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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개인전 《Soft Habit》전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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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철학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바로 존재하는 것들에 일종의 수학적 외투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로 이 세계가 그 어느 형태와도 닮지 않은 비정형적인 것이라고 단언한다면, 이는 곧 세계가 거미나 가래침 같은 것이라는 말이 된다.” — 조르주 바타유(Georges Bataille, 1897-1962)

세계는 끊임없이 형태를 부여 받는다. 그 과정에서 정돈되지 않은 세부와 모순은 의도적으로 배제된다. 우리의 일상적 행위 역시 이 세계에 자신을 맞추는 끊임없는 조율의 반복이다. 이는 질서와 규율, 단단한 구조를 중심으로 형성되며 그 과정 속에 서 부드럽고 원초적이며, 불순하거나 저급하게 여겨지는 것들은 조용히 몸을 숨기거나 새로운 외피를 두르고 생존한다.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를 강요받은 이러한 요소들은 사실 존재의 근본적인 상태에 가깝다. 박소정 개인전 《Soft habit》은 운동성을 지닌 끈적한 조각을 통해 정합성 속에 은폐된 유동성을 드러낸다. 공간에 흩어진 작 품들은 신체, 혹은 신체가 만들어내는 분비물과 닮아있다. 작가에게 있어 신체는 단순한 형태적 구조가 아니라, 생리적이고 감각적인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흐르는 존재다. 작가는 이를 통해 존재를 고정된 구조가 아닌 유동적이고 경계를 넘 나드는 것으로 재구성하며, 물질 자체가 지닌 ‘소프트함’을 하나의 즉물적 태도로 제시한다. 전시는 입과 항문까지 연결되는 신체의 연속적이고 소프트한 상태를 상기시키며 이를 억압하는 상부의 미학에 길들여진 자아를 해체하는 전략으로 작동한다.

이곳에서의 ‘해빗(Habit)’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규율화된 세계에 저항하는 하나의 실천으로 작동한다. 해빗은 기존 질서 를 반복 속에서 조금씩 무너뜨리며, 결코 고정되지 않는 부드러움을 통해 새로운 감각과 사유를 촉발한다. 물성적 속성을 넘 어 관계적이고 동적인 힘을 지닌 ‘소프트함’은 삼투압처럼 주변의 끌어당기는 동시에 관객의 의식 속에 침투하고, 전시는 본 연의 물성이 세계의 미학적 이념의 외부로 밀려나는 현상을 질문하며 결코 승화되지 않을 세계의 본질을 드러낸다. 그리하여 우리는 폐쇄된 경계를 넘어, 연결되고 흐르는 확장된 서사를 꿈꾼다. 공기의 응고성과 가변성을 활용해 물질의 상태를 탐구하는 작품 〈3.3.3〉(2024)은 인간의 생존 조건을 설명하는 ‘3.3.3 이론’ 을 개념적 토대로 삼아, 단순한 생존의 틀 안에서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의 속성을 은유한다. 작품은 신체와 환경이 맞닿 는 경계에서 발생하는 중간자적 상태를 강조하며, 특정한 형태로 완전히 규정되지 않는 인간 존재의 유동성을 드러낸다. 함께 설치된 직선의 막대는 존재가 맞닥뜨리는 심리적·신체적 한계선으로, 마침표와 결정을 강요받는 불안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다. 입구의 오른편에 설치된 〈Knitted〉(2025)는 공간 전체의 이야기를 암시하는 드로잉적 조각으로, 직립보행하는 인간의 수직성과 원초적이고 동물적인 상태인 수평성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한다. 작품은 액체적 요소들이 서로 직조되며 지속적으 로 변화하는 상호 연결성을 드러내며, 얽히고설켜 쌓이는 선과 물성의 밀도를 통해 무질서한 흐름이 주는 몰입감을 형성한다.

〈Bodily fluid〉(2025)는 매끈한 표면 위에 맺힌 끈적한 액체를 통해 살아 있는 존재가 배출하는 체액의 속성을 탐구한다. 체 액은 때로 불순한 것으로 간주되어 향수와 같은 외부 요소로 감춰지기도 하지만, 영역을 표시하거나 새로운 개체를 창조하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작가가 어린 시절 경험한 중이염의 먹먹한 감각에서 출발한 작품 〈Muffled vessel〉(2025)은 진동하는 오물과 같은 액체의 형상을 띤다. 얼굴의 숨구멍이 막혀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는 해먹과 같은 형태의 비닐 튜브 안에 담 긴 액체를 통해 구현되며,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의 진동에 따라 표면의 감각은 지속적으로 교란된다. 방 안쪽에 설치된 두 점의 조각과 복도의 평면 작업으로 연결되는 〈Drain〉(2025) 시리즈는 배수구 덮개의 형상을 본뜬 조각 으로, 신체와 환경에서 배출된 찌꺼기들이 모이고 사라지는 경계적 공간을 탐구한다. 배수구는 불순물과 폐기된 것들이 흘러 가는 장소이지만, 동시에 그것들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 불안정한 공간이기도 하다. 폐기된 것들이 다시금 순환하며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남아 있음을 드러내는 이 작품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들이 정말로 소멸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설치된 조각과 함께 놓인 유리 구슬들은 사라짐과 잔존의 개념을 더욱 구체화한다. 표면에 고여 있는 듯한 액체의 형상은 유 동하는 것들이 흔적 없이 증발하지 않고, 일정한 형태로 응고되거나 다른 구조 속에 스며들어 남는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이 러한 요소들은 사라짐이 곧 소멸을 의미하지 않으며, 배제된 것들이 또 다른 방식으로 세계 속에 머물고 있음을 환기한다. 방 한편에는 불규칙하게 쌓인 공기 조각들 〈Untitled〉(2025)가 자리한다. 이는 명확한 구조를 따르지 않는, 흐트러진 상태의 존 재를 시각화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서로 겹치고 흘러가는 조각들은 정형화된 질서에 순응하지 않는 유동적인 존재들을 상기 시키며, 포착되거나 억제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은유적 장치로 기능한다. 공기처럼 쉽게 흩어질 듯하면서도 방 안에 잠잠히 머물러 있는 이 조각들은 ‘부드러운 저항’의 감각을 부여한다.

— 강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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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3.3〉, 2024, 스틸, 실리콘, 공기, 철 막대기, 32 x 16 x 5cm / 150cm 2. 〈Knitted〉, 2025, 실리콘 튜브, 에어 펌프 모터, 파이프, 염료 용액, 가변 설치 3. 〈Muffled Vessel〉, 2025, 실리콘 오일, 염료 용액, PVC, 스틸, 유리, 스피커 유닛, 가변 설치 4. 〈Bodily Fluid〉, 2025, 아크릴, 철, 마그넷, 90 × 90cm 5. 〈Untitled〉, 2025, PVC, 공기, 가변 설치 6. 〈Drain_1〉, 2025, 철, 15 × 15 × 100cm 〈Drain_2〉, 2025, 철, 15 × 15 × 100cm 7. 〈Drain_1.1〉, 2025, 실리콘, 공기, 아크릴, 스틸, 80 × 60 × 5cm

박소정(b. 1993, 서울·부산)은 2023년 런던 왕립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에서 조각 전공으로 미술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6년 부산대학교 미술학 학사를 졸업했다. 2020년 독일 함부르크 Frise Kunstelhaus와 2017년 부산 디오 티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24년 신한갤러리에서 열린 2인전, 영국 런던 Unit1 갤러리 및 웨이크필드 아트하우 스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4년 신한 영아티스트 신진작가로 선정되었으며, 영국왕립조각협회(Royal Society of Sculptors) 주최 INTERPLAY Kinetic Design Competition에서 Commendation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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