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페이퍼 2025-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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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제8호
2025 노벨 과학상 결과가 던진 화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과학 혁신의 토양
작성자 | 장미경 과학언론학 박사·전략기획실 선임연구원 편집 | 전략기획실 발행 | 한국과학창의재단 1
2025 노벨 과학상 결과가 던진 화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과학 혁신의 토양
장미경 과학언론학 박사·전략기획실 선임연구원 rose@kosac.re.kr
Ⅰ. 서론
2025년 10월 발표된 과학 분야의 노벨상은 면역학, 양자물리, 신소재화학 등 기초과학 분야의 혁신적 연구가 빛을 발했다. 특히 이번 노벨상 명단에는 무려 2명의 일본인 과학자가 포함되어 아시아 과학계에 강한 울림을 남겼다. 유독 노벨상 수상자를 많이 배출한 일본 과학계가 또 하나의 기념비적 이정표를 세운 것이다.
스웨덴 스톡홀름 카롤린스카 연구소 노벨위원회는 메리 브랑코(Mary Brunkow, 미국 시애틀
시스템생물학연구소 선임 프로그램매니저), 프레드 람스델(Fred Ramsdell,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 과학고문), 사카구치 시몬(Shimon Sakaguchi, 일본 오사카대 석좌교수) 등 3명을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발표했다(Nobel Prize Outreach, 2025a). 이들은 면역 세포가 스스로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는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를 발견해 면역계 핵심 개념을 밝혀냈다. 이 발견은 면역체계가 자가면역질환을 일으키지 않도록 스스로 균형을 유지해(peripheral immune tolerance) ‘자기’와 ‘적’을 구별하는 근본적 메커니즘을 규명했으며, 이를 통해 자가면역질환·이식 거부반응 억제, 알레르기, 암 면역치료 등 현대 면역학의 패러다임을 바꾼 연구로 평가된다.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은 초전도 회로를 통해 양자역학의 거시적 현상을 증명한
존 클라크(John Clarke, 미국 UC버클리대 교수), 미셸 데보레(Michel Devoret, 미국 예일대 교수), 존 마티니스(John
Martinis, 미국 UC샌타바버라대 교수) 등 미국 과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Nobel Prize Outreach, 2025d). 초전도 양자 회로는 극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초전도 물질로 만든 회로로, 양자역학의 중첩(superposition)과 얽힘(entanglement) 현상을 거시적 수준에서 구현할 수 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연구가 양자역학을 인간이 제어할 수 있는 거시적 장치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물리학의 근본적 이해를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초전도 양자 회로 기술은 현재 IBM, 구글, IonQ 등 세계 주요 기업들이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의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으며, 암호 해독, 신약 개발, 기후 모델링, 인공지능 최적화 등 기존 슈퍼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복잡한 문제 해결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인류의 계산 능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혁신적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2025년 노벨 화학상은 ‘금속-유기 골격체(MOF, Metal-Organic Framework)’ 개발을 통해 분자의
세계를 건축물처럼 설계한 공로로, 키타가와 스스무(Susumu Kitagawa, 일본 교토대 교수), 리처드 롭슨(Richard Robson, 호주 멜버른대 교수), 오마르 야기(Omar Yaghi,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에게
돌아갔다(Nobel Prize Outreach, 2025b). MOF는 금속 이온을 유기 분자로 연결해 만든 다공성 결정 구조로, 내부에 다수의 미세 구멍이 있어 마치 ‘분자 스펀지’처럼 작동한다. 이 구조는 이산화탄소 포집, 사막에서의 물 추출, 수소 저장 등 기후위기 해결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롭슨 교수가 1989년 처음 구조를 만들었고, 키타가와 교수가 기체의 자유로운 출입 가능성을 증명했으며, 야기 교수가 안정적인 상용화 기술을 완성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의 성과가 기체 저장, 분리, 촉매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한 신소재의 길을 열었다면서, 폐플라스틱 분해, 공기 정화 등 지구 환경·에너지 분야에서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기반 기술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로써 2025년 10월 현재, 일본의 누적 노벨상 수상자는 과학, 문학, 사회 분야 전반에 걸쳐 총 31명이 되었다. 일본은 1949년 유카와 히데키(Hideki Yukawa, 물리학상)를 시작으로, 과학 분야에서만 27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아시아에서 압도적인 기초과학 강국의 위상을 재확인했다.
반면 중국과 한국은 연구개발(R&D)투자 측면에서 세계 상위권임에도 자연과학 노벨상 수상 실적에서는 대조적인 결과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2024년(연보 기준) R&D 투자는 3조 6,130억
위안(전년 대비 8.3% 증가)으로 집계되었고, R&D 투자 비율은 약 2.68%였다(National Bureau of Statistics of
China, 2025). 일본의 FY2023(통상 2023 회계연도, 발표 시점 2024) R&D 지출은 GDP 대비 약 3.70%로
보고되었고(Statistics Bureau of Japan, 2024), 한국은 OECD 집계상 GDP 대비 약 5% 내외(최근 보고에서는
5.0–5.2% 범위)로 이스라엘에 이어 세계 2위의 높은 R&D 집약도를 유지하고 있다(OECD, 2024a).
이러한 투자 규모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꾸준히 수상자를 배출하는 동안 중국은 2015년 투유유(屠呦呦) 이후 자연과학 분야에서 추가 수상이 없었고, 한국은 물리·화학·의학 분야에서 단 한 명의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이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이번
2. 일본: 느리지만 깊은 연구, 오래된 시스템의 힘
이슈페이퍼에서는 일본, 중국, 한국 세 나라의 과학 생태계 구조를 비교하면서, 독주하는 일본 과학계의 저력을 분석하고 세 나라의 과학 연구가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이유와 시사점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2.1 노벨상의 나라, 그 저력의 원천
일본의 노벨상 수상은 단발적인 천재적 영감이나 발견이 아니라,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제도적 신뢰와 연구 문화의 결실이다. 2000년 이후 일본은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등 기초과학 분야에서 꾸준히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왔으며, 이는 장기적인 연구 투자와 기초과학 인프라의 축적에 기반한 결과로 평가된다(Nippon.com, 2025; The Japan Times, 2025).
주요 수상 사례들은 다음과 같다.
· 2012년 야마나카 신야(Shinya Yamanaka) | IPS 세포(induced pluripotent stem cell, 유도만능줄기세포)
발견으로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성인 세포를 역분화시켜 줄기세포로 만드는 혁신적 기술로 재생의학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NobelPrize.org, 2012). · 2014년 아카사키 이사무(Isamu Akasaki), 아마노 히로시(Hiroshi Amano), 나카무라 슈지(Shuji Nakamura) | 청색 LED 개발로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에너지 효율적인 조명
혁명의 기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NobelPrize.org, 2014). · 2015년 오무라 사토시(Satoshi Оmura) | 기생충 질환 치료제 개발로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수억 명의 생명을 구한 연구 성과로 평가된다(NobelPrize.org, 2015). · 2018년 혼조 다스쿠(Tasuku Honjo) | 면역 체크포인트 억제제 발견으로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암 면역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NobelPrize.org, 2018). · 2021년 마나베 슈쿠로(Syukuro Manabe) | 기후 모델링의 물리적 기초 확립으로 물리학상을 수상했다(NobelPrize.org, 2021). · 2025년 사카구치 시몬(Shimon Sakaguchi) | 조절 T세포 발견으로 생리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면역계의 자기-비자기 구별 메커니즘을 밝혀 자가면역질환과 암 치료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NobelPrize.org, 2025a).
· 2025년 키타가와 스스무(Susumu Kitagawa) | 금속-유기 골격체(MOF) 개발로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과 수소 저장 기술의 토대를 마련했다(NobelPrize.org, 2025b).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2025년 타임(TIME)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2025).
수상자들의 연구는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지속적 탐구의 결과였다(TIME
또한 주요 과학 저널과 유수의 언론 매체들은 이들의 발견이 기초과학적 호기심과 면역 원리 규명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초기에는 회의적인 시선을 받았지만, 장기적인 지원과 제도가 연구를 가능하게 했다고 평가했다.
2.2 시스템의 힘과 ‘장기적 낙관주의’
일본 과학의 저력은 한 개인의 천재성이 아니라 시스템의 힘이 이끌고 있다. 그 상징이 바로 리켄(理化学研究所, RIKEN)이다. 리켄은 1917년 설립된 일본 최대의 종합 연구기관으로, 물리학·화학·생물학·공학 등 기초과학 전 분야를 아우르며 국가 차원의 전략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RIKEN, n.d.). 특히 리켄의 연구 문화는 장기적 안목과 안정적 연구 환경으로 대표된다. 정보기술혁신재단(ITIF)의 국가혁신시스템 비교 분석 공동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단기 성과 중심의 연구 압박이 상대적으로 약하고, 공공 연구기관이 장기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Atkinson et al., 2025; SCMP, 2025).
또 하나의 축은 교토대이다. ‘자유로운 학풍(自由の学風)’으로 유명한 교토대는 일본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으로,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한다. 교수들은 행정 업무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특히 멘토-제자 시스템을 통해 연구 전통이 세대별로 이어진다. 2018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 교수의 제자 중 다수가 면역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 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렇듯 일본 연구실은 단순한 작업 공간이 아니라 ‘지적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교수, 박사과정생, 박사후연구원이 하나의 팀으로 함께 움직이면서 세대를 거쳐 연구 전통이 계승된다. 지식이 세대를 거쳐 천천히 진화하는 셈이다.
일본 과학의 힘이 성장할 수 있는 또 다른 비결로는 ‘느린 과학’의 철학을 손꼽을 수 있다. ITIF는 2024년 보고서에서 일본의 연구개발 정책을 ‘장기적 낙관주의(Long-term optimism)’로 정의했다. 이에 대해 ITIF는 “단기 성과를 강요하지 않고, 실패를 용인하며, 연구자가 자신의
페이스로 깊이 파고들 수 있도록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설명하고 있다(Atkinson et al., 2025).
사카구치 교수의 조절 T세포 연구가 좋은 사례이다. 1980년대 초반 그가 이 세포의 존재를 제안했을 때 대부분의 학자들은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그의 스승과 연구실은 끝까지 실험을
것이다.
밀어붙이도록 격려했고, 결국 40년이 넘는 긴 여정 끝에서 노벨상이라는 결실을 맺게 된
2.3 일본 시스템의 그림자: 젊은 인재의 유출
하지만 찬란한 성취와 성공 이면에는 균열도 존재한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젊은 과학자들이 불안정한 고용과 낮은 보수를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떠나는 ‘두뇌 유출’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 문제의 핵심을 크게 세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비정규직 연구원이 증가하고 있다. 일본 내 박사후연구원의 상당수가 단기 계약 임시직에 묶여 있고, 정규직 전환 기회가 매우 제한적이다. 둘째, 낮은 급여 수준도 인재 유출을 부채질한다. 중국, 싱가포르, 유럽이 더 높은 연봉과 연구 자율성을 제시하면서 일본의 젊은 두뇌를 흡수하고 있다. 셋째, 관료적 경직성이다. 오래된 시스템은 장기간 축적된 경험과 안정된 연구 기반을
제공해 혁신을 가능하게도 하지만, 동시에 새로운 아이디어나 세대가 진입하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으로도 작용한다(SCMP, 2025; The Japan Times, 2025).
일본 내각부는 ‘제6차 과학기술·혁신(STI) 기본계획’에서 이를 공식 문제로 지적하면서, 젊은
연구자에 대한 장기 지원과 안정적 경력 경로 확립을 정책 우선순위로 설정했다(Cabinet Office
2021). 하지만 실제 개선 속도는 더디다. 이와 같은 일본의 사례는 시스템의 ‘안정성’과 ‘경직성’이 동전의 양면임을 시사한다. 즉 안정된 시스템이 기성 연구자에게는 천국이지만
3. 중국: 속도와 규모의 과학, ‘국가 프로젝트형 혁신’
신진 연구자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3.1 국가 주도의 질주, 21세기형 두뇌 리쇼어링
일본이 ‘느린 과학’을 대표한다면, 중국은 ‘속도의 과학’을 상징한다. 2000년대 이후 중국 정부는 과학기술을 국가의 핵심 전략으로 설정하고, 전례 없는 규모의 투자와 인력 동원을 단행했다.
2024년 중국의 R&D 투자는 3.6조 위안(약 5,000억 달러)을 넘어섰고, 이는 전년 대비 8.3% 증가한 수치다(National Bureau of Statistics of China, 2025). 절대 금액으로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지만, 성장률은 미국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중국은 또한 연구 논문 생산량에서 2016년 미국을 추월했으며, 2022년에는 약 90만 편을 발표해 미국(약 46만 편)보다 훨씬 더 많은 논문을 출판했다(ITIF, 2024). 특허 출원에서도 중국은 2019년 미국을 추월했으며, 2022년 국제 특허
출원(PCT)에서는 중국 발명가들이 68,000건 이상을 출원해 미국을 앞질렀다(National Science
Board, 2024).
특히 ‘천인계획(千人計劃, Thousand Talents Plan)’ 등과 같은 해외 고급 인재 유치 프로그램은 중국 과학의 질적 도약을 이끌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지에서 활동하던 중국계 과학자들이 대거 귀환하게 한 것이다. 이로써 중국은 과학 인재의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전환했으며, 이는
‘21세기형 두뇌 리쇼어링(brain reshoring)’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
천인계획(Thousand Talents Plan, TTP)은 2008년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가 주도한 국가 인재 귀국 프로그램으로, 해외에 나가 있던 중국계 과학자 및 외국 전문가를 국내 연구기관으로 영입해 첨단 기술 분야를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참여자는 주로 해외 명문대 교수, 글로벌 기업 연구원, 창업가 등 고급 기술 인력으로, 선정된 인재에게는 일시금 100만 위안과 추가 연구 기금, 주택·세제 혜택, 자녀 교육 지원, 장기비자 특혜 등이 제공되었다. 2013년에는 40세 미만의 우수 연구자를 대상으로 하는 ‘청년천인계획(Junior Thousand Talent Plan)’이 신설되어, 일시금 50만 위안과 100만~300만 위안의 창업 연구비가 지원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반도체, 항공, 생명공학, 인공지능 분야의 기술 역량 확보에 기여했지만, 해외 기술 이전 및 지식재산
침해 논란이 불거지며 2019년 이후 ‘국가고급외국전문가유치계획(National High-end Foreign Experts
Recruitment Plan)’으로 재브랜딩되었다.
3.2 투유유 효과: 첫 노벨 과학상의 심리적 돌파
2015년 투유유(屠呦呦)의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은 중국 과학계의 자존심을 세우며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그는 전통 한의학 문헌에서 개똥쑥(Artemisia annua)을 찾아냈고 이에 영감을 얻어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NobelPrize.org, 2015). 투유유의 노벨상 수상은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첫째, 중국도 노벨 과학상을 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 성취를 뛰어넘어, “중국도 세계 과학의 중심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면서 과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깨뜨린 계기가 되었다. 둘째,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가능하게 했다. 중국 고유의 지식 전통이 세계 과학의 일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한 것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다양한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연구’를 중심으로 대형 국책 연구 프로젝트를 설계했다. 양자컴퓨팅, 우주과학, 생명공학 등 미래 기술 분야에 집중투자하면서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축적했고, ‘노벨상 프로젝트’라는 용어가 내부 문건에서 공공연하게 사용되기도 했다.
3.3 중국 모델의 강점: 집중과 속도
중국 과학의 가장 큰 강점은 국가 차원의 집중력이다.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막대한 자원과 인력이 일사불란하게 투입되어 단기간에 성과를 도출한다. 주요 성과들을 살펴보면 중국 모델 특유의 강점을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양자통신 위성 ‘묵자(墨子)’를 손꼽을 수 있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양자암호통신 위성을 쏘아 올려 양자통신 기술을 실증했다. 크리스퍼(CRISPR)1)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윤리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중국은 CRISPR 기술을 인간 배아에 처음 적용하는 등 공격적인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우주 탐사 분야도 빼놓을 수 없다. 달 뒷면 착륙, 화성 탐사 성공 등으로 미국과 경쟁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성과들은 ‘국가 프로젝트형 혁신’의 전형이다. 명확한 목표, 충분한 자원, 빠른 실행 등 삼박자가 만들어 낸 구조가 결합하면 단기간에 극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1) CRISPR(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은 특정 DNA 서열을 표적해서 절단하고, 이어 세포 내 복구 메커니즘을 이용해 유전체를 원하는 대로 절단, 삽입 또는 변형하는 혁신적 유전자 가위 기술이다. 이 기술은 간편하면서도 높은 정확도를 발휘해 유전 질환 치료, 농업, 신약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3.4 중국 모델의 한계: 자율성의 부재
하지만 이러한 폭발적 성장 뒤에는 구조적 리스크가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로 손꼽을 수 있는 이슈는 바로 ‘연구 자율성의 제약’이다.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 2025)는 중국 과학자들이 여전히 정치적 간섭과 검열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형 연구 프로젝트가 정부 목표와 밀접하게 연동되다 보니 몇 가지 한계가 존재한다.
첫째,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다. 즉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연구비가 끊기고 경력에 타격을 입게 된다. 둘째, 창의적 연구가 제한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나 정부 방침과 어긋나는 연구는 검열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셋째, 단기적 성과 압박이라는 폐해가 발생한다. 빠른
결과와 성과를 요구받게 되니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질문을 탐구하기가 어렵다.
단적인 사례로, 2018년 허젠쿠이(He Jiankui)의 ‘유전자 편집 아기’ 사건은 중국 과학의 양면성을
4. 한국: 효율적이지만 짧은 과학, 균형점을 찾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 연구는 세계 최초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윤리적 경계를 무시한 사례로, 국제 과학계의 비난을 받았고 허젠쿠이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결국 중국 모델은 국가적 추진력으로 성과를 쌓는 데는 탁월하지만, ‘실패를 통한 학습’, ‘예상치 못한 발견’, ‘창의적 일탈’ 등과 같은 진정한 혁신 요소들이 억압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속도는 빠르지만, 방향의 자율성이 좁아 지속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4.1 세계 2위의 역설
한국은 GDP 대비 약 5%를 R&D에 투자하면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R&D 집약도를 기록하고 있다 (OECD, 2024). 미국(3.4%)과 일본(3.7%) 대비 높은 수치이고, OECD 평균(2.7%)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절대 금액으로도 한국은 약 1,000억 달러를 R&D에 투자해 세계 4∼5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막대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아직 물리, 화학, 생리의학 분야에서는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세계 과학계에서 한국이 갖는 ‘단기 효율형’ 연구 환경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이상 현상으로 평가된다(Nature Editorial, 2024). 이러한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일부 한국 과학자들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된 바 있으나 공식 수상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과학계의 연구 역량이 세계적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패러다임 전환적 발견’이라는 노벨상 고유의 기준에는 아직 도달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4.2 단기주의 평가 시스템의 함정
전문가들은 한국 과학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지나치게 단기적인 평가 시스템을 지적한다. 대부분의 연구비가 3년 단위로 지급되고, 매년 중간평가를 거쳐야 한다. 연구자들은 연구비 지속 지원의 전제 조건인 논문을 꾸준히 발표해야 하고, 실패가 곧 경력 리스크로 이어지므로 성과 없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 차기 연구비를 받기 어렵게 된다. 결과적으로 고위험·고수익
연구보다는 안전하고 확실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연구가 선호되는 환경이 조성된다(Springer Nature Korea Research Advisory Forum, 2024).
Nature 2024 특집 기사에서는 이러한 문제에 대해 “안정적이지만 숨 쉴 틈이 없는 연구 환경”이라고 표현했다. 연구비는 안정적으로 지급되지만, 연구자가 깊이 사고하고 실패를 통해 배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본과 비교하면 차이점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본은 평균 20∼30년에 걸친 장기 연구를 바탕으로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고 있으며, 이는 안정적인 연구 지원과 긴 평가 주기에 기반한다(Asia Business Daily, 2025). 한국의 3년 주기 평가 시스템으로는 이런 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기가 구조적으로 어렵다. 전문가들은 한국도 고위험 연구를 지원하는 장기적이며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4.3 세대 간 전승의 단절
멘토-제자 관계와 연구 전통의 계승도 취약하다는 점도 주요 문제 중 하나로 제기된다. 박사후연구원의 불안정성이 대표적이다. 한국에서 박사후연구원은 대부분 임시직이며, 독립 연구자로 성장할 테뉴어 트랙(tenure track)2)기회가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많은 박사급 인력이 박사 학위 후 연구를 포기하거나 산업계로 이동한다. 이와 함께 교수의 과중한 행정 업무와
개인주의적 연구 문화도 세대 간 전승 단절을 부추긴다. 교수 임용 후에도 행정, 학생 지도, 평가 업무에 쫓겨 깊이 있는 연구에 집중하기 어렵다. 또한, 일본처럼 연구실이 하나의 ‘지적 공동체’로 기능하기보다는, 교수 개인의 역량에 의존하는 경향성이 강하다.
2) 테뉴어 트랙(tenure track)은 대학이나 연구기관에서 일정 기간 연구 및 교육 성과를 평가받아 정규직 교원인 종신 교수직을 획득할 수 있는 승진 경로를 의미한다. 종신 교수는 특별한 사유 없이는 해고되지 않아 안정적인 연구 활동이 가능하다.
4.4 한국 과학의 강점: 응용과 상용화
반면 한국 과학은 기초과학보다는 응용과학과 기술 상용화 분야에서 독보적인 강점과 경쟁력을 발휘한다. 예를 들어 삼성과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며 첨단 공정 기술에서도 선두권이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은 배터리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을 담당하는 등 OLED 디스플레이와 바이오의약품 분야도 세계적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분야는 기초과학의 원리 발견보다는, 기존 원리를 실제 제품으로 구현하고 대량 생산하는 ‘엔지니어링’에 가깝다. 이처럼 한국은 ‘과학(Science)’보다 ‘기술(Technology)’ 분야에서 더 빛을 발하고 있다. 노벨상이 기초과학 원리 발견에 주어지는 상임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일본
중국
한국
5. 구조적 차이에 대한 실증 분석
노벨상 부재는 과학의 질적 부족이라기보다 연구 유형의 차이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기초과학의 깊이 없이 기술 우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느냐다.
강점
장기 프로젝트 지원, 세대 간 멘토링, 실패 용인 문화, 연구자 자율성
막대한 자금, 빠른 실행, 명확한 목표, 국가 차원집중력
높은 R&D 투자, 빠른 실행력, 뛰어난 응용과학 역량, 기술 상용화 능력
표 1 | 아시아 삼국의 과학기술 분야 강점과 약점
아시아 삼국의 연구 환경 구조적 차이에 대한 실증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연구비 지원
약점
젊은 인재 유출, 경직된 시스템, 신진 연구자의 높은 진입 장벽
연구 자율성 제한, 실패 용인 부족, 정치적 간섭, 창의성 억압
단기 평가 시스템, 세대 간 전승 미흡, 기초과학 취약, 실패 불용인
시스템은 일본이나 중국 대비 상대적으로 경직되고 시간에 묶인 연구 평가 방식이며 이는 기초과학을 억압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비판을 불러온다. 예를 들어 창의연구 프로그램의
일본
중국
한국
경우 3년마다 평가를 통해 탈락한다. 이는 연구자들로 하여금 안전한 연구만 선택하도록 만드는 구조적 압력이 된다.
평균 지원 기간
평가 주기
5-10년 (기초연구)
중간평가 완화
3-5년 (국책과제)
엄격한 성과 평가
3년 (다수)
매년 중간평가
표 2 | 아시아 삼국의 연구비 지원 기간 및 특징
특징
장기 프로젝트 허용
핵심 목표 달성 중심
단기 성과 압박
한편, 중국은 논문 생산량에서 미국을 추월했지만, 논문 1편당 인용 수(영향력 지표)에서는 여전히 미국, 유럽, 일본에 뒤처진다. 논문의 ‘양’은 늘었지만 ‘질’은 아직 따라오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은 GDP 대비 R&D 투자에서 세계 2위임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 분야 고인용 논문(top 1%) 비율은 OECD 평균 이하이다.3) 한국 연구자들은 논문 편수보다 연구의 탁월성을 입증해야 하며, 창의성을 더 보여주고 산업계와의 연결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5.1 젠더 불균형: 아시아 삼국의 공통 과제
노벨상의 구조적 한계 중 여성 과학자의 낮은 수상 비율도 빼놓을 수 없다. 기존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1731년부터 2021년까지 과학 분야 8,747개 상 중 여성 수상자는 15.4%에 불과했다(Gehmlich & krause, 2024).
대표적 사례가 라디오 펄서를 발견한 영국의 여성 천문학자 조슬린 벨 버넬(Jocelyn Bell Burnell)이 노벨상을 받지 못한 것이다. 그녀는 1967년 대학원생 시절, 중성자별의 전파 신호를 최초로 포착했지만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은 그녀의 지도교수에게만 돌아갔다. 과학계는 당시 그녀가 대학원생이자 여성이었다는 이유로 수상자에서 배제된 것으로 분석한다. 벨 버넬은
50년 후인 2017년에야 브레이크스루상을 수상하면서 뒤늦은 인정을 받았다(Breakthrough Prize
Foundation, 2017).
DNA 구조 규명의 핵심인 X선 회절 사진을 찍은 영국의 여성 과학자 로절린드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 역시 1962년 노벨상 수상자에서 제외됐다. 미국의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Francis Crick)이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지만, 이들의 발견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프랭클린은 1958년 이미 세상을 떠나 수상 자격이 없었다. 그러나 학계는 그녀가 살아있었더라도 당시의 성차별적 분위기 속에서 수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수밖에 없다.
일본, 중국, 한국 모두 여성 과학자 비율이 OECD 평균 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단순히 노벨상의 문제가 아니라, 아시아 과학계가 해결해야 할 구조적 과제다. 연구 환경의 성평등이 확보되지 않으면 인재 풀의 절반을 활용하지 못하는 셈이 되어 과학 발전의 잠재력이 제한될
3) Clarivate Web of Science 데이터(출판연도 2019–2022, 인용 관찰 기간 2019–2023)를 CWTS(Leiden University)가 fractional counting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Rathenau Instituut, Top 1% and Top 10% Cited Publications, 2024)를 인용
6. 케이스 스터디: 노벨상으로 가는 여정
6.1 야마나카 신야: 실패를 견딘 20년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이야기는 일본 과학 시스템이 지닌 진정한 강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원래 정형외과 의사였다. 1987년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수술대 위에서 보내던 어느 날, “진정한 치료란 무엇인지”를 고민하면서 연구자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1993년 오사카시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글래드스톤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다(NobelPrize.org, 2012).
야마나카의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원래 ‘서투른 외과의사’였다는 점이다. 수술 실력이 부족해 ‘야마나카(Yamanaka)’를 빗댄 ‘자마나카(Jamanaka, 방해꾼)’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연구자의 길을 택했고, 결국 재생의학의 새 지평을 열었다. 이는 실패와 전환을 용인하는 연구 문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귀국 후 그는 나라선단과학기술대학원대학에서 독립 연구실을 열었다. 하지만 당시 줄기세포 연구는 비주류였고, 동료들조차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야마나카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자금난과 회의적인 시선 속에서도 10년 넘게 연구를 이어갔다. 마침내 2006년, 그는 생쥐의 피부세포에서 IPS 세포(유도만능줄기세포)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Takahashi & Yamanaka, 2006). 이듬해에는 인간 세포에서도 같은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 생명과학의 판도를 바꾸었다(Takahashi et al., 2007).
이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 20년 가까운 연구를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장기 지원 체계와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 문화가 있었다. 또한 미국에서의 포닥 경험을 통해 얻은 멘토링과 국제 협력의 네트워크가 연구의 질적 성숙을 이끌었다.
만약 야마나카가 단기적 평가 시스템 아래 있었다면 첫 10년의 무성과 동안 연구비가 중단되고, 그의 연구는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야마나카의 사례는 결국 “시간이 혁신을 낳는다”는 단순하지만 잊히기 쉬운 진실을 상기시킨다.
6.2 혼조 다스쿠: 기초면역학의 40년 여정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혼조 다스쿠 교수는 인간 면역체계의 억제 메커니즘을 밝히며 암 치료의 새 시대를 열었다. 그는 1966년 교토대 의학부를 졸업하고, 1970년대부터
순수 기초면역학 연구에 몰두했다. 당시 그의 목표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는 “면역세포의 조절 원리가 무엇일까”라는 질문 하나로 수십 년을 보냈다고 전해진다(NobelPrize.org, 2018).
1992년, 그는 PD-1이라는 단백질을 발견했지만(Ishida et al., 1992), 당시 이러한 기능은 알려지지 않았다. 많은 연구자들이 PD-1을 ‘별다른 의미 없는 분자’로 치부했지만, 혼조는 포기하지 않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는 PD-1이 면역 억제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를 바탕으로 암 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제약사와의 협력을 통해 항PD-1 항체 치료제 임상에 성공했고, 세계 암 치료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이 모든 과정은 처음 발견 이후 26년 만의 결실이었다.
그는 일관되게 ‘호기심 주도 연구(curiosity-driven research)’를 강조했다. “목표만 설정해 두고 거기에 맞는 답을 찾는 식의 연구로는 진정한 혁신이 나오지 않는다”는 그의 말은, 눈앞의 효율보다 ‘지속적 탐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뿐만 아니라 그의 제자들이 연구를 이어받아 세대를 잇는 연구공동체를 형성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6.3 투유유: 중국 모델의 성공과 한계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투유유(屠呦呦)는 중국 최초의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이다. 그녀의 연구는 전쟁이라는 절박한 국가적 상황에서 시작됐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쟁 중 말라리아가 큰 문제로 떠올랐고, 중국 정부는 1967년 5월 23일 ‘523 프로젝트’라는 비밀 연구 계획을 수립했다. 투유유는 이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전통 한의학 문헌에서 단서를 찾아내고자 했다(NobelPrize.org, 2015).
그녀는 4세기에 쓰인 고대 문헌 ‘주후방(肘後備急方)’에 등장하는 개똥쑥(Artemisia annua)에 주목했다. 640개 이상의 식물과 2,000개 이상의 처방을 조사한 끝에, 1971년 말라리아 원충을 억제하는 성분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찾아냈다(Tu, 2016). 그러나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 그녀의 논문은 수년간 발표되지 못했다. 1970년대 초 실험적 성공을 거두었지만, 세계가 그녀를 인정하기까지는 무려 40년 이상이 걸렸다.
투유유의 성취는 중국식 국가 주도 모델의 강점을 보여준다. 명확한 목표 아래 자원을 집중 투입한 결과, 실질적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획기적 성과를 창출했다. 동시에 이 사례는 정치적 간섭이 과학 발전의 지속성을 해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투유유의 연구 역시 중국의 문화대혁명(1966~1976) 기간 중 많은 과학자들이 숙청되고 연구가 중단된 혼란 속에서 이루어졌으며, 정치적 목적(베트남전 지원)에 의해 추진된 프로젝트였다. 이처럼 정치 주도의 일회성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연구 시스템으로 발전하기 어렵다. 실제로 투유유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중국은 추가 자연과학 분야 노벨상을 배출하지 못했다. 이는 한 번의
성공을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보여준다.
6.4 한국의 사례: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아직 없는 이유는
한국에도 세계적 수준의 연구자들은 많다. 배터리 소재 분야에서는 리튬이온 기술을 혁신한 연구자들이, 반도체 분야에서는 차세대 나노소자 연구자들이, 그리고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세계 상위권 학술지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업적은 노벨상과 같은 근본적 발견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한국 과학의 응용 중심 구조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산업화 과정에서 쌓은 기술적 강점이 여전히 연구 방향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기보다는 기술을 개선하는 연구”가 장려되는 구조이다.
둘째, 단기적 성과에 대한 압박이 크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OECD(2023)는 한국의 연구개발시스템이 장기적 초점을 강화하고, 질적 성과 평가를 중시하며, 고위험·고수익형 연구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는 현재 시스템이 단기 성과 중심으로 운영되어 장기적 연구를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다.
셋째, 국제 협력이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연구 목표 설정 단계부터의 진정한 공동 탐구는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국은 국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5년 1월부터 EU의
Horizon Europe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개방적 연구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European
Commission, 2025).
7. 정책적 함의: 한국이 나아갈 길
한국은 지금 기술 강국의 문턱을 넘어 과학 강국으로 도약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야마나카나 혼조, 투유유의 사례가 보여주듯, 진정한 발견은 ‘시간’과 ‘신뢰’라는 두 축 위에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7.1 시간의 정치경제학, 실패할 권리와 시간의 자유 보장
한국 과학은 자금이나 인재보다 ‘시간의 부족’을 핵심 병목 요인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OECD(2023)는 한국의 연구개발 거버넌스가 부처 간 조정 과정에서 과도한 행정 부담을 초래하고 있으며, 새로운 과제 발굴이나 우선순위 조정보다는 기존 자원의 재배치에 초점이 맞춰지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연구자들이 행정 절차와 단기 과제의 압박에 시달린다면, 장기적·창의적 연구를 수행하기 어렵다. 연구자에게 주어진 시간이 짧을수록 과학은 ‘탐구’가 아니라 ‘성과 생산’에 치우칠 위험이 커진다.
일본학술진흥회(JSPS, Japan Society for the Promotion of Science)가 주관하는 과학연구비보조금(KAKENHI)
프로그램은 특별추진연구(Specially Promoted Research)의 경우 3-6년의 장기 지원을 제공하며
있도록 돕는다.
중간평가를 간소화하고 연구의 질적 성과에 집중한다(Japan Society for the Promotion of Science, n.d.). 이러한 제도는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 압박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또한, 유럽연구위원회(ERC, European Research Council)가 시행하는 개념증명보조금(Proof of Concept
Grant)은 ERC 연구자들에게 기초연구의 혁신 잠재력을 탐색할 수 있는 추가 자금을
제공한다(European Research Council, n.d.). 이는 연구자들이 위험도가 높지만 잠재력 있는 아이디어를 탐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전문가들은 연구자들이 ‘안전한 길’을 택하지 않아도 될때더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연구 실패를 허용하고 실험적 탐구를 장려함으로써 ‘위험 감수형 혁신(High-risk High
gain Innovation)’ 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한국 과학이 돌파구를 찾으려면, 연구자에게 ‘실패의 권리’와 ‘시간의 자유’를 동시에 보장해야 할 것이다.
7.2 세대 간 전승의 제도화, 단절된 연구의 계보를 잇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이 ‘지적 혈통(academic lineage)’을 가진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노벨상 수상자 727명 중 696명이 하나의 학문적 가계도에 속하며, 노벨상 수상자들은 다른 노벨상 수상자를 스승이나 제자로 둘 가능성이 높다(Tol, 2024). 스승의 문제의식을 이어받고, 제자에게 다시 전해주는 과정을 통해 과학이 세대를 이어 진화한다.
이에 비해 한국의 연구 생태계는 안타깝게도 이 연결이 자주 끊긴다. 포닥은 불안정한 지위에 놓여 있고, 젊은 연구자가 독립적인 연구자로 자리잡기까지 긴 시간이 소요된다. 연구실은 세대가 바뀔 때마다 해체되고, 결국 축적된 노하우는 공중에 흩어진다. 이를 복원하려면 연구자의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제도가 필요하다.
일본이 시행 중인 테뉴어 트랙(Tenure-Track) 시스템은 박사학위 취득 후 박사후연구원(DC, PD)
과정을 거쳐 테뉴어 트랙 교수직으로 이어지는 명확한 경로를 제공한다(Interview with SATOMI
Susumu, 2021). 또한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는 개별 연구자가 아니라 ‘연구그룹’ 단위로 5년(평가에 따라 최대 9년까지 연장 가능)의 장기 지원을 제공하며, 연구그룹 리더에게 약 1-1.5백만 유로의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한다(Max Planck Society, n.d.). 이러한 제도는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 압박에서 벗어나 보다 근본적인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대 간 협력 프로젝트를 제도적으로 장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멘토링 관계를 통해 지식과 경험이 전승될 때, 연구의 지속성과 혁신성이 동시에 확보될 수 있다(Liénard et al., 2018). 원로 교수, 중견 연구자, 신진 과학자가 함께 참여하는 연구에 가점을 부여하면, 지식의 전승이
자연스럽게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7.3 국제 협력의 질적 전환, ‘공동 저자’에서 ‘공동 실험실’로
한국의 국제 공동논문 비율은 높은 편이지만, 그 관계는 종종 일회성에 머문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한국과 일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6번째로 생산적인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만, 2015년 이후 공동 연구 성과가 정체되어 있다(Nature Index, 2021). 하나의 논문을 함께 써서 완성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한 실험실을 함께 운영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미래의 과학은 바로 이러한 공동 창조형 협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한국이 진정한 과학 강국으로 성장하려면 ‘공동 연구실(Joint Lab)’ 시대를 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과 프랑스가 협력하고 있는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CNRS, 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와 막스플랑크협회(MPG, Max-Planck-Gesellschaft) 간 협력은 물리적으로 연구자들이 함께 상주하며 실험, 장비, 데이터를 공유하는 구조를 갖춘 대표적 사례이다. CNRS는 전 세계적으로 80개 이상의 해외 연구소를 운영하며, 막스플랑크협회와는 다양한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CNRS, n.d.). 이러한 제도는 단순한 논문 공동 저술을 넘어
연구 아이디어의 생성부터 실험, 기술 적용까지 전 과정을 함께 수행하는 ‘공동 창조(co-
creation)’ 협력 모델을 보여준다. 특히 SALTO 프로그램은 박사과정생과 박사후연구원들이 4-10개월 동안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여 후속 세대 연구자 양성까지 아우른다(CNRS, 2024).
또한 단기 교환연구 프로그램을 넘어, 장기형 교류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전문가들은 연구자들이 단 몇 주가 아니라 몇 개월 이상 해외 기관에 체류할 수 있는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Nature Index, 2024). 이러한 협력은 논문 수를 늘리기보다 연구의 깊이를 확장시킨다. 더불어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 연구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간 뒤에도 협력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마련하면, 글로벌 과학의 한 축을 한국이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7.4 기초와 응용의 균형 및 실패의 문화 조성
한편, 한국 응용과학의 성공은 최근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의약품 산업은 이미 세계 최정상에 자리한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성취는 결국 기초과학의 뿌리 위에서야 오래갈 수 있다. 문제는 두 영역이 서로 다른 논리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초 연구와 응용연구 예산을 명확히 분리하고, 각기 다른 평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영국의 이중지원체계(Dual Support System)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도는 연구 위원회(Research Councils)가 경쟁적 프로젝트 단위로 연구비를 배분하는 한편, 연구 우수성 평가(Research Excellence
Framework, REF)에 근거해 대학에 장기적 기초 연구를 위한 전략적 블록 그랜트(block grant) 자금을
지원한다(UKRI, n.d.). REF는 영국의 고등교육 연구 우수성을 평가하는 시스템으로, 그 결과를 바탕으로 매년 약 20억 파운드의 연구 자금을 배분한다. 이를 통해 기초와 응용 연구 예산을 명확히 분리해 각기 다른 평가 체계와 목표 아래 운영함으로써 안정성과 혁신의 균형을 이룬다. 아울러, 한국도 이와 유사하게 기업이 장기 기초 연구에 투자할 경우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면 산업이 과학의 토양을 스스로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일본의 사례를 보면, R&D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개발 비용에 대해 2-14%의 세액공제를 제공하며, 중소기업의 경우 12-17%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모든 위대한 발견의 이면에는 긴 실패의 그림자가 있다는 점도 명확하게 인지해야 한다. 혼조 다스쿠 교수는 암 면역치료 연구에서 “많은 사람들이 계속 실패했다”고 언급하며, 면역체계가 이미 억제되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고 설명했다(The Nobel Prize, 2018). 하지만 한국에서는 실패가 경력의 오점이 된다. 연구비 환수, 승진 불이익, 연구비 재신청 제한 등은 과학자에게 ‘실패할 용기’를 빼앗는다.
과학은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을 다루는 행위이다. 실패가 낙인이 아닌 학습의 자산이 될 때
연구자는 실질적인 혁신에 도전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는 높은 실패 허용도로 알려져 있으며, 프로젝트의 85~90%가 완전한 목표 달성에 실패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터넷, GPS, 스텔스 기술 등 혁신적 발명을 창출해왔다. DARPA는 프로젝트 관리자들이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평가하고, 실패한 프로젝트는 신속히 종료하며, 자원을 다른 연구로 재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Nature, 2020).
또한, 전 세계적으로 ‘Fuckup Nights’라는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행사가 인기를 얻고 있다. 2012년 멕시코에서 시작된 이 운동은 현재 300개 이상의 도시에서 개최되며, 과학 분야를
8.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 과학 혁신의 토양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실패 경험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배움을 강조하는 문화 조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PCMA, 2020). 한국도 이러한 ‘실패 아카이브’와 ‘재도전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야말로, 혁신이 움트는 과학의 윤리적 토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벨상이 과학계 최고의 상으로 인정받는 이유는 상금 규모 때문이 아니다. 실제로 브레이크스루상(300만 달러)이나 탕상(약 167만 달러)이 노벨상(약 110~120만 달러)보다 상금이 많다(Breakthrough Prize, n.d.; Global Times, 2014). MIT의 로버트 랭거(Robert Langer) 교수는 브레이크스루상을 포함해 220개 이상의 주요 과학상을 받았지만, 노벨상의 권위는 여전히 특별하다는 점을 인정한다(Academy of Achievement, 2024). 120년 역사 동안 축적된 수상자들의 업적이 곧 노벨상의 권위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물론 노벨상도 완벽하지는 않다. 수학, 공학, 기후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분야가 배제되어 있고, 여성 과학자 수상 비율도 현저히 낮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노벨상 획득’이라는 목표 자체보다, 노벨상급 연구를 가능하게 하는 생태계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
진정한 과학의 시간은 ‘단기 경쟁의 시계’가 아니라 ‘세대를 건너는 시계’가 되어야 한다.
일본은 그 느림 속에서 신념을 지켰고, 중국은 속도를 무기로 세상을 흔들었으며, 한국은 두 극단 사이에서 아직 균형점을 찾고 있다. 결국 노벨상은 한 사람의 천재가 아니라, 시간과 자유, 전승과 관용, 협력의 생태계가 만든 상징이다. 연구자들이 장기간 한 주제에 몰입할 수 있는 구조, 실패를 도전의 발판으로 삼는 제도와 문화 등이 오래 연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노벨상은 목표가 아니라 결과여야 한다. 진정한 목표는 인류의 지적 지평을 넓히고, 우리가
사는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다. 만약 한국이 이 본질의 중요성을 각인하고 연구자들에게 시간과 자유를 돌려주면서 실패를 견디는 과학문화를 만들어 간다면, 노벨상은 언젠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이는 21세기형 아시아 과학이 나아가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지속 가능한 길이다.
Ⅴ. 참고문헌
Academy of Achievement. (2024, September 27). Robert S. Langer, Sc.D. https://achievement.org/achiever/robert-s-langer-ph-d/
Asia Business Daily. (2025, October 7). Japan’s long-term research vs. Korea’s short- term projects: The secret behind Japan’s double Nobel prize win. https://cm.asiae.co.kr/en/article/2025100821395762379 Associated Press. (2025, October 7). The Nobel prize in medicine goes to 3 scientists for key immune system discoveries. AP News. https://www.apnews.com/article/nobel-prize-medicine- a68cf8a3b930570630168a949d277cde
Atkinson, R. D., Ezell, S., Jeong, H., Kim, Y. J., & Kwon, S. B. (2025). Understanding and comparing national innovation systems: The U.S., Korea, China, Japan, and Taiwan (pp. 187-211). Information Technology and Innovation Foundation & Chey Institute for Advanced Studies. https://www2.itif.org/2025-itif-chey-national-innovation-systems.pdf Breakthrough Prize. (n.d.). Fundamental Physics Breakthrough Prize – Prizes. https://breakthroughprize.org/Prize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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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n.d.). Promoting scientific excellence worldwide. https://international.cnrs.fr/en/un-acteur-mondial/ Cen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 (2024, November 8). SALTO program launch. https://international.cnrs.fr/en/actualite/appel-a-candidatures-du- programme-salto/
Central Organization Department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 (2020). Detailed Rules for the “Thousand Talents Program” High-Level Foreign Expert Project. https://cset.georgetown.edu/publication/detailed-rules-for-the-thousand- talents-program-high-level-foreign-expert-project/ European Commission. (2025, January 6). Republic of Korea to join Horizon Europe under Transitional Arrangement. Research and Innovation. https://research-and-innovation.ec.europa.eu/news/all-research-and- innovation-news/republic-korea-join-horizon-europe-under-transitional- arrangement-2025-01-06_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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