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3 게임하는 아이와 시선을 공유하는 부모의 소통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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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방법
게임하는 아이와 시선을 공유하는 부모의 소통 기술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01
게임이나 쇼츠 등 급증하는 미디어 콘텐츠 때문에 부모 세대의 고민도 깊어지 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 이용을 둘러싼 자녀와의 갈등은 모든 가정에서 겪는 공통 현상이다. 초기의 미디어 관련 연구들은 주로 게임과 같은 콘텐츠(이하 게임)가 아 이들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부모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집중 했다. 그러나 최근의 트렌드는 바뀌고 있다. 미래 세대는 더 진보된 형태의 콘텐 츠와 함께 살아가고, 이를 진로와 직업에서 직·간접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 한다. 이런 측면에서 게임의 가능성으로부터 이득을 얻는 동시에 위험을 다루는 능력, 회복 탄력성(resilience)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관점이 점차 이동 중이다. 여 기서 눈여겨 볼 대목은 위험 예방이나 치료가 아닌 회복 탄력성이라는 개념을 사 용했다는 점이다.
01 『게임세대 내 아이와 소통하는 법』(한빛비즈, 2021)의 저자로 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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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시선을 공유하는 것이 소통의 첫걸음
공동 주의 아이가 바라보는 것을 함께 보는 것은 소통의 기술이자 애착의 뿌리이기도 하다. *출처 : https://babysparks.com/ 2019/05/20/joint-attention-why- tuning-in-to-your-child-is-so- important/import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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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화면을 보는 아이와 그 아이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부모. 의사소통이 제대로 될 리 만무하다. 누군가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데에서 공감은 시작된다. 이런 상황 에서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아이가 보는 것을 부모도 함께 볼 것인가? 아니면 아이의 시선을 부모가 보는 시선으로 바꿀 것인가? 발달심리학에서 다른 사람이 바라보는 것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시선 따라가기(gaze following)’라고 한다. 시선을 공유함으로써 아이들에게 자연스럽 게 ‘공동 주의(joint attention)’가 발달한다. ‘공동 주의’란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이 나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외부 대상이나 사건을 타인과 함께 바라보고 자신의 주 의를 집중하는 능력’을 말한다. 그러므로 “쓸데없는 것 보지 말고 여기를 봐!”보다 “지금 뭘 보고 있니?”라는 질문이 훨씬 효과적이다. 아이의 시선을 부모의 시선으 로 옮기는 방식보다는 아이가 보는 것을 부모도 함께 보는 방식이 공동 주의의 효 과를 극대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 게임을 그만하고 부모가 원하는 책으로 시선을 옮 기도록 지시하는 것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 아이와 게임 화면을 같이 본다. 그리고 (뒤에서 소개할) 게이머 유형에 따른 아이의 욕구를 읽기 위해 노력한다. 그것이 게 임을 한 후 아이가 책을 볼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 또한 아이가 게임 속에서 한 활동을 잘 봐두면 오프라인 활동으로 이어나가기가 한결 용이하다. 예를 들면, “‘브롤 스타즈’ 챔피언인 우리 아들! 엄마 청소하는 것 좀 도와줘!”라고 말해보자. 이런 말을 들은 아이는 게임 속 챔피언 캐릭터처럼 의 젓하게 대응할 것이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뭘 도와드리면 되나요?” 이런저런 부 탁을 하고 나서 칭찬을 덧붙여보라. “우리 민수는 게임 속에서도 멋진데 게임 밖에
아이의 게임 욕구에 대한 이해
서는 더 멋지네!” 그러나 아이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현실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유 명한 타자도 타석에서 세 번만 안타를 치면 훌륭한 선수라고 불린다. 하물며 아직 성장 중인 아이들이 약속이나 결정을 백 퍼센트 이행하리라 예상한다면 실망감만 더 키울 뿐이다. 그 대신에 이전보다 진전된 행동에 주목하고 폭풍 칭찬을 해주도 록 하자. 어쩌다 게임 이용 시간을 잘 지켰다면 이렇게 말해주시라. “엄마와 약속을 기억하고 지켜줘서 고마워. 우리 민수 최고!” 칭찬은 아이에게 자신감과 성취감을 불어넣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느린 습관을 조금 더 빠르게 가속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한다.
앞서 말한 ‘회복 탄력성(resilience)’은 1989년 미국의 발달심리학자 에미 워너 (Emmy E. Werner)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회복 탄력성은 일반적으로 다양한 시련과 역경, 실패 등이 주는 좌절과 무기력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더 높이 올라 가는 마음의 근력으로 정의된다. 에미 워너와 그의 연구팀은 1955년 하와이 카우아이섬에서 태어난 신생아 833 명을 대상으로, 가난과 질병으로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한 열악한 환경의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30여 년의 삶을 추적, 관찰했다. 조사과정에서 연구팀은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회 부적응자로 자랄 것이라는 예측과 달리, 고위험군 아 이들 3분의 1이 사회적으로 훌륭한 청년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회복 탄력성이 발 현된 것이다. 좌절을 딛고 일어난 아이들에게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아이의 입장 을 이해하고 수용해주는 어른이 적어도 한 명은 있었다는 사실이다. 회복 탄력성 의 결정적 요인은 “나의 어려운 상황을 무조건 이해하고 존중해주는 사람이 있는 가?”의 여부였다. 그러나 과연 아이의 모든 것을 무조건 수용할 수 있을까? 게임 을 비롯한 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것도 무조건적 이해와 존중의 대상일까? 머 릿속에서는 쉽게 답할 수 있어도 실생활에서는 만만치 않은 문제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무조건 못하게 가로막는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를 감시하는 존재로 인식해 관계는 더 벌어지고 갈등은 더 커질 것이다. 사용 시간이 줄어들기는커녕 부모의 눈을 피해 더 게임에 빠져들 것이다. 상황을 악화시킨다. 잠재적으로는 아이의 회복 탄력성을 저하시킨다는 측면에서 소탐대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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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는 이유는 아이들의 표정만큼이나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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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왜 게임에 집중하는지 근원적인 욕구를 이해하고, 그 욕구를 미디어 안 에서 밖으로, 현재에서 미래로 다리를 놓아주는 것이 자녀와의 원만한 관계는 물 론, 아이의 미래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임을 하는 아이들의 성향이 다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자녀를 단순하게 여기는 것이다. 아이가 어떤 이유로 게임을 하는지를 안다면 자녀를 바 라보는 시선도 달라질 것이다. 아이를 존중할 수 있는 출발점이 여기에 있다. 영국의 게임학자인 리처드 바틀(Richard Bartle)은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의 스 타일에 따라 ‘성취형’, ‘모험형’, ‘킬러형’, ‘사교형’으로 게이머를 구분한다. 먼저 ‘성 취형(Achievers)’은 자신이 설정한 게임 속 포인트나 레벨 같은 목표를 이루는 과 정에 재미를 느끼는 유형이다. 이런 게이머들은 게임 속에서 가장 높은 레벨에 먼 저 도달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세트 아이템을 하나도 빠짐없이 구비하고, 목 표 달성을 위해 게임 속에서 늘 바쁘게 움직이며, 목표가 얼마나 남았는지를 체크 한다. 당신의 자녀가 “다음 레벨까지 10점이 남았군!” 같은 말을 자주 한다면 ‘성 취형’에 가까운 게이머가 분명하다. 두 번째, ‘모험형(Explorers)’은 게임 속 세상을 샅샅이 뒤져보는 것을 좋아하는 유형이다. 이들은 평범한 게이머들은 잘 모르는 게임 속 장소를 발견하거나 혹은 못 가게 막아놓은 곳을 탐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과정에서 발견한 게임상의 오류(버그)를 이용해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플레이를 즐긴다. 이러한 발견 을 남들에게 알려주는 데에서 기쁨을 느낀다. 현실의 탐험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아이에게는 “오늘 게임에서 뭐 새 로 발견한 것 없니?” 같은 질문이 대화 의 물꼬를 트는 좋은 신호가 된다. 세 번째, ‘사교형(Socializers)’은 게임 속 다른 플레이어들과 소통하고 공감하 는 것을 즐기는 유형이다. 게임이 좋다 기보다는 게임을 통해 마음 맞는 친구 를 만나 함께 주고받는 채팅에 재미를 느낀다. 시시껄렁한 농담이 대부분이지 만 간혹 중요하거나 긴급한 문제에 대 한 정보나 도움을 받기도 한다. 게임을
리처드 바틀의 ‘게이머 유형’ 아이들은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원 하는 욕구와 유형이 제각각이다. * 출처 : 한빛비즈 제공, 《채널예 스》 https://ch.yes24.com/ Article/View/45304
하는 동안 한시도 말을 멈추지 않거나, 채팅하는 타이핑 소리가 그치지 않는다면 아마도 게임 속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마당발’, 즉 ‘사교형 게이머’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킬러형(Killers)’이 있다. 이들은 대결에서 승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 각하는 유형이다. 이를 통해 다른 게이머들 사이에서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며, 다 른 사람들이 항복하거나 자신의 실력을 알아봐줄 때 만족감을 느낀다. 당연히 게 임 속에서 적이 많으며, 많은 적들이 자신을 노리고 몰려오는 것을 즐긴다. “다 덤 벼! 내가 본때를 보여주겠어!”, “실력도 없는 것들이 덤비고 있어!” 이런 말을 주로 하는 아이라면 ‘킬러형 게이머’라고 할 수 있다. 이럴 때 “오늘 전적은 어때?”라고 물어봐준다면 대화의 문이 열리는 열쇠가 될 것이다. 매슬로우(Maslow, 1943)와 같은 학자는 욕구의 위계(Hierarchy of Needs) 이론 을 주장한다. 어떤 욕구는 거기서 머무르지 않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한다. 그런 점 에서 게임 속 경쟁이나 성취, 혹은 발견을 게임 밖으로 연결시키는 부모의 지혜가 필요하다. 이러한 방법 중 하나가 ‘브리징(bridging) 기법’이다. 현재에서 목표하 는 지점까지 단계를 세분화하여 다리를 놓아 연결한다는 의미다. 가령 자녀가 성 취형이라면 다가오는 시험이나 친구 관계에 이 게임 전략을 어떻게 응용할 수 있 을지를 물어보면 어떨까? 게임 속 욕구와 역량을 게임 밖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 는 점을 깨닫게 된다면 아이도 현실 세계에서 적극적인 태도로 접근할 수 있을 것 이다.
영국의 게임학자 리처드 바틀이 정리한 4가지 게이머 유형
행동
킬러형
대결에서 승리하고 적을 해치우는 것을 즐기는 유형
플레이어
사교형
다른 게이머와의 소통, 공감을 즐기는 유형
상호작용
성취형
포인트나 레벨 등 목표 달성에서 재미를 느끼는 유형
세계
모험형
게임 속 장소를 발견, 탐험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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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는 옳고 그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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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고 싶은 욕구도 마찬가지다. 목마름이나 배고픔처럼 옳고 그름이 없다. 그 욕구가 부정되면 화가 나고 부모에게 섭섭하고 심지어 억울한 마음까지 든다. 자신의 욕구가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주장을 펼친다. 결국 악순환 이 반복된다. 예를 들어 점심을 먹은 지 얼마 안 지났는데 배고프다는 아이가 있다. 엄마는 그 럴 까닭이 없다며 아이의 배고픔을 부정한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가 부정 당한 것에 더 강한 항의를 하거나 짜증을 낼 수 있다. “엄마만 보면 먹을 거 생각나 지?”, “아무 때나 음식을 달라고 하면 주는 사람이냐?”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면 어 떨까? 서로 감정만 상해서 저녁 식사 때까지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진다. 게임을 하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옳고 그름이 없는 욕구다. 이런 욕구가 좌절되 면 앞에서 말한 갈등이 재현될 수 있는 환경조건이 된다. 반면에 이런 욕구를 인정 하면 그다음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쉬워진다. 게임을 하고 싶다면 어떤 게임을, 얼 마나 하고 싶은지를 물어보면 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 부모는 옵션을 제시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지금은 게임을 할 시간이 아닌데 미리 당겨 하면 저녁 때 게임 시간은 없는 거다?”, “조금 있다가 손님들 오실 텐데 그때까지만 하고 손님 맞을 준비 같이하는 거다?”라는 식은 어떨까. 사실 아이들이 바라는 건 ‘욕구에 대한 존중’이다. 아이들도 세상일이 나 하고 싶 은 대로 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잘 안다. 가능한 수준에서 게임을 통해 부모와 자 녀가 서로 상의해서 해결할 수 있는 욕구라면 어떨까. 아이는 어떤 상황에서든 다 른 사람들과 원만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역량의 소유자로 성장할 것이 분명 하다. 자칫 자녀의 욕구를 들어주면 현실에 안주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부모도 있 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은 그 반대 상황이 더 위험하다는 데 의견을 모 은다. 욕구가 좌절되면 공격성이 나타나고 욕구 좌절이 지속되면 우울증이 발생 한다고 설명한다. 자녀의 욕구를 존중하고 협상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면 아 마 부모 자신도 성장 과정에서 욕구를 존중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자녀가 아닌, 먼저 부모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경험하지 못한 놀라운 삶의 기쁨을 아이에게 선물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누구든 나의 욕구를 읽 고 존중해주는 사람의 말은 절대 무시하지 못한다. 부모의 영향력을 높이고, 아이 가 사랑받고 있다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내주어야 한다. 아이는 그런 부모에게 서 사랑을 배운다. 바로 아이의 욕구를 존중해주는 과정을 통해 타인에 대한 사랑 도 형성되고 자란다. 적어도 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일관되게 그러하다.
자신의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선택을 한 아이는 책임감을 갖게 된다. 아이들이 약속을 잘 안 지키는 이유는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정 해진 약속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시간만 스마트폰 게임을 하기로 약속했다면 혹시 시간을 지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부모에게 1시간 후에 알려 달 라고 요청한다. 이렇듯 게임 시간을 지키는 미션으로 상황을 전환하면 오히려 게 임을 자기 통제력을 연습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그와 동시에 아이에게는 긍 정적인 자아상이 그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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