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북으로 보기

미디어리 21호 합본

이북 원문에서 글자만 옮긴 전체 텍스트입니다. 표·그림·사진과 원래 모양은 이북에서 확인하세요.

1쪽

열린 공론장

우리가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능력’이란?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OTT 시대, 재현을 다시 생각하다 - 넷플릭스 <성+인물>로 본 미디어 리터러시

세계는 지금

생성형 AI 시대, 우리는 어떤 리터러시를 고민해야 하는가?

VOL.21 SUMMER 2023

이슈 리포트

미디어교육 다이어리

미디어 리터러시, 비판적 이해의 시작

Media Education Diary

2쪽

시청자미디어재단 미디어교육 전문지 MEdiary (미디어리)는 Media Education Diary의 줄임말로, 미디어교육 교·강사들에게 미디어교육 교수법을 공유하는 공유수첩과 같은 전문지, 교·강사들을 위한 다이어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또한 mediary는 ‘중개의, 매개의’의 의미로, 미디어교육 교·강사들을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을 하겠다는 매거진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3쪽

CONTENTS

이슈 리포트

열린 공론장

현장과 만나다

세계는 지금

미디어 리터러시, 비판적 이해의 시작

- 미디어 읽기의 의미

김양은 언론학 박사

우리가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능력’이란?

박한철 덕성여자고등학교 교사 · KATOM 운영위원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OTT 시대, 재현을 다시 생각하다

-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으로 본 미디어 리터러시

홍남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프리즘 분석 모형’에 기반한 미디어 비평 교육 ➊

- 미디어 재현을 중심으로 읽기

장소영 미디어교육 강사

게임으로 익히는 비판적 태도의 실천법 ➋

- 정보의 비판적 이해를 위한 <팩트수사대> 활용 교육

박한나 미디어교육 강사

생성형 AI 시대, 우리는 어떤 리터러시를 고민해야 하는가?

이광석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VOL.21 SUMMER 2023

4쪽

이슈 리포트

미디어 리터러시, 비판적 이해의 시작

- 미디어 읽기의 의미

김양은 ‥

언론학 박사

5쪽

*출처: 김양은, “디지털 시민과 미 디어 리터러시”, 「모두를 위한 디 지털 시민성」, 숙명여자대학교 아 시아여성연구원 학술대회 발표 자료, 2022. 11. 11.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단상

‘미디어 리터러시 (media literacy) 도 하다. 필자가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일반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텔레비전’ 자체에 쏠려 있었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TV 이용에 관한 논의나 미디어 감시 운동, 학부모 대상의 교육 등이 함께 진행되긴 했지 만 여전히 다루는 주제나 내용은 텔레비전이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미디어 패러다임 변동과 함께 미디어 리터 러시 교육의 관심은 ‘인터넷’으로 향했다. 현재 다양한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 에 대한 논의들은 이러한 ‘디지털’ 기반의 변화에서 시작되었다.

아래의 그림에서 보듯이,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한 한국 사회 담론에는 다 양한 기술이 결합되어 있다. 또한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가 사회에 등장할 때 마다 ‘새로운 미디어 (기술) + 리터러시’가 붙어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도 구로 제시된다. 인터넷이 등장하던 시기에는 ‘인터넷 리터러시’, 유튜브가 등 장하면 ‘유튜브 리터러시’, 빅데이터가 등장하면 ‘데이터 리터러시’, 최근에는 생성형 AI인 챗지피티 (CHATGPT) 있다.

’에 관한 논의는 다양하기도 하고 복잡하기

와 관련한 ‘인공지능 리터러시’도 제기되고

6쪽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는 끊임없이 등장한다. 이러한 변화 양상에 대해 미디 어 리터러시 교육과 관련된 학자, 강사, 학교 현장은 항상 당혹감을 가질 수밖 에 없다. 디지털 기술은 2000년대 초의 패러다임 전환을 확장해가고 있다. 이 로 인해 디지털 공간은 이제 현실 공간과 구분되거나 익명으로만 설명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디지털 자체가 사회를 살아가는 데 필수 역량이며 디지 털 공간은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현실이 되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또한 기술과 현실의 틈을 메꾸기 위해 급하게 달려온 감이 없지 않다. 디지털이 등장하자 마자 우리는 ‘제작’이라는 키워드를 향해 돌진했다. 제작이 곧 참여이고, 수용 자가 이용자로 성장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러한 기술 중심의 미디어 리터 러시 정책은 이슈 대응에 효과적일 수 있지만 디지털 기술에 의해 변화되는 한국 사회를 비판적으로 인식하거나 디지털 사회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으로 의 성장 같은 수준에는 가닿지 못했다. 실제로 교육 현장에서 미디어 리터러시와 관련한 강의를 진행할 때 가장 많 이 경험하는 이슈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비판적 리터러시는 다르다’, ‘미디어 제작 교육과 비판적 리터러시 교육은 다르다’, 그리고 ‘미디어 윤리 교육이 미 디어를 성찰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등이다. 급속한 기술 발전이 주위를 돌아볼 여유조차 주지 않지만 이제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미디어 리터러시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돌아볼 시기가 아닐 까? 필자는 생성형 AI와 같은 새로운 이슈들이 휘몰아칠수록 더더욱 우리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고, 그 근간은 비판적 읽기 에 있다고 생각한다.

비판적으로 세상을 읽는다는 것은?

디지털 기술의 등장 이전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전문 제작자’들이 만든 콘텐 츠에 담긴 메시지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집중되었다. 마치 책을 읽을 때 책의 저자와 대화를 나누며 읽듯이 사진은 사진작가의 생각을, 영상은 영상 제작자의 생각을 읽어내려고 했다. 필자는 미디어 리터러시 읽기 과정도 독 서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읽으면서 우리는 문장으로 표현된 다

7쪽

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만나고 작가가 세상을 향해 이야기하는 바를 읽어내려 고 한다. 영상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영상은 소설책 독자가 갖는 상상의 영역을 한층 더 구체적으로 묘사 한다. 영상 콘텐츠에 담긴 이야기는 이 과정에서 현실로 받아들여지는 효과 를 가져온다. 영상이 현실에 미치는 힘은 세다. 미디어 이용자들이 미디어 현 실을 실제 현실과 일치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는 영상이 말하는 세상을, 영상 제작자가 보여주는 세상을 비판적으로 읽어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때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세상을 읽기 위한 도구였다. 메시지에 담긴 다양한 시선을 읽어내고 스스로 성찰할 수 있는 비판적 시선 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제작’은 비판적 읽기 를 위한 과정이었다. 물론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있지 않았고 제작을 위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제작 역량이 전문 제작자를 기르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개인 이 채널을 가지고 수익을 낼 수 있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 특히 유튜브를 통한 새로운 미디어 패러다임의 등장은 미디어 이용자 누구나 영상 콘텐츠를 만들 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생성한다. 그래서 미디어 제작 역량이 미디어 분야 직업 교육으로서 논의되기도 한다. 수많은 크리에이터 교육이 새로운 직업으로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다루 고 있다. 이런 경향 속에서 비판적 이해는 사라지고, 미디어를 다루고 콘텐츠 를 생산하는 교육에만 집중하기도 한다.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전 국민이 유튜브 제작자가 될 수도 없을뿐더러,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멀티페

8쪽

르소나가 지배하는 디지털 세상에서 크리에이터는 또 다른 틈새시장일 뿐 이다.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는 늘 등장할 것이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와 사회적 영향력을 이해하고 분석하고 성찰하는 것을 기초로 삼아야 한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콘텐츠에도 우리 사는 세 상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성형 AI의 학습과정에 우리 만들어낸 정보와 콘텐 츠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세상을 구성하는 정보와 콘텐츠라는 점에서 보면, 이들에 대한 비판적 분석 은 기술을 읽고, 사람을 읽고, 세상을 이해하는 힘이 된다. 특히 디지털 기술 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정보를 집적해 큐레이 션을 통해 개인의 삶을 안내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인간이 스스로 원하는 삶 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이 인간의 삶을 설계해주기도 한다. 지금은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정보를 전달하는 게 가능한 시대이다. 시시 각각 초 단위로 정보가 증가한다. 하지만 어떤 정보, 어떤 콘텐츠를 선택할지 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개인의 가치나 신념이 쏟아져 나오고, 단순히 사 실인가 가짜인가로 정보를 분별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성찰적 행동 이 요구된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변화하는 정보, 기술, 미디어로부터 중심을 잃지 않고 삶의 주체가 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초심으로 돌아가,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강조하는 읽기를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9쪽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하나?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읽어야 하는가? 기술 활용과 새로운 기술 미디어 에 집중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미디어 리터러시 읽기의 기초 개념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읽기의 개념은 유튜브, 빅데이터, 생성형 AI에 이 르기까지 일관되게 적용된다. 미디어 읽기는 영상 언어, 디지털 언어의 문법뿐만 아니라 디지털 언어에 영 향을 미치는 정치, 산업 구조와 영향력을 이해하는 것을 포함한다. 외국의 미 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언급하는 내용을 살펴보자. 미디어 형식, 서사구조, 미디어 언어와 같은 미디어 콘텐츠를 분석하는 문법적 요소는 물론, 상업적/ 비상업적 미디어, 수용자, 사회적 영향력, 미디어 제작자를 다루고 있다. 최근 에는 디지털 기술의 경험과 참여, 디지털 행동의 결과 및 사회적 영향력에 대 한 논의들이 포함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공유, 상호작용성, 복제 등 다양한 기술적 속성들도 미디어 리터러시 영역으로 편입되고 있다. 특히 디지털 시 민성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에서 다루는 혐오 콘텐츠, 디지털 정보의 편견, 알 고리즘 등에 대한 논의들도 이에 해당한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미디어 재현’에 대한 고전적 질문들은 비판적 미디 어 읽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다음에 제시된 질문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 육에서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내용이다. 이 질 문에는 미디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적 요인, 특정 관점이나 대상에 대한 고 정관념과 사회적 영향력, 미디어 다양성, 사실과 진실, 사회에 대한 미디어의 재현, 그리고 이들을 구성하는 문법과 장치들에 대해서도 함께 질문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대상을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보이도록 편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거나, 또는 유튜브도 시간, 횟수, 광고 등의 노출 양식과 알고 리즘을 통한 노출 전략을 고려해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사실을 파악한다거나, 이런 구체적인 활동들이 질문들과 결합하는 것이다. 또한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사실 혹은 진실로 보이기 위한 장치로서 인터뷰, 현장 사진 (영상) , 통 계 등의 활용에 대한 논의들로 확장될 수 있다.

10쪽

미디어를 읽기 위한 질문 *출처: 김양은, 「디지털 시민과 미디어 리터러시, 한국 언론 직 면하기」, 자유언론실천재단 편, 360쪽 수정 인용, 2022

•미디어가 사실, 혹은 진실로 보이기 위해 어떤 문법과 장치들을 사용하는가? •이용자들은 미디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왜 사실, 혹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가? •미디어는 우리에게 특정 집단(소수자 등)에 대한 고정관념을 재현하지 않는가? •미디어가 구성한 고정관념이 미디어 이용자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미디어의 상업성은 미디어 콘텐츠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가? •미디어에서 특정 사람이나 사물이 긍정적으로, 혹은 부정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가? •미디어 메시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구성되지는 않았는가? •미디어 제도는 누가 만드는 것인가? •미디어가 묘사한 현실을 사람들은 실제 현실과 유사하게, 혹은 다르게 느끼는가? •미디어 세계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집단, 대상이 있는가? •미디어 세계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관점, 가치관 등이 있는가? •미디어가 특정한 사회집단을 대표하고 있지는 않은가? •미디어 메시지(혹은 언어)가 사회 내 차별, 갈등을 발생시키거나 부추기지는 않는가? •미디어에서 다양성이 존중되고 있는가?

디지털 기술과 관련해서도 미디어 재현에 관한 질문은 유용하다. 포털 사이 트, 앱 등에서 광고가 노출되는 방식이나, 광고가 어떤 소비 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지를 물어보는 질문으로 확장할 수 있다. 디지털 커뮤니티 공간에 서 나타나는 차별과 혐오 표현의 단어와 발화 방식을 살펴볼 수도 있으며, 이 들 커뮤니티에서 유희로 다루어지는 차별과 혐오 표현이 개인은 물론 사회에 차별과 혐오 현상을 확산시키지 않는지에 대한 논의로 넓혀가는 것도 가능 하다. 개인의 디지털 활동이 빅데이터로 집적되고, 이것이 알고리즘을 통해 사회 를 재구성 혹은 재현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영상 콘텐츠의 미디어 재현 에 대한 논의와 다르지 않다. 당시의 새로운 현상으로 등장했던 ‘영상’을 읽어 내기 위한 위 질문들은 오늘날 디지털 기술과 관련된 논의에도 여전히 유효 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흔히 미래 사회를 준비하고 대처하는 역량이라고들

11쪽

한다. 실제로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응력과 함께, 이에 대한 비판적 사고 또 한 이 시대의 화두인 ‘디지털 시민성’을 기르는 데 필요한 영역이다. 그러므로 교육 현장에서 우리의 고민은 지속되어야 한다. 인간이 주인 되는 관점을 만 들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비판적 이해를 다루고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다 보면, ‘미디어를 왜 그렇게 복잡하게 읽어야 하는가? 그게 왜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간단하지만 참으로 어 려운 질문이다. 분명한 것은, 미디어에는 많은 정보와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지금은 이전의 전문가들이 정보를 생산하던 시대보다 더 많은 다양하 고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이 있다. 이 정보들 속에서 오로지 개인이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자신과 사회를 이롭게 하는 정보, 그리고 다양한 가치와 신념들 을 분별해내야 한다. 내가 만들어내는 정보도 다시 사회를 구성한다. 정보를 단절하고 존재할 수 없다면 이 정보들에 반복 노출되는 것은 결국 우리의 삶을 설계할 때에도, 세 상을 이해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가능 성과 효율성 이면에는 개인에게 요구되는 비판적 사고와 성찰이 따라야 한다 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디지털 전환 시대, 인간이 주체가 되어 기술을 선택 하고 긍정적 사회 변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미디어 리터러시에 가장 기초가 되는 비판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12쪽

열린 공론장

우리가 생각하는 ‘비판적 사고능력’이란?

박한철 ‥

덕성여자고등학교 교사 · KATOM 운영위원

비판적 사고능력에 대한 키워드

?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함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역량 은 무엇일까요?” 수많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연구자들이 그동안 종종 묻고는 했던 질문이다. 응답 중 부동의 1위는 ‘비판적 사고능력’이었다. 문득 이 비판적 사고능력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가 궁금해 졌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현주소와 향후 방향성을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미 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연결고리가 있는 교·강사와 연구자들, 그 리고 공공기관의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업무 담당자, 미디어 리 터러시 교육을 받은 적 있는 학생들까지 총 50명에게 한 가지 공 통 질문을 던졌다. “여러분이 생각하고 있는 비판적 사고능력이란?” 설문조사에 응답한 50명의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주로 정보, 판단 (판별, 구별)

, 사실, 평가, 맥락, 거짓 (가짜, 허위) 어 순으로 등장했다.

! !

, 재현 등의 단

13쪽

이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비판적 사고능력에 대한 일반 사람들의 생각을 범주화 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비판적 사고능력은 정보 판별 (판단, 분별, 구별)

“새로운 정보에 대해 사실과 의견을 구분할 수 있고, 사실을 기반으로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있으며,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맥락을 유추하거나 따져볼 수 있는 능력.”(전문가 A)

“미디어에서 전달되는 정보(정서, 가치 판단 등)를 여러 가지 기준(사회적, 정서적, 개인적 등)으로 판단, 평가하여 수용할 정보와 비판할 정보를 구분, 판단할 수 있는 관점을 가지는 것.”(강사 B)

“어떤 정보나 주장, 대상 등에 대해 사실 여부나 가치, 적절성 등을 능동적으로 판단하는 능력.”(교사 C)

“옳은 정보와 그른 정보를 분류할 수 있는 능력.”(학생 D)

‘정보 판별’과 관련된 비판적 사고능력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정보를 접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는 능력 •정보에 대해 끈질기고 꼼꼼하게 관찰하고 조사하고 생각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능력 •정보를 현재 상황 또는 사건, 주제와 연결지어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 •이 정보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고 자신의 생각과 비교해볼 수 있는 능력 •정보를 누가 만들었는지 출처를 찾아보고 관련 추가 정보를 찾아 비교하면서 조심스럽게 따져보는 능력 •정보에 대해 증거나 근거에 기반하여 해석하고 분석하며 평가, 추론할 수 있는 능력 •정보의 활용 방안을 생각해보고 성찰하면서 대안을 생각해낼 수 있는 능력

능력이다.

14쪽

학생들이 말하는 비판적 사고능력: “팩트 여부를 의심하는 능력이다.”

학생들이 말하는 비판적 사고능력: “미디어는 맥락을 읽어내는 돋보기다.”

둘째, 비판적 사고능력은 미디어 정보와 콘텐츠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산업적

특성과 사회·문화적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다.

“미디어와 미디어를 둘러싼 환경이 어떻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미디어 활동이 이루어지는지를 이해하고 미디어의 내용이나 미디어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회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에 대응하는 능력.”(전문가 E)

“현재 생산, 소비되는 미디어에 대해 자신의 철학과 민주시민 및 사회적 소양으로 각종 정보를 거르고 숨겨진 맥락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교사 F)

“미디어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 맥락(사회, 정치, 경제, 문화)을 이해하고 성찰할 수 있는 능력.”(업무 담당자 G)

“내가 소통하고 참여하는 미디어 환경의 특성을 인지하고 그러한 특성이 나와 타인의 소통, 표현, 사회 참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고능력.”(전문가 H)

설문조사의 답변 내용을 정리하면, 미디어의 편향성과 상업성을 이해하고 이를

토대로 정보의 사실 여부와 의도, 편향성 등을 변별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디어

정보와 콘텐츠가 생산, 유통되는 맥락과 환경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해’가 필요

하며, 이를 ‘비판적 사고능력’이라고 부를 수 있다.

15쪽

챗지피티가 말하는 비판적 사고능력: 정보 판별능력은 물론, 구성된 현실, 즉 미디어에서 재현한 현실과 실제 현실의 차이를 이해하고 구분하는 능력을 언급하고 있으며, 시민성과 미디어 표현까지 비판적 사고능력으로 연결시키는 부분이 인상 깊다.

셋째, 비판적 사고란 미디어에서 재현한 현실과 실제 현실의 차이를 이해하고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다.

“미디어에 대한 자신의 감응과 반응을 성찰하기 위해 객관적, 반성적 시각을 유지할 수 있으며, 미디어가 재현하는 정보나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분석할 수 있는 능력.”(교사 I)

“미디어에 담긴 메시지에 생산자의 선택 과정을 통한 재현적 특징이 있다는 것을 알고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강사 J)

“미디어에 담긴 관점과 의도를 고려하여 수용, 생산하여 의사소통 상황에 적절하게 참여하는 능력.”(교사 K)

“미디어가 세상을 그리고 표현하는 방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능력.” (전문가 L)

설문조사의 답변 내용을 정리하면, 미디어가 사회를 표현하고 구성하는 방식 (관

, 그리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 경제, 사회적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고 비판 점) 적으로 분석하는 능력을 ‘비판적 사고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비판적 사고능력은 미디어의 구성된 현실을 제대로 읽고 자기 주도적 판단능력을 키워 시민성을 함양시키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는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와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자신의 생각을 미디어를 활용하여 표현하고 공유하는 것입니다.”

CHATGPT

16쪽

학생들이 말하는 비판적 사고능력: “미디어는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다.”

이 외에도 비판적 사고능력에 대한 다양한 진술이 있었다.

“미디어에 대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는 ‘생각근육’이다.” (교사 M)

“미디어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고 다양한 관점을 고려해 객관적으로 판단하며 창의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능력이다.”(학생 O)

“창의적인 표현을 위한 토대가 되는 첫걸음이다.”(교사 P)

“미디어의 본질에 대한 이해, 미디어(콘텐츠)에 대한 비판적 분석능력, 미디어 콘텐츠·메시지를 선별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및 행동과 같은 핵심 요소들이 포함된 총체적 역량이다.”(전문가 Q)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비판적 사고를 말할 때 팩트 체크, 정보의 사 실 여부를 확인하고 허위 정보를 판별해내는 능력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50명의 인터뷰 결과에서도 그러한 경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비 판적 사고’란 미디어 텍스트의 재현은 물론, 미디어 언어, 미디어 산업과 구조, 메 시지와 수용자,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읽어내는 일련의 과정 전부를 포함한다. 미디어 텍스트에서부터 전체 미디어 환경과 사회·문화적 맥락에 이르는, 나무와 숲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는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시각을 말한다. 이러한 능력 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미디어에 담아 표현하고, 더 나아가 사람들과 소통하 면서 미디어를 향유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미디어를 통해 참여하 고 행동한다면 디지털 민주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17쪽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OTT 시대 재현을 다시 생각하다

-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으로 본 미디어 리터러시

홍남희 ‥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18쪽

넷플릭스 <성+인물: 일본편> 광고 포스터

2023년 4월 25일에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성+인물: 일본편> 은 신동엽, 성시경이 진행하는 6부작 프로그램으로 “미지의 세계였던 성 (性) 과 성인문화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라고 소개되 어 있다. 이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 SBS <동물농장> 시청자 게시판은 오랜 기 간 MC로 활약해온 신동엽의 하차를 요구하는 거센 항의가 들끓었다. <성+인 물>이 일본 AV (Adult Video) 있어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논란 이후 제작진은 기자 간담회에서 일본 성문화에서 AV는 1조 원 규모의 산업으로 “이 정도 규모에 암 (暗) 이 없는 산업은 없다. 논쟁이 있을 수 있는 산 업이라 (암이) 강하게 부각되는데 나름 담아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미디어가 대중적 호기심을 끌기 위해 자주 ‘성’이라는 주제 를 동원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화제성을 담보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은 OTT 시대 미디어 리터러시와 재현의 윤리라는 관점에서 새롭지만 오래 지속 되어 온 이야기를 다시금 제기하게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새롭게 등장한 뉴미디어의 표현 양식을 새로운 ‘언어’로 보고 이를 잘 읽어내는 역량이 수용자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개념

산업 종사자들을 출연시켜 AV 산업을 미화하고

19쪽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사각의 프레임에 재현되는 이미지와 영상 재현의 관습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일부’이자 생산자의 관점이 담긴 ‘선택적’ 현실임을 비판적으로

이다. 영상 미디어의 등장은 인쇄 매체 중심의 매체 환경에서 큰 변화를 야기 했는데, 미디어 리터러시는 이러한 시각 매체의 재현 관습을 비판적으로 읽 어낼 필요성을 강조하는 논의로부터 출발했다. 사각의 프레임에 재현되는 이 미지와 영상 재현의 관습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실 의 ‘일부’이자 생산자의 관점이 담긴 ‘선택적’ 현실임을 비판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 논의의 핵심이다. 콘텐츠의 시각적 재현이 사회 구조와 권력 관 계를 어떻게 반영하는지, 재현의 방식이 어떠한 ‘주류적 해독’을 유도하고 있 는지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성+인물: 일본편>은 미디어 리 터러시의 가장 기본적인 관점인 재현에 대한 비판적 해독을 요구한다. 특히 AV 산업에 종사하는 배우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2, 3화 그리고 호스트바의 호 스트들과의 인터뷰를 담은 5화는 MC들과의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분위기로 인해 영상 속 출연자들을 일본 사회의 흥미로운 직업 정도로 인식하게 한다. 다양한 국가의 다른 성 ‘문화’라는 문화상대주의 관점에서 일본의 성산업을 다루는 이러한 시각은 찬찬히 따져볼 여지가 있다.

<성+인물>은 누구의 입장에서 재현되고 있는가? 프로그램에 따르면, AV는 연간 2만 6천 편에서 3만 편이 제작되며, 한 달에 100명가량의 여성들이 배 우가 되고자 오디션을 보는 상황이다. 반면에 남자 배우는 전체 산업에서 70 명 정도다. 이렇게 압도적인 성별 차이는 AV가 이성애자 남성의 성적 판타지 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사실을 잘 드러낸다. 인터뷰에서 AV는 성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성범죄율을 낮추는 (긍정적인) 자주 언급되는데, 서울YWCA는 이러한 발언이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남성

효과가 있다는 내용이

20쪽

의 성욕은 조절 불가능한 것이며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남성중심적 강간 통념 에 기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또 “파편화된, 대상화된, 착취당하는 여성의 몸을 보는 것이 권리인 사회, 그것을 아무 거리낌 없이 즐겁게 소비하는 사회,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회인가. 성착취물을 소비하는 것은 ‘쿨’하거나 개방 적이거나 진취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수진, 2023. 5. 14.) 인물>의 제작진은 일본에서 AV 제작, 유통, 소비가 ‘합법’이라는 사실을 강조 하며 다양한 성문화를 탐색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하지만, 일본 사회에서 AV 는 오히려 ‘불법화’되어가는 추세다. 연예인 지망생들이 AV 출연 계약서에 (모 서명하여 피해를 본 사례, AV 제작을 목적으로 한 인신매매 사건 등이 르고) 만연해왔으며, 아동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 성착취도 지속되어왔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에서는 「AV 출연자 피해 방지 구제 법안」이 마련되고 있으며, 「성 행위 수반 AV 금지법」 또한 검토되고 있다. 일본의 시민단체들은 AV 강제 출 연에 따른 피해자들을 지원하면서 AV 금지법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신민섭

2)

전동선, 2023. 5. 17.)

이 프로그램은 AV 산업을 포함해 호스트바 산업 등에 종사하는 여러 직업 군상을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묘사함으로써 일본이 다양한 성적 욕구와 감 정적 위안을 위한 ‘성 상품’을 매우 촘촘하게 제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터 뷰에 참여한 배우들이 밝히듯이 AV는 이성애적 성관계를 포함해 다양한 ‘성 적 판타지’를 제공한다. 또한 이러한 성적 판타지를 기호 상품처럼 판매/구매 할 수 있게 하면서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해왔다. ‘다양한’ 판타지와 시장의 확 장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의 성 산업은 점차 여성 소비자의 욕구도 충족시키는 여성향 남자 배우들을 등장시키며 성애 묘사보다는 정서적 관계에 치중한 여 성 지향적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3화) . 호스트라는 직업 또한 “돈을 내면 만날 수 있는” 만질 수 있는 아이돌로 규정되며, 이들의 업무는 괴롭거나 슬플 때 마음의 안식처가 될 수 있는 관계 형성으로 설명된다 (5화) . 쉽게 말해 이성애 적 설렘의 관계와 친밀성 서비스가 상품화되는 것이다.

1) 이수진, “여성단체, ‘쿨병’ 걸린 넷플릭스, ‘성+인물’ 삭제하고 사과하라”, 《여성신문》, 2023. 5. 14.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136 2) 신민섭, 전동선, “‘명’에 포커스 둔 ‘성+인물’이 감춘 일본 AV의 ‘암’ 정밀 해부”, 《일요신문》, 2023. 5. 17. https://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52257

1)

. <성+

21쪽

쉽게 말해 이성애적 설렘의 관계와 친밀성의 서비스가 상품화되는 것이다.

상품화에 종속된다는 문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산업 종사자들의 인권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성산업 종사자들의 인권이 상품화에 종속된다는 문 제다. 이미 AV 산업은 성폭력, 성착취, 인신매매 등과 관련하여 수많은 여성 과 아동 피해자들을 양산해왔다. 시장이 다양한 성적 취향을 위한 상품을 제 공하는 방식으로 확장되면서 다른 문제 사례들 또한 발생할 수 있다. 성산업 의 종사자들은 인간이기보다는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기 위한 ‘상품’이 된다. 심지어 남자 AV 배우들도 여성 배우를 돋보이게 해야 하는 (그래야 남성 시청자 굴욕적인 촬영 상황 때문에 업계에서 오래 버텨내기 들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가 어렵다. AV 배우들 간에 사적인 연락도 할 수 없다. 이들은 철저히 ‘비즈니

스’ 관계만을 강제당한다. 또한 5화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호스트바 산업은 모든 호스트들을 무한 경쟁의 시장 상품으로 재구성한다. 그들은 가 장 매출이 높은 사람을 ‘넘버원’으로 지칭한다. 다른 호스트는 동료나 친구가 아니라 ‘라이벌’이다. 비인간적 경쟁과 상품으로서의 자아만이 허용되는 이러 한 특징은 ‘문화’가 아니라 철저한 ‘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성산업에 진입하게 되었는가? 이들의 진입은 ‘자발적 인’ 것인가? 2화의 여자 배우들 중 한 명은 18세 때 AV 업계 사장에게서 AV 배우로 일하자는 끈질긴 구애를 1년여간 받다가 AV 산업에 종사하게 되었다 고 밝힌다. 첫 촬영 후 충격에 울어버렸지만 이후 실제의 자신과 AV 배우로서 의 자신을 완전히 분리함으로써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AV 촬영 현장은 찍기 싫은 장면은 싫다고 말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이라고 말 한다. 3화의 남성 배우나 제작사 대표는 가족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밝히지 못 하거나 가족의 극심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5화에서 한 호 스트는 호스트가 돈을 잘 벌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하여 고향에서 도쿄로 올라 왔으며 돈을 벌어 효도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는 힘들지만 이 직업을 이어갈

22쪽

수 있는 힘이 ‘돈, 여자, 술’이라고 밝히기도 한다. 이 에피소드에 의하면 호스 트는 진입장벽이 낮아 ‘어디에도 갈 수 없게 된 사람이 마지막에 오는 곳’이자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사람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갖게 하는 직 업이다. 만약 ‘자발성’과 ‘동의’를 맥락 없이 받아들인다면 개인이 처한 제한된 선택지의 상황과 여러 가지 구조적 여건을 간과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성+인물>이 재현하고 있는 일본의 성문화는 ‘다양한’ 문화의 차 원에서 이해해야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가 극도로 심화되어 인간의 모든 것을 상품화했을 때 나타나는 사회의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미 ‘편의 점만큼이나 큰 규모’의 산업으로서 압도적인 규모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AV 산업을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고 있다. 막대한 돈이 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AV 종사자들은 유튜브 등 을 포함해 여러 콘텐츠와 플랫폼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으며, 이 과 정에서 AV 산업의 병폐와 문제들보다는 인플루언서로서의 인기와 호기심만 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는 제작진이 이러한 일본 성산업과 인권 문제들을 구 조적으로 파헤치기보다 호기심 어린 남성 중심의 매우 피상적인 시각을 제시 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오히려 <성+인물>은 넷플릭스 시대 재현의 윤리라는 생산자 관점의 윤리 문제를 다시금 제기한다. <성+인물>을 둘러싼 비평, 신동엽의 하차를 주장하 는 의견 등은 달라진 성 인지 감수성과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새로

23쪽

OTT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콘텐츠의 재현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것을 넘어 콘텐츠 생산의 맥락과 구조, 기술환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필요로 한다.

운 세대의 등장을 알리는 계기기도 했다. 오히려 수용자의 ‘비판적’ 미디어 리 터러시보다 생산자의 ‘윤리적’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시기 같기도 하다. <오징어 게임> 이후 넷플릭스를 통한 K-콘텐츠 인기가 지속되면서 지역 제 작자나 지상파 PD들이 넷플릭스행을 선택하는 가운데 콘텐츠 제작의 재현 윤리가 점점 퇴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콘텐츠가 공개된 후의 제작진 발언을 보면 성산업 문제를 대중의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보다 훨씬 안이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창작자 입장에서 넷플릭스는 표현 수위나 내용의 한계에 있어 국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으로 인식된다. 이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국내 콘텐츠에서 성과 폭력의 한계 없는 재현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재현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남성 중심의 성 묘사와 표현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2016년 개정된 방송심의규정의 양성평등 조항은 방송이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가정폭력 등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방송하거나, 이를 지나 치게 자세하게 묘사 혹은 선정적으로 재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그러 나 넷플릭스는 방송이 아니기 때문에 이 조항에 적용받지 않는다. 그렇다 하 더라도, 넷플릭스는 미디어 콘텐츠를 주요 상품으로 하는 미디어 기업이 아 닌가. 서울YWCA는 넷플릭스가 성차별 콘텐츠 자체 심의단을 꾸리고, 성평 등한 OTT 서비스를 위한 향후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OTT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콘텐츠의 재현을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것을 넘 어 콘텐츠 생산의 맥락과 구조, 기술환경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필요로 한다.

3) 이수진, “여성단체, ‘쿨병’ 걸린 넷플릭스, ‘성+인물’ 삭제하고 사과하라”, 《여성신문》, 2023. 5. 14.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36136

3)

24쪽

현장과 만나다 ①

‘프리즘 분석 모형’에 기반한 미디어 비평 교육

- 미디어 재현을 중심으로 읽기

장소영 ‥

25쪽

“요즘 즐겨 보는 콘텐츠가 뭐예요?” 미디어 비평 관련 교육을 진행할 때 종종 ‘풍요 속 빈곤’이란 말이 떠오른다. 무 언가를 계속 보고 있지만 아무것도 보지 못한 듯한 신비 체험! 아이들은 선뜻 떠 오르는 게 없다고 대답한다. 하지만 이슈가 되는 영상이나 영화, 드라마 이야기 를 하면 신기하게도 다 알아듣는다. 심지어 청소년 관람 불가인 영화 <오징어 게 임>도, 그들이 태어나기 훨씬 전에 방영되었던 MBC 드라마 <전원 일기>까지 훤히 꿰고 있다. 기억나는 것도 없지만 또한 모르는 것도 없는 아이들. 그러나 자 세히 물어보면 대부분 제목만 들어봤다거나 짧게 편집된 영상을 통해 부분적인 내용만 본 게 전부다. 한때 ‘사딸라’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2003년에 방영된 SBS 드라마 <야인 시대>에서 김두한 역을 맡은 배우 김영철 씨의 대사이다. 한국전쟁 당시, 군수물 자 운반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 과정에서 미 육군에게 일당을 4달러로 올려 달라 고 요구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은 온라인 플랫폼에 다양한 형태로 편집되어 퍼 져나갔다. 십수 년 전 드라마 덕분에 해당 배우는 이를 패러디한 햄버거 광고까 지 찍는 등 인기를 누렸다. 무슨 드라마였는지, 어떤 장면에서 나온 말인지, 왜 다 시 주목받게 되었는지 따위는 전혀 관심 없었다. 수많은 콘텐츠 중 하나였을 뿐, 그저 재미와 흥밋거리로 소비되고 또 다른 흥밋거리의 등장으로 잊혀갔다.

미디어는 ‘컨테이너 (container)

’, ‘콘텐츠 (content) 소로 이루어져 있다. ‘컨테이너’는 내용물을 담고 있는 물리적 도구나 장치에 해 당하고, 그 컨테이너에 담긴 내용물을 ‘콘텐츠’라고 하며, ‘콘텍스트’는 컨테이너 환경과 콘텐츠에 담긴 내용의 맥락과 생산 배경 등을 의미한다. 디지털 미디어는 미디어의 물리적 형태, 즉 컨테이너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컨테이너의 환경 변화에 따라 생산되는 콘텐츠의 양상, 즉, 미디어 재현의 형태 와 방식도 크게 바뀌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미디어를 제작하고 배포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콘텐츠의 생산은 수많은 유형으로 조각나고 분절된다. 생산된 콘 텐츠는 서로 결합·연결되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컨테이너와 콘텐츠의 다양화 덕분에 볼거리, 즐길 거리는 더 풍부해졌다. 물론 그 수많은 콘텐츠가 다 가치 있는 정보는 아닐 것이다. 고품질 콘텐츠와 저 품질 콘텐츠를 분별할 수 있으려면 비판적 시각이 우선되어야 한다. 소비자 역할 뿐 아니라 생산자 역할까지 더해진 요즘, 미디어 비평은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고 즐기기 위한 선순환적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교육이다.

’, ‘콘텍스트 (context)

’의 3개 요

26쪽

미디어 비판적 읽기 교육에 유용한 ‘프리즘 분석 모형’

요즘 세대는 많은 것을 보지만 또한 많은 것을 빠르게 지나쳐버린다. 미디어교 육 강사로서 아이들이 콘텐츠를 제대로 ‘씹고 뜯고 맛볼’ 수 있는 방법적인 부분 의 해결이 필요했다. 이러한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 ‘프리즘 (PRISM) 형’이다. ‘프리즘’은 광선의 굴절과 분산을 위해 유리나 수정 등으로 이루어진 다 면체 광학 부품이다. 미디어 콘텐츠를 다면적 관점으로 바라보자는 의미를 담은 말이다.

‘프리즘 분석 모형’은 2022년 「미디어교육 우수 사례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 한 수업지도안의 핵심 축이기도 하다. 이를 기반으로 한 비평 수업 사례를 통해 비판적 미디어 읽기 교육의 방향성을 함께 나누어보고자 한다. 미디어 이용자가 미디어 속 재현을 올바르게 읽어내려면 어떤 비판적 분석 방 법을 기준으로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엘리자베스 토만 (Elizabeth Thoman) 가지 미디어 리터러시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한 질문을 제시했다. 그녀는 생산자 와 소비자 측면에서 재현된 콘텐츠를 볼 때 필요한 다섯 가지 개념으로 제작자, 제작 포맷, 수용자, 콘텐츠 내용, 제작 의도를 제시했다. ‘프리즘 분석 모형’은 엘 리자베스 토만의 질문을 더 세분화했다. 재현된 콘텐츠를 좀 더 다면적이고 분석 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목적 (Purpose) (Resource)

, 자원

야기 (Story) , 방식 (Method)

의 다섯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설계했다. 우선 콘텐츠의 제작 · 기획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질문을 구성해보았다. 이를 통 해 어떤 이야깃거리로 구성되었으며 누구를 핵심 대상으로 했는지, 이 콘텐츠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 수 있다. 15개 세부 질문을 통해 콘텐츠의 서사 구성, 저작물의 의미와 차별성 등을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다. 질문에 따라 생각을 이어가다 보면 대상 콘텐츠에서 무엇을 주목해야 하는 지를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된다.

분석 모

은 다섯

, 영향력 (Influence)

, 이

27쪽

프리즘 분석 모형

‘프리즘 분석 모형’의 실제 수업 적용기

2022년 7월, 온·오프라인을 통해 이상한 기류가 감지되었다. 바로 ENA라는 낯 선 방송 채널에서 제작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대한 높은 관심이었다. 다 들 만나면 ‘거꾸로 읽어도 똑바로 읽어도 우영우’ 이야기뿐이었다. 그동안 장애인 이 등장하거나 장애를 주제로 하는 콘텐츠는 많았지만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은 작 품은 없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주인공 배우와 자폐스펙트럼, 작가와 그의 전작 들, 고래, 배경음악, 실화 사건 등에 대한 기사와 칼럼이 쏟아졌다. SNS에는 관련 영상이 재가공되어 공유되었다. 덕분에 쇼츠 (짧게 편집된 영상) 챌린지, 패러디 영상 등 ‘1+N’이 된 콘텐츠를 즐기는 재미가 쏠쏠했다.

, 우영우 식 인사법

28쪽

1+N : 미디어 콘텐츠를 두 배로 즐기는 법

‘프리즘 분석 모형’ 기반 질문 항목

경기도에 있는 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 드라마 콘텐츠를 분석해보는 수 업을 진행해보았다. 특정 드라마를 활용하는 수업은 보통 청소년 학습자가 풀 버 전의 콘텐츠를 보았다는 것을 전제로 하지만 실제 사정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그러므로 언론 매체에서 이 드라마에 대해 반복 언급하는 키워드를 살펴 보고 편집된 영상을 함께 시청하는 것이 좋다. 수업에서 다룰 드라마를 학생들 이 많이 시청한 상태라면 ‘떠오르는 키워드’를 먼저 적어본다. 그런 다음에 ‘빅카 인즈’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빅데이터 서비스) 본다. 도출된 주요 키워드를 상위 개념으로 분류한 뒤, 어떤 주제를 먼저 이야기

의 ‘연관어 분석 결과’를 함께 비교해

29쪽

할 것인지 등 학습자가 수업 흐름을 주도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미디어 비평 수 업은 이론 설명보다는 학습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질 때 다각적으로 콘텐 츠를 볼 수 있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이다. 학습자가 스스로 유목 화한 키워드로 수업 흐름이 잡히면 ‘프리즘 분석 모형’을 제시한다. 주요 키워드 를 어떤 질문으로 구체화할지를 생각한 뒤, 세부 문항에 따라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사람마다 드라마를 보는 포인트가 조금씩 다를 것이다. 언론 매체나 주변인의 추천, 혹은 서사 구조나 스토리 진행 방식, 등장인물의 성격, 배우나 구성작가, 멜 로, 추리, 판타지, 누아르 등 장르에 대한 선호, 시대 배경에 대한 관심 등 드라마 를 선택하는 이유는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재현된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는 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받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 사 우영우>를 보고 난 다음, 장애인을 사회의 다양한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 고 드라마 속 사건과 소송을 통해 다양한 사회 문제에 관심이 생겨날 수도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사회의 다양한 담론을 현실로 재현해 보여주는 대표적인 콘텐 츠이다. 제작자는 드라마를 통해 현실을 사는 사람들의 욕망과 좌절을 그린다. 그 러므로 제작자의 기획 의도에 따라 소재가 적절했는지, 스토리 전개가 개연성 있 는지, 다른 작품과의 차별성 등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작업이다. 가령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구성작가 문지원의 전작 <증인>에도 자폐스펙트럼 주인공이 등장한다. <증인>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캐릭터들의 대사를 비교하면 작가의 세계관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파악한다면 드라마를 좀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프리즘 분석 모형’의 마지막 다섯 번째 개념인 ‘방식 (Method) 파악해보는 것도 드라마나 영화를 비판적으로 읽는 좋은 방법이다. 전달 방식은 내용 전달과 표현 전달로 나눌 수 있다. 비슷한 주제의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제 를 드러내기 위해 어떻게 내용을 전달하는지, 감정과 느낌, 상황 등에 의미를 부 여하기 위해 어떤 장치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해볼 수 있다. 앵글이나 숏, 음 향 등 드라마 속에 숨겨진 여러 시청각 장치의 의미를 찾아보는 것은 작품을 비 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즉 전달 방식을

30쪽

프리즘 분석 활동 자료

1-N : 미디어 속 재현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전개되는 영화나 드라마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나 일탈 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콘텐츠이다. 재현된 상황과 사건, 캐릭터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에서 간혹, 특정 인물이나 집단이 차별과 비하의 대상으로 왜곡된 채 재현되 는 경우도 있다.

31쪽

2022년 넷플릭스에 방영된 영화 <수리남>은 남미 수리남을 마약과 부패 정치 의 온상처럼 그려 해당 국가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어 tvN 드라 마 <작은 아씨들>에서는 베트남의 역사를 왜곡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SBS 드라 마 <라켓 소년단>에서는 국제 배드민턴 경기 장면에서 인도네시아가 승리를 위 해 온갖 비리와 꼼수를 쓰는 것처럼 묘사해 국가 비하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영화나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반드시 그대로 반영했다고 볼 수 도 없다. 재현 과정에서 어떤 부분은 소외되거나 배제되기도 하며, 갈등 상황을 설명·묘사하는 과정에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할 수도 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 사 우영우> 역시 마찬가지 논란이 일었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지우기 위한 의 도가 또 다른 편견을 낳거나, 장애를 희화화한 패러디물이 생겨나 장애 당사자와 가족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미디어의 재현 과정에서, 특히 성 역할, 장애인, 성소수자, 다문화 가정에 대한 소외와 배제, 차별, 혐오 발언이 자주 언급된다. 미디어 재현과 차별 문제가 무엇 이고, 이러한 콘텐츠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선 학생들이 즐겨 보는 미디어 중에서 특정 대상의 재현이 차별과 혐오를 조 장한다고 느꼈던 적이 있는지 서로의 경험을 나누어본다. 경험 나누기를 통해 언 급된 콘텐츠를 살펴보면서 어떻게 소외와 배제, 차별과 혐오 현상이 재현되는지 를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디어에서 여성과 남성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로 하 자. 드라마나 영화 중에 시대별로 인기를 끈 대표 콘텐츠를 제시한다. 시대를 대 표하는 콘텐츠에서 성별을 재현하는 방식에 어떤 변화가 보이는지, 계속 정형화 된 패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지를 파악해 본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 한 빅카인즈를 활용하여 언론에서의 움직임도 살펴본다. 먼저 빅카인즈에서 ‘성 차별’, ‘성 역할’, ‘성 고정관념’ 등의 키워드를 검색해 연관어와 키워드 트렌드를 살펴본다. 이때 기간은 개인별로 달리할 수 있지만, 약 10~20년 정도로 설정해 야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도출된 뉴스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검색한 키워드가 어떠한 변화를 보이는지를 정리해볼 수 있다. 그리고 생산 활동 과 연결하여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는 부분 영상을 ‘다시 쓰기 (Rewriting) 록 한다. 미디어 속 잘못 재현된 부분을 학습자가 직접 다시 써봄으로써 내용과 표현 전달 방식의 영향력을 인식할 수 있다.

’ 해보도

32쪽

수업 활동지 자료

[참고 문헌]

‘재현’은 어떤 존재를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인식된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 고 그 의미를 어떤 형식으로든 기록하는 것이 재현이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의 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인어공주 이미지를 기존과 다르게 해석해 재현한 것처럼 말이다. 개인과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의미 부여하는지에 따라 미디어는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재현된다. 미디어 생비자 (prosumer) 미디어에 의해 우리사회 어딘가 왜곡되거나 배제된 부분은 없는지를 촘촘히 살 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비판적인 사고와 분별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프리즘 분석 모 형’은 완결형이 아닌 진화형이다. 교수자 중심의 교육이 아닌 학습자 중심의 참여 형 분석 툴로 진화하기 위해 더하기 (+) 와 빼기 의 제언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

장소영·구미숙(2022), 2022년 미디어교육 우수 사례 공모전 사례집, 9~33. 이경희·김익한(2021), 기록되기 전에 알 수 없는 것들, 기록학연구, (68), 107~150. 김미선·이가영(2016), 미디어 재현에 나타난 남성성과 젠더 이데올로기의 정치학,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31(3), 97~137. 김지연(2022), 미디어에 재현된 ‘웃자란’ 어린이 형상화 연구, 현대영상문화연구소, 3(0), 5~34. 강용철·정형근(2022), 미디어 리터러시, 세상을 읽는 힘, 샘터사.

로서 재현된

33쪽

현장과 만나다 ②

게임으로 익히는 비판적 태도의 실천법

- 정보의 비판적 이해를 위한 <팩트수사대> 활용 교육

박한나 ‥

34쪽

관념이 아닌 행위로서의 비판적 태도

“정보를 비판적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가짜뉴스 (fake news)

와 탈진실 (post-truth)

, 인포데믹 (infodemic)

티 (fake society)

등 작금의 상황을 강조하지 않아도 이 명제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정보화사회 (information society) 태도는 미디어를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건강한 사회를 이루고 개인 의 삶을 탄탄하게 꾸리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과연, 일상에 서 정보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인간의 뇌는 ‘인지적 구두쇠 (cognitive miser) 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은 다양한 인지 오류에 빠진다. 대표적인 것이 ‘확증편향 (confirmation bias) 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고 상반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무의식적 사고 현상 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말하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것인 데 달리 말해,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근거는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믿고 싶은 것과 다르니 자꾸 의심하고 문제를 찾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비판적 태도를 지녔다고 착각하게 마련이다. 비판적 태도란 정보를 꼼꼼하게 살피고 오류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행동 을 말한다. 믿어지지 않는 것, 믿고 싶지 않은 것을 경계하는 태도는 비판적 사고에 서 기인한 게 아니라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다. 기실 우리가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살 펴야 하는 정보는 ‘내가 보고 싶고 믿고 싶은 것’이며, 이를 확인 없이 믿으려는 바로 ‘나 자신’이다.

본능을 이기는 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나의 신념과 편견을 뒷받침하는 정 보를 그대로 믿으려는 자기 자신을 이겨내고, 이 정보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피고 의 심하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반복 훈련을 통해 이를 습관화하 면 질 높은 정보 획득이라는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정보를 대하는 비판적 태도는 추 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실제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면서 실천하는 행위이다.

, 페이크 소사이어

에서 정보를 비판적으로 대하는

’라고 불릴 정도로 최소한의 노력만으

’이다. 확증편향은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

35쪽

비판적 정보 읽기를 위한 훈련 도구, <팩트수사대>

<팩트수사대> 흐름도

2023년 초, 시청자미디어재단 신뢰증진팀에서 공개한 <팩트수사대>는 정보 를 비판적으로 읽는 구체적인 방법을 연습할 수 있는 교육용 콘텐츠이다. 앱 형 태로 제작되어 누구나 모바일 기기에서 내려받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 가 <팩트수사대> 요원이 되어 허위조작정보를 퍼뜨리는 ‘V’ 일당을 추적하여 체 포하는 이야기로, 스토리를 따라 미션을 수행해나가는 게임이다. 그 과정에서 접 하는 다양한 유형의 정보에 대해 무엇을 점검하고 어떻게 확인해야 하는지를 쉽 고 재미있게 체득할 수 있다.

<팩트수사대> 게임은 ‘인턴 편’과 ‘수사대 편’으로 나누어져 있다. 각 편의 내용 은 독립적이라 상황에 따라 원하는 편만 실행할 수도 있다. 수사대는 미션의 난 이도와 스토리에 따라 ‘수사 1팀’과 ‘수사 2팀’의 두 단계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팀에서 임무를 모두 성공하면 보상이 지급된다. 기본적으로 임무를 순차적으로 수행해야 다음 임무로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교육 상황을 고려해 ‘모든 임무 활 성화’ 모드로 설정하여 개별 임무에 바로 접근하는 것도 가능하다.

36쪽

인턴 편

수사대 편

하다.

<팩트수사대> 전용 앱(APP) 다운로드

본격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전에 기초 지식을 쌓으며 워밍업을 하는 단계 이다. 허위정보와 팩트 체크 관련 상식을 10개의 퀴즈 풀기로 학습한다. 정답을 맞혀야만 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해당 내용을 배운 적 없더라도 퀴 즈를 풀면서 자연스럽게 관련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문제 유형은 OX, 객관식, 단답형 주관식 등으로 간단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인포데믹 상황과 이를 비판적 으로 바라보는 데 필요한 미디어 환경과 사회적 맥락을 담고 있어 이용자 스스로 비판적 태도의 중요성을 인식할 수 있다.

이용자가 수사대 요원으로서 다양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고 사실 여부를 검 증하는 단계이다. 수사 1팀 단계에서는 ‘야옹반장’의 지시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 며, 개인의 발언 내용 중에서 확인이 필요한 정보를 따로 구분한다. 이 정보를 텍 스트, 이미지, 뉴스 검색으로 검증하는 임무가 주어진다. 수사 1팀에서 네 번째 임무까지 모두 마치면 이용자는 특급요원으로 승진하여 수사 2팀으로 이동한다. 수사 2팀 단계에서는 ‘멍멍반장’의 지시에 따라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통계 자료와 논문, 인물, 법령 등 더 전문적인 정보를 찾아 검증하는 여섯 가지 임무가 주어진다.

이때 검색 작업만 하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단서와 정보를 분석하고 증거를 찾아 사실 여부를 확인해야만 주어진 임무를 완 수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과정 자체가 자연스럽게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훈련이 된다. 특히 임무 수행 중에 찾게 되는 단서 내용이 광역자치단체 수, 명화 의 제목, 대한민국의 인구 수와 출산율, 형법 조항 등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 정보 이기에 몰입도가 높다. 또한 미션 수행을 위해 정보를 찾을 때 앱 내 가상 사이트 가 아니라 현실 정보 탐색 과정에서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나 관련 웹 페이지에서 찾기 때문에 이용자가 실제로 정보를 검토하고 확인하는 상황에 바로 적용 가능

안드로이드(Android)

아이폰(ios)

37쪽

<팩트수사대>를 활용한 정보 판별법 교육

‘<팩트수사대>를 활용한 비판적 정보 읽기’ 수업 1차시 주요 내용

정보의 비판적 이해 교육에 <팩트수사대> 전 과정을 실행하는 수업을 계획한다 면 두 시간 블록 수업으로 2차시 이상의 수업 진행을 권장한다. ‘체카’ (시청자미디 가 매 임무마다 수행 방법을 안내하며 돕기 어재단 허위정보 예방 캠페인 홍보 캐릭터) 때문에 임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을 미리 학습하지 않아도 한 시간 정도면 <팩트

수사대> 인턴 편과 수사대 편을 완료할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게임이 아니라 비 판적 정보 탐색을 위한 교육 도구로서 <팩트수사대> 효과를 높이려고 한다면 시 간을 충분히 확보할수록 좋다.

1차시 수업

우선 1차시에는 인포데믹 환경을 돌아보면서 비판적 태도의 필요성을 인식시키 고 학습의 동기를 부여한다. 이후 ‘인턴 편’을 실습하면서 <팩트수사대>를 경험하 고 도입부의 학습 내용을 연결해 지도한다. 본격적인 ‘수사대 편’ 진행 전에 정보 를 접했을 때 검토해야 할 내용을 구분하고 이것을 텍스트, 이미지, 뉴스로 검색

세부 단계

비판적 정보 읽기의 •인포데믹 환경과 위험성 필요성 인식

도입

도전! <팩트수사대> 인턴 과정

•무엇을 검증할까? <팩트수사대> 텍스트, 이미지, 뉴스 •텍스트 검색 방법 요원 교육 검색 방법 학습 •이미지 검색 방법 •뉴스 검색 방법 실전! <팩트수사대> 임무 수행 : 첫 번째 ~ 네 번째 임무 수사 1팀 임무 수행 •임무 수행 내용 확인

마무리

정보 검색 원칙 확인

주요 교수-학습 활동

•정보를 읽는 비판적 태도의 필요성 •<팩트수사대> 앱 소개 •<팩트수사대> 인턴 편 실습 •인턴 편 퀴즈 학습 내용 확인

<팩트수사대> •<팩트수사대> 수사 1팀 임무 수행 수사대 편

•정보 찾기는 ‘신속’보다 ‘정확’이 중요 •‘작성자’, ‘출처’, ‘근거’ 확인 필수

38쪽

한다.

‘<팩트수사대>를 활용한 비판적 정보 읽기’ 수업 2차시 주요 내용

하여 검증하는 방법을 익히고 실습해본다. 이를 바탕으로 <팩트수사대> 수사 1 팀의 네 가지 임무를 수행하게 하여 학습자가 교육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확인하고, 어려워한 부분이 있다면 함께 살펴보며 보충, 지도한다. 수업을 마무리 하면서 검색 행위 자체가 정보의 비판적 탐색은 아니며, 항상 출처와 내용 확인 및 검토가 필수라는 점을 강조한다.

2차시 수업

2차시에는 어떤 정보이든 그 근거가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수업을 시작한다. 또한 근거 역시 조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검토와 검증까지 이루어진 정보를 신뢰하고 수용해야 한다는 점을 사례를 통해 안내한다. 이어서 그 근거가 전문적인 정보일 때는 해당 내용의 근거 자료를 찾고 확인하는 방법을 지도한다. 통계 자료, 논문, 인물, 법령 등 정보 유형에 따 라 신뢰할 만한 사이트를 소개하고 각 사이트에서 검색하는 방법을 익히고 실습

이를 바탕으로 <팩트수사대> 수사 2팀의 여섯 가지 임무를 수행하도록 안내하 고 1차시처럼 학습자의 이해도를 점검하고 지도한다. 그 전에, 수사 2팀의 임무로

세부 단계

주요 교수-학습 활동

근거 검증의 필요성 인식

도입

•통계 자료 검색 방법 통계 자료, 논문, 인물, •논문 검색 방법 법령 검색 방법 학습 •인물 검색 방법 •법령 검색 방법

실전! <팩트수사대> 임무 수행

<팩트수사대> 수사대 편

•<팩트수사대> 수사 2팀 임무 수행 : 다섯 번째 ~ 열 번째 임무 수사 2팀 임무 수행 •임무 수행 내용 확인

비판적 정보 읽기 방법 정리

마무리

•누구의 말을 믿으시겠습니까? - 근거가 있는 말 vs 근거가 없는 말 •근거 검증의 필요성 - 허위정보의 내용 조작 방법

•정보를 비판적으로 읽는 방법 - 사실과 의견 구분하기 - 작성자의 의도 파악하기 - 출처 유무 및 신뢰성 확인하기 - 근거 유무 및 정확성 검토하기

39쪽

<팩트수사대> 수사 2팀 미션 완료 보상

<팩트수사대> 수업지도안

바로 접속하려면 ‘모든 임무 활성화’ 모드로 설정해야 하므로 이에 대한 안내가 필 요하다. 마지막으로 <팩트수사대> 임무 수행 내용과 과정을 갈무리하면서 정보를 접했 을 때 확인하고 검토해야 할 부분을 정리하면서 모든 수업을 종료한다.

수사 1팀의 미션을 모두 완료하면 ‘특급요원증’, 수사 2팀의 미션을 모두 완료하 면 ‘표창장’이 발급된다. 학습자가 각 단계에서 이를 발급받아 패들렛 (padlet.com) 등에 올려 인증하면 동기부여도 되고 진행 정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습자마다 임무 수행 속도가 차이 날 경우에는 일찍 마친 학습자에게 <팩트수 사대> 앱 내에서 보상으로 지급된 집과 아바타 꾸미기 활동이나 필터 버블 (filter 게임을 하도록 안내하면 수업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다. bubble)

다만 정보 검색 및 <팩트수사대> 실행이 가장 중요한 활동이므로 수업 시작 전, 장비와 환경 점검 및 준비가 중요하다. 사전에 학습자가 각자의 기기에 <팩트수 사대> 앱을 설치하도록 안내하거나 수업 중 설치할 수 있도록 앱 다운로드 설정 을 미리 점검하고 반드시 해당 시간을 할당해야 한다. 또한 강의 장소에 와이파 이가 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와이파이가 제공되어야 검색 실습이나 <팩트수사 대> 실행이 원활하다. 그 외에 <팩트수사대>에 대한 더 자세한 활용 가이드와 수 업지도안은 시청자미디어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미디어교육 수업지도안’ 게 시판에서 확인할 수 있다.

40쪽

세계는 지금

생성형 AI 시대, 우리는 어떤 리터러시를 고민해야 하는가?

이광석 ‥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41쪽

생성형 AI의 등장

인공지능 (AI) 기술이 우리 삶 깊숙이 밀려들고 있다. 챗지피티 의 출현과 함께 인공지능 기술 환경이 관련 업계나 개발자 (CHATGPT) 조차 그 미래를 점치기 힘들 정도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그로 인해 인공지능

이 인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generative AI) 생성형 AI는 이용자가 알고자 하는 것 혹은 뭔가 창작하려는 내용을 ‘프롬프 트 (prompt)

’라는 질문 형태로 요청하면 이에 맞춤형 텍스트나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지능기계 (intelligence machine) 유한 능력으로 알려진 지식 생산과 창작 행위를 지능기계가 쉽게 행하는 거 대한 기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렇듯 자동 생성형 지식과 창작이 가능한 바탕에는, 인간이 수십 년간 쌓 아온 디지털 지식과 창작 데이터를 지능기계가 대규모로 사전 학습한 데 있다. 즉 인류가 축적한 데이터를 뒤섞어 새로운 지식과 창작을 생성하는 재 주를 지닌 까닭이다. 챗지피티와 같은 생성형 AI가 여타 인공지능과 다른 가장 큰 특징이라면, 개 발자나 전문가뿐만 아니라 이제 일반인의 지식 생산과 창의 활동에도 쉽게 결합할 수 있는 ‘범용성 (汎用性) ’일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일반 개인용 사무, 편집, 이미지, 번역, 웹 브라우저나 플랫폼 앱에 내장된 형태로 인공지능을 불 러와 쓸 수 있는 일상 환경이 되었다. 마치 거의 전 국민이 가입한 카톡처럼 우리가 곧 챗지피티류의 인공지능을 쓰게 될 상황이 열리고 있다. 챗지피티 등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일상적 사용이 미디어 리터러시에 어 떤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킬까? 이 신생 지능형 기술 (intelligent technology) 에 대한 미디어 주체들의 수용 방식으로서 전통의 리터러시 전략이 앞으로도 유효할까? 여러 불투명한 물음이 혼재한다.

’은 어떤 사회적 영향력을 지닐까?

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인간만의 고

42쪽

리터러시의 최근 논의, ‘비판적 제작’

1) Hertz, Garnet, ed., Conversations in Critical Making, CTheory Books, 2015.

시민의 디지털 역량을 키우기 위한 리터러시 방법론으로, 최근 까지 미디어 이용자가 직접 기술과 부대끼며 미디어 사물에 대한 감 각을 키우는 이른바 ‘비판적 제작 (critical making) 제작은 사물을 만지고 감각하며 테크놀로지의 원리를 깨닫고 설계하는 과정 이다. 동시에 디지털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등을 자유롭게 해체하며 비물질 계의 원리를 이해하고 기술사회적 대안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듯 비판적 제작은 암흑상자화된 (blackboxing) 화한 몸을 일깨워 잃어버린 기술 감각을 회복하는 행위다. 이는 단순히 소셜 미디어 콘텐츠를 편집해 올리거나 능동적인 디지털 활동을 하는 것 이상의 급진적인 리터러시 효과를 배태한다. 자본주의 재산권에 의해 꽁꽁 닫힌 기 술 설계를 열어젖혀 이를 비판적으로 대면하게 하는 기술 성찰 행위를 촉발 하는 것이다. 과거의 ‘레거시 미디어 (전통적 매체) 로 생산된 미디어 텍스트 ‘내용’에 대한 시청자의 디코딩 (해석) 과정과 주체적 인 비평 행위에 주목했다. ‘비판적 제작’은 이를 넘어서서 미디어 기술 ‘형식’ 을 다루며 이용자의 이의 개입을 강조한다. 즉 미디어 텍스트 해석에서 더 나 아가, 이용자가 기술 형식이나 설계에 접근해 이를 만지고 해체하고 고치고 응용하는 등 미디어 물성을 직접 다루는 것에 관심이 있다. 결국, 이는 우리 를 둘러싼 미디어 사물에 대한 성찰적 감각을 키우는 데 기여한다. 이는 기술 사물에 대한 제작과 수리를 통해 설계에 개입해 ‘암흑상자화’된 기술 논리를 더 투명하게 재설계하려는 적극적 기술 실천의 리터러시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비판적 제작’을 통해 다국적 OTT 영상 플랫폼인 넷플릭스에 접근해 보자.

1)

’이 주목을 받았다. 비판적

기술에 대한 현대인의 퇴

’ 연구에서 리터러시에 대한 접근은, 주

43쪽

과거 리터러시의 접근법으로 이 플랫폼을 바라보면, 이곳에서 생산하는 셀 수 없이 많은 미디어 텍스트의 내용 해석이나 비평을 일일이 수행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설사 몇몇 작품을 선정해 비평을 하더라도 해당 사회를 살 아가는 시청자의 시대 정서를 정확히 읽어내기는 어렵다. 오히려 넷플릭스의 글로벌한 제작과 유통 방식을 읽기 위해서는 콘텐츠 내용과 함께 그 기저에 있는 미디어 ‘형식’, 즉 연산 알고리즘의 작동과 글로벌 콘텐츠 제작·유통의 정 치경제학을 함께 읽지 않으면 안 된다.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추천, 배치하는 알고리즘 기술 논리를 읽지 못하고서 온전한 영상 비평이나 콘텐츠와 시청자 사이의 새롭게 창출된 자동화된 정서 층위를 드러낼 수 있을까? 어디 OTT 플랫폼뿐이랴. 오늘날 소셜 미디어는 더욱 극단의 알고리즘 논리 기제를 가동하면서 이용자의 의식과 소통 방식을 새롭게 재규정한다. 우리는 이로부터 단순히 눈앞에 제공되는 영상물에 대한 해석은 물론이고, 맞춤형으 로 제공되는 콘텐츠의 노출과 소비, 유사 취향의 상호 연결 등 ‘소셜’ 알고리 즘의 기제나 미디어 인프라 형식에 대한 통합적 시각을 발휘해야만 한다. 비 판적 제작을 통한 리터러시 함양은 단순히 시민의 1인 미디어 제작이나 SNS 소통 ‘참여’를 넘어선다. 미디어 형식 구조와 시스템의 총체적 이해와 비판 없 이, 특정 기술을 잘 다루는 누군가의 디지털 능력은 리터러시의 반쪽만을 갖 춘 채 주류 미디어 현실에 속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다면,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앞에서 언급한 ‘비판적 제작’이 최적의 리 터러시 방법일까? 비판적 제작을 통한 리터러시에 대한 접근은 적어도 우리에게 미디어 텍스 트 너머를 사유할 줄 아는 힘을 준다는 점에서는 유효하다. 하지만 생성형 AI 와 같은 첨단의 자본주의 기술에 대응하기에는 손과 몸을 써 사물 감각을 익 히는 리터러시는 상대적으로 무기력한 측면이 크다. 그래서일까. 또 다른 해법으로 ‘AI 리터러시’라는 개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AI 리터러시를 옹호하는 이들은 대개 디지털 코딩과 알고리즘 교육을 통해 그 기술 원리를 각자 익히면 당장 인공지능이 낳는 현실 문제에 더 슬기롭게 대응할 수 있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챗지피티 개발자들조차 그들이 창안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해석 불가능성을 고백하는 현실에서 AI 알고리즘 코딩

44쪽

‘생태 리터러시’의 화두

법을 시민 스스로 익히거나, 거대 자본이 집약된 대규모 AI 체제를 체계적으 로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불행히도 AI 리터러시는 기술 폭주 현실에 승복 할 운명에 처해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빅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AI 기술 서비스를 문명의 축복으로 여기며 조심히 잘 쓸 수 밖에 없다는 체념이리라.

갈수록 인간계 (사회) 와 자연계 두 영역에 걸쳐 신기술의 영향 (환경) 력이 점점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제어하고 감독하는 시민 역량이

나 기술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은 점점 퇴화하고 있다. 미디어 내용과 형식을 읽어내는 리터러시의 강조만으로는 지금과 같은 기술 가속화를 다루기에는 벅찬 것이 현실이다. 어찌할 것인가? 적어도 오늘날 첨단화된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 과정을 제 대로 읽기 위해서는 인간계-자연계에 얽힌 신생 기술에 대한 통합적인 해독 과 인식론적 지형 그리기 작업이 요청된다. 그렇다면 동시대 기술에 대한 비 판적 독해는 일종의 ‘생태주의 (ecology) ‘비판적 제작’은 미디어 형식과 설계에 대한 이용자의 주목을 유도했으나 하 이테크보다 주로 로우테크 미디어 기술로의 회귀적 접근이란 한계를 갖고 있다. 반면에 ‘AI 리터러시’ 등 신기술 습득을 통한 미디어 기술 논리에 대한 학습 방식은 사실상 일반인에게는 빅테크 진화 속도를 쫓아가기 어렵다. 사 유화된 첨단 기술에 접근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생태 주의적 AI 기술 접근은 기후위기 시대 인공지능 기술의 물질 원리와 이에 다 층적으로 연결된 물질 구조의 실체를 통합적으로 읽어내는 성찰적 방법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보통 인간계나 자연계와 무관하며 비물질, 혹은 탈물질화 된 것으로 다루어져왔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청정의 거대 과학기술 발전 논

’적 접근과 연결되어야 한다.

45쪽

코발트 채굴 노동에 동원된 콩고의 아이들 선진국 빅테크 산업의 성장을 위해 희귀금속 채굴에 동원되는 남반구 노동 문제의 극단을 형상화하고 있다.

*출처: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광고

“Electric Slaves”

리로 추앙하면서 기실 그것이 물질적 실체 없이 존재할 수 없고 물질 논리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가령,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서비스 노동과 인간 활동 데이터 등 비물 질 자원은 물론이고, 에너지, 토지, 광물, 냉각수, 데이터 센터, 중앙처리장치 ·그래픽처리장치 (GPU) , 반도체, 클라우드 등 물질 자원과 미디어 인프 (CPU) 라의 동원 없이는 그 어떠한 연산처리도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의 지형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우리가 줄곧 외면해왔 던 ‘하류노동 (언더기그·undergig) 능 자동화를 물리적으로 떠받치는 신종 인간 노동으로 볼 수 있다. 예컨대, 인 공지능의 허드렛일을 단순 반복하는 아프리카와 남미 등의 남반구 유령노동 이나 미세 노동, 반도체 부품 노동, 휴대폰 조립 노동, 성폭력 영상 필터링 등 콘텐츠 조정 노동, 디지털 가상통화 채굴 노동, IT 지원 노동, 아동의 코발트 광물 채굴 노동, IT 실험실 청소 노동 등이 AI 가상계를 떠받치는 하류노동 구 실을 하고 있다. 생성형 AI가 주도하는 오늘날 인공지능은 거대 데이터를 처리하고 확률형 연산 과정을 통해 문장과 이미지를 생성하면서 갈수록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 할 가능성 또한 높다. 가령, GPT-3의 훈련에는 1,287MWH의 전력이 소비되

’ 또한 들여다보아야 한다. 하류노동은 인공지

46쪽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지역의 구리 광산 희귀금속 채굴주의는 새로운 자연 파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출처: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위키피디아

고 총 18만 5000갤런 (70만ℓ) 의 냉각수의 물이 사용되며 552톤의 이산화탄 소를 배출한다. 이는 미국 자동차 110대가 일 년에 배출하는 탄소 배출량과

2)

맞먹는다. 이런 추세라면 GPT-4나 이보다 진화한 인공지능 모델의 경우, 기계학습을 위한 매개변수가 천문학적으로 늘면서 알고리즘의 연산처리 과정에서 에너 지 과도 소비, 환경 훼손, 물 소모, 탄소 배출 등을 유도할 공산이 크다. 인류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녹색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인공지능 자동화는 장차 기 후위기 극복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인류의 지적 생산력을 돕기 위한 도구가 오히려 인간을 곤경에 빠뜨리게 될 지도 모를 사태에 이르렀다. 인공지능 자동화는 단순히 디지털 코딩으로 생 성된 장밋빛 비물질 세계의 확장이 아니다. 우리 일상의 위협 (의식과 사유의 외 은 물론, 환경 위협 (탄소 배출과 에너지 소 주화와 탈숙련화, 인간 노동의 피폐화 등) 이란 구조적 층위에서의 다층적 요소들 비, 디지털 오염과 독성, 희귀금속 채굴 등) 의 복잡한 연결망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복잡다단한 생태적 층위를 읽어내기

Li, P., Yang, J., Islam, M. A., & Ren, S. (2023). Making AI Less ‘Thirsty’: Uncovering and Addressing the Secret Water Footprint of AI Models. ArXiv, 2) abs/2304.03271.

47쪽

위해 우리는 인공지능의 본질적 측면, 자연계와 인간계에 걸쳐 뭇 생명에 미 치는 인공지능의 반생태적 ‘독성 (toxicity) 고 해독할 수 있는 리터러시의 단초를 마련해야 한다.

오늘날 기후위기 시대에 자연환경과 인간 사회의 기반이 될 민주주의적 기술 설계나 생태주의적 디자인은 그 어느 때보다 긴급하다. 생태주의적으 로 기술을 이해하고 대안을 상상할 수 있는 능력이 앞으로 시민의 기본 소양 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른바 ‘생태 리터러시 (ecological literacy) 한다. 인공지능 등 자본주의 첨단 미디어 기술의 생태주의적 이해를 도모할 때만이 동시대 기술의 지형을 좀 더 관계적이고 실재적으로 파악하고 대안의 상상력을 마련하는 일이 가능해진다. 결국, 생태 리터러시는 기술의 민주주의적 대안을 자연계와 인간계, 양계 (兩 모두에서 모색하는 리터러시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생태주의에 기댄 리터 界) 러시의 방법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생태환경 파괴와 비이성적 폭주를 가장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미디어 기술 실천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다.

’ 효과와 첨단 기술의 민낯을 드러내

3)

’ 가 되어야

프리초프 카프라와 우고 마테이, 최후의 전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커먼즈와 생태법, 박태현·김영준 옮김, 경희대학교 출판부, 2019. 3)

48쪽

시청자미디어재단 미디어교육 전문지

2023 여름(21호)

발행처 주소

www.kcmf.or.kr www.facebook.com/withcmf

발행인 편집인 편집위원

조한규(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최병연(시청자사업본부장) 박정관(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박한철(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 운영위원) 배상률(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이봉수(mbc저널리즘스쿨 책임교수) 정준희(MBC 문화방송 기자) 기획·편집 최병연(센터총괄미디어교육부장) 박찬주(센터총괄미디어교육부 선임) 디자인

함께내리는비

시청자미디어재단 (우) 07238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4길 4 KC타워 3F/4F/5F 전화·팩스 02)6900-8350 / 02)6900-8399 홈페이지 페이스북

전문지의 내용은 개인의 견해이며, 시청자미디어재단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수록된 글의 무단 전재나 복제를 금합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에서는 미디어교육 관련 교수법 혹은 우수 수업 사례, 티칭 전략, 인터뷰 등 미디어교육 강사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원고를 기다립니다.

글이 없거나 같은 내용이 반복되는 쪽은 뺐습니다. 이북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