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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페이퍼_2025_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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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2025. 06호

AI 시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정책 전략

- 과학을 말하는 AI, 신뢰를 설계하는 인간

작성자 | 장미경 선임연구원·과학언론학 박사) 편집 | 정책기획실 발행 | 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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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들어가며

2. 생성형 AI와 과학 콘텐츠의 자동화

3) 시민 교육과 참여 전략

4. 결론: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재정의

5. Reference

1) 생성형 AI의 감성적 설득력과 그 위험 2) ‘팩트’에서 ‘서사’로, 설명의 변화 3) 자동화된 커뮤니케이션의 윤리적 경계

3. AI 기반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정책 전략

1) 신뢰 설계를 위한 제도적 방안 2) 플랫폼 투명성과 책임 매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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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과 정책 전략

- 과학을 말하는 AI, 신뢰를 설계하는 인간

1. 들어가며

장미경 선임연구원·과학언론학 박사 rose@kosac.re.kr

인공지능(AI)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AI의 시선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날씨 앱이 기상 정보를 알려주고, 점심에는 알고리즘이 음식 메뉴를 추천해 주며, 밤이 되면 AI가 골라 준 콘텐츠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러한 일상이 반복되는 동안, AI는 조용히 우리의 삶과 인식을 설계하고 있다. 이제 기술은 정보를 제공하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의심하며, 무엇을 신뢰할지 조율하는 인식의 매개자가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방식에도 새로운 전환을 요구한다. 전통적인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전문가인 과학자가 대중에게 지식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이른바 ‘결핍 모델(deficit model)’에 기반해 왔다(Wynne, 1992). 그러나 정보 과잉이 특징인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수용자가 능동적으로 지식을 해석하고 선택하는 오늘날, 일방향적인 전달 모델은 점차 그 효과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Bucchi, 2008; Trench, 2008). 이에 따라 쌍방향 소통을 강조하는 ‘대화 모델(dialogue model)’과, 시민이 과학 지식의 공동 생산자 역할을 하는 ‘참여 모델(participatory model)’이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게 되었다(Stilgoe, Lock, & Wilsdon, 2014).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교실이 아니라,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질문을 던지고 의미를 구성하는 공론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흐름이 단지 커뮤니케이션 모델의 진화로만 설명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지금의 변화는 담론 구조의 전환을 넘어, 정보를 생성하고 배열하는 기술 인프라의 재편과 맞물려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심층에는 알고리즘 기반의 플랫폼 구조와 생성형 AI의 부상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 과학 정보는 원형 그대로 유통되지 않는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검색 포털 등 디지털 플랫폼은 정보를 선별하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특정한 ‘프레임(frame)’을 부여하는 프레이밍 효과를 발생시켜, 정보의 수용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Nisbet, 2009). 이는 과학 정보의 전달뿐만 아니라, 정보에 대한 수용자의 해석과 신뢰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된다.

여기에 생성형 AI가 가세하며 새로운 전환점이 도래하고 있다. 챗GPT(CHATGPT), 제미나이(Gemini), 클로드(Claude), 퍼플렉시티(Perplexity), 클로바X(CLOVA X) 등의 시스템은 과학 콘텐츠를 요약하거나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서사를 만들어 내는 커뮤니케이터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과학 지식의 생산과 소비, 검증과 확산의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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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점에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우리는 AI가 생성한 과학 콘텐츠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생성형 AI는 과학의 맥락과 본질, 사회적 의미까지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이러한 정보를 평가하고 수용해야 할까?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이제 정보 전달의 기술을 넘어, 신뢰의 문제, 윤리의 문제, 공공성의 문제를 포괄하는 하나의 복합적 사회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AI는 중재자이자 조력자일 수 있지만, 동시에 잠재적 교란자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국내외에서는 AI 기반 과학 커뮤니케이션 자동화, 알고리즘 편향, 신뢰도와 수용성 등에 관한 실증 연구는 물론, 과학 정보의 진위와 담론 형성 방식, 사회적 맥락과 윤리적 책임에 대한 철학적 논의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AI 기술이 과학 콘텐츠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 이러한 변화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구조와 공론장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 전략과 시민 사회적 실천 방향은 무엇인지 다층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지금 우리는 AI와 함께 새로운 지식 윤리를 설계해야 할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2. 생성형 AI와 과학 콘텐츠의 자동화

인간이 기계의 언어를 배우던 시대를 지나, 기계가 인간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생성형 AI가 단순한 텍스트 생성 도구를 넘어 과학적 사실을 ‘서사’로 재구성하는 능동적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는 AI가 과학 저널리즘과 공공 지식 생산의 공저자(co-author)이자 해석자(interpreter)로 기능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을 기반으로 한 생성형 AI 모델들은 자연어 처리(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을 바탕으로 방대한 과학 데이터를 학습해, 다양한 전문 과학 콘텐츠를 실시간 생성한다. 이는 압도적인 속도와 효율적인 비용으로 기존의 과학 언론, 교육 콘텐츠, 미디어 해설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특히 대화형 과학 콘텐츠, 뉴스 자동 요약, 일반인을 위한 해설형 콘텐츠 분야에서는 생성형 AI가 이미 인간 전문가와 유사하거나, 때로는 인간보다 더 뛰어난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과학 정보를 필터링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팩트 기반 신뢰 체계의 약화 가능성, 전문가 권위의 혼란, 과학 담론의 상업적·문화적 왜곡 등 다양한 위험 요소와 윤리적·사회적 문제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Peters & Chin-Yee, 2025).

1) 생성형 AI의 감성적 설득력과 그 위험

의미심장한 변화는, 생성형 AI가 단순한 서술 도구를 넘어 과학 탐구 방식 자체를 바꾸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6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AI for Science 2025’ 보고서에 따르면, AI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보조 수단을 넘어, 대규모 데이터 속에서 숨겨진 패턴을 탐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가설을 자동 생성하며, 실험 설계 최적화 역할까지 해낸다. 더 나아가 일부 분야에서는 AI가 이론 구축 초기 단계까지 참여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환을 ‘모델 기반 접근법(model-driven approach)’으로 일컬으며, AI가 인간 과학자의 지적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을 제시한다(Nature, 2025). 예를 들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은 수학 분야에서 새로운 추측과 정리를 발견하는 데 활용되고 있고,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자동으로 실험을 설계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복잡한 인과 관계를 규명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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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과 이론 모델링에 의존해 왔던 과학 탐구의 전통적 방식 자체를 재정의하는 주요 전환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AI가 점차 과학 연구의 ‘동료’ 역할을 해내면서, 신뢰성 확보, 윤리 문제 검토, 인간 중심 연구와의 균형이라는 새로운 도전 과제가 함께 제기된다. 즉, AI가 과학 연구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는 동시에, 과학의 본질과 사회적 책임에 관한 근본적인 논의의 중요성도 다시 일깨우는 것이다.

더 나아가 생성형 AI는 데이터가 부족하거나 불확실성이 큰 영역에서도 창의적인 해석을 제시하고, 감성적 서사와 통계적 분석을 결합해 과학적 설득력을 극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AI는 과학적 사실을 어떻게 구성하고 전달할지 결정짓는 서사적 조율자가 된다. 즉, 과학적 진실이 ‘팩트’ 그 자체보다, 팩트를 어떻게 감각적으로 배열하고 해석하는지에 따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의미 작용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대중은 AI가 생성한 과학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GPT‑4 기반 생성형 AI가 작성한 논문 요약(summary)은 기존 PNAS 논문의 인간 연구자가 작성한 요약보다 더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보를 전달하며, 독자들이 과학자를 더 신뢰할 수 있고 호감 가는 존재로 인식하게 한다(Markowitz, 2024). 특히, AI가 작성한 논문 요약을 읽은 독자들은 인간 연구자의 요약보다 과학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논문 내용의 핵심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재요약하는 능력 또한 향상되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AI가 단순한 번역자를 넘어, 과학적 의미를 재구성하고 정서적 설득력을 강화하는 서사적 조율자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팩트’에서 ‘서사’로, 설명의 변화

복잡한 과학적 팩트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이야기로 재구성하는 생성형 AI의 능력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예를 들어, AI는 물리학 개념을 동화처럼 설명하고 백신 작용 원리를 요리법에 비유하거나 암세포의 전이를 전투 서사로 풀어내는 등 비유와 이야기 방식을 활용해 내러티브(narrative) 구조를 만들어 대중의 이해와 접근성을 높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AI의 스토리텔링 능력, 즉 ‘내러티브 인텔리전스(Computational Narrative Intelligence)’에 기반한 것으로, 인간 중심적 목표를 지향하는 AI 연구에서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최근 실험 연구에 따르면, 생성형 AI는 이야기의 흐름, 전환점, 감정의 기복 등 서사의 구조적 요소를 다룰 수 있으며, 이러한 요소들을 명시적으로 서사 생성 과정에 통합했을 때 내러티브의 긴장감, 감정 몰입도, 다양성, 표현력이 40% 이상 향상되는 것으로 나타났다(Tian et al., 2024).

또한, 최근 발표된 SCORE 프레임워크는 AI 스토리텔링의 담화 일관성과 감정 흐름에 대한 체계적인 개선

방법을 제시한다(Yi et al., 2025). 이 프레임워크는 ‘동적 상태 추적(Dynamic State Tracking)’, ‘문맥 인식 요약(Context-Aware

Summarization)’, ‘하이브리드 검색 기반 생성(Hybrid Retrieval‑Augmented Generation)’의 세 가지 요소를 기반으로, 내러티브의 논리적 연속성, 감정적 일관성, 허위 정보(hallucination)를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연구팀의 실험 결과, 기존 GPT 모델 대비 논리적·정서적 일관성이 개선되었고 구조적 허위 정보를 40% 이상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이러한 연구들은 AI가 과학 커뮤니케이션에서 정보 요약이나 전달 수준을 넘어, 감정과 논리를 조율해 고품질 서사를 구성하는 조율자로서 기능할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AI의 서사화 과정은 과학적 엄밀성과 설득적 서사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도 내포한다. AI의 감성적이고 직관적인 표현은 대중의 흥미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지만, 과학적 정확성을 다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설명의 윤리성과 신뢰성에 대한 새로운 문제 제기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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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최근 의료 및 과학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사용자들은 AI 챗봇이 생성한 콘텐츠를 자연스럽고 이해하기 쉽다고 인식하는 반면, 사실 검증과 정확성 면에서는 오류와 생략이 다수 발견된다는 실증 결과가 보고되었다(Shekar et al., 2024). 연구팀은 비전문가 일반인 300명을 대상으로, 의료 정보에 대한 AI와 인간 전문가의 응답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두 응답을 명확하게 구분해내지 못했고, 인간 전문가의 응답보다 AI의 응답이 더 만족스럽고 신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확도가 낮은 AI 응답조차 전문가 응답과 유사한 수준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보였으며, 부정확한 조언임에도 이를 따르려고 하거나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요청하려는 경향도 관찰되었다. 더불어, 응답의 출처가 명시되지 않은 경우, 전문가들조차 AI 응답을 오히려 더 정확하고 포괄적이라고 평가하는 인지적 편향을 드러냈다. 연구팀은 이러한 신뢰 착시가 잘못된 의료 판단과 위험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AI 기반 의료 정보는 반드시 전문가의 검토와 개입을 전제로 제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요하게 인식해야 할 부분은, AI 기반 문장 자동완성 도구가 사용자에게 글쓰기 편의를 제공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태도와 인식에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이다. 야케쉬(Jakesch) 외 연구팀은 GPT- 3 기반의 ‘의견 지향 언어 모델(opinionated LM)’을 활용해 AI와의 공동 작성(co-writing)이 사람들의 의견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실험했다(Jakesch et al., 2023).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 1,506명을 대상으로 태도 검사를 수행했는데, 언어 모델이 특정 견해를 지속적으로 제시할 경우 사용자가 그 견해를 점차 수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결과는 자동화된 언어 모델이 사용자의 태도 형성에 직접 개입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플랫폼 설계와 AI 관련 정책 수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한편, 생성형 AI가 소셜 미디어나 메신저 등에서 대화 매개자의 역할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신뢰의 딜레마’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AI가 중재한 AI 매개 커뮤니케이션(AI-MC, Artificial Intelligence-Mediated

Communication)은 사람들의 인지적 신뢰(epistemic trust)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있다(Sachabi & Formosa, 2025). 이로 인해 수용자는 정보의 신뢰도를 낮게 평가하거나 무분별한 회의주의에 빠질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인지적 불공정(epistemic injustice)이나 차별과 같은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위험도 존재한다. 연구팀은 이와 같은 신뢰의 양면성을 지적하며, AI-MC가 ‘정당한 의심’을 촉진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과도한 불신’을 조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러한 논의는 생성형 AI가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보조자 역할을 넘어 정보의 구성 방식과 신뢰 형성 과정 자체를 재구성하는 적극적인 행위자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즉, AI의 자동화된 메시지 생성이 정보 구성과 신뢰 형성에 능동적으로 개입하면서 윤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영향력은 단순히 사용자 개인의 문제를 떠나, 플랫폼 설계자와 정책 입안자에게도 윤리적 책임을 요구한다. 생성형 AI가 과학 정보의 해석과 유통을 자동화하는 상황에서,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편향 가능성, 정보 선택 기준에 대한 명시 등은 더 이상 기술적 옵션이 아니라 윤리적 의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AI 기반 커뮤니케이션은 과학 정보를 소비, 해석, 유통하는 방식에 구조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콘텐츠 자동화 차원을 넘어, 생성형 AI가 어떤 정보를 우선시하고 어떻게 배열하는지에 따라 과학적 사실은 특정한 프레임 속에서 소비되며, 이는 이용자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생성형 AI가 알고리즘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이 유사 관점을 반복 노출하듯, 생성형 AI 또한 알고리즘에 따라 편향된 답변을 지속적으로 생성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과학적 합의 대신 한쪽의 치우친 의견이 과도하게 증폭될 경우 그 해결방안은 무엇인지를 모색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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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I 기반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정책 전략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생성형 AI는 과학 콘텐츠의 보조 도구 수준을 넘어, 공론장의 구조를 재편하고 과학 서사를 생성하는 핵심 주체이자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기존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역할과 경계를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도전이다. 나아가 기술 규제를 넘어, 디지털 거버넌스 차원에서 신뢰할 수 있는 과학 정보 생태계의 재설계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불러온다. 플로리디(Floridi)는 AI 시대에 콘텐츠를 평가하고 설계하며 비판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새로운 학문적 틀로 ‘콘텐츠 스터디(Content Studies)’를 제안했다. 그는 특히 과학 콘텐츠의 진실성뿐만 아니라, 그 서사 구조와 사람들이 콘텐츠를 수용하는 방식에 대한 체계적 분석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Floridi, 2025). 또한, 실제 기업 사례를 바탕으로 디지털 거버넌스를 구현하기 위한 윤리 기반 감사(Ethics-based Auditing) 모델을 제시하며, 디지털 환경에서 정보 투명성과 설명 책임을 제도화하는 방안에 관한 연구도 수행된 바 있다(Mokander & Floridi, 2023). 이러한 논의는 알고리즘 설명 책임제나 AI 콘텐츠 출처 명시 등 제도적 개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해 2025년 2월 파이낸셜타임스 사설에서는 AI 시대일수록 실증 기반의 디지털 거버넌스 구축이 필수적이라면서, 데이터 공개와 윤리적 설계, 협력 기반 정책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다(The Financial Times, 2025).

1) 신뢰 설계를 위한 제도적 방안

지금까지의 논의를 기반으로 이 절에서는 AI 기반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신뢰를 회복하고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 전략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콘텐츠 출처의 명확한 명시와 진위 검증 시스템 강화, 둘째, 알고리즘 투명성과 공공성에 기반한 정보 유통 구조 설계, 셋째, 과학 커뮤니케이션 주체에 대한 사회적 책임 부여다. 이 세 가지 전략은 지식의 공공성과 민주적 정보 질서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AI 콘텐츠 출처 명시 의무화 및 진위 검증 시스템 강화 생성형 AI 기반 과학 콘텐츠는 감성적 서사성과 사실성 사이의 긴장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생성 주체가 불명확한 경우,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 전문가 검토 없이 생성된 콘텐츠가 사실로 오인되거나, 기존 권위 기관의 정보와 혼동되는 사례도 빈번하다. 일부 플랫폼은 ‘AI 생성물’임을 표기하지만, 생성 도구, 검토 여부, 원문 자료 등 핵심 정보는 누락되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사용자는 정보의 정확성과 객관성에 대한 평가 근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게 되고, 이는 과학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검증의 맥락’이 사라지는 위험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AI 기반 과학 콘텐츠의 출처 명시를 법적·제도적으로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생성 도구, 검토 여부, 원문 출처를 명시하는 표준 양식이 마련되어야 하며, 공공기관 주도의 감독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이 콘텐츠는 GPT-4.5 기반으로 생성되었고, 융합연구회 자문위원단 3인의 검토를 거쳤음”, “이 콘텐츠는 구글 제미나이 기반 자동 요약이며, 원문은 WHO 보고서(2025.5.3.)임”과 같은 표준화 형식이 필요하다. 실제로 EU AI 법안(AI Act) 제52조는 일반 목적 AI(general-purpose AI) 시스템의 자동 생성 여부를 사용자에게 명확하게 고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제96조는 AI 시스템의 투명성과 설명 가능성을 위한 기술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European Union, 2024). OECD 역시 생성형 AI 콘텐츠의 투명성과 설명 책임을 강조하면서, 사용자 권리 보호를 위한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OECD, 2023).

종합해 보면, 출처 명시는 단순히 소비자의 알 권리를 넘어, AI 시대의 신뢰 사회를 설계하기 위한 필수적인 제도 장치다. 출처 투명성과 함께, 생성된 AI 정보가 어떻게 유통되고 설계되는지 역시 신뢰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이에 따라 정보 유통 구조와 알고리즘 투명성에 대한 정책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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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알고리즘 설명 책임제

AI 기반 과학 콘텐츠는 사용자 취향과 과거 시청 기록, 그리고 상호작용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는 맞춤형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와 사회에 전달된다. 이 추천 알고리즘은 ‘과학적 사실’보다 ‘노출 빈도’를 중심으로 신뢰가 구축되는 구조를 강화할 위험이 있다. 즉, 소비자의 클릭 가능성이나 개인 선호도에 따라 정보가 왜곡되거나 변형된 방식으로 유통될 수 있다. 이러한 우려와 위험을 제한적으로나마 완화하기 위해 일부 플랫폼은 알고리즘의 일부 작동 원리를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부분적 설명이나 최소한의 기능에 그칠 뿐, 과학 콘텐츠의 노출 우선순위, 공신력 기준 반영 여부, 삭제나 차단 기준 등 중요한 요소들의 경우 여전히 불투명한 실정이다. 특히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대중의 의사결정, 보건 위기 대응, 과학기술 수용성 등에 직결된다. 따라서 알고리즘 구조와 제도적 장치는 작동 원리, 추천 기준, 필터링 메커니즘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등 더 높은 수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갖춰야 한다. 이는 기술 투명성 문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디지털 시민의 인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핵심 과제다.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과학 콘텐츠 알고리즘 설명서’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각 플랫폼은 과학 콘텐츠 추천 시 적용되는 노출 기준, 우선순위 산정 방식, 공신력 지표 활용 여부, 삭제와 차단 기준 등을 명시한 설명서를 주기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둘째, ‘알고리즘 투명성 감시 기구’를 설치하는 것이다. 공공기관 또는 제3자 위원회가 플랫폼 알고리즘의 과학 콘텐츠 유통 방식에 대한 외부 감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공시하도록 한다. 이는 AI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독립적 검토 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실제로 EU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대형 온라인 플랫폼(VLOPS)에 대해 추천 알고리즘의 핵심 변수 공개와 사용자 맞춤 기능을 의무화하고 있으며, EU 집행위원회 산하 알고리즘 투명성센터(ECAT)를 통해 독립 감시와 감사를 수행하게 한다(European Union, 2022). 또한, OECD AI 원칙에는 설명 가능성과 책임성이 신뢰할 수 있는 AI의 핵심 요소로 포함되어 있다(OECD, 2019). 미국 통신정보청(NTIA)도 2023년 ‘AI Accountability Policy Report’를 통해 AI 시스템에 대한 알고리즘 영향 평가, 독립 감사, 사전·사후 문서화 및 사용자 권리 보장을 권고하고 있다(NTIA, 2023).

종합해 보면, 알고리즘 설명 책임제는 단순한 기술적 조치를 넘어, 공공적 정보 흐름을 재설계하고 디지털 시민의 정보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민주적 제도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과학 콘텐츠를 생산, 검토, 확산하는 주체에 대한 책임 체계 또한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과학 커뮤니케이션 참여 주체의 책임 체계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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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커뮤니케이터 자격 제도 및 사회적 책임 부여

오늘날 과학 정보는 AI를 활용해 제작한 유튜브 영상, 블로그 콘텐츠, 릴스 및 숏폼 영상 등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확산된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누구나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될 수 있지만, 그 자격과 책임 기준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특히 AI가 생성한 콘텐츠에 잘못된 정보가 포함될 경우, 책임 주체가 불명확한 회색지대가 형성될 수 있다. 현재 과학 콘텐츠의 신뢰성에 대한 법적·제도적 기준이나 책임 주체 지정이 사실상 부재한 상황이다. 일부 과학 유튜브 채널은 자율적으로 전문가 인터뷰나 팩트 체크를 병행하고 있지만, 이는 개별적인 노력에 불과하다. AI가 생성한 콘텐츠에는 누가 검토했는지,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에 대한 표시 의무도 존재하지 않는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공적 행위다. 따라서 제도적으로 전문성과 윤리성을 갖춘 커뮤니케이터의 식별 가능성 확보, AI 협업 여부에 대한 명시, 책임 소재 명문화가 필요하다. 이는 콘텐츠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디지털 시대 과학지식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공적 장치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정책 제안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인 과학 커뮤니케이터 등록제’를 도입한다. 일정 기준의 자격을 갖추고, 일정 기준 이상의 과학 소통 교육, 윤리교육, 생성형 AI 콘텐츠 활용 원칙 등을 이수한 개인·단체에 대해 국가 또는 공공기관이 인증을 부여하고, 등록자 명단을 공개하는 방식이다.

둘째, ‘AI 협업 콘텐츠 표시 의무화제’를 도입한다. 공인 커뮤니케이터가 AI와 협업해 제작한 콘텐츠에 ‘AI 보조 생성 콘텐츠’ 또는 ‘AI 협력 제작물’이라는 표시를 의무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표시는 사용자에게 콘텐츠의 생성 구조와 신뢰도에 관한 판단 단서를 제공하는 장치가 된다. 셋째, ‘AI 협업 콘텐츠 사후 검토 책임제’를 도입한다. 공인 커뮤니케이터가 생성형 AI와 협업해 제작한 콘텐츠에 대해 사후 검토, 정정, 책임 설명의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오류가 발견될 경우 정정 공지 의무화 및 경고 누적제 도입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실제로 EU의 AI 법안은 생성형 AI가 작성한 콘텐츠에 대해 ‘AI 생성물’임을 식별할 수 있도록 라벨링을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제50조는 이미지, 음성, 텍스트 등 모든 생성형 콘텐츠에 대해 자동 생성 여부를 인간이 인식할 수 있도록 표시하고, 기계 판독이 가능한 형식으로도 제공할 것을 규정한다(European Union, 2024). 이는 딥페이크(deepfake), 허위 정보(misinformation) 등 조작된 콘텐츠의 확산에 대응하고, 정보 수용자의 인식 기반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규범적 장치는 AI 기반 콘텐츠가 인간의 의견이나 판단으로 오인되는 것을 방지하는 한편, AI 협업 콘텐츠의 투명성과 책임 구조를 강화하고 사용자에게 신뢰할수 있는 해석 단서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종합해 보면, AI 시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누가 과학을 말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은 정보 전달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AI 시대의 신뢰는 정책과 제도, 시민의 인식 구조를 통해 체계적으로 설계되어야 하며, 정보의 투명성 역시 단순한 데이터 공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해석 구조의 투명성’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공론장의 공정성과 과학 콘텐츠의 책임성을 담보하는 제도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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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플랫폼 투명성과 책임 메커니즘

국내외 플랫폼과 정책 기관은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최근의 대표 사례는 2024년 시행된 EU 디지털서비스법(DSA)이다. 이 법은 구글, 메타, 틱톡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크게 세 가지의 핵심 조치를 의무화했다.

첫째, 알고리즘 추천 기준의 투명한 공개, 둘째, 사용자의 옵트아웃 권리 보장, 셋째, 위해 정보의 식별 및 차단 책임 명시다. 이는 사용자가 알고리즘에 수동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아니라, 정보 환경을 일정 부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적 전환의 신호탄이다(European Commission, 2024).

또한,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Fraunhofer-Gesellschaft)는 설명 가능한 AI(XAI)의 기술적 기반을 다양한 하위 기관(FOKUS

HHI, ITWM 등)과의 협업으로 산업·미디어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HHI의 ‘Concept Relevance Propagation’ 기술은 AI의 결정 과정을 개념 단위로 시각화하고, FOKUS는 XMANAI 프로젝트를 통해 설명 가능한 AI 시스템을 실용화하고 있다. 이는 ‘블랙박스’ AI를 넘어 사용자가 AI의 판단 기준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하려는 시도다. 우리나라에서도 2024년 3월, 방송통신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과 공동 협력해 ‘미디어 역량교육 지원전략’을 발표했다. 이 전략을 통해 정부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미디어 교육과 알고리즘 비판 교육, 시청자 미디어센터와 학교미디어교육센터 등 인프라 확충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디어 교육자 양성, 전문성 강화, 부처와 민간의 협력 네트워크 활성화, 대국민 인식 제고 캠페인도 추진 중이다(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2024). 특히 기존의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을 확장해 ‘미디어 역량(media competence)’이라는 포괄적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정보의 해석, 표현, 권리 행사 능력까지 아우르는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에서 요구하는 ‘알고리즘 감사 시스템(auditing system)’의 법제화와 사회적 대응책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학자들은 알고리즘 기술의 블랙박스화로 인해 민주적 통제가 제한되고 디지털 플랫폼이 사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정보 권력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비판하면서, 알고리즘 감사를 포함한 AI 생태계 규제를 통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Ananny & Crawford, 2018). 우르만(Urman) 외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대다수의 알고리즘 감사 연구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고, 영어권 플랫폼에 편중되어 지리적·언어적 편향이 존재한다(Urman et al., 2024). 또한 알고리즘 감사의 대부분이 입력- 출력 중심의 블랙박스 방식에 국한되어 있으며, 사회적 맥락이나 시스템 설계자와의 상호작용을 반영한 감사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좀 더 포괄적이고 맥락 중심적인 감사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알고리즘 감사가 실질적인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독립 감사의 제도화, 감사 기준 명확화, 감사 대상 정의, 결과 공개, 감시자 참여 및 감독 체계 구성 등을 포함하는 종합적 설계가 필요하다(Costanza‑Chock et al., 2023). 특히, 알고리즘이 특정 견해를 반복적으로 제시할 경우 그것이 곧 ‘과학적 정답’으로 인식되는 현상을 고려할 때, 과학적 다양성과 반론 여지를 보장하는 설계 원칙은 필수적이다. 생성형 AI를 개발하는 설계자와 기업은 알고리즘 편향성 부작용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적인 자정 장치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정책 입안자들 역시 AI가 생산하는 정보에 대한 규제, 검증, 공개 기준을 철저하게 정비함으로써, 대중이 자율적이고 비판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지식의 민주화를 향한 실천이자, 알고리즘 너머의 ‘해석 권력’을 회복하는 전환적 실천으로 완성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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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시민 교육과 참여 전략

AI는 누구에게나 과학 정보를 제공할 수 있지만, 모든 수용자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해석하며, 사회적 맥락 속에서 비판적으로 숙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미래는 기술적 정밀성이나 알고리즘 성능이 아니라, 시민 개개인의 정보 해석 역량과 비판적 사고력, 그리고 디지털 윤리 의식에 달려 있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서 생성되고 유통되는 과학 정보를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해석하며, 공적 판단과 토론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시민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생성형 AI가 만들어 내는 정보는 신뢰성이 높아 보이지만, 정작 그 맥락이나 진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기란 사실상 쉽지 않다. 특히 과학적 사실과 허구, 정설과 논쟁이 혼재하는 복합적 정보 환경에서는 개인의 리터러시만으로 판단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에 과학 정보에 대한 문해력 강화, 교육 및 참여를 통한 사회 구성원 전반의 역량 제고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 절에서는 AI 시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시민 교육 및 참여 전략을 중심으로 신뢰 기반 커뮤니케이션 생태계 구축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고찰해보고자 한다.

디지털·AI 리터러시 교육 강화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은 방대한 데이터와 서사를 비판적으로 읽고 맥락을 이해하는 ‘정보 해석자’로서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디지털·AI 리터러시 교육을 정규교육과 평생학습 체계에 적극적으로 통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핀란드 교육부는 초·중등 교육과정에 허위정보 판별 훈련을 포함한 AI 리터러시(disinformation

literacy) 수업을 필수화해, 학생들이 뉴스나 SNS의 과학 콘텐츠 출처를 추적하고 비판적으로 분석하면서 AI 윤리 문제해결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Finland’s Ministry of Education and Culture, 2024). 예를 들어 학생들은 틱톡 영상 정보를 분석하면서 “누가 이 콘텐츠를 만들었는가?”, “편향이나 조작의 흔적은 없는가?” 등을 평가하도록 훈련받는다(FESIN, 2025). 이러한 접근은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아우르는 디지털 시민 교육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역시 ‘디지털 교육혁신 2.0’ 전략에 따라 전 학년에 걸쳐 AI 및 데이터 기초 교육을 단계적으로 도입·강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교육부, 2023). 특히 과학·기술 정보에 대한 윤리적·비판적 해석 능력을 AI 교육 목표에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AI 리터러시를 시민적 비판 역량으로 접근하려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다양한 단체들이 허위정보 판별법이나 AI 뉴스 이해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성인과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리터러시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정보에 대한 ‘접근’보다 정보에 대한 ‘해석’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결국, 과학을 ‘믿는’ 시민이 아니라, 과학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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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AI·인문 융합 교육 주목

이러한 리터러시 교육과 함께, 과학과 기술, 인문학이 융합된 교육 모델의 중요성 또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AI 시대의 시민은 기술의 원리뿐만 아니라, 그 사회적 영향과 윤리적 쟁점까지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미국 MIT의 RAISE 프로그램은 AI 리터러시 교육에 윤리적 성찰과 사회적 문제 제기 능력을 통합해, 학생들이 AI

작동 원리뿐만 아니라 알고리즘의 편향성, 사회적 영향, 윤리 문제까지 비판적으로 탐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MIT

RAISE, 2025). 더불어 MIT는 AI 기술과 인문사회과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융합적 사고를 강조하며, 교사와 학생 간 협업 수업 모델을 통해 의미 판단 능력 함양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교는 ‘생성형 AI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공개하고 관련 수업을 통해 생성형 AI의 설명 방식, 알고리즘 편향성, 과학 정보의 설득력과 공정성을 주제로 한 비판적 토론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핀란드의 헬싱키대학교와 리엑터(Reaktor)가 공동 개발한 ‘Elements of AI’ 온라인 강좌는 AI의 기술적 원리뿐만 아니라 윤리와 사회적 맥락까지 아우르는 대표 사례로, EU 디지털 시민 교육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대학에서도 AI 기술과 인문사회학적 사고를 결합한 융합 교과과정 확대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사례는 기술 이해력과 함께 윤리적·철학적 사고를 키우는 것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역량임을 시사한다. 교육자와 학습자가 함께 협력해 정보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AI와 과학기술을 비판적으로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정책 차원에서도 과학·AI·인문 융합 교육은 시민의 철학적 성찰과 윤리적 판단력, 나아가 신뢰 기반 과학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역할을 하는 시민 과학 결국, 중요한 것은 정보를 찾아 전달하는 AI가 아니라, 그 정보를 이해하고 질문할 수 있는 시민이다. AI 시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단순한 정보 전달이나 해석을 넘어, 시민이 지식 소비자에서 지식 생산의 공동 주체로 전환되는 구조를 요구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민 과학(Citizen Science)’은 참여와 의미 형성의 방식으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디지털 플랫폼과 AI 기술의 결합은 그 가능성을 확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NASA와 SETI 연구진이 주도한 Eclipsing Binary Patrol 프로젝트는 AI가 탐지하고 시민이 검증하는 시민 과학 연구의 대표 사례다(Kostov et al., 2025). 이 프로젝트에서 AI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약 120만 개의 후보 쌍성계를 탐지했고, 시민 과학자들은 6만여 건의 이미지를 직접 검토해 총 10,001개의 ‘식쌍성(eclipsing binary)’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7,936개는 과학적으로 처음 발견된 사례로, 복잡한 천문 데이터를 해석하는 데 있어 시민 참여의 과학적 신뢰성과 기여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연구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SkateSpotter 프로그램은 낚시꾼들이 포착한 멸종위기종 사진을 AI 기반 이미지 분석으로 처리해

보호구역 내 가오리류인 플래퍼 스케이트(flapper skate) 개체 수가 최대 92% 증가하는 성과를 이끌어냈다(The Guardian

2025). 이 데이터는 스코틀랜드 정부의 해양보호구역 정책 효과 분석에 직접 활용되었으며, AI와 시민, 정부 간 협력이 생물 종 보존과 생태 회복에 기여한 모범적 사례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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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AI 기반 전파원 분류 프로젝트인 Radio Galaxy Zoo: EMU는 40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AI가 선별하고, 시민들이 이를 검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Norris et al., 2025). 이 프로젝트는 2024년 7월 일반에게 공개된 이후, 10여 개국 시민이 다국어 플랫폼을 통해 참여했으며, 지금까지 10만 건 이상의 분류 작업이 수행되었다. 이러한 사례들은 AI 기술이 시민의 과학 연구 참여 장벽을 낮추고,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개방성과 역동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동시에, 대규모 과학 데이터의 품질을 높이고 성과를 창출하는 데 있어 AI와 시민의 협업이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따라 향후 대규모 과학 데이터 처리 구조와 시민 참여 정책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함의를 도출할 수 있다.

첫째, 기술적 역량 격차를 줄이기 위한 참여형 플랫폼 개발과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둘째, AI 기반 시민 과학의 데이터 품질 검증 체계와 책임 있는 활용 규범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시민의 활동이 실질적인 정책 의사결정과 연계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구조 내 피드백 루프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넷째, 과학 지식 형성 과정에 시민이 주체적으로 개입하고 참여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정착시키고, 이를 민주적 과학정책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결국, AI 시대의 시민 과학이 단순한 참여 유도에 머물지 않고, 시민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하며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동참하는 과학 민주주의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정책 설계의 방향을 구체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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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결론: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재정의

우리는 지금, AI가 과학을 ‘설명’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정제하고 시각화하며, 해석 가능한 형태로 빠르게 변환한다. 과학자 대신 이론을 설명하고, 기자 대신 헤드라인을 작성하며, 교사 대신 질문에 답한다. 그러나 이러한 AI의 기술적 능력이 과연 ‘진정한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라고 할 수 있을까?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지식과 정보의 전달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 속에서 의미를 구성하고 공동체의 판단을 이끌어내는 상호작용이다. AI가 아무리 정교하게 정보를 가공하고 전달할 수 있다고 해도, 그것이 어떻게 해석되고 수용되며,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지는가는 여전히 인간과 사회 공동체의 몫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바뀌고 있다 기술의 진보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진짜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일까?”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핵심 가치는 맥락과 가치의 전달, 비판적 해석의 유도, 함께 참여하고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 속에서 구현될 수 있다. 즉, 과학 커뮤니케이션 변화에 대한 논의는 콘텐츠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사회적 신뢰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우리는 생성형 AI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AI가 생성하는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이 설계한 데이터’, ‘사람이 요청한 질문’, ‘사람이 선택한 맥락’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한 변화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을 어떤 사회적 맥락, 가치관, 상상력 속에서 사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알고리즘은 투명해야 하고, 콘텐츠는 출처가 명확해야 하며, 플랫폼은 공공성을 품어야 한다. 시민은 이제 더 이상 수동적 소비자가 아니라,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참여자이자 공동 설계자여야 한다. 그리고 신뢰는 기술에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서 생성되는 것이다.

과학 커뮤니케이션이란 무엇인가 이제 우리는 AI 시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점에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논의한 바와 같이,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지식의 정확성’과 ‘의미의 윤리’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 상호작용이며, 인간과 기술,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공론장의 형성 과정에서 완성된다. 이 정의는 과학의 일방향적 전달을 넘어서고, AI의 기계적 설명을 뛰어넘으며, 더 나아가 시민이 질문하고 참여하며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 민주주의로의 전환을 지향한다. AI는 과학 지식과 정보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지만, 무엇을 말할지, 왜 말할지, 어떻게 말할지를 결정하는 존재는 여전히 인간이자 사회여야 한다.

AI 시대의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상상력, 사회적 신뢰, 민주적 참여가 절실하다. AI는 그 가능성을 확장하는 도구이자, 우리 사회의 거울이 될 것이다. AI와 함께 쓰는 과학의 시대에서 복잡한 질문에 응답을 완성할 수 있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결국, 과학 커뮤니케이션은 기술보다 인간을 말하는 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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