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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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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 잎 따오기 시합

프롤로그

행안부사업 사단법인 색동어머니회 중앙회 정순자 (글 • 그림)

우리나라가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시절이 있었어요. 하지만 선조들이 힘을 합쳐 일본과 싸워 36년 만에 힘겹게 해방이 되었지요. 그런데 광복의 기쁨도 잠시, 5년 후 남과 북이 나뉘어져 전쟁이 일어났어요. 이 시절에는 나라가 어지럽고 힘들었기에 어른들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어요. 특히 어른들은 여자 아이들이 함부로 바깥에 돌아다니지 못하게 단속했지요. 이런 시절 유년을 보냈던 저의 친정 엄마 박경순 여사의 이야기를 모태로 재구상해 보았습니다.

1장면 (1- 1장면: 상단 배열) “경순아, 요즘 밖에 나가면 위험해! 그러니 집 안에 있어야 한다.” 큰오빠가 경순이에게 말했어요. 경순이는 부모님이 안계세요. 경순이가 일곱 살 때 아버지가, 아홉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지요. 첫째인 큰언니는 시집을 갔고 그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큰오빠가 가장 역할을 해야만 했어요. 큰오빠 밑으로 남동생이 둘, 여동생이 둘이나 더 있었어요. 큰오빠는 막내인 경순이를 제일 걱정했지요.

(1-2장면: 상단 배열) “여자라서 바깥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는 것도 억울한데 … ” “게다가 남녀칠세부동석이라 남자 아이와는 말도 섞지 말라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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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면 (2-1장면: 상단 배열) 집안에만 있으려니 매우 심심하고 따분했어요. 마루에 앉아서 멀리 있는 산을 바라보며 친구들과 뛰놀던 추억을 떠올렸어요.

(2-1장면: 가운데 배열) “봄에는 아카시아 파마 놀이를 하고….”

(2-1장면: 하단 배열) “여름에는 봉숭아물들이기를 하고….”

(2-2장면: 가운데 배열) “가을에는 토끼풀로 꽃반지, 꽃시계, 꽃목걸이, 꽃 화관 만들기를 하고….”

(2-2장면: 하단 배열) “겨울에는 눈썰매타기를 하면서 신나게 놀았었는데 … ”

(3-2장면 : 가운데 배열) “저건, 밤나무잖아?”

3장면 (3-1장면: 가운데 배열) 경순이에게는 경순이를 제일 잘 챙겨주는 셋째 오빠가 있어요. 바로 재호 오빠이지요. “경순아,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있니?” “응, 재호 오빠, 친구들과 함께 산과 들에서 신나게 뛰놀고 노래 부르던 게 생각나. 밖에서 친구들과 놀고 싶은데 … ” “이 오빠가 산 구경 실컷 할 수 있게 해 줄까?” “와, 정말? 그런데 큰오빠가 밖에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어떡하지?” 재호 오빠가 손가락으로 가리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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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면 (4-1장면: 상단 배열) 재호 오빠는 헛간에 있는 볏 짚단을 가져와서 지푸라기로 새끼줄을 꼬기 시작했어요. “기다려봐. 내가 멋진 그네를 만들어줄게.” “여기서 뭐해?” 경순이보다 세 살 많은 만순 언니가 물었어요. “만순 언니, 재호 오빠가 산 구경하게 해준대.” 만순 언니가 고개를 갸우뚱했어요. “헤헤. 언니, 설마 우리가 산에 간다는 걸로 알아들은 건 아니겠지? 사실은 재호 오빠가 그네뛰기 할 수 있게 해준댔어.” “정말? 그럼 나도 도울게. 나도 태워줄 거지?” 셋은 열심히 새끼줄을 꼬았어요. “재호 오빠, 만순 언니, 이것 좀 봐. 마치 뱀 같아.” “에게, 그것 밖에 안 되니? 요건 구렁이다!” “너희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 거니?” “하하하, 맞다. 만순 언니, 우리가 재호 오빠가 있다는 걸 깜빡 했네.” 마당 가득 꼬아놓은 새끼줄이 뱀들로 득실득실 거리는 것처럼 보였어요. 재호 오빠는 셋이 꼬았던 새끼줄을 서로 엮어서 길고 튼튼한 그네 줄을 만들었어요.

5장면 (5-1장면: 하단 배열) 재호 오빠가 그네의 발판이자 의자로 쓰일 재료를 찾아 나섰어요. “재호 오빠, 그건 꼬챙이잖아?” “응, 맞아. 이거 두 개면 충분해!” 재호 오빠는 꼬챙이 두 개를 위 아래로 나란히 놓고 그 사이로 새끼줄을 엮기 시작했어요. 얼마나 단단히 여미는지 재호 오빠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혔어요.

(5-2장면: 가운데 배열) 그러고선 꼬아둔 그네 줄을 그네 발판과 연결하기 시작했어요. “다 됐다! 이제는 나무에 걸기만 하면 되겠어.” “와, 정말 잘 만들었다!” 경순이와 만순 언니의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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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장면 (6-1장면: 상단 배열) 경순이 집 뒷마당에는 오십 년이 넘은 커다란 밤나무가 있어요. 재호 오빠가 밤나무에 올라갔어요. “재호 오빠, 조심해! 그리고 힘내!” “영차! 으라차차! 걸렸다!” 재호 오빠가 튼튼하고 곧게 뻗은 밤나무 가지에 그네를 걸고서 단단히 묶었어요. 재호 오빠는 조심조심 밤나무를 내려왔어요.

(6-2장면: 하단 배열) “어디 보자. 튼튼하게 잘 고정이 되었는지 내가 먼저 타 볼게.” 셋 중에 덩치가 제일 큰 재호 오빠가 그네에 올라탔는데도 끄떡없었어요. 경순이와 만순 언니는 재호 오빠에게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활짝 웃었어요.

7장면 (7-1장면: 가운데 배열) “자 이제는 누가 타더라도 그네가 끄떡없겠어.” “그럼, 찬 물도 위 아래가 있는 법. 내가 먼저 타 볼게. 동생아.” 경순이는 먼저 타보고 싶었지만 언니에게 양보해요. 만순 언니가 그네에 올라서서 두 발을 힘껏 굴렀어요. “야호! 신난다!” “언니 20번만 타고 내려와. 나도 얼른 타보고 싶단 말이야!” “응 알았어. 와~ 정말 멀리까지 잘 보여!” 하지만 만순 언니는 20번도 더 넘게 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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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장면: 하단 배열) 드디어 경순이가 탈 차례예요. “와! 드디어 내 차례다!” “난 앉아서 타 볼래.” 경순이가 탈 때는 재호 오빠가 뒤에서 힘껏 밀어주었어요. 경순이는 힘차게 발로 밀면서 그네를 탔어요.

(8-2장면: 하단 배열) “이제는 서서 타봐야지!” 경순이가 탄 그네가 점점 높이 올라갔어요. “재호 오빠, 만순 언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담 넘어 동네가 한 눈에 다 보여. 저 멀리 산까지도 보여!” “야호~ 신난다! 재호 오빠 최고! 오빠 고마워!” 경순이는 그네를 타자 답답한 마음이 뻥 뚫렸어요.

9장면 (9-1장면: 가운데 배열) “만순아, 경순아, 우리 그네타면서 재미있는 놀이 할까?” “그게 뭔데?” “그네를 타면서 입으로 밤나무 잎을 따오는 거야. 각자 그네뛰기를 20번씩 하면서 누가 더 많이 밤나무 잎을 따오나 시합하는 거지?” “과연 그게 될까?” 경순이는 자신이 없었어요. “좋아. 그럼 내가 먼저 해볼게!” 만순 언니는 겁도 안 나는지 그네에 폴짝 뛰어올랐어요.

(9-2장면: 하단 배열) 첫 번째 두 번째는 생각대로 잘 안 되었어요. 세 번째부터는 성공했어요. “와! 만순 언니, 대단해! 잘한다!” 경순이는 박수를 힘껏 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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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장면: 하단 배열) 그때였어요. 밤나무 잎 하나가 경순이 입에 쏙 들어왔어요. 드디어 여섯 번째는 성공했어요. “야호! 드디어 나도 해냈다! 성공!” 경순이가 밤나무 잎을 연거푸 따기 시작했어요. 재호 오빠의 새로운 놀이로 더 신나고 재미있어졌어요.

11장면 (11-1장면: 가운데 배열) “경순아, 너도 20번만 타고 내려와. 그리고 이번엔 우리 둘이 같이 타 보자!” “응, 알았어. 언니.” “자 이렇게 두 손은 그네 줄을 꽉 잡고 발은 서로 엇갈려 타야 해. 그래야 그네를 잘 탈 수 있어.” 옆에서 재호 오빠가 도와줬어요. “자, 간다!” 재호 오빠가 뒤에서 힘껏 밀어줬어요. “와, 둘이 타니깐 힘도 덜 드네.” 만순 언니가 다리로 힘껏 그네를 밀때는 경순이가 쉬고, 경순이가 다리로 힘껏 그네를 밀때는 만순 언니가 쉬고. 서로 번갈아 가면서 그네를 굴렀어요.

(11-2장면: 하단 배열) 둘이 타니 기쁨이 두 배가 되었어요. 만순 언니한테 괜히 신경질 내서 미안했던 경순이의 마음도, 경순이를 놀리던 만순 언니의 마음도 그네뛰기를 하면서 스르륵 풀렸어요.

10장면 (10-1장면: 가운데 배열) “경순아, 너도 한 번 해 봐! 생각보다 재밌고 쉬워.” 경순이도 만순 언니 말에 용기를 얻어 그네에 폴짝 뛰어올랐어요. “그럼, 나도 도전!” 재호 오빠가 그네를 힘껏 밀어줬어요. 경순이도 밤나무 잎을 따려고 원숭이처럼 입을 쭉 내밀었어요. 첫 번째부터 다섯 번째까지는 다 실패했어요. “만순 언니는 거짓말쟁이야. 쉽다고 하더니 뭐가 쉬워?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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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면 (12-1장면: 가운데 배열) 옆집에 순김이가, 앞집에 영자가, 뒷집에 순임이가 그네뛰기 하는 것을 보았어요. “경순아, 재밌겠다. 나도 한 번 타 봐도 되니?” “경순아, 나도 그네 타보고 싶어. 타러 가도 될까?” “경순아, 나도 그네뛰기 해 볼래.” “그래그래. 얘들아, 어서 와!” 경순이의 친구들이 집에 온다는 말을 듣고 재호 오빠는 얼굴이 빨개져서 방 안으로 들어갔어요.

13장면 (13-1장면: 상단 배열) 마치 약속이나 한 것처럼 사총사가 한자리에 모였어요. “경순아, 이 그네 누가 만든 거야?” 영자가 물었어요. “응, 우리 셋째 오빠가 만들었어.” “와, 경순이는 참 좋겠다. 맘씨 좋고 솜씨 좋은 셋째 오빠가 있으니 얼마나 든든할까?” 순김이는 경순이가 진심으로 부러웠어요.

14장면 (14-1장면: 가운데 배열) “얘들아, 아까 만순 언니랑 그네뛰기 하면서 입으로 밤나무 잎을 따보기 시합을 했는데 엄청 재미있었어. 너희들도 해 볼래?” “와~ 정말? 그럼 우리도 해 볼래.” 친구들의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재호 오빠를 함박웃음 짓게 했어요. 동네가 밝아진 것 같아요. “경순아,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 내일 또 와서 타도 돼?” “그럼, 좋지!”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경순이는 생각했답니다. 에필로그 세대를 뛰어 넘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그 옛날 친정 엄마의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았습니다. 옛날에는 지금처럼 장남감이 많지 않았지요. 오히려 장난감이 없어서 자연물을 이용해 놀잇감을 만들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창의성이 더 발달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엄마의 옛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고,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신기함을 주고, 감동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시절 그네를 손수 만들어서 탔다는 게 참 신통했습니다. 무엇보다 그네뛰기를 하면서 밤나무 잎을 따오기 시합을 한다는 건 상상조차 못 했던 일이었고요.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서 참으로 신선했습니다. 지금은 힘들겠지만 그 옛날이라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글감을 주신 저희 친정 엄마 박경순 여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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