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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놀이매거진 POT 37호

이북 원문에서 글자만 옮긴 전체 텍스트입니다. 표·그림·사진과 원래 모양은 이북에서 확인하세요.

1쪽

N.37 피어나는 삶

ISSN 2508 6316

춘천문화매거진 2023 겨울

2쪽

현재라는 시간을 잃으면 우리는 모든 시간을 잃는 것이다. William Gurney Benham

© 김효주

3쪽

PLAY 문화로 같이 즐기다

OPEN 문화로 마음을 활짝 열다

TALK 문화로 함께 이야기하다

매거진 ‹pot›에는 ‘(다양한 것을 담는)그릇, 솥’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문화로 함께 즐기고, 소통하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지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이슈, 생동감 넘치는 춘천의 문화예술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고자 합니다.

‹pot›에서 이야기하는 춘천문화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시민의 삶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일상의 순간, 그 안에 담긴 보석 같은 이야기를 말합니다. ‹pot›은 춘천 시민과 많은 관계인구가 춘천이라는 지역을 즐겁게 바라보고 깊이 알아갈 수 있도록 다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이겠습니다.

장승근 作 ‹중용이 필요한 시간›, 2023, oil on canvas, 45.5 × 53cm

혀를 강렬히 찌르는 뜨거운 에스프레소와 날이 선 혀를 진정시켜 주는 차가운 물. 뜨거운 속성과 차가운 속성이 번갈아 감각하는 시간. 쓸모가 없기에 되려 쓸모가 생기는, 그런 시간.

CONTENTS

LETTER

편집장의 여는 글

MOMENT

책갈피에서 찾아낸 시간

POST BOX

숨은 시간 찾기

존재와 시간

THEME PIECES

TOOLS

작곡가 박채린의 도구 타로카드에 담긴 이야기들

INTERVIEW 1

궤도를 벗어난 주행 안녕하는사이 유재균 대표

INTERVIEW 2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어달리기 배우, 연출가 김미아

POT-PEDIA

알고 싶은 순간, ABOUT TIME

WALK

우리에겐 뒷산이 있다

PLAYGROUND

어쩐지 근사한 소도시에서의 삶 #4. 긴긴밤의 팥주머니 마법

COLUMN

나의 시간과 리듬을 찾아

WIDE

어떤 시간 속에 살 것인가

SCENE 1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SCENE 2

다시 만나는 찬란한 시간 BRAVO! POSTER

MOOD

나도 방학이다!

EDITOR’S NOTE

4쪽

LETTER

여러분은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무관심해지고, 점점 무책임해지고 있다.

우리는 䢮시간마름병䢯 환자가 된 것은 아닐까. 시간마름병이라는 말은 사회학자 김영선이 처음 사용한 말로 19세기 아일랜드 대기근의 원인이 된 감자마름병에 빗대 시간에 쫓기며 사는 한국인들의 시간결핍 증상을 비유한 말이다. 시간마름병 환자가 된 나와 당신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좀처럼 갖지 못하고, 일과 쉼이 함께하는 조화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며 살지 못한다. 그리고 내 곁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번아웃을 온몸으로 앓는다. 주말이면 국내외 명승지를 찾아 여행하지만 좀처럼 헛헛한 마음은 가시지 않는다. 불황 탓인지 고독과 불안 그리고 허무의 감정이 우리 마음의 생태학을 지배한다. 어디에도 䢮존엄한 쉼䢯은 없다. 정치학자 이승원은 䢮존엄한 쉼䢯이야말로 우리 존재를 지속시킨다며 존엄한 쉼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데카르트가 䢮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䢯고 말했듯이, 䢮나는 쉰다, 고로 존재한다䢯고 말한다. 레퀴에스코 에르고 숨(Requiésco ergo sum)이라는 슬로건을 제시한다.

하지만 일과 쉼의 조화는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각종 푸어(Poor)들 가운데 타임푸어(Time Poor)가 득세하는 사회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런 사회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에 등장하는 䢮미친 시대(Out of Joint)䢯와 다를 바 없는 사회라고 간주할 수 있다. 멈추고, 머무르고, 딴 데를 볼 수 있는 시간의 민주화가 필요하다. 외부자의 시선으로 춘천에서의 거주 가능성을 탐사하는 서진영의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2023)에서 퍽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내 곁의 청소년들을 위해 어른들이 카페에 무료로 음료를 맡겨놓는 사업이었다. 䢮맡겨놓은 카페䢯 프로젝트는 내 곁의 청소년들을 생각한다는 것이고, 그들의 미래를 응원한다는 메시지 아니겠는가. 다른 도시는 가능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䢮배후䢯가 된다면. 䢮인류애䢯 넘치는 사회적 우정은 삶의 여유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맡겨놓은 카페 프로젝트에서 확인하게 된다.

이번호 ‹pot›은 나를 위한 시간에 주목하고자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간은 나를 위한 시간을 생각하기 좋은 시간이다. 자기만의 비밀기지를 생각하고자 했고, 소도시에서의 시간을 즐겁게 상상하고자 했다. 유재균 안녕하는사이 대표, 극단 도모 김미아 연출가를 만나 익숙한 궤도(volution)에서 벗어나 다른 궤도(re-volution)를 산다는 것이 갖는 재미와 의미를 생각하고자 했다. 하지만 우리는 고요와 침묵이야말로 䢮공유지䢯라는 점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철학자 이반 일리치가 䢬우리는 남아 있는 공용(共用)을 지켜야 한다䢭고 한 목록들 가운데 고요와 침묵이 포함되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정치학자 채효정, 성공회 양만호 신부, 전고필 대표의 북리뷰 또한 우리 모두가 죽는 䢮피로사회䢯가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함께함의 의미를 생각하는 䢮피어나는 삶䢯은 어떻게 가능한가를 생각하게 하는 글들이 아닐 수 없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서진영의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는 한 도시의 가치가 그럴듯한 수식을 단 도시 브랜드에 있지 않다는 점을 역설한다. 특히 䢬도시의 골목골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그 속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의 표정에 달려 있다.䢭는 문장을 보라. 춘천의 겨울은 䢮춘베리아䢯라고 비유되는 것처럼 다른 도시보다 춥다. 하지만 이 긴 겨울의 시간이 䢮길고 긴 존버의 시절䢯이 아니라, 나를 배려할 줄 알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들이 넘쳐나며 온기 있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를 위해 영원히!

고영직 문학평론가, 편집장

5쪽

MOMENT

책갈피에서찾아낸시간

청춘은 들고양이처럼 빨리 지나가고

김연수그 그림자는 오래도록 ﹁ 영혼에 그늘을 드리운다 청춘의문장들﹂中

우리가 병든 것은 우리만의 시간을 소음과 바꾼 까닭이다

박 이 문 어느 초라한 역에서 ﹁ 기관수가 별을 바라보듯이 이 그러한 혼자만의 시간을 찾는다면 순 우린 슬프지 않으리라 간이시간 바쁘다고 핑계를 대고 이 림 삶 만나주지 않는 사람과 태 ﹂ 주 바쁘더라도 흔쾌히 中 ﹁ 시간을 내주는 사람의 차이가 너 관계의 진정성을 가른다. 의 시간이야말로 말 이 확실한 진심의 지표다. 좋아서밑줄을그었다﹂中

만약 오후 4시에 네가 온다면,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생 텍 쥐 시작할거야. 페리﹁어린왕자﹂中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그 시간 때문이야.

겨울을 겨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당연한 듯해도, 돌이켜보면 그런 시선을 갖지 못한 적이 더 많다. 봄의

한 정 원 마음으로 겨울을 보면, 겨울은 춥고 비참하고 공허하며 어서 ﹁ 사라져야 할 계절이다. 그러나 조급해한들, 겨울은 겨울의 시 와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한동안 떠날 것이다. 고통이 그런 것처럼. 산책﹂中

우리의 시간,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느낌은 언제나 지금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일들, 그것이 바로 우리의 삶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테 레 사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려면 대부분의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그 뷔 시간에 진정한 자유를 느껴야 한다. 자유는 삶의 한 단면에만 국한되는 개념이 아니다. 커﹁시간을잃어버린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데, 생이 이토록 빨리 지나가다니. 이럴 때 두려운 사 김 것은, 화산의 폭발이나 혜성의 충돌이나 뇌우의 기습이나 돌연한 정전이 람영들민 아니다. 실로 두려운 것은, 그냥 하루가 가는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시간이 ﹂ ﹁ 흐르고, 서슴없이 날이 밝고, 그냥 바람이 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中인생의허 혼자 견디는 태도인 고독, 무 한 를 ‘솔리투도(Solitudo)’의 시간이 동 어 일 필요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떻 ﹁ 고독을 마주하기 두려워했고 게 한 피해왔습니다. 하지만 피해 다닌 꼭동할일 그만큼 나의 성숙과 성장도 것 의 인 멈추었지요. 그래서 내 딴에는 라 가 최선이었지만 최고의 선택이 되지는 틴 ﹂ 어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中인생문장﹂中

“뒷걸음질쳐 봐!” 모모는 그렇게 했다. 몸을 돌려 뒷걸음질치니 갑자기 전혀

미 하 엘 힘을 들이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도무지 엔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모모가 뒷걸음질을 데 치는 동안 생각도 뒷걸음쳤고, 숨도 뒷걸음쳤고, 느낌도 ﹁ 뒷걸음쳤다. 한 마디로 모모의 삶이 뒷걸음쳤던 것이다! 모모﹂中내 시간을 팔아서 번 돈으로 다시 시간을 사길 반복했다. 돈을 김 벌어서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내가 원하는 시간을 보내는 신 지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당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일을 ﹁ 하느라, 정작 내게 소중한 것들을 자꾸 뒤로 밀쳐두어야 했다. 시 바빠서 나빠지는 사람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나는 그때 분명 간 이 나빠지고 있었다. 열심히 살수록 내 삶에는 소홀해지고 있었으므로. 있었으면좋겠다﹂中

6쪽

POST BOX

사진 정미란, 윤진주, 류우창 에디터 이인혜

숨은

시간

찾기

*post box는 시민들로부터 받은 필름 사진과 이야기를 기사에 담았습니다.

시간의 방

무언가에 열중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걸 잊어버리면 그때부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내 몸 어딘가 붙어 있는 시간이라는 짐을 자연스럽게 내려놓게 되는 방

나만의 아지트에서, 오진 나에게만 시간이 허락한 시간이다.

마음이 급할수록 보이지 않고 간절할수록 찾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지도 모른다.

모두 어디로 숨어버렸을까.

오직 나만이, 시간이 숨어 있는 곳을 알고 있다.

정미란 / 춘천의 보통 직장인 나만의 아지트에서 선택과 집중을 즐길 줄 아는 사람

7쪽

뒤를 돌아보면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흐르는 강이 보이고 서서히 옷을 입었다가 살며시 벗어놓는 나무들이 보인다. 앞으로 갈 마음이 없는 듯 느리게 걸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 사람과 그림자에도 지지 않으려고 쉴 틈 없이 페달을 밟는 사람도 보인다. 윤슬 위 둥둥 떠 있는 오리들은 그 어느 쪽 속도에도 동요하지 않는다.

윤진주 / 남다른 눈을 가진 프리랜서 유심히 관찰하여 숨어있는 시간을 찾아내는 산책가

앞으로 걷는 길도 아름답지만 문득 뒤를 돌아보았을 때 지나온 길이 더욱 아름다운 곳. 계절이 있고, 저마다의 속도로 흐르는 것들이 있는 춘천의 산책로에서 나는 종종 시간을 지켜본다.

8쪽

기다리면 옵니다

시간이 부족한 일상을 보내다 내 눈높이에 맞춰 만들어 놓은 자리에 빈 몸으로 털썩 주저앉아 버리면 녀석이 약 올리듯 가까이 찾아온다.

난 여기 있다고, 난 이렇게 흔해 빠진 거라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오로지 홀로 있어야 찾아오는 시간. 그 까다로운 녀석을 잠시라도 만나려고 가만히 앉아, 얌전히 기다린다.

류우창 / 미혹의 시간을 끝낸 중년 여기저기 나만의 자리를 만들어 앉아, 시간을 기다리는 캠퍼

9쪽

THEME PIECES

사진 김효주

존재와 시간

일상과 허상 사이에서

13쪽

TOOLS

작곡가 박채린의 도구

타로카드에 담긴 이야기들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신진 작곡가의 여정

14쪽

캄캄한 무대 가운데 핀 조명이 떨어지고, 동그란 빛 안으로 한 사람이 걸어와 멈춰 선다. 관객을 향해 인사하고, 마이크를 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이 작곡한 음악을 소개한다. 22장의 타로카드를 주제로 만든 22개의 음악. 각각의 타로카드와 음악을 소개할 때마다 무대 화면에는 관련 카드가 사진으로 나온다. 작곡가는 각각의 곡을 어떤 악기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이야기하고 나서 무대 뒤로 들어간다. 앞서 작곡가가 소개한 음악을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한 곡씩 연주한다. 관객은 세상 처음으로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들으며, 22개의 징검다리를 걷는다.

䢬 가장 어려웠던 일은 11명의 연주자와 일정을 조율하는 일이었어요. 함께 모여서 연습해야 했는데, 연주자들 일정을 맞추기가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제가 머릿속에 생각한 것을 연주자와 조율하는 과정이 있었어요. 제가 상상한 음악이 실제로 구현이 안 될 수도 있고, 되기는 하나 오랜 연습 기간이 걸릴 수도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제가 연주자에게 처음 드렸던 악보에서 합의점을 찾게 돼요. 때때로 제 곡의 해석을 연주자들이 더 잘하시기도 하고요.䢭

박채린 작곡가는 2022년부터 타로카드를 주제로 곡을 만들기 시작했다. 타로카드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타로카드를 잘 몰랐던 그는 음악적으로 풀어내려면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타로카드

타로카드는 총 7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78장의 타로카드 중 22장의 카드는 숫자와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이를 메이저 아르카나라고 하고 나머지 56장의 공부를 하며 타로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도 취득했다. 카드를 마이너 아르카나라고 부른다. 메이저 아르카나 22개의 곡은 순서대로 작곡하기보다는 당시 자신의 카드는 인간의 중요한 변화와 내면적 성장을 이루는 카드이다.

상황이나 사건들에 어울리는 주제의 곡부터 작곡했다. 메이저 아르카나 타로카드를 주제로 곡을 쓰고 완성하는데는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박채린 작곡가는 22장의 메이저 아르카나 카드를 주제로 22개의 실내악 모음곡을 창작해 지난 10월

타로카드의 0번 카드는 Te Fool로, 바보 혹은 광대 ♪ 무대에는 소프라노를 카드이다. 이제 막 여정을 시작하는 여행자로 해석할 작곡가로 데뷔 무대를 올렸다. 포함하여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타악기 등 11명의 연주자가 함께했다.

수도 있다. 0번 Te Fool로 시작한 카드는 21번 Te World 세계 카드로 마지막에 이른다. 박채린 작곡가는 스물다섯의 젊은 작곡가가 11명의 연주자와 협업을 하고, 한 여행자가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고, 여러 사건을 22개의 실내악 신작을 만들어 발표한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라고 예상했다.

경험하면서 세계 카드에 이르는 여정을 상상하며 곡을 썼다.

♪ 2023년 10월 13일, 박채린 작곡 리사이틀 ‹Tarot Cards›, 축제극장 몸짓. 2023 춘천문화재단 전문예술지원사업 예비예술인 선정작.

15쪽

䢬 타로카드를 주제로 한 이유는 제가 곡을 만드는

방향을 정한 건 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면서였다. 어떤 성향과 관련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커다란 곡을 몇십 곡을 만들어도 존중받고, 어떠한 제한도 받지 않으면서 분씩 쓰며 흐름을 끌고 가는 음악보다 짧게 임팩트를 즐겁게 곡 쓰는 걸 경험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주면서 쓰는 걸 조금 더 선호해요. 생상스의 동물의 사육제[Saint-Saëns, Le carnaval des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작곡가마다 곡을 쓰는 animaux]가 곡마다 구성이 바뀌는 것처럼요. 저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박채린 작곡가는 일상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아이디어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 어떻게 다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타로카드를 주제로 작곡하면 더 즐겁게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䢭

아이디어가 먼저 떠오른다. 떠오른 아이디어는 놓치지 않으려 간단하게 메모를 한다. 그 이후에는 어떤 악기로 구성할지, 형식을 어떻게 할지, 얼마나 길거나 짧게 만들 것인지 등을 정하며 곡을 구성한다. 그리고는 피아노 앞에 앉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스케치한다. 피아노 앞에서 만든 선율은 바로 오선지에 옮겨 적는다. 오선지에 적은

하고, 성악 가사 등을 적기도 한다.

연주자들에게 최종 악보와 음원을 전달하기 전, 가장 중요한 과정이 있다. 바로 한 달 정도 완성한 작품을 잊어버리고 지내는 것이다. 한 달이 지나고 보면 작업할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개선해야 할 점이 보인다. 창작의 과정에서 시간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무것도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연스레 작곡으로 대학 입시를 하지 않음으로써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하는 것. 음악도, 준비했고, 입시 기간에는 자신이 작곡과 적성에 맞지

삶의 어떤 순간도, 시간과 거리를 두었을 때만 보이는 것이 않는다고 느끼기도 했다. 입시라는 틀에서 창의적으로 있다. 작곡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가 작곡으로 삶의

16쪽

䢬 작곡은 제 안에 있는 걸 꺼내는 과정이잖아요. 꺼내려면 채우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곡을 쓰지 않을 때는 현대음악을 많이 들어요. 마음 편히 듣고 싶어도 본능적으로 분석을 하게 되는데, 현대음악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찾아 듣고 있어요. 저는 현대음악이 관객들과 동떨어진 느낌을 좋아하지 않아요. 난해하다고 다 나쁜 건 아니지만, 작곡가는 자신이 만든 곡을 관객에게 설명할 수 있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집에 돌아와서는 다이어리에 오늘 떠올렸던 생각과 하루를 정리하는 시간을 꼭 가져요. 그게 저를 채우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䢭

* 0번 카드인 Te Fool 카드 속, 이제 막 미지의 여정을 시작하는 여행자가 21번 Te World 세계 카드에 이르기까지는 마법사, 고위 여사제, 황제, 은둔자, 매달린 남자 등을 만나고 운명의 수레바퀴, 죽음, 별, 심판 등 다양한 사건을 경험한다. 작곡가로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박채린 작곡가는 Te Fool 카드가 자신의 현재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Te Fool 곡을 작곡할 때, 자신이 이전에 작곡한 곡에서 주제 멜로디를 가져와 변주곡으로 작곡했다. 선현들의 곡에서 멜로디를 가져오거나 새로 작곡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곡에서 멜로디를 가져와 작곡가로 데뷔하는 자신의 상황을 표현했다. Te World 곡에서도 분위기는 달라지지만, Te Fool에 쓰인 멜로디를 가져와 온화하게 풀어냈다. Te World 세계 카드는 완성,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의미한다.

박채린 작곡가는 앞으로 어떤 징검다리를 건너가게 될까.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경험하게 될까. 그리하여 그가 삶으로 체득한 여정이 어떻게 음악으로 풀어지게 될까. 우리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으나, 자신을 채우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의 단단한 목소리에 힌트를 얻는다. 이제 막 작곡가로서 여정을 시작한 그가 도달하는 세계가 궁금해진다.

17쪽

INTERVIEW 1

포토그래퍼 이종희 에디터 이인혜

궤 도를

벗어 난

주행

안녕하는사이 유재균 대표

유재균(유재치) 정선에서 태어나 강릉을 거쳐 춘천에 정착한 강원도 청년. 매 순간 당연하다고 생각한 자연스러운 길을 선택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평범하지 않은 궤도를 달리고 있는 사람. 춘천에서 문화사업을 펼치며 수많은 사람과 䢮안녕하는사이䢯인 사람. 효자동 할머니들에겐 그저 반짝이는 별 같은 사람.

궤도를 벗어난 조종사는 당황하기 시작한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할까. 다시, 원래의 길로 찾아갈 수는 있을까? ‘안녕하는사이’ 유재균 대표는 다르다. 궤도를 벗어나는 일에 두려움이 없다. 오히려 새로운 길을 달리며 만나는 낯선 시간, 문화, 사람, 그 모든 것과 허물없는 소통으로 편안한 관계를 형성한다. 재치 있는 말솜씨와 시원한 웃음소리. 그 안에 비치는 긍정적인 마음이 첫 주행의 불안을 잊게 만든다. 그래서인지 궤도를 벗어난 그의 주행은 그저 즐거워 보이고, 자꾸만 눈에 띈다.

18쪽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로 대표님과 안녕하는 사이가 되고 싶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하하) 언제, 어디서든지, 무슨 주제든 수다는 환영입니다. 오늘 각오하셔야 할 거예요. 제가 대화로 일도 취미도 다 하는 사람이거든요. 뭐든지 물어보세요.

춘천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만들고, 운영하셨어요. 언제부터 기획자로서의 나를 발견하게 되셨는지 궁금한데요. 어린 시절은 어떠셨어요? 저는 정선이 고향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것 같아요. 길에 버려져 있는 컴퓨터나 시계를 가져와 혼자 분해해보고 그랬거든요. 그러면서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생겨 고등학교를 강릉에 있는 실업계로 진학했어요. 유학을 떠난 셈이죠. 강릉에서 대입 진로를 고민하면서 내가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 다시 생각해 봤어요. 편집 프로그램을 다룰 때 행복하더라고요. 그래서 영상매체를 다루는 일도 괜찮을 것 같아 알아보다가 디자인이나 그래픽에는 소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죠. 동그라미를 똑바로 못 그렸거든요.(하하) 결국 영상을 구성하거나 무언가의 판을 짜는 사람, 보다 큰 설계를 하는 기획자가 맞는다는 걸 알았어요. 덕분에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에 진학했고요.

대표님의 과거에 ‘이건 뭘까?’ 싶은 궁금한 이력이 참 많더라고요. 특히 ‘일시정지시네마’ 기사가 유독 많던데 어떻게 열게 되신 건가요? 2016년 운 좋게 내 작품을 만드는, 내가 주인공인 삶을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지역의 아쉬움에 대해 토로하더라고요. 독립영화를 만들어도 상영할 곳이 없다고요. 그 얘기를 듣자마자 䢮내가 만들면 되지 않을까?䢯라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어요. 성격이 급해서 바로 발로 뛰었죠. 낡은 건물 지하를 빌려 인테리어를 직접 하고, 미니 독립영화관 ‹일시정지시네마›를 오픈했어요. 새로운 도전에 칭찬도 많이 받았고, 언론의 주목도 받았지만 3년 만에 경영 한계를 느끼고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던 건지 신기해요. 제겐 꽤 이상한 경험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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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가게’, ‘까치비디오’, ‘동네침공’ 이름부터 독특한 프로젝트들도 인상적이었어요. 䢮일단가게䢯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가게를 차리기 전, 단기간 가게를 빌려줘서 실험적으로 운영해 볼 수 있도록 만든 팝업스토어 형태였어요. 소비자 반응과 순이익 등 가게를 차리는 데 필요한 것들을 미리 확인해 볼 수 있는 대여 장소로 기획한 것이었죠. 䢮까치비디오䢯는 䢮일시정지시네마䢯 폐업 후 다시 한번 영화 사업에 도전한 거였어요. 춘천에 있는 독립책방 곳곳에 단편영화를 넣은 태블릿을 비치해 책을 보듯 편안하게 단편영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죠. 사실 䢮까치비디오䢯는 어린 시절 제가 다녔던 정선의 비디오 가게 이름이에요. (하하) 䢮동네침공䢯은 청년들의 아이디어로 진행한 프로젝트예요. 청년들이 이 지역에 계속 살아가려면 동네 터줏대감과 같은 할머니들과 친해져야 하지 않겠어요? 청년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동네 깊숙한 곳으로 침공해 스며들기 위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취업이 아니라 창업을 선택했고, 색다른 문화사업 경험들을 거쳐, 지금은 콘텐츠를 제작하는 ‘안녕하는사이’를 운영하고 계세요. 평범하지 않은, 조금 다른 궤도를 걷는 청년이신 것 같은데요? 저도 직장 생활을 했었어요. 대학교 졸업 후 3년 정도 회사에 다녔죠. 그런데 조직 생활에는 어쩔 수 없는 의사결정 구조가 있잖아요. 제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횟수 보다 조용히 사라질 때가 더 많은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그래서 돌고 돌아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어요. 창업을 결심하고는 내 속에 있는 자원들을 끄집어 내봤죠. 대화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관계를 중시하고, 그냥 하하 웃는 게 좋고, 영상을 다루는 기술과 재능이 있고, 아이디어 내는 것을 좋아하는. 결국 내 안의 자원들을 모아 영상이나 로컬 프로젝트, 콘텐츠를 만드는 䢮안녕하는사이䢯를 열게 되었어요. 䢮안녕하는사이䢯는 편안해진 관계를 뜻하기도 하지만, 성격 급한 제가 䢮안녕~䢯하는 사이에 일을 진행 시켜 버린다는 의미도 있어요. (하하)

매번 다른 프로젝트를 운영하지만 대표님의 활동에는 ‘지역 상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저는 학교(강원대학교)를 참 좋아했고, 효자동의 분위기를 지금도 좋아해요. 대학 시절 첫 영화도 효자동에서 찍었고, 졸업 후에도 가까운 곳에 살고 있죠. 그런데 이곳에 있다 보니 청년들에게 눈이 계속 가더라고요. 왜 이곳을 떠나갈까. 저는 같이 일하고, 같이 놀면서 여기서 함께 살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하하) 그래서 지역 상생을 위한 프로젝트에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공간이든 단체든 구심점을 만들어서 청년들이 무언가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그 시간을 통해 춘천에 정들어 버리게 하는 거죠. 같은 맥락으로 사람들이 모여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커뮤니티공간 䢮효자도잉䢯도 청년들의 아지트가 되길 바라며 운영하고 있습니다.

대표님의 이야기에서 동네의 역할,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게 되네요. 삶에서 저는 䢮관계䢯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소도시에서는요. 그런데 경험해 보니 직접 만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더라고요. 관계의 방식을 다양하게 실험해보고 싶어요. 만나지 않고도 볼 수 있는 매개체, 예를 들면 영상이나 책, 전시 등으로도 상대방과 특별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튜브에 올린 䢮효자동 하숙집䢯 영상이나 할머니들의 귀여운 잔소리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있는 䢮인생비책䢯 프로젝트가 그런 관계의 매개체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동네 청년부터 할머니들까지 프로젝트 주인공으로 다양한 세대와 만나시더라고요. 소통의 달인이실 거 같아요. 대표님은 ‘안녕하는사이’가 되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시나요? (하하) 시간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진심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중요하죠. 상대방이 심각한 고민을 얘기하면 䢮나한테 이런 얘기를 왜 하고 싶은 걸까䢯 이유나 맥락까지 생각하려고 집중해요. 무거운 주제를 꺼내는 상대의 마음에 맞게 진중한 답변을 하려고 노력하고요. 기본적으로 저는 워낙 대화하는 걸 좋아해요. 할머니들은 제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시간을 얘기해 주시니까 좋고, 청년들은 제가 겪은 혹은 제 고민과 공감되는 이야기들을 하니까 좋고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하다 보면 오히려 스트레스도 풀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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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혼자 있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세요? 글쎄요. 성인이 되고 나서는 느끼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저는 외로움을 꽤 타는 사람인 거 같아요. 혼자 있는 시간을 원한 적도 없거든요. 특히 올해 결혼 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정말 없었던 것 같아요. (하하) 아! 반신욕! 최근에 반신욕 욕조를 구매해서 여유 있게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어요. 그런 시간은 오롯이 혼자여도 좋더라고요.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서른다섯.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 같아요. 인생에서 30대는 어떤 시간이 되길 바라시나요? 결혼 후에 고민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에요. 철학만 훌륭한 사업으로는 우리 가족 생계가 해결되지 않거든요. 그렇다고 제 가치관과 다른 사업을 돈을 벌기 위해 하고 싶지는 않고요. 그래서 저의 30대는 제가 세운 가설들이 증명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䢮안녕하는사이䢯의 색이 뚜렷하게 보이고, 로컬이 보이고, 이야기들이 결국 하나의 결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저를 움직이는 원동력이거든요. 이 원동력을 활용해서 경제적으로도 성과를 얻고 싶어요. 지역에서 오랫동안, 가치 있는 프로젝트들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 생각과 색이 선명해지는 시간.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도 성장하는 시간. 30대는 그런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청년들이 대표님처럼 춘천에서 나만의 삶을 살고 싶어 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으세요? 글쎄요. 그렇게 달려 보기로 결심했다면, 아무 말 안 해줘도 될 거 같은데요? 그 친구들은 이미 자신만의 답을 알고 있을 테니까요.

아무도 밟지 않은 눈길을 지나가려면 적지 않은 용기가 필요하다. 어디쯤을 디딜지, 어느 쪽으로 디딜지 걸음마다 고민이 되고 매 걸음 무사할지도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하얀 눈밭만큼 매혹적인 바탕이 있을까. 내가 만드는 길만큼 마음에 드는 것이 있을까.

유재균 대표가 만든 발자국들이 조금 엉뚱하고, 곧지 않게 보여도 아기자기한 이 길에는 깊은 눈을 녹여낸 따뜻함이 숨어 있고 이웃을 배려한 쉼터도 놓여있다. 걷기만 해도 충분히 즐겁기에 목적지가 조금 멀어도 상관없는 길. 유재균 대표는 그런 길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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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연극 을

사랑 하는

이들과의 이어달리기

배우, 연출가 김미아

눈에 띄는 듯, 띄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앞에 나서서 뽐내기보다 주변인들과 발맞추며 걷는 사람들. 배우이자 연출가인 김미아는 춘천에서 긴 시간 연극을 하며 항상 옆과 뒤를 살펴왔다. 연극 안에서 기꺼이 손을 건네기를 마다하지 않는 김미아 배우와 겨울의 초입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김미아 1988년 극단 굴레씨어터에 입단하여 본격적인 연극 활동을 시작하였다. 2014년 문화프로덕션 도모에 입사하여 현재까지 배우, 연출, 공연창작 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 춘천연극예술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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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이 거의 지나고 있어요. 올 한 해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해요. 올해 기억에 남은 것 중 하나가 실레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한 일이에요. 보통 1월과 2월은 공연 비수기라 쉬는 경우가 많은데, 춘천문화재단 ‹ON-다›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거든요. 제가 소속되어 있는 문화프로덕션 도모가 실레마을에 있는데, 마을 주민들과 함께 공연을 만들었어요. 그중 몇 분은 왕년에 소리를 하시던 분들도 계셨어요. 김유정의 작품 ‹봄·봄›을 각색해 ‹유정할배의 봄·봄›이라는 공연을 올렸어요. 나이가 들어 소리를 못 한다고 하셨던 어르신들도 연극 공연 전후로, 노래도 불러주셨고, 참 뜻깊었어요. 그리고 김유정 프로젝트로 올해 역시 다섯 작품을 올렸는데, 두 작품에 배우로 참여했어요. 또, 강원도립극단과 협업한 ‹과꽃›에도 배우로 참여했고요. 시민연극교실인 ‹나도 배우다› 10기 연출을 맡아 공연을 올렸습니다. 돌아보니, 한 해를 바쁘게 보냈네요.

‹나도 배우다›는 전문 배우가 아닌 시민 배우들과 함께 연극 무대를 만드는 작업인데, 시민 배우와 작업할 때 어려운 부분은 없나요? 제일 어려운 부분은 연극에 대한 마음가짐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아요. 저는 20대부터 차근차근 연기를 배우고, 연극판의 분위기를 읽어왔잖아요. 그래서 연극에 대한 신념이라든가 이해가 있는데, 시민 배우로 오시는 분들은 대개 취미생활로 오시거든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연극을 향한 마음이 바뀌는 걸 봐요. 다른 작업과 다르게 연극은 혼자 할 수 없고, 공동으로 작업해야 해요. 나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과정도 있어야 하고요. 취미생활로 참여하셨지만, 결국 연극을 만들면서 연극을 향한 진지한 마음을 배우는 것 같아요.

‹나도 배우다›를 10기까지 이어오시면서 뿌듯한 경험도 있을 것 같아요. 많아요. 어떤 기수는 팀원들 간의 팀워크가 좋아서 공연이 끝나고, 아마추어 극단을 만들어 활동해요. 지금 8기와 9기가 자체적인 극단을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어요. 연극을 몰랐다가 연극에 대한 애정이 점점 넘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쁘죠. 그래서 그분들이 작품을 올린다고 하면 외면할 수가 없어요. 아마추어 극단이라 제작비가 없어서 제가 선곡부터 의상, 조명도 섭외해주며 도와줘요. 고맙게도 주변 후배들도 아마추어 극단이 작품을 올린다고 하면 많이 도와주고 있어요.

춘천 연극에서 커다란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랑하는 연극을 직접 알려주고, 다른 사람들도 사랑에 빠지게 만들고요. 시민 배우분들과의 작업 과정이 정말 즐거워요. 처음 연극하는 분들과는 기존 작품을 하기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연극적으로 풀어내면서 시작하거든요. 한 사람씩 직접 얘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구성해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이에요. 그런데 이 과정이 생각보다 치유 효과가 크더라고요. 연기가 좋아서 왔는데, 자신의 이야기가 작품으로 승화되니까요. 이런 작업을 계속 하고 싶어서 올해 초에 강원대학교 인문치료학과 대학원에 들어갔어요. 제가 하는 작업이 인문 치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더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어요. 밤새 과제를 하고 나면 일주일이 힘들지만, 수업이 정말 재밌어요.

✱춘천시 읍면 주민들과 소통하며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화 활동 기획 및 실행하기 위한 문화 활동 지원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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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에 처음 빠지게 된 순간도 궁금해요. 1986년도에 학교에서 번역극으로 첫 연극 작품에 참여했어요. 제 전공이 독어독문학과였는데, 희곡으로 논문을 썼어요. 사실 희곡에 관한 관심은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였어요. 예전에는 춘천에 공연이 있다고 하면, 학급별로 할당된 유료 티켓이 있었어요. 담임선생님이 어디 공연 왔는데 티켓 살 사람, 하면 제가 가장 먼저 손들고 그랬거든요. 1980년대에서 90년대가 연극 르네상스 시대였다고 생각해요. 유명한 연극 작품들이 춘천의 무대에 많이 올랐고 사람들도 춘천시민회관 밖까지 줄 서서 기다리기도 했으니까요. 연극을 무척 좋아했는데, 제가 해야겠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다가 대학교 때 번역극을 시작했고, 졸업한 후에는 극단 굴레에 들어가서 극단 생활을 했어요. 그러다가 결혼하면서 연극과 잠시 거리를 두게 되었어요.

결혼하고서 연극을 못 하시게 되어 속상하지는 않으셨어요? 1990년대 초반에 결혼했는데 그땐 연극판에 여자 선배들이 거의 없었어요. 결혼하면 당연히 연극을 그만둔다고 생각했던 시기였어요. 저도 결혼하고 10년 정도 연극을 쉬었죠. 춘천여성문화예술단 마실✱이라는 여성 극단이 있는데, 그 극단이 만들어진 게 춘천 여성 연극계의 대모인 장정임 선생님 덕분이에요. 선생님이 2000년 어느 날, 결혼하고 집에서 육아 중인 여배우들을 집합시켰어요. 그러더니 봉사활동을 다니자고 제안하는 거예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연기로, 재밌는 콩트 만들어서 다니자고 하니 좋다고 했죠. 그래서 짧은 콩트를 만들어서 양로원, 국군병원, 마리아의 집 등을 다니며 공연했어요. 그러니까 연극을 했던 배우들이 옛날에 연기하던 욕구가 자꾸 올라오는 거죠. 조그마한 콩트 말고, 제대로 된 작품을 하자고 해서 정식 극단으로 연극협회에 가입했고, 저도 연기를 다시 시작하게 됐어요. 장정임 선생님이 아니었더라면 지금 춘천의 중장년 여성 배우들이 이만큼 활동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연극을 하면서는 어떠셨나요? 20대 때 아는 후배가 서울에서 연극 하자고 했는데 제가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꿈도 못 꿨거든요. 어디선가 연극 공연 소식을 들으면, 내가 결혼을 왜 했지, 내가 애를 왜 낳았지, 이런 괜한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났어요. 그러다가 10년쯤 지나 연극을 다시 시작했잖아요. 그런데 그 공백의 시간 동안 제 감정과 감각이 조금 더 풍부해졌다고 느껴지더라고요. 결혼과 육아도 경험이었고, 제 삶의 자양분이 되었으니까요. 동시에 까마득했던 후배들이 제가 아이를 낳고 육아하는 10년 동안 꾸준히 연기와 연출을 해 온 모습을 보니까 겁나기도 하고, 자존심도 상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연극 공연을 정말 많이 보러 다녔고, 희곡 대본도 많이 구해서 읽어봤어요.

1980~90년대가 연극의 르네상스라고 표현해주셨는데, 요즘은 영화나 드라마만큼 사람들이 희곡이나 연극을 보지는 않잖아요. 그런데도 희곡 작품을 찾아 읽고, 연극 하시는 이유가 궁금해요. 저는 아직도 좋은 연극 작품을 만날 때가 즐거워요. 연극은 현장성의 매력이 있잖아요. 내 앞에서 배우를 볼 수 있고요. 배우 입장에서는 늘 관객과 같이 간다는 느낌이 있어요. 예술 작품이 그대로 고정되어 놓여 있는 게 아니라 관객과 작품이 같이 어우러져 생명력을 발휘하거든요. 그래서 같은 공연이라도 매번 다르게 느껴져요. 공연 전에는 오늘은 어떤 관객이 올까 기대하기도 하고, 관객의 반응에 따라 내가 어떻게 달라질까 이런 것도 궁금해해요.

✱2000년에 설립되어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여성 연극인으로 구성되었다. 설립 이후 활발한 활동으로 춘천의 공연 분야 발전에 많은 역할을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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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은 시간예술이라 영화나 드라마처럼 되감기를 해서 본다거나, 반복해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라 관객 앞에서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요. 그럼에도 관객의 마음에 무언가를 남긴다고 생각해요. 배우 혹은 연출자로서 관객들 마음에 무엇을 남기고 싶나요? 연극은 공연마다 한 번밖에 없다는 게 매력이고 슬픔이죠. 어떨 때는 비경제적이기도 하고요. 웃기고 재미난 작품은 한바탕 웃고 돌아가면 만족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은 관객들이 불편했으면 좋겠어요. 무언가 자꾸 걸리는 마음이요. 작품을 보고 돌아가면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그런 불편함을 가져갔으면 하는 거죠.

연극을 하면서 언제 가장 충만한 느낌이 드는지 궁금해요. 배우로서의 완성도나 관객의 반응도 중요하지만, 처음 작품을 만날 때 설렘이 제겐 매력적이에요. 연출로서 작품을 선택할 때는 대본을 보면서 상상이 되는데, 그 설렘이 정말 크거든요. 어떻게 만들까 생각하면 설레서 잠이 안 와요. 배우로서 작품을 받았을 때도 배역이 좋으면, 얼른 하고 싶다는 생각에 연습실 가는 발걸음이 행복하고요. 그러니까 저는 무대에서 보여지고, 박수받는 것보다 저 스스로 즐겁고, 설레는 순간에 쾌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 같아요. 배우로서 인물을 연구하고, 대사를 연습하다가 어느 날 한순간에 대사 한 줄이 딱 오는 때가 있어요. 그럼 그 순간에 䢮맞아, 이 사람은 이거야.䢯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럴 때 느끼는 쾌감도 있죠. 연극은 나를 잊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설렘을 만나는 시간이에요. 그래서 계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이야기를 나누면서 연극을 향한 배우님의 마음과 시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연극을 오래 하실 거죠? 도내 연극 현장에서 활동하는 여자 배우와 연출로는 제가 아마 가장 나이가 많을 거예요. 그래서 그런지 특히 새해가 되면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을 해요. 후배들에게 제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후배들이 이렇게 이야기를 해주더라고요. 䢬언니, 언니가 있어야 우리가 거기까지 또 올라갈 수가 있어. 언니가 그 자리에서 계속 버텨줘야 우리가 거기까지 계속 갈 수 있지. 그러니까 계속 가야 해.䢭 저는 그 생각까지 못 했거든요. 이런 얘기를 들으니 고맙고, 한편으로는 너무 제 생각만 했구나 싶었어요. 그래서 더 오래 열심히 하려고요.

때로는 공백의 시간이 많은 걸 알려주기도 한다.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무엇을 놓쳐서 아쉬운지. 김미아 배우에게는 장정임 선생님이 있었고, 10년의 공백을 넘어 다시 연극을 할 수 있었다. 이제 김미아 배우는 시민 배우들과 워크숍을 하고, 그들의 작품을 공연으로 올린다. 아마추어 극단을 응원하고, 이끈다. 연극을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어달리기. 연극을 향한 진지한 마음과 설렘, 그리고 치열함의 막대는 뒤에 있는 사람에게 넘겨지고, 연극은 계속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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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T-PEDIA

일러스트 한선주 에디터 권용식, 박인옥

알고 싶은 순간, ABOUT TIME

시간 (時間) 1. 하루의 24분의 1일 되는 동안을 세는 단위 2. 어떤 시각에서 어떤 시각까지의 사이 3. 시간의 어느 한 시점

우리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시간’에 대한 탐구는 계속되어 왔다.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생각해보자 ‘시간이란 무엇일까?’

1 ‘시간’을 이해하고자 했던 시도는 꽤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이미 고대부터 철학자와 과학자들의 주된 관심사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갈래의 폭넓은 시각(視角)이 존재하기 때문에 논쟁의 여지없이 시간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웠다. 단, 대체적으로 물리학에서의 시간은 ‘시계가 읽는 바’로 정의된다. 2 '시간'이라는 개념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건 ‘산업혁명’이다. 그 전에는 기계적이고 객관적이며 측정 가능한 시간 개념이 딱히 없었다. 그저 해가 뜨고 지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보고 시간을 대략적으로 가늠했다고 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 과학자들과 기술자들은 시간의 측정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시간’이 바로 ‘돈’이 되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3 초(秒, 기호 s)는 시간의 단위로, 국제단위계의 기본단위 중 하나이다. 세슘 133이라는 원자에 어떤 특정 주파수의 전파를 쬐면 세슘 원자가 바닥상태에서 들뜬 상태로 변하게 되는데, 이 특정 전파의 진동수가 9,192,631,770가 되면 1초로 하는 것이다. 영국의 물리학자 루이 에센(1908~1997)이 1955년에 처음 이론을 냈다. 1초는 1/60 분이고 1/3600 시간, 1/86400 일이다. 참고로 지구에서 달까지 빛으로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1.255초다. 4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은 사람마다 각기 다른 의미로 적용되는 ‘주관적 의미의 시간’을 의미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카이로스는 제우스의 막내 아들로, ‘기회의 신'으로 불렸다. 카이로스의 앞머리는 길고 숱이 풍성한 데 반해, 뒷머리는 민머리의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그를 지나치게 되면 다시는 붙잡을 수 없었다. 따라서 카이로스는 '결정적 순간' 혹은 '기회'를 뜻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5 반대로, 시간을 의미하는 또 다른 표현으로 ‘크로노스(Chronos)의 시간’이 있다. 이는 과거에서 미래로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흘러가는 연속된 시간으로, 누구에게나 객관적이고 동일하게 적용되는 시간을 가리킨다. 6 현대에 들어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카를 융의 동시성 이론, 심리적이고 주관적인 시간 등이 논의되면서 어느 누구에게나 객관적인 것으로서 여겨지던 시간은 그 의미가 많이 변화했다. 특히 스페인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측정되고 계산되는 대상으로의 시간을 부정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대표작인 ‹기억의 지속 (The Persistence of Memory, 1931)›에선 녹아내려 축축 늘어져 있는 시계가 인상적이다.

7 우리나라 속담에도 ‘주관적인 시간’에 대한 속담, 비유가 꽤 있다.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지키는 냄비가 더디 끓는다’ 등이 대표적이다. 8 시간을 측정하는 ‘시계’ 중 가장 오래된 건 태양의 움직임을 이용해 그림자 길이를 재는 해시계다. 해시계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물시계와 불시계 등이 등장했고, 기계식과 전자식, 핵시계 등이 고안됐다. 우리나라는 1424년 장영실의 물시계 ‘누각(덕수궁)’이 유명하다.

9 여전히 주변에는 시침과 분침, 초침으로 이루어진 ‘아날로그 시계’가 존재한다. 이 아날로그 시계를 보는 법은 초등학교 1학년 2학기, 수학 5단원에 나온다. 하지만, 1학년 아이들이 분침의 이동에 따라 시침이 이동하는 시각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시계를 디지털시계로 바꾸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시계 읽는 법을 보다 친절하게 알려줘야 하는 걸까? 10 ‘서머타임(Summer Time)’은 하절기 국가의 표준시를 원래 시간보다 앞당겨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삶의 리듬을 고려해, 해가 길어지면 시곗바늘을 한 시간 뒤로 돌렸다가, 해가 짧아지기 시작하면 원래대로 돌려놓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1948년 5월 31일부터 약 13년간, 그리고 1987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잠깐 시행된 적이 있는데, ‘서머타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을뿐더러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 수많은 반발 속에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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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지 않은 시간, 흘러가지 않는 장소

앞으로의 시간은 늘 새롭다. 그럼에도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고 일상이 지루하고 똑같다고 느껴진다면, 춘천에서 당신의 시간을 변화시킬 장소 7곳을 추천한다.

1 궁도장에서의 시간 | 춘천송암스포츠타운 국궁장 활을 쏴 본 경험이 있는가? 활을 쏠 때 우리는 활만 생각하고 화살만 생각해야 한다. 그럴 때 화살은 시간을 가르고 쏜살같이 날아가 과녁에 꽂힌다.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어 활과 화살에 집중할 때 우리는 시간을 잊고 물아일체의 경지를 느낄 수 있다. 2 도서관에서의 시간 | 담작은도서관 중독성 강한 영상 콘텐츠가 많은 요즘.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 읽으며, 나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 책을 읽는 시간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 그리고 스스로를 생각하는 시간이다.

3 사우나에서 보내는 시간 | 목욕탕 저절로 묵상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동네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오랜만에 목욕탕에 가서 뜨거운 탕에 몸을 담가보는 건 어떨까. 가만히 앉아 차르르 떨어지는 모래시계를 보며 땀을 흘리다 보면, 시간 속에 오롯이 존재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4 미술관에서의 시간 | 춘천미술관, 개나리미술관, 문화공간 역, 이상원 미술관, 아트스페이스 사이로숲 등 작품 앞에 멈춰서서 시간을 보내 본 적이 있는지. 우리는 때로 마음에 드는 작품을 통해 몰입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작품을 보며 잔가지처럼 뻗어 가는 생각들을 매만져보자.

5 새로운 공연을 보는 시간 | 춘천인형극장, 축제극장 몸짓, 아트팩토리 봄, 극단이륙 등 인형극은 어린이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우연히 인형극 한 편을 보며 새로운 기쁨을 느꼈다. 우리는 경험해 보지 못하면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면 느낄 수 없다. 처음 마주하는 시간 속에서 또 다른 삶의 면면을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 6 한가로운 산책 시간 | 춘천 중도 적석총 우리는 산책하며 사유하고 사색할 수 있다. 산책하며 평소 묵혀두었던 생각에 빠지거나, 고민의 작은 틈을 발견해보자. 인적이 드문 춘천 중도 적석총은 견뎌온 시간만큼 묵직한 감응으로 느껴질 테니까.

7 이발관에서 보내는 시간 | 동네의 오래된 이발관 혹은 미장원 미용실이 익숙한 요즘 세대에게 이발관은 꽤 낯선 장소다. 정겨운 낡은 간판과 알코올 소독약 냄새가 반겨주는 그곳. 이발관에서는 머리카락도 잘라주고, 정성껏 면도도 해준다! 타인이 해주는 친절한 면도를 받다 보면, 기분이 산뜻해지고 행복해진다. 익숙함에서 벗어나 한 번쯤은 동네 미장원이나 이발관에서 기분 좋은 따뜻함을 느껴보자.

27쪽

WALK

포토그래퍼 김효주 에디터 권용식

마음놓고 쉴 수 있는 나의 비밀기지

우리에겐 뒷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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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중앙도서관 구석에 낡고 푹신한 검정 소파가 하나 그곳에서 종종 낮잠을 잔다고 했다. 그는 자신만의 있었다. 나는 거기서 종종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라는

장소라면서 구체적인 위치는 나에게 비밀로 했다. 나도 굳이 알려고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만의 공간을 두꺼운 책이 꽂혀 있었고, 뒤쪽 창문으로 햇살이 넘실넘실 침범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들어오는 곳이었다. 먼지가 음표처럼 빛나고 책 냄새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소파에 기대어 꾸벅꾸벅 졸곤 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그런 곳을 찾고 싶었다. 밀폐된 본의 아니게 수업에 종종 늦기도 했고.

차 안이 아닌 어릴 적 구슬들을 땅에 묻어 놓고 찾지 못했던 곳이나, 춘천을 떠나는 친구들과 기념으로 지난 춘천SF영화제에서 알게 된 지인은 의암댐 가는 길에 안마산에 타임캡슐을 묻어두었던, 나만의 장소를 찾고 자신만의 아지트가 있다고 했다. 자전거를 타고 가는 그곳은 해가 따뜻하게 들고 아무도 오지 않는다며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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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춘천 칠층석탑을 찾았다. 나는 예전부터 탑이 공사 현장을 한쪽 벽으로 두고 언덕을 올랐다. 소양로 좋았다. 탑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졌고 오래도록 그 성당이 나왔다. 반달 모양의 성당은 고요했다. 종교가 따로 자리에 서 있는 탑이 좋았다. 과거에 탑을 쌓던 사람들을 있지 않지만, 성당에 가면 늘 마음이 편해졌다. 그건 떠올려보고, 탑 주변을 도는 사람들의 마음을 생각해 봤다. 석탑은 무수한 세월 속에 깎이고 부서져 몰골이 엉망이었다. 안쓰럽기까지 했다. 탑을 한참 보다가 옛 기와집 골목으로 향했다. 기와집과 골목은 온데간데

군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군생활을 했던 교동도의 성당을 주말마다 다녔는데, 외국인 신부님이 늘 간짜장을 시켜줬던 기억이 났다. 소양로 성당을 나만의 장소로 둘 수는 없겠지만, 성당 벤치에 앉아 아름다운 종을 바라보며 없었고, 대신 공사를 알리는 거대한 벽이 한쪽을 차지하고 볼 수는 있었다. 있었다. 골목과 집집마다 담긴 추억들이 또 한 번 수몰되고, 아파트가 되고 주차장이 되었다. 골목 담벼락에 적힌 낙서와 공터 풀밭에서 살던 나비와 소금쟁이, 귀뚜라미는 어디로 간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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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시장을 지나 봉의산 기슭에 있는 소양정으로 향했다. 천천히 산에서 내려오며 생각했다. 석탑의 광장과 성당의 낡고 오래된 비석군이 보인다. 사람 대신 무언가를

벤치, 비석들 사이와 소양정 아래 공간, 봉의산 곳곳이 기억하고 기념하는 고마운 것들이다. 비석들은 세월을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이 될 수 있겠다고. 어느 이기고, 단어 하나하나를 품고 있는 듯했다. 느릿느릿 소양정에 올랐다. 소양강에는 윤슬이 가득했고, 멀리 산들은 하늘과 경계가 사라지고 있었다. 소양정 아래

구석에 앉아 바람이 부는 모양을 보며 사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때론 그렇게 숨어 있을 때 나 자신과 만날 수 있고, 다시 올라갈 힘을 기를 수 있다. 어린 시절처럼 낙엽을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디딤돌이 있고, 나무 기둥 사이가 헤치고 땅을 파며, 무언가를 묻고 또 꺼내지 않더라도, 제법 포근해 보였다. 어린 시절의 나라면, 여기서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 같았다. 웅크리고 앉아 흙을 만지고, 소중한 무언가를 묻어두었을지도 모른다.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충분히 나에게 힘을 준다.

춘천 사람들에게는 봉의산이라는 뒷산이 있다. 대룡산이 있고, 안마산 있고, 공지천이 있다. 구석구석에 자연이 있어서 우리들의 마음이 푸근하고 동그란 게 아닌가 싶다.

소양정을 뒤로 하고 북녘의 봉의산을 올랐다. 산은 가파르고 험준했다. 숨을 고르며 천천히 산을 오르다 보니 봉의산에서 내려오는 길목에 유치원이 하나 보인다. 금세 정상에 다다랐다. 화살나무에 작고 붉은 열매가 달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 온다. 숲속 유치원을 다니는 있었다.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숲속에 아이들의 작은 비밀기지는 몇 개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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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GROUND

글 · 그림 공혜진(일상기록공작가)

어쩐지 근사한 소도시에서의 삶

#4. 긴긴밤의 팥주머니 마법

오래된 주택으로 이사 온 뒤로는 겨울이면 외풍 덕에 침대 위에 난방용 텐트를 치고 잔다. 그 안에 쏙 들어가 텐트의 지퍼를 내리고, 두꺼운 이불은 턱 밑까지 올린다. 그리고 배 위에 하나, 눈 위에 하나, 전자레인지에서 뜨겁게 데운 팥주머니를 올린다. 귀에는 오늘 내내 듣고 싶었던 노래가 나오는 헤드폰을 얹는다. 그러면 텐트 안은 깊은 산속 같기도 하고, 바닷가 모래사장 같기도, 별이 가득한 들판 같기도 하다.

날씨처럼 꽁꽁 언 마음을 녹아내리게 하는 가장 큰 요소는 뜨거운 팥이 든 주머니다. 곡물이 익는 고소한 냄새와 함께 겨울의 찬 기운을 품어주는 팥주머니 마법에 걸리는 것이다. 팥주머니 마법은 오일장에 가는 것부터 시작한다. 당신이 농사 지으신 팥을 앞에 두고 앉아 계신 어르신과 눈을 맞추며, 겨울 햇볕에 반짝이는 팥을 데려온다. 천 가게도 들러 원하는 느낌과 색을 떠올리며, 직접 만져보고 마음에 드는 천도 고른다.

천이나 실의 색, 사용하는 가위까지도 가능하면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한다.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나만의 기운을 더한다. 팥주머니에게 생명력을 불어넣는 과정은 윗면에 놓을 자수를 정하는 시간이다. 팥주머니를 만들기까지의 모든 정성을 봉인한다는 의미로 생각하면 좋다. 가장 편안하게 잠들었던 날을 떠올리며, 팥주머니 윗면에 새길 단어나 그림을 결정한다. 실과 바늘로 기운을 불어넣을 단어를 눈에 보이게 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바느질은 내 손으로 직접 기운을 불어넣는 과정이다.

식물은 여러 계절을 품고 열매로 맺어낸다. 우리는 그 열매를 이어받아 주머니에 담고, 실과 바늘로 주문을 찬찬히 새긴다. 식물의 작고 단단한 열매에 슬쩍 기대어 우리의 춥고도 깊은 겨울을 보내는 것이다. 겨울의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는 어김없이 팥주머니를 만든다. 주변에 기운을 전하고 싶은 친구나 어른들을 떠올리며 바느질을 하는 것이 내겐 중요한 일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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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나의 시간과 리듬을 찾아

글 양만호 (춘천을 사랑하는 성공회 사제)

시간에 쫓기거나 매달리지 않고 시간에 걸터앉아 살 수는 없을까

시간은 결코 균질하게 흘러가지 않는다. 나의 시간과 너의 시간이 다르고, 나의 시간도 때에 따라서 다르게 흘러간다. 1초가 아까울 때가 있고, 5분이 몹시 길게 느껴질 때가 있고, 10년이 휙 지나가기도 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다고 종종 말한다. 바쁘다고. 그러나 시간은 무한하지 않은가. 인간이라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을 뿐. 시간은 무한에서 흘러와서 무한을 향해 사심 없이 흘러가지 않는가.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부리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아니 시간과 화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시인은 ‘너의 꿈이 달의 행로와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결코’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고 한다. 서두르면 그르친다. 그르치면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인은 애가 타더라도 결코 서두르지 말라고 한다. 서두르는 것은 ‘혁혁한 업적’을, 엄청난 성공을 바라기 때문이 아닌가.

문제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낭비는 유유자적함이나 한가로움과는 다르다. 낭비는 가득 채우는 것이다. 온갖 필요 없는 쓰레기들로.

(소년이 물었습니다) “ 시간을 낭비하는 가장 쓸데없는 일이 뭐라고 생각하니?”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일.” 두더지가 대답했습니다. “ 내가 아는 나이 든 많은 두더지들은 그동안 자신의 꿈보다 내면의 두려움에 더 많이 귀를 기울였다는 걸 후회해.”

_ 찰리 맥커시,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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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두려움’이 우리의 시간을 끌고 간다. 마음이 조급해지고 애가 탄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이유로, 사회생활이라는 이유로 쫓기듯 매달려 간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간, 자신의 리듬을 찾는 일이다.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고 당신의 시간, 당신의 리듬을 찾는 일이다. 자신의 호흡을 찾아야 한다. 남의 호흡이 아니라. 당신의 숨길을 따라가야 한다.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말했다. “항상 미래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시간은 연속체, 즉 중단되지 않는 계기의 연속이 아니다. ‘그’가 서 있는 장소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현재가 아니라 그의 지속적인 ‘투쟁’, 즉 과거와 미래에 대한 그의 저항이 존재하는 시간 속의 틈새다.”

나의 시간, 나의 리듬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휩쓸려 가버리기 쉽다. 나의 호흡을 찾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쟁’이 필요하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끝없는 저항을 통해 틈을 찾아내는 일이다. 두려움을 넘어, 시대를 넘어 나의 숨결을 따라가는 길.

여기서 드디어 시간은 공간으로 변화한다. 나는 그 틈새에서 나의 시간을 살아간다. 당신을 향해서. 당신을 만나 무너져 내리기 위해서. 당신과 함께 새로운 시간을 쓰기(writing) 위해서. 당신과 함께, 새로운 선율을 만들기(composing) 위해서. 나는 나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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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쪽은 글자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북에서 보기

35쪽

이 쪽은 글자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북에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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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

글 전고필 ((재)영암문화관광재단 대표)

“저요. 원래는 전라도 담양사람이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 때부터 광주로 나가서 살다가 취업하고 공부 좀 더 해야지 싶어 잠시 서울 갔다 다시 광주에 돌아와 온갖 문화기획과 관련한 일을 하다 4년 전쯤에 담양에 왔어요. 줄곧 호남 언저리를 벗어나지 않으려다 2013년에 서울시 청년 허브로 올라간 거죠. 워킹 홀리데이처럼 2년만 있으려 했는데 막상 1년 정도 되니 모든 게 감지되는 듯 느껴졌어요. 그래서 ‘서울아 안녕’하고 훌훌 내려왔죠. 서울이 그리 쉽게 놓고 올 곳이냐고 물으신다면 글쎄, 전 음식도 안 맞고 서로 경계하듯 울타리가 쳐진 삶이 싫고, 무엇보다 공기 자체가 숨 막히듯 에워싸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럼, 여기 전라도는 괜찮냐고요? 그렇지요. 꼭 집이 아니어도 밥과 국을 먹을 수 있고, 벗들과 어울릴 수 있고, 마주하는 현안에도 쉬이 대처하거나 발 뺄 수 있으며, 무엇보다 편히 쉴 수 있는 집이 있으니까요.”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라는 책을 집어 든 50대 후반 저의 무의식적인 대답은 이렇습니다. 죄송하게도 저희 세대는 여러 면에서 풍요 속에 살았습니다. 취직에 대한 걱정도 많지 않았고,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해도 먹고 살길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습니다. 전국 89개 지자체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지정받은 상황이며,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드물게 보이는 젊은이조차 서울로 향하는 발걸음이 여전히

감탄했습니다.

진행형입니다. 이런 날이 오리라는 것은 인구통계학적 분석으로도, 아니면 일본만 보아도 알 수 있는 것을 방기한 죄가 큽니다. 지역의 거버넌스 조직이나 NGO 활동가 막내가 40대 중후반이라는 사실에서도 작금의 현실을 증명합니다.

이번 서진영 작가와 춘천문화도시센터, 출판사 온다프레스와의 협업은 저에게 크나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2021년 조귀동 작가가 <전라디언의 굴레>라는 책을 통해 호남이라는 지역이 외부적인 요인으로의 한계와 내부적인 한계 사이에 봉착하며 결국 스스로 도태되는 현실을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조목조목 끄집어냈던 것이 선명하게 겹쳐졌습니다. 살거나 살아온 지역의 키워드를 스스로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라는 책을 접하며 그 범접하지 못할 경지에 내내

춘천이 가진 여러 도시브랜드 이미지를 그냥 소비하거나 업신여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왜 춘천의 삶과 유리되어 있는지 혹은 연접되어 있는지 밝히는 과정을 보며 도시를 바라보는 작가의 거시적인 시각에 감사했습니다. 낭만, 호반으로 대별되는 춘천의 이미지에는 소비적 욕망과 애써 타자화시키려는 의도가 뒤섞여 있다는 것을 수몰민들의 삶을 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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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제작 과정을 통해 한땀 한땀 회복해 나가는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즉, 형식지로 도배된 춘천에 대한 애정 가득한 시선은 도시를 거시적인 안목으로 바라보며 다시 씨줄 날줄로 이어주는 필자를 통해 암묵지가 얼마나 촘촘히 자리 잡고 있는지 페이지 한 장 한 장이 소중하게 읽히었습니다.

감히 말하자면, 춘천사람으로서는 ‘이게 어떤 인과관계를 갖지?’라고 의문시할 수 있는 것들이 외부자와 내부자의 경계 지점에 서 있는 필자를 통해 ‘아, 그랬구나!’라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내공을 갖춘 작가를 만나게 된 것입니다. 길고양이가 이끄는 골목이나 새벽시장의 도시 이야기에 빠져들며 족히 반백 번도 더 갔을 춘천의 삶과 삶 사이에 많은 숨결이 감춰져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주마간산의 여행으로 춘천을 안다고 여기며 여행기를 썼던 저의 과오를 마주하는 책이었습니다.

맡겨놓은 카페, 담작은 도서관, 뚜루뚜 마을돌봄교육공동체, 두 바퀴로 가는 세상, 춘천연탄은행, 강원이주여성상담소, 해솔직업사관학교, 도시가 놀이터 등 구석구석 춘천을 누비며 직접 체험하고 인터뷰하고 공감하며 다시 글 속에 감동을 밀어 넣는 저자의 열정을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연탄은행을 운영하는 정해창 목사의 “저는 춘천사람들의 문화적 수준이 아주 높다고 생각합니다. 춘천연탄은행이 지금까지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시민들의 힘 덕분이거든요.”라는 이 말씀을 받아서 작가는 “정해창 목사가 춘천사람들의 문화적 수준이 높다고 한 것도 이곳이 문화생활을 하기 좋은 환경이고 이 지역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가 깊어서 한 얘기가 아닐 것이다. 개개인이 지역사회의 일원임을 인식하고 있는지, 지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있는지, 다양한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마음이 있는지, 그 정도를 문화적 수준에 빗대어 표현한 것일 테다.”라며 “세상살이의 안목은 지식이 아니라 ‘관심과 성원’의 크기만큼 높아지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로 정리를 해주었습니다.

‘어디’에서 살까를 고민하며 접근한 작가의 더듬이는 여느 지역에도 있음 직한 것이지만 춘천이기에 더 사랑받고 뿌리내리며 성장하는 동력의 근원을 과감히 밝혀내고 공개한 것입니다. 이런 경계인이 제가 있는 전라도 영암에도 와 주었으면 좋겠다고 시샘해 봅니다. 통합적인 눈으로 춘천을 보고, 그 속에 미시사와 사회학, 인류학적 분석을 문학적 글쓰기로 다듬어낸 이 책에 흠뻑 젖어 단숨에 읽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께 함께 읽어보자고 권하는 제가 오히려 영광입니다.

지난 10월, 춘천문화재단과 출판사 온다프레스의 협업으로 탄생한 책 ‹로컬 씨, 어디에 사세요?›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1년여 간의 기획과정을 거쳐 출간되었다. 작가 서진영이 ‘30대 청년 1인 가구’로서 6개월간 도시 곳곳을 걸어 다니며 몸소 발견하고 느낀 이야기가 담겨 있다.

38쪽

SCENE 2

포토그래퍼 김효주 글 이인혜

다시 만나는 찬란한 시간 BRAVO! POSTER

지역의 품격을 올린 춘천문화예술회관 수도권 중심의 문화 편중 문제를 지적해 온 지역

예술인들을 초청하여 진귀한 공연까지 선보일 수 있는 앞서가는 지역이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예술인들의 건의로 1980년대 지방문화육성 정책이 공연을 준비했다고 해도 관객이 찾지 않으면 의미가 통과되었다. 이에 따라 전국 시도단위에는 종합문화예술회관 건립이 추진되었고, 1993년 4월 춘천문화예술회관도 문을 활짝 열게 되었다. 개관 당시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던 최고의 음향시설, 무대장치는 관객뿐 아니라 무대에 오르는 예술인들의 마음도 단번에 사로잡았다. 지역의 품격을 한층 올리고, 춘천 문화예술의 새로운

없다. 2000년대 초반까지 포스터는 공연의 가장 큰 홍보수단이었다. 잘 만들어진 포스터는 주인공만큼이나 흥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공연의 주제와 분위기, 궁금증을 유발하는 줄거리는 물론 공연 정보와 공연을 꼭 봐야 하는 이유까지 포스터 한 장에 표현했던 시대. 몇 달의 성패가 달린 일이니 무대를 준비한 팀원들의 혼까지 시작을 알린 춘천문화예술회관은 어느덧 서른 살을 포스터에 묻어나던 시대였다. 맞이했다. 춘천문화예술회관 개관 30주년 기념 〈브라보! 포스터에 담겨 있는 예술의 혼 포스터〉 展은 춘천에서 제1세대 문화기획자로 천 석이 넘는 웅장한 회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가능했다. 음악회, 연극을 넘어 발레, 뮤지컬, 콘서트 등 화려한 무대장치가 필요한 공연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덕분에 춘천은 해외

셀 수 없이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춘천에 들락거리며 때로는 자신의 열정을, 때로는 자신의 청춘을 이곳에 놓고 갔다. 그 찬란한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춘천은 ‘문화예술의 도시’라는 아름다운 명성을 갖게 되었다.

활동한 박동일 씨가 수집한 포스터들을 시대순으로 보여준다. 지난 공연들의 요약본인 포스터를 찬찬히 보다 보면 춘천 문화예술의 흐름과 변화가 보인다.

춘천문화예술회관 개관 후 박동일 씨가 기획한 첫 공연은 1993년 9월에 열린 나탈리아 샤홉스카야의 첼로 독주회였다. 당시 전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 지휘자들과 독주자로 활동했던 러시아 첼리스트를 춘천까지 초청한 것이었다. 티켓 구매처는 춘천의 음반 가게, 서점이었다.

포스터의 시간을 다시 보자. 춘천은 1999년 가수 한영애 콘서트를 개최하며 저녁 10시 공연에 도전했다. 소도시에서는 모두가 잠드는 시간. 파격적인 편성에 흥행은 성공했을까? 야밤의 일탈과 같았던 그날의 공연장 분위기는 관객들만이 알 것이다.

2001년 연말에 열린 유진박 콘서트. 시민들에게 감동적인 송년의 밤을 선물하고자 준비한 공연이었다. 그러나 약속 시간까지 춘천에 도착하지 못한 유진박. 밴드의 연주가 먼저 시작되고 나서야 뒤늦게 도착한 유진박이 무대로 급하게 뛰어 올라왔다. 불안하게 시작했지만 환호로 끝난 공연. 분명 눈치챈 관객들도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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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의 문화예술기획자이자 기록자, 수집가 박동일

포스터를 모으신 계기가 있을까요? 1980년대부터 문화예술 기획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모으게 되었어요. 처음부터 수집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고, 내가 참여한 작품들의 포스터 보관을 시작으로 다른 포스터들까지 모아두게 되었죠.

티켓, 사진 등 보관하기 더 쉬운 것들이 있는데, 왜 포스터를 선택하셨나요? 포스터는 그 공연에 참여했던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하나의 대표 장면이에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있죠. 같은 포스터를 보면서도 스태프였던 누군가는 사회 초년생 시절 어리숙했던 자신을 떠올릴 테고

개인적으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포스터가 있을까요? 춘천의 세 가지 축제 초기 기획에 참여했습니다. 마임축제, 아트페스티벌, 96~98년까지 열렸던 춘천여름재즈축제요. 당시에는 축제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했어요. 지금 같은 협찬이나 지원도 드물었고요. 그래서 공연팀은 물론 스태프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예술인인 걸 알면서도 출연료 깎아달라는 염치없는 말도 많이 해야 했고요. 고생이 참 많았어요. 그런데 굶어도, 밤을

사이즈도 크고, 종이인 포스터. 관리가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설계도면을 넣어두는 도면함이나 지관통을 이용했어요. 지관통에는 30~40장 정도 들어가고 구김 없이 보관이 가능하더라고요. 보유하고 있는 포스터는 정확히 세보지 않았지만 약 500장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새워도 정말 재미있게 일을 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춘천 축제 초창기 포스터들을 보면 생각나는 일이 유독 많아요.

이토록 성장한 춘천 문화예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하길 바라시나요? 춘천에서 탄생한 창작 작품을 무대에 더 많이 누군가는 자랑스러운 순간을 떠올릴 거예요. 특정 올렸으면 좋겠어요. 춘천에서 더 많은, 더 훌륭한 사진이나 티켓보다 포스터로 많은 사람들이 당시를 작품들이 나오려면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에도 지속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지원으로 문화예술 도시 춘천의 명성에 걸맞은 독자적인 작품이 여럿 탄생하길 응원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전시로 춘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까요? 전시된 포스터들을 보시고, 한 도시의 문화를 읽어보셨으면 좋겠어요. 혹시 관계자로든 관람객으로든 직접 참여했던 공연 포스터를 발견하시면, 잊고 있던 좋은 시간을 떠올리셨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즐기는 볼거리라고 생각될지 몰라도 지나간 문화예술은 타올랐던 흔적을 반드시 남긴다. 손바닥만 한 티켓으로, 시대를 담은 포스터로, 청춘이 담긴 사진으로 아니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소양으로.

BRAVO! POSTER 춘천문화예술회관 로비 2023.11.17.(금).~12.28.(목) 공연이 있는 날, 공연시간 1시간 전부터 관람 가능

40쪽

MOOD

나도 방학이다!

에디터 박인옥

얼마 전, 자그마치 1년만에 영화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방해받지 않는 좌석만큼의 공간, 시선을 둘 데라고는 스크린 밖에 없는 어둠. 너저분한 일상과 분리되는 순간이 조금 낯설었다. 부재중 전화가 몇 통이나 찍힐지 걱정이 됐지만, ‘당장 급한 건은 없으므로!’ 쿨하게 무음모드의 휴대전화를 가방 안으로 다이빙 시켰다. 장장 두시간 반을 영화 보느라 허비(?)했지만 그날은 왠지 뿌듯했다.

* 전자보도자료(Electronic Press Kit)의 준말

* 지금은 유튜브 검색창에 영화제목을 넣으면 수두룩하게 많은 요약 영상들이 뜬다. 세상에… 영화를 요약해서 보다니! 막내작가였던 당시엔 영화를 감상함에 있어 단 한 컷도 놓치면 안된다는 나름의 지론이 있었다. 그래서 그 일이 더 고역일 수밖에 없었다. 대학 강의시간에 배웠던 ‘미장센’이니 뭐니… 장면 하나 하나가 영화의 전체를 엮는 그물코와도 같았기 때문이다.

* 요즘 들어 아이가 유튜브에서 습득한 정보를 줄줄이 꿰는 걸 목격한다. 출처도 논리도 없이 정보만 덩그러니 던져진 콘텐츠에 대해, 그게 진짜인지 ‘의심’조차 안하는 모습을 보고만다. 할아버지는 아이에게 ‘어쩜 그런 걸 다 아느냐’며 똑똑하다고 칭찬하신다. 얼마 전, 평소 관심보이던 만화영화를 집에서 같이 보자고 했다. 그랬더니 유튜브 요약영상으로 이미 다 봤단다! 굉장히 심란해진다.

* ‘요약’된 정보를 빠르게 많이 습득하는 것이 굉장히 효율적인 삶의 방법이 되어버렸다. 모든게 다 줄여지고 심플해진다. 긴 시간을 투자할수록 ‘비효율’이 되어버렸다. 쏟아지는 콘텐츠를 누군가 대신 봐주고, 읽어주고, 공부해준 다음 요약해준다. 생각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사라지고 정보만 덩그러니… 하기야 지식의 독점이 깨진지 오래인데… 당연한 걸까?

* 3년 전부터 꾸준히 ‘소셜다이닝’을 진행해오고 있다. 모르는 사람들과 한 끼 저녁을 먹는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다. 커뮤니티는 도시를 움직이는 힘이다. 그런데 그런 커뮤니티가 범람한다. 끊임없이 ‘선’을 위해 나를 소비하고 혼자의 시간을 포기한다. 지식과 정보가 오가는 모임에서 나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 그 속에서 허우적대며 고독해지길 원하는 나를 발견했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설마… 관계도 요약되고 있는 건 아니겠지?’

* 1년만에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 역시나 휴대폰엔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찍혀있었다. 그런데 왜 발걸음은 가벼웠을까. 일탈의 여운을 애써 요약하고 싶지 않았고, 그 날 예정되어 있던 모임이나 스케줄을 대폭 정리했다. 그리고 열 일 제쳐두고 그날 본 영화에 대해 검색하고 찾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조금씩 나의 시간을 늘리기로 한다. 쏟아지는 정보와 관계에 벗어나 지역의 영성을 알몸으로 만끽하는 시간. 고개를 들어 시선을 돌려보기로 한다. 그러다 보면 변덕스럽게도 다시 ‘효율적인 삶’을 쫓게 될 테니까. 올 겨울엔 ‘탐구생활’하면서 ‘나도 방학이다!’를 외쳐야겠다.

41쪽

EDI TOR’ S NO

TE

승희

방향에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기를 바란다.

용식

인혜

주연

인옥

어렸을 때는 자주 이 도시를 떠나고 싶었다. 이곳을 벗어나기만 하면, 더 멋진 세상이 펼쳐질 거라고 꿈꿨다. 그곳엔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있을 거라 믿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 보면 어딘가로 떠났다가 삶의 힌트를 얻고 돌아온 이들의 이야기가 넘쳤다. 스무 살이 된 이후부터는 시간과 여유가 될 때마다 어딘가로 떠났다. 이국적인 풍경, 낯선 문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났지만, 언제나 내가 사는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왔다. 어느 순간, 스스로 여행을 갈망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이 도시를 조금 더 좋아하게 되었다. 떠나고 싶은 곳이 아닌 내 삶을 잘 꾸리고 싶은 곳이 되었다. 한 해 동안 소도시에서 사는 기쁨이라는 주제로 일과 놀이, 사랑과 시간을 매만졌다. 커다랗지만 삶을 빛내주는 작은 조각들. 이 조각들이 잠시나마 살아가고자 하는

겨울이 성큼 왔다. 이 글이 독자에게 읽힐 때쯤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을 테다. 팟을 만들면서 주제와 관련해 나를 돌아볼 수 있어 좋다. 나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나. 최대한 아내와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하고, 조급해하고 불안해하기 보다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보고 싶은 사람, 하고 싶은 일, 읽고 싶은 책, 관람하고 싶은 영화, 가고 싶은 곳. 내년에도 하나하나 경험하고 만나는 해가 되기를. 독자분들도 같은 마음이길 바라며.

다른 이들의 시간을 취재하며 밀린 약속들이 불현듯 떠올랐다. '언제 한번 시간 내서 보자'. 시간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것을 쓰는 것인데 마치 시간을 생산하는 사람인 것처럼 기한 없이 했던 약속들. 마음을 쓴다는 건 시간을 쓴다는 것인데, 말로만 선심을 썼나 보다. 새해에는 보다 깊고, 넓게 마음을 쓰고 싶다.

올해는 네 개의 계절에 걸쳐 ‘소도시 삶의 기쁨’에 대해 차곡차곡 이야기해왔습니다. 어느덧 마지막 주제인 ‘시간’입니다. 겨울은 홀로 시간을 보내기도,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좋은 계절이죠. pot 편집부는 매해 동짓날마다 모여 함께 팥죽을 먹으며 한 해를 돌아보고, 긴긴밤을 기다리곤 합니다. 단지 ‘pot’과 ‘팥’의 발음이 비슷하단 이유에서 말이죠. 깊어가는 겨울, 작고 사소한 이유를 핑계 삼아 혼자서든, 함께든 한 해를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어이없고 유치한 이유일수록 더욱 귀여운 시간이 될 거예요.

매년 그래왔듯이 작년 이맘때쯤, 편집부가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네 권의 pot을 촤라락 펼쳐놓고, 각 호 주제에 대해 탐구했던 지난 시간을 되새김한다. 올해엔 ‘일’, ‘놀이’, ‘사랑’, ‘시간’이라는, 가장 가깝기에 쉬이 여길만한 주제들을 탐닉했다. 올해의 pot는 어떤 모습으로 완성될 지 설렌다. 우리는 pot 주제 속에서 한 해를 살아간다. 겨울호 ‘시간’을 맞닥뜨렸을 때, 공교롭게도 내 스스로에게 결정적인 ‘쉼’이 필요했을 시기였다. 지금은 나의 존재에 집중하지 못한 채 달려왔던, 빽빽한 시간을 물리적으로 쭉쭉 늘리고 있는 중이다. 시간을 늘리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고? 이번호를 여유있게 정독했다면 그 해답은 이미 알고 있을 거라 확신한다. 우리 모두가 시간의 마법사가 되어 아름다운 이 도시에서 활짝 피어나는 삶을 살기를.

42쪽

Pot Back Issues

N. 01 춘천PLAY

N. 02 낭만PLAY

N. 03 공감PLAY

N. 04 시작팟팟

N. 05 함께팟팟

N. 06 열정팟팟

N. 09 도움팟팟

N. 10 봄봄팟팟

N. 11 배움팟팟

N. 12 무한팟팟

N. 13 온기팟팟

N. 14 기억팟팟

N. 17 기대팟팟

1N. 18 환경

N. 19 여성

N. 20 문화도시

N. 21 평화

N. 22 나의 안부

N. 25 걷다가 문득

N. 26 환상과 낭만

N. 27 떠오르는 환대

N. 28 멀고도 가까운

N. 29

N. 30 친애하는 나에게 시작하는 기쁨

N.36 마음의 모양

춘천문화매거진 2023 가을

ISSN 2508 6316

N. 33 기다리던 순간

N. 34

N. 35 우리는 매일매일 이마엔 땀방울

N. 36 마음의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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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 07 잇다팟팟

N. 08 화음팟팟

N. 15 시작팟팟

N. 16 변화팟팟

N. 23 너의 둘레

N. 24 마주보는 우리

N. 31 솟구치는 용기

N. 32 흩어지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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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SHER 발행인 최연호

EDITOR IN CHIEF 편집장 고영직

CONTENTS & EDITORIAL DIRECTOR 부편집장 박인옥

EDITOR 에디터 권용식, 정승희, 이인혜

PHOTOGRAPHER 사진 이종희, 김효주

ART DIRECTOR 디자이너 이건하

COVER ARTWORK 표지 작품 장승근

ILLUSTRATOR 일러스트 한선주

ADMINISTRATION 기획총괄 윤행자

MANAGEMENT 운영 정성덕, 유주연

CONTRIBUTING WRITER 기고 양만호, 채효정, 전고필

THANKS TO 고마운 분 정미란, 윤진주, 류우창

춘천문화매거진 POT 제37호 「피어나는 삶」 2023년 12월 발행

발행처 춘천문화재단 강원특별자치도 춘천시 효자상길 5번길 13

인쇄 강원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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