 동료들과 난감한 소통을 해나가는 모습이 눈에 띄는 작품이다. <시스터후드 >는 훨씬 직접적으로 탈코르셋 문제를 다뤘다. 어려서부터 자신을 지켜주고 “미친년”이 되길 주 저하지 않던 강인한 언니가 ‘여성스럽게’ 꾸미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자란다. 동생 역시 마찬가지였으나 어느 날 탈코르셋을 결심하게 되고 삭발까지 강행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이해자였던 과거를 등지고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결국은 언니가 동생을 따라 삭발을 함 으로써 동생의 입장을 지지하고 동조하는 것으로 전개된다. <아구 속에는 무엇이 있나>와 <시스 터후드> 모두 ‘직장 동료’와 ‘자매’라는 비교적 동등한 관계 안에서 탈코르셋 문제를 풀어나갔다. 페미니즘 운동 앞에서 여성들 간의 입장 차이를 그려내는 한편, 그것이 ‘운동’인 만큼 여성들의 상 호 지지와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동료와 자매 관계를 경유하는 것은 전략적으로도 매우 절묘 한 설정이라 할 수 있다.
모녀 관계 역시 자주 재현되었는데, 가족 내 여성 구성원들만이 공유 가능한 갈등과 감정을 그려 냈다는 점에서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 특별히 더 뚜렷하게 드러난다. 앞서 언급한 <명왕성의 기 억>은 가족 모두가 장녀인 자신을 홀대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버지에게는 순수한 분노를 느끼지 만, 가정 내 약자인 어머니를 향해서는 좀 더 복잡한 감정을 느끼는 식으로 묘사된다. <부초와 민
들레> 역시 고용 불안과 주거 문제를 다뤘는데 이것을 아버지와 이혼한 어머니와의 관계 속에서 그려나간다. 자신의 집에 불쑥 찾아오는 어머니의 모습은, 두 사람이 정서적으로 서로의 영역을 인정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과 맞물리며 돌봄과 침범이 복잡히 얽힌 어머니와 딸의 관계를 표현한다. <마렛의 화로> 또한 마찬가지다. 각자가 자신이 관리해야 하는 불꽃이 있다는 설정의 판타지 작품으로, 딸인 주인공이 어머니와 자신의 불을 분리하지 못하며 어머니에 대한 돌봄의 압박을 느끼는 과정을 그렸다. 여성 인물들의 조력과 갈등은 이렇듯 자주 돌봄 문제와 엮여 그려 지는데, 그 형태가 가족 관계를 취할 때 한층 더 복잡다단한 것으로 그려진 작품이 많았다.
웹툰 <정년이>가 50년대 여성국극을 재맥락화한 방식이나, 웹툰 <그녀의 심청>이 고전 소설 심 청전을 완전히 새롭게 재창작한 방식을 참고하면, 위의 단편 만화들이 공유하는 '여성 서사'의 지향점을 다시금 되짚어 볼 수 있다. 여성 음악만으로 이뤄진 전통 음악극인 여성국극을 소재로 하는 <정년이>는 50-60년대 당시 국극 역사를 작품의 배경으로 삼으면서도, 실제 사실이나 여 성국극을 평가하는 통념과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국극을 재맥락화했다. 이를테면 <정년이>가 배 경으로 삼은 시기가 국극의 쇠퇴와 몰락기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여성들의 연대로 국극을 재 건하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국극 단원들에 대한 평가와 해석도 기존의 기록들과 다르다. 일부 탁 월한 단원의 천재성을 칭송하는 기록과 달리 평범한 인물까지 노력해 성장하는 모습을 그리거 나, 여성인 단원들이 시기와 질투가 많았다는 기록과 달리 서로 진심 어린 갈등과 연대를 해나가
는 모습을 그렸다.11
여성들을 서로를 돕는 존재로 재해석하는 모습은 웹툰 <그녀의 심청>에서도 드러난다. 효녀 심청 을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받는 여성으로 재해석한 <그녀의 심청>은 그녀를 도운 것이 효심이나 부처의 손길이 아닌, 여성들 간의 연대였던 것으로 이야기를 재창작했다. 그중에서도 조연으로 스쳐 지나가는 장승상 부인을 조명해,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된 또 한 명의 여성이자 심청과 연 인이 되는 인물로 재탄생시켰다. 그 외에도 뺑덕어멈 등 기존에 ‘악녀’로 그려졌던 여성에게도 새
로운 서사를 부여하고, 마찬가지로 여성 인물들 간에 조력 관계를 이룰 수 있게 한다.12
11 송소라, 「웹툰 <정년이>를 통해 본 여성공동체 서사의 재맥락화 양상과 의미-여성의 성장, 연대, 그리고 사랑」, 『어문학』, 제161집, 한국어문학회, 2023, p.143-179.
12 허윤, 위의 글, p.185-188, 207.
실화나 고전을 재해석하는 과정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에 촉발된 ‘여성 서사’ 정의에 담긴 여성 들의 갈증을 한층 더 또렷하게 드러낸다. 여성들은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생각이나, 욕망하는 여 성을 ‘이기적인 악녀’로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그 대척점에서 여성 인물과 여성 사회를 그려나가고자 했다. 단편집의 여성 인물들이 자신의 안위를 고민하고 주변의 다른 여성들과 갈등 하되, 그보다 자주는 조력 관계로 그려지는 데에는 이러한 갈증이 반영되어 있다.
3-3. 남성 인물의 역할과 이성애 로맨스 여부
이러한 여성 재현 과정에서 남성 인물의 존재는 의도적 혹은 필연적으로 축소된다. 남성 인물이 등장조차 하지 않는 작품이 39편 중 11편으로 거의 3분의 1에 달한다. 비중을 논하기도 무색할 만큼 극도로 사소한 역할을 부여받는 경우는 17편으로 3분의 1보다 많았다. 본고는 그러한 비중 적은 남성 인물들을 ‘마이크로 조연’이라 이름 붙였는데, 단지 조연이나 단역이라는 말로는 설명 이 충분하지 않을 만큼 그 비중이 매우 작았기 때문이다. 지나치는 배경처럼 한 컷 이상 등장하지 않는 경우도 많을뿐더러 아예 언급만 되고 등장하지 않는 경우들도 있었다. 이들은 여성 주인공 과 그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며, 인물의 감정과 서사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간혹 남성 인물이 그보다 비중 있게 그려지는 경우는 대부분 문제적인 가족이나 동료, 헤어진 연인 의 역할을 맡을 때였다. 무책임하거나 폭력적인 아버지(<거짓말은 거대한 거짓말>), 아들이라는 이 유로 편애받으면서도 여성 주인공이 이기적이라 비난하는 남자 형제(<명왕성의 기억>), 레즈비언 인 두 여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약혼자(<예언의 수신인>) 등이 그 예다. 서사에 영향을 끼칠 만 큼 존재감이 있지는 않았으나, 무책임한 고용주(<부초와 민들레>)와 태만한 회사 동료(<회사친구 >) 역시 남성의 얼굴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았다.
문제적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비중을 지닌 남성 인물을 그린 작품은 4편으로, 이 중 둘은 나쁘 진 않지만 방해가 되는 남자 형제로 그려졌다. 나머지 둘만이 이성애 서사의 주연을 맡았다. 그마 저도, 서론에서 언급했고 본고의 출발점이 된 <인어의 연서>는 남성의 죽음으로 끝내 실패한 로 맨스로 마무리된다. 로맨스가 성사된 작품은, 영생을 사는 여성이 사랑했던 남성이 환생한 후 재
회하는 이야기를 다룬 <동해를 위하여> 한 작품이다. 앞서 확인한 여성 인물의 압도적인 비중과 남성 인물들이 재현되는 방식 등을 고려할 때 이들 단편집에서 이성 간의 로맨스가 사라지는 것 역시 의도적일 뿐만 아니라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3-4. 그림체(꾸밈 노동 여부)
성별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비단 만화에만 속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만화는 그림으로 표현되며, 그 그림이란 결국 관습과 주관이 뒤섞인 기호이기 때문에 다른 매체에 비해 성별 구분이 뚜렷한 편이다. 서사의 주인공이 남성 아니면 여성일 것이라는 기대가 당 연하게 전제되어 왔고, 그 성별을 재현하는 작법 또한 꽤 체계적으로 자리 잡혀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만화와 비교적 비슷한 그림체가 통용되는 일본의 작법서들을 참고해 보았다. 인물 그리는 법을 알려주는 다수의 작법서를 참고해 봤을 때, 대부분 남성과 여성으로 성별을 구분해 재현 방 법을 알려주었다. 가장 공통적으로 제시된 묘사법 한 가지는 여성은 곡선을, 남성은 직선을 중심 으로 그리라는 것이다.13 “여성은 지방이 붙기 쉬우므로 둥그스름하고, 남성은 뼈가 나오기 쉬우 므로 직선적인 인상”14이 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상체가 가슴의 곡선으로 표현될 때, 남성은 판판 한 역삼각형의 상체로 그려지는 것이다. 해당 작법서는 근육을 이유로 들었지만, 살펴본 결과 눈 썹이나 입의 모양, 턱과 코 역시 남성은 직선으로, 여성은 곡선으로 표현할 때가 많았다.
『NG 포인트로 이해하는 일러스트 테크닉 100』은 학습자가 자주 실수하는 것들을 정리해 둔 작 법서인데, 이 작법서에는 아예 “소녀를 그리면 소년처럼 보인다”라는 주제가 수록되어 있다. 숏컷 의 소녀를 그렸는데 소년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작법서가 제시한 해결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얼 굴의 경우, “1. 눈매는 크고 속눈썹은 풍성하게 2. 윤곽은 동글동글하게 3. 목은 가늘게” 그린다. 몸의 경우 “1. 가슴 부분은 동그랗게 / 2. 허리는 잘록하게 / 3. 엉덩이는 크게” 그린다. 참고로 “긴 머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여성스러움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숏컷보다는 긴 머리를 그리는 것이 여
13 나카무라 요시토키, 『만화 캐릭터 얼굴 그리기 입문』, 잼스푼. 이치업 편집부(2023), 『인물부터 연출까지 레벨 업 캐릭터 작화』, 정보문화사, 2021. 카와이 센세, 『인물 쉽게 그리는 방법』, 정보문화사, 2024.
14 카와이 센세, 위의 책, p.20.
성을 표현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라고 전했다.15
『여명기』와 『젊은만화』 시리즈 속 여성 인물들이, 작법서들이 제안한 ‘여성 인물을 그리는’ 방식으 로부터 정확하게 벗어나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이 작품들은 기존에 통용되던 ‘여성 스러운’, ‘가냘프고 아름다운’, ‘순정만화 같은’ 그림체에서 벗어나, 관습대로 표현하자면 ‘여자 같지 않은’ 여성 인물들을 그렸다. 작품의 소재와 인물 간 관계 등이 어떠한 경향성을 보였던 것처럼, 여 성 인물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과정에서 활용된 전략 역시 공통의 모습을 보인다. 대표적인 방법 한 가지는 큰 눈과 풍성한 속눈썹, 동글한 윤곽, 가는 목, 곡선이 부각된 몸 등 여성 인물의 전유물 로 여겨진 신체 요소를 그 반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그림 3] 『여명기』, <아구 속에는 무엇이 있나> 중
15 페가수스 하이드, 『NG 포인트로 이해하는 일러스트 테크닉 100』, 삼호미디어, 2022.
단편 속 많은 여성 인물들이 숏컷으로 그려지고, 속눈썹 없고 동공이 작은 눈을 가졌다. 분명한 직 선으로 표현되는 인물들도 있고, 뚜렷한 직선이라고까진 할 수 없으나 밋밋하거나 판판하고, 딱딱 해 보이는 몸과 얼굴선을 드러내기도 한다. 사실 인물의 인상을 결정하는 것은 신체 부위만이 아 니다. 인물들이 짓는 표정과 입는 옷, 자세 역시 인상에 영향을 끼친다. 활짝 웃는 얼굴 대신 시큰 둥한 얼굴을 한 인물들이 많고, 레이스나 치마 대신 편하고 단순한 디자인의 옷을 즐겨 입고, 다소 껄렁한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액세서리를 한 인물도 잘 보이지 않는다. 속눈썹이 없고 동공이 작 은 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가진다. 외형을 결정하는 데 있어 ‘장식적인’ 면이 배제되어 있다 는 것. 화려하기보다 수수하고, 부드럽기보다 무뚝뚝한 인상을 주는 방식으로 여성 인물의 묘사 방식이 재편되었다.
[그림 4] 『여자력』, <함안군 가야리 땅문서 실종사건> 중
[그림 5] 『여자력』, <조용한 세상의 미소> 중
기본적으로 만화 그림체란 것이 미형을 띨 때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사실은 이 정도로만 표현돼도 독자는 작중 인물들을 ‘소년 같은 인상의 남성’으로 착각하기 쉬워진다. 일부 작품은 여기서 한걸음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관습적인 남성 인물의 이미지를 취한다. 이를테면 <함안군 가야리 땅문 서 실종사건>에서, 주인공을 조력하는 사무소 직원들이 그렇다. 특히나 ‘사무소 과장’은 직각과 직 선으로 이뤄진 몸에 검은 양복, 큰 체구에 빡빡머리, 마찬가지로 직선이 돋보이는 무뚝뚝한 얼굴 을 가졌다. 너무도 당연히 ‘남성(아저씨)’의 모습인데, 『여자력』이라는 제목 앞에 판단을 주저할 때 쯤 주인공이 이들을 “언니”라 부르며 껴안는 장면이 나온다. 성별 판단에 혼란을 주는 적지 않은 작품들이 비슷한 방식을 취한다. 미소년 정도가 아니라, 다른 만화에서라면 틀림없이 남성 인물이 었을 것 같은 인물을 그린 뒤 여성이라는 명시 혹은 암시를 심어놓는 식이다.
같은 단행본에 수록된 <조용한 세상의 미소> 역시 마찬가지다. 이 작품 역시, 근육이 돋보이고 머 리가 짧으며,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굳이 따지자면 ‘아름답지 않은’ 얼굴을 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모두 여성이다. 일자로 이어진 갈매기 눈썹은, 여성 인물은 물론 주요한 남성 인물들에게서도 쉽게 볼 수 없던 외형이어서, 기존의 작화 관습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조금 다른 방식을 택한 작품들도 있다. <최저임금을 위하여>는 매우 단순화된 귀여운 그림체로 그 려졌다. 주인공이 중년 여성이란 것은 분명하고, 머리가 긴 인물들이 아마도 여성일 것 같기는 하 지만 남녀는 물론이고 노소 간에도 약간의 주름을 제외하고는 차이를 파악하기 어렵다. 앞선 작품 들이 성별 재현 방식을 전복함으로써 혼란을 준 쪽이라면, <최저임금을 위하여> 등의 작품은 완전 히 모호하게 만들고 축소시켜, 성별을 파악하는 것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만든다.
마지막으로 언급하는 작품 <시스터후드>는 이미지 측면에서 매우 독특한 위치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매우 정석적인 순정만화 그림체를 보인다. 갸름한 턱에 큰 눈, 긴 머리에 예쁘게 꾸민 데 다, 선과 형의 표현이 일반적인 로맨스 웹툰 그림체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시스터후드> 는 탈코르셋 소재를 전면에 내세워 수록작들 중 가장 직접적으로 페미니즘적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 중 하나다. 그 ‘순정만화’ 같은 얼굴을 하고, 원피스가 아닌 트레이닝복을 입고, 긴 머리를
[그림 6] 『여명기』, <최저임금을 위하여> 중
자르다 못해 삭발까지 결심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순정만화 그림체에 담기기에 너무도 이질적이 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편한 옷을 입고 짧은 머리를 하고, 시큰둥한 표정을 짓자 주인 공이 여성이 아닌 남성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한 작품 안에서, 얼굴의 골격 자체는 똑같이 표현 되었는데도 말이다.
그림체 자체의 변화 없이 머리 길이와 차림새, 표정만으로 성별이 전환되는 모습은 만화의 성별 재현에 있어 어떠한 시사점을 남기는 듯하다. 앞서 말했듯 만화는 관습화된 기호를 활용한 매체 인 만큼 다른 매체에 비해 기존의 성별 관념을 벗어나기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기존의 관습을 비틀고, 피하고, 뒤집는 단편집 사례들을 통해 그 관습이란 것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는 것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관습화된 기호를 활용해 다른 매체보다 앞서 더욱 본격적인 변화와 전 복을 시도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림 7] 『여명기』, <시스터후드> 중
3-5. 그 남자가 여자로 읽혔던 이유
이상 페미니즘 리부트의 맥락 안에서 5권의 단편집들을 분석해 보았다. 이쯤이면 왜 본고의 필자 가 <인어의 연서>를 읽으며 도련님을 남성이 아닌 여성의 얼굴로 읽었는지, 남녀의 로맨스보다 여성 간의 로맨스를 자연스럽게 상상하게 됐는지, 그 맥락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듯하다.
각 장르에 저마다의 규칙이 존재하고 작가와 독자가 그 규칙에 기반해 창작과 감상을 하는 것처 럼, 단편집 역시 마찬가지다. 그간 유통되어 온 여성 만화 단편집들은 너무나 뚜렷한 맥락과 목적 을 가지기 때문에 하나의 공통된 장르처럼 인식되는 면이 있다. 웹툰과 구별되는 유통 방식에 더 해, 인물의 구성이나 소재 선정에 있어 작품 간에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적극 적으로 ‘비로맨스’를 표방함은 물론 남성 인물의 비중 자체가 희미하고, 남성 인물이 그려진다고 할지라도 적대적 관계 속에서 그려질 때가 많았다. ‘약속대로라면’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 심성도 고운 도련님이 남성일 것이라 인식하긴 어려웠던 것이다. 다만 둘 사이의 로맨스적 기류만은 분명했으므로 여성들 간의 로맨스일 것이라 추측해 버렸다. 실제 단편 집 안에 레즈비언 인물은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남성과 여성 간의 로맨스보단 여성 간의 로 맨스를 상상하는 일이 적어도 이 단편집 세계관 안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본고의 질문이었던 ‘그 남자가 어떻게 여자의 얼굴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질문은 이렇게 답변 될 수 있겠다. 여기서 마무리할 수도 있겠으나, 본고는 조금 더 나아가 80년대의 순정만화 잡지 『아홉번째 신화』와 단편집들을 비교해 봄으로써 여성 만화의 역사적 흐름 안에서 이 사안을 위치 시켜 보고자 한다.
Ⅳ. 『아홉번째 신화』, 80년대 후반 여성 만화와의 비교
1980년대 중반, 만화 동호회 ‘나인’의 여성 만화가들을 중심으로 “한국 순정만화의 발전과 변화 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한국만의 순정만화 그림체를 찾고, 소재와 주제를 다양화함으로써 독자층을 확대하고, 만화 창작 풍토를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국 1
2세대 순정만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동인지에 참여한 여성 만화가들은 “만화인으 로서 뜻을 같이 하는 작가들이 한데 모여 자신들의 문제를 자성하고 보다 발전된 방향으로 길을 모색함으로써, 순정만화 지망생들에게 올바른 길을 제시한다는 노력을 증명했다는 점이 무엇보 다 가치가 있다”16라고 자평했고, 실제로 이후의 여성 만화사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아홉번째 신화』는 잡지 형태였지만 여러 공통점 때문에 최근의 여성 만화 단편집들을 떠오르게 한다. 여성 만화가들이 기존의 만화계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각자 자율성을 발휘해 창작한 단편 을 한데 모아 출간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또 이후 살펴보겠지만, 이 과정에서 작품이 반영하는 여 성들의 욕구나 성별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재현의 시도 등이 단편집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마지막 절에서는 동인지 『아홉번째 신화』 세 권을 정리 및 분석한 후 이를 단편집들과 간략히 비 교해 보고자 한다. 3절과 마찬가지로 표로 정리할 수 있게끔 정량화해서 살폈으나, 작품의 형식 과 내용상의 차이로 분석 대상은 다소 조정되었다.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성별 구성으로, 여성 인 물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던 단편집과 달리 『아홉번째 신화』에는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 많았다. 이에 ‘성별 구성’ 항목을 ‘여성 주인공’과 ‘남성 주인공’, ‘남녀 주인공’으로 나눴다. ‘여성 간 관계’와 ‘남성 인물의 역할’ 항목은, 성별 구성이 변하면서 분석 요인으로 적합하지 않아 제했다.
‘이성애 로맨스 여부’와 ‘그림체’의 경우도 조금씩 조정이 필요했다. ‘순정만화는 로맨스로 귀결될 것’이라는 통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가 해당 동인지에도 있었기 때문에, 이성애 로맨스 여 부는 『아홉번째 신화』를 분석함에 있어도 중요해 보였다. 다만 확인 결과 단편집에서도 한 작품은 발견되었던 성사된 로맨스가 동인지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세부 항목을 ‘로맨스 없음’, ‘실 패’, ‘부분적 성사’로 나뉘었다. ‘부분적 성사’는 명백하게 연인이 되는 결말은 아니지만 약간의 감 정적 교류는 발생한 채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 소수의 작품들을 위한 항목이다.
마지막으로 그림체는 여성 인물이 아닌 남성 인물의 재현 방식을 살폈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 다. 27편의 작품 중 미형의 순정만화 그림체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작품은 없었기 때문에, 아름다 움의 여부로 그림체를 나누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특히 장발로 그려진 남성 인물들은 “가냘프고
16 이화자, 「『아홉 번째의 신화』의 의의」, 『만화포럼 칸 2015』,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5, p.42.
아름다워”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런데 한편으로 일부 작품들은 중년의 남성을 그 리는 과정에서 수염 등을 그림으로써 조금 더 현실적인 이미지로 재현했다. 따라서 ‘아름다운’ 그 림체의 기준은 장발 미남자의 등장 여부로, ‘사실적인’ 그림체의 기준은 수염 난 중년 남성의 등장 여부로 판단했다.
정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성별 구성
이성애 로맨스 여부
그림체 (꾸밈 노동 여부)
여성 서사 유형
4-1. 성별 구성과 이성애 로맨스 여부
구분
여성 주인공 남성 주인공 남녀주인공 없음 실패 부분적 성사 아름다운(장발의 미남자 등) 사실적인(수염 난 중년 남성 등) 여성 준여성 알탕 [표 2] 『아홉번째 신화』 (1-3권) 주요 특징 정리
작품 수
계
27편
27편
27편
27편
성별 구성 측면에서 『아홉번째 신화』는 단편집들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여성이 주인공이어 야 한다’라는 규칙을 내세웠던 『여명기』 시리즈뿐만 아니라 『젊은만화』 시리즈 역시 여성 인물 들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것에 비해, 『아홉번째 신화』는 여성, 남성, 남녀 주인공으로 구 분해 볼 수 있을 만큼 남성 인물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특히나 눈에 띄는 것은, 심지어 여성(5
편) 혹은 남녀(6편)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합친 것보다도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16 편)이 많다는 것이다.
『아홉번째 신화』에서 자주 발견된 것은 ‘고뇌하는 개인이 사색하는 과정’을 그린 다소 관념적인 작품들이다. 특히 예술가의 번민을 그려낸 작품이 많았다. 아내에게 환멸감을 느끼며 뮤지션으 로서의 재기를 꿈꾸는 남성의 이야기(<행복>), 소설가로서 사회에 대한 무력감과 윤리적 부채감 을 느끼던 남성이 자신의 내면에 있는 남성과 대화하며 참자아를 찾는 이야기(<그대를 위한 방 문자>) 등이 그것이다. 꼭 예술가가 아니라도, 숲속에서 미지의 존재를 만나 철학적 대화를 나누 는 <환절기>나 형제가 도시를 거닐며 함께 사색에 잠기는 <F-랩소디> 역시 남성 주인공을 내세 운 작품들이다.
한편 <F-랩소디>처럼 두 사람의 남성이 주인공인 작품 또한 여럿이었는데, 이들 남성이 그려내는 관계와 감정선이 매우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창세기>는 아담과 이브의 이 야기보다도 아벨을 시기하는 카인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한 작품이며, <P 선생의 똥싼바지>는 교 사로서 자격 미달인 P 선생을 바라보며 그에게 이입하고 점점 더 동화되어 가는 한 남교사의 이야 기를 다뤘다.
여성 중심으로 구성된 단편집의 수록작들이 필연적이고도 의도적으로 이성애 로맨스를 소거했던 것처럼, 『아홉번째 신화』 역시 이성애 로맨스의 존재감이 옅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 27편 중 18편이며, 실패로 끝나는 작품이 5편이다. 이들의 로맨스는 가족의 반대(<愛>)나 근친 및 상대의 죽음(<엘레노아>)으로 연인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끝나기도 하고, 마음이 식어 이별한 뒤 지난날 을 회고하는 서사(<지난 여름의 연가>)를 취하기도 한다. 간혹 정서적 교감을 인정한 채 열린 결 말을 취하는 ‘부분적 성사’의 경우들도 있었다. <마음의 십자가>는 범죄자인 남성이 가난하지만 마음 따뜻한 여성을 만나 회심하는 이야기인데, 결말에 이르러 여성이 수감된 남성을 면회 오는 장면 정도로 마무리된다. 로맨스가 성취되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결말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아 홉번째 신화』가 보여준 성별 구성과 소재 등은 ‘순정만화는 여성을 주인공이긴 하지만 로맨스가 결점이기 때문에 여성 서사로 인정할 수 없다’라는 통념에서 한참 벗어난 모습이다.
4-2. 그림체(남성 인물 재현 방식)
『아홉번째 신화』와 단편집이 내용적 측면에서 꽤나 큰 차이를 보였던 것처럼 이미지 측면에 있어 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아홉번째 신화』의 작품 모두는 순정만화의 ‘아름다운 그림체’에서 벗어나 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페미니즘 리부트 흐름 속에서 평가한 것처럼 ‘아름다운 여성만을 그려 여 성의 이미지를 제한(꾸밈 노동을 강요)’하고, ‘특정한 외형의 여성성을 강요’하는 것으로 해석하긴 어렵다. 왜냐하면 남성 인물들 역시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나아가 그 미형의 재현 방식으로 인해 성별 구별에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수록작 중 하나인 <환절기>는 주인공이 숲속에서 미지의 존재를 만나 나누는 철학적인 대화를 그 렸다. 인용한 이미지의 왼편에 그려진 이가 수수께끼의 존재인데, 그는 복식도 모호하고 성별도 정체도 밝히지 않는다. 긴 머리와 큰 눈, 갸름한 얼굴선이 여성이란 인상을 주지만, 주인공과 놓 였을 때 그 얼굴이 거의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정말로는 어떠한 성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이 작품의 주인공이 남성임을 추측할 수 있는 것은 신체적 특징이 아닌, 복식과 말투를 단서 삼아서 다. 수록작들 전반은 현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일수록 성별을 판별하기 쉬웠다. 중세나 판타지 세
[그림 8] 『아홉번째 신화』 1권, <환절기> 중
계를 배경으로 한 것보다는 현대 도시의 복장이 성별에 따라 차이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기다란 코트에 니트를 입은 모습은 다른 작품 속 남성 인물들과 겹치기에 남성이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 나 기본적으로 남녀의 구별을 어렵게 함으로써, 작품을 읽는 동안 남성과 여성 간의 경계가 시각 적으로 허물어진다.
이러한 방식은 ‘여성스러운’ 것으로 간주되는 시각적 요소를 전부 제거한 단편집들의 방식과는 정 반대에 놓였다고 할 수 있다. 수수하고 아름답지 않은 방식으로 남녀의 경계를 허물고 여성의 자 리를 확보하려 한 단편집들과 반대로, 『아홉번째 신화』는 모두를 아름답게 그림으로써 교란과 전 복을 시도한다. 순정만화의 젠더 전복 모티브를 연구한 정승화의 평대로, “젠더와 섹슈얼리티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성의 욕망과 판타지를 충실히 반영하는 것이 순정만화였다. 이 시기 순정만 화는 “여성들의 욕망과 환상을 가장 억압 없이 재현하는 텍스트로서”17 기능했다. 이는 표면적으 로 드러나는 방식은 다를지라도, 서로 다른 시대의 여성 만화들이 공유하는 공통의 욕망과 의도 가 있음을 보여준다.
Ⅴ. 단절되거나 수렴하기보다 확장하는 여성 서사를 기대하며
서로 다른 시대의 여성 만화로서, 5권의 단편집들과 동인지 『아홉번째 신화』를 함께 살펴보았다. 내용도, 이미지도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현된 두 시대의 만화들은 그러나 각 시대 여성들의 꽤 닮은 갈증을 반영하고 있었다. 여성 만화가이자 여성 독자들이 기존의 만화계에 불만을 느끼고 이를 개척하려 한 의욕은, 여성들로 하여금 주류 시장에서 한 걸음 벗어나 독자적인 창구를 마련 하게 하고 그들만의 문법을 만들어 나가게 했다.
두 시대의 여성들 모두 현실뿐만 아니라 작품 속에서도 여성의 자리를 만들고 싶어 했던 것은 분 명하다. 다만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 달랐다. 80년대 후반 『아홉번째 신화』의 작가들은 기존의 남 성과는 다른 성향과 얼굴을 가진, ‘다른 남성’의 몸을 빌리고자 했다. 그들은 여성과 남성의 경계 에 자리한 아름다운 얼굴로 섬세한 감정과 상념의 말을 대변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여성들의 판
17 정승화, 「순정만화의 젠더 전복 모티브에 나타난 앤드로지니 환상과 젠더화의 불만」, 『페미니즘 연구』, 제15집(8권 1호), 한국여성연구소, 2008, p.161-164.
타지를 충족하기도 했다. 반면 리부트 이후의 여성 만화들은, 남성의 자리를 거의 완전하게 소거 하는 방식으로 여성의 자리를 확보하고자 했다. 익숙한 ‘남성 인물’의 얼굴을 한 채로 뻔뻔히 혹은 당당히 ‘이 역시 여성’이라고 말하는 새 인물들은, 마치 여성국극을 보듯 아직은 어색하면서도 신 선하고 설득력 있는 새로운 풍경을 제시했다.
그러나 80년대에나 그 이후에나 여성 만화가와 독자들이 원하는 대로 보다 풍부하고 자유로운 여성 만화를 얻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경직된 울타리에서 벗어날 필요 또한 있다. 본문의 표에 기 입했으나 따로 다루지 않은 한 가지는 ‘여성 서사’ 도식에 기반해 평가한 각 작품의 ‘여성 서사 합 격’ 여부였다. 확인 결과 단편집의 작품들은 39편 중 36편이 ‘여성 서사’에 해당했고, 세 작품만이 ‘준여성 서사’에 그쳤다. 이는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여성들이 구축해 온 ‘여성 서사’의 기준을 얼 마나 적극적으로 따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웹상에 공유되었던 ‘여성 서사’의 기준이 여성 들의 만화 창작과 소비 전반을 설명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단편집의 경우 그 영향 관계가 뚜렷 하게 보이는 듯하다.
반면 『아홉번째 신화』는 27편의 작품 중 19편의 작품이 소위 ‘알탕 서사’에 해당했다. 남성 인물 들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준여성 서사’가 7편, ‘여성 서사’는 단 한 편에 불과했다. 80년대 당 시 여성들의 취향과 고민을 대변하면서 이후 여성 만화사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친 『아홉번째 신 화』가 여성 서사에 이렇게까지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준의 효용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분 명 리부트 이후의 시도 속에서 새롭게 구축하고 발견된 것들도 있겠으나, 그간 여성 만화가들이 일궈온 여성 서사의 장을 굳이 부정하고 외면할 필요는 없다. 순정만화의 ‘아름다운’ 그림체와, 수 수하거나 아름답지 않은 그림체가 공존하는 단편집처럼 여성 만화를 이루는 더 많은 것들이 누적 됨으로써 풍부해질 수 있다. 도련님이 여자로 읽히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반드시 여자로만 읽히 는 것은 조금 덜 재밌다. 의도에 짓눌려 경직되기보다는, 하나의 얼굴에도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이 읽히는 여성 만화를 기대해 본다.
참고 문헌 및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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