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리 26호_ 감정 공론장으로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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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ry
[미디어리]
감정 공론장으로서 미디어
이슈 리포트
열린 공론장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감정, 공론장, 그리고 미디어 : 미디어리터러시의 또 다른 영역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감정 : 미디어 테마 소설 『연결하는 소설』 작가 대담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풍경들
Media Education Diary
VOL. 26 AUTUMN 2024
MEdiary
Media Education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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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는 미디어교육 교수자들에게 필요한 미디어리터러시 이슈와 동향, 그리고 미디어교육 교수학습 정보들을 공유하기 위해 미디어교육 전문지 ‘MEdiary(미디어리)’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MEdiary는 ‘Media Education Shared Diary’의 줄임말로 ‘미디어교육자를 위한 다이어리’, ‘미디어교육을 위한 기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감정 공론장으로서 미디어
VOL. 26 AUTUMN 2024
이슈 리포트 • 04
열린 공론장 • 11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 27
현장과 만나다 • 32
세계는 지금 • 44
미디어리터러시+ • 50
감정, 공론장, 그리고 미디어 : 미디어리터러시의 또 다른 영역
박진우 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감정 : 미디어 테마 소설 『연결하는 소설』 작가 대담
배우리(진행), 윤제영·김보경·서이제·임현석(대담), 하정빈(정리)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풍경들
오수경 드라마 평론가, 『드라마의 말들』의 저자
감정의 이해에서 표현하기로
윤다옥 한성여자중학교 상담교사, 박아름 심리상담공간 숨비 대표
청소년 소셜 미디어 이용 규제 동향의 의미와 한계
한정훈 다이렉트 미디어랩 대표
어린이의 영상 미디어 시청과 감정 다루기 학습
정유진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교수
CONTENTS
이슈 리포트
감정, 공론장, 그리고 미디어 : 미디어리터러시의 또 다른 영역
박진우 건국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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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미디어가 구현한 새로운 삶의 방식
‘감정’ 혹은 ‘정동(情動, affect)’은 최근 미디어 연구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대해 미디어 연구의 ‘감정적 전환(emotional turn)’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이다. 이는 미디어 문화연구는 물론, 사회과학 전 반의 전체적인 좌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이론적 계기로 작동하고 있다. 이 문제를 미디어와 공론장이라는 관점과 결부시키는 일은 단순히 학술적 차원 의 관심사에 그치지 않는다. 미디어는 감정을 표출하고 실어 나르는 현대 사회의 불가피한 요소로서 기능하며, 이른바 미디어를 통해 감정을 교류하는 ‘감정 공론 장’의 존재 방식에 대한 우려 또한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벌 어지고 있는 무수한 형태의 감정 표출 양상이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디지 털 미디어를 통해 관찰되는 일상적 소통 과정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감정 응어리 들이 그러하다. 한층 친밀한 감정 교류가 일어나는 비슷한 사람들 맞은편에는 타 자, 소수자, 정치적 반대 진영을 향한 적대적 증오의 언어들이 감정의 밀도를 높여 가고 있다. 어쩌면 우리 시대의 공론장으로서의 미디어는 생각의 교류 이전에 누구와 의견 을 교환할 것인지를 이미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그리고 느낌 의 밀도는 극적으로 고조되고 있다. 나아가 미디어 스스로 이러한 느낌의 형성과 표출에 상당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미디어리터러시 차원에서 감정 공론장으로 서의 미디어에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관점의 전환이 요구 된다. 첫째, ‘감정’ 혹은 ‘정동’이라는 단어를 그 자체로 우리의 일상적, 사회적 삶을 이 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로 인식해야 한다. 감정은 이제 이성, 합리성과 나란히 사회 적 공론장을 작동시키는 또 다른 핵심 구성 요소이다. 둘째, 감정 표출은 그 자체 로 결코 수동적이고 개인적인 반응이 아니다. 감정에 대해 적절한 방식의 사회적 통제가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멀리 서구 중심의 자본주의적 현대성(modernity)이 작동한 이래, 근대적 주체에게 꾸준히 요구되어 온 윤리적 덕목이었다. 이 점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변함이 없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할 때 비로소 우리 시대의 디지털 감정 공론장과 그것의 일상적 표출 수단인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새로운 자세를 확립할 수 있다. 지금 떠오르고 있는 새로운 미디어리터러시는 이 같은 중요한 과제를 우리에게 제기하고 있다.
이슈 리포트 | 감정, 공론장, 그리고 미디어 : 미디어리터러시의 또 다른 영역 5
감정과 사회, 감정과 공론장
01 마사 누스바움, 『감정의 격동 : 1. 인정과 욕망』, 조형준 옮김, 새물결, 2015, 69쪽.
‘감정’은 오랫동안 역사적으로, 또한 철학적으로 ‘공론장’이라는 용어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았다. 스토아학파 이래로 여전히, 감정이란 ‘생각(이성)과는 무관한 마 음의 움직임’이라는 지적 전통이 지배적이라는 이유와 관계있다. 감정은 흔히 매 우 개인적이고, 심지어 외로운 체험으로 이해된다. 자신을 제외한 그 누구도 느낄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성질의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일반적으 로 감정 앞에서 지극히 수동적인 존재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떤 내적 충동이나 절 박함, 혹은 자아를 향한 무시무시한 강도의 충동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대부분은 그것을 받아들이고 인내하거나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왔다.01 20세기를 경과하면서 이러한 감정 표출은 자연스럽고, 때로는 창조적 영감의 원 천일 수 있다는 생각이 퍼져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창조성을 교육하고 심 지어 규율할 수 있다고 여기는 새로운 ‘미학 자본주의(aesthetic capitalism)’의 또 다른 장치라는 반론을 고려해야 한다.02 요컨대 감정이란 파도는 우리 일상에서 지극히 까다로운 윤리의 방파제를 넘어서기 어렵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는 감정을 대중의 일상을 구성하는 사회성(sociality)의 요소 이자 미디어를 중심으로 구축되는 네트워크화된 공론장의 주요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오늘날 감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수의 연구들은 몇 가지 조건을 공유하 고 있다. 첫째, 감정이란 항상 어떤 대상과 관련되지만 그것이 자아에 항상 수동적인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감정의 대상은 ‘지향적 (intentional)’인 대상이다. 대상은 그것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가진 사람이 바라보거 나 해석하는 바대로 감정 속에 나타난다. 그렇기에 감정은 어떤 형태로든 대상을 향한 믿음(belief)을 구성한다. 둘째, 감정과 정동의 문제는 이러한 대상 지향성의 관점에서, 주체나 대상을 넘어선 순환의 효과로 생산된다는 점이다. 사라 아메드 (Sara Ahmed)는 이를 ‘정동 경제(affective economies)’라는 용어로 설명한다. 곧 감정이 기호를 통해 순환하는 과정을 체계화된 사회적 단위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여기서 감정은 주체와 대상 간의 순환구조에서 도출되는 것이며, 따
02 Andreas Rechwitz. The Invention of Creativity : Modern Society and the Culture of the New, Polity(창의성의 발명 : 현대 사회와 새로운 정치의 문화). Polity.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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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아메드의 정동 경제. “사라 아메드의 감정 경제 이론은 기술 이 감정적 연결을 어떻게 촉진하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렌즈를 제공한다. 감정이 내부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이 아 니라 오히려 감정 경제 내의 사람, 사 물, 공간의 노드 사이를 순환한다. 감정 은 이러한 개체에 붙어 우리의 지각과 관계를 형성하는 교환 네트워크를 만 든다.” 출처 : https://www.linkedin.com/ posts/mariam-menteshashvili_ sara-ahmeds-affective- economies-rethinking-activity- 7261685480730095616-SQsj
라서 본질적으로 사회성을 가진다는 점을 인식하는 일이 중요하다.03
감정 공론장, 혹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의 일상적인 감정 교류와 그에 따른 ‘정동의 순환’ 전체가 이러한 개념을 바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그 체계는 우리의 예상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작동한다. 현대 사회, 혹은 현대성에서 이처럼 순환하는 감정의 기호들은 개인의 자발적인 조절 혹은 통제의 의도나 결과와는 무관하게 사회적 차원에서 산출되는 결과물로 서 존재한다. 이것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통제하려는 개인의 노력이 반드시 의도에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의미이다. 미디어는 분명히 우리의 행동을 이끄는 촉매제이지만, 오늘날 다양한 감정 기호 들이 표출되는 공론장으로서의 미디어는 감정의 사회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안내하지 않는다. 이 공간이 단지 극단적인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되는 곳으로 받 아들여져서 문제인 것은 아니다. 미디어가 표출하는 감정 기호들은 오늘날 수많 은 일상적인 감정의 스펙트럼 대신에 훨씬 단순하고 집약된 감정, 즉 ‘최고예요’와 ‘극혐’이라는 양극단을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훨씬 문제적이다. 혐오와 증오의 언어는 디지털 미디어 공간에서 이미 ‘평범성(banality)’을 획득 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널리 확산되어 있다. 이를 단지 ‘사유하지 않는 시민 들’에게서 나타나는 지적·정신적 게으름의 징표쯤으로 여겨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그와 반대이다. 지성의 소유자일지라도 일단 디지털 공간에 들어서면 따르지 않
03 사라 아메드, 『감정의 문화정치 : 감정은 세계를 바꿀 수 있을까』, 시우 옮김, 오월의봄, 2023, 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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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미디어 이용자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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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수 없는 공간 내 지배 논리에 가깝다. 그것은 물결에 휩싸이는 것과 흡사하다. 그 과정에서 혐오와 증오로 집약되는 감정이 점차 이를 실현하는 폭력적 행동으 로 장차 나아갈 수 있게 한다. 디지털 공간이 양심의 망설임과 주저를 무화시키고 무감각하게 만드는 언어적 실행 장치(practical device)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장치는 감정 공론장의 작동을 가장 극단적인 방식으로 물들인다. 이런 식 으로 이미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혐오와 증오의 감정이 정치적인 측면에서 자신 들의 정체성은 물론, 사회적·국가적 정당성까지 구성해 낼 수 있는 주요한 이데올 로기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역시 디지털 미디어리터러시 현장에서 일상적으 로 목격되는 무수한 폭력적이고 증오에 찬 언어와 기호들이 보이는 공통된 정치 속성이다. 그와 반대로 감정 공론장의 또 다른 한편에는 힐링, 위로, 치유의 기호들이 넘쳐 흐른다. 우리는 사실 ‘좋다’는 감정은 그 표현이 조금 지나치더라도 별달리 문제 되 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힐링이란 결국 마음의 상처나 고통, 삶의 힘겨 움을 현실로 인정하고, 이의 사후적 해소를 호소하는 것이다. 20세기 이래, 우리가 심리학의 학문적 장치나 여기에서 파생된 감정관리산업의 영향하에 그 해소 방안 을 찾아내는 공학적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은 ‘좋다’라는 감정을 무매개적으로 적극 표출하는 것을 관습화시키는 데 에서 시작한다. 각종 팬덤 문화에서 보이는 적극적인 애정 발언, 애호와 애착의 정 서는 그런 면에서 힐링과 행복을 추구하는 또 다른 극단적인 미디어 이용 방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증오와 혐오의 감정을 폭력적으로 표 출하는 정반대편에서 이루어지는 극단적인 감정적 기호의 표출 양상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하나의 질문이 생성된다. 사실상 극단화된 감정에 지배된 감정 공론장 으로서의 미디어에 대해 우리가 어떤 역량을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 것이냐의 문 제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종다양한 소셜 미디어 서비 스가 갖는 속성이 인간의 지성이나 이성보다는 느낌과 감성에 훨씬 잘 맞는 측면 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의 일상적 감정을 수십, 수백 개 아이콘으로 기호화시키고 이를 전면적으로
다양한 감정 기호가 표출되는 공론장으로서의 미디어는 감정의 사회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안내하지 않는다. 극단적인 감정이 ‘여과 없이’ 표출되어서 문제인 건 아니다. 미디어가 표출하는 감정 기호들이 수많은 일상적인 감정 스펙트럼 대신에 훨씬 단순하고 집약된 감정, 즉 ‘최고예요’와 ‘극혐’이라는 양극단을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순환시키는 이모티콘의 작동, 나날이 짧아지고 이미지화되고 있는 생각 표현 도 구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좋아요’, ‘싫어요’의 이분법을 통해 데이터화되고 축 적되는 감정 공론장의 표현 방식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간 존재 전체를 미디어 가 지배하는 신체라는 틀 속에 집어넣고 있다.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길어 올린 우리의 과제는 결국,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감정 표출 행위가 현대 사회의 양극화된 감정 구조를 작동시키는 실행 장치로서 변모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성찰적으로 들여다보는 일이 될 것이다. 미디어는 어떤 형태로든 이러한 생각을 이끄는 행동의 도구, 감정 기호들을 표출하고 작동 시키는 ‘행위의 지휘자(conductor of conducts)’로서의 속성을 뚜렷하게 보여주 고 있다. 우리는 이 과정을 냉철하게 관찰해야 한다. 그 속에서 네트워크화된 디지털 미디어가 제시하는 감정의 이분법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좀 더 구체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소셜 미디어를 통한 이분화된 감정 표출과 그 ‘비대화’는 팬덤 문화와 혐오 표현을 궁극적인 귀결 점으로 삼고 있다. 그러한 비대화와 양극화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미학적 자본주의를 구현하고 그 속에서 창조적 주체들을 양산해 나가는 시대적 변화와 직결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과 맥락을 고려할 때 소셜 미디어상의 행동을 과거와 같은 윤리 교육 이나, 혹은 이들 모두를 잠재적 범죄자로 상정하고 더 강력한 규제와 제도를 도입 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모두 이 사실에 동의할 것이다. 규제와 억압은 그 효과도 불분명하지만 그것을 심리적 알리바이로 삼아 우리가 지금 아 무것도 하지 않고 손 놓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하게 되기에 더욱 문제적이다. 이런 알리바이 속에서 무수한 백래시 현상이 예기치 못한 모습으로 영화 속 주인공 ‘조 커’처럼 우리 삶의 영역에 지속적인 충격을 가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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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시대의 미디어리터러시는 이러한 과제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리터러시 의 새로운 과제는 혼돈 상황에 처한 영화 속 주인공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도 ‘조커 따위에게 결코 질 수는 없다’는 의식을 지속적으로 쌓아가는 일이다. 리터러시의 첫걸음이 그러한 감정 표현의 기호를 생산하는 소셜 미디어의 새로운 장치 작동 방식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감정과 그것의 극단적 표출, 이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결코 인류의 오랜 관습 이라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시대적이고 정치적인 차원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리터러시는 감정을 표출하는 공간이자 감정을 이끄는(conduct) 기호들의 총체가 될 것이다. 미디어에 대해 한층 날카로 운 이해를 조성하고 시민들의 필수적인 역량으로 축적할 수 있도록 관련 도구들 을 준비해나가야 할 것이다.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감정
미디어 테마 소설 『연결하는 소설』 작가 대담
열린 공론장
진행 : 배우리(금명여자고등학교 사서 교사) 대담 : 윤제영(경남여자중학교 사서 교사) 김보경(사직고등학교 사서 교사) 서이제(소설가) 임현석(소설가, 기자) 정리 : 하정빈(시청자미디어재단 책임)
열린 공론장 |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감정 11
미디어 테마 소설 『연결하는 소설』 이야기
배우리 저는 미디어 테마 소설 『연결하는 소설』의 엮은이이자 고등학교 사서 교사로 근무하 고 있습니다. 오늘 소설 작가님들과 엮은이분들을 모시고 이 책과 관련해 ‘미디어리 터러시와 감정’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김보경 테마 소설 『연결하는 소설』을 엮으면서 고민한 부분은 주로 미디어라는 도구를 통해
있어 이야깃거리가 많을 것 같습니다.
인간과 인간의 진정한 연결, 소통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이었습니다. 이 소설에 등장 하는 중고 거래 앱 ‘뉴미디어’는 나와 타인이 만나는 통로로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됩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미디어 활용 행태가 잘 반영되어
윤제영 『연결하는 소설』 중 서이제 작가님의 작품 「위시 리스트 ♥」에서 주인공은 인터넷 쇼
자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핑몰에서 장바구니에 상품을 담는 행위를 계속합니다. ‘위시 리스트’는 원하는 물건 이나 상품의 목록이지만 넓게 보면, 개인 취향, 혹은 더 나아가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취향이나 자기 서사를 찾을 때 남들 과 조금 다른 방향에서 마주치는 소외감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정해진 나이에, 정 해진 루트를 따라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죠.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스스로 짜놓은 것에 매몰되지 말고 자신을 돌아보고 성찰하면서 자기 것을 찾아나가
배우리 그렇다면 작가님들은 미디어 테마로 작품을 묶을 때 혹시 독자들이 미디어라는 틀에 서 읽지 않을까 염려하지 않으셨나요?
임현석 저는 중고 거래 앱을 통해 거래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소설로 다루었는데요. 이런 앱
롭게 생각했습니다.
을 통한 소통은 우리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는 새로운 키워드가 됩니다. 테마 소설집 이 미디어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루고 있어, 함께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을 오히려 흥미
서이제 두 번째 소설집에 속하는 이야기를 쓸 때 애초에 디지털 매체를 염두에 두고 작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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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었어요. 그때 이 소설을 미디어 테마 소설로 엮어보자는 연락이 왔어요. 청소 년 문학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이 테마 소설집이 청소년 문학 부문에서 다루어진다 고 생각하니 기뻤어요. 청소년 문학이란 장르에서 제 소설이 어떻게 읽힐지 궁금해 지더군요. 그동안 당연한 듯이 성인 독자들 위주로 작업을 해온 것에 반성이 들었습 니다. 이 대담을 준비하면서 제가 겪고 있는 이 매체 감각과 청소년들의 매체 감각이
고민을 해본 시간이었습니다.
배우리 이 테마 소설 시리즈는 고등학생부터 20~30
서이제 첫 번째 소설집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
좀 다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여러 가지
대 청년층까지 두루 읽을 수 있다는 데 출간 취 지가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미디어’를 작 품 소재로 사용하신 이유는 무엇일까요?
벗어나기가 어렵죠.
어오는 감각을 담아내는 작업이었어요. 이 시
- 윤제영
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디지털 매체 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어야 한다는 확신이 있 었죠. 그래서 두 번째 책은 아예 디지털에만 집 중해 작업을 해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미 디어 이야기를 언급하면 디지털 기술이 자연 스럽게 따라오게 마련이죠. 지금은 디지털 기 술과 미디어를 생각하지 않고서는 시대성을 다루기 어려워요. 일단 이 시대를 어떻게 정의 하느냐 혹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가 중요합 니다. 소설을 쓸 때 여러 가지 기준과 관점이 있겠지만 저는 디지털 미디어를 중심에 두고 작업을 해왔기에 자연스럽게 이런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위시 리스트’는 원하는 상품의 목록이지만 넓게 보면, 개인 취향, 혹은 그 사람을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요즘 사람들은 취향이나 자기 서사를 찾을 때 남들과 조금 다른 방향에서 마주치는 소외감을 두려워합니다. 정해진 나이에, 정해진 루트를 따라야 한다는 강박에서
임현석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의 디지털 변화를 체감하고는 합니다. 기존의 오프라인에서 존
소설에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재하던 여러 영역이 디지털로 옮겨가는 현상을 볼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배달의 민 족’은 원래 아파트 전단지나 책자를 디지털화한 것이고 ‘카카오 택시’는 기존의 콜택 시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변화한 사례로 볼 수 있지요. 중고 거래 앱 역시 과거의 벼룩 시장 방식이 디지털화된 것이죠. 디지털로의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에 그치지 않고 플랫폼을 통한 관계 맺기 방식까지도 바꾸어나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탐구해야 할 영 역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변화에 대해 우리가 너무 단편적으로 다루려는 경향이 있 는데요. 중고 거래의 경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중고 거래 빌런’ 같은 단편적인 사건 이나 논쟁적인 이슈만 소비되고 있는 듯해요. 관계의 변화에 대해 성찰하기보다는 화 제성을 좇는 거죠. 플랫폼에 따라 사람들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하는 미묘한 감정의 문제는 문학이 잘 다룰 수 있어요. 이러한 미디어 변화에 대한 민감한 인식을
열린 공론장 |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감정 13
미디어는 감정 소통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배우리 사람들이 실제로 갖고 있는 생각이나 감정과 미디어를 통해 표현된 감정이 다를 수도
는 걸까요?
있을까요? 그 감정은 무엇인지, 그리고 미디어는 감정을 끌어내는 데 어떤 역할을 하
임현석 변화하는 새로운 미디어들은 소통과 피드백을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가령 ‘카카오 택시’는 별점으로 피드백을 주고받고 ‘배달의 민족’은 리뷰를 통해 소 통이 이루어지죠. 이러한 형태는 소비 중심적이지만 별점과 리뷰도 우리 사회의 관 계 맺기의 한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어요. 중고 거래 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이 런 미디어들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소통을 유도하기 때문에 매우 표면적이고 뚜렷 한 목적과 관련된 대화만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어요. 현대인들은 이러한 목적 지향 적 소통에 익숙해 있죠. 이런 방식이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안 을 들여다보면 중고 거래 앱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감정의 흐름을 엿볼 수 있어요. 저는 그런 미묘한 관계와 감정의 흐름 속에서 캐릭터 변화를 탐구하고 싶었 습니다. 사실 미디어 자체가 이러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끌어내지는 않아요. 미디어는 목적에 맞게 설계되었을 뿐, 그 안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인 소통은 미디어가 목표한 바가 아닐 수 있어요. 그러나 사람들이 미디어 밖에서 더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서로 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그 미디어가 갖는 의미는 달라질 수 있어요. 서이제 우리가 현실에서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처럼 웹도 하나의 공간이고 디지털로 된 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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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무대라고 생각해요. 인간에게는 ‘연극적 자아’라는 게 있잖아요. 교실에 들어가면 선생님 역할을 수행하고 편의점에 가면 손님 역할을 수행하듯이 우리는 현실에서 일 정 부분 어떤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고 있어요. 마찬가지로 소셜 미디어 안에서도 각 자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끊임없이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위시 리스트 ♥」의 문호 같은 경우에도 처음에는 기록을 남기려고 블로그에 쓰기 시작했죠. 사람 들한테서 관심을 받기 시작하면서 점점 문화 향유자로서 혹은 힙스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끊임없이 게시물을 올립니다. 자기한테 금전적으로 치환되는 부분이 없어도 그 역할을 갖기 위해 일을 계속하는 거죠. 아이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 진을 보면 자기가 무엇을 욕망하는지 아주 잘 알 수 있어요. 욕망한다는 건 다른 말로 그 사람이 무엇이 결핍되었고, 무엇을 원하는지를 잘 보여주죠. 저는 거대한 무대 같 은 그것을 소설 안에서 표현해 보고 싶었어요.
배우리 작가님들은 작품을 쓸 때 독자들이 이런 감정
있을까요?
서이제 어떤 감정이든 다 좋고 자유롭게 읽어주시
거죠.
을 느꼈으면 좋겠다 하고, 혹시 의도하시는 게
길 바라요. 다만 작품을 쓸 때 약간 염두에 두 었던 부분은 있어요. ‘라이크 이코노미(Like Economy)’라고 ‘좋아요’를 눌러서 발생하는 경 제적 효과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일조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엿볼 수 있어요.
장바구니에 담긴 위시 리스트가 모두 빅데이 터에 기록되고 기업들이 나의 취향을 끊임없
- 임현석
이 추적해 요즘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를 파악합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기업에서 별 도의 노동력과 비용을 들여 조사, 활용할 수도 있을 텐데 결국, 그 노동을 내가 대신하고 있 는 것이죠. 쇼핑 욕망에 충실해서 장바구니에 넣고 있지만 실은 누군가 그걸 지켜보고 있고 데이터로 만들어 상업적인 부분으로 기여하 고 있다면? 그 과정을 내가 모를 뿐이지 일종의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지요. 가 령 문호가 쓰는 블로그 포스팅도 홍보 효과가 있어요. 일종의 마케팅이에요. 오직 힙 스터 연기를 위해 내내 무임금으로 그 작업을 하죠. 자발적으로 홍보하고 있다는 사 실을 깨닫지 못한 채 어느새 그 행위의 실체가 되어버리죠. 제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미술관에 가서 예술을 향유하는 행위가 노동과는 다른 행위를 하는 거라고 생 각하지만 거기에서마저 별점을 매기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역할(노동 행위)을 한다는
소비 중심적이지만 별점과 리뷰도 우리 사회의 관계 맺기 방식으로 자리하고 있어요. 이런 미디어들은 매우 표면적이고 뚜렷한 목적성 대화만을 하도록 구성되어 있고, 현대인들은 이러한 목적 지향적 소통에 익숙해 있죠.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고 거래 앱에서도 사람들 사이에 오고가는 감정의 흐름을
임현석 사실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이미지는 프레임화되어 있잖아요. 텍스트든 영상이든 제 작자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편집해서 보여주지요. 그러다 보니 종종 극단적 이거나 자극적인 모습을 강조하게 되고 수용자는 그것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방식 으로 소비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프레임을 벗어나 실제 우리 인간의 삶을 들여다보 면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들이 존재해요. 미디어에서 드러나는 이미지와 이면은 다를 수 있어요. 저는 이면의 삶을 상상하고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관점으로 글을 써나갔습니다. 이면을 상상 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너무 즉각적이고 소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다름을 이해하는 영역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어요. 단순히 미디어가 보여주는 방식대로 소비하거나
열린 공론장 |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감정 15
좋겠어요.
미디어 생활 : 익명성과 대면 소통
생산자가 설정한 방식대로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말이죠. 비슷한 관점에서 접근 한 다른 작가도 많습니다. 서이제 작가님 작품에도 블로그 포스팅을 통해 드러나는 현실과 그 이면의 차이가 존재하듯이 다른 작가들 역시 이면에 있는 감정과 삶을 다 루고 있습니다. 이면을 상상하는 이런 능력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제 소설에서도 50대 남성을 배경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같은 선택에는 제가 사회부 기자로 일한 경험이 녹아 있습니다. 주로 사회적으로 성공한 50~60대 남성 페르소나 를 인터뷰했는데 이분들은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삶의 모습만 이야기합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과연 이 삶이 정말 좋은 걸까?”라는 의문을 품게 되었어요. 그들 이 내세우는 겉모습과 이면을 비교하면, ‘저 사람, 참 짠하다.’ 싶은 감정이 들 때가 많 아요. 그런 이면을 상상하고 공감하는 영역을 제 소설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배우리 이번에는 작가님들의 미디어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볼까 합니다. 미디어를 통 해 감정이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시는 편인지, 미디어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하 시는지, 아니면 대면으로 만나는 걸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서이제 저는 소셜 미디어에 제 생각이나 감정을 노출시키지 않는 편이에요. 상대가 누구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불특정 다수에게 제 감정이나 생각을 노출하는 게 망설여집니다. 각자 다양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텐데, 저의 사적인 부분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갖는 생각에 공포가 좀 있어요. 예전에 친구들과 소통할 때는 내 상태를 알려주고 싶어서 내 생각이나 감정 등을 소셜 미디어에 자주 올렸었죠. 어느 순간, 내가 모르는 사람들 이 더 많아지면서 공적인 내용 외에는 잘 올리지 않게 되었어요. 대면 소통이 좋은 지 점은 바로 인간이란 동물에게 있는 ‘얼굴’이지요. 그러나 언어나 사진 영상으로는 미 세한 뉘앙스 변화 같은 것들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있어요. 저는 오감을 다 써야지만 겨우 소통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에 대면 소통을 더 좋아해요. 임현석 소셜 미디어의 종류에 따라서도 감정이 드러나는 양상이 다르죠. 예를 들어 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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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에는 주로 대면적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 즉 배경과 맥락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 들을 대상으로 소통했어요. 하지만 현재의 소셜 미디어는 맥락과는 무관하게 자극적 이고 빠르게 게시물을 올리도록 구성되는 것 같아요. 저는 그런 빠른 호흡에 익숙하 지 않은 편이에요. 대면 소통의 경우, 내가 한 말에 보이는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배경 이나 맥락이 충분히 이해되었는지를 상호 확인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 이를 보완하 거나 대화를 되돌릴 수 있어요. 이런 점이 대면 소통의 장점이죠. 커뮤니케이션은 내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정 욕구 같은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는 공 간이기도 하잖아요. 이러한 욕구는 주로 대면 소통에서 충족된다고 생각합니다. 대면 소통이야말로 상호 이해를 확인하고 인간적인 교류를 통해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이 기에 그 중요성을 더 인정하게 되는 것이죠. 서이제 익명성이라는 게 오히려 복잡한 측면이 있어요. 익명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할 수 있는 이야기도 있어서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서 위로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익명성 때문에 더 말을 못하게 되는 상황도 있어요. 어떤 기준으로 정확하게 나눌 수 있다기보다는 사람의 성향이나 상황에 따라 모두 달라서 어려운 지점이 있네요. 임현석 감정을 이야기할 때 이 같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배경이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미디어
미디어를 통한 감정 소통
에 따라서도 소통 방식이 달라지고요. 이런 배경과 소통 도구의 특성을 이해해야만 메시지의 의도가 온전히 전해질 수 있겠죠.
배우리 미디어 생활에 대해 이야기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미디어를 통한 감정 소통의 장단점 이 조금씩 나오는데요. 미디어를 통한 감정 소통은 어떤 장단점이 있을까요?
김보경 장점으로는 일단 시간과 공간 제한이 많이 없어졌다는 것이겠죠. 언제 어디서든 감 정을 표현할 수 있는 소통의 접근성이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또 그림이나 사 진, 영상 등 언어 외적인 요소로 소통 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고요. 단점으로는, 미디어로 인해 대면 소통이 줄면서 표면적이고 피상적인 소통에 머무르 는 빈도가 더 잦아졌다는 거죠. 우리는 표정이나 목소리의 톤, 대화에서의 태도 등을 통해 훨씬 더 풍부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그런 비언어적 요소를 배제할 때 쌍방 간 의 오해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죠. 또한 익명성이 감정 소통할 때 장점으로도 사용될 수 있고 단점으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솔직한 내면을 더 드러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익명이라는 커튼 뒤에 숨어 타인을 향한 혐오 발언, 무차별적 인 감정 배설 등이 더 쉽게 드러나기도 하지요. 윤제영 중학교 1학년들과 수업 시간에 이 책을 같이 읽고 편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보았
거예요.
어요. 「무료나눔 대화법」에 등장하는 인물인 50대 아저씨의 행동에 대해 물어보면 아 이들이 “완전 꼰대 같아요.”라고 대답해요. 저도 그 인물에 공감되는 부분이 있어서, 만약 선생님이 이렇게 행동한다면 어떨 거 같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그건 괜찮다는
이처럼 내가 모르는 사람과 미디어로 소통하는 것과, 내가 잘 아는 사람이 직접적으 로 비언어적 의사소통을 함께 곁들여 사용하는 것은 차이가 있어요. 미디어에서의 소
열린 공론장 |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감정 17
민이 이어져야겠습니다.
통은, 주로 단편적인 감정들 위주로 게시되고 수용자의 편견 등으로 인해 오해가 많 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내 의도와 다르게 게시물이 확대, 재생산된다는 큰 단점이 있 습니다. 학생들에게 그런 부분을 잘 고려해서 미디어를 활용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의 경우 미디어를 다루는 능력이 능수능란해요. 24시간 핸드폰을 들고 있는 데다가, 미디어리터러시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단편적인 감정과 정보 만 주입되다 보면 정작 미디어리터러시를 기를 시간이 없어요. 미디어에서 단편적인 면만 보지 않도록 학생들의 꾸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장점은 좋아하거나 비슷한 사 람들에게서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거죠. 소셜 미디어에서는 서로 취향이 맞 거나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맞팔로우하면서 피드를 구성하게 되잖아요. 거기에 익명 성을 가지고 고민이나 취향을 올리면 성향이 비슷해서 같이 공감하고 위로를 얻을 수 있죠. 이런 미디어의 특성을 잘 보완하면서 이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계속 고
임현석 미디어의 단편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 식에 있어 종합적인 관점이 결여되어 있는 문제에 대한 고민이 점점 커지는 것 같 아요. 인쇄 미디어가 사실 그런 측면에서 장점이 있죠. 책은 일단 기본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관련 집어 들겠지요. 종합적인 관점들을 계속 탐구 해나가면서, 어떻게 보면 완성해 나가는 모습들이 있을 텐데, 최근의 소비 방식은 인 쇄 텍스트 미디어라고 하더라도 포털에 나와 있는 기사를 단편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 치죠. 유튜브의 쇼츠를 소비하는 현상을 보면 다른 외부적 관점들과의 소통이라는 것 이 없고 자기가 소비하고 싶은 방식대로 소비하잖아요. 물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만 자꾸 다른 관점은 소비할 수 없는 방식으로 미디어가 재편되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지 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내가 다른 관점과 소통할 것인가, 다른 관점을 상상 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공감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게 결여되어 있 으면 어떤 미디어 형식이든 맹점이 발생하게 마련이죠. 서이제 미디어가 우리 삶 안으로 깊이 파고들면서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을 많이 바꿔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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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어요. 예전에는 동네 사람들과 소통하고 인쇄 미디어로 소통하는 것은 신문이 도달 할 수 있는 곳까지, 혹은 편지가 도달할 수 있는 곳까지만 가능했어요. 지금은 해외에 있는 사람들 하고도 쉽게 소통할 수 있어, 시간을 축소하고 공간을 넓히는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결국,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더 빠르게 소통할 수 있 지요. 장점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미디어를 통한 소통에 비관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죠. 과연 ‘미디어 를 통한 소통이 가능한가?’ 하는 의구심이 들어요. 애초에 소통이 불가능한 것처럼 말 예요. 소통하는 것 같지만 사실 소통이라는 건 쌍방이어야 하잖아요. 현재 미디어 상 황들을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배설에 가깝거나 혹은 자기 표현을 하고 자 기를 알리고 자기를 보여주는 데 집중할 뿐, 정말 남의 말을 듣고 있는지 의문이에요. 또 듣는다고 해도 결국 자기가 선택적으로 듣게 되기 때문에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배우리 한편 미디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는 생산자
김보경 앞에서 임현석 작가님이 미디어가 가진 속성
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태도도 중요 한 것 같습니다. 감정을 표현하고 수용하는 사 람은 각자 어떠한 태도를 갖추어야 할까요?
- 김보경
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는 데 공감합니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는 입장 에서 우리는 피드를 올리는 생산자이자 피드 를 보는 수용자이기도 하잖아요. 생산자이면서 수용자인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이 미디어의 속성이 어떠한지를 알아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겠지요. 생각이나 감정을 미디어라는 그릇에 담을 때 의도했든 의도되지 않았든 편집이라 는 과정이 있는데 생산자의 입장이 되었을 때 내 의도와 상관없이 이걸 보는 사람들이 어떻 게 받아들일까를 성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래야 미디어 생산자로서 책임감을 갖게 되지요. 그리고 수용자라면 생산자의 감정 표 현이나 생각에 대한 배경이나 맥락 등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고요. 그냥 무조건적으 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책이나 영상도 마찬가지지만, 제작한 사람들이 어떠한 의 도에서 왜 이런 콘텐츠를 생산했을지에 대한 맥락을 살펴보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좀 전에 이야기한 종합적인 시각, 관점과도 연결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표정이나 목소리 톤, 대화 태도 등을 통해 훨씬 더 풍부한 소통이 이루어집니다. 그런 비언어적 요소를 배제할 때 쌍방 간의 오해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지죠. 익명성은 감정 소통할 때 장점으로도 단점으로도 사용될 수 있습니다.
윤제영 요즘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생산자인 동시에 수용자인 상황이라서 서로가 상대 입장 을 이해하려는 노력과 의지만 있다면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생산 자는 서이제 작가님이 말씀하셨던 공포감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게 생산자로서 내가 무언가를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제약이 될 수도 있지만 최소한 내가 생산하는 결과물이 외부에 비춰졌을 때의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해요. 또 이 책 에서도 ‘바이센테니얼 비블리오필’의 황재윤이라는 사람도 행간을 읽는 행위가 중요 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행간이 저희가 계속 이야기 중인 맥락과 동일한 내용인 것 같습니다. 결국 수용자나 생산자나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상태에서 미디어 활동을 해야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겠냐는 것이지요. 서이제 기본적으로 미디어의 속성을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미디어가 기능하는 방 식,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게 첫 번째이고, 미디어를 접할 때는 왜곡이나 변형 가 능성이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앞으로는 더 심각해질 테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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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과 미디어를 같이 생각할 때 우리의 감정이 어디서 비롯한 것인지를 알 수 있습 니다. 우리가 세상을 이러한 방식으로 인식한 데는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경험해 보지 않은 역사나 사건, 예를 들어 저는 지금도 9·11 테러 의 잔상이 남아 있어요. 대구 지하철 참사의 잔상도 계속 머리에 남아 지하철을 탈 때 나 높은 건물들을 볼 때 그때의 감정이 되살아납니다. 하지만 실은 미디어를 통해 얻 은 감정이죠. 만약 그 사건이 텔레비전으로 방송되지 않았다면, 단지 미국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고 들은 것만으로는 그 이미지를 간직할 수 없었을 거예요. 이미지가 없 으면 감정으로 각인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죠. 요즘 전쟁에 대한 뉴스가 계속 나오는 데 이 또한 제 기억에 남아 먼 훗날 어떤 감정을 만들어낼 거라는 거죠. 미디어를 통해 습득되는 감정이 상당히 많습니다.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 가본 적도 없는 공간에 우 리가 이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니 놀랍죠. 그것이 ‘나’라는 하나의 삶을 이루고 있고 우리 일상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친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져요. 임현석 덧붙여 말하면, 미디어의 속성 자체도 깊이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감정이 먼저 존
는 방법일 수 있다고 봅니다.
재하고,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미디어라는 수단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미디어라 는 수단이 감정 자체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네이버의 연예 관련 기사 댓글 같은 경 우가 대표적이죠. 자신이 지지하는 팬덤을 지원하기 위해 댓글을 다는 경우도 존재하 잖아요? 포털이라는 거대 기업은 댓글창을 건강한 의견을 교류할 수 있게 설계했다 기보다 쇼핑 등 다른 서비스로 유도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할 때가 적지 않습니다. 미 디어가 유도하는 이런 속성과 미디어에서 노출되는 감정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디어의 속성을 고려할 때 자신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 방식이야말로 내 감정을 더 깊이 알고 다루
서이제 그리고 실제로 언어화되지 않은 상태의 감정은 언어화를 거치면서 더 확실해지게 되 지요. 가령 외롭다는 말을 해야, 혹은 그렇게 머릿속으로 떠올려야 외로운 상태가 되 는 것이지, 그전에는 내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잘 모르듯이요. 그런데 말 씀하신 것처럼 그 역할을 미디어로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배우리 지금 미디어와 감정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이 책에 같이 수록된 김보 영 작가님의 「고요한 시대」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면 감정을 표현하는 데 특화된 ‘마인드넷’이라는 미디어가 있어요. 이 미디어를 이용하면 감정이 전부 드러 나죠. 이런 미디어가 실제로 나온다면 어떨까요?
임현석 ‘마인드넷’은 감정과 장면을 바로 연결하는 SF적 장치인데, 저도 무척 흥미롭게 읽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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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니다. 언어의 한계와 한국 사회에서 언어가 사용되는 방식, 그리고 정치화된 구호 로서의 언어를 말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이 작품은 마인드넷의 기술적 가능 성을 탐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사고 실험하는 의미로 봐야
야기로도 읽혔습니다. 서이제 내 감정을 표현할 것인지 말 것인지는 자유 의
할 것 같습니다.
겠죠. 그리고 이 설정은 사고 실험으로서 의미 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을 직접 경험하게 되더라도 그 감정을 재 소비할 때 또 다른 이슈가 나올 수 있겠죠. 소 설에도 등장하지만 한 사람이 가진 진정성이 드러나는 모습을 바로 체감한다고 해도 그 진 정성을 해석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
- 서이제
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기술의 발전이 있다 고 해서 현재 던지는 질문들이 사라질 것 같지 는 않습니다. 물론 형태는 달라질 수 있지만 새 로운 고민이 등장하겠지요. 언어화되지 않은 감정을 언어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이나 복잡한 생각 등은 여전히 우리 몫으로 남아 있 을 겁니다. 저는 정치인의 말 이면에 있는 진정 성을 보고 싶어 하는 우리의 바람이 반영된 이
지로 결정하죠. 그런데 이런 게 실제로 존재 한다면 법적 조치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자 기 표현의 주체성인 자유 의지를 훼손하는 거니까 말이죠. 한편으로는 범죄 사건을 수사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정치인이나 혹은 범죄 사건을 다룰 때 용이
미디어를 통해 습득되는 감정은 상당히 많아요.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 가본 적도 없는 공간에 우리가 이런 감정들을 느낄 수 있다니 놀랍죠. 그것이 ‘나’라는 하나의 삶을 이루고 우리 일상에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배우리 SF적인 미래 미디어와 관련해서 만약 작가적 상상력으로 미래 사회의 미디어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서이제 상상력의 관점보다는, 정규 교육과정에 <디지털 리터러시>가 필수 과목으로 들어가 게 되지 않을까요? 미디어 윤리와 디지털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이 필수로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서 미디어리터러시를 계속 배워나가도록 말이죠. 이러한 교육이 더 적극적으로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임현석 미래에는 가상의 존재나 공간을 통한 소통방식이 더욱 발전할 것입니다. 이미 그러 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죠. 메타(페이스북)는 VR 기기를 통해 AR과 VR을 활용한 소 통방식을 진행 중이고 애플 역시 AR 기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비록 마인드넷 같은 형태는 아니지만 가상 소통방식이 확장되고 있죠. 다만 이런 시도들이 실제 인간관 계에서 우연성을 통해 느끼는 감정이나 인정, 감정 교류 등은 가상 환경에서 대체하 기 어렵다고 봅니다. 현재 챗지피티 같은 미디어가 계속 발전하면서 언어 장벽을 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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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 미디어와 온라인 미디어
물고 더 많은 국경을 넘어 소통하는 방식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방식 이 오늘날의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가령 미디어 환경에서 뉴스나 댓글 등으로 지나친 소통이 이루어지면서 생겨나는 피로감이 있거든요. 굳이 알고 싶지 않 은 정보까지 쉽게 노출되는 문제죠. 이러한 문제들이 미래에는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소규모 모임을 통한 인간적인 상호 교류가 더 중요해질 거라고 봅니다. 한강 작가가 “유튜브 다음은 종이책”이라는 말을 했는데 그 같은 통찰에 공감합니다. 책을 통해 얻는 1 대 1의 대면 교류 같은, 그러한 감각이 확 장된 소규모 모임들이 미래에는 더 활발하지 않을까요?
배우리 작가님들은 소설을 인쇄 미디어로 창작하는 역할을 하고 교사분들, 특히 저희 사서 교사는 인쇄 미디어를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알려주는 중개자 역할을 하는데, 이 인쇄 미디어와 다른 미디어는 감정 소통에 있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서이제 자율성과 능동성이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영화를 공부할 때 영상 미디어 는 틀어 놓으면 영상이 움직이는 것이지, 제가 움직이는 건 아니잖아요. 그래서 오히 려 수동 감시하는 입장 같았어요. 물론 영화를 보고 끊임없이 어떤 분석을 하거나 사 유를 한다면 능동적인 태도로 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제가 능동적으로 가동시키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텍스트는 제 의지가 없으면 단 한 문장도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차이를 많이 느낍니다. 독서 경험에서 좋은 건 나의 능동성을 발견한다는 거 예요. 나의 의욕 같은 것들을 독서 경험을 통해 익힐 수 있다는 점이에요. 임현석 어떤 미디어든 생산자는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편집된 방식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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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편집’이라는 단어도 나왔고, ‘자기 표현의 주체성’에 대한 말씀도 있었는데,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보면,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얼마큼 편집해서 보여줄 것이냐 하는 ‘정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영상 미디어는 편집의 정도가 더 높다고들 하죠. 그렇기 때문에 영상을 볼 때 더 의식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기자로서 접근하자면, 영상 기자와 신문 기자, 방송 기자 간의 차이점도 명확합니다. 신문 기사는 하나의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다양한 맥락을 복합적으로 이해해야 기사 한 줄이 이해될 수 있지만 영상은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이 있습니다. 예 를 들어 폭력 사건을 다룰 때 텍스트보다는 영상이 훨씬 더 직접적이고 강렬하게 전 달되죠. 영상의 직접성에 대해서는 특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폭력성이나 민감한 주 제를 다룰 때 영상 미디어가 가진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김보경 책을 인쇄된 미디어로 볼 때 가장 큰 차이점은 책의 텍스트에는 여백이 있다는 점입 니다. 책은 독자가 텍스트를 통해 스스로 사유하고 고민해 볼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 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영상은 굉장히 직접적이고 생산자의 의도를 그대로 따라가 게 되는 반면에 책은 내가 여백을 활용해 고민하지 않으면 독서 행위에 도달할 수 없 습니다. 물리적인 글자만 읽는다고 해서 독서 활동이 되지 않아요. 특히 문학 작품을 감상할 때는 ‘행간’에서 작가들이 비밀스럽게 숨겨놓은 등장인물의 감정 등을 더 깊 이 있게 발견해 내는 기쁨이 있지요. 얼마 전에 학교에서 제가 운영하는 독서 동아리 에서 『파친코』를 읽었어요. 이미 유튜브로 드라마 <파친코> 쇼츠를 많이 본 어떤 학 생이 시험 기간이라서 조금만 읽고 덮으려던 것을, 새벽 4시까지 읽고 펑펑 울었다고 하더군요. 쇼츠로 볼 때는 별로 감동을 느낄 수 없었는데, 책을 읽는 내내 자기 안에서 일어난 감정 변화에 생경하면서도 충만감을 느꼈다고 합니다. 물론 영화도 끊임없이 사유의 여백을 찾아나갈 수 있지만 영상을 소비하는 형태가 요즘에는 파편적이어서 아이들에게 조금 더 긴 호흡으로 몰입하는 경험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과정 에서 감정을 내밀하게 다가가는 경험을 해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윤제영 예전에 인쇄 매체는 공적이고 뉴미디어는 사적인 측면이 있다고 배웠어요. 그런데 막
주는 게 중요해요.
상 매체를 접해보니 인쇄 매체가 훨씬 사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작가와 나 또는 등장 인물과 내가 내밀한 소통을 통해 감정이 일어나기 때문이죠. 그런 감정은 내가 능동 적으로 피워낸 감정이라는 생각이 드는 반면에 소셜 미디어 등에서 파편적으로 오는 감정은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이미 발생되고 있는 감정에 내가 편승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특히 학생들은 책보다는 소셜 미디어 같은 뉴미디어가 훨씬 익숙해서 지 금 이 감정이 진짜 자기가 느끼는 감정인지 구분하는 걸 무척 어려워해요.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냐고 물어보면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하거나 그냥 재미있다고만 하 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들 자신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 변화나 작가, 등장인물과 의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더라고요. 워낙 즉각적이고 누군가 이미 만들어놓은 감정을 자기 감정인 것처럼 착각하거나, 그냥 거기에 올라타거나 하는 경험이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미디어를 활용할 때 중계자로서 학생에게 지금 그 느낌이 과연 자신의 감 정인지, 학생 자신의 지분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 계속 대화와 수업을 통해 알게 해
배우리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 여기에 모인 것도, 작가님들이 작품을 쓰시는 것도 시대에 대한 어떤 고민이 있기 때문일 텐데요. 미디어를 통한 감정 소통에 있어 더 나은 방향 으로 나아가려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작가와 교사는 각자의 입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한데요. 먼저 학교 현장에 계신 선생님들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황을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김보경 서이제 작가님이 미래에는 미디어 교육이 공공 영역의 교육과정에도 들어가지 않겠
열린 공론장 |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감정 23
문이었습니다.
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느냐고 하셨는데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미디어리터러시에 대한 중요성이 대두되면 서 고등학교 교육과정 기준으로 보자면 국어과에 현재 <언어와 매체>라는 과목이 있 고요. 「2025 개정 교육과정」이 곧 시행 예정인데 국어과를 넘어, 거의 모든 교과에 미디어 교육 내용이 포함되어 있어요. 이 부분이 좀 더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 같은 사서 교사들은 아이들이 미디어를 활용하고 인식하는 부분에 대해 4~5년 전부 터 집중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당시에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한 <창의적 체 험 활동>이라는 정규 수업에서 『청소년과 미디어』를 교과서로 채택해 미디어를 주 제로 다룬 적이 있어요. 특히 앎과 삶을 일치시키는 부분이 어려웠어요. 미디어의 영 향력에 대해 지식적, 인지적 관점에서는 많이 다루었지만 실제로 내 미디어 삶에 어 떤 식으로 적용해야 할지는 고민이었죠. 학교에서 미디어리터러시를 배웠어도 아이 가 미디어 생활을 잘 해나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았어요. 필터버 블 같은 사회 현상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사례를 나누고, 알고리즘 추천을 끄는 운동 도 해보았지만 교실 밖을 벗어난 아이들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는 의
사실 미디어리터러시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최근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을 살펴보 면, 특히 초등학교의 경우, 기기를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에 치중되어 있다는 인 상을 받습니다. 미디어리터러시는 기기 활용 능력보다는 미디어를 이용하는 정서적, 도덕적 태도를 기르는 것이 교육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디어리터러시는 결국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와 다양성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 토론 활동이나 협업 과제 등을 통해 서로 부딪히고 갈등을 조절하면서 성장해 갑니다. 교사들이 그런 장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 니다. 교육을 통해 미디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인격적 태도와 내면의 힘을 기를 수 있
윤제영 제가 이어서 더 말씀드리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 비대면 수업 기간이 꽤 길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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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요. 그런 시기가 계속 반복되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화면 너머로 보던 친구 들이나 선생님을 실제로 만났을 때 당황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이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고 대화를 하고 반응이 오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죠. 막 중학생이 된 친구들은 제대로 된 관계 맺기가 잘 안되었어요. 자기는 상대방한테 가 닿을 거라 고 생각하지 않고 한 말인데 상대방이 상처받아 싸우는 일이 자주 발생했어요. 관계 맺기에 대한 연습이 안 되어 있어, 한 번 싸우면 바로 절교하거나 사이버불링으로 이 어지는 등 현실의 사람을 대하는 방법, 혹은 능력이 상당히 취약해져 있었어요. 물론 아이들이 싸울 수도 있고 감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어요. 학교에서 그런 부분 을 경험하고 부딪히고 화해도 해보고, 아니면 다른 친구와 새롭게 관계를 맺는 방법 을 연습해 볼 수 있어야 하는데 요즘 학교 사정이 그렇지 못하죠. 화해시키는 것도 어 렵고, 부모와의 문제도 있고, 그래서 다른 친구들한테 마음을 잘 열지 않아요. 학교에 서 이러한 부분을 잘 보듬어줄 수 있어야 하는데 교육 현장이 이 역할을 잘 해내기 힘
든 상황이 되었어요. 미디어 생활에도 이런 현상이 그대로 연장되는 것 같아요. 미디 어 소통도 결국 사람 간 소통을 바탕으로 하죠.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우리가 어떻게 소통해야 할지, 미디어를 어떻게 사람 간 소통의 매개체로 잘 활용할지를 교육을 통 해 스스로 실습하고 계발해나가야 합니다. 서이제 저도 도덕과 윤리, 공감 능력을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필요합니다.
야 미디어 안에서도 그런 태도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요즘의 미디어 콘텐 츠는 타자를 상상하는 능력이 많이 결여되어 있는 모습을 봅니다. 화면으로만 보는 사람이기 때문에 입체적인 하나의 사람으로 여기지 않을뿐더러 타자의 자율성을 긍 정하지 않습니다. 소통을 한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조종하는 식이에요. 이를테면 먹방 을 하는 사람한테 “쩝쩝거리지 마세요.”라고 말하면 그 사람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 사람으로서 주체성을 인정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 거라고 믿으며 그런 댓글을 쓴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습니다. 영상도 비판적인 읽기 능력이 필요합니다. 영상에도 분명히 행간이 존재할 수 있 어요. 편집 기술이 영상에 몰입하게 만드는 식으로 발전해오다 보니 당연히 몰입하게 되고 편집점이 안 보이는 거죠. 특정 생각이나 관점을 주입시키기에 아주 용이한 기 술이에요. 아이들이 직접 영상을 찍고 완성하고 만족감을 얻는 데 그치지 말고 자기 가 쇼트를 구성하고 제작하는 방식에 따라 어떤 효과가 만들어지는지를 메타인지할 수 있도록 경험의 과정이 도입되어야 해요. 또한 콘텐츠나 영상 이미지를 볼 때도 변 형이나 왜곡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려면 직접 제작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죠. 책을 읽거나 인쇄 미디어를 직접 읽고 독해하는 능력과 함께 영상을 읽는 능력도
임현석 인간은 기본적으로 공감 능력이 내재되어 있지만 이를 제대로 발현하려면 훈련을 거 쳐야 합니다. 고도화된 지능이라는 표현이 딱 맞아요. 요새는 공감을 피곤하게 생각
열린 공론장 | 미디어리터러시 교육과 감정 25
안 되겠습니다. 문학은 그 수단 중 하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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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경향도 보이는데 교류에서 즐거움만을 취하려는 거죠. 온라인 공간은 이 러한 회피가 쉽게 이루어집니다. 온라인 미디어라는 공간은 자신을 표현하는 하나의 장이 될 수 있어요. 그 표현이라는 것도 결국 인간관계에서 오는 기쁨 의 연장선상에 있어요. 하지만 온라인 미디어를 통해서만 이러한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만은 아니고, 다른 경로로도 얼마든지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배우리 미디어를 통한 감정 소통을 위해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습니다. 그만큼 학교 현장에서 직접 학생들과 만나는 교사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앎 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은 참 어렵습니다. 미디어리터러시를 설명할 때 특히 정서적인 측면은 스스로 체득해야 가능하니 가장 어렵습니다. 문학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소설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하나의 미디어지요. 이야기 의 힘을 믿습니다. 이야기는 스스로 감화를 받아 앞으로의 삶을 태도를 결정 하기도 합니다. 변화의 시작이죠. 그런 면에서 문학 생산자이신 작가님들과 나 눈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대담이 매우 뜻깊었습니다.
이 쪽은 글자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북에서 보기
온라인 시장과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온라인 세계에서 글(리뷰, 댓글 등)은 이제 단순히 정
게 이들의 사업이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일상이 된 사회에서 리뷰는 권력이고 돈이 된다는 것을 간파 한 것이다. 이런 불의한 거래가 존재한다는 걸 알게 된 배달 아르바이트생 강단비와 장봉기가 연대하여 골목 보 공유를 넘어 그 이상의 사회적 의미와 힘을 지닌다. 상권을 지킨다는 게 드라마의 줄거리이다. 어떤 글은 피아(彼我)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한 사
이 드라마는 오진필이 운영하는 리뷰 조작단을 통해 람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거나, 특정 업체나 콘텐츠의 리뷰가 어떻게 ‘장사’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리뷰 조작 단은 자생적으로 생겨난 게 아니다. 모든 공급은 수요 흥망(興亡)에 관여한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는 그
영향권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 속에 온라인 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뷰 조작단을 ‘시장’이 형성되기도 한다.
필요로 하는 이들은 누구일까? ‘곤지암 소머리 국밥 웹드라마 <리뷰왕 장봉기>(2024년)는 이런 세태를 집(국밥집)’이 있는 건물주 최미주는 자신의 건물 가치 잘 보여준다. 무명 소설가이자 아파트 경비원인 장봉
를 높이기 위해 국밥집을 쫓아내려 한다. 그러나 자신 기는 우연히 음식 배달 앱에 리뷰를 쓴다. 이를 통해 의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리뷰 조작단에 의뢰한다.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고 인생의 전환을 맞는다. 장봉
리뷰 조작단의 별점 테러와 악평으로 국밥집은 손님 기는 자신의 리뷰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도 모자 이 끊기고 최미주는 이를 근거로 퇴거 합의서에 도장 라 음식점 영업에 절대적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한편 장봉기의 후배인 소설가 오진필은 <오진필의
을 찍으라고 압박한다. ‘장터 치킨’ 사장은 경쟁 업체 인 ‘여운 치치카카’를 망하게 하려고 리뷰 조작단에 의 뢰하고 청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리뷰 조작단에서 일 맛집 기행>에 식당 정보를 실어주는 조건으로 업주들 한다. 즉, 드라마는 무한경쟁에 휘둘려 자신의 이익을 에게서 1,000만 원씩 받는다. 여기에 500만 원을 추
극대화하거나, 혹은 생존을 위해 무엇이든 해야 하는 가하면 경쟁 업체를 망하게 해줄 수도 있다. 그렇게 돈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폭로한다. 을 받아 리뷰를 조작하는 ‘리뷰 조작단’을 운영하며 해
이런 상황에서 ‘대중’은 어떤 존재일까? 드라마에서 당 업체에 별점 테러와 악평을 집중적으로 게시하는 대중은 리뷰 조작단이 매긴 낮은 별평과 조작된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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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따라 식당을 찾는 발길을 뚝 끊기도 하고, 장봉기 가 비교적 쉽게 정의로운 일을 기획하고 확산시킬 수 의 리뷰를 보고 ‘오픈 런’을 해서 해당 업체를 살리기 있다. 직원들에게 ‘갑질’을 하거나 노동자를 위험에 방 도 하는 존재이다. 대중의 이런 양면성이 리뷰 시장을 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업체를 대상으로 불매운동 더 활성화시키는 필요조건이 된다. 시장의 순환 구조 을 조직해 확산시키기도 한다. 좋은 일을 한 업체를 상 와 대중의 양가적 존재 방식이 비대면 시대의 우리 일 대로 ‘돈쭐’을 내야 한다며 구매에 앞장서는 일도 할 상에 더 깊이 관여하는 것이다.
수 있다. 이 모든 일이 동시적이며 복합적으로 구현 비대면 시대의 커뮤니케이션 변화를 더 뾰족하게 살 된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이 같은 일을 더 편리하
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리 는 이제 거의 모든 것을 ‘만나지 않고’ 알게 되거나 추 체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리뷰왕 장봉기> 의 ‘베르사유 흑월남작(장봉기의 필명)’을 만나지 않고 도 그가 다닌 식당 리스트로 그의 취향을 알 수 있듯
펴보기 위해서는 나, 즉 ‘대중’이라 호명되는 동시대 사 고 속도감 있게 만든다.
비대면 커뮤티케이션의 문제
이 어떤 제품을 사용하기 전부터 그 제품의 사용감을 물론 편리하고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리뷰왕 예측할 수 있다. 또한 만나지 않고도 많은 것을 해결할 장봉기>는 리뷰라는 작은 ‘나비’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 있는 세상이기도 하다. 제품 구입과 환불도 만나지 자영업자의 생존을 위협하는 ‘태풍 효과’를 가져올 수 않고 이루어지고 당장 필요한 물건이나 유명 맛집 메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어떤 리뷰는 ‘선한 영향력’을 뉴를 오늘 밤에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받아볼 수 있다. 발휘하지만 어떤 리뷰는 한 업체를 망하게 할 수 있다. 누가 어떤 경로로 이 상품을 내 집 앞에 가져다 놓았는 ‘만나지 않고도’ 경험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역으 지는 알 수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러한 힘은 눈에 보 이런 편리함과 신속함은 비대면 시대의 장점이기 이지 않으므로 체감되지 않는다. 대면과 비대면 커뮤 도 하다. 우선 자율적으로 외출하는 게 어렵거나 대면 니케이션은 “얼굴을 보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가?” 커뮤니케이션이 취약한 이들에게 도움을 준다. 게다 의 여부에 따라 결정적 차이가 있다. 비대면 커뮤니케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풍경들 29
이션은 ‘대면’이 불가능하므로 감정의 에스컬레이팅이 방향 소통의 가능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일방향적이 가진 효력을 체감하기가 어렵다. 감정의 효과는 음식 라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면이 더 많다. 이들은 “확장 점 리뷰나 콘텐츠 감상과 같은 영역에 부정적인 영향 과 연대의 주체라기보다는 제한과 고립의 주체”에 가 을 미칠뿐더러 젠더, 정치, 스포츠 등 논쟁적인 주제를 깝다.02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대부분 익명으로 작성 다룰 때도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킨다.
되고 휘발되기에 다소 감정적이거나 폭력적인 글도 이런 현상은 비교적 동질 집단끼리 연결되는 비대 책임성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서 더 문제적이다. 면 커뮤니케이션에서 더 강화되기 쉽다. ‘부족주의 우리는 점점 만나지 않고도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 (tribalism)’는 현대 사회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특 는 시대 한가운데로 들어가고 있다. 만나지 않고 생활 징을 가장 잘 표현한 용어다. 부족주의는 “같은 부족이 의 편리를 취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을 나와 같은 인격 라는 의식을 높이고 자치 및 결합을 강화하려는 운동 체로 감각하는 대신, 화면 속 ‘비인격체’로 여긴다. 그 이나 감정”을 뜻한다. 같은 부족끼리 개별화된 사회에 점에서 편리함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감당할 수 없 서 점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나와 생각이 다 는 속도감은 (자신을 포함한) 인간의 얼굴을 볼 기회도, 른 이들과 부대끼며 감정을 소모하고 애써 소통하려 우리 스스로 성찰할 여유도 빼앗아버린다. 그래서 나 는 것을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생각이 다 의 감정 표현이, 혹은 리뷰가, 혹은 댓글이 누군가를 른 사람들과 어떤 주제에 관해 토론하기를 원하지 않 찌르고 죽이고 망하게 하는지를 제대로 판단할 시간 는다. 동질 집단 내에서 정보를 공유하며 확증편향시 과 역량도 모두 상실하고 만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어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이를 통해 정당화된다.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은 ‘소비자주의’ 그늘을 보여주 기도 한다. 모두가 억울하고 누구도 참지 않는 불평등 사회에서 “권력이 없는 자들이 발언권을 얻을 수 있 는 가장 확실하고 정당한 경로이자 정치적 존재 양식 01”이 리뷰나 댓글 등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이런 소비
킬 뿐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을 향한 적대와 혐오 떻게 보완할 수 있을까?
만나지 않고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자주의적 행태는 자신의 권리를 획득하는 데에는 유 또 하나의 작품을 소개하고 싶다. 웹드라마 <리뷰왕 용하지만 때로는 타인의 권리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 장봉기>에 앞서 2022년에 나온 동명의 독립영화에 한다. 별점 테러와 악평에 폐업하는 업체가 생기기도 등장하는 장봉기가 있다. 영화 속 장봉기는 드라마의 하고 악성 댓글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호소를 듣기 장봉기 같이 아파트 경비원이지만 이미 ‘리뷰왕’으로 도 한다. 이른바 ‘민원 폭탄’에 시달리다가 자살하는 공 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다. 이 영화에는 ‘갑두’라는 아 무원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소비자주의적 행태는 쌍 파트 입주민 대표가 등장한다. 사사건건 장봉기와 대
01 최태섭, 『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위즈덤하우스, 2018, 113쪽. 02 앞의 책, 1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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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2024년)
립하며 ‘갑질’을 일삼는 갑두는 아파트 인근에서 식당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감한다. 결정적 계기는 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이다. 갑두에게 ‘리뷰왕’의 리뷰 ‘만남’이었다. 복규현은 연보라와 우연히 마주친 현장 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파트 경비원으로서 장봉기는 에서 연보라가 겁에 질려 도망치는 모습을 보며 자신 갑두에게 시달리는 ‘을’이지만 ‘리뷰왕’ 장봉기는 갑두 의 잘못을 비로소 깨닫는다. 즉, 화면 속 비인격적 존 의 생사여탈권을 쥔 ‘갑’이 된다. 이 둘의 복합적 갈등 관계는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하는 순간, 각성이 일어난 것이다.
재가 나와 같은 인격을 지닌 인간이라는 사실을 감각
인식하고 올바르게 사용한 장봉기에 의해 극적 화해 우리는 어떻게 만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가? 비대 를 이룬다. 영화의 장봉기와 드라마의 장봉기는 둘 면 커뮤니케이션에 익숙하고, AI 기술이 일상에 실제 다 자신이 지닌 영향력을 인식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 질문은 우문 있다. 드라마에서 리뷰 조작단으로 활동하는 우식은 처럼 들린다. 그러나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이 인간을 리뷰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일에 회의감과 죄책감을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는 무수한 문제를 야기할수록 갖고 있는 인물로서 리뷰 조작단의 존재를 익명 커뮤 더욱 ‘만나지 않고도 만날 수 있는’ 감각을 어떻게 가 니티에 폭로하고 위험에 처한 배달 아르바이트생 강 질 것인지는 중요하고도 절박한 문제가 되었다. 단비를 구한다. 우식 역시 장봉기와 마찬가지로 온라 앞에서 <리뷰왕 장봉기>와 <손해 보기 싫어서> 속 인 커뮤니티의 영향력을 인식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 인물을 통해 살펴보았듯이, 아무리 짧은 글이어도 내 잡고자 노력한다.
가 무심코 남긴 리뷰나 댓글이 어느 누군가에게는 절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2024년)에서 ‘19금’ 웹 대적 힘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마음의 소설을 쓰는 작가 연보라에게 악플을 지속적으로 남 힘이 필요하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힘과 그것이 미치 기는 복규현의 경우도 그러하다. 연보라를 향한 그의 는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문제 악플은 작품에 관한 단순한 비판을 넘어 창작자의 인 를 해결할 수 있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내가 상대 격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연보라는 이 댓글로 인 하는 존재가 나와 같은 시대에 비슷한 경험과 감정을 해 가정폭력에 대한 트라우마가 되살아나 연재를 중 가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의식할 수 있어야 한다. ‘만나 단한다. 복규현은 심리적·신체적 피해를 입은 연보라 지 않고도’ 많은 게 해결되는 세상일수록 말이다. 에게 고소를 당한 뒤에야 자신이 쓴 악플이 상대에게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시대의 풍경들 31
현장과 만나다
32 MEdiary
감정의 이해에서 표현하기로
윤다옥 한성여자중학교 상담교사 × 박아름 심리상담공간 숨비 대표
사회적 연결의 이면, 그 깊은 감정 이해하기
현재 소셜 미디어는 청소년기의 발달과업인 자아정체성 확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 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 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 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다양한 정보와 활동을 접하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사회 적 관계에도 필수적으로 활용합니다. 어느 세대보다 더 넓고 깊은 세상과의 연결을 통 해 성장의 기회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부정적인 영향도 많이 받고 있습 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 조언을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이해 하고 소셜 미디어 사용에 대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Q1 • 사실이 아닌 루머를 소셜 미디어에 퍼뜨리는 반 친구들 때문에 화가 많이 나요. 하 지 말라고 말려도 계속 험담과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있어요. •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태그를 당해 공개적으로 욕먹고 조롱을 들었어요. 다른 학교 친구들까지 그 스토리를 확인했고요 학교에 와도 우리 반에 들어가기 싫어서 상담 실로 가요. 친구들을 보면 자꾸 그때 생각이 나고 애들이 다 나를 그렇게 쳐다보는 것 같아요.
A 청소년에게 미치는 또래의 영향력은 ‘상상적 청중(imaginary audience)’01이라는 개 념으로 잘 설명됩니다. 청소년기의 자기중심적 사고 중 하나로서 온 우주가 나만 바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인데요. 그만큼 타인의 인정과 평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 입니다. 특히 또래의 시선은 자신을 규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줍니다. 주변의 또래 친구들이 나에 관한 험담을 퍼뜨리고 조롱한다면 결코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소셜 미디어상에서 부정적인 이야기가 오르내리는 것을 확인했을 때 당사자가 느끼는 두려움과 수치심은 어마어마하지요. ‘이 세상에 나를, 내 일에 대 해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하고 말이죠. 이런 상황인데도 주변에서는 흔히 “다른 사람은 너한테 그렇게 관심 없어. 신경 쓰지 마.”, “아무도 너 안 보고 있어.”라고 충고 를 하지요. 물론 사실일 가능성이 높지만 당사자에게는 그리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문제해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면 정작 아이가 필요로 하는 지지자가 되어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금 아이가 느끼고 있을 불안에 집중해야 합니다. 아이에게 마음 붙일 곁을 내어주고 따뜻하게 다독여주는 게 우선입니다. 아이가 느끼는 배신감과 억울함, 두려움을 충분히 알아주고 들어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고통과 괴로움을 지켜보는 건 힘든 일입니다. 대신 해결해 주거나 얼른 해결 방법을 알려주고 싶어지죠. 그러나 서둘 러 해결하기보다는 아이가 외롭지 않게 곁에서 버텨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누구나 성 장 과정에서 겪어내야 하는 아픔과 고통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아이는 더 성장할 것입니다. 아이가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응급 상태에서 벗어나면 이 일을 계기로 인간의 심리적 특성이나 관계 역동, 옳고 그름,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내 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청소년기는 유독 또래의 시선에 영향을 받기 쉬워요. 그런데 사람들은 남의 일에 그렇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습니다. 자기보다 만만해 보이
01 청소년기 인지구조의 변화인 추상적 사고의 출현에 의해 생겨난 타인에 대한 지각 왜곡 현상이다. 이는 청소년이 실 제적이거나 가상적인 상황에서 자신에 대해 다른 사람이 어떤 반응을 할 것인지를 예측해보려는 경향을 말한다. 즉, 항상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으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믿는 경향이다. 청소년은 ‘상상적 청중’을 만들어내고 자 신에 대한 타인의 반응을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출처 : 위키백과)
현장과 만나다 | 감정의 이해에서 표현하기로 33
Q2
A
34 MEdiary
는 상대에게 스트레스를 푸는 경우도 있고요. 물론 바람직하지 않은, 못된 행동이지만 때로는 크게 반응하지 않고 무시하고 지나가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 들도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되면 많이 힘들어합니다. 그런데 드러나게 표현을 안 해 서 서로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소년기에는 어렵고 모호한 상태를 버티는 힘과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길러야 합 니다. 힘들고 불행해서, 또는 낯설고 무서워서 뭔가를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더 나은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결심과 용기가 필요합니다. 용기란 두렵고 불안 한 상황에서 결심하고 행동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왜 빨리 행동하지 않냐 고 재촉하지 말아야 합니다. 충분히 주저할 수 있고, 그만큼 힘들고 무서운 게 맞다는 사실을 알아주고 격려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이런 심리적 지지와 도움 외에도, 실질적 인 개입 중에는 현재 이 상황이 학교 폭력이 아닌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런 경우라면 학교의 개입을 요청하도록 합니다.
• 학교 아이들이 음주, 흡연, 자해 등 나의 일탈행동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거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공개했어요.
학교 아이들에게 친해지고 싶은 친구의 특성을 물어보면 활발하고 재미있는 친구를 많이 꼽습니다. 본인도 다른 아이들에게 활기차고 재미있는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하 지요. 소심하고 우울한 모습을 보이면 자기 때문에 같이 놀고 있는 분위기를 망친다고 생각해요. 결국 상대방을 지치게 한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더 신나서 미친 듯이 오버하는 행동을 합니다. 이 순간, 더 재미를 느끼고 힘든 마음을 잊 어버릴 수 있습니다. 이런 재미의 표현 말고도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확인하려면 타인의 관심과 반응이 필요합니다. 또래에게 받는 주목을 인 기와 관심의 척도로 생각합니다. 자신이 속해 있는 무리에게 인정받는 행동을 공유함 으로써 소속감을 얻습니다. 스트레스 해소나 우울, 불안 같은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는 한 가지 방법일 수도 있고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자신의 감정을 공유하고 공감 을 얻고자 합니다.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을 간절히 원하는 것이죠. 깊은 외로 움의 표현입니다. 위의 이유에 기반해, 자신의 내밀한 감정과 상황을 너무 쉽게 타인에게 쏟아내다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자기가 한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후의 결과를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즉각적이고 쾌락적인 자극 충족에 익숙한 아
이들입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핸드폰으로 자신의 일상을 온라인상에 게시하고 자 기 표현을 하는 활동이 아주 친숙하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위험하다고 무조건 못하게 하거나 혼내고 단속하는 것으로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기 어렵습니다. 평소에 아 이의 울림판, 거울이 되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장 가깝고 안전한 가족에게서 자신의 생각, 감정, 의견 등이 수용되고 확인받을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지요. 여기서부터 시 작해야 합니다. 정서적 허기를 면하면 여유가 생깁니다. 그제야 안전한 대상을 구분하 고 그 대상과 나눌 만한 내용과 정도를 선별할 수 있고 안정감을 얻습니다.
Q3
• 부모님은 제가 비슷한 취미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오픈채팅을 싫어해요. 오픈채팅을 못하게 하고, 거기서 친해진 지인과 대화를 더 나누거나 어울리는 것을 반대해요.
A “우리 애가 친구를 잘못 만나서….” 부모님들에게서 많이 듣는 말입니다. 부모는 사 춘기 자녀가 다소 거칠고 순응적이지 않은 태도와 행동을 보이거나, 정서적으로 불안 정한 상태에서 낯설고 위험해 보이는 것과 접촉할 때 불안감을 느낍니다. 인성 좋고 성 실한 친구를 만나 학교 생활과 공부에 집중하기를 바라지요. 노는 친구들이나 낯선 사 람과 어울려 나쁜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합니다. 청소년들은 자기의 가치를 또래나 타인에게 확인받고 싶어 합니다. 부모나 가족은 나에 대해 객관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자식이라서 좋게 보고 위로하려고 좋은 말을 해준다고 여깁니다. 그래서 제3자인 타인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얼 마나 괜찮은 사람인지를 확인하려고 합니다. 청소년기에는 그동안 속해 있던 가정과 주변 세계를 벗어나 관심사가 확장됩니다. 열정과 호기심을 쏟아붓는 영역이 따로 생 겨납니다. 이 안에서 자신의 정체감을 확인하고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합니다. 오픈채팅에서 알게 된 낯선 사람과의 접촉은 분명 위험성이 있습니다. 신원이 불분 명한 사람과 관계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환경 에서는 사이버불링이나 성 관련 사안, 사기 등 범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적인 이야기를 공유해 사생활에 침해를 입거나 악용될 소지도 있고요. 그리고 실제로 부적절한 콘텐츠나 언어 표현 등을 통해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세상과의 연결에 관심을 갖고 기웃거린다고 해서 부모님들 생각처럼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성장의 과정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자 하는 욕구로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외부에서 얻고 있는 ‘욕구의 내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현장과 만나다 | 감정의 이해에서 표현하기로 35
Q4
까요?
A
36 MEdiary
합니다. 부모가 성장하는 아이의 사생활을 일일이 다 알 수는 없겠지요. 자녀의 사생활 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부모가 있다면 착각입니다. 아이의 안전과 성 취를 위한다면 감시와 통제보다는 자녀가 부모를 믿을 만한 안전 기지로 여겨주기를 바라는 편이 더 좋은 해결책입니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어려움을 겪을 때 부모를 찾아 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평소에 자녀와의 돈독한 관계가 요구됩니다.
• 친구가 내 문장에 단답을 하면 기분이 좋지 않아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어떻게 하 면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할 수 있나요? • 단체 디엠방에서 아이들이 A와 B 둘 다 같은 말을 했는데도 A에게는 욕을 하고 B 에게는 공감을 해주었어요. B가 자기만 소외되는 감정을 느낄 것 같아, 오히려 제가 더 우울하고 속상했어요. 다시는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
• 대화방에서 친구들이 대화를 하면 다 반응을 해주는데 나한테만 반응을 안 해 줘요. 이럴 때 소외감을 느껴요. 제 감정이 잘못된 건가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면 좋죠? 제 표현에 문제가 있는 걸까요? 아니면 평상시 나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자기 들 마음을 그런 식으로 표현한 걸까요? • 카톡에서 다른 친구들이 하는 드립에는 웃어주는데 제가 하는 드립에는 웃지 않아 서 속상해요. 제가 잘못된 건가요? • 학교에서 저를 포함한 세 명이 단짝인데, 다른 친구 둘이 저 모르게 ‘프맞(프로필 맞 추기)’을 한 걸 알게 되었어요. 서운하기도 하고 배신감이 드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학교 상담실에 있다 보면 아이들이 소외와 편애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상처받는 모 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또래집단의 인정과 소속감이 중요합 니다. 그러다 보니 그 집단에서 배제되지 않으려고 애를 많이 씁니다. 혼자 있는 것 자 체가 ‘찐따’의 증거인 셈이기 때문입니다. 집단 밖에서는 견고해 보이지만 집단 안 구 성원들은 불안이 내재된 느슨한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습니다. 즐겁게 함께 놀면서도 눈치를 살피고 외로워합니다. 이런 아이들에게 또래집단에서 호응을 받지 못하고 무 시당하는 상황은 매우 괴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집단 안에서 필사적으로 단짝을 만들고 싶어 합니다. 믿을 수 있는 내 편인 사람이 필요합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인데, 왜 나 혼자만 불안과 외로움을 견 디고 있는 걸까요? 서로 같은 마음인 걸 모르는 걸까요? 약한 사람은 공격받기 쉽기
때문에 나의 여린 마음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언제든 소외당할 수 있기에 집단 과 최대한 동질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내 마음과 다를 때에도 전체 분위기에 휩쓸려 동조하게 됩니다. 같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튕겨 나갈 수 있다는 불안 때문에 집단의 주류 아이들이 하는 행동에 발을 맞추게 됩니다.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자신이 집단에서 소외를 경험하고 있다면 몇 가지 경우 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내 개성이 집단의 색깔과 달라서 그럴 수 있습니다. 공 통된 관심사가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소년기는 이질적인 부분에 그리 관 대하지 않습니다. 내집단의 응집성이 큰 만큼 외집단에 대한 공격성 또한 강하지요. 집 단에서 주류가 아닌 경우, 자신의 색깔을 온전히 지켜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상의 소통 특성으로 인해 더 자극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대면 상황에서는 자 연스럽게 묻혀서 지나갈 수 있는 반응도 온라인상에서는 도드라집니다. 문자메시지를 통한 소통에서도 오해가 쉽게 발생합니다. 종종 앞뒤 맥락을 놓치거나 미묘한 뉘앙스 차이를 놓치고는 합니다. 정서적·사회적 민감성이 또래에 비해 떨어지는 경우, 더 크 게 드러날 수밖에 없고 이런 경우, 상대가 눈치가 없다며 짜증과 답답함을 표출합니다. 거기에 더해, 평소에 쌓인 스트레스로 인해 분노와 좌절감이 증폭되어 공격적으로 굴 기도 합니다. ‘강약약강’이라는 말처럼 허술하고 만만한 사람에게 화풀이하는 경우이 지요. 이런 상황에서 위축되고 의기소침해 있는 아이에게, “그런 애들은 어디에나 있어. 그 애들이 나쁜 거야. 신경 쓰지 말고 무시해.”라고 우리는 흔히 말합니다. 지금 당장 고통 스러운 아이에게 이런 충고의 말이 들릴 리 만무합니다. “지금은 친구 없어도 돼. 나중 까지 이어지는 친구 아니야. 그냥 같이 놀지 말고 공부에 집중해.”라는 말도 위로가 되 지 않습니다. 아이의 절망감과 고통을 알아주는 게 우선입니다. 정서적 민감성이 떨어 져서 또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아이라면 먼저 일상적인 대인관계 상황에서의 역 동에 대해 인지적인 이해를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대처하면 한 결 견디기 수월합니다. 아이가 어느 부분까지 타협할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어느 정 도의 외로움은 본인이 감당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나 어른들은 아이가 일상을 유지 할 수 있도록 더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주는 게 필요합니다.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다 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한바탕 서러움과 외로움의 눈물을 쏟아낼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어야 합니다. 혼자 있을 수 있어야 다가오는 사람도 생깁니다. 자신 이 노력해야 할 점은 가까이 다가오는 친구가 있다면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방어적 태도로 반응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입니다.
현장과 만나다 | 감정의 이해에서 표현하기로 37
Q5
까요?
A
38 MEdiary
• 다른 사람들과 같이 게임을 하면서 소통하고 지내는데 저만 게임을 너무 못해서 소 외감을 느껴요. 저는 뭘 해도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아요. 이 방을 나가기는 싫은데 저만 소외시키는 기분이 들어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방을 나가야 할
게임을 함께하면서 얻는 소통의 즐거움과 친밀감, 소속감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얻을 수 있는 큰 보상이지요. 다만, 실력에서 차이가 날 때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승패가 있는 팀플레이 게임의 경우, 욕을 먹거나 쉽게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전에는 친한 관계 였다 하더라도 서로 스트레스를 주고받을 수 있지요. 그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거나 소외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남들이 무시할 수 없게끔 실력을 키워 나란히 어깨를 견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뜻대로 잘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 방을 나가기 싫은 이유가 중요합니다. 그에 따라서 자신이 무엇을 선택 할지 정리할 수 있겠지요. 실력을 쌓기에 가장 적절한 곳이라거나 다른 이점이 있을 수 있겠죠. 이 방이 기회와 연결되어 있다면 소외에 따른 상처와 굴욕도 견뎌야겠지요. 또 는 친밀한 관계나 함께 게임을 즐기는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라면 그들과 게임 을 함께하는 시간을 조절해야겠지요. 서로 친한 사이라면 다소 실력이 뒤지는 친구와 함께한다고 해서 매번 짜증을 내거 나 싫어하지는 않을 거예요. 함께하면서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는 일도 많지요. 함께 게 임을 하는 사람들이 그 정도의 배려와 여유가 있는지 자문해 보세요. 하지만 그런 사람 들이라 하더라도 매번 게임을 느슨하게 하고 싶지는 않겠지요. 즐겁게 게임을 하고 이 기기도 하면서 그 과정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싶을 거예요. 그러니 늘 게임을 함께하려 한다면 그 사람들도 곤란하겠지요. 그런 마음에서 내가 먼저 자유롭지 않다면 같이 게 임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요?
소셜 미디어가 ‘놀이터’가 될 수 있다면?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며 타인과의 연결감을 느끼기보다는 소외감과, 공허함, 피폐함 을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고민을 담은 상담 사례를 소개하고, 그 이유를 정
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컷(Donald Winnicott)02의 개념을 통해 진단한 후, 정서적으로 균형 잡힌 삶을 위해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찰합니다.
우리 집 꼬마는 31개월인데 항상 손에 플라스틱 카드를 들고 다녀요. 어린이집에 갈 때도, 놀이터에 갈 때도 두 손으로 소중하게 들고 갑니다. 신발을 신다가 “아차!” 하고 플라스틱 카드를 챙기러 가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이 휴대폰을 자기 분신처럼 들고 다 니는 우리의 모습과 겹칩니다. 정신분석학자 도널드 위니컷이 말한 ‘중간 대상(transitional object)’인 셈이지요. 중 간 대상이란 아이가 엄마와 분리될 때 의지하는 대상을 말해요. 엄지손가락이 될 수도 있고 부드러운 담요나 인형이 될 수도 있어요. 우리 집 꼬마에게는 이 가상의 전화기가 엄마, 아빠를 대신하는 물건이지요. 엄마, 아빠가 없을 때 카드를 귀에 대고 전화 통화 하는 시늉을 하면서 엄마, 아빠를 자기 곁으로 불러들입니다. 엄마가 갑자기 걸려온 전 화를 받거나 밥을 차리러 갈 때에도 카드를 귀에 대고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엄마가 다 시 돌아오기를 기다려요. 엄마가 타자라는 사실, 외적 실재로서 자신의 통제 밖에 있다 는 사실은 아이의 마음에 불안과 좌절, 분노를 불러일으킵니다. 이는 불가피한 일이 지요. 중간 대상은 아이의 이런 마음을 달래며 엄마와 잘 분리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 을 합니다. 머지않아 아이도 진짜 핸드폰을 갖게 될 거예요. 많은 현대인들이 그렇듯이,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는 잠깐 사이에도 세상과 떨어져 있는 걸 견디기 힘들어서 핸드폰을 켤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진짜 핸드폰도 중간 대상으로 기능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 리의 손에서 떨어질 줄 모르는 핸드폰도 중간 대상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즉, 핸드폰이 우리의 마음을 달래고 불안과 좌절을 견디도록 도와주며 결국 분리와 독 립, 성장이라는 힘겨운 과제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지를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제 아이의 가짜 핸드폰과 달리, 제 손안에 있는 진짜 핸드폰은 역설적이게도 ‘중간 영 역(transitional space)’, ‘중간 현상(transitional phenomena)’을 오히려 잠식하는 방식 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중간 영역’이란 자기 안과 밖 사이에 있는 공간 이에요. 내적 세계, 즉 우리 안의 환상과 충동, 감정은 규범과 제약, 타인이라는 외적 세 계와 긴장 관계를 이루고 있어요. ‘중간 영역’은 이러한 긴장 상태에서 풀려나 내적 환 상을 마음껏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을 뜻해요. ‘중간 현상’은 이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광범위한 활동을 일컫습니다. 놀이, 백일몽, 예술 창작 활동, 종교 활동, 심리치료 등이 이에 해당하지요. 놀이를 예로 들면, 놀이 안에서는 무엇이든 가능해요. 인형을 부드럽게 쓰다듬는 것
02 도널드 위니컷은 영국의 소아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로, 아동 발달과 부모-자녀 관계에서의 정서적 상호작용을 깊 이 탐구했다. 그는 ‘참 자기와 거짓 자기(true self and false self)’, ‘충분히 좋은 어머니(good enough mother)’와 ‘중간 대상(transitional object)’과 같은 개념을 통해 애착과 자아 형성에 대한 중요한 심리학적 통찰을 제공하여, 이 후 아동발달심리학과 정신분석학 전반에 걸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현장과 만나다 | 감정의 이해에서 표현하기로 39
사례 1
40 MEdiary
도, 열정적으로 안으며 애정을 표현하는 것도, 던지고 때리며 잔인한 공격을 퍼붓는 것 도 허용됩니다. 상징과 은유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합리성이나 논리, 규범으로 문제 를 제기하지 않아요. 그래서 놀이를 할 때는 어떠한 것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욕구 와 감정을 표현하며 ‘참 자기(true self)’를 탐색할 수 있어요. 도널드 위니컷은 중간 현 상이 이런 방식으로 내적 긴장을 해소하고 정서적 균형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고 말합니다. 건강한 삶을 위해 꼭 필요한 활동인 셈이지요. 반면에 혼자 있는 것을 견딜 수 없고, 그로 인해 핸드폰을 손에서 놓을 수 없는 강 박적 집착은 중간 영역이 빈곤할 때 빠지기 쉬운 중독 증상과 유사해요. 인터넷 서핑 도 얼핏 보기엔 중간 현상의 하나인 놀이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릅 니다. 놀이는 놀이 주제도, 놀이 도구도 놀이를 하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하는 매우 주 체적인 활동이에요. 놀이 안에서 아이는 상징적 표현을 통해 자신이 겪고 있는 내적 갈 등과 문제를 능동적으로 다루어냅니다. 반면에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쇼츠를 보며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인터넷 서핑에는 주체성도 능동성도 창의성도 존재하지 않아요. 결핍과 좌절, 불안 같은 감정 을 스스로 달랠 기회를 주지 않아요. 그러한 감정을 느낄 틈을 허락하지 않아요. 오히 려 순간적인 만족감을 제공하며 은폐하지요. 놀이를 한 후에는 치유되고 성장한 느낌 을 얻지만 인터넷 서핑 끝에 몰려오는 공허감은 바로 이런 차이에서 비롯해요. 많은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피로감과 피폐감을 느끼는 것은 중간 영역이 빈곤해 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소셜 미디어는 불필요한 정보를 쏟아내며 사람들 사이 를 과도하게 연결해요. 정보의 홍수와 과잉 연결 속에서 우리는 백일몽을 꾸거나, 글과 그림을 통해 마음을 정리하거나, 예술 작품을 조용히 향유하거나, 놀이를 즐길 마음의 여유를 빼앗겼어요. 그리고 ‘참 자기(true self)’보다 ‘거짓 자기(false self)’로 살아가는 것에 더 익숙해졌습니다. 나의 감정과 욕구,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나라는 사람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내가 어떻게 비칠지 의식하며 인정받기 위해 나를 꾸며내는 데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지요.
정호(가명)_ 소셜 미디어에서 친구에게 보낸 DM에 ‘읽음’ 표시가 보이지 않으면 불안 해요. 메시지 ‘읽음’을 확인하지 못하면 불편감과 함께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요. 일부러 내 메시지를 피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이 사연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이 ‘읽음’이 표시되는 속도, 답장의 속도를 자신에 대한 호감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요. 상대방의 반응이 늦어질수록 ‘혹시 내가 잘 못한 게 있나?’, ‘내 연락만 피하나?’ 하는 생각들로 초조해집니다. 소셜 미디어가 타인 과의 쌍방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채널로 작동하기를 멈추고, ‘내가 환영받고 있는 사람
사례 2
사례 3
사례 4
인지’를 비추는 자기애적 거울로 작동하는 순간이지요. 그러니 타인의 반응에 매달리 고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혜연(가명)_ 안 읽은 메시지가 ‘300+’여도 하나하나 끝까지 다 확인해요. 남들은 다 아 는데 나만 모르게 될까 봐 두려워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소외되기 싫어 서요.
쉴 틈 없는 연결은 ‘내가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지 않을까?’, ‘내가 끼지 못한 순간 에 따라잡을 수 없는 유대감이 쌓이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가져다줍니다. 남들 에게 소외되고 뒤처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은 나의 감정과 욕구보다는 타인의 기대(정확 히는 내가 지각하는 타인의 기대)나 유행에 맞추어 행동하게 하지요. 궁금하지도 않은 수 백 개 대화를 숙제하듯 읽으면서 ‘참 자기’는 소외됩니다.
수민(가명)_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게시글이나 사진은 일상생활이라기보다는 공들 여 꾸민 신부 화장처럼 특별한 순간인 경우가 많죠. 일상이 아닌 줄 알면 서도 자꾸 현실의 나와 비교하게 되는데 이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감을 어 떻게 하죠? 나의 가장 나쁜 상황과 소셜 미디어 속 남의 가장 좋은 상황을 비교하고 있는 나. 뭐가 문제일까요?
좋은 순간들로만 편집하여 자신을 보기 좋게 전시하는 삶은 ‘거짓 자기’의 정수에 해 당할 거예요. 나를 더 멋진 사람, 더 여유롭고 행복한 사람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을 자 세히 살펴보면 거기에는 내가 없고 청중, 즉 타인만 있어요. 타인의 호응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보니 타인의 요구만 남고 ‘참 자기’는 소외됩니다. 반면에 보는 사람들은 그 렇게 편집된 행복이 허구라는 걸 알면서도 동시에 진짜이기를 희망해요. 많은 사람들 이 멋진 곳에 가서 멋진 옷을 입고 멋진 사진을 찍으며 소셜 미디어의 삶을 따라하는 것은 그것이 자신을 더 화려하고 멋진 사람으로 업그레이드해주리라는 믿음 때문이 에요. 경주(race)하듯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전시하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상대적 박 탈감과 허무감을 외면하고 쫓아내고 싶어 하는 절박함이 있을 거예요.
연하(가명)_ 소셜 미디어는 친구인 듯 친구 아닌 친구들로 가득해요. 함께 기뻐하고 슬 퍼하고, 어려울 때 도와줄 수 있는 진정한 친구가 아니라 ‘친구’라는 타이 틀을 지닌 사람의 수를 늘려가는 공간인 것 같아요. 저만 이런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걸까요?
현장과 만나다 | 감정의 이해에서 표현하기로 41
사례 5
42 MEdiary
초연결된 사회에 살면서 오히려 예전보다 더 혼자인 것 같고, 어딘가 마음이 허전한 건 비단 연하 님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타인과 피상적인 연결을 유지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쓰는 현대인은 정작 깊은 연결감을 느끼지 못한 채 예전보다 더 큰 외로움을 느끼고 있어요. 특히 ‘거짓 자기’가 비대해지면서 ‘진짜 나’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공 허함이 크지요. 왠지 껍데기만 남은 느낌, 우리 관계가 껍데기에 불과한 느낌도 여기에 서 기인합니다. 소셜 미디어에 단점이 있다고 해서 소셜 미디어를 멀리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 아요. 소셜 미디어도 결국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고 싶은 인간 의 기본적인 욕구가 탄생시킨 발명품이지요. 다만,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소셜 미디어가 일상생활로 자리 잡은 오늘날에도 ‘중간 영역’은 필요하다고 믿어요. 우 리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내적 환상이 있고, 그것을 풀어놓을 공간이 없다면 정서적 균 형이 무너질 테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소셜 미디어를 중간 영역으로, 거대한 놀이터로 활용할 수 있을 까요? 도널드 위니컷은 놀이의 필수 조건으로 ‘안전한 환경’을 꼽았어요. 소셜 미디어 역시 안전한 느낌이 전제되어야 놀이터로 기능할 수 있겠지요. 안전한 환경에서는 놀 이 내용이 비판이나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아요. 내적 환상을 마음껏 풀어놓으며 자기 를 표현하는 것이 허용되어야 광활한 내면을 탐색하고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따라 서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표현해도 거부당하거나 비난받지 않을 것이라는 두터운 신 뢰 관계, 안전한 타인이 필요해요. 서로가 서로에게 안전한 타인이 되어줄 수 있을 때 소셜 미디어에서 매일같이 행해지는 전쟁이 끝나고 비로소 놀이가 가능해질 거예요.
시온(가명)_ 점심 시간에 인스타그램에 알림창이 떠서 확인했더니 직장 동료가 인스 타그램 하냐고 묻고는 대뜸 제 계정을 알려 달라는 거예요. 당황스러웠죠. 그때 다른 사람이 끼어들어서 어찌어찌 넘기기는 했지만요. 인스타그램 은 제 사적인 공간이고 회사 사람들 하고 공유하고 싶지는 않아요.
시온 님이 인스타그램이라는 사적 공간을 회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어요. ‘참 자기’로 머물 수 있는 중간 영역, 즉 ‘놀 이터’를 지키고 싶은 것이죠. 안전하다는 느낌 속에서 나의 내적 세계를 좀 더 편안하 게 풀어놓고 싶다는 욕구는 당연히 존중받아야 해요. 이를 위해 일정 정도의 폐쇄성이 필요하다면 그 역시 존중받아야겠지요. 만약 좀 더 확장된 커뮤니티를 만든다면 안전 한 환경을 위해 어떤 사람들을 놀이터에 들일지, 어떤 규칙들이 필요할지 구성원들끼 리 합의를 이루는 과정도 필요할 거예요. 안전한 놀이터가 마련된 다음에는 놀이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
해요. 짧은 글이나 그림으로 내 마음을 표현하는 놀이를 예로 든다면,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음이 정리되고 감정이 해소되는 경험을 누구나 해보셨을 거예요. 다만 이렇게 승화된 결과물을 나만의 일기장이나 스케치북에 간직할 때와 달리 소셜 미디어에 올 릴 때는 평가가 의식될 수 있어요. 소셜 미디어는 그 본질적 특성상 내가 어떻게 평가 될지, 조회수나 댓글이 낮지는 않은지 등을 의식하도록 끈질기게 유혹합니다. 그럴 때 놀이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 즉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인 나의 내면을 탐색하여 ‘참 자기’를 발견하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을 상기해야 해요. 나의 내적 환상을 공유하 는 누군가를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때 느껴지는 깊은 연결감도 ‘거짓 자기’가 아 닌 ‘참 자기’일 때 가능할 테니까요. 안전한 놀이터가 있다는 것, 그 안에서 진짜 내 마 음을 탐색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나의 내적 환상을 공유하는 안전한 타인과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 치유적 경험이 될 거예요.
현장과 만나다 | 감정의 이해에서 표현하기로 43
미국의 청소년 규제 법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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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소셜 미디어 이용 규제 동향의 의미와 한계
최근에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이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로 확 산되고 있다.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에 의해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면서 청소년의 정신 건강이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소셜 미디 어 서비스 이용 연령 기준을 대폭 높이고 일부 법안은 청소년의 소셜 미디 어 사용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특히, 포털이나 소셜 미디어 등 온라 인 플랫폼의 책임을 강화하려는 입법적 노력이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러한 규제는 개인의 선택을 제한하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이용을 규 제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청소년의 일상 생활을 지배할 정도로 절대적으로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언론 분야조차 유튜브 등 소셜 미디어 서비스가 뉴스 유통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세계는 지금
한정훈 다이렉트 미디어랩 대표
* 출처 : 《버라이어티(Variety)》 Pew Research Center. Teens, Social Media & Technology. December 2023
미국 청소년들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 이용 빈도
질문 : 다음 소셜 미디어 플랫폼이나 앱을 얼마나 자주 방문하거나 사용하나요? 거의 계속
하루에 여러 번
일주일에 몇 번
자주 하지 않음
틱톡 유튜브 스냅챗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미디어인 《버라이어티》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10 대 청소년 10명 중 4명 이상이 하루에도 수차례 틱톡을 사용한다. 미국 연방의회는 수십 년 만에 지난 2024년 7월 30일, 소셜 미디어가 어 린이와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규제할 가장 중요한 조치를 단행했다. 「아 동 온라인 안전법(KOSA)」과 「아동·청소년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COPPA 2.0: Childr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 S 1408)」이 상원을 통과한 것이다. 이들 패키지 법안은 미 상원에서 91 대 3이라는 압도적인 찬성으 로 통과되었다. 9월 18일에는 하원 에너지상업위원회에서도 법안이 처리되 었다. 현재 하원 전체 투표와 대통령 서명 절차만을 남기고 있는데 과거 어 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들이다. 이들 법안은 온라인 플랫폼의 청소년 보호 대상 연령 기준을 기존의 13세 에서 17세까지로 대폭 높인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틱톡, 유튜브, 스냅챗 등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사회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모든 정보가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된다는 의 미의 “소셜 비디오 시대”라는 용어도 쓰이고 있다. 「COPPA 2.0」01의 공식 명칭은 「아동·청소년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 (Children and Te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이다. 지난 1993년에 제정된 기존의 「COPPA」를 확장,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에 미국은 「통신품위유지법(DCA)」 제230조에 따라 콘텐츠 유해성에
하루에 한 번 전혀 사용하지 않음
01 Text - S. 1418 - 118th Congress (2023-2024): Children and Teens’ Online Privacy Protection Act | Congress.gov | Library of Congress.
세계는 지금 | 청소년 소셜 미디어 이용 규제 동향의 의미와 한계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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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온라인 플랫폼의 책임을 일정 수준 면제해 왔다. 하지만 「통신품위유지 법」은 온라인 플랫폼이 사회적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확대되는 데 일조했 지만 소셜 미디어 공간의 자정 능력을 빼앗아 간 것 또한 사실이다. 「COPPA」가 통과되면 온라인 서비스 제공업체(OSP)들은 아동 및 청소년 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더 엄격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온라인 서비스 이용자의 개인정보 수집 시, 부모 동의가 필수인 연령 기준이 기존의 13세에서 17세로 높아진다. 또한 아동 및 청소년 대상 맞춤형 광고(타깃 광 고)도 할 수 없다. 특히, ‘개인정보 삭제 버튼(Eraser Button)’이 도입되어 사 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하면 이용자 차원의 조치가 가능하다. 아울러 이용 대 상 사이트를 웹사이트와 온라인 서비스에서 웹/모바일 앱, IOT 기기까지 포 함했고, 개인정보의 종류도 생체 정보(지문, 음성, 홍채 스캔 등) 등으로 범위 를 넓혔다. 「KOSA(Kids Online Safety Act, S 1409)」02는 2022년에 처음 소개된 새 로운 법안이다. 주로 미성년자가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에 대한 심 의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KOSA」에 따르면 온라인 플랫폼은 사이버불링, 성적 착취, 약물이나 섭식 장애 조장 등의 유해 콘텐츠를 관리 해야 한다. 영상의 자동 재생 기능에 제한을 도입해 유해 콘텐츠가 자동으로 무한 재생되는 기능을 사용자가 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개인화된 알 고리즘 추천을 거부할 권리를 이용자에게 부여해야 한다. 미성년자의 위치 데이터를 공유하는 기능도 담겨 있어 부모에게 자녀의 플랫폼 사용에 대한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한다. 미국에서는 주정부 차원의 청소년 소셜 미디어 서비스 규제 논의도 활발 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 등 42개 주 법무부 장관은 2024 년 9월, “청소년 건강에 유해합니다.”는 내용의 경고문을 부착하는 것을 의 무화하는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의회에 보냈다. 일부 주에서는 어 린이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지난 2024년 9월, 14세 미만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 지하고 15~16세는 부모의 동의를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03 론 디샌 티스(Ron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는 이 법에 대해 “부모에게 자녀를 보 호할 수 있는 더 큰 능력을 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유타, 아칸소 등 다른 주들도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추세에 있다. 이들 법안은 청소년 보호
02 Text - S. 1409 - 118th Congress (2023-2024): Kids Online Safety Act | Congress.gov | Library of Congress. 03 JMIR Mental Health - Social Media Use in Adolescents: Bans, Benefits, and Emotion Regulation Behaviors.
유럽의 소셜 미디어 이용 연령 제한제 도입
와 부모의 권리 강화라는 목적으로 제정되었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등 위헌 논란이 함께 제기되어 있기도 하다.
미국뿐만 아니라 호주에서도 온라인상에서의 청소년 보호를 목적으로 소 셜 미디어 이용을 위한 최소 연령 제한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04 앤서니 알 바니즈(Anthony Albanese) 총리는 「소셜 미디어 이용 최저 연령법」을 도입 하기 위한 사전 절차에 돌입하고 있다고 밝히며, 연령을 명시하지는 않았지 만 14세에서 16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부모의 동의 없는 15세 미만의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하 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2023년 7월에 통과된 이 법에 따르면, 정부는 의무 를 준수하지 않은 소셜 플랫폼 기업에 대해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까지 벌 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15세 미만 이용자의 접근 을 제한하는 연령 확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탈리아의 경우, 최근에 16세 미만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계정 개설을 금 지하는 온라인 청원이 화제가 되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각계 저명인사들이 소셜 미디어 서비스 연령을 제한하는 온라인 청원에 동참하 고 있다. 이 청원은 교육 전문가 다니엘레 노바라와 아동 발달심리 전문의 알베르토 펠라이가 주도했다. 14세 미만은 휴대전화 보유 자체를 금지하고, 16세 미만은 소셜 미디어 계정 개설을 차단하자는 주장이다. 청원 내용이 다소 극단적이지만, 현지 언론들은 영화감독 파올라 코르텔레 시, 배우 알바 로르와처, 스테파노 아코르시와 함께 교육, 문화, 예술, 심리학 등 주요 인사가 서명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 청원은 이탈리아 사회에서 청 소년의 디지털 기기 사용과 온라인 활동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법제 화 가능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주세페 발디타라 교육부 장관은 안 사(ANS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청원의 내용에 공감한다”고 밝혔으며, “이 청원은 내가 강력하게 지지해 왔던 방향”이라고 말한 바 있다.
04 “Australia plans minimum age for social media use, angering digital rights advocates.” 출처 : https://www.nbcnews.com/news/world/australia-plans-minimum-age-social-media-use-rcna170357)
세계는 지금 | 청소년 소셜 미디어 이용 규제 동향의 의미와 한계 47
온라인 안전과 청소년의 정신 건강 보호
48 MEdiary
미국 등 해외 소셜 미디어 규제 법안은 국가별로 상황과 접근법이 다 르다. 그러나 공통된 목적은 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보호하고 아동 성착취물 (CSAM) 등으로부터 온라인 안전을 강화하려는 데 있다. 특히, 최근에 AI 서 비스의 등장 이후, 소셜 미디어의 추천 시스템이 더욱 교묘해지고 딥페이 크 등에 의한 온라인 성착취 문제가 발생하면서 이를 예방하는 목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법안이나 규제 도입에 따른 문제점도 있다. 연령 확인 시스템의 구 축이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따르는 데다가 비용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여기 에 일부 전문가들은 이러한 규제가 청소년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고 우려를 나타낸다. 특히, 섣부른 규제 정책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더 위험 한 온라인 환경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소셜 미디어의 긍정적 측면(사회적 연결, 소외감 감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규제는 필요하지만, 잘못된 규제는 소셜 미디어의 좋은 부분까지 없앨 수 있다는 소리다. 이러한 논란에 따라 단순히 법적 조치보다는 대안적 접근이 더 필요하다 는 의견이 있다. 청소년들이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감정 조절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너선 하이 트(Jonathan Haidt)의 주장처럼 학교에서의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부 모의 감독을 강화하자는 등의 제안도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통합교육 구(LAUSD)’는 2025년 1월부터 학교 수업 시간 중 휴대전화와 소셜 미디어 사용을 금지했다. 학습 환경 개선, 주의력 분산 감소, 사이버불링 예방, 학생 들의 정신 건강 보호 등이 그 이유이다. LA통합교육구는 미국 내에서도 규 모가 가장 큰 교육구들 중 하나다. 이 정책은 수업 시간뿐만 아니라 전체 학 교 일과 시간에 적용된다. 학교는 휴대전화를 보관하기 위해 잠금장치가 있 는 파우치나 사물함 등 옵션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셜 미디어 기업들 스스로 자정하려는 노력이다. 이 법안들은 모두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청소년 보호 기능을 강화하
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05 청소년 소셜 미디어 규제는 전 세계적인 추세이 지만 그 실효성과 잠재적 부작용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일고 있다. 결 론적으로, 청소년의 안전과 권리를 모두 고려한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규제만으로는 온라인 유해 정보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만들기 어렵다는 인 식이 함께 따라야 한다. 정부, 기업, 학교, 부모가 함께 협력하는 종합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를 통해 청소년의 자기 보호 능력을 키우고 부모 와 교사를 위한 가이드라인 및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규제를 통해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 도 고려되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오히려 청소년의 디지털 역량 발전을 저 해할 수 있다. 이러한 다각적 접근을 통해 청소년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청소 년의 권리와 발전 가능성을 보장하는 건강한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05 Lawmakers Want to Regulate Young Social Media Users. Will It Work? (2023. 4. 30.) 출처 : https://www.edweek.org/policy-politics/federal-and-state-lawmakers-want-to-regulate-young-social-media-users-will-it- work/2023/04
세계는 지금 | 청소년 소셜 미디어 이용 규제 동향의 의미와 한계 49
미디어리터러시+
01 Bandura, A. (1977). Social Learning Theory. Englewood Cliff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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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영상 미디어 시청과 감정 다루기 학습
정유진 이화여자대학교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교수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실시한 「2023년 어린이 미디어 이용 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 9세 이하의 아동은 하루 평균 185.9분(약 3시간)을 영상 미디어 시청에 보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비해서는 줄어든 수치이지만 여전히 세계보건기 구(WHO)의 권고 시간인 1일 1시간을 초과하는 양으로, 국내 아동의 영상 미디어 이용량은 매우 높은 편이다. 어린이의 영상 미디어 이용에 대해 대다수가 부정적 평가를 드러내는 반면, 영상 미디어에 등장하는 어떤 장면들은 어린이들에게 일 종의 학습 자료가 된다. 사회학습이론을 주창한 반두라(Bandura, 1971)01는 시청자는 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인물을 보면서 어떤 행동이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또 어떤 행동이 비난 받는지를 배우는 사회화 학습이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아동에 한 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동은 세상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사회 화 학습이 더욱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다. 아이들은 영상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상
영상 미디어의 감정과 정서 관련 논의
황에서 등장인물의 감정과 행동, 그리고 그것의 사회적 수용 여부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 어린이의 영상 미디어 시청은 다양한 영역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 대표적으로 언어 능력을 포함해, 새로운 지식이나 문제해결 방식 등을 습득하는 인지 차원의 발달이 있다. 그리고 미디어의 폭력성과 선정성, 공포감 등 전반적인 정서와 등장 인물의 감정 표현과 조절, 그리고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는 등 정서 차원의 발달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속한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하여, 사회 구성원으 로서 필요한 요소들, 가령 다인종 및 다문화, 친사회적·반사회적 행동, 성별 고정관 념, 상업성 등을 포함하는 사회화 차원의 발달이 있다. 정서 차원의 발달에 영상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은 다시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볼 수 있다. 영상 콘텐츠의 폭력적 혹은 선정적 장면, 공포물 등의 장르 화면에 나타 난 정서가 주는 영향, 그리고 등장인물이 자신의 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 면서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며, 상황에 맞게 감정을 조절 및 통제하는 등 캐 릭터의 능력에 관한 것으로 구분된다. .
과거의 미디어 연구는 주로 미디어의 폭력성과 선정성을 중심으로 연구되었다. 즉, 아동을 포함해, 시청자의 정서 발달에 영상 미디어가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 했다. 영상 미디어에 보이는 선정성의 경우, 아동·청소년의 정서 발달에 부정적 영 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렇기에 매우 엄격한 잣대를 갖 고 영상 미디어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규제를 적용하며, 이는 시청하기에 적합 한 연령대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다. 폭력성의 경우, 더 다양한 배경으로 연구되고 있다. 미디어에 묘사된 폭력적 장 면에 노출되면 물리적, 언어적, 심리적 폭력을 모방하게 된다는 사회학습 이론과 미디어 이용량이 많을수록 미디어가 재현하는 세계를 실제로 인식하게 된다는 문 화계발 이론02이 대표적이다. 문화계발 이론은 텔레비전 시청 시간이 많을수록 폭력적인 장면을 더 많이 보게 되어 이 세상을 실제보다 더 폭력적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말한다.
02 Gerbner, G., Gross, L., Morgan, M., & Signorielli, N. (1980). The ‘Mainstreaming’ of America: Violence Profile No. 11. Journal of Communication, 30(3), 10-29.
미디어리터러시+ | 어린이의 영상 미디어 시청과 감정 다루기 학습 51
영상 미디어에 등장하는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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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폭력적인 행동을 스스로 억제하는 자제력 상실을 의미하는 탈억 제(disinhibition), 폭력적인 장면에 노출된 시청자가 자신이 폭력의 희생자가 될지 도 모른다는 공포감, 지속적으로 폭력 장면을 반복해서 볼수록 그다지 폭력적이 지 않다고 느끼는 둔감화(desensitization) 등 미디어의 장면 노출에 따라 시청자 의 인식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 기법들을 활용 해 화면에 방송되는 정서와 폭력적·선정적 장면 등을 자동적으로 검출하는 연구 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동과 청소년의 건강한 정서 발달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의 등장이 기대된다. 사람의 감정은 다른 사람에게 전이된다. 가령 한 아기가 울면 주위에 있는 다른 아기들도 따라서 운다. 교사가 미소를 지으면 학생들이 함께 웃고, 부부간 표정이 나 행동이 닮아가는 현상 등이 모두 감정 전이다. 특히 한 공간에 있는 사람들 사 이에서는 어떤 사람의 감정이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또 복제되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결국 모두가 유사한 감정 상태가 되고 행동이 같아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감정의 전이는 미디어를 통해서도 일어난다. 기부 캠페인에서는 슬픈 표 정의 사진을 사용해야 더 많은 금액을 모을 수 있고, 정치인의 선거 포스터는 더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을수록 투표율이 올라가고 당선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리 하여 아동·청소년의 정서 발달에 미치는 요인을, 영상물 그 자체에 나타나는 정서 를 중심으로 구분하고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
아동의 정서 발달에 영상 미디어가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등 장인물이 정서를 다루는 방식이다. 아이들은 등장인물이 자신의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조절하는지, 또 타인의 감정에는 어떻게 대응하는지 등을 관찰한다. 그 리고 이것을 따라한다. 즉, 미디어의 등장인물은 아동 시청자에게 롤 모델로서 기 능하며, 아동은 등장인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함으로써 사회화 학습을 해나 간다. 인간의 감정 인식은 만 1세 이하의 영유아기에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알려져 있다. 기쁨, 분노, 슬픔, 두려움의 순서로 기본 정서가 발달하고, 이후에는 좀 더 세 분화된 감정을 느낀다. 그런데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은 ‘긍정 혹은 부정’의 이분적 으로 배우게 되기에 영상 미디어의 시청은 어린이의 감정 표현 방식에 크게 도움 이 될 수 있다.
감정 연구의 선구자 폴 에크만(Paul Ekman)은 인류의 보편적 기본 감정을 슬픔, 분노, 놀람, 두려움, 혐오, 즐거움, 중립의 7가지로 분류하고, 각각의 감정이 특정 얼굴 표정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따라서 신체 외부로 자신의 감정 을 표현할 때 얼굴 표정을 짓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이들이 자주 시청하는 영상 미디어에 등장인물이 보이는 감정 표현 방식은 일종의 본보기가 된다. 언어 적으로 혹은 표정이나 행동의 비언어적 요소를 동원해 다양하게 감정 표현을 하 는 인물의 모습을 보고 아이들은 이로부터 감정 표현과 감정 조절 능력을 학습하 고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방법 등 정서 발달에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영상 미디어에 나타난 정서 표현과 조절, 타인에 대한 감정적 대응 등이 묘사되는 방식을 자세히 살펴보고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부정적 유인가03를 가진 감정 다루기이다. 오늘날 영상 미디어에 재현되는 부정적 감정은 극심한 슬픔이나 폭발하는 분노 등 극단적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심의 영역을 벗어난 영상 콘텐츠의 유통이 증가하면
03 교육학 용어로, 어떤 사물이나 현상이 지닌 심리적 매력, 또는 심리적으로 끄는 힘의 정도를 나타내며 이것은 부정적일 수도, 긍정적일 수도 있다. (출처 : 네 이버 지식백과)
미디어리터러시+ | 어린이의 영상 미디어 시청과 감정 다루기 학습 53
영상 미디어 등장인물의 감정 읽기와 미디어리터러시
서 이러한 경향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부정적 감정은 표출하면 안 되는 것일까? 에크만이 제시한 7가지 사람 의 기본 감정들 중 긍정적인 감정은 즐거움 하나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부정적인 유인가를 띠고 있는 감정들이다. 분노나 슬픔, 두려움 등은 공통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지만 서로 종류가 달라서 각 감정을 반영하는 표현 방식이 존재한다. 부정 적인 감정이라고 해서 감정 표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고, 알맞게 표출하는 방법 을 학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동·청소년의 인성 교육을 위해 고안된 사회정서학습(SEL: Social and Emotional Learning)04은 학업과 일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나 발달 단계에 맞는 과 업 완수 등을 더 수월하게 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맨 첫 단계는 자신의 정서를 인식 및 관리하고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내면화하는 것이다. 자신의 정서를 인식하고 거기에 이름 붙이기, 자신이 느끼는 정서의 이유를 스스로 이해하기, 그 리고 타인의 정서에 대해서도 유사한 활동을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영상 미디어 를 시청할 때도 동일한 활동이 가능하다. 등장인물의 감정 상태를 유추하여 정확 히 인지하고, 그것이 어떤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관찰함으로써 그러한 표현 방 식의 학습을 기대할 수 있다.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 기기가 등장하고 그에 맞는 콘텐츠 형식 또한 다각화되면 서 미디어리터러시 개념의 확장과 함께 고려해야 할 요소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컴퓨터 리터러시, 인터넷 리터러시, 정보 리터러시, 디지털 미디어 리터 러시, AI 리터러시 등으로 세분화되어 하위 차원도 더해지고 있다. 초기의 미디어리터러시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보자. TV 등 미디어 기기에 대한 접 근과 함께, 미디어의 메시지에는 숨겨진 의미가 있으며, 제작진의 의도를 비판적 으로 해독해야 한다는 미디어 콘텐츠 읽기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미디어 콘 텐츠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그 메시지를 정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이다. 미디어리터러시 능력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항목이다. 최근에 아동·청소년 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은 영상 콘텐츠 내용을 이해하고 즐기고 감
04 아동·청소년의 사회적·정서적 능력을 키우는 지식, 태도, 기술을 기르는 교육과정으로, 자신의 감정 이해 및 관리, 타인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학습해 이를 기 반으로 책임 있는 의사결정과 긍정적인 관계 형성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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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할 수 있는 동시에, 사회문화적 맥락을 고려하여 특히 미디어와 정보를 비판적 으로 이해하는 능력 함양에 힘쓰고 있다.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이해 외에도 기술적 접근, 자기 표현과 창작, 그리 고 온라인 미디어 이용 시 이용자 간 규범 준수 등 다양한 차원으로 미디어리터러 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한 가운데, 아동의 감정과 정서 발달 측면에서 등 장인물 분석 역시 고려에 포함시켜야 할 부분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영상 미 디어의 등장인물은 아이들에게 롤 모델로 작용한다. 어떤 등장인물의 감정 표현 빈도와 강도와 함께, 그러한 표현 방식이 걸맞은지에 대한 내용적 측면도 고려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튜브나 틱톡 등의 1인 미디어 영상 콘텐츠는 주로 인물 중심 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어떤 상황이 발생했을 때 등장인물의 표정과 말, 행동 등 다양한 요소로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이를 읽어낼 수 있는 미디 어리터러시 능력의 강화가 요구된다. 영상 미디어에 나타나는 정서는 언어적 요소와 비언어적 요소로 구분할 수 있다. 미디어리터러시의 언어적 요소의 경우, 감탄사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혐오 표 현이나 비속어 등으로 비교적 어렵지 않게 인지할 수 있다. 그러나 얼굴 표정으로 대표되는 비언어적 요소의 경우에는 어떤 감정을 어느 정도의 강도로 표현하고 있는지를 읽어내려면 인지 훈련 등을 통해 향상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미디어를 이용할 때는 이모티콘, 이모지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대신 표현 하는 경향이 있고 숏폼 콘텐츠 등에서는 감정을 과장하여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 감정 표현의 강도를 조절하지 못하거나 강하게 감정 표현을 못하는 경우에는 이 를 해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하게 된다. 오늘날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미 디어 콘텐츠에 나타난 감정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미디어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1884년에 출간된 에드거 앨런 포(Edgar Allan Poe)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편지」 에서 주인공 뒤팽 탐정은 이렇게 말한다. “타인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즉 어떤 사람이 얼마나 현명한지, 얼마나 멍청한지, 혹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의 감정 상태를 알아맞히고 싶을 때 나는 할 수 있는 한 정확하게 그의 표정을 지어보고 어떤 감정이나 기분이 일어 나는지를 기다린다.”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으며 추리할 때 그의 감정을 직접 느껴보는 것이 그만큼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사람의 얼굴 표정은 눈썹의 각도와 입술 모양 등에 따라 달라진다. 표정의 요소 를 통해 감정을 판단하는 어느 정도 일정한 기준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훈련해 볼 수 있다. 또는 다양한 인물 표정 카드를 가지고 어떤 감정인지, 그리고 얼마큼 그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를 훈련해볼 수 있다. 이를 미디어리터러시 교
미디어리터러시+ | 어린이의 영상 미디어 시청과 감정 다루기 학습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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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에 적용하면, 아이들이 영상 미디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서 느끼 고 그의 행동을 따라하는 등의 행동을 통해 감정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배 울 수 있을 것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아이들이 올바른 미디어리터러시 를 기를 수 있도록 돕는 교육적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건강한 심신의 발달을 이루고,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 록 이끌어야 한다. 이러한 교육목표를 위해, 영상 미디어에 나타나는 감정적 특성 을 바탕으로 한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에 주력하는 것은 물론, 등장인물의 감정 표 현 및 조절, 타인의 감정에 대한 반응 등을 함께 고려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아이들에게 감정 표현과 감정 조절 능력을 학습할 기회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는 건강한 사회적 관계 형성의 기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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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Education Diary
VOL. 26 AUTUMN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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