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연구 12집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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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of Hanmaum Studies
제12집 / Vol.12 2024.2
발간사
자성삼보에귀의합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2024년갑진년새해가밝았습니다. 여러분 모두무엇보다새해건강하시고하시는모든일성취하시기발원합니 다. 대행선연구원에관심을기울여함께해주시고모든인연지어 주신여러분에게감사드립니다.
저의은사스님이신대행선사께서는한마음주인공의삶의지표를 세워주시며진리에목마른이들에게진리의바른길을, 물질계에서 헤매는이들에게는정신계의바른길을, 삶이고라고생각하는이들 에게삶이고가아니라고일러주셨습니다. 이러한지혜의길을 안내하는또다른지표가불교학을알리는학술지라생각됩니다. 한국연구재단의등재후보학술지인 한마음연구 의좋은논문들이 바로여러분의신행생활에즐거운동반자가되었으면합니다.
이번12집에는총7편의논문이실렸습니다. 그중기획논문으로는 비구니의수행과사상을집중적으로다룬4편의논문이소개됩니다. 지난11집의주제는「 불교여성의역사와문화」 라는주제여서시대적
4 한마음연구제12집
인폭이넓었다면, 이번12집은‘한국근∙현대비구니의수행과 사상’이라는주제로좀더집중된시대와세밀하게연구된논문이라 할수있습니다.
담연당선경스님은비구니수좌로많은비구니수행자에게존경받 는분이었으나기록이희미했었습니다. 이러한중요한분을여현스 님이논문으로기록해주었습니다. 그리고전영숙연구원님은한국 비구니종파인보문종의창종을이끈은영스님의생애를다뤘고, 법장스님은 한마음요전 의계바라밀을율장전공자답게고찰해 주셨습니다. 윤종갑교수님은용수의중관사상이어떻게묘공대행 스님의주인공한마음사상으로이어져내려왔는지에대해잘이해할 수있도록누구든읽어봐야할교과서적인논문으로빛내주셨습니 다. 너무나소중한논문들이기획논문으로소개되어감사할따름입 니다.
연구논문은총3편으로다양한불교전공의논문이소개되었습니 다. 불교인식논리학전공자이신동광스님의논문은 논궤 의저작자 진위여부에대한주장을심도깊게다루고있습니다. 일본불교의 특징을잘보여주는정토종의종조인호넨의보리심관을법우스님께 서잘소개해주셨습니다. 마지막으로불교학의새로운연구방향 제시라할수있는방송문화콘텐츠를불교의화엄의시각으로이끌어 낸최원섭연구원님의흥미로운글은앞으로한국불교계의다변화된
연구방향을기대해볼수있었습니다.
발간사5
우리들의시야를넓혀주고수행에확신을가져다줄수있는 좋은글을써주고계신여러스님들, 그리고학자님들께진심어린 감사의마음을전합니다.
대한불교조계종(재)한마음선원이사장혜수합장
불기2568(2024)년2월
목차
3 발간사
연구 논문
기획 논문 : 한국 근•현대 비구니의 수행과 사상 13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 정혜련(여현, 동국대학교 선학과 박사) 49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 전영숙(연세대학교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95 『한마음요전』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 이충환(법장,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135 공사상의 전개: 묘공당 대행의 주인공과 공의 실천 윤종갑(동아대학교 초빙교수)
179 『논궤論軌』(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 디그나가의 바수반두의 저작 불인정을 중심으로— 박대용(동광,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연구초빙교수)
217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法然)의 보리심관菩提心觀
김춘호(법우, 용월사 불교문화연구소장)
253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
—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불교로 읽기— 최원섭(대행선연구원 객원연구원)
ABSTRACT
47 The Life and Buddhist Practice of Damyeon Seongyeong Jeong Hye-ryeon (Yeohyeon: Ph.D, Dongguk University, Department of Dhyana Studies ) 91 The Life of Bhikkhuni Eunyeong and the Significance of Her Establishing the Bomun Order Jun, Young-suk(Professional Researcher, Yonsei Institute for Sinology)
Exploring the Perfection of Ethics as Presented in The Principles of the One Mind Lee Chung-hwan (Beopjang, Dean of Haeinsa Monastic College) 173 Buddhist Conceptual Development of Emptiness: Myogong Daehaeng's Concept of Juingong and the Practice of Emptiness Yun Jong-gap (Visiting Professor at Dong-A University)
214 Was Vādavidhi the Sophistry of Non-Buddhists?: Focusing on Dignāga’s Disapproval of Vasubandhu’s Writing Park Dae-yong (Dongkwang; Research Professor at Dongguk University's Academy of Buddhist Studies) 250 Japanese Jodo School Founder Honen's Concept of Bodhicitta Kim Choon-ho (Beop-woo; Director, Yongwolsa Institute of Buddhist Culture)
291 Buddhist Critique System Applicable for the Use of Cultural Content: Interpreting the Drama When the Camellia Blooms from a Buddhist Perspective Choe, Won-sup (Visiting Researcher at the Center for Daehaeng Seon Studies)
한마음연구 제12집
기획 논문 한국 근•현대 비구니의 수행과 사상
『한마음연구』제12집(2024.2) 13-48쪽. https://doi.org/10.23217/jhms.12..202402.001
I. 서론
4. 법거량
V. 결론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
II. 담연당 선경의 삶
1. 시대적 배경
2. 담연당 선경의 행적 III. 담연당 선경의 수행과 구도
1. 수행자의 면모
2. 만공과 화두
3. 한암의 전법
5. 후학 제접 IV. 담연당 선경의 선시
정혜련(여현) | 동국대학교 선학과 박사
담연당선경은질곡의역사를살았다. 삶은안정되지않았고배움의 인연도얇았다. 그러나불연佛緣에의해출가하여수승한수행자의 길을걸었다. 입산후신심을기르고참선공부를하기위한소양을갖췄다. 만공의 안내로참선수행을시작하여밤낮을잊고밥을먹을수없을정도로 절박하게수행하였다. 평생을‘만법귀일일귀하처萬法歸一一歸何處’의 화두에전념하였다. 그러한선경의깨달음의세계는담박하고명백하 여걸림이없는대자유의세계이다. 이후제방에서만행을하며당대의여러비구선사들과법거량을 하였다. 자그마한비구니이면서도당당하게전광석화처럼법거량을 했다. 일생동안화두를항상곁에두고한몸으로여겼다. 이렇게 보림을통해깨달음의진전과회향의길을다져나갔다. 선경의수행과단단한결의로불철주야정진하여한소식을얻은 일은후대의비구니들에게훌륭한귀감이다. 후학에게는인자한어머 니처럼자비로대하면서상대방의장점을들어수행을독려하였다. 이러한선경의수행은모범적인출가자의모습으로지금까지제방에 회자되고있다. 그런만큼선경의뒤를이어참선수행의전통을계승해 나아가야하는비구니의사명이후학들에게남아있다.
부처님은이땅에몸을나투어중생으로서출가∙수행하여깨달음의 길을보였다. 부처와중생이둘은아니지만삼독에의해가려진현실적 인차이에의해차별적존재로남아있다. 출가수행자는수행을통해 이런차이를극복하고자한다. 한국근현대는질곡과수난의역사였다. 나라를잃고어둠을헤매고 있는민초들의삶역시고단했다. 한국불교역시일제의억압속에서 변질의위험을맞이하였지만이를극복하려는노력을멈추지않았다. 일제에맞서독립운동에참여하는경우도있었고각자의자리에서 자신의몫을해내며출가자의본분사를이어가는경우도있었다. 그러 므로1,700여년역사를지닌한국불교가왜색적으로변질되지않고 전통을이어올수있었던것은한국근현대에자존의식이투철한수행자 들이존재하였기에가능한일이었다. 불법을수호하는동시에독립된 국가를유지하려는노력이출가자들에게도있었다. 이러한어려운시대에근대한국불교는다양한방식으로활동의 폭을넓혀갔다. 서구의학문을받아들여젊은인재를양성하려는노력 과아울러사회의변화를수용하여전통적인수행풍토와불교문화를
발전시키려고하였다. 그리고이러한움직임의중심에담연당湛然堂
선경禪敬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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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경의삶은불연佛緣의변용이었다. 힘든삶을스스로마치려할 때들었다는허공의소리가이미불연이었으며그의수행은불연을 발전시켜깨달음으로나아간수행자본연의모습이었다. 험난한시대 를살면서도묵묵히그저자신의길을꿋꿋이걸어나갔다. 밤낮을 가리지않고좋고나쁨을생각할시간조차없이참선공부에매달렸다. 선경은질곡이많은어려운시대를살다간비구니로서철저하게수행자 의길을걸었다. 학문적배움의인연은깊지않았지만, 참선수행을 배운이래로한순간도화두를놓지않고일상의모든것이화두와 하나가되어한소식을얻음으로써비구니선사의역사에획을그었다.
한마디로참선수행자의모범적인삶을살았다.1
이에이글에서는선경의삶과수행을살펴보고자한다. 선경의 삶과수행을살펴봄으로써당시한국불교속의비구니수행풍토의 단면을이해할수있을뿐만아니라한국불교의전통계승과함께 미래한국불교발전을위한방향을모색할수있을것이다. 다만선경에 대한자료2가극히제한적인데다가그에대한연구도거의전무하다시
1 전호련은근현대비구니의수행양상을‘참선’, ‘간경과교육’, ‘가람수호와대중애호’, ‘염불기도와포교복지’, ‘종무행정’의다섯분야로나누었는데, 이분류에서선경은 ‘참선’에서활동한것으로분류하였다. 전호련(2006), 316-317.
2 담연당선경의삶과수행을알수있는기본자료는세가지이다. 첫번째는 선경스님문도회(1986)의 선경스님수행록: 밑없는배에한평생을싣고 이다. 문고본크기에47쪽에지나지않는소책자로서비매품이었다. 책머리에5장의 사진과수덕사원담의머리말이실려있다. 이어서12편의선시가있고뒷부분은 선경의생애를기록하고있다. 1996년선경의입적후49재를맞아입적부분을 삽입하여재판을간행하였다. 두번째는하춘생(1998)의 깨달음의꽃 이다. 이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19
피하기때문에선경의행적과수도과정으로논의를제한하고그의
II. 담연당선경의삶
1. 시대적배경
사상에대한심도깊은논의는다음을기약하기로한다.
담연당선경은1905년에태어나1996년에입적하였다.3 구한말이라
책은한국근현대비구니들의행장을본격적으로정리한최초의문헌이라고할 수있는데, 「 밑없는배에한평생을싣고」 라는제목으로선경을소개하고있다. 세번째는Martine Batchelor∙Son’gyong Sunim(2006)의Women in Korean Zen
Lives and Practices이다. 이책은저자가1975년송광사에출가해성일性日이라는 법명으로10년을한국비구니로산체험을담고있는책이다. 그런데저자가 1982년부터2년동안당시내원사입승이던선경의회고를정리하여이책에 선경의선시12편과함께실었다. 이책의저자에‘선경스님’이함께표시된이유이 다. 이책은2011년조은수의번역으로 출가10년나를낮추다 라는제목으로 출간되었다.
3 선경의출생연도에대해서, 선경문도회(1986)는‘단기4237년’과‘불기2448년’, 즉1904년으로기술하고있고, Martine Batchelor∙Son’gyong Sunim(2006)은1903 년으로기술하고있다. 그러나상좌정훈과명법사주지였던순형의증언에따르면 선경은을사생으로1905년생이다. 정사생인사제법진과는띠동갑이라고하기 때문이다. 또한입적연도에대해서도재판된 밑없는배에한평생을싣고 에는 1996년1월26일(음12월7일)을입적일로하여세수‘91세’로기술하고있는데 불교계는전통적으로음력을기준으로하기때문에선경의입적일이음력설을 지나지않아세수를91세로계산한것이다. 따라서출생연도에차이가있는상황에 서‘세수91세’라는기록때문에현재선경의입적연도를문헌에따라1994년이라고 도하고1996년이라고도한다. 여기에서는선경의출생연도를1905년으로, 입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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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격동의시기에태어나일제강점기를지나한국전쟁을겪고현대에 이르기까지파란만장한세월을산셈이다. 출생시기인구한말의시대는여전히유교의영향이강력한시대였 다. 신분제가유지되는남성위주의사회였기때문에여성들에게는 교육과사회활동의기회가희박하였던시기다. 더욱이서구열강들이 앞다투어다가옴으로써국가는풍전등화의위기에놓여있었다. 주지하듯이일제강점기(1910∼1945) 35년은일본제국주의에의하 여식민통치를당한시대이다. 선경이성장하고왕성한활동을하는 젊은시기는억압의시기였다.
한편한국불교계는근대적면모를갖추려는내부의노력이있었다.4
오늘날한국의선원청규는1902년4월범어사계명암에선원이만들어 지면서경허성우(1849~1912)가만든「 수선사청규문」 을근거로한다. 당시선원의학제는동안거와하안거의두철안거를실시하고, 법랍은 하안거를기준으로인정하였다. 1928년총독부에서간행한 조선승려수선제요朝鮮僧侶修禪提要 에 는각선방에서지켜야할청규절목과특수한관례가수록되어있는데 주로선원운영과생활에대한의궤와규범이다. 내용은안거일명시
결제중입방불허, 오후잡식불허, 잡담불허, 자리이탈금지, 백의白衣
를입고참선불허, 세탁일엄수, 자리를바꾸지못함등이다. 당시 비구니선방도이를따르고있다고기록되어있다.
도는양력을기준으로한1996년으로비정하여선경이‘세수92세’로입적한것으로 한다. 4 이하선원에관한설명은민명숙(2011), 180-182 참조.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21
보조지눌이후전통적으로강원은선원의예비문구실을하여, 강원수료자가선원에들어가평생수행을하기도하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는제구실을할수없었다. 그러다가만공에의해1916년 1월덕숭산수덕사견성암에선원이개설된이후, 비구니전문선원이 개설되기시작하였다. 비구니세만世萬이개원한내장사소림선실 (1924)을시작으로동화사부도암선원(성문, 1928), 문경사불산윤필암 사불선원(1931), 오대산지장암선원(본공, 1937), 해인사국일암선원 (대원, 1944), 해인사삼선암반야선원(성문, 1945), 대원사동국제일선 원(법일, 1957), 석남사정수선원∙심검당선원(인홍, 1957~1963), 내원 사동국제일선원(수옥, 1958), 동화사양진암선원(성련, 1958), 동화사 내원암선원(장일, 1959), 해인사보현암선원(혜춘, 1972), 불영사천축 선원(일휴, 1978), 예산보덕사선원(종현, 1987) 등이다. 비구니선원이 계속적으로개설되는것을보면험난한시기임에도불구하고깨달음을 향한비구니들의의지와노력을엿볼수있다. 외형적인선원의구축이 나개설뿐만아니라내실적인수행면에서도굳건한신심과의지를 살필수있다. 비구니선원은본사와멀리떨어져있지않을경우, 선지식이비구니선원에와서지도하고공부를점검하였다.
비구선지식은비구니납자를제접하고인가하여비구와같이선사∙
화상이라는호칭도붙였고, 당호와법호를내리기도하였다. 묘리 법희妙理法喜(1887~1975)5는만공에게인가를받고선사라는칭호를
5 귀완貴完을은사로득도하고동운東雲을계사로사미니계를받았다. 1910년해인사 에서혜광을계사로구족계를받았다. 법희는철저한계행과선수행을통해 근세이후한국불교사상최초로비구니선맥을일으킨인물이다. 30세때만공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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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았다. 법희는근현대비구니의법맥과선맥의장을새롭게쓰게 한인물로평가받았다. 이렇듯이비구니들은깨달음에있어서비구와 대등한경지에올랐다. 비구들과동등한자격으로법담을나누기도 했고, 서서히비구니를가르치는자족적전통을세워갔다.6 이런전통은
2. 담연당선경의행적
유례가없는한국비구니만의특징이라고할수있다.
담연당선경은1905년5월2일충청북도청원군남일면신송리에서 아버지노씨와어머니고씨의딸7로태어났다.8 소작농이었던집안은 가난을벗어나지못했고심지어9세에모친을여읨으로써삶은더욱 고달팠다. 그러다가우연히병을얻게되자죽음까지생각하여스스로 생을마치려고할때허공에서‘부처님과지중한인연’이라는소리를 듣고출가를결심하였다. 1922년18세에마곡사영은암명덕明德(1899~1969)9을은사로출가
인가를받고묘리당妙理堂이라는당호와함께전법게를받았다. 만년에는수덕사 견성암비구니선원장으로주석하면서후학을지도했다. 그의회상에는늘납자들이 몰려들었고, 춘성春城∙금오金烏∙전강田岡∙경봉鏡峰∙향곡香谷∙고봉高峰등당대선 사들과법거량을하였다. 열반날짜도본이직접정하여열반의묘상을보여주었다. 6 박포리(2004), 125. 7 선경의속명은‘족간足懇’이다. 평범하지않은이이름은, 체구가워낙작은선경을 집안에서‘쬐깐이’이라부르던것이그대로호적에올려진것이아닌가추측한다. 8 이하담연당선경의행적은하춘생(1998), 119-140과Martine Batchelor∙Son'gyong Sunim(2006), 77-97의내용을참조하여정리하였다.
9 속성이홍씨인명덕에대해자세한기록은많지않다. 생애대부분은제방을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23
하였다. 명덕은당시영은암율주였는데마곡사인근의큰후원집안 출신으로한학에능하다고알려져있다.10 이듬해삭발하고14년간 인우노스님을시봉하였다. 이시기참선이나경전을배우지못하여 전문적인수행이없는삶에실망하였다. 1932년동산東山(1890~1965) 에게구족계를수지했다. 1936년마곡사주지로만공滿空(1871~1946)이임명되어선방을세우 고선수행이없는승려의삶은헛된삶임을일깨워주자선경은선 수행을하기로결심하고만공의참선과심경강의를들었다. 1937년 33세때, 수덕사견성암에서결제하여1년동안채공을살면서참선하였 다. 이때만공은이론과사변을배제하고무심의태도로무자화두를 구하라고하면서‘머리도모르고꼬리도모르는소식’을묻기도하고 ‘만법귀일일귀하처萬法歸一一歸何處’라는화두를묻기도하였다. 2년후은사명덕이윤필암에서의선수행을권하자윤필암으로 떠났다. 윤필암에도착하고얼마되지않아만공의제자인청안淸眼11이 대승사에서윤필암으로오자화두를물었다. 그러나화두를일러주지
않는청안의방편으로, 선경은먹고자는일조차잊고21일동안분심忿
心으로정진하여“원래머리도꼬리도없는데어디에그것들이있을쏜
유력하면서선수행에전념하였다. 선경과함께지낸2년동안윤필암입승으로 지냈다. 선경이선방의수행자로서신심을갖추고근면하게참선하는것을기쁘게 여겼다. 명덕은윤필암을떠난후에도다른선방여러곳을다녔다. 그리고한국 전쟁말, 평택에명법사를짓고권속들을머물게하였다. 세수71세에입적하였다. 10 조은수(2010), 174. 11 청안淸眼에대한기록은거의없다. 다만대승사에서윤필암을다녔다면당시 영향력을가진승려라고추측해볼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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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12 하는말을읊었다. 그리고다음날청안이벽에써붙인“밑
없는철로만든배를타니, 육지를건너가는데에거침이없구나.”13
하는글을보고의심을타파하였다. 이후로는만공이알려준화두에 전념하였다. 이때견성암에서머물다가청안으로부터“선경이한소식했다.”는 말을전해들은본공本空(1907~1965)14과대영大英(1903~1985)15 두
비구니가윤필암을찾아왔다. 본공은선경의수행을감탄하며이후로 평생의도반이되었다. 선경은한소식체험후윤필암에서세철을나면서다양한가피를 경험하였다. 공양주소임을살던어느날, 밥을하면서졸았는데한 아이가앞에나타나서는공양주소임보다참선이중요하다며조는 것을꾸짖었다. 선경은꿈속의아이가문수보살이라고생각하고더
12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53. 13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53. 14 법명은계명戒明으로상운祥雲을은사로사미니계를받았다. 1928년유점사조실 동선東宣을계사로구족계를수지하였다. 만공∙한암∙효봉∙석우∙향곡으로부터 구법의길을안내받고인가를받았다. 만공에게는본공, 한암에게는달공達空, 석우에게는각환覺幻이라는법호를받았으며또한선사라는칭호를받았다. 봉래 문중의성립배경이되는인물이다. 전국비구니회회장을역임한명성明星과 명우明又가본공의손상좌이다. 15 경기도수원출생. 신흥사말사에서전태주全太柱를은사로출가했다. 바로마곡사
로옮겨수행하면서만공을계사로구족계를수지하였다. 금강산법기암∙묘향산∙
오대산∙설악산∙태백산∙지리산등에서20년간수선안거하였다. 한암에게무위당 無爲堂이란호를받고만공에게는주장자를전수받았다. 진오∙선경과함께육화문 중성립의주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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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공양주를살수없다고하였다. 어느하안거때에는전생일들이 환히보이는숙명통이열려, 자신의전생이속리산법주사비구로 형색과인품은뛰어났지만계행과수행에게을리하였음을알게되었 다. 본공과함께오대산에가려고할때, 출발전7일동안묵언하고 하루종일서서염불하면서정진하였는데마지막날선경앞에만꿈처럼 한동자가나타나서호위의임무가있다고하였다. 또한이후금강산 보덕굴普德窟에서칠일기도를할때와낙산사홍련암에서이칠일 기도를할때에는관세음보살이현현하여선지식을만나탁마하라는 가피를주었다. 1942년오대산에도착하여한암漢巖(1876~1951)의인도로지장암에 서정진하면서도가피는계속되었다. 건강악화로힘들었을때에는 꿈에동자가김나는찰진밥으로가득찬빛나는놋그릇을들고나타나 3일만에낯빛을회복하였다. 또어떤때에는꿈에서짚신을삼고 있는노인과문답을하다가할을하고꿈에서깨어보니혼자서빙그레 웃고있었다. 1947년만공백일재에참여하기위해수덕사에갔다가견성암선원장 인법희와입승이머물기를청하여선경은만공의3년상을마치리라는 생각에3년동안별좌를살기로하였다. 만공의3년상이지나수덕사를 떠나려고하던어느날, 정진을하고있는데갑자기달덩어리가목구멍 으로넘어가더니온몸이환해지는경험을하였다. 마치갑자기벼락이 내리쳐불덩어리와한덩어리가되는느낌이들었다. 선경은“나는 해탈했네!” 하고큰소리로외치며밖으로나가혼자서껄껄거리며 해탈의법락을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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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이일어나자비구니선방이마련된영은암에3년동안머물 며정진하였으며, 전쟁이끝나고는효봉曉峰(1888~1966)이있던동화 사에서본공과2년을정진하였다. 동화사를나오고나서는본공과 함께남해등지에서3년동안만행하였다. 1958년선경은부산대성암선원장만성萬性(1897~1975)을찾아가 정진하였다. 이때대성암에서가까운내원사16에큰재가있을때도우러 다니던선경에게내원사에서입승을권유하여선경은1983년까지15년 동안머물렀다. 비로소납자들을지도하며후학을제접하기시작한
것이다. 선경이내원사에머무는동안경봉鏡峰(1892~1982)과향곡香谷
(1912~1978)이정기적으로내원사를방문하여격려하면서법거량을 하였다. 원래선방에는결제때에만머물지만내원사는선경이주석하는
동안1년결사또는3년결사로유명한곳이되었다. 내원사가선불장選
佛場의도량으로자리매김하는중심에선경이있었던것이다. 1983년넘어져다친선경은대중을힘들게하지않기위해내원사를 떠나부산외곽에있는맏상좌암자에서2년간머물다가은사명덕이 세우고사제법진法振(1917~2001)17이주석하고있던평택명법사로 옮겼다. 명법사의주지는입적한사제영신의상좌인순형順亨(193 8~)18이었으므로선경은사제는물론조카상좌앞에서늙어쇠약해진
16 내원사는대표적인비구니선원이다. 내원사에대해서는박포리(2004), 129-130 참조. 17 명법사순형에의하면, 충남당진출신으로속성은이李씨이며자는완순婉順이다. 11세에출가하여1986~1987년전계아사리를역임했다. 세납84, 법납74.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27
몸으로수행을제대로하지못하고시봉받는것을부끄럽게여겼다. 그러면서도입적전까지“만법귀일일귀하처萬法歸一一歸何處” 화두를 놓지않았다. 노환으로화두지탱이어려우면옆에글로써놓고여일하 도록보고또보는일상을반복하였다. 아울러선원에서열심히수행하 는손상좌들을특히나귀히여기며끊임없는격려와채찍을아끼지 않았다. 그렇게명법사에서6년을지낸후충남공주금강암으로거처를 옮겨1996년납월7일에입적하였다. 법랍은74년, 세수92세였다. 첫기일전에문도들이내원사입구에선경의부도를세웠다. 선경은비구니계대표문중인육화六和문중19의11세이다. 육화 문중은부여외산무량사무진암과마곡사영은암출신문도들을말한 다. 특히육화문중7세인유활有活선사의유덕을기리며선경이별도로 유활문중을세웠기때문에선경은육화문중속유활문중의수장 격이다. 유활의법맥은창문昌文(8세), 인우仁友(9세), 명덕明德(10세)
을거쳐선경(11세)에게이어졌다.20
18 경북경산출신. 속성김金씨, 자는순연順連이다. 19세에출가하여23세에노스님인 명덕과함께명법사를건립하였다. 그후포교에앞장을서서많은큰스님을 모셔다가결제와해제법문을하였다. 척박하고불연佛緣이약한소도시에서 불교와참선수행을널리알리고자포교활동에주력하였다. 법진의뒤를이어 1977년명법사주지를역임하였다. 19 육화문중에대해서는하춘생(2010), 327-328, 하춘생(2013), 216-233 참조.
20 하춘생(1998), 123. 이후선경의법맥은다섯상좌인12세법연法演(입적)∙만수晩水 (입적)∙정훈正訓∙명기明機∙도강度江으로이어져이들이제방의선방과입적지인 금강암에서선경의유지를받들고있다. 선경의손상좌로는13세화일和一(법연
28 한마음연구제12집
III. 담연당선경의수행과구도
선경은제방을유력하면서비구선사를친견하여가르침을받았다. 그리고비구니로서효봉, 경봉, 향곡과의법거량으로도유명하다. 아울러비구니들의수행을점검하며대단히이례적으로결제법어도 하였다.21 여기에서는이러한선경의수행자로서의면모와선경의화두
정진에영향을끼친몇가지사례를통해그구도정신을살펴보고자 한다.
1. 수행자의면모
선경의수행자면모는일상을통해서갖추었다고볼수있다. 간화선 에서중요시하는대신근, 대의단, 대분심의측면에서그러한면모를 간략하게언급하고자한다. 먼저선경의출가계기였던하늘에서들린소리는불연佛緣이라고 할수있다. 그리고선경은그러한불연을신심으로승화시켰다. 이것을 또다른면에서보자면꺾이지않는신심이라고도할수있다. 선경은 참선수행을시작하기전이나만행을떠나기전에늘염불수행으로 신심을다졌고, 그리하여기도중에가피와선지식의계시도받았다. 이처럼일상의정진을통해선경의신심이다져진것이다.
상좌)∙진원眞圓∙남산南山∙서산西山(입적)∙동초東草(이상만수상좌)가있다. 선경 전후의유활문중법맥은하춘생(2013), 223-224 참조. 21 하춘생(1998), 121, 122.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29
의심과분심은만공그리고청안과관련이있다. 화두를묻는선경에 게화두를알려주지않는방편을보며선경은의심을일으켰고, 의심과 한몸이되어화두수행에정진할수있었다. 그리고이러한의심은 분심으로이어져오로지참선공부에전념하였다. 화두를받지못한 분한마음이맺혀수행에매진하였으며분심이불같이일어나철두철미 한정진을할수있었던것이다. 건강이악화되어도잠을잘수도 밥을먹을수도없는급박한마음이일어났다. 이처럼선경에게는삶자체가수행이었다. 잠도잊고밥도잊고 꿈에서도수행을하였으며노년에도멈추지않고항상화두를옆에 써서놔두고끊임없이정진하였다. 또한후학들에게늘화두를놓치지 말고정진하라고당부하였다.
2. 만공과화두
선경이출가하고나서본격적인수행을알게된것은만공을통해서였 다. 당시만공은’만법귀일일귀하처’,22 조주의’무자’, ‘이뭣고’ 등의 화두를가르쳤으므로선경도화두를받으려고만공을찾아가청하였 다. 그러나만공은앉아있는채로눈을감고보지않았다. 그때선경은 참선도제대로못하고키도작고못생겼기때문이라고생각했다. 30분
22 佛果圜悟禪師碧巖錄 卷5 45則(T48, 181c17-19) “어떤스님이조주스님에게 물었다. ‘일만법이하나로돌아가는데그하나는어느곳으로돌아갑니까?’ ‘내가
청주靑州에있을때무명장삼한벌을만들었는데, 그무게가일곱근이더라.’”(僧問 趙州萬法歸一一歸何處州云我在靑州作一領布衫重七斤)
30 한마음연구제12집
이지나일어서는데갑자기만공이눈을크게뜨고고함을쳤다. “네가지금어디가머리이고꼬리인지도모르는주제에무슨화두를
말하는것이냐?”23
만공은사실화두를알려달라는선경의요청을거부한것이아니라 선경의근기에맞추어화두를내려준것이었다. 그리고이말이선경에 게의심덩어리가되어윤필암에서정진하던중에‘만법귀일일귀하처’ 라는화두가확연히떠오르며편안하고분명하고맑아지며혜안이 열렸고, 동시에“머리도꼬리도모른다.”고한만공의말을홀연히 깨달은것이다. 선지식은자세히제자를인도하는경우도있지만혹독하게대하기도 한다. 선경에게만공은후자이다. 앞뒤도없이길을차단해버리며 먹먹하게만들었다. 물론이런것이간화선의묘미이다. 선경의의심과 분심을배양해준것이만공의역할이었다. 선경에대한만공의제접방식은청안에게서도볼수있다. 만공에게 화두를받지못하고꾸지람만들은선경이낙심하여윤필암에되돌아오 고얼마되지않았을때만공의제자인청안에게선경은다시화두를 묻는다. 그러나이번에도“만공스님에게서못받은화두를내가어찌 가르칠수있겠나?” 하는고함만날아들었다. 선경의의심덩어리에 더욱큰의심덩어리를던져준것이다. 이윽고만공이“머리도꼬리도 모른다.”고한소식을알아챈선경이소견을말하자비로소청안은 ‘밑없는배’24 화두를던지며선경의정진에불을지펴결국선경의
23 Martine Batchelor∙Son'gyong Sunim(2006), 81-83; Martine Batchelor, 조은수 옮김(2011), 150.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31
의심은사라지고마음이확열려마치화롯불에눈녹듯하였다.25
만공은윤필암에머물고있던선경에게공부점검편지를보내왔다. 선경이“윤필암바위를말랑말랑해질때까지삶아서선지식께공양 올리겠습니다.”라로답하자만공은“나는생돌을좋아하느니라.”로 다시답하였다.26 그후선경은어느날꿈과생시가둘이아닌경지에서
만공을친견하여물음에답하려는데홀연히공하여선사도제자도 없어졌다.27 만공의지도아래선경의수행은오매일여의세계로공의 이치를철저하게체득한것이다.
3. 한암의전법
선경은윤필암을떠나금강산을유력한이후낙산사와오대산에서 수행하고관음과문수의가피를받으며쉼없이정진하였다. 자그마한 육신으로도성성역력한정신력과무상無上한선정력을일상으로발휘 하고있었다. 이윽고1942년38세때, 오대산상원사에서수행정진을
24 景德傳燈錄 卷16 「 江西逍遙山懷忠禪師」 (T51, 332b27-c1) “어느스님이물었다. ‘구름있는산에살지않고밑없는배에늘살고있을때는어떻게합니까?’ ‘과실이익으면자연히향기롭다.’ ‘다시한번스님이말씀해주십시오.’ ‘문앞에 진실한불자가있다.’ ‘저는왜보지못합니까?’ ‘가는곳마다왕노사(王老師)가
있다.’”(問不住有雲山常居無底船時如何師曰果熟自然曰更請師道師曰門前眞佛子 曰學人爲什麼不見師曰處處王老師) 25 하춘생(2001), 128-129.
27 하춘생(1998), 130-131.
26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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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하던중한암으로부터당호담연湛然과전법게를받았다.
徹底澄淸萬丈寒
西風吹動動還難
漻深底遠含秋月
圡塊泥團盡得歡
[그림] 한암의전법게(하춘생[1998], 134)
比丘尼盧善敬朮偈於余余以湛然號贈之乃示以古偈
佛紀二九六九年壬午三月二十四日漢岩書于五坮山上院寺室中
비구니노선경이게송을지어나에게주니나도담연이라호를
주고게송으로써보이다.
(모습이) 철저하여맑고깨끗하고한없이높고청빈하나
서쪽바람이불어와흔들어도참으로움직임이없네.
(마음은) 맑고깊어서심오해서밝은달을머금고있어 진흙과흙덩어리가모두정답고즐거워하네.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33
불기2969년임오3월24일한암이오대산상원사선실에서쓰다.28
선경이깨달음의경지를표현하여한암에게올린게송은전하지 않지만한암의전법게가남아있음으로써선경이확실하게한암의선맥 을잇고있음을증명할수있다. 그리고선경은본공과대영두도반과
함께지장암에서비구니선풍을진작하는데진력을다한다.29
이러한비구니선맥전승은비구와비구사이에만인가하여내려오던 전승을비구니도이을수있다는것을보여준것이다. 이러한인가의 의미가비록깨침의증표라기보다수행의경책이나격려차원이라고 해도그당시선경을비롯한비구니들이그만큼치열하게수행했다는 면모를알수있는증빙이다. 또한이것은비구선지식으로부터비구니 도승단의일원이며비구니수행자로서의정체성을인정받았다는데
큰의의가있다.30
28 전법게는입적지인금오암에주석하는상좌정훈이보관하고있다. 전법게에 대한전후사정이야기는자세히전해지지않는다. 지장암에서수행할때받은 것으로알려져있다. 전법게에선경의법명‘禪敬’을‘善敬’이라고표기하고있는데, 한암의오기誤記일수도있지만칭찬할목적으로‘善’ 자를썼다고추정할수도 있다.
29 임홍경(2017), 89. 30 임홍경∙홍상욱(2020), 243.
34 한마음연구제12집
4. 법거량
선경은만공과한암뿐만아니라효봉, 경봉, 향곡을만나공부 점검과함께진전을이루어나아갔다. 선경이이들과나눈법거량 몇가지를통해선경의수행가풍을엿볼수있다. 1959년경동화사부도암에머물면서효봉을친견하였다. 효봉이 “허공에누각을지었는데부처를어디에모셔야겠느냐?” 하고묻자 선경은나가서효봉앞에우뚝섰다. 또한번은경봉이보낸봉투 속의꽃잎을들어보이며이게무슨뜻인지를효봉이묻자선경이
“그분은꽃잎을땄을때벌써잘못하신겁니다.”라고대답하였다.31
선경이내원사에머물때경봉이종이를꺼내“모든경전이어디에서 왔는고? 부처님은그경전을어디에서얻었는고?”라고썼다. 이에
선경은“왜스님은그런망상을가지십니까?” 하고답하였다.32
내원사에찾아와선경에게가르침을계속하면서많은법거량을하게
한이는향곡이었다.33
법문을하던향곡이법문이끝나기직전에고함을쳤다. “문수보살 만분께서여기에계시다. 진짜문수보살을찾아라!” 그러고는방문을 박차고나가는향곡을따라가며선경이외쳤다. “만문수萬文殊, 진문수
31 Martine Batchelor∙Son'gyong Sunim(2006), 97;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 (2011), 174. 32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80.
33 Martine Batchelor∙Son'gyong Sunim(2006), 101;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 (2011), 180-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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眞文殊, 삼세의제불, 역대조사들, 천하의모든노화상들이모두내 콧구멍에서나왔습니다.” 법당에서절을하고돌아온향곡에게선경이“그곳이부처님이계시 는곳인가요?” 하고묻자향곡이웃었다. 이에선경이다시“그곳이 부처님이계시는곳이라면나는부처님불상을들어서강물에던져버리 겠습니다.”라고하였다. 해탈법문을끝낸향곡이“내가옷을벗으면너희들도옷을벗겠느 냐?”고하자선경이“스님께서옷을벗으신다면괜찮습니다. 저도 옷을벗지요. 하지만다시생각해보니옷을벗지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중생들이지옥에떨어질까무섭기때문입니다.”라고하였다. 형곡이남전참묘南泉斬猫화두를거론하고“그분은왜짚신을머리에 얹고방을나가려고했을까?” 하고묻자선경이고양이울음소리를 내려는순간향곡이“고양이소리내지마라!”라고하였다. 이에선경이 손바닥으로마루를두번쳤다. 한번은향곡이선경에게“중국말이죽을먹었는데한국돼지의 배가터지는구나. 어떻게된거냐?” 하고물었다. 이에선경이“아이고, 아이고, 내배가아프네!”라고하였다. 선경의법거량은공의세계를체득한몸짓과말이었다. 그리고이것 을일상에서실현하려고노력하였다. 이처럼선경의깨달음세계는 맑고자유롭다고표현할수있다. 한암이내려준‘담연湛然’이라는당호 가선경의세계를잘나타내고있는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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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후학제접
선경은내원사입승의자리에서물러난이후에도선방에서오직 한마음을밝히는본분사와수좌제접에힘을기울여선경의수행가풍을 이어가게하였다. 선경의젊은시절은끝없는정진력으로늘수행하며용맹정진하는 한마리의사자라고할수있다. 숙명통이열리자전생에조금이라도 공부를했거나계행을지켰다면금생의공부가여일하게이루어졌을 것이라며전생의일을안타깝게여겼다. 노년의선경은후학이더 훌륭한수행자가될것이라면서열심히정진할것을당부하며늘자신을 낮추고후학을격려하는자비롭고부드러운성품을보였다. 다음의당부를통해선경의수행의일면과함께후학을생각하는 선경의마음을알수있다. 제자가수행을잘하기위한방법을묻자 선경은다음과같이대답한다.
이공부를잘닦으려면용기를크게내야하고신심을크게일으켜야 하지. 먹는것을조심해야하고참선을부지런히해야하지. 신심을 기르기위해서는좋은스승과공부하는것이중요해. 모든행동가지 하나하나에서신중해야해. 그리고청정하게수행을해야지공부가
앞으로나갈수있어.34
34 Martine Batchelor∙Son'gyong Sunim(2006), 105-107; Martine Batchelor, 조은수 옮김(2011),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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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을읽고지적인이해를더많이가지는것보다적극적인실참 수행이중요하고필요하다고밝혔다. 결코화두를잊지말고부지런히 노력해서수행을약화시켜서는안되며깨달음에관한생각을흐리게 해서도안된다고당부하였다. 이처럼선경은평상시에도수행이야기 를하며늘젊은수좌에게잘할수있으니부지런히노력하라고격려하 였다.
IV. 담연당선경의선시
선경은경전에능통하거나달변가가아니라오로지선수행에전념한 선승이었다. 화두의의심이넘쳐분심으로이어진맹렬한선수행을 하였기에생전에선수행에관해이야기할때는거침없이생생하게 토로하였다. 이러한선경의선에대한견해나사상의일면을발견할 수있는것이바로생전에남겨놓은12편의선시35이다. 중생이부처님 의경계를알아차리는것은자신의안목만큼만이해한다. 직접자신이 물을마셔보고차고뜨거운것을느낄수있는것과같이언어나문자로 깨달음을완벽히표현하고알아차릴수는없지만향후본격적인선경의 선사상탐구를위한단초로서선경의선시를간략하게살펴본다. 「 밑없는배(無底船)」 36는1981년77세가되던정월어느날읊은
35 선경스님문도회(1986), 7-21와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91-205에 담연당선경의선시12편전문이실려있으며, Martine Batchelor∙Son'gyong Sunim(2006)에는영어로번역되어실려있다. 36 선경스님문도회(1986), 9-10;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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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이다. 수행에대해열렬한의지를품은선경이만공에게화두를 청하지만단호히거절당했다. 분심으로정진의불꽃을불태울때밑 없는배가눈앞에확연히나타난다. 진여의경계는자연히있는그대로 의모습이다. 산은산대로, 물은물대로여여히나툴뿐이다. 진여의 세계에있으면서진여법계를찾아헤매는것이중생이다. 머리니꼬리 니하는것도없는무명업장이스러져사라지니밑없는배가자유 자재로이존재하고있었음을알아챈다. 밑없는배의자재로움이원통 무애하여온천하를덮는다. 얽매여있던생사에서대해탈을얻으니 비로자나부처님과법기보살은그전부터여실히우리곁에서무상법을 설하고있다. 어찌보면정진한다거나공부한다는것조차도집착이다. 밑없는배는진리나유무등의생각도떨쳐버린주인공, 무집착의 대자유를말하고있다. 「 중생의본심」 37, 「 부처가부처를못보네」 38에서는공사상과무분별
“대중이비로암간다고나서기에/ 늙은이몸도따라가고싶은생각이불같이 일어나/ 밑없는배를타고비로토굴에올라보니/ 산은찌를듯이솟아있고 / 물은잔잔하게흘러흘러가니/ 그대로가비로자나전신체全身體요/ 제불諸佛의 근원이며/ 제불의성품이더라. / 계곡한모퉁이를돌아가보니/ 깨끗하고 찬란한옥빛의빙설탑氷雪塔은/ 문수의전신체요/ 빙설탑밑으로흐르는물소리는 / 문수의장광설長廣舌이요쾌활한소리로다. / 찬란한빙설탑위에서공양하는 대중은/ 옛자취를돌아보고온듯/ 영산회상당시천여명대중의모습같구나.
/ 밑없는배에천여명대중을태워도/ 차지않을뿐아니라/ 크기로는사바세계를 담아도다차지않으며/ 작기로는작디작은미진微塵의안에도다들어간다. / 밑없는배는한모양도한빛도없으며/ 언어로표현할수도없고/ 사람마다 가지고있는진여자성眞如自性자리로다. / 비로토굴에서하산하여큰방에돌아오 니법기보살法起菩薩이무상법無上法을토해내네. (77세되는81년정월어느날)”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39
의세계를노래하고있다. 마음은공한데, 공한것에중생들은삼독심으 로여러가지를채우고분류하고묶어서나눈다. 중생과부처가나뉘는 것도본심을잃고삼독을가득채우고있기때문이다. 부처는털어낼 것이없는공한본심을가지고있다. 그러기때문에성불이니지옥이니 하는것은부처에게는부질없는일이며헛된망상일뿐이다. 그래서 공한본심이중생의마음이며부처의마음임을역설하고있다. 깨닫고 보니밑없는배도공한것이며무분별의세계이다. 부모미생전의 진면목을보아야한다. 「 천수천안」 39, 「 석마방광石馬放光」 40, 「 천성산화엄벌에서서」 41, 「 한
37 선경스님문도회(1986), 11;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95. “중생의 본래마음은공空하여/ 중생이라는자체가없거늘/ 하물며새삼스럽게부처가 어디에있을까보냐/ 도를닦아성불의경지를증득하느니/ 죄를지어무간지옥을 들어가느니/ 이무슨부질없는알음알이인가.” 38 선경스님문도회(1986), 12;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98. “부처가 부처를보지못하는것이/ 부처를보는것이요/ 내가나를보지못하는것이 / 곧나를보는것이어늘/ 성품을본다하고/ 도를깨친다하는것이/ 이 또한무슨망령된소견인가.”
39 선경스님문도회(1986), 13;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99. “천개의 눈을가진관세음보살이/ 능히볼수없는것이요/ 천개의손을가진관세음보살이
/ 능히만질수없는것이니/ 천성산千聖山에올라와/ 손뼉을치고가가대소呵呵大笑
하였네.” 40 선경스님문도회(1986), 14;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96. “귀신 방구털을먹고사는소가/ 철벽을뚫고나와큰소리를지르니/ 돌말(石馬)이 털끝(毛端)에서방광을하네.”
41 선경스님문도회(1986), 16;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200. “납월臘月
팔일에용맹정진을마치고/ 대중과함께나도원효가설법했던화엄벌을찾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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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42, 「 생사열반이모두가꿈」 43, 「 마음자리」 44, 「 죽지않는소식」 45, 46 등에서한소식을얻은수행자의경계와후학들을 「 청추월광淸秋月光」
/ 밑없는배로높고넓은천성산을허위허위오르니/ 청산은묵묵하고흰구름 한가로워/ 이가운데흥겨운노승은만고강산을유람한듯/ 만학천봉萬壑千峰이 발아래널려있고/ 만리청천萬里靑天은눈속에들어있네. / 한모양도없는 이물건이신통묘용자재하여/ 찰나간에걸림없이오고가되한발자국뗀일 없고/ 아득한과거생이이일념一念으로반복했네.”
42 선경스님문도회(1986), 17;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201. “오고 가고보고듣고/ 묘한지고이물건이/ 크려면은하늘덮고/ 작으려면티끌 속들어가네/ 밝으려면일월日月같고/ 어두우려면칠통漆桶같네/ 산하대지 모든것이/ 이물건뿐이로다/ 있다없다말을하면/ 소림가풍少林家風시비是非이니 / 쓸데없는말하지마소.”
43 선경스님문도회(1986), 19;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203. “아침에 방선放禪을하고/ 방에서나와주위를둘러보니/ 뭇새들은노래하네/ 만산滿山에 녹음은우거지고/ 천가지꽃은향기롭고/ 백가지풀은찬란하게빛난다. / 모두가비로자나의모습이요. / 부처님의근본일레/ 그근본은역력분명하여 / 어찌한모양만으로있으며/ 나고죽음이있고/ 미迷하고깨침이있으리요.
/ 근본자리에있어서는/ 생사와열반이모두가꿈이며/ 범부와성현이다 꿈이며/ 윤회와해탈이한갓꿈이로세. // (갑인년봄날)” 44 선경스님문도회(1986), 20;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204. “일체만법 가운데/ 그주인공은이심성이니/ 이심성이라는것은/ 언어로가르쳐줄 수없고/ 무슨형상으로보여줄수없고/ 뜻으로헤아릴수없고/ 귀로들을 수없고/ 눈으로볼수없건만/ 항상소소영영昭昭靈靈하여/ 만법에있어왕이요 / 우주의주인공이로다.”
45 선경스님문도회(1986), 21;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205. “우주를 다싸고도남음이있고/ 아무리사용하여도모자라지않으며/ 물에들어가도 젖지않고/ 불에들어가도타지않으며/ 아무리때려부수어도부서지지않고 / 끊임없이죽여도죽지않는소식/ 이것이사람의진여자성자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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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한당부를말로표현하고있다. 말로도다표현할수없는경계를 하는수없이언어와문자로표현할뿐이다. 대장부의마음에큰웃음소 리만나온다. 깨달음의본자리는자연그대로다. ‘옳다그르다’라고 입을떼는순간깨달음은없다. 본래면목은가을밤밝은달과같이 분명한것이다. 있다없다의분별이아니라스스로주인공인‘한물건’을 있는그대로직관하라고가르치는것이다. 생생한소식을얻은노승에 게는모든것이한가롭다. 「 내원사선원결제」 47는1974년고희를넘긴선경이천성산내원사 선원에서토로한동안거결제법어이다. 당대에내로라하는선사들에 게공부를배우고인가를받았던선경이비구니대중들에게향해외마디 로다가선다. 여기서깨달음에는차별이나분별이없듯이결제법어를 하는데에는비구나비구니라는구별은사라진다. 다만깨달은자의 ‘할’만이납자들의귓가에다다른다. 당시선원에서는비구니도상당 법문이이루어지고있었음을시사한다. 수행과깨달음은모두에게 하나일뿐이다.
46 선경스님문도회(1986), 15;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197. “흰반석盤 石위로맑은물흐르고/ 가을밤달빛은휘영청밝기도하여라/ 본래생긴 천진면목天眞面目이이렇게분명한데/ 뉘감히아니다그렇다말할수있을손가.”
47 선경스님문도회(1986), 18; Martine Batchelor, 조은수옮김(2011), 202. “겨울날 자욱하게덮인흰눈을보라/ 백의관음은온누리를/ 하얗게둘러덮고/ 내원사 선원을향하여/ 쉬지않고설법하는그묘법은/ 마치냇물흐르듯한다. /
이묘법은육신으로는/ 설할수도없고/ 들을수도없고/ 볼수도없으며 / 또한허공으로/ 볼수도들을수도설할수없건만/ 능히보고능히듣고 능히설하는/ 이묘한놈이무엇인고. (갑인년동안거결제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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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천성산을덮은흰눈이관음보살이듯이선경도천성산을덮어버 린다. 내원사대중들에게끊임없이묘법을보이지만, 묘법이란허공과 같아서범부로서는알아차릴수없는세계이다. 찬눈보라가자비로 변하고미묘한법은막힘없이내원사를덮고넘쳐흐른다. 오직육신으 로는감히알아차릴수없는깨달음의경지이다. 공부를한다고하는 지금눈앞에현재있는자가누구인가하고묻는다. 선경의깨달음의 세계는헤아릴수없이깊음을표현하고있다. 선경은후학을위해자신의선세계를피력하고있다. 수행자들에게 불퇴전의의지로용맹정진을당부한다. 이것또한꿈과같이부질없는 일이지만조금이라도수행정진에가행력을보태는선경의간곡한 마음인것이다.
V. 결론
선경이살다간근대한국은나라를잃은백성으로서의어려움과 6.25라는참혹한시절을겪으며질곡의시간을보내야만했다. 특히 선경이한창공부할시기는일제가지배하며약탈과정신대등의문제가 불거져여성의삶도만만치않았다. 이에선경은배움의길은멀기만 하니고단한삶에서벗어나기위해출가하여불연佛緣을이었다. 한국불교의선은전통적으로간화선의명맥이이어지고있다. 선경 도역시전생애를걸쳐간화선수행으로점철해나아갔다. 그밑바탕은 신심이다져졌고의심과분심으로하나가되었다. 수행자로서의자질 을갖추고맹렬하게참선에몰두하였다. 이세가지가한덩어리가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43
되어화두로작용하였다. 오매일여의수행을통해일상의참선수행으 로승화하였다. 이런참선공부가자연히스스로이루어졌다. 작위적인 것이곁들어지지않은자연스러운수행자의모습으로수행에전념한 것이다. 장렬한수행을통해얻은깨달음의세계는담박하고명백하여 걸림이없는대자유의세계이며공과무분별의일생이었다. 선경은부단한정진을통해상서로운경험도하였다. 하늘에서들리 는소리, 현시, 꿈의계시등을통해간절한수행을더욱진전시켰다. 어떠한고통과고난속에서도마음을단단하게다져수행의길로나아갔 다. 그리고수행과삶을나누지않고하나로여기고나아가며역대 조사들이강조해왔던‘평상의도’를구현하였다. 불보살에게받은 가피의이야기는어떠한어려움이라도신심으로정진하면극복할수 없는것이없다는것을보여주는동시에부처님의위신력에대한원대한 믿음을몸소보인것이다. 한소식후에도정진은쉬지않았다. 늘맑고깨끗하여가슴은기쁜 마음으로한가득인채로여러선방에서정진을하고각지를돌며 만행하였다. 이러한보림을통해깨달음의진전과회향의길을다져나 갔다. 선경의수행과정, 부처님을향한마음, 그리고깨달음을향한의지를 통해불철주야정진에힘써한소식을얻은것은지금의학인들에게도 훌륭한귀감이다. 또한후학들에게자신의깨달음세계에대해눈 푸른수행자로서생생히역설하였다. 분명하고확실하게설파하지만 자상한마음으로후학을대하였다. 이러한선경의수행은모범적인출가자의모습으로지금까지제방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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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되고있다. 그런만큼선경의뒤를이어참선수행의전통을계승해 나아가야하는비구니의사명이후학들에게남아있다.
景德傳燈錄 30卷(T51) 佛果圜悟禪師碧巖錄 10卷(T48)
담연당 선경의 삶과 수행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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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ife and Buddhist Practice of Damyeon Seongyeong
Jeong Hye-ryeon (Yeohyeon: Ph.D, Dongguk University, Department of Dhyana Studies)
Damyeon Seongyeong lived at a difficult time in history. Life then was chaotic, and her opportunities to learn were scarce. However, she entered monastic life thanks to her Buddhist con- nections and walked the path of a noble practitioner. Upon entering monastic life, she cultivated her faith and sol- idified her foundation to study Seon (Chan/Zen) meditation. Under the guidance of Mangong, she began practicing Seon with such fervor that she often forgot whether it was day or night, in addition to not eating properly. She devoted her entire life to investigating the hwadu: "All things return to the one. To where does the one return?" The world of Seongyeong's en- lightenment was simple and clear, a world of great, unobstructed freedom. Later, she began an itinerant practice, traveling to various parts of Korea and engaging in "dharma duels" with several Seon monks. Even though she was a nun of small stature, she proud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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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ried out her dharma duels with confidence and dignity. Throughout her life, she always kept her hwadu in mind and considered herself to be one with it. In this way, by maintaining her practice after awakening, she further cultivated her awaken- ing and found ways to transfer what she had learned to others. The fact that Seongyeong attained enlightenment after prac- ticing tirelessly day and night with firm determination makes her a great model for future generations of nuns. She treated her younger students with compassion, like a loving mother, and encouraged them to practice by emphasizing their strengths. Seongyeong's Seon practice is still cited as the model of an exemplary practitioner. As such, the mission to follow in her footsteps and pass on the tradition of Seon practice still
remains for younger generations.
Damyeon Seongyeong, the hwadu "All things return to the one. To where does the one return?", Mangong, Hanam, the
hwadu "iron ship without a bottom", dharma duel
『한마음연구』제12집(2024.2) 49-93쪽. https://doi.org/10.23217/jhms.12..202402.002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
II. 출가 전 불교인연
전영숙 | 연세대학교 중국연구원 전문연구원
III. 20세기 초·중반 보문사의 세 가지 큰 시련과 은영의 역할
V. 나가는 말
1. 세도가의 사찰 경내 무단 묘지 설치 2. 친일 권승 강대련의 보문사 사유화 도모 3. 불교정화운동 과정에서 비구와 대처승 양측의 압박 IV. 보문종의 창종과 의의 및 미래 과제 1. 보문종 창종 및 한국 비구니승가에 미친 의의 2.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당면 과제
19세기초반과중반한국사회와한국불교계는일련의대변화를겪었 다. 한국비구니공동체의관점에서볼때이러한격변의과정은다양한 시련을겪어야했던고난의시간이자, 동시에그동안한국비구니 역사에서한번도경험해보지못한새로운기회이기도했다. 지리적으 로볼때탑골보문사는서울중심에서가장가까운비구니공동체였다. 은영과보문사비구니공동체는조선왕조말기권력을향유하던세력가 집안과일제강점기친일권승의횡포와위협을받고공동체자체가 궤멸될뻔한큰위기들을수차례겪었으나민주적인의사결정방식과 은영의결단력있고미래지향적인리더십덕분에위기를기회로삼아 누구보다앞서현대적승가공동체의모델을만들었다. 뿐만아니라 이들의손에의해그동안남성출가자공동체에서만운영되었던강원과 선원을비구니만을위해개설하고사찰경제에도움이될수있는범패교 육프로그램을운영하였으며, 이를자신들의공동체뿐아니라전국의 비구니공동체일원에게개방하였다. 건축에있어서도당시로서는불교 계는물론사회전체에서앞서가는건축물을세워혁신을주도하였다. 또한비구니들만을위한비구니종단을세계최초로창종하여여성출가 자의정체성확립과미래방향을제시하였다. 그러나은영의입적후보문종의활동은점차줄어들기시작하였다. 보문종창종취지는오늘날의시각에서살펴본다해도전혀손색이
없을만큼훌륭하다. 이제다시초심으로돌아가재도약하여지속해서 발전해나갈수있는공동체를운영하기위해서노력해야할것이다.
주제어 비구니은영, 보문종, 리더십, 비구니공동체, 혁신
1972년에창종된대한불교보문종(이하‘보문종’으로약칭)은한국은 물론세계여성불교역사에서유례가없는비구니종단이다. 보문종 창종은20세기초∙중기격변의세월을지나며일부비구니들이자신들 만의자율적공간을마련하기위한노력의일환이었다. 조선왕조가멸망한후그간사회에서지배적위치를점유하던유교 사상의힘이급속히약화되자불교는점차다시살아났다. 불교계 전체로볼때승려의도성출입이가능해진것이그신호라볼수있다. 그러나비구니승단의입장에서볼때가장큰변화는출가를하고자 하는여성들에게가해지던법률적제약이사라졌다는점이다. 조선시 대에는질병등매우특별한예외를제외하면미혼여성의출가는 줄곧금지되었다. 그런데조선왕조가멸망하면서국가에서여성의 출가에대해더이상제약을가하지않게되었다. 이에따라여성불교의 수준과역량이조금씩다시향상되기시작했고여성출가자수도증가했 다. 20세기초이러한여성불교의부흥은20세기후반부터한국비구니 승가가비약적으로발전하는토대를제공했다. 당시전국적으로볼 때이러한시대변화를가장먼저감지하고비구니승가의역량을강화하 여성공적으로혁신을도모한곳이바로은영이이끌던보문사비구니공 동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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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에서는먼저제2장에서비구니은영의생애를살펴본후, 제3장 에서당시보문사가당면했던위기를크게세가지로나누어살펴보겠 다. 이것은첫째, 봉건사상의영향에의한세도가들의횡포, 둘째, 일제강점기일본식민지정부의힘에기댄대처권승들의약탈시도, 셋째, 해방후불교정화운동과정에서대처승과비구양쪽에서받은 압박으로나누어볼수있다. 당시은영과보문사비구니들은이러한 위기들을어떻게극복해나갔는지살펴보겠다. 아래에서구체적으로 살펴보겠지만은영을위시한보문사비구니공동체는고난과위기에 좌절하지않고오히려영감과도약의기회로활용하였음을확인할 수있었다. 이어서제4장에서는은영을위시한보문사비구니들이 이상의일련의시련을경험하며성장하여마침내제3의길인보문종을 설립하게된경위와당시보문종을출범시키면서이들이꿈꾸었던 비전이무엇이었는지를살펴보겠다. 그런다음이것이당시비구니들 에게어떤영향을미쳤는지에대해서검토해보겠다. 마지막으로은영 이입적한후당시보문종이추구하고자했던창립취지와현재보문종의 모습을비교하면서미래의과제와방향성에대해다루어보겠다. 본연구를위해서활용한참고자료는다음과같다. 첫째, 안덕암 (1913~2003)1이쓴단행본 송은영스님일대기 2이다. 이책은은영이
1 덕암은태고종의중창주로칭송되며태고종총무원장과종정을역임하였다. 덕암에 관해서는아래의자료를참고할수있다. a. <덕암전득의생애와사상>, 한국불교신문 (2017년11월23일자) b. <태고종기틀다진덕암향훈기려>, 현대불교 (2012년10월15일자) 2 저자안덕암은위의책에서대처승‘강대련’과‘최원종’의이름을각각‘강자진’과 ‘최운공’으로적었다. 저자는같은출가자의입장에서차마그들의이름을그대로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55
생전에적어둔일기에근거하여입적3년후인1984년2월보문사 문도의의뢰를받아엮은것이다. 책내용을보면저자는은영과잘 아는사이였으며, 지금은사라지고없는은영의일기를직접보고 엮은것이라자료로서의가치가크다. 그러나내용중시대상등기본
정보에대해오류가종종보이기때문에읽을때신중해야할것이다.3
둘째, 1998년하춘생의 깨달음의꽃 4과2013년 한국의비구니문 중 을들수있다. 앞의책에서는인물을집중조명했고, 뒤의책에서는 보문종문중을소개하고은사설월당雪月堂긍탄亘坦(1885~1980)과 보암당寶庵堂은영恩榮(1910~1981)을중심으로문중계보를소개하였 다. 셋째, 2004년이향순이 제8차샤카디타여성대회논문집 에
적기어렵기때문이라고이유를밝혔다. 이러한사정은안덕암(1984), 192에잘 나와있다. “이글은불교계의내분일뿐만아니라가짜비구들의악랄한죄상이 너무나도역력히드러나서되도록이면넣지않으려하였으나은영이써놓으신 일기가운데서너무나피어린역사의한페이지였으므로그의자손이나살아있는 사람들에게는죄송한마음금할길없으나이름만을바꾸어사실적으로기록한다.
이해하여주시기바란다.”라고하였다. 그러나안덕암(1984), 162의경우처럼강대 련과강자진을섞어쓰기도했다. 3 안덕암(1984)에는대처승강대련에게발생한일련의역사적사실에대해서잘못 기록한것들이있다. 그대표적인예로‘명고축출鳴鼓逐出‘ 사건을들수있다.
1922년3월26일불교유신회총회참석차전국에서모인소속회원100여명이 불교개혁에반대하는강대련의처사에격분하여“불교계대악마강대련명고축출” 이라적은깃발을들고강대련의등에북을지우고종로거리를돌게하여일본경찰이 출동하여진압한사건이있었다. 그런데저자덕암은이사건을강대련말년의 일로서술하고있다.( 동아일보 1922년3월27∙28일기사참조) 또한안덕암(1984), 218에서는빔비사라왕과아사세왕을반대로적고있다. 4 하춘생(1998), 263-275.
56 한마음연구제12집
쓴「 보문종과한마음선원: 현대한국불교의새로운모습」 이다. 여기서 는보문종의창종의의에대해서다루었다. 넷째, 2009년전국비구니회 에서발행한 한국비구니의수행과삶2 안에진일이쓴「 은영스님: 모든중생을다스리는대장부」 가있다. 다섯째, 2007년한국비구니연구소가출간한 한국비구니수행담 록 을들수있다, 이자료는중앙승가대학교97학번비구니학인들이 인터뷰한것을토대로정리한것이다. 여섯째,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 에서2022년3월14일보문사대중을대상으로진행한인터뷰자료와 필자가2023년2월23일개인적으로인터뷰한자료, 필자의요청으로 2023년4월23일보문사에서제공한보문사와은영에대한정리자료를 추가로활용하였다.5 일곱째, 보문사와보문종에대해소개한1960년대
이후신문자료및보문종홈페이지를활용하였다. 이러한자료는보문 종창종이후시기별활동변화양상을살펴보는데도움이된다. 마지막으로일제강점기친일권승강대련에의해약2년간보문사 주지를역임한최원종(1906~1973)이남긴육필자서전및삼우의녹음 파일6을참고하였다.
5 2023년2월23일과4월23일제공받은자료는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의‘디지털비구 니인물사전’ 사이트에올렸으므로누구나열람할수있다. (http://dh.aks.ac.kr/~biguni/wiki/index.php/%EB%B3%B4%EB%AC%B8%EC% 82%AC) 6 미국뉴욕선련사주지삼우(1941~2022)가2005년과2006년한국비구니역사와
관련한정보를수집하기위해인터뷰한녹음자료집. 이안에속가딸의인터뷰 자료를참고(자료명:2005 CD#_Track#1). 승려최원종의친필원고또한삼우의인터뷰 과정에서입수한것을필자가참고하였음.
II. 출가전불교인연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57
은영은태어나기전부터불교와지중한인연이있었다. 여기서는 태몽과출가동기를중심으로살펴보자. 1910년1월15일충남대덕군북면미호리에서부친송헌대와모친 박상품화보살사이에태어났다. 모친이태몽을꾸었는데망망대해에 한떨기붉은연꽃이솟아오르더니연꽃이저절로다가와치마폭에 안겼다. 그연꽃을안고집으로돌아와조상의위패앞에꽂으려하니 어느틈엔가조상의위패를모신사당이법당으로변하여부처님손에 연꽃이들려있었다. 이이야기를들은부친은부처님이점지해준 아이라는생각이들었는데마침태어난아기의생김새도걸작이라
이름을‘걸례傑禮’라고지었다.7
삼칠일에는아침상을차리던차홀연히한여인이나타나계룡산에서 왔는데배가고프니밥한그릇을달라는것이었다. 여인에게아침밥을 차려주자맛있게먹더니옆에누워있는갓난아기를가리키며이아이는 고통에헤매는중생을구하기위해사람의몸으로화현한보살이라고 했다. 이말을의아하게여긴걸례의아버지는만약그말이사실이라면 어찌장부의몸이아닌여자의몸을받았느냐고물었다. 그러자여인은 앞으로세상이여자세상이될것이며, 곧비녀가필요없는세상이 오고, 여자도남자처럼바지를입는시대가올것이라예언하였다. 또한이아기는장차남자도여자도아닌비구니가될것이라고했다.
7 전국비구니회(2009),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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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몰라도은영은어려서소꿉장난할때는주로집짓는일과 성쌓는일, 탑을세우고불상을만들어놓고절하는놀이를했다. 또마을에서돼지나개를잡는것을보면울상을지으며‘관세음보살’ 하고기도하였다. 그래서동네어른들이걸례에게지어준별명이‘중 죽어나온귀신’이었다. 또집의소가남의콩밭에들어가콩잎을 뜯어먹는바람에억지로끌려나오느라코뚜레뚫은콧구멍에서피가 흐르는것을보자어린걸례는“남의것을좋아하여소가되었는데 어찌정신을못차리느냐.”며꾸짖는것이었다. 그러자신기하게도 그후소는일절남의밭곡식에입을대지않아서가족들이그소의 별명을현우賢牛라고불렀다고한다.8 은영은출가전부터철저히채식
을했고출가후에는계를잘지켰다. 보문사에주석하면서외부에서 사온빵을일절입에대지않았는데그이유는혹여빵재료에계란이라
도들었을까염려했기때문이다.9
그러던어느날마침내걸례에게출가인연이찾아왔다. 하루는 아버지가소를팔러장에갔다가일본헌병이조선인을때리는것을 보고말리다가도리어아버지가끌려가매를맞는사태가발생했다. 갑자기일본경찰여럿이달려들어걸례의아버지를잡아, 매질을 하고소판돈마저빼앗아갔다. 심한매질을당한부친은겨우소달구지 에실려집에돌아왔으나골병이들어자리에눕고말았다. 이런상태가 3년이나지속되니집안사정이급격히나빠졌고, 어머니는지푸라기라
8 은영의출가전삶에대해서는안덕암(1984)과전국비구니회(2009)의진일의글을 주로참고하여종합하였다. 9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 ‘선하’ 인터뷰자료(2022년3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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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잡는심정으로계룡산동학사를찾아남편의병을낫게해달라며 부처님께기도했다. 어머니는만약부처님이남편의병을낫게해준다 면한아이를부처님께바치겠노라고맹세했다. 상품화보살이동학사 에서3일기도를마치던날, 집에누워있던걸례의부친은꿈에흰옷을 입은한여인을만났다. “헌대야, 너는오래살지못한다. 그러나네 아내가저리간절히기도하니내너의통증을멎게해주겠다. 그러니 원망하지말거라. 원을세우고몸을바꾸면내생에는건강한몸으로 지혜로운사람이될것이다.” 말을마친여인은걸례부친의입에 꼭지가긴주전자같은것을대어주고는마시라고했다. 그러자박하잎 을뜯어먹은듯속안이시원하였고, 차차통증이가시더니정신이 몽롱해졌다. 이후로그는여전히말은제대로할수없었지만아픈 증세만은가셔서마치새삶을얻은것같았다. 걸례의어머니는남편에 게서통증이사라진것은다행이었지만이제새로운걱정거리가생겼 다. 그것은바로남편을낫게해주면자식하나를부처님께보내겠다고 했던맹세였다. 그런데이일을알게된어린걸례는우리가족을 위하는일이라면본인은기쁜마음으로출가해서부처님을모시겠다고 했고, 이렇게해서소녀걸례는1918년9세의나이에긍탄을은사로
동학사에서출가하였다.10
은영은어린나이에출가한또래의다른비구니와달리일찍부터 보문사절살림을도맡았다. 보문사에복잡한각종일이터지는상황에
10 앞서소개한여러연구에서은영의출가사찰이동학사라고되어있지만당시 동학사는비구사찰이었으므로실제로는동학사근처의한산내비구니암자에서 출가했을것으로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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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보문사주지를맡았던긍탄이동학사미타암에서경전을공부하기도 하고집중수행을위해금강산에가있는경우가많았기때문이다. 이때문에은영은일찍부터보문사절살림에직접나서게되고주지가 부재한상황에서중요한결정을내리는일이많았다. 이는어린은영으 로하여금또래의다른비구니가경험하지못했을다양한생각과안목을 갖게했다
III. 20세기초∙중반보문사의세가지큰시련과은영
의역할
20세기초∙중반새로운시대가열림에따라불교계에도각종복잡다 단한사건이발생했다. 봉건왕조시대에권력을누리던세력들이여전 히사회에서힘을행사하려고하였고, 친일을통해새롭게힘을얻은 세력들은그들대로새로운기득권세력이되어갔다. 또한불교계내부 적으로는왜색불교와전통불교사이에권력투쟁이일어났다. 은영을 위시한보문사비구니들의삶은이러한일련의시대상황과맞물려 돌아갔으며, 이과정에서숱한시련을겪지않을수없었다. 그렇지만 이러한시련은한편으로한국의어느비구니사찰보다먼저시대변화에 눈을뜨고변화의길을열어가게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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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도가의사찰경내무단묘지설치
비록조선왕조가멸망했다고해도당시한양도성권력자의후손 중에는여전히권세를부리며주위사람을괴롭히는자들이있었다. 이런자들에게비구니스님은거리낄것이없는상대로간주되었다. 이들은탑골보문사가풍수가좋다며대웅전옆에다집안묘지를조성했 고, 수년후후손들이무덤을돌보지않고방치하자잡초가우거져 절안에큰흉물로남게되었다. 이일은은영이출가하여불과10여 년남짓지난, 10대후반의나이에일어났다. 1906년, 그러니까은영이출생하기도전에민씨성을가진한집안에 서보문사경내에집안묘를썼다. 보문사비구니들은나름대로이들의 횡포를막기위해노력을한다고는했지만권력앞에서불가항력이었 다. 해당집안에서는대웅전의좌측, 즉나중에선불장이되는터의 뒤가명당이라는풍수가의말을듣고힘없는비구니들을누르고사찰 경내에멋대로봉분이큰묘를조성해놓았다. 보문사비구니들은 하루가멀다고묘지의주인집에쫓아가고개숙여사정을해보았지만 막무가내였다. 이런상태로수년이흐르자이제비구니들도체념해 버렸고, 우연인지필연인지은영이보문사에들어온후얼마되지 않아묘지를돌보던후손의발길마저끊어져버렸으며무덤은동네 아이∙어른의놀이터가되었다. 대웅전에서그리멀지않은곳에무덤이 들어서있는것도이상한데, 벌초까지하지않는바람에봉두난발 봉분위의무성한풀들이늦가을의음산하고쓸쓸한분위기를더해주었 다. 결국비구니들은어쩔수없이무덤에벌초를해주기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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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3년이흘렀건만무덤의가족이여전히나타나지않자마침내 은영이이일을해결하겠다고나섰다. 은영은우선묘지주인을수소문하여찾아가보니그집안은보문사에 묘지를조성한후집안에흉사가끊이지않았고마침내그집손자가 감옥에가는일까지벌어진상태였다. 우연인지필연인지은영이그 집을찾아간날이손자가출옥한날이었다. 손자는그곳에묘를쓰고 복을얻기는커녕감옥에서고생하고나왔으니, 은근히이장을하고 싶은데비용을내기는싫은눈치였다. 은영은어렵게돈을마련하여 문턱이닳도록민씨일가를찾아다녔다. 중간에집안의다른사람이 이장비용을떼어먹는바람에민씨일가사람들은물론보문사사중 스님들에게까지오해를사는억울한일이있었지만갖은애를써서 마침내묘를이장할수있었다. 묘지이장을결정하고관을열었을 때땅속에물이솟아서시신이관안에떠있어일꾼들이도망을 치는바람에작업이중단되기도했고, 시신이물속에서썩지않은 바람에머리카락이자라있자온갖해괴한소문이돌기도했다. 심지어 일부미신에현혹된사람들이시신이잠긴물을마시면약이된다고 하여물을퍼가는사람들이몰려오기까지했다. 은영은많은구설수와 온갖복잡한일을풀어가면서, 한편으로는세도가의자존심을건드리 지않고체면을세워주면서마침내시신을화장하고순조롭게일을 마무리하였다. 이일이있은후은영은‘여장부’라는별명을갖게되었 다. 이때가1936년, 은영의나이겨우27세때였다. 그런데이일은 은영에게리더십을발휘하는계기가되었던것같다. 은영은이일을 통해서세도가사람들을상대하는방법, 보문사내비구니들의여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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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방법, 동네민심을다루는방법, 각종행정처리등다양한 방면의노하우를터득하게된것이다.
2. 친일권승강대련의보문사사유화도모
일제강점기상당기간보문사는친일대처승강대련姜大蓮(1875~ 1942)의손아귀에있었다. 당시강대련은보문사사찰재산을사유화하 기위해각종악랄한방법으로보문사비구니들을위협했으나은영을 위시한보문사의비구니들은이에굴하지않고지속적으로소송전을 벌였다. 남성우월주의가팽배한당시사회에서일개비구니가당시 불교계최고의권력자에게맞서끝까지법정투쟁을벌였다. 이과정을 좀더구체적으로살펴보자. 일찍이1930년대말부터보문사는강대련의표적이되었다. 원래 보문사는봉은사의말사였는데, 하루는강대련이보문사법사로초청 받아법문을하러왔고, 이것이인연이되어보문사에왕래하면서 보문사재산에눈독을들이게되었다. 강대련은그첫행보로서보문사 를봉은사말사에서해제하고대신자신이주지로있던용주사말사로 지정하였다. 얼마지나지않아강대련에게빌미가될만한기회가 찾아왔다. 당시보문사는중실, 청화당, 서별당, 남별당, 동별당으로 나뉘어각기소속된문도들을거느리고살았는데, 늘양식이부족하여 불량답佛糧畓확보를위해공동으로노력하기로의견을모았고함께 저축을해오고있었다. 스님들은이처럼어렵게모은돈으로임야 1만5천여평을사서보문사절재산을장만하게되어양식걱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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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는가싶었다. 그런데1940년큰흉년이들었고, 전쟁이막바지에 접어들면서일본이공출을마구잡이로긁어가자보문사의경제사정도 다시급속히어려워졌다. 설상가상으로노전건물까지쓰러질지경인 지라스님들은대중공사끝에임야의반을팔아서급한불을끄기로 결정하였다. 어려운시기여서땅을살사람이나타나지않아걱정을 하다가이일을마침법문온강대련에게이야기하니그가마땅한 임자를물색해주겠다고하는것이었다. 강대련은불교계최고의권위 를가진인물이었으므로사중의대중은크게안심하며일체를그에게 맡기기로결정하였다.
[일제강점기보문사놋그릇강제징발] 제2열중앙은영, 맨뒷줄중앙검은두루마기를입은사람이친일권승강대련. 당시보문사는용주사말사로등록되어있었음. 일제강점기보문사놋그릇 강제징발을위해본사인용주사승려들이파견되었음. 보문사비구니선하에 의하면이사진을찍을당시보문사비구니들은속으로피눈물을흘렸다고 함. (인터뷰일자: 2023.2.23., 장소: 보문사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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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보문사비구니들에게약속하기로는평당7원20전씩가격을 쳐서모두5만5,770원으로팔아준다고했다. 그런데막상거래를 마치자자신이중간에서거래를도운만큼본인에게수수료를줄것을 요구했는데, 그금액이자그마치2만원이었다. 보문사스님들은큰스 님이어련히알아서해주었겠거니하면서도고가의수수료요구에 내색을못하고무척당황스러워했다. 결국강대련은이일을통해서 많은사익을취했다. 그후얼마지나지않아강대련은또다른일을벌였다. 그는말하기 를, “우리집사람의땅중에좋은것한필지가있는데1년에쌀100여 가마니정도들어오니사라. 노전은목수를불러우선고쳐주겠다.”고 하였다. 보문사의형편으로는우선노전을수리하는것이급하여강대 련에게산을판것인데노전을고치고도땅을살수있다고하니그보다 더좋은일이없을것같아모두기뻐했다. 그런데목수는작업을 시작한지얼마지나지않아돈을요구하였고, 그제야보문사에서는 강대련이수리비를대주는것이아니라임의대로사람을파견하고 그비용을모두보문사에서해결해야하는것임을알게되었다. 은영은 청룡사주지비구니윤호輪浩(1907~1996)와함께강대련을찾아가니 “(수수료를제하고) 내가줄돈1만5,970원가운데서땅값1만원과 수수료5,700원을떼고나면겨우돈은200원밖에남지않소. 그런데 그걸찾지못하여여기까지왔단말이오?” 하고야단을치는것이었다. 이에은영은“스님께서목수를보내서노전을고쳐주신다고하여우리 는안심하고일을했던것인데목수값은보문사에서내야된다고 (목수가) 짜증을하고일을하지않아겨우달래고달래서일을마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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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다. 목수일값은어떻게하고돈200원을주신다는말입니까?”라고 물었다. 그러자강대련은“그거야보문사에서알아서할일이지외상 목수를보내준것만도고맙다고해야할일인데이게무슨소리야?” 하고도리어화를내었다. 강대련은여기서한발더나아가보문사가 급전이필요한모양인데돈을빌려주겠다면서자신의아들에게집을 지어주고자하니보문사앞땅120평을떼어달라고까지요구하는 것이었다. 보문사산7천평을편취한강대련이또생각하는척하면서 그돈을가지고이자놀이를하여자신의아들집까지지어주려는심사 였다. 이에은영은물러나지않고울면서항의하고나왔다. 그러자며칠 후부터보복이시작되었다. 먼저, 도청내사찰관리인이주지긍탄의 주지사면장을갖고왔다. 이유는긍탄의상좌은영이대본산주지를 모욕하고남의집에들어가사람들을괴롭혔으니이런상좌를둔죄로 주지를사면辭免시켜야한다는것이었다. 긍탄은한마디말없이 가만히도청공무원의말을듣고만있었다. 이에은영은해당공무원에 게전후사정을말하며자신의결백을주장했지만이미윗선의지시에 의해서파견된만큼공무원의태도는강경하였다. 강대련은이어서 불교계내부에사발통문을내려대본산주지의자격으로긍탄과상좌 은영을치탈도첩褫奪度牒한다는소식을보냈다. 그런데긍탄과은영이 보문사에서나가지않을뿐아니라보문사비구니사중에서도이두 사람에대해별다른조치를취하지않자강대련은더강력한응징을 해왔다. 1941년11월20일, 강대련은다시경기도청의담당공무원을 시켜(보문사내중실∙서별당∙청화당∙남별당∙동별당) 다섯집40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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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비구니들을모두내쫓겠다는통지를보내왔다. 대중들은영문도 모르고일을어떻게처리하였기에이지경에이르게되었느냐고은영과 긍탄을꾸짖고원망하였다. 은영은백방으로수소문하여관련공무원들을찾아다녔지만이미 강대련이손을써놓은바람에가는곳마다여러사람앞에서세속 여인도차마듣지못할갖은욕설과수모를당하기일쑤였다. 찾아가서 만나는공무원들마다이처럼모욕을하니은영은극도의스트레스에 시달리며정신적으로극한상황에내몰렸다. 그럼에도불구하고은영 은다음과같이생각했다.
내가아무리힘없는여성이지만이대로죽을수만은없다. 무엇이 정의이고무엇이불의인가를기필코보여주고죽으리라. 당장죄 없는스님들이멀쩡한자기절을놓아두고쫓겨난다는것은말도
되지않는다.11
이에은영은동대문경찰서로무작정찾아갔다. 아무도아는사람은 없었으나무조건한경찰을붙들고눈물로써하소연하였다. 그사람이 경찰서에서어떤역할을하는사람인지는알수없었으나은영의말을 한참동안듣고있다가하는말이계고장을보여달라고하였다. 계고장 을훑어보더니이것이사실이라면시효가지나기전에고발을해야 하니즉시고발하라며고발하는방법까지자세히알려주었다. 그후에도은영은믿고고용한변호사가강대련의편인줄모르고
11 안덕암(1984),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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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아갖은어려움을당하는등여러고난을겪었다. 중간에불안해진 보문사비구니대중들은은영에대해불평을하기도했다. 이들은 은영이너무고집이세어서이사달이났다며저들에게다맡기고 우리는저들밑에서조용히살기만하면되지않겠느냐, 얼마나산다고 저렇게까지하느냐는등원망하는이가있었다. 강대련은불기소처분 을받았으니, 당시불교계최고권력자와한갓연약한젊은비구니와의 싸움의결말은어차피정해진것이었다. 이상황에서은영은‘기도’에 모든것을걸기로결심했다.
스님은이일이개인의힘으로는불가항력임을절실히깨닫고부처 님의정법이아니면해결될수없다는결론을내렸다. 그래서화계사 뒤삼성암에올라7일동안먹지도마시지도, 잠도자지않고기도∙정진 하였다. 기도를마치고나니항소를해야겠다는마음이올라왔다.
그런데이번에는놀랍게도대반전이일어났다.
(서류가) 검사국으로넘어갔으나먼저번에있던사람이그대로 있다면어림도없는일일것이나다행히일이되느라고인사행정이 모두바뀌어있었다. 그들(공무원담당자들)은인사관계로보름이상이 나일들을보지못하였기때문에우선급한것부터처리한다고뒤에서 부터서류를뒤집어보다가보문사것을제일먼저손에넣게되었다. 뒤에안일이지만이사건을직접보게된분은서울에서(수원으로) 임시로출장을가있던김진영씨였다. (김진영은) 서류를읽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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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모르는사이에눈물을흘렸고, 피고인이누구인가를알아보니 인력으로는어찌할수없을정도로강한힘을가진강대련12 스님이었 다. 그러나자기도법조인의한사람으로서법의공정성을한번쯤은 보여주고싶은충동이일어났다. … “당신도중의탈을썼으면중 같은짓을하여야지, 아무것도모르는중생이라고하여무지한여자들 에게이렇게사기를칠수가있는가.” (라고법조인김진영은) 호통을 치면서(강대련의) 뺨을때리고발로찼다. 특히일본경찰한사람은 같이온강대련의손자까지도불러증언을받고매를때렸다. 한국불교를대표할만한대본산주지, 대제독의양아들이비구를 자처하면서처자권속을거느리고조서승鳥鼠僧같은생활을하면서 무지몽매한사람들을농락한죄로일개사무관계급에해당되는어린 아이들에게사기꾼의명목으로매를맞고고개를수그리니들어올 때는호랑이기상을하고들어왔던강대련이매를맞고나서는물에 빠진쥐새끼처럼오들오들떨고있었으니“참으로불쌍하고불쌍하다. 어찌하다가이런일을저지르고저런모욕을당한단말인가.” 하는 동정심마저들었다.
검사는그자리에서(강대련에게) 원고(은영스님)에게큰절을 하고사과하라고명령하였다. 높은법상에올라앉아3배씩이나신도들 의절을받던(강대련) 스님이재판장에서무릎을꿇고새파란비구니 은영스님에게큰절을하라고하니은영스님은당황하여고개를딴 쪽으로틀고돌아앉았다. 그리고는쫓아가피고(강대련)를일으켰다.
12 안덕암(1984)의원문의가명‘강자진’을독자의이해를돕기위해모두‘강대련’으로 표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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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제게) 절하지마세요. 비록스님께서세속법으로써나를괴롭
혔다할지라도저는분명원한을가지지않습니다.”13
이일은은영개인은물론보문사대중에게도큰용기를불러일으켰 다. 일제강점기에한사람의힘없는비구니와당대최고의권력을 지닌대처승과의재판에서마침내승소하고더구나현장의법조인이 원고인비구니를대신하여혼쭐을내는일이벌어진것이다. 무엇보다 주의를끄는것은은사긍탄을필두로한보문사경내비구니들의 사회모순을바라보는태도이다. 먼저은사긍탄은자신과상좌은영의도첩이효력을상실하고자신은 주지직위를박탈당했음에도불구하고은영을탓하거나나무라지않았 다.14 물론그렇다고긍탄이은영과함께적극적인방안을모색하는
정도로까지행동에나서지는않았으나적어도제자를나무라거나원망 은하지않았고침묵을지켰다는것만으로도큰지지를표명한셈이다. 그런데일제강점기비구니들의평등한세상을구현하겠다는인식 태도는보문사비구니들에게만보이는것은아니라다른비구니들의 사례에서도나타난다.
비구니홍상근洪祥根(1872~1951) 스님은(대처승) 화엄스님이(금 강산신계사) 주지를할때신계사쪽에있었다. 이때스님은논을 암자마다골고루희사했다. 헌답을할논들이고성땅에있었는데
14 안덕암(1984), 170.
13 이상의4가지인용문은모두안덕암(1984), 183-184에서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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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비옥함이다같을수가없었다. 홍상근스님은논문서를최대한 평등하게나누어서암자수대로주머니에다넣고각암자의원주스님 을전부오라고해가지고꺼내는대로그암자의논으로주었다. 홍상근스님이논을다기증했는데, 특별히마하연에는백마지기를
기증했다.15
홍상근스님이장안사지장암에서예수재를했는데그때내가 가서나같은꼬마도보수를1원을받았다. 당시행사를도왔던모든 사람들에게1인당1원을주었다. 당시1원이면쌀한가마를살수 있었다. (어린) 나는보시를받을자격도없는데나에게도그렇게
평등보시로주었다.16
6.25 전쟁전에우리(부연) 노스님은(만행) 가시면뭐그냥한 달도있다오시고두달도있다오시고… 가사하고바루하고책 하나넣고나가시면그냥오시지도않고… 보시같은거좀주면 주머니에도안넣고이렇게손에쥐고오시다가떡장수나이렇게 가난한사람들오면“여보시오. 이리좀와보시오.” 그래갖고오면은 손에다(돈을) 쥐어주면서“이거가져가서아기들뭐사주시오.” “아이 고, 아니오.”라고(겸손하게) 그러면(떡장수에게) 떡을내가살테니 떡고리거기내려놓고이거가져가라고…. 돈을그냥(떡장수에게) 주시면사람들이와서“상길이자네은사스님이저기저뻘데기어디서
15 <삼우아카이브-석정스님인터뷰>, 문장이해의편의를위해필자가대화문중 일부를수정함. 16 <삼우아카이브-석정스님인터뷰>
72 한마음연구제12집
지금지나가는사람떡주고앉아계시더라고.”17 그런소리를듣고 내(은사스님)이가보면“아유, 이떡을좀다나눠줘야가지.” 그러고 떡을다나눠주도록거기앉으셔서떡나눠주고계시고… 그리고 집에서좋은옷, 솜옷해드리면나가서다벗어주고헌옷입고오시고
….18
상근은서울숭인동청룡사비구니인데, 금강산여러절에서수행한 선객이었으며, 많은재산을아낌없이여러사찰에헌납하고독립운동 자금을댔던인물이다. 위에서본바와같이보시를할때‘평등’과 ‘공평’을매우중시하였음을알수있다. 동대문청량사의부연도사람들 에게물질을나누기를좋아하며평등하고분별없는무애행을실천했던 인물임을알수있다. 승려의도성출입이가능해지고조선왕조의유교적이데올로기가 점차힘을잃으면서양반가나재력가미망인여성들중에출가를선택한 여성들이점차늘어나고있었다. 물론일부이기는했겠지만이들비구 니들은비구니공동체라는공간안에서그동안자신이받아온성차별을 승화시켜남녀노소의분별조차여읜불교적가치관에근거한사회 공간을만드는데에일조하겠다는지사적태도가보인다. 이러한여성 출가자의삶의태도는오늘날비구니와비교할때에도조금도뒤떨어지 지않는매우근대적이고주체적인자세이다. 이처럼은영의은사긍탄은물론상근과전주정혜사에서올라온
17 상길은동희의은사스님을말함. 18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인터뷰자료(동대문청량사동희스님인터뷰, 2022. 2. 28)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73
혜안, 일조등당시비구니들이차별없고평등한사회를만들겠다는 공통된사명의식과공감대가있었고, 이런여건에서은영의초인적 의지와행동이빛을발할수있었다. 그동안보문사의혁신과보문종의 탄생을은영한사람의탁월함의측면에서조명하는경우가많았다. 물론은영의탁월함과용기는찬탄받아마땅하지만전사회적으로 유교적가치관에대해비판적인분위기가일어나고있었고, 유교의 대안으로다른사회이념이고정되기전의열린시대상황이은영과 같은불교여성인물의출현을이끌수있었을것이다. 당시여성출가자 들은최대한시대적정치이념으로부터구속을덜받고오히려불교의 근본정신에부합되는세계관과가치관에조화되는삶을구현하고자 노력했다. 물론재판에서졌다고해서강대련의괴롭힘은여기서끝나지않았 다. 연줄을최대한동원하여협박을일삼았으며, 자신과뜻이맞는 대처승최원종19에게보문사임명장을주고긍탄과은영을내쫓기
19 일제강점기대처승으로살았던최원종(1906~1973)이쓴미공개육필자서전에 따르면그는강원도양구출신으로조실부모하고어린나이에수년간고아로 떠돌았으며본명은최천남崔천男이다. 이름석자중중간의‘천’ 자의한자는 본인도모른다고한다. 어릴적일은잘모르고배가고파건봉사로갔다가유점사에 가면밥을준다는말을듣고걸어서유점사에갔다가그곳에서12세에출가하였다. 이상최원종(연도미상), 6 참조.
최원종자서전및따님의인터뷰자료에따르면최원종이보문사주지로왔던 당시보문사에주석하던비구니는총72명이었다. 마침보문사비구니중한 명에게정신대에보내기위해신체검사에나오라고통지가나오자보문사비구니 들은큰혼란에빠졌다. 이때최원종의노력으로보문사의비구니가운데정신대에 끌려간사람이한명도나오지않게되었을뿐만아니라, 전몰자들을위해위령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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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해갖은모략과악행을서슴지않았다. 최원종이이끄는대처승들은 보문사로밀고들어왔으나결사적으로저항하는비구니들을내쫓지는 못했다. 최원종은워낙보문사비구니들숫자가많다보니차마밤까지 사찰경내에서보내지못하고낮에는절에서근무하다가밤에는퇴근하 는방식으로2년간주지직을수행했다. 이일촉즉발의팽팽한긴장감과 위기상황에서도보문사40여명의비구니들이단합하여끝까지비구니 처소로지켜냈다는것은당시비구니들의성숙한자세와지혜를엿볼 수있게한다.
3. 불교정화운동과정에서비구와대처승양측의압박
보문사비구니승단이맞닥뜨린세번째위기는불교정화운동이었다. 정화운동은시기적으로대략1954년부터1962년까지진행되었으며 대처승의배제, 비구승에의한종단재건, 한국불교전통재건, 불교 근대화운동을내용으로하는불교내자정운동이다.20 불교계정화
지낸다는명목으로배급소에서쌀을타다가비구니들의부족한양식조달에 도움을주기까지하였다. 이를계기로최원종은보문사비구니들의신뢰를얻어서 일정정도우호적관계를유지했다고한다. 따라서최원종이비록강대련의지시로 보문사주지로임명되었고, 이때문에초기에는보문사비구니들과각종충돌을 일으켰지만강대련과달리최원종은비구니들을보호하기위해나름노력했음을 알수있다. 이러한진술은현재보문사비구니들의진술과는차이가있어주목된다. 최원종은또해방후자신의주선으로광복군환영식을보문사에서열게하는 등나름대로보문사에기여한바가크다고생각하여자부심을느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훗날보문사비구니들은물론불교계에서이를인정해주지않음에 대해자신의자서전에서매우서운해하는뜻을피력했다.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75
운동은운동이진행되는단계마다비구니들에게많은것들을일깨워 주었다. 먼저, 시작단계에서는서울의비구니와지방의비구니가 처한환경과입장이다소달랐다. 서울의비구니들은비구편에동조하 는사람들도있었지만평소에대처승쪽과도밀접히왕래했으므로 대처승쪽을지지하는사람들도많았다. 당시로서는대처승들가운데 학식이높고사회적지명도가있는인물이비구승측보다많았다. 어찌되었건서울의비구니사찰은지방의비구니사찰에비해불교계 권력층과보다긴밀한관계하에놓여있을수밖에없었다. 불교계정화운동이시작되었을때은영이어떠한입장에놓여있었는 지를파악할만한기록은없다. 심지어안덕암의 송은영스님일대기 에도이시기에대해서는전혀언급이없다. 이는저자가태고종에 속해있기때문이기도하겠지만실제로은영스스로도어떻게해야 할지판단을하지못했을것이기때문이다. 정화운동당시보문사가 받아든선택지는앞서민씨일가가대웅전옆에무단으로묘를썼던 일과일제강점기강대련이보문사의재산을사사로이갈취하려던사건 과는전혀다른상황이었다. 위의두사건은무엇이정의롭고옳은 길인지에대해서생각해본다면바로판단이가능한사건이었다. 그러 나불교계내부에서남성출가자들사이에발생한갈등에비구니들이 어떤선택을해야할지판단하기는쉽지않았다. 보문사와같이서울의 큰비구니사찰은불교계권력이어디에있는지에대해서도평소에 잘알고있었기때문에섣불리어느한쪽에서기어려웠다. 반면지방의
20 민족문화대백과사전‘정화운동’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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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구니들, 특히비구선사들과밀접한왕래가있던비구니선객들은 비구들의도움요청에신속하게호응하면서정화운동에적극동참하였 다. 은영이당시상황을얼마나곤혹스러워했는지에대해서는아래 내용을통해확인할수있다.
그렇지않아도그동안가짜비구스님들에게휘말려몇차례법정을 드나드는가운데서도먹물옷을입고는법정에서증인을서더라도 적격이되지못한다는것을뼈저리게느꼈다. 그런데또총무원에서는 새주지를발령하여그동안애써서지켜오던보문사를손도대지 않고코푸는식으로먹으려고달려들었다. 뿐만이아니었다. 만일 주지승낙을하지않고그대로있으려면그만한대가를하여총무원 운영에도움이되도록하라는명령이왔다. 몇차례돈을내고명령을 따르다보니이는중생을위해서돈이써지는것이아니라싸움하는 데필요한재판비용으로들어가는것같이느껴져서신도님들에게 크게죄송함을금치못하였다. 삼보의정재를싸움의도구로응용한다
는것은동타지옥할종자를마련하는일이기때문이다.21
이것은곧당시보문사비구니들이보기에는어차피대처승이나 비구승이나비구니들에게새로운길을열어주는데에는일말의관심이 없이그저자신들의앞날과영역확보에만혈안이되어있는것으로 보였음을의미한다. 당시은영과보문사비구니들의고충은은영과 함께했던일조日照(1910~1990)의자료에서약간을짐작해볼수있다.
21 안덕암(1984), 234.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77
정화운동당시에는(보문사비구니들이) 조계종에도왕래를하였는 데, (은영스님등보문사비구니들은) 정화를이끌고있던일부비구스 님이비구니스님을무시하는현실을개탄하였다. 한편평소에고집이 센은영스님이조계종과태고종근처에도가지않고보문사에만머물 고계신것을보고(일조스님은) 현실을탓하고만있는것은아무 소용이없다는생각을하게되었다. 이에(일조스님의조언을들은 은영) 스님은두손을걷어붙이고혜안, 일조스님과뜻을같이하여 서로힘을합해보문원을세웠고, 이후비구니종도들이속속보문종으 로등록을하였다. 한국비구니사에한획을그은획기적인일이었다. 당시보문사에는묵담스님을비롯한태고종스님들이드나들었다. 그런데보문사가태고종에등록을하지않고보문종을세우자상대적 으로소원한관계였던조계종측에서는환영의뜻을비쳤으나, 가까운
관계라고생각하던태고종측에서는당연히섭섭하게여겼다.22
이렇게볼때은영은조계종과태고종사이에서어느쪽도선택할 수없다는생각에두문불출하고있었음을알수있다. 이는어느쪽이건 믿음을가질수없었음을의미한다. 또한그동안보문사가태고종 승려들과밀접히교류하고있었으므로조계종쪽의비구들은보문사 비구니들이자신들의편이될수없으리라생각하고보문사비구니들에 게매우냉소적이고무시하는발언을서슴지않았다. 태고종쪽의 입장에서는보문사의비구니들만은자신들을지지할줄알았는데막상 그렇지않으니오히려섭섭한마음에이런저런속내를드러냈을것이
22 한국비구니연구소(2007), 205-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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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그러데이런상황에서새로운돌파구를찾겠다고나선것은은영이 아니라일조와혜안慧眼(1912~2005)이었다. 위의진술을통해서이 두비구니가은영을설득하여함께보문원을세우고제3의길을준비해 나갔던것을알수있다. 훗날보문종3대종정을역임한일조(1986~1990 종정재임)와4대종정을역임한혜안(1990~2005 종정재임)은23 은영이
고집이너무셌다는점을꼬집으면서도막상정화운동의회오리가 몰아치자오히려두손을걷어붙이고뜻을같이하여서로힘을합해 보문원을세웠고, 이후비구니종도들이속속보문종으로등록하도록
이끌었다.24
일조의진술은그동안보문종창종과보문사현대화과정에서대부분 의업적을은영중심으로보았던것에대해재고할필요가있음을 시사한다. 실제로당시보문사는중요한일을결정할때철저히대중공 사에부쳐서결정하였으며, 일단시행하기로한일에대해서는함께 적극동참하여실천하였다. 혜안에대한아래기록은이러한예를 잘보여준다.
(보문사에서) 20여년간계속된불사에사찰재정형편이말할수 없이핍박해졌다. 먹을것이부족하여늘배고팠던시절, 온대중이 혼연일체가되어화합과단결로이한몸희생하더라도불법수호와 불국토정립을반드시이루리라는원력으로탁발을하고몸소담을
23 일조와혜안의종정재임기간에대해서는대한불교보문종홈페이지참조.(검색일 자: 2023.11.23.) 24 한국비구니연구소(2007), 238-245; 204-206, 혜안과일조관련글참조.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79
쌓고마을의인분을걷어직접어깨에메고밭에뿌렸다. 그런역경 속에서도종각, 시왕전, 보광전등을차례로중창했다. 석굴암불사 도중형편이너무어려워힘들어할때, 꿈에큰새가날아와얼굴을 위로향하는부처님의상호를부리로조성하는것을보고는부처님의
가르침이라여기고기꺼이불사에동참하였다.25
위의내용은당시보문사불사를위해서보문사비구니들이얼마나 합심해서노력했는지를잘보여준다. 또한석굴암불사때에는도저히 또불사를한다는것이엄두가나지않아쉽게동의를하지못한채 간절한기도를통해답을구하고있음을엿볼수있다. 그러나일단 동참을결심한후에는최선을다해함께노력했다. 이처럼해방전후 보문사비구니들은중요한일을결정할때민주적인방법으로충분한 논의를거쳐결정하였고, 일단결정이된일은다함께협력하여이루어 나갔다. 이렇게볼때보문종의창종은은영이라는한사람의원력이 주도적으로작용한것이라기보다는보문사비구니승가의공동체의견 이종합된것이었으며, 은영은공동체의원력을경청하고앞에서이끌 었던것임을알수있다. 즉남성출가자의영향을벗어나비구니들만의 공동체를만들겠다는대담한시도는보문사비구니다수에의한결정이 었고, 이러한덕분에다른비구니사찰의동참을이끌어낼수있어서
25 한국비구니연구소(2007), 242-243.
마침내하나의종단을이룰수있었다.
80 한마음연구제12집
IV. 보문종의창종과의의및미래과제
1972년7월은영과보문사의비구니들은보문사를중심으로비구니 종단인대한불교보문종을창종하게된다. 비구니긍탄을종조로, 은영 을중흥조로삼았다. 보문종은석가모니불의근본구제이념과관음보 살의구제사상에의거한복지사회건설을이상으로하고있는우리나라
유일의비구니종단이다.26
1. 보문종창종및한국비구니승가에미친의의
보문종은석가모니부처님을교주로하고, 석가모니부처님의양모養 母이자최초의비구니였던대애도大愛道구담미瞿曇彌(Mahāpajāpatī
-Gotamī)를원조로한다. 세계유일의비구니종단이며, 부처님의 가르침을근본교설로상구보리하화중생에매진하는청정비구니 종단이되겠다고선언하였다. 1962년출범한통합종단을둘러싸고 비구승단과대처승단의대립이격화되는이른바불교정화개혁의 시기를지나며보문사가그소용돌이에휘말릴위험에처해지자긍탄과 은영을중심으로한비구니들은비구니의독립적인권리와능력을 인정받고자1971년재단법인대한불교보문원을설립하고비구니의 수행환경수호를비롯한여성의권익과위상을높여사회발전에공여할
목적으로보문종을창종한것이다.27
26 대한불교보문종인터넷홈페이지참조.(검색일자: 2023년11월23일) 27 대한불교보문종인터넷홈페이지참조.(검색일자: 2023년11월23일)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81
은영을중심으로보문사의현대화가이루어지고이것이보문종이라 는비구니종단의탄생으로이어지는모습은직간접적으로다른비구니 공동체에영향을미쳤다. 이와관련한내용을몇가지로정리하여 살펴보자. 첫째, 보문사의혁신적불사는다른비구니공동체에큰영감을주었 다. 은영의불사에대한감각과능력은타고났다고할수있을것이다. 1928년불과19세의나이에, 흉년이라다른절에서는감히불사는 엄두도내지못하는시기임에도불구하고은영은대웅전을그렇게 어렵지않게중창하였다. 이것이성공할수있었던이유는한노보살과 노거사의보시에의한것이었다. 젊은비구니가계를잘지키고열심히 절살림을해내는것을보면서근처에살던노보살이감동하여자신의 전재산을털어보문사에희사하였고, 은영은이를이용하여요사채를 지어사찰내에음식점을만들어정재를불려나갔다. 그러자이번에는 한노거사가역시은영의생활모습에감동하여보시를했고, 거사 사망후부친의재를지내기위해보문사에온아들이은영의모습에 또감동하여한번더큰돈을희사하였다. 이를통해대웅전을중창할 수있게되었던것이다. 이일은은영에게큰자신감을가져왔다. 무슨일이든진심을다하면통한다는자신감이었다. 은영은또개화물결을타고급변하는사회를지켜보며비구니교육의 필요성을절감하던차, 전주정혜사출신영명이양반가여성들에게 불경교육을하는것을보고영명을보문사로초청하여1936년비구니강 원을시작한다. 그리하여보문사에비구니를위한강원을설립하고 당시불교계대표적남성출가자와재가자는물론비구니강백금룡
82 한마음연구제12집
(1892~1965), 금강(?~?), 수옥(1902~1966) 등을통해많은비구니 학인들을배출하였다. 이에3회졸업식에는학인들이50명이넘을
정도로전국에서많은비구니들이모여들었다.28
또예수재를지내자는신도들의건의를받아들여불교의례를진행하 면서자연스럽게범패의주요역할이비구들에게만맡겨지는것에 한계를느끼고보문사비구니들에게범패교육을진행하였다. 은영은 당시예수재에서눈여겨둔실력좋은비구들을청하여범패교수사로 삼고보문사비구니들뿐아니라희망하는다른사찰의비구니들도 보문사에와서범패를배울수있도록하였다. 이렇게하여보문사는 비구니의범패학습장소의역할도하게되었다. 그로부터약20여 년뒤의일이기는하지만1966년병오년에어산을배우던비구니는 총90명이었으며졸업할때총20명이남았다고하는것으로보아
보문사가당시비구니어산교육에큰공헌을했음을알수있다.29
이때문에탑골승방은재받이중들이모인장소라는별명까지붙게 되었지만보문사는신흥사, 백련사, 안정사, 봉원사의비구사찰에 비견할만큼불교의식을전문적으로수행하여탑골승방발전에큰 기여를하였다. 또당시로서는매우큰규모의선방인선불장을짓게
28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디지털비구니인명사전“보문사” 참조. (2023년4월23일 보문사제공) 이자료에서는그동안비구니3대강백으로공인되어온월광금룡, 정암혜옥, 화산수옥대신월광금룡, 일명금강, 화산수옥을비구니3대강백으로 제시하고있다.
http://dh.aks.ac.kr/~biguni/wiki/index.php/%EB%B3%B4%EB%AC%B8%EC% 82%AC 29 2022년3월14일선하증언채록.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83
되고, 선불장을짓는과정에서과거민씨집안의묘지이장중지하에 물이고여서고민이되었던것을오히려샘물로개발하여보문사를 찾는사람들에게양질의물을제공하니절도좋고신도도좋아하게
되었다.30
이처럼탑골보문사는포교만잘하면비구니의힘만으로도얼마든지 사찰을중창할수있다는선례를남겼다. 또한그동안비구들만가능한 것으로여겨졌던강원과선원의설립, 사찰경제에큰도움이될수 있는어산교육기관을운영하였다. 이러한보문사의선례는1900년대 후반전국에비구니사찰이급격히지어지고이들비구니사찰가운데 선원과강원을운영하는곳이도처에출현하게되는데에결정적자극제 가되었다. 둘째, 보문종창종을전후한보문사비구니들의성과는다른비구니 공동체들에게자신들의정체성과비구니로서의역량을새롭게인식하 여전국비구니회가출범하는계기가되었다. 물론이러한비구니들의 각성에는정화운동참여를통하여비구니들이다양한경험을하게 되면서안목이넓어진것도한요소로작용했을것이다. 1968년2월 24일서울종로구숭인동청룡사에서현전국비구니회전신인우담바라 회가발족되었고, 은영은초대회장을, 역시보문사에서주석하던 세등世燈(1926~1993)은총무를맡았다. 당시우담바라회고문과발기 인명단을보면전국에서활동하던대표적비구니의명단이두루망라되 어있다. 은영과세등은본회를이끌면서우담바라회활동방향을
30 안덕암(1984), 202.
84 한마음연구제12집
잡았는데, 비구니를위한교육기관설립, 포교활성화와조직확대가 주요목표였으며, 비구니총림건립, 포교의합리화, 복지사회건설을 3대강령으로채택했다. 이3대강령은그동안보문사가해오던활동 방향의확장판이라할수있다. 구체적인사업은1968년5월12일 보문사에서열린제1회임시총회에서채택됐다. 이날총회에는약 250여명의비구니가모였다. 비구니들만의총림건설은이미1950년대 정화당시동화사비구니총림건설이준비되고있었으나뜻을이루지 못했다. 그후우담바라회발족1년전인1967년에도수덕사에서논의가 됐었다. 그러나비구들이비구니총림건설에부정적입장을표출하였 고, 특히총림방장을비구니가맡는다는것에대한거부감을강하게 표출하여비구니총림설립은결국무산되고말았다. 그후우담바라회 는1970년대중반이후한때침체기를지나기도했지만, 다시의기투합 하여3대회장으로화운사지명智明(1921~2013)이선출되면서명칭을 전국비구니회로변경하고, 1981년성북동성라암에비구니대학을열 었으나, 그후중앙승가대학으로편입되었다. 전국비구니회는온갖 어려움을딛고2002년5월전국비구니회관만불전봉불식을거행하고, 2003년8월전국비구니회관개관기념대법회를연이래오늘에이르고 있다. 은영과보문사비구니들은오늘날전국비구니회가이처럼발전 할수있도록비전과방향성을세우는데에큰기여를했으며, 우담바라
회회원들이모여서미래를도모하는토론의공간을제공하였다.31
31 우담바라회에관해서는전국비구니회회보 맑고밝은전국비구니회 34호(2018), 30-51, 불교신문 <우담바라회의창립과비구니활동> 상편(2010.6.26.)과하편 (2010.7.3.) 기사, 불교신문 1968년3월17일자기사, 하춘생(2016), 붓다의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85
2. 지속가능한발전을위한당면과제
1900년대초∙중기보문사의비구니들은사회와불교계의대변혁의 시기를맞아은영을중심으로단합하여큰위기때마다위기를기회로 활용하였다. 보문사와보문종의활동은자신들은물론다른비구니공 동체에도영감과용기를불어넣었다. 이제필자는은영입적후보문종 이어떤활동을해왔으며이것의가치와한계는무엇인지살펴보고자 한다. 이와관련해서는신문매체에나오는보문사와보문종관련 기사를시간대별로살펴보겠다. 첫째, 국제교류방면에서보문종은다른비구니공동체보다앞서서 길을열었으나현재활동은부진한상태이다. 우선 해동불교 37호 2면(1990.1.26.)의기사에는황법준(보문사주지)과비구니보현회회장 설봉을비롯한회원32명등33명의비구니중진스님들이대만불교계 를시찰했다는기사가등장한다. 또한 법보신문 329호15면 (1995.6.28.)에는<국경넘어선자비보살행>이라는제목과함께보문종 보문사(주지법준)가19일르완다난민돕기운동을전개하고있는불교 기아도움기구에‘자비의종’ 저금통1백30개를전달했다는내용이 등장한다. 이날저금통을전달한은영유치원관장신원은보문사신도 및어린이불자들의작은정성이멀리아프리카에서부처님의자비광명 을전하는데도움이되길바란다고말했다. 한편 법보신문 441호 2면(1997.11.5.)에는당시보문종부원장법종法綜의인터뷰기사가
제자비구니 , 222-231 등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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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한다. 법종은비구니로는처음으로한∙중∙일불교우호교류회의 에서미래불교의나아갈방향을제시하는연설을하였다. “21세기 정신문명구현과세계평화”라는제목의연설에서“3국의불교계는 지난시절배타와반목, 갈등을극복하고이를바탕으로해서21세기를 화합과평화의장으로끌고나가야한다.”고역설했다. 또한“자기중심 적인세계해석을지양하고, 모든문제의근원을간단히유일신에 돌리지않는세계관을정립해야한다.”고강조하였으며, “예속적종교 관에의해빚어지는인권의말살을막고문화중심주의적인우월주의를 극복, 인간이주체가되는단체로승화시킬때비로소21세기인류문명 은해처럼밝아질수있다.”고강조하였다. 이렇게볼때보문사와 보문종은은영입적후약10여년간은큰활동을보이지않다가1990년 대에들어와서국제교류에적극적으로나서고있음을알수있다. 특히대만불교계시찰, 한∙중∙일불교교류및세계불교의방향성 제시등과같은굵직한활동을보이고있는것이다. 이것들은창종 당시의포부와취지를잘계승∙실천하고있음을보여준다. 그런데 어찌된일인지2000년대에들어오면이러한활동을거의찾아볼수 없다. 또한보문종출가자교육을독자적으로실시하지못하고조계종 에의탁하여진행하고있음을알수있다. 둘째, 대중포교에있어서도점차그힘이약화되고있음을알수 있다. 1990년대초반에는태릉선수촌불자15명이보문사를참배하고 인철(법련사)을지도법사로서법회후상담시간을마련했다는내용이 등장하고32 삼풍사고희생자천도재를지내주었다는기사가등장하지
만33 이외에는특별하게눈에띄는것을찾아보기어렵다. 즉 해동신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87
문 240호15면(1995,5,10)의<보문종불탄일동네주민과함께>라는 제하의기사를보면불탄일행사에약1천여명의사부대중이모였다는 것외에는프로그램내용이사물놀이와민요, 무용단공연이있었다는 내용정도가나오고, <보문사, 생전예수재봉행>34, <보문사탑전기 도>35, <(보문종) 총무원주관사경대회>36와산신각기도관련내용이 몇차례등장하는정도에그치고있다. 또한보문사홈페이지에소개된연중활동을보아도초하루법회와 인등법회(음력24일) 등정기적법회에대한소개외에는구체적인내용 이거의없다. 이외에각종조직에대한안내에있어서도청년회와 학생회, 어린이회등이소개되어있지만구체적인시간이나장소, 최근활동에대한자세한소개가없다. 이전에활발히활동하던시자원 을중심으로한사회복지분야에대해서도“1971년재단법인보문원 설립하면서시자원을지어지역노인들을보살피고도와주는양로원을 26년이나했으나2년전시작된지하철공사로문을닫았다.”라고만 적혀있어시자원폐쇄이후거의활동이없음을간접적으로알려준다 하겠다. 다만매달한번씩탑골공원에서무료급식봉사, 성남의 소쩍새마을지역노인시설봉사활동, 1986년세워진은영유치원이 활발히운영중이라고소개되어있는정도에그친다. 물론이외에
32 해동불교 (1990.3.2) 33 해동신문 (1995.8.23) 34 해동신문 (1995.8.30) 35 현대불교 (1997.10.22) 36 현대불교 (1997.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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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많은활동이있을수있겠으나전체적으로볼때예전의활력을 다소잃은상황으로보인다. 앞으로보문종이지속적으로발전하기 위해서는출가자를동진출가자로만제한하지않고문호를더개방할 필요가있으며, 국내는물론해외여성불교계와의교류에도다시 관심을가져야할것이다. 또한변화하는시대에부응하여지역과 사회에기여하기위해여성종단만이해낼수있는다양하고활기찬 프로그램을운영할필요가있다.
V. 나가는말
이상을통해우리는은영을위시한보문사비구니들이1900년대 초반과중반에한국비구니공동체가운데가장먼저비구니공동체의 새로운시대를여는역할을해냈음을알수있었다. 이들이당면했던 시련은지금의관점에서보아도실로어마어마한난제들이었다. 이들 이이러한여러도전을극복해가는과정은당시사회와불교계최고의 힘에맞서자신들의터전을지키는길이자정체성을찾아가는길이었 다, 또한이것은이들을뒤이어막성장의길을열어가던다른비구니공 동체에영감과용기를불어넣었다. 보문종창종전후은영과보문사 비구니들은다른비구니공동체도교육받을기회를동등하게제공해 주어한국비구니들의질적수준향상에도기여하였다. 아쉬운점은은영입적후얼마지나지않아보문종비구니공동체의 활약이눈에띄게줄어들었다는점이다. 앞으로보문종이처음에창종 했던당시의정신을잘계승하여세계비구니승단에영감을주기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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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혁신할부분을과감히혁신하여지속가능한발전의길을모색해야 할것이다. 아울러급변하는현대사회에서불교가지속적으로발전하 기위해서는양성평등을위해더욱노력해야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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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자료
삼우스님인터뷰자료
타여성대회논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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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 디지털비구니인명사전
http://dh.aks.ac.kr/~biguni/wiki/index.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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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자료 맑고밝은전국비구니회 34호(2018), 전국비구니회.
동아일보 , 불교신문 , 법보신문 , 한국불교신문 , 해동신문 , 현대불교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91
The Life of Bhikkhuni Eunyeong and the Significance of Her Establishing the Bomun Order
Jun, Young-suk (Professional Researcher, Yonsei Institute for Sinology)
In the early and mid-19th century, Korean society and the Korean Buddhist community experienced a series of great changes. From the perspective of the Korean nun community, this period of change was a time of hardship beset by various trials, but at the same time, it also posed an unprecedented opportunity for them in the history of Korean bhikkhunis. Geographically, Bomunsa Temple in Tapgol Valley was the bhik- khuni community closest to the center of Seoul. Bomunsa Temple's nun community and its founder Eunyeong experienced several major crises that nearly destroyed the community due to the tyranny and threats of two groups: influential families who enjoyed power at the end of the Joseon Dynasty and pro-Japanese monks and nuns who wielded power during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However, thanks to Eunyeong's adop- tion of a democratic decision making process and decisive, f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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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rd-looking leadership, these crises became opportunities to create a new model for a modern monastic community ahead of anyone else. In addition, Bomunsa's nun community established both a gangwon (scriptural study center) and a seonwon (Seon medi- tation center) exclusively for bhikkhunis— previously operated only for the bhikkhu community — and began operating a Buddhist education program to teach beompae (verses sung in praise of the Buddha and his teachings) that could be helpful to the temple's economy. These educational programs were provided not only to their own community but also to members of other nun communities across the country. In architecture, Eunyeong led innovation by designing buildings that were ahead of their time not only in the Buddhist community but also in society in general. In addition, she established the world's first bhikkhuni order exclusively for nuns ("Bomunjong"), formally establishing the status of female monks and presenting a future direction. However, after Eunyeong passed away, the activities of the Bomun Order gradually began to decline. The purpose of found- ing the Bomun Order was praise-worthy even from today's perspective. Now they must go back to the beginning with the mindset of a novice and make efforts to leap forward and estab- lish a revitalized community that can continue to develop.
KEYWORDS
비구니 은영의 생애와 보문종 창종의 의의93
Bhikkhuni Eunyeong, Bomun Order, leadership, bhikkhuni community, innovation
『한마음연구』제12집(2024.2) 95-133쪽. https://doi.org/10.23217/jhms.12..202402.003
『한마음요전』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
V. 마치며
II. 대승보살계의 이념 III. 대행의 행장 속 보살행 IV. 대행의 계바라밀
이충환(법장) | 해인사승가대학 학감
본연구는대행의행장속에나타난보살행과전법을계율적측면에서 살펴보고, 그속에담긴계행, 즉계바라밀의실천을고찰하려한다. 이에 한마음요전 을중심자료로하여대행의행장과이야기를보살계 를통해해석하여대행의삶속에계행이함께공존하며중생을위한 보살행이이루어졌음을규명하겠다. 종전의연구에서는대행의전법과포교가주된연구과제였으나, 불교의계정혜삼학의기본인계행도함께이루어졌으며, 그모습은 보살계속에담긴유연하고대승적인계바라밀이었음을확인하겠다. 연구의순서로는보살계의대표인 유가사지론 과 범망경 에나타 난실천행과계율관을먼저확인하고, 그것의주석서에서해석한내용 까지확인하여보살계의시대성과중생을위한실천을파악하겠다. 그리고그내용을토대로대행의행장속모습을비교하여대행의 전법과포교가한개인의모습을넘어대승불교의이상적존재인보살로 서의계바라밀이겸수되었음을밝히겠다. 이러한본연구의과제는향후대행의행적과포교를분석하는것에 있어보다깊이있는율장및경장의증거를제시할것이며, 현대불교에 서의포교방법론에있어서도중요한토대를마련할것이다.
묘공당妙空堂대행大行(1927-2012, 이하대행)은근현대한국불교의 중흥과전법에앞장선인물이다. 특히불교를민간에포교하고생활 속에서불교를실천할수있도록수행방편으로이끈가르침은지금까지 도회자되며많은이들의귀의처가되고있다. 이러한대행의삶과 수행방편그리고가르침을하나로정리해둔것이 한마음요전 이다. 한마음요전 은한권의책이기는하지만, 한인물의삶과구도기, 그리고그안에담긴간절함이생생하게묘사되어있다. 다른전기가 인물의해석을중심으로하는것에반해 한마음요전 은대행의실제 육성이야기와그에얽힌에피소드를그대로담고있어그것을매개체로 대행의모습을접할수있고, 읽는자신이주인공이되어그순간에 함께수행을닦고경험할수있게한다. 본연구에서는이러한 한마음요전 에나타난대행의삶과수행방편 을보살의바라밀로해석하고고찰하겠다. 대행의삶에는당시한국의 시대상이그대로투영되어있다. 일제식민지와6.25전쟁을거치며 나라전체가찢어지게가난해져간신히하루살아가는것이최선의 삶일정도로여겨지다가점차먹고살수있게되며자신만을찾다가 오히려스스로를놓치는모습으로변모한지금에이르기까지의모든 과정이담겨있다. 대행의어린시절은가난과의싸움이었다고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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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언이아니다. 부평초와같이의지처없이떠돌던가난의삶속에서 자칫주저앉을수도있으나오히려부자와가난을만들어내는의정을 바라보고차별상을떠난마음을지니게된다. 그리고모든중생을 평등하게바라보고베풀기위한도깨비감투를꿈꾸며보살로서의초발 심을세운다. 이러한대행의모습은홀로뛰어나기에생겨난것이아니라언제나 곁에서이끌어준선지식과역경계가있었기에가능했던것이다. 모든 이들을감싸줄수있는대비심을어머니로부터받고, 삶의중요한 전환점에항상마음에서자문해준아버지의존재, 그리고자신을죽여 스스로를바라본한마음의자리를일깨워준한암등여러인연의가르침 이대행의삶에함께하고있는것이다. 그리고치병으로대표되는 대행의수행방편이결코병을치료하는신비적힘으로여겨질것이 아니라그를통한일깨움과이끌어줌으로마음의치료를행했던보살의 바라밀이었음이 한마음요전 에담겨있다. 이러한대행의삶은중생을위한보살의바라밀로해석할수있다. 특히중생을위해방편을행하고인연에따라유연하게가르침을설해주 는모습에서는지범개차持犯開遮를확인할수있다. 그리고계율에 관해행동을금하는것이아니라오히려적극적실천을이끌어내는 법문은보살계의작지계作持戒적해석으로볼수있다. 이에본연구에서 는 한마음요전 에나타난대행의삶을보살계의입장에서확인하고 그의행적이보살의계바라밀에상응하는것임을고찰하겠다.
II. 대승보살계의이념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01
한마음요전 에나타난대행의삶을계율적으로고찰하기위해서는 그의출가와수계에관해확인해야한다. 그러나대행이출가한시기의 한국불교는시대와더불어황폐해져있었고, 구족계수계와율장에 의한승가운영등이사실상불가능한상태였다. 이에대행의수계에 관해서도삼사칠증에의한계단수계나명확한구족계의수지를논하기 는어렵다. 한마음요전 에의하면대행의출가는해방이된1945년 18세에흑석동을떠나부산에서1년정도군복수선과식당을한이후 상원사로옮겨가한암의곁에서삭발을한시점으로기록되어있기에 20살이갓넘은시기로볼수있다. 이때는그저삭발만을한수행자의 모습이었고이후1950년3월27일(음력) 다시한암에게정식수계를 받고출가자가된다. 이때앞서한암의제자2명이비구계를받고 이어서대행도수계를받았다고기록되어있으나, 율장에의거한삼사 칠증의수계로보기는어렵다.1 그리고 한마음요전 에서는이때의
수계를사미니계였다고기록하고있다.2 그러나당시의시대상에서 갖춰진계단수계로출가를한다거나, 이후의관점으로수계의정당성 을판단하는것은다소무리가있다. 그렇기에이시기에대행은한암을 계사로수계를하여출가수행자로거듭난것으로보아야한다.3 이후
1 한마음요전 (2019), 49-56. 2 한마음요전 (2019), 137.
3 십송율十誦律 권56에‘자연득自然得∙견제득見諦得∙자서득自誓得∙논의득論議得∙
변오득邊五得∙수중득受重得∙견사득遣使得∙선래득善來得∙삼귀득三歸得∙갈마득羯
102 한마음연구제12집
대행은승적과무방하게수행을이어갔으나시대가변하며종단이 설립되고승려의수계와자격이논해지며한암의제자탄허에게권유를 받아승적을회복한다. 이에종단에서는1960년사미니계를1961년 비구니계를받은것으로승인한다.4 이처럼대행의출가와수계에
관하여형식에얽매여서는명확하게파악할수없다. 비록기록에 의한수계가늦어지기는했으나, 그동안이루어진수행과전법은어느 수행자보다뛰어났으며수많은사람들을제도하고이끌어줬다. 그렇기 에대행의출가와수계에관하여율장에의거하여논하기는어렵고, 오히려대행이행하였던수행자로서의삶과전법을보살의모습으로 보고보살계를통해논해야한다. 이에이후로는대행의삶전체에 나타난보살행에중점을두고보살계의입장에서 한마음요전 의내용 을확인하겠다. 보살계는승가의운영과유지를위한율과는성격이다르다. 특히 율과같이각잘못에대한명확한처벌이나규정이존재하지않고, 승가를위한것이기는하지만보다넓은의미에서불교인이지녀야
할보리심의근본이다. 이러한보살계의이념에대해천태지의天台智顗
(538-597, 이하지의)는 보살계의소菩薩戒義疏 (이하 천태소 )에서“보 살계란선을움직이는첫번째장이고, 악을물리치는맨앞의진이다.
磨得’의10종수구受具가설해진다. 이중4번째논의득은문답득이라고도하여 스승의물음에수순하여대답을함으로써법이이어짐과함께수계도이루어진 것으로여긴다.(T23, 410a09, “蘇陀隨順答佛論故得具足戒.”) 한암과대행사이의수계 를율장에의거해파악한다면논의득의수계에부합된다고생각한다.
4 한마음요전 (2019), 138.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03
곧은길(보살도)로귀의해야생의근원을다할수있다”고설명한다.5
이는칠불통계七佛通戒와동일한내용으로모든부처님의계가설하는 것이보살계와동일하며그를통해악을그치고깨달음으로나아가게 하는토대임을설하는것이다. 그리고현수법장賢首法藏(643-712, 이하 법장)은 범망경보살계본소梵網經菩薩戒本疏 (이하 법장소 )에서“일 체제불의본원이며, 보살이행하는것의근본이다. 만약이계법이 없다면단한명의보살도불도를이룰수없다.”6고하여, 보살계로 인해불교수행자가되며, 그때비로소깨달음에이를수있게된다고 한다. 이는불교수행의시작이계정혜삼학의순으로이루어지는것이 며, 계를통해불교인이되어불도수행을닦아깨달음이성취되는 것을설하는것이다. 믿음을갖고불교에입문하기도하지만, 모든 불교의례의첫번째에삼귀의를두고있듯이우선불교에귀의하고 수행을닦는것이다. 그리고불교에귀의한다는것이수계를하여 불교적삶을실천하고그안에서수행생활을영위하는것이다. 이에 관해 보살영락본업경菩薩瓔珞本業經 (이하 영락경 )에서는“일체중 생이처음삼보의바다에들어감에있어믿음이근본이되고, 불가에 머무르게됨에있어계가근본이된다.”7고하여, 계를근본으로불교의 구성원이된다는것을설하고있다. 이처럼보살계는불교수행의근본이며불교인이되기위한토대이
5 천태소 (T40, 563a), “菩薩戒者, 運善之初章, 却惡之前陣. 直道而歸生源可盡.” 6 법장소 (T40, 602c), “一切諸佛之本源行菩薩者之根本. … 若無此戒法無一菩薩得 成佛道.” 7 영락경 (T24, 1020b), “一切衆生初入三寶海以信爲本, 住在佛家以戒爲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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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러한점은율장과도동일하지만, 보살계는그성질에다소의
차이가있다. 원효元曉(618-676)는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
記 (이하 요기 )에서“보살계는흐름을되돌려근원으로돌아가는큰
나루터이며, 그릇됨을버리고바름으로나아가는긴요한문이다.”라고8
하여지의와유사하게보살계를설명한다. 여기서‘큰나루터’라는 표현은비록보살계가깨달음을위해중요한것이기는하지만, 나루터 를건너면배에서내려야하듯이계에집착해서는안되고, 그것을 수행의전부로여겨서도안된다는것이다. 또한원효는 범망경보살계 본사기梵網經菩薩戒本私記 (이하 사기 )에서“계율의체를논하면인연 에따라생긴것이다. 그러나인연을찾아봐도계율의자성은얻을 수없다. 그러므로있는것이아니다. 인연을따라생긴계율은비록 있는것은아니나, 토끼뿔이없는것과는같지않다. 그러므로없는 것도아니라고한것이다.”9라고거듭보살계의성질에대해상세하게 설명한다. 원효는보살계를인연생因緣生으로보고, 인연에따라생긴 것이기에실체가있는것은아니지만, 그것이생겨난인연조차없는 것이아니기에계를따라야한다고설한다. 이는계를지켜야한다는 생각으로인해행동에제약을받거나중생제도를망설이는것을금하 고, 계를경시하여불교인으로서함부로행동하는것을방지하기위한 가르침으로보살계의지범개차를설한것이다. 이러한보살계의성질은그것을이루고있는계체戒體에의해서도
8 요기 (T45, 918b), “菩薩戒者, 返流歸源之大津, 去邪就正之要門也.” 9 사기 (X38, 279b), “論戒體者, 從因緣生故. 推求於因緣, 戒自性不可得, 故非有. 從因緣生, 戒雖非有, 而不同於兔角無. 故言非無.”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05
확인할수있다. 계체는계의본체라는의미로그것의존재성질에 의해해당계율의수계와지계에차이가생겨난다. 율장의계체는 일반적으로색법계체色法戒體라고하여불가견不可見의물질로이루어 진것으로본다. 그에비해보살계의계체는대승만의색법계체인 성무작가색性無作假色, 심법계체心法戒體, 비색비심非色非心등이논해 진다.10 명칭에차이가있으나보살계는마음을본체로하는심법계체로
대표된다. 그렇기에다른계율과달리문제가발생했을때그에대한 처벌여부를논하는것보다그것이발생한원인인범계심犯戒心을 주된요인으로보고판단한다. 그리고마음이계체이기에전계사로부 터계를받는의미의수계와달리보살계는불성과함께마음속에 내재되어있던계체를꺼낸다는의미에가깝다. 대승불교에서의마음 은심식心識의의미를넘어그자체에보살의보리심이담겨있고, 그를통해깨달음으로나아가는원동력이되어주는것이다. 이에법장 은다음과같이믿음에의해마음을일으키면그로인해계를얻어 출가자가되는것이라고설한다.
자신에게불성의법이있는것을믿기에이것은곧반드시당래에 성불한다는의미이다. … 이믿음을일으키면곧진리에들어가는 보리심을일으키게된다. 이때문에이마음이곧계를얻는다. 그렇기 에 무구칭경 에서“보리심을일으키면즉이것이출가이며, 이것이
10 법장(2023), 449-450.
바로비구의성품을구족하게되는것이다.”라고한다.11
11 법장소 (T40, 607a), “謂信己身有佛性法故, 即是定當來成佛之義. … 起此信即是發入
106 한마음연구제12집
그리고마음이곧계와동일한것이기에지의는 영락경 을인용하여 “모든선인이나범부의계는모두마음을체로한다. 마음은다함이 없기에계도또한다함이없는것이다.”12라고한다. 이구절은보살계에 서의일득영불실一得永不失의토대가되어“보살계에수계는있으나 사계(捨法)는없다.”고13 설명되어마음과떨어져계가존재하는것이
아니기에마음이있는그상태가그대로계를지니고있는것이라고
한다.14
이러한심법계체의특징은보살계를일정한형태로만보존하는것이 아니라중생에대한보살행에따라유연성을가질수있고, 비록계의 항목이존재하지만방편으로서그것을초월하는형태와해석으로도 발전한다. 그렇기에불교초기부터전래되어온율장과달리보살계는 하나의형태라고보기가어렵고시대에따라변화된모습을보인다. 대표적으로인도유래의「 유가계瑜伽戒」
와중국찬술의 범망경梵網 經 이있고, 여기서파생된세속오계世俗五戒, 점찰경 의귀계멸참歸
戒滅懺, 원돈계圓頓戒, 나아가호국불교등시대와중생을위한발전이 거듭이루어진것을확인할수있다. 이처럼보살계는마음을토대로하기에일정한형식에맞춰지계를 하는것이아니라중생을연민하여자신의상황에맞게적극적으로 실천하는것이다. 그리고비록보살계라는명칭이존재하기는하지만
理菩提心. 此故此心即是得戒. 故無垢稱經云, 發菩提心即是出家, 是即具足成比丘性.” 12 지의소 (T40, 566a04), “瓔珞經云, 一切聖凡戒盡以心爲體. 心無盡故戒亦無盡.”
14 법장(2023), 459.
13 영락경 (T24, 1021b07), “菩薩戒有受法而無捨法.”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07
그성립인연에보다중점을두고보살행의토대로작용될때비로소 바른지계행, 즉계(시라)바라밀을성취하는것이다. 그렇기에계바라 밀에대해원효는다음과같이설명한다.
대품경 에서“죄와죄가아닌것을얻을수없기에이를시라바라밀 을갖추었다고말하는것이다.”라고한다. 만약어떤이가계는없는 것이아니기에있는것이라고집착한다면, 비록계를잃지는않지만 계의참된모습을모르기때문에계를범한것이된다. 만약어떤 이가계는있는것이아니기에없다고생각해집착한다면, 계의인과법 을어긴것이기에즉계를잃게된다. 이양변을멀리하기위해중도에
합치한다. 그렇기에‘비유비무’라고하는것이다.15
이러한대승보살계의이념은보살의바라밀을위한것이다. 그렇기 에지지止持보다는실천의작지作持를중시하고, 그실천의대상이 자신이아닌중생이기에그에필요한부분이있다면과감한변화까지도 허용한다. 이후로는대행의삶에나타난수행과전법이보살의바라밀 이었음을확인하고, 대승보살계의이념에입각하여확인하겠다.
15 사기 (X38, 279b), “大品經云, 罪不罪不可得故, 是名具之尸羅波羅蜜故. 若有人執 非無門而爲有者, 雖戒不失, 而不知戒實相, 故即成犯. 若有人執非有門而爲計無 者, 戒因果法誹機故, 即成失戒. 爲欲離此二邊, 契會中道. 故言非有非無也.”
108 한마음연구제12집
III. 대행의행장속보살행
한마음요전 은대행의출가에서부터수행, 가르침, 전법, 방편에 이르는전과정을당시의모습과마음상태, 그리고인연된이들과의 관계로풀어이야기하고있다. 한인물의일대기를정리한것이기도 하지만, 그안에서의여러모습은누구라도그상황에이입되어자신이 라면어찌하였을까질문을던지게한다. 그리고첫장에서부터마지막 장에이르기까지대행과함께성장하고어려움을극복하며함께출가하 고수행하는듯한느낌을받게한다. 이러한공감대를형성할수있는 것은그이야기속에언제나사람과의관계가들어있고, 그관계를 어떻게받아들이고함께고민했는가를간접경험시키기때문이다. 이러한 한마음요전 에나타난대행의행장은하나의성장스토리와 같이느껴진다. 일제강점기를거치며비교적넉넉했던집안은한순간 에가세가기울어거리로나앉게되었고간신히하루를살아갈정도로 가난을겪게된다. 그러나대행은오히려그고생이아니었더라면 자신이공부할생각조차못했을것이라고하며16 역경계속에서자신을
발견하는인연을맞게된다. 충분히가난을원망하고민가의다른 집을보며부러움을지닐만도하였으나대행은자신을비롯한다른 가난한집들을걱정하며도깨비감투를갖고그들에게양식을주고 싶다는발원을한다.17 이도깨비감투는대행의삶전체를잇는발보리심
의서원이라고생각된다. 단순히돈이나명예를원하는것이아니라
16 한마음요전 (2019), 19. 17 한마음요전 (2019), 24.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09
그저지금의상황에가장필요한그것이바로도깨비감투가되어주는 것이고당시의대행의눈에는먹고사는문제로투영된것이다. 그렇기 에이후대행이부산에서군복수선으로모은돈으로차린것이실비 식당이었고이역시도사실상무료급식소에가까웠던것으로대행의
서원인도깨비감투가현실의보살행으로나타난것이다.18
대행의이러한보살심에큰영향을준것은어머니였다. 그의어머니 는“거지가찾아오면당신몫을내어주고는아예굶으셨는가하면, 자주말씀하시기를‘사람이나서한번죽는것인데남한테못되게 굴고남의것을가로챌생각을해서는안된다’고하셨다.”고전하고 있다.19 어머니의이러한가르침은대행의삶그자체를투영하고있고
그가왜그토록간절히중생들을아낌없이대하고헌신하였는지를 알려주는중요한내용이다. 그리고대행이불교에귀의하는결정적 인연역시어머니에의해이뤄진다. 삶에대한간절함이가득했던 대행이었으나정작현실은바람따라이리저리떠도는부평초와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던중어머니를따라오대산상원사를찾았고이때 한암과의만남은대행의삶을송두리째바꿔놓게된다. 그토록간절했 던삶이바로부처님법이라는그의가르침에의정을갖게되고이후 출가자가되는결정적인인연이된다. 이러한모든모습에언제나 그의어머니가계셨다. 한암역시어머니를“여느승려가따라가기
어려운분”이라고증명하실정도의분이셨고20 대행에게있어불모佛母
18 한마음요전 (2019), 46. 19 한마음요전 (2019), 24. 20 한마음요전 (2019), 37-38.
110 한마음연구제12집
준제관음보살准提觀音菩薩이었다. 그리고대행의아버지는가난을물려주고항상꾸짖음과학대를 하여시련을준존재였다.21 그러나대행은그런아버지를결코원망의
대상이아닌자신의상대적존재와도같이여겼다. 그래서대행의 삶에결정적순간에언제나내면의목소리로도움을주었고, “죽어야 나를본다.”는화두를타파함에있어그대상을아버지로두어참된 자신과의조우를이루게된다.22 이처럼어머니에의해보살로서의
삶을전해받고, 아버지에의해자신을발견한대행은두분으로부터 받은위대한유산으로그의삶을이룬것이라고해도과언이아니다. 그렇기에대행역시도사람을우선으로하였고, 어느누구에게도차별 하지않고모두를인연으로보아제접하였던것이다. 이러한인연들과 의관계는백련사를향하던길이나상원사에서의만남등에서도확인할 수있고, 또한역경계의인연을오히려수행이성숙할기회로여겨 그것을통해한걸음나아가는토대로삼는다. 이처럼 한마음요전 에 는여러인연들과의관계가대행에게얼마나중요한영향을주었는지를 나타내고있으며, 그것들이초발심의서원을지탱하는기둥이되어주 었음을확인할수있다. 이러한부모님의영향은대행이모든인연들이자신과이어져있는 존재이고, 그로인해마주하는경계들역시자신에서비롯된것임을 깨닫게한다. 대행은사람과의인연은물론이고청계산이나치악산, 안양등자신이머무는모든곳에서일체유정과소통하였는데,23 이는
21 한마음요전 (2019), 20. 22 한마음요전 (2019), 61.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11
대행이동체대비同體大悲로그들을대하였기에그들또한법을듣고 함께수행하는존재로거듭날수있었던것이다. 그리고이러한인연법 을깨달은대행은자신이겪는어려움이외부에서부터오는것이아니라 바로자신안에모든원인이있음을알고그누구도탓하지않았고, 자신을놀려대는아이들을향해오히려“‘너희들탓이아니라내탓’이라 고생각했다. 그런차림을하고있지않았다면그아이들이그런짓을 했겠는가. 내꼴이그러하니놀림감이될수밖에없었고그러니내 탓이다.”라고24 하여자신을참회하고그들이악업을짓지않게자비를
베풀기까지하였다. 이러한대행의동체대비는무정물로도이어져 자신이살기위해먹을수밖에없는음식을음식으로대하지않고 그를통해자신의수행방편이되어주고함께법을닦는존재로이끌어준 다.25 그를통해무정물조차자신과함께깨달음으로나아가는이어진
존재로여긴것으로이는산천초목실개성불山川草木悉皆成佛의가르침 과같은것이다. 대행에게일체중생은유정도무정도모두함께하는 것이고, 다만그것을자신이차별상으로보는가부처로보는가에따라 달라지는것이다. 이렇게발보리심과인연에대한깨달음을얻은대행은모든이들이 고통을벗어나깨달음을성취할때비로소자신도그리된다는것에 눈뜨며, 아직미혹한이들을일깨워주고불법으로이끌어주기위해 자신이원력으로삼았던도깨비감투를현실화하여보토報土를세운다.
23 한마음요전 (2019), 71. 24 한마음요전 (2019), 64. 25 한마음요전 (2019), 82.
112 한마음연구제12집
대행의보토는그가머물렀던흑석동, 백련사, 상원사견성암등모든 공간이기도하지만, 대행의원력에의해세워진곳은안양시석수동의 한마음선원이다. 대행은개원에앞서공동묘지였던터를달래며“우리 살림만있다고생각해서는안된다. 보이지않는생명들이죽늘어서 있으니차원이다를뿐여기에우리만산다고할수는없다.”고26 하여
영가를천도함과동시에선원대중들도모든존재에대해눈뜨고그들과 함께법을닦아야함을설한다. 그리고봉불식에서“부처님의가르치신 은혜를갚고모두들스스로등불이되어중생으로하여금자비광명 속에안주케하자.”는27 한마음선원의원력을선언하여일체중생이
선원을방편의의지처로삼아자신을발견하고깨달음의삶을살아가야 한다는것을설한다. 한마음선원은대행이보살행을실천하는보토로서큰역할을한다. 현재도한국불교를대표하는수행도량이며, 수많은이들이이곳에서 위안을얻고삶의주인공이되어자신을비롯한다른이들까지부처님의 가르침으로이끌어주는인드라망의중심축이되고있다. 한마음선원에 서대행이펼친보살행중빼놓을수없는것이치병治病이다. 대행의 치병은백련사에서의첫원력28 이후상원사에서도많은이들을구제해
주었고, 그보살행이한마음선원으로도이어져보다많은이들이대행 을만나치료를받고본래자리인일상으로돌아갈수있게하였다. 대행의치병은하나의신통으로도볼수있으나 한마음요전 에서
26 한마음요전 (2019), 145. 27 한마음요전 (2019), 145. 28 한마음요전 (2019), 100.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13
말하듯대행에게치병은신통이아닌중생을위한방편에지나지않는 다. 이에대해대행자신도“사람이살다가화급한상황에처하게 되면술법을쓸수도있을것이다. 그러나무심으로해야도인데그 뜻을모르고술법에만역점을두어자기능력이라고내세운다면그야말 로술수에불과하다.”29라고하여치병을통해무언가를얻으려는것이 아니라그저그들이필요로하기에그것을행하여고통을없애준것이 다. 치병은동체대비의방편이다. 아픈이가있기에그와같은모습이 되어주어그의고통을직접느끼며그원인을해결해준것이다. 그렇기 에대행은“어떻게하느냐. 소가병이났다는데내가소가되어서 치료해주어야지. 뱀을건지려면뱀이되어야하고구더기를건지려면 구더기가되어야하느니”30라고하여대상의차별을떠나일체중생을 구제하겠다는보살행을치병으로보여준것이다. 그러나어리석은범부들은묘용의방편이진실한법인줄알고그것만 을좇기도하기에대행은치병을행하면서도항상그것이신통이나 기복이되어서는안되고그것을좇으면이교도가된다고설하여치병은 그저정법으로이끌기위한방편임을일깨워준다. 이에대해대행도 다음과같이살아가는것이외에다른어떤기적도없으며그저중생이 미혹해서모를뿐이라고한다. 치병은그렇게모르는이들을일깨워주 는방편인것이다.
기적이란없다. 모든중생이본래로전지전능한능력을다갖추고
29 한마음요전 (2019), 748. 30 한마음요전 (2019), 138.
114 한마음연구제12집
있다. 몰라서못하고몰라서못쓸뿐이지기적이따로있는게아니다. … 기적이일어났다고하지말라. 좁은소견에불과하다. … 오히려 자유자재하지못하는중생이대다수이기에기적이특별하게보일
뿐인것이다.31
병을고친다는것은분명특별한작용이다. 그러나그것에만의지한 다면정작살아가는것에있어가장중요한자신을발견할수없고 자신을지탱하는마음을깨달을수없는것이다. 그렇기에대행도 작용은그저방편일뿐정법이아님을분명히하고있다.
안수기도나그밖의수단으로병을고친다하는것은외도에지나지 않는다. 부처님법은마음으로오고감이없이오갈수있거늘손으로
만져서낫는다함은단세치만알아도할수있는것이다.32
대행이치병을행하였으나누구도외도라하지않는것이바로이러한 가르침때문이다. 중생이필요로하는것에보살은모든행을다한다. 그리고그것이자신을욕되게하는것일지라도그로인해중생을바르게 이끌어준다면그것을잘못으로판단할수없다. 대행의치병은그러한 방편인것이다. 대행은이렇게치병으로당장의고통을해소한이들에게그병보다 중요한것이바로자신의마음을바라보는것이라는가르침을설한다.
31 한마음요전 (2019), 421. 32 한마음요전 (2019), 759.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15
이것이대행의진정한치병이다. 이에대해“부처님법이란봤으면 본대로그대로투입하게되어있지의학적인방편이나무슨다른 것을이용해서하는게아니다.”33라고하여몸의치병은사실대행을 만난그순간에이뤄진것이다. 그렇기에“나는병을고쳐준다고 하기전에마음깊숙한곳에되돌려놓는도리를알도록도와주고 있는것이다.”34라고하여병이라는결과를고치는것은그원인이 된마음을고칠때비로소성취되는것이고, 그마음이되돌아왔을 때자신의삶으로되돌아가일상에서불법을실현하게되는것이다. 이러한대행의치병은미즈노고겐水野弘元이설한사제四諦의치병 원리와일치하는내용이다. 미즈노는고苦란현실의괴로움으로육신의 병이고, 집集은고의원인이유로병의원인이고, 멸滅은고가멸한 이상적상태로병이치료된건강한상태이고, 도道는이상에도달시키 는바른수단방법으로의사가환자를치료하기위한여러방법이라고 한다.35 대행의치병도그를찾아온이들과하나되어그원인을치료하
고, 이상적상태로이끌어주기위해병의원인인마음을되돌려주는 것으로참다운치병을행하였다. 그렇기에대행의마음이한마음선원 의대중들에게도고스란히이어져그들의입을통해“이불당은중생들 의병원이자요양처이며진리에목말라하는이들의학교가아닐수 없다.”고36 찬탄되어보살행의증명을받는다.
33 한마음요전 (2019), 203. 34 한마음요전 (2019), 191. 35 水野弘元(2015), 195. 36 한마음요전 (2019), 145.
116 한마음연구제12집
대행역시도“살고먹고입는데쓸요량으로절을운영해서는천만 번부당한일이되느니라.”37고제자들에게도당부하며한마음선원은 일체중생을위한곳이며누구라도이곳에서몸과마음을치료받고 자신의삶속에서깨달음얻어야한다는것을강조한다. 한마음선원은 대행의보살로서의보토이다. 그러나그러한곳조차도소유하지않고 모든이들에게열어두는것은보살에게어떠한차별상도없고자신이 부처이기위해서는모든이들이부처여야하기때문이다. 그리고그들 이하루의생활에서불교를영위하지못한다면그역시불교가아니라고 한다. 기복은그저그순간을모면하기위한수단이다. 그렇기에대행도 “6∙25 때보니까불상을지고가는사람하나도없더라. 평소에그렇게 매달리더니…”38라고하여간절한순간에만소원을비는불교가아니라 “자신의하루를부처님의뜻가운데서편안히엮어나갈수있는힘을 기르는게바로생활불교이다.”라고39 설한것이다.
이와같이대행은보살의바라밀을현실에서실천한것이다. 홀로 깨달아수승한것이아니라, 부모님으로부터인연을소중하게여기고 자신의내면을바라볼수있는가르침을이어받아그것을일체중생에 그대로전해준것이다. 그렇기에중생의고통을멸해주기위해방편으 로그들을이끌어주고다시금정법으로인도하였다. 그리고한마음선 원이라는보살의보토를현실에세워그곳을찾는모든이들이고통을 발견하고그원인을대행이라는의사를만나치료받아일상으로돌아가
37 한마음요전 (2019), 289. 38 한마음요전 (2019), 274. 39 한마음요전 (2019), 274.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17
마음의주인이되어주인공의삶을살아가게해준것이다. 이러한 대행의보살행은그저자신에의해만들어진것이아니라중생의고통을 없애주기위해불교의가르침을이시대에맞게현실화한방편이었다.
IV. 대행의계바라밀
한마음요전 에나타난대행의보살행은같은시대를사는중생들을 제도하기위한방편이었다. 그리고그안에는불교의가르침이그대로 담겨있다. 본장에서는그러한모습에담긴계행을보살계를통해 확인하겠다. 본연구에서대행의계행을보살계로파악하려는주된이유는 한마 음요전 에나타난대행의계에대한정의에의해서이다. 대행은계율에 대해다음과같이살아가며마주치는모든경계가계율이되며그것을 받아들이는자신의마음이야말로계율의토대라고설한다.
3. 세상전체가계율아닌게어디있는가. 문제는겉으로세워 놓은계율이아니라근본마음이다. 가령남을조금이라도해롭게 하는행을한다면계율을범한것이고, 그러한생각을한번일으켰다면 그것또한계율에어긋나는것이다. … 250계다348계다할것이 없이전체가계율이니한마음으로지키고행해야한다.
4. 계율은주어지면짐이다. 그러나일체경계를다근본주처에 놓아가면구태여계율의자로재지않아도저절로계율이지켜진다.
118 한마음연구제12집
그때의계율은자유의날개이다. 계율에자기를맞추려하지말고
내안에이미갖춰져있는계율이우러나오도록하라.40
대행의이러한계율에대한설명은칠불통계와보살계의가르침과 일치한다. 그리고계율이고정적인것이아니고인연에의해성립된 것이기에그상황속에있는자신의마음에맞춰불교적행동을하는
것이참된계바라밀을실천하는것이다. 이는원효의설명과같이41
계의형식에집착하여범계를두려워해중생제도를하지않는다면 오히려계를범한것이된다. 그렇지만계를없다고만여겨함부로 한다면이는계자체가없는것이기에계를잃게된다. 이에관해 대행역시도“계율을들고있는사람보다는계율을다놓은사람이 진실로계율을지키게된다. 그렇다고계율을지키지말라는게아니다.” 라고42 하여계에집착해서는안되지만계자체를무시해서는안
된다고경계시킨다. 그리고이러한계바라밀은한결같이중생을위한 것이기에어떠한범계도성립되지않는다. 그러기에 청정비니경 에 서도“조금의범계가있더라도시라바라밀을이룰수있는가. 문수보살 이대답하길, 있다. 보살은중생을교화하는것에자신의계를보지 않는다.”고43 하여보살에게있어중생교화보다우선되는것은없기에
40 한마음요전 (2019), 676. 41 각주15 참조. 42 한마음요전 (2019), 677-678.
43 법장소 (T40, 622b), “又淸淨毘尼經云, 問曰, 頗有犯戒成尸波羅密不. 文殊師利答 言. 有. 謂菩薩敎化衆生不自觀戒.”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19
계율조차도그것을위한방편에지나지않는다. 계율은자신이어떠한생각과행동을하느냐에따라중생제도가 되기도하고범계가되기도한다. 그래서대행은“나하나죽는다면 계율은절로다떨어진다.”44라고하여계율은그것을수지하는자신에 의해정해지는것임을설하고있다. 대행에게있어계율은자유의 날개이다. 즉행동을통제하고획일적인삶을살게하는것이아니라 처한상황에서적극적인실천을이끌어내어선업을증장하고중생을 이익되게하는것이계율인것이다. 이는보살계의작지계적성격과 동일한것으로율장의‘하지말라’로이루어진지지계와는상반된오히 려반드시실천해야만하는것이다. 그리고대행도다음과같이계율에 대해작지계적으로설명을한다.
부처님의계율은‘이렇게저렇게하지말라’가본뜻이아니다. 아무리좋은것이라해도많이하다보면나빠지는경우도있고아무리 나쁜것이라도용도와분수에따라서한다면재고의여지가있다. 예컨대오계만해도‘하지말라’로일관되어있지만요즘에와서는 긍정적으로“살생하지말라”를“평등한자비심으로생명을사랑하라” 로, “도둑질하지말라”를“보시를행하여복덕을지어라”로, “사음하지 말라”를“몸과마음으로청정행을닦으라”로, “거짓말을하지말라”를 “진실만말하고신뢰를지켜라”로, “술마시지말라”를“언제나밝고 바른지혜를가져라”로해놓으니까계율이란안함으로써지키는 게아니라부처님뜻을받아행해서지키는것이된다. 근본마음이
44 한마음요전 (2019), 679.
120 한마음연구제12집
청정하고바르면따로세울게없다.45
대행의작지계적계율해석은그가보살계를토대로하고있다는 것을증명한다. 그러나대행의계율이특정경전이나가르침에의지한 것이아니라그의삶과수행, 인연들과의관계속에서자연스레익혀지 고불교의가르침으로해석된것으로보아야한다. 그저중생을아끼고 그들을제도하겠다는초발심이계율로도이어진것이다. 이러한계율 관은그저설명에그치지않고실제삶속에서유연한해석을통해 참된계바라밀의실천을이끌어낸다. 특히불교인으로서일상에서 가장어려움을겪는식생활중육식에대하여대행은다음과같이 일부러죽이지않고, 설령치료나어쩔수없이육식을해야한다면 그육식을하나의음식이나재료가아닌자신과하나되어함께수행을 닦는인연으로여겨야한다고설한다.
모든계율의첫대목에살생을하지말라하였는데거기에는묘한 도리가숨겨져있다. 즉, 일부러생명을죽이지말라는말이다. 만약에부모의병치료를위해토끼한마리를죽여야한다면, 그런경우엔토끼의몸도내몸이요토끼의마음도내마음이니살생이 아니다. 토끼가나에게로와인도환생이되었으니오히려자비가
되는것이다.46
45 한마음요전 (2019), 675-676. 46 한마음요전 (2019), 978.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21
계행은그것을통해올바른삶을살고매순간마주하는인연을유연하 게받아들이게하는것이다. 그렇기에불교의기본가르침인삼학에서 도계를우선으로두어불교적삶을살게하고, 그다음에정과혜를 닦아깨달음을얻게한다. 그러나지나치게계의형식에만집중하면 정작그안에담긴참된제정이유와가르침을보지못하게된다. 대행도이러한점을경계시키며“더러우면닦고흐트러져있으면가다 듬고망가지면고치고하는게계행이니생활속에하나부터열까지 계율아닌것이없다. 올바르게살고올바르게행하며사는것이계행이 다.”라고47 하여생활전체가계율이며그생활속에서매순간을확인하
고바르게사는것이계행이라고한것이다. 그리고앞선설명과같이계는있는것도없는것도아니기에항상 매순간에마주하는인연과의관계를살펴야한다. 설령자신이어려움 을겪는일을마주하더라도그것이다른이에게도움을줄수있다면
망설임없이그행동을실천에옮겨야한다. 이에대해 유가사지론瑜伽
師地論 (이하 유가론 )에서는무위범無違犯이라하여보살의범계행에 는오로지중생을위한선심과연민심만이있기에죄가될수없다고 설한다.
유가론 「 계품」 에서“만일보살이강도질을하는도적이재물을 탐하기에많은목숨을죽이려고하거나, 혹은다시대덕인성문, 연각, 보살을해하려고하거나, 혹은다시많은무간업을지으려는것을 본다. 이일을보고바로마음을일으켜사유하여, 내가만일저악한
47 한마음요전 (2019), 675.
122 한마음연구제12집
중생의목숨을끊는다면, 반드시지옥에떨어질것이다. 만일그의 목숨을끊지않는다면그는무간업을지어서반드시큰고통을받을 것이다. 내가비록그를죽여서나락가(지옥)에떨어지더라도끝내 그사람이무간의고통을받지않게하겠다”고한다. 이처럼보살은 좋은마음을내어, 저중생에대한선심이나무기심으로사유하고, 이일을미리알고서당래를위해깊이참괴심을내고연민심으로써 그의목숨을끊는다. 이인연으로인해보살계에서는위범하는것이
없고많은공덕이생긴다고한것이다.48
이 유가론 의내용은보살계의주석에서중생을위한보살의범계가 죄가아님을설명할때인용되는대표적내용으로, 보살의모든행동은 오직중생을위한것이고거기에는범계심도없이도리어자신을희생한 것이기에공덕이된다고한다. 그리고원효는이러한보살의행동은 적극적인계바라밀의실천이며보살이중생의근기에통달하여그에
맞는행동을방편으로보인것이라하여그러한존재를달기보살達機菩
薩이라표현하였다.49
48 법장소 (T40, 612a), “如瑜伽戒品云, 謂如菩薩見劫盜賊, 爲貪財故欲殺多生, 或復 欲害大德聲聞獨覺菩薩, 或復欲造多無間業. 見是事已起心思惟, 我若斷彼惡衆生 命, 當堕地獄, 如其不斷彼命, 無間業成當受大苦. 我寧殺彼堕於那落迦, 終不令其 人受無間苦. 如是菩薩意樂, 思惟於彼衆生或以善心或無記心, 知此事已爲當來故 深生慚愧, 以憐愍心而斷彼命. 由是因緣於菩薩戒無所違犯, 生多功德故也.”
49 사기 (X38, 284a), “이중에4구를지어계의지범을설명한다. 첫째는음계를 범하였으나한결같이복이며죄가아니다(일향복비죄). 말하자면문수보살등과 같다. 달기보살이기에마땅히음란한남성의몸으로제도할수있는것이다. 즉음남음녀의몸으로나타나중생을제도시킬수있기때문이다. 문수사리순행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23
이처럼보살계는계를지나치게따르는것과없다고여겨함부로 행하는2가지모습을항상주의시킨다. 이에대해원효도 요기 에서
잘못된삼학의수행중계학에2종류의벌레가있어첫째는삿된계(邪
戒)에머무는것이고, 둘째는바른계(正戒)에머무는것으로둘다
불법을먹어없앤다고한다.50
삿된계에머무는것이란곧지못하여그릇된계율을받거나, 스스로 삿되게생각해수행으로이양과공경을탐욕한다. 이들은스스로를 내세워사람들을속이고, 그들에게자신을찬양하게만들며, 신통이나 특별한능력만을내세운다. 이러한모습은불교안으로는진실된가르 침을상하고하고, 밖으로는사람들을혼란시키는잘못이다.51 대행도
앞선내용과같이기복이나신통은그순간을모면하기위한방편에 지나지않기에그것을좇는다면이교도라하여방편을통한정법으로의 인도가무엇보다중요한보살행임을강조하였다. 다음으로바른계에머무는것이란중생이살아가는세상일을자신과
경 중에두루설하듯대보살은그러한것도없기때문이며, 또한그러하지않은 것도없기때문이다. 정명경 「 불도품」 중에‘만일보살의행이도가아니라면
이보살은불도에통달하였기때문이다.’라고한다. (此中作四句簡持犯. 一者有雖犯婬 而一向福非罪. 謂如文殊等. 達機菩薩故應現婬男身得度者. 即現婬男婬女身, 能令之度故. 如文殊師利巡行經中廣說, 大菩薩者無然故, 亦無不然故. 淨名經佛道品中云, 若菩薩行非道, 是菩薩通達佛道故.)” 50 요기 (T45, 919a), “第二雙者, 依於戒學, 有二類虫. 食滅佛法, 一坐邪戒, 二坐正
戒.” 51 요기 (T45, 919a), “坐邪戒者, 如有一類. 性非質直, 或承邪戒, 或自邪念, 不衣絲麻, 不食五穀, 變欲貪求利養恭敬. 自揚無比, 誑諸癡類. 希望群愚咸仰己德. 普抑一切 無異迹者, 由是内以傷眞, 外以亂人, 傷亂之罪. 莫是爲先也.”
124 한마음연구제12집
는상관없는것으로여기며홀로자신의계를지키기위해위의를 어기지않는것이다. 그리고자신만이청정한수행자라는생각을일으 켜수계가늦은이들을함부로대하고, 다소수행이더딘이들을헐뜯는 행동을한다. 이는설령계를지킬지언정보살계에서가장금지하는 남을헐뜯는행위를한것으로복이될일을도리어죄로만든것이다. 살아가는모든존재는그자체로수승한것이다. 거기에높고낮음이나 뛰어나거나부족한차별을두는것은그저인간이차별로세상을대하기 때문이다. 대행도불법에있어홀로수승하거나깨닫는것은존재하지
않는다고설한다. 그리고상대의불성이나내불성이나똑같으며52
개미생명이나사람생명이나마음쓰는차원이다를뿐이지생명은 똑같은것이다.53 그렇기에보살에게있어“어찌내생명은아깝고
남의생명은아깝지않겠는가? 그런마음이곧보살의마음인것이다.”54
라고설한다. 이처럼원효의계학에관한설명이 한마음요전 에도 그대로담겨있다. 원효와대행은중생에대한연민을실천에옮기고 그들을위해서라면자신까지도희생한존재이다. 그리고그중생에 어떠한차별도없으며결코자신이그들보다뛰어나기에그들을제도하 는것이아니라그들과자신이결코둘이아니며한마음으로이어진 존재임을여실히알았기에가능했던모습이다. 그러나이러한보살행과계바라밀이오직상대에게주는것만으로 이루어진것은아니다. 보살행은상대와동체대비로서실현되는것이
52 한마음요전 (2019), 760. 53 한마음요전 (2019), 719. 54 한마음요전 (2019), 722.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25
고, 계바라밀은해야할것과하지말아야할것을구분하여행하는 것이다. 이러한두작용을원만하게실천하는존재가보살인것이다.
그렇기에법장은 범망경 의사십팔경계중제20 불능구생계不能救生
戒의주석에서다음과같이보살의중생제도는자신에게도와줄힘이 있고, 그것을받는상대에게이익이되는경우에한해서행해야한다고
하여, 보살의불필요한희생과무분별한제도행을제지시킨다.55
왕의힘은자재하기에구하려고해도할수없기에무죄이다. … 만일자신이중병에결렸거나또는세력이없거나하여헛되게자신의 목숨을잃고끝내어떤이익도없다면준하여마땅히무범인것이다.
위의내용에반하는것은전부범함이다.56
법장에게있어상대에게이익을줄수없는보살행은바른이타행이 아니고, 자신에게역량이부족한경우의희생은결국헛된희생에 지나지않기에, 보살은해야할바를사유하여중생에게바른이익이 전해질수있게행해야한다. 이러한보살행과계바라밀의설명은 한마음요전 에도나타나있다. 대행은“안주는것도보시요주는 것도보시이니다만남을이익되게하라.”고하여일체중생을차별없이 제접하기는하지만그인연과근기를사려깊게판단하여이익되는 방향으로이끌어주어야한다. 보시는함이없이해야하고, 내가그
55 법장(2022), 132. 56 법장소 (T40, 643b), “王力自在, 救不得故, 無罪也. … 若自重病, 若無勢力, 徒自殞 命, 終無有益, 准應無犯. 反上皆犯.”
126 한마음연구제12집
사람이되고그사람이내가된다면그것이무주상보시라고57 설한 대행이이처럼분별을하여보시를해야한다고한것은법장이설한 내용과일치하는것이다. 그저주기만하는것이보시가아니다. 보시는 상대가지금필요로하는인연을선심과연민심으로사유하고그사람의 마음이되어바르게이끌어주는것이다. 물질적인것이보시라고여겨 지는요즘이지만최상의보시를무외시無畏施로써그사람이자신의 삶을살아갈수있는토대를마련해주는것이참된보시이다. 그렇기에 물질적인것이오히려그사람을나쁜방향으로가게한다고여겨지면 과감히다른보시를선택해야한다. 그리고지금자신의상태나환경이 최선의보살행을할수없다면오히려다른시기를기다렸다가행하는 것이상대에게실망감을주지않고자신도미련이남지않게하는 것이다. 대행의보살행을두고계행에어긋난것이라며파계승이라고비난한 이들도있다. 그러나대행은“자신이한것만큼이지더하고덜함도 없다. 알아주면어떻고몰라주면어떠한가. 이러쿵저러쿵말할것도 없고다만내지극한마음으로괴로운사람을그고통에서풀어주기도 했고에너지가필요한사람에게는에너지를주었을뿐이었다. … 오로 지반야줄을쥐고갈수있게가르쳐주었을뿐이니날더러욕을 했다해서그게무슨상관이던가.”라고58 하여비난의화살에누구도
맞지않게다시금보살행을하였다. 누군가를향해비난과욕설을 한다면그것으로악업이이루어지고, 그것을당한사람은다시분노를
57 한마음요전 (2019), 722-723. 58 한마음요전 (2019), 229.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27
일으켜악업이증폭된다. 그러나주려는사람의선물을받지않는다면 그선물은그누구의것도아니게되는것과같이비난에대해서도 대행은보살로서의자비를베푼다. 대행의이러한모습은죄와죄가 아닌것을얻을수없고, 중생을교화하는것에자신의계를보지 않는것이계바라밀의성취라설한원효의설명을현실에서나타낸 것이다. 이처럼대행의수행과전법은보살계의실천으로볼수있다. 모든 보살행은언제나현실속에서실천되고불법은언제나현실과맞닿아 있다. 지금살아가는모습에서고통을멸하고지금의삶에서윤회를 끊고열반을증득해야한다. 그렇기에대행도“생명이있기에마음 있는것을알고, 마음이있기에생각하고움직인다는것을부정하지 못한다. 그래서우리가사는것, 평상심으로이렇게살고있는것을 그대로불법이라한다. 어디에국한되어있는게아니다.”라고59 하여
살아가는그자체가한마음의이어짐이고그것이바로불법이라고 설한다. 현실을떠나어딘가에특별하게불법과깨달음이존재하는 것이아니다. 오늘하루자신의마음을알고바르게살아가는것이 바로깨달은삶이다. 그러나중생들은언제나무언가막연하게존재할 듯한특별함을추구한다. 그러나우리가인연들과더불어살아가고 있다는그자체가가장특별한것이다. 기적이란없다. 유한하게산다는 것이오히려기이한것이라고설한60 대행의가르침과같이자신이
살아있어야불법도있고마음도있는것이다. 그렇기에대행은자신의
59 한마음요전 (2019), 710. 60 한마음요전 (2019), 421.
128 한마음연구제12집
삶전체를중생과함께하였고, 비록다른육신으로나뉘어있었으나 한마음으로이어져동체대비의삶을살았고지금도한마음선원을통해 살아가고있는것이다.
V. 마치며
이상의내용과같이 한마음요전 에나타난대행의행장과수행이 불법의실천이었으며, 보살의계바라밀이었음을확인하였다. 보살은 모든중생과더불어깨달음을추구하지만언제나중생을우선으로 여긴다. 그렇기에설령자신에게어려움을가져오는행동일지라도 그것이중생에게이익이된다면어떠한것도두려워하지않는다. 그리 고그러한보살의행동은보살계에의해범계행이아닌오히려공덕이 되는것으로해석된다. 대행의삶과전법에는여러모습들과방편이등장한다. 그모습만을 보고기복적이거나비불교적이라할수있으나, 그것은도리어범부의 눈으로가볍게판단한것에불과하다. 모든것이부족하고간신히 하루를살아가던당시의중생들에게가장필요하고중요했던것은 사는문제였다. 특히잘먹고병없이사는것이야말로지금사람들조차 도원하는것으로, 대행이출가한당시에는비할수없을만큼간절했던 것이다. 대행은그러한중생의마음과하나되어그들의어려움과 고통을멸해주기위해자신을바쳤다. 그러나그것은결코자신의 이익을위한것이아니라그저중생이그것을원하였기에그런수행과 방편을보인것이다.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29
대행에게있어중생은바로자기자신이었다. 자신의가난한삶을 통해그들을이해하고자신이나은삶을살기위해서는그들도마찬가지 로나은삶을살아야한다는불이법문不二法門에눈뜬것이다. 그렇기에 도깨비감투를서원하며자신을수행의길로이끌었고, 구도의삶속에 서어머니와아버지, 한암등모든인연들과의관계가자신과이어진 것이고, 자신을둘러싼모든현상도자신에서비롯된것임을알아 연기적존재로거듭난다. 그래서자신의서원을실현하기위한보토로 서한마음선원을개원하여모든중생들이자신을치유하는병원이며 삶을채우는요양처이고불법을익히는학교로서그안에서차별없이 존중받을수있게하였다. 그리고한마음선원의이름과같이그들을 한마음의동체대비로제접하여자신이바로마음의주인이고스스로가 삶의주인공임을일깨워주어일상에서불교를실현하도록하였다. 이러한대행의보살행은그자체로불법을실현한것이고보살계를 실천한것이다. 불법은삶을위해존재하고, 보살계는처한상황에서 불교적으로행동할수있게해주는토대이다. 특히대행의치병은 당시의중생들의간절한요구에응한것으로, 그렇게불교에들어선 이들을대행은다시마음의치료를통해참다운치병으로이끌었다. 만약지금이시대에대행이전법을펼친다면지구환경이나인터넷에 관련된방편을보였을지도모른다. 이처럼대행의전법과방편은시대 와맞닿아있었고그안에서살아가고있는중생들을위해행한것이다. “아무리오묘한법을깨친다하더라도중생과더불어서가아니면 도가될수없고, 아무리드높은경지를체달한다고해도눈물이없는 것이라면나는따르지않겠다. 깨친목석보다는자비심있는중생이
130 한마음연구제12집
더아름답다”는61 대행의법문속에그가보여준보살행과계바라밀의 모습이그대로담겨있다. 중생을위해자신의삶과수행자로서의 계행조차아끼지않았고, 일생을통해보살행을펼친대행의모습은 이시대의불교가어떠한방향으로나아가고전법해야하는가를보여주 는표본인것이다.
61 한마음요전 (2019), 172.
X 卍續藏經
梵網經菩薩戒本私記 (X38) 梵網經菩薩戒本疏 (T40) 菩薩戒本持犯要記 (T45)
2차자료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31
菩薩戒義疏 (T40) 菩薩瓔珞本業經 (T24) 한마음요전 (2019), 안양: (재)한마음선원.
법장(2023), 「 범망경 주석서에나타난계체론연구」 , 한마음연구 제10집, 대행 선연구원.
水野弘元(2015), 佛敎要語の基礎知識 , 東京: 春秋社.
132 한마음연구제12집
Exploring the Perfection of Ethics as Presented in The Principles of the One Mind
Lee Chung-hwan (Beopjang, Dean of Haeinsa Monastic College)
This study examines "bodhisattva practice" and dharma prop- agation as revealed in the activities of Daehaeng throughout her life from the aspect of the precepts. It also examines the ethics contained therein, specifically, her practice of the perfec- tion of ethics. Accordingly, using The Principles of the One Mind as a central reference, I will interpret Daehaeng's activities and stories based on the Bodhisattva Precepts to confirm that the practice of ethics was a central part of her life and that she performed bodhisattva practice for the sake of other sentient beings. Most previous studies about her centered around her teach- ings and dharma propagation, but I will confirm that she also performed the practice of ethics — a basic element of
Buddhism's three trainings (ethics, meditation, and wisdom)—
and that this practice was presented as a flexible perfection of ethics characterized by Mahayana Buddhism as presented in the Bodhisattva Precepts.
한마음요전 에 나타난 계바라밀의 고찰133
As for my order of research, I will first check the practice and perspective of the precepts as they appear in the Yogâcārabhūmi Śāstra and Brahmajāla Sūtra, two major sources dealing with Bodhisattva Precepts. I will then check the inter- pretations found in their commentaries to understand the nature of Bodhisattva Precepts as they were applied in the past and their practice to benefit others. Based on my findings, I will compare them with Daehaeng's activities to confirm that her teachings and methods of dharma propagation went beyond the scope of the individual, and that she practiced the perfection of ethics as a bodhisattva, an ideal being in Mahayana Buddhism.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analyze Daehaeng's activities and methods of dharma propagation and identify more in-depth evidence from the Vinaya and Sutra Baskets for the sake of future studies. It will also provide an important foundation for ways of propagating the dharma in modern Buddhism.
KEYWORDS
Daehaeng, The Principles of the One Mind, practice of ethics
논문투고일: 2023. 11. 28 심사완료일: 2024. 01. 16 게재확정일: 2024. 01. 24
perfection of ethics, Bodhisattva Precepts, precepts
『한마음연구』제12집(2024.2) 135-175쪽. https://doi.org/10.23217/jhms.12..202402.004
공사상의 전개: 묘공당 대행의 주인공 과 공의 실천
IV. 결론
II. 공의 의미: 주인공과 한마음
III. 공의 실천: 한마음과 깨달음
윤종갑 | 동아대학교 초빙교수
대승불교의핵심사상중하나가공사상이다. 그런데공사상은대승 불교뿐만아니라초기불교에서도중시되었던것으로불교사상전체에 걸쳐가장중요한기본가르침이다. 묘공당妙空堂대행大行(1927~2012)
은붓다의무아설, 그리고용수龍樹(Nāgārjuna, 약150~250)의무자성無
自性공空을중국불교의선불교와중도적으로상즉시킴으써독자적인 주인공사상을정립하였다. 대행은공을‘주인공’이라는개념으로새롭게해석하여실천적인 공사상을주창하였다. 주인공개념에는초기불교에서대승불교, 그리 고중국불교에이르는공사상의근본가르침과깨달음의요체가새로운
모습으로오롯이이어지고있다. 붓다의제일의공第一義空과무아無我 (anātman), 용수의무자성無自性(niḥsvabhāva) 공空과희론적멸戱論寂
滅, 그리고참선의무심無心공空과진아眞我가집약되어있는것이다. 그러한의미에서대행의주인공主人空은인도불교의공(śūnya)과중국 불교의참자아(眞我)로서의주인공을중도적으로지양한새로운개념 인것이다. 따라서붓다의공사상은용수와대행에의해철학적이고실천적인 지행합일의공사상으로완결된다. 그러한면에서공사상은붓다-용수-
대행이라는사상적계보를확립할수있다. 붓다의무아의공을이론적∙
논리적으로확립한용수의공사상은대행의주인공과오공五共에의해
상구보리上求菩提하화중생下化衆生의대승보살도大乘菩薩道로새롭게 펼쳐진다. 이처럼대행의주인공은붓다와용수의공사상의계보를 잇는가장실천적이고대중적인동체대비同體大悲의공사상이다.
주제어 공사상, 붓다, 무아설, 용수, 무자성, 진아, 묘공당대행, 주인공, 한마음
불교의모든교리와수행체계가붓다(Buddha, 부처)에근거하듯이 불교의공사상역시마찬가지이다. 붓다의공사상은초기불교와대승 불교, 그리고불교가전파된중국불교에이르기까지불교의핵심가르 침중의하나로계승되었다. 특히대승불교에서는불교사상의중심 개념으로서공을내세워불교교리를새롭게정립하는철학적토대로 삼았다. 초기불교의연기설과함께대승불교의공사상은다른사상과 종교에서는결코찾아볼수없는가장불교적인독자성을갖는가르침 이다. 본논문은불교의공사상이이론적∙실천적으로어떻게전개되고 완성되는지를붓다의‘제일의공第一義空’과무아설, 용수龍樹(Nāgārju- na, 150~250)의‘무자성無自性공空’과희론적멸戱論寂滅, 그리고묘공당 妙空堂대행大行(1927~2012)의주인공과공의실천을통해살펴본내용 가운데, ‘대행의주인공과공의실천’에관한것이다. 원래본논문은불교공사상의전개과정을초기불교에서대승불교, 그리고현대불교까지추적하여초기불교는붓다, 대승불교는용수, 그리고현대불교는대행을통해살펴본것이다. 붓다의공사상은시∙공 간을가로지르며다양한형태로전개되었지만, 유∙무를초월하는그 근본개념은오늘날까지변함없이이어지고있다. 그렇지만공에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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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과실천을시대적∙사상적으로초기불교, 대승불교, 그리고현대불 교로대별하여살펴보고자한다. 공사상에대한설명과실천이세 시기에가장현저하게드러나며차이점을보이고있기때문이다. 붓다와용수, 그리고대행은각시기를대표하는공사상가이다. 예컨대붓다는인도전통사상의아트만에대항하여무아설로서공사상 을제시하였으며, 용수는실체론과허무론을비판하는무자성공으로 대승불교를융성하게하였다. 그리고대행은주인공으로서공사상을 새롭게펼침으로써붓다와용수의공을현대적으로부활시켰다. 특히 대행은인도불교의공과중국불교의공을상즉시켜공사상을통섭하였 다. 본논문은이처럼붓다의공사상이용수와대행에어떻게이어져 새롭게재창출되는지에대해그사상적계보를세워보려는것이다. 앞에서설명하였듯이본논문은「 불교공사상의전개: 붓다의제일의 공, 용수의무자성공, 그리고대행의주인공을중심으로」 1라는제목으 로발표했지만, 논문의양이많아붓다와용수의공사상은제외하고 대행의공사상에대해서만살펴본것이다. 즉, 붓다의공사상이왜 제일의공이며무아설로설명되는지, 그러한붓다의공사상을용수가 계승하여왜무자성공과희론적멸을주장하는지에대해서는논의를 생략한다. 본논문에서는붓다와용수, 그리고중국불교의선불교적 공사상에토대하면서도대중적∙실천적공사상을펼치고있는대행의 주인공과공의실천에대해살펴봄으로써대행공사상의독자성을 밝혀보려고한다.
1 제10회‘대행선연구원계절발표회’(2021.09.11.)에서발표된기획논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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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은공을‘주인공’이라는개념으로새롭게해석하여실천적인 공사상을주창하였다. 주인공개념에는초기불교에서대승불교, 그리 고중국불교에이르는공사상의근본가르침과깨달음의요체가새로운
모습으로오롯이이어지고있다. 붓다의제일의공第一義空과무아無我
(anātman), 용수의무자성無自性(niḥsvabhāva) 공과희론적멸戱論寂滅, 그리고선불교의무심無心공空과진아眞我가집약되어있는것이다. 그러한의미에서대행의주인공主人空은인도불교의공(śūnya)과중국 불교의참자아(眞我)로서의주인공主人公을중도적으로지양한새로운 개념이다. 나라고하는실체(ātman)를부정한붓다의공을모든존재의고정 불변한실체(svabhāva)의부정으로용수는해석하여무자성공을주장 하였다. 용수는무자성공이허무주의를주장하는것이아니라모든 존재가서로의존하여존재한다는상의적연기이며중도이지만, 이 또한가명假名임을논리적으로증명한것이다. 용수는무자성공을 논리적∙철학적으로규명하였지만이것을대중적∙실천적으로일반인 (중생)에게전달하는데에는어려움이많았다. 그결과무자성공이 허무주의내지부정주의로오해되기도하였다. 이러한오해를불식하 여불교의공이모든존재의실상이며, 무한한생명의나툼이며마음 그자체임을이론적∙실천적으로종합하여공의가르침을일상화∙대중 화시킨장본인이대행이다. 붓다에게서비롯된공의근본가르침이 대행에의해비로소온전히일상생활속에서구현된것이다. 대행은모든존재의생명줄인한마음을통해주인공을찾음으로써 나는물론삼라만상을해탈시키는공의실천을몸소보여주었다. 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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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일상언어에토대하여공사상을일목요연하게정립하여남녀노 소누구나가실천할수있는가르침을펼쳐공사상을대중화하는데 성공한것이다. 이론이아닌수행으로서실천적인공사상을대중화하는데성공한 경우는대행이전에는찾기힘들다. 붓다의공사상을철학적∙논리적으 로체계화하는데성공한사상가가용수라면, 대행은실천적∙수행적으 로공사상을성공적으로마무리한것이다. 따라서불교의공사상은 붓다-용수-대행으로이어지는사자상승師資相承의사상적계보가가 능하며, 인도불교의공사상과중국불교의주인공사상이대행의공사 상으로통합되었다는하나의학설을세울수있게된다. 본논문에서는 붓다의공사상을이론적∙논리적으로정립한용수의공사상은생략하 고실천적∙수행적으로공사상을완성한대행의주인공사상에대해서 만살펴볼것이다.
II. 공의의미: 주인공과한마음
대행의주인공사상은모든것은마음에의해지어진것이기때문에 마음공부를통해마음의주인을찾음으로써깨달음을획득하려는것이 다. 대행에의하면불교는‘부처님께서가르쳐주신도리를좇아부처가 되는것’2인데‘부처란나의마음에있는’3 것으로, 내마음의근본
주인공을가리키는것이다.4 그러므로“내가있기에부처가있다. 부처
2 한마음요전 (2019), 331. 3 한마음요전 (2019),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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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형상이내형상이며부처의마음이내마음이며, 불성또한다를 바없다.”5 이처럼부처가내마음에있기때문에마음밖에서따로
부처를찾을수가없다. 따라서주인공사상은결국마음에있는부처를 찾는마음공부이다.6 대행의이와같은주인공사상은중국불교의
선불교(禪宗)와인도불교의공사상을기반으로하고있다. 대행의주인공主人空에서주인공은일반적인의미인어떤단체내지 일에있어주도적인역할을하는주인공主人公을지칭하는것이아니라 주체가되는것(사람, 主人)이텅비어(空) 있다는의미이다. 중국선불교 에서주인공主人公은실다운성품을지닌자신의본래면목을일컫는 것으로, 흔히진아眞我, 여래如來, 불성佛性등‘참자아’를의미하는 존칭어이다. 그런데그런실다운참자아가비어있다는것은참자아의
4 한마음요전 (2019), 336. 5 한마음요전 (2019), 337. 6 붓다, 용수, 그리고대행은깨달음에있어공통된모습을보이고있다. 그첫 번째가자내증自內證이다. 대행이마음공부를통해마음의주인을찾음으로써 깨달음을획득하는것은그누구로부터가아닌본인스스로에의해깨달음을 증득하는자내증自內證에의한자기인가自己印可이다. 붓다와용수도마찬가지이 다. 셋모두특정스승혹은학파(종파)에속하지않은자유로운사색과만행에 의해깨달음을획득한것이다(自燈明法燈明). 두번째로기존의사상을혁신하는 새로운사상을정립한점이다. 붓다는인도정통철학의아트만(유아론적윤회설)
용수는실재론적철학의실체관(자성), 그리고대행은유아론적유심론과개체적 실재관에대한비판과부정을통해혁신적공사상을정립할수있었다. 세번째로는 기득권에의존하지않는독자적인체제로가르침을펼친점이다. 붓다, 용수
대행모두기성교단에의지하지않고자기스스로의공덕과체재로대중을교화하며 새로운교단을형성하였다는점이다. 불교, 대승불교, 그리고한마음선원은기존의 교단과는다른새로운승가공동체로서출현하여형성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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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변성과고정성을인정하지않는것이다. 즉“혹자는주인공이라고 하니까어떤실체가있는것을연상하는데마음엔체가없는법, 따라서 주인공도본래공한마음자리”7인것이다. 인도불교에서공은순야(śūnya)인데, 순야는아트만(ātman, 自我)과 같은자기라고할만한고정된실체가없다는것이다. 아트만의인정 여부를둘러싸고인도사상사가아트만을인정하는우파니샤드계통의 인도정통철학과아트만을인정하지않는불교와같은비정통철학으로 나누어질만큼아트만의존재여부는중요한철학적문제였다. 한 마디로인도정통철학은아트만철학인데반해비정통철학인불교는 공의철학이다. 그런데대행이중국선불교의핵심개념인‘주인(공)’8과인도대승불 교의중심개념이되는공을합하여주인공이라는새로운개념을만들어 낸것은단지사전적의미의새로운용어가아닌새로운사상적정립과 출발을의미한다. 이는마치하이데거(Martin Heidgger, 1889-1976)가 기존철학의형이상학을새로운사상으로변모시키기위해‘자인’(Sein, 존재)과‘다자인’(Dasein=세계-내-존재, 현존재)이란새로운개념을서양 철학사에도입한것과같다.9 대행은한국불교의중요한사상적두
7 대행(2014), 33.
8 이덕진(2018), 259, “중국을필두로한동아시아선종사의중심주제는주인공主人公 (자성自性, 자심自心, 즉심卽心, 불성佛性, 무위진인無位眞人)을찾는것이다. 그들의선법은 사람이주인이되고, 이세상이그주인된사람에의해재단되고운영되는인불주의
人佛主義를목적으로한다.” 9 서동은(2011), 180. 하이데거는기존의전통적형이상학이존재자(Seiende)와존재 (Sein)의존재론적차이를망각한채존재물음을제기함으로써존재의참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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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반이되는중국의선불교와인도대승불교의주인과공개념을빌려 ‘주인공’ 사상으로새롭게정립한것이다. 이것은대행의주인공사상이 중국불교와인도불교의핵심사상을계승하면서도기존의불교와는 다른새로운불교를표방한것임을알수있다.10 대행이새롭게표방한
불교는대행의주인공사상에집약되어있다. 대행은중국선불교의주인개념을진아, 여래, 불성등의의미로 한정시키지않는다. 참자아로서사용하던선불교의‘주인공’ 개념에 기존에배제되었던‘거짓자아’(假我)까지도포함시켜일체만물을주인
의미를밝혀내지못했다고비판한다. 존재의참다운의미를밝혀내기위해서는 자신을스스로드러내거나은폐하는존재자의근거를밝히는것이중요한데, 가장 탁월하게자신을드러내는존재자가바로인간의실존(Existenz)이며, 이러한 인간의실존을‘현존재’(Dasein)라고일컫는다. 현존재는자신의양심의소리에 귀를기울이고현재의불안한자기존재에서탈출하여본래적삶에로회귀하려고 할때자신의실존을깨닫고비본래적존재에서본래적존재에로가는것이존재의 빛속에나타나는탈존(Ek-sistenz)이다. 하이데거의현존재는실체중심의기존 의형이상학과는달리인간실존의존재론적의미에중요성을부여한것으로, “하이데거에게있어인간은존재사이(inter-esse)에서존재를지키는관리자 (Angestellter)나양치기(Hirte)로존재하는존재자이다.” 또한현존재에대한설명 은하이데거의주저 존재와시간(Sein und Zeit) 에잘나타나있다. 10 주인공사상을주창한 한마음요전 은한권으로된팔만대장경이다. 붓다의 초기불교에서부터중국선불교, 그리고한국통불교에이르는인도∙중국∙한국의 불교사상사전체의요체가이한권에집약되어있다. 이세상의모든것이 한마음으로연결되어있듯이불교의모든가르침이 한마음요전 에집결되어 있는것이다. 따라서이한권의경전을읽고그뜻을깊이이해하여그가르침대로 실천한다면몰록깨달음을얻어나를밝히고세상을환하게밝히게될것이다. 한마음주인공을깨닫는것이바로자등명自燈明법등명法燈明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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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념으로확장한다. 이러한개념확장은용수의공이가명假名으로서 성립하기도한다는인도대승불교의공사상에서그근거를찾아볼 수있다. 용수는모든현상적∙개념적존재를공으로파악하였다. 따라 서일체만물이주인공이기때문에이세상의모든존재는주인공 아닌존재가없는것이다. 이것은거짓자아의대립개념으로써사용되 던기존선불교의주인공개념을해체시켜일체만물모두가주인으로서 수용됨을의미한다. 기존의주인공개념을해체시켜새로운개념으로 정립하는메타포는바로인도불교의공(śūnya)이다. 대행의주인공에 서공은인도불교의일반적개념인‘영원불변한실체에대한부정’의
의미보다는‘고정되어있지않는것(존재)’이란의미로사용되고있다.11
대행의공은실체에대한부정의의미를기본적으로전제하고있지만, “고정된것이아니다.”라는의미가더강조되고있는것이다. 이것은 그의주인공사상이생명의역동적활동을기저로하는‘나툼’을중시하 기때문이다. 대행의주인공이일체만물을주인으로대접하며그주인의실재를 영원불변한실체로서완전배격하는것이아니라고정되어있지않는 생명활동의한대상으로수용하고있는바로이러한점이대행사상의 독자성을또렷이보여주는것이다. 즉오로지참자아만을추구하여
11 다만그윽한마음을내라 (2019), 24. 대행은육신도마음도고정되어있지 않으며, 일체가변화하는것으로파악한다. 이에따라부처도고정되어있지 않다고본다. 즉“고정되지않은게부처입니다. 하지만그것도이름입니다.”라고 하여우리가사용하는모두분별적개념이가명假名에지나지않는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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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자아외의존재는모두배격하고소외시켜버리거나, 아니면단지 실체성을강조하여실체외의모든존재를부정하는형이상학적접근 이아닌일체만물의생동성과상호관계성을중시하는생기론적관점 에서접근하고있다. 대행은이와같은생기론적관점에바탕하여 마음을생명의또다른표현으로사용한다. 그러므로대행의주인공 사상은생명활동을중시하는생기론에바탕하여마음의구조와작용 을설명한다. 대행의주인공사상은마음의구조와작용, 그리고효용을중심으로 중생의마음이어떤과정을거쳐깨달음에이르는지를자신이체험하여 표방한한마음, 그리고주인공이라는세개념에배대시켜설명한다. 즉일반적인중생의마음이한마음과합치되고한마음을자유롭게 나투는주인공을깨닫는구조로되어있다. 중생의마음, 한마음, 그리고주인공은본질적으로동일한마음이지만, 마음의작용에따라 세가지차원으로나눈것이다. 중생의마음, 한마음, 그리고주인공은마음의작용에따라나눈 것이기때문에그효용역시다르다. 마음의계발을통하여중생의 마음에서한마음, 그리고주인공으로진화되는데, 그효용은진화의 단계에따라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을깨트리 며, 아공我空, 법공法空, 구공俱空의깨달음을증득한다. 대행은이러한 마음의진화에따른깨달음의단계를세부분으로나누어설명하는데 각단계에서의도약을‘죽음’으로서표현한다. 여기서죽음이란끝남이 아닌새로운생명의탄생을의미한다. 온전한죽음으로써새로운생명
을되찾는것이다.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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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의깨달음의세가지단계는주인공사상의세가지핵심개념인 마음, 한마음, 주인공에배대된다. 즉중생의마음을깨달아한마음을 증득하고, 한마음을깨달아주인공을깨닫는구조이다. 그런데중생의 마음, 한마음, 주인공은본질적으로동일한것이기때문에중생의 마음이한마음이며, 한마음이곧주인공이다. 특히대행은한마음과 주인공을붙여서‘한마음주인공’으로일컫거나또한마음이다름아닌 주인공임을밝히고있어이둘을구분하기가쉽지않다.13 그렇지만
12 한마음요전 (2019), 454. 대행은죽음을새로운탄생으로간주하며, 다음과 같이설명한다. “죽음이란변치않는나의근본마음, 주인공이옷을한번갈아입는 것이다. 우리가입던옷이낡아지면새옷으로갈아입듯이주인공도쓰던육신을 옷갈아입듯이바꾼다. 그러므로고통, 슬픔인것은헌옷의입장에서그러한 것뿐이다. 새옷의입장에서보면죽음은기쁜탄생인것이다.” 13 마음의작용적측면에서(중생의) 마음, 한마음, 주인공으로나누지만, 실제그 범주는같다. 일체중생의마음이각각다른개체적인것같지만, 그개체적마음은 모두동일한‘한마음’인것으로, 결코나눌수없는것이다. 그런데한마음이라 해서별도의진실한실재가있는것은아니다. 한마음역시개체적마음과마찬가지 로그근본은실체가없는텅빈것으로, 어떤주체를세울수없다. 그래서 ‘있다’(유), ‘없다’(무)를초월한중도이다. 대행은주인공을‘중도’로보아“중도란 결국주인공그자리이다.”라고한다.( 한마음요전 [2019], 660.) 즉주인공의근본 실체(주체) 역시텅비어항상적∙불변적∙고정적인것이아닌중도이다. 그렇기 때문에주인공은걸림없이자유자재로일체만물을나투어낼수있는것이다.
대행은이러한‘주인공의작용’(妙空)을다음과같이설명한다. “주인공은무엇이든 다될수있어서도무지고정됨이없다. … 주인공은이름이무엇이든자신을 이끄는참자기인것이다. 주인공은‘나의나’요내‘마음의마음’이다.”( 한마음요 전 [2019], 364) 주인공은‘텅비어고정되어있지않기’(묘공妙空) 때문에유무와 대립과선악을초월해‘행함없이행하고’, ‘말없이가르쳐’ 일체를나투어내는 이름붙일수없는‘그무엇’이다. 따라서한마음과주인공을보편성과개별성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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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작용과효용적인측면에서한마음과주인공은엄연히구분된 다. 한마디로모든중생의마음의총합이한마음이며, 그한마음의 근본이주인공이다. 따라서대행의주인공사상의요체는다음과같다.
일체만물이마음의작용으로서형성된것이며, 마음의작용은 생각(관념)14에따라차원이달라지는데, 중생의마음, 한마음, 주인공
대응시켜“주인공은보편적인한마음의개별적인측면”이며, 주인공의속성은 “일체중생의개체적인내재적편성”으로보아“주인공이모든사람에게편재한 주체의식”이라고주장하거나(김호귀[2018], 100-102) ‘한마음을주체적으로구체 화시킨것이주인공’이며, 이에따라주인공관법은‘한마음주인공의본체로회귀’하 는것으로파악한것은(박소령[2018], 124) 타당하지않다. 오히려주인공은주체의 식을초월한텅빈묘공의자발적인생명력을담보한이원적주객분별을넘어선 ‘순수의식’이라고할수있다.
14 대행의사상에서마음과생각(관념)은엄밀하게구분된다. 마음은태어나기이전에 도있었고지금도있으며죽고난이후에도변함없이존재하는무시무종이다. 그런데생각은태어나면서갖게되어죽으면사라지는무상한존재이다. 예컨대 바다와하늘은항상변함없이그대로인데태풍과비구름으로인하여수시로 바뀐다. 이때변함없는바다와하늘이마음에해당하며, 태풍과비구름에의해 수시로변화하는모습(파도, 먹구름등)이생각에해당한다. 대행에의하면, 마음이 생기면만법이생기고마음이사라지면만법이사라진다. 그러므로마음밖에 어떠한모양(현상)도있지않다. 마음의근본자리를확인함으로써깨달음을얻는 것, 그것이주인공이다. 그렇기때문에마음밖에서깨달음을찾는것은모래로 집을짓는것과같다. 마음이외의그어떤존재도존재하지않는다는것이주인공의 가르침이다. 한마음이삼라만상우주의전부이다. 그래서한마음이뒤틀리면 이세계전체가뒤틀리고한마음이온전하면이세계전체가평화롭다. 따라서 내마음을잘쓰게되면전생, 현생, 내생을바로잡게되고내마음잘못쓰게 되면전생, 현생, 내생삼세를그르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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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구분된다. 깨달음이란마음의근본을깨치는것으로서, 중생의 마음에서한마음, 그리고주인공을깨달음으로써성취된다.
대행의깨달음을위한수행은마음의진화과정에따라행하여진다. 중생의마음에서한마음, 그리고주인공으로깨달음이나아가는데 이러한깨달음의과정에서요청되는것은주인공에대한절대적인 믿음과놓고맡김, 지켜봄이중요하다. 대행은깨달음을위한실천 원리를정형화된고정된틀로서제시하지않고있다. 기존의어렵고 복잡한수행방식이아닌중생의근기에따라깨달음에이를수있는 다양한실천방식을제시하고있으며, 그렇기때문에우리가일상적으 로생각하고말하고행동하는모든것이화두이고수행이다. 한마디로 우리자체가화두이고수행의요체인것이다. 그렇지만실천수행에서 가장강조되는것은무엇보다주인공에대한‘무조건적인믿음’과‘놓고 맡김’, 그리고‘지켜봄’으로이것은대행수행관의요체가되는핵심적인 개념이다. 대행의주인공사상은주인공관법15으로일컬어지는이와
15 대행의수행관을‘주인공관법主人空觀法’으로처음명명한것은혜선(이균희)이다. 혜선은“대행선사의수행법修行法, 그중심에는우리의참나이자근본인주인공이 놓여있다. 주인공을믿고, 주인공에모든것을놓고맡기며, 지켜보는이모든 과정을스님은종합하여‘관觀’이라는한마디로표현하였다.”고하며(이균희(혜 선)(2005), 127; (2004), 89-93 참조) 관의중심에항상주인공을두고있기때문에 주인공관법으로명명하였다. 그런데근래주인공관법에서제시한믿음, 놓음, 맡김, 지켜보기대신에조건없는믿음, 불이관, 일심관, 무심관을내세우거나(이향 숙(혜교)[2013]) 주인공관법을‘증명관’(김창언(청강)[2018]) 또는‘대행선관법’(이 상호[2019])이라는용어로대체하려는경우도있어대행의수행관을둘러싸고 많은논의가전개될것으로예상된다.
공사상의 전개151
같은수행관에토대해깨달음을획득하고자하는데, 깨달음의최종 단계인주인공을깨닫게되면그깨달음의마음이오롯이오공五共으로 발현된다. 이러한주인공을깨닫는오공의수행이공의실천이다. 오공은깨달음을획득한주인공부처의자비심의실천이다. 내마음 이일체만물의마음과같으며, 일체만물의마음의근본이곧주인공임 을깨달음으로써자동적으로발현되는주인공부처의자비심이곧 오공인것이다. 따라서오공은일체만물이한마음임을체험한주인공 의연기론적동체대비同體大悲이며대립을넘어선중도적현성現成으로 걸림없는무애자재의나툼이다. 대행은기존의핵심교리에바탕하면 서도새로운용어와일상적행위에기반한주인공사상을정립하였는 데, 그중가장특색있는용어가‘나툼’이다. 나툼은깨달음의마지막 단계인주인공에이르러나타나는것으로, 자유자재한깨달음의활활 발성을중도적연기작용으로서표현한것이다. 그러한면에서나툼은 대행의주인공에서공의실천성을가장단적으로보여주는개념이다.
III. 공의실천: 한마음과깨달음
대행의주인공사상은중생의마음에서한마음, 주인공을깨달음으 로써깨달음을성취하는것이다. 따라서주인공사상의핵심은중생의 마음이어떤과정을거쳐한마음과주인공으로진화되어깨달음을 획득하는지를파악하는것이다. 대행의주인공사상은마음에서시작 해마음으로끝난다. 중생의마음이부처의마음임을확인하는것이 주인공이다. 이와같이불심佛心을확인하는참나(眞我)로서의주인공
152 한마음연구제12집
은인도불교즉붓다의무아와용수의무자성으로서의공과확연히 구별되는선불교적공이다. 이러한선불교적공의관점에서는중생이 곧부처이다. 왜냐하면중생역시마음을지닌주인공이기때문이다. 따라서주인공사상에서가장중요한것은마음이어떤것인지를파악하 는것이다.
“모든것은마음이라는바탕위에세워져있다.”16 “마음이있음으로
써태양도형성되었고지구도형성되었고우리몸도형성되었다.”17
(그러므로) “천지의근본이마음이요, 태양의근본이마음이요, 인간 이일체만법을운영하고행하는것도마음이근본이다. 마음이야말로
선악을초월해서모든것을만드는전지전능한창조자이다.”18
대행에따르면, 마음은만법의근본이다. 인용문에나타나듯이삼라 만상이모두마음에의해형성된것으로, 마음은이세계의창조주에 해당한다. 즉, “마음이있음으로써태양도형성되었고지구도형성되었 고우리몸도형성되었다.”19 그렇기때문에“마음이없다고하면하나님
도부처님도없고”, “기쁨도슬픔도행복도불행도없다. 천국도지옥도 다마음이있은뒤에야있는것이다.”20 이처럼태양, 지구, 몸과같은 물질적인것이든하나님, 부처님, 천국, 지옥과같은초월적인것이든
16 한마음요전 (2019), 422. 17 한마음요전 (2019), 410. 18 한마음요전 (2019), 410. 19 한마음요전 (2019), 410. 20 한마음요전 (2019), 411.
공사상의 전개153
기쁨, 슬픔, 행복, 불행과같은감정적인것이든모든것이마음에 의해서만들어진것이다. 따라서“마음이야말로선악을초월해서모든 것을가능케하는전지전능한창조주”21이다. 한마디로표현하자면,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22이다. 마음은체가없어서내마음, 네마음으로나눌수없는것이지만, 중생들은그것을알지못해각각의마음이따로존재하는줄안다. 그래서이사람은‘마음이선하고’, 저사람은‘마음이악하다’와같이 사람의수만큼마음도서로다른것으로생각한다. 실제우리는수많은 사람을만나면서그사람의마음씀씀이에따라좋은사람과나쁜 사람등으로인간성을평가한다. 마음은쓰기나름대로다양하게나타 나는것이다.
마음에는수천만가지의층하가있다. 그런데사실그층하란무엇이 겠는가. 그것이곧관념이다. 자기의생각여하에따라마음의차원이
21 한마음요전 (2019), 411.
달라지므로한생각이참으로중요하고중요한것이다.23
22 대행의주인공사상은“마음이모든것을생한다.”라는점에서인도유식불교와 일치한다. 그러나유식불교는5위100법을설정해주객이분의이원적인식체계에 입각해일체유심조를주장하지만, 대행은주객미분의일원적마음차원에서일체 유심조를내세운다. 즉유식은인간의마음(주관적인식)을중심으로객관적대상(5 위100법)을파악하지만, 대행은나(인간, 주관적인식)와일체(세계, 객관적대상)를 나누지않은일체만물의한마음으로세계를인식한다. 즉인간의마음뿐만아니라 일체만물의마음도인정하는것이다. 이러한점이유식불교와대행의주인공 사상의가장큰차이점이다.
23 한마음요전 (2019), 422.
154 한마음연구제12집
“마음에는벽도없고천장도없어서서로합치면그대로하나가 된다.”24 “내마음네마음으로나누는좁은소견을버리고한마음 속으로뛰어들라. 내마음이그대로한마음이니그능력이광대무변하
다.”25
이세상모든생명의마음은하나이다. 모든생명끼리는사실너와 내가없다. 본래로생명은하나이다. 본래생명은부처이다. 그러므로 본래생명의마음을일컬어한마음이라고한다. <생명체들이제각기
육신을갖고는있으나본래둘이아닌것이다.>26
대행은내마음, 네마음과같이각자의마음이따로있는것같지만, 그것은각자의관념에불과한좁은소견으로모든생명이하나의생명이 듯이마음또한모두하나인한마음이라고한다. 즉마음은수천만 가지의차별심(층하)이있지만, 그경계가없어좋은마음, 나쁜마음, 내마음, 네마음등으로구분하여쪼갤수가없다. 마음은벽도천장도
없는형상이전의것27으로동서남북으로구분할수없는것이다.28
그렇기때문에모든생명의마음을합치어한마음이라고한다. 즉 한마음은누구의것도아닌모든생명, 일체중생의마음으로우주 만물전체인것이다.29 우주만물은이같이한마음으로서로연결되어
24 한마음요전 (2019), 415. 25 한마음요전 (2019), 420. 26 한마음요전 (2019), 349. 27 한마음요전 (2019), 347. 28 한마음요전 (2019), 347.
공사상의 전개155
한통속으로굴러가고있다. 대행은우주만물의마음이한마음임을 알아내마음을한마음과합치시킴으로써부처가될수있다고한다. 이처럼부처와중생이한마음이라면누구나한마음으로돌아가부처가 될수있다. 왜냐하면, 한마음이기때문에중생과부처가차별이없기 때문이다. 중생이곧부처인것이다.30 그렇다면어떻게하여중생인
내마음을한마음에이르게할수있을까? 대행은내마음과한마음을 연결해주는주인공을내세운다.
발전소에서내집전등에이르도록전선을가설해놓고서스위치를 올리자불이들어오듯이, 나의마음은한마음과연결되어있어그 근본이다르지않으니나의근본이곧만법의근본이라, 이름하여
주인공이라한다.31
주인공은우주전체, 태양계의혹성들과도마음이직결되어있다. 그러므로수억겁을거쳐물질적으로되나오고또되나오며인간으로 진화하면서살아온습성도거기서만해결할수있다. <주인공은마치
업의용광로와같다.>32
근본의주인공은꺼지지않은영원한불, 영원히돌아가는자가 발전소와같아서항상안으로불이켜져있기때문에켜졌다, 꺼졌다
29 한마음요전 (2019), 346. 30 한마음요전 (2019), 350. 31 한마음요전 (2019), 351. 32 한마음요전 (2019), 358.
156 한마음연구제12집
하는말조차붙지를않는다.33
위의내용의요점은내집전등에전기가들어와불이켜지는시스템 과마찬가지로내마음도한마음과연결되어있어마음을밝힐수 있다는것이다. 이것이가능한이유는내집전등에전기를공급해 주는전기발전소가있듯이내마음을비롯해우주만물의마음에한마음 을공급해주는주인공이있기때문이다. 주인공은자가발전소와 같아서영원히꺼지지않은한마음을제공해주는것이다. 대행은현대적이고과학적인개념과시스템을예로들어주인공과 한마음, 그리고내마음의관계를입체적으로잘설명하고있다. 내 집전등에불이들어오는원리와마찬가지로내마음의깨달음의등불 (주인공)이어떻게밝혀질수있는지를발전소와내집전등의연결 시스템에의해설명하고있는것이다. 그런데내집전등의불을켜기 위해서는무엇보다내집전등에전기를공급해주는발전소가중요하 다. 발전소는전기를창출하여필요로하는곳에이송해주기때문이다. 이와마찬가지로마음을밝히기위한근원처는주인공이다. 대행은 “주인공은생명의근본이다. 그영원한생명의근본은우주와직결되어 있고이세상만물과도가설이되어있어서일체는다같이공심으로 돌아가고있(음)”34을지적하고있다.
주인공은광대무변한불변의뜻을그대로발현할수있는능력을
33 한마음요전 (2019), 351. 34 한마음요전 (2019), 351.
공사상의 전개157
가졌다. 수억겁을거쳐나왔기에그경험을살려이끌어갈수도 있고자유인이되게할수도있다. 주인공은천백억화신으로공존한다. 주인공속엔역대의일체부처님이들어계실뿐아니라일체중생이
다같이들어있다.35
주인공은자신의본모습이고생명의본모습이다. 따라서주인공이 되어야생명의실상을깨닫고온전한생명체로살아갈수있다. “주인공
은생명의근본이다.”36
위의내용에서나타나듯이주인공은무한한능력과공덕을갖고 있으며, 자신과생명의본래모습인주인공이되어야만생명의실상을 깨닫고온전한생명체로살아갈수있다. 그렇기때문에대행은참 부처가되기위해서는주인공을깨달아야함을강조하였다.37 그러한
주인공의깨달음의과정과수행이공의실천이다. 그렇다면주인공을어떻게깨달을수있을까? 다시말해주인공의 깨달음, 즉공의실천을어떻게행하여야할까? 대행은주인공을깨닫기 위해서는‘죽는공부’38가필요하다고한다. 대행은“이공부는죽는
35 한마음요전 (2019), 358. 36 한마음요전 (2019), 351. 37 한마음요전 (2019), 361. 38 한마음요전 (2019), 645. 대행에있어죽음이란‘새삶’을의미한다. 즉“중생에게 죽음이란두려움, 허망함이겠으나거짓자기가죽어야참자기가산다. 죽음은 곧삶이다. 당혹할것도아까울것도망설일것도없다. <우리의근본은부처라서 결코죽어도죽어지지않는다. 아무리수십번을죽는다해도결코죽어질수
158 한마음연구제12집
공부다. 중생인내가죽어사라져야부처가산다.”39고하며, 공부에 있어세가지죽음에대해다음과같이설명한다.
①세번죽어야도를이룬다. 첫번째로내가죽어야한다는뜻은 ‘나를버려서나를얻는’ 소식이다. ②두번째로또내가죽어야한다는 뜻은‘나와더불어일체를버려서일체를얻는’ 소식이라, 이소식은 너무광대무변하기에말로다할수가없다. 그리고③세번째로 다시또내가죽어야한다는뜻은‘나와더불어일체를버려서일체를 나투는’ 소식이다. 역시말로할수없으니옛날선지식들이다만
법상을침으로써소식을전하고자했던것이다.40
위의①은나를죽여나를발견하는것으로, 모든경계를마음의 근본자리에돌려놓는것이며, ②는나와일체를죽여둘아님을아는 것으로, 자심을무심으로돌려놓는것이며, ③은나와일체를죽여 둘이아니게나툼을아는것으로, 무심조차녹아져공에이르는것이다. 위세가지죽음은차원은달라도길은하나이다. “마음안으로향하는 것, 둘로보지않고일체를나로보는것, 그리고그것까지놓아나가는 것이다.”41 위의세가지죽음은대행의마음공부의요체로서여러
차례그의법문에나타나는공의실천이다. 대행의공의실천은텅 빈비실체로서의작용이아닌삶과죽음을함께하는온생명의나툼으로
없는것이나의근본이다.>” 39 한마음요전 (2019), 646. 40 한마음요전 (2019), 646. 41 한마음요전 (2019), 646.
공사상의 전개159
서작용하는꽉찬실천이다. 이때공은비로소모든고정됨과고정관념 을초월한찰나찰나의나툼이며모든존재를순환시키는꽉찬한 물건이된다. 삶과죽음이유와무가둘이아닌하나로서나투는것이
다.42
그런데세가지죽음은앞에서설명한마음과한마음, 그리고주인공 에배대시킬수가있다. 즉나를죽여나를찾는다는것은마음의 근본자리를찾는것이며, 나와일체를죽여둘아님을안다는것은 나와세상만물이둘아닌한마음이라는사실을아는것이며, 나와 일체를죽여둘아닌나툼을알아공에이르는것은주인공을깨닫는
것으로, 대행은세단계로나누어깨달음의과정을설명하고있다.43
42 허공을걷는길-국내지원법회 1(2017), 88. 대행은모든존재를가능하게하는 공의실천, 즉나툼을통해일체를설명한다. “사람의생각이라는건고정됨도 없을뿐더러고정관념도없다이거죠. 생각해보세요. 만나는것도말하는것도
보는것도듣는것도, 먹는것도가고오는것도고정됨이있는가. 모두가공했어요. 공한것은없어서공했다는게아니거든요. 한찰나찰나나투며돌아가기때문이죠. 어린애적의나를나라고할까요, 늙었을적의나를나라고할까요? 나라는게 없어요. 그래서한물건도없다고말씀하신게꽉찼기때문에, 한물건이꽉 찼기때문에그렇게말씀하신거죠.” 43 윤종갑(2004), 13-17. 대행은중생의마음, 한마음, 주인공에배대시킨세단계의 죽음공부를통해깨달음의과정을설명하고있는데, 이것은설명을위한방편적인 구분이지완전히단절되어있는것이아니다. 세단계는본질적으로서로연동되어 동시적으로이루어지고있는것이다. 따라서각단계에따른점수적인수행같지만, 최종단계의궁극적인깨달음에이르러서는몰록깨치는것으로돈오적인것이다.
이러한대행의깨달음의방식은지눌의수행관과서로통한다. 지눌의돈오점수는 단박에깨달은후에점차닦아나간다는것으로, 돈오와점수를병행한다. 즉 먼저깨닫고후에닦음(先悟後修)으로서궁극적인깨달음에이르는데, 여기서
160 한마음연구제12집
대행은내가나를발견하여마음의근본자리를찾는첫단계를 견성이라하며, 참공부의시작으로보고있다.44 그렇지만일체만물이 둘아닌한마음이기때문에“견성했다해도견성했다는말을하지 말고안으로굴러지혜를넓히고, 그럼으로써내마음이온누리어느 곳이든닿지않는데가없이될때까지닦아야한다. 그렇게됐을 때일체만물, 동식물은물론무정물하고도대화를할수있는것이니, 물고기나풀한포기와도너와내가없는, 네목소리내목소리한 목소리를낼수있다.”45 “일체만생과더불어함께구르고생활하는
육도만행이시작된” 것이다.46
두번째단계에서는나와부처가둘아닌한마음임을알아성불했지 만, 나와부처모두를넘어선“일체와더불어화하여나투는공부”를 더해야한다.47 이때무엇보다체험과보임保任이중요하며경계와
더불어둘아님을알아“상대가돼지라면돼지의마음그릇하고똑 같이되어야한마음이되고, 물이라면물같은마음을가져야한마음이 된다. 태양, 혹성, 식물, 무정물할것없이일체가다그러하니‘심즉시
먼저깨닫는것을지눌은‘해오解悟’, 궁극적인깨달음을‘증오證悟’로구분하고 있다. 지눌의이와같은수행관은비록단박에깨쳤다고하지만, 과거전생의 습기가남아있어계속수행하지않으면, 완전한열반에이를수없다는것인데, 대행역시지눌과같은입장에서지속적인수행의필요성을인정하고있다. 지눌의 돈오와점수의중도적수행관에대해서는윤종갑(2004)을참조하기바란다.
44 한마음요전 (2019), 651. 45 한마음요전 (2019), 650. 46 한마음요전 (2019), 651. 47 한마음요전 (2019), 651.
공사상의 전개161
불’心卽是佛이라한것이다.”48 이처럼“모든것이결국내마음인줄 알아신통력까지도자심으로돌려놓으면무심無心이된다. 마음이
없는무심이아니라있기는있으되스스로고요하니무심인것이다.”49
일체가둘아님을알아무엇이다가오든무심으로놓아버렸으므로 “이무심의경지가깊어지면이미내가있으니없으니하는문제가 붙질않는다.”50 “말하자면무심하다는그것마저도없는텅빈상태
아무것도없어서텅빈것이아니라스스로자재로이텅빈상태인
것이다. 그야말로무심까지녹은공이라그대로누진통인것이다.”51
이처럼세번째단계에서는“너와나는분명히있으면서도너와 내가없이네가내가될수있고, 내가네가될수있는그러한막강한 나툼의도리를알게되는것”52인데이는주인공의진공묘유를보여주는 것이다. 즉주인공을통하여온우주가한마음임을증험하여“일체와 더불어희비애락을함께나누는묘법을발현케된다.”53 “아무것에도
걸림이없는, 나투고응해주고불바퀴를굴릴수있는절대적인 자유, 한생각에삼천대천세계를녹일수도있고한생각에삼천대천세 계의업을짊어질수있어야이름하여열반이라한다.”54 대행은열반을
깨달음의마지막단계에위치시켜첫번째단계인견성과두번째
48 한마음요전 (2019), 653. 49 한마음요전 (2019), 657. 50 한마음요전 (2019), 657. 51 한마음요전 (2019), 657. 52 한마음요전 (2019), 657. 53 한마음요전 (2019), 658. 54 한마음요전 (2019), 658.
162 한마음연구제12집
단계인성불과구분한다.
생각나기이전을믿고가다가그것을깨치면그때를이름하여 견성이라고한다. 견성한후에나와전체가돌아간다는대공의이치를 알아행할수있다면그때를성불이라고한다. 거기서다시계단 없는계단을올라가나를세울게없는줄확철히알아그대로나툼으로
돌아가면그때를열반이라한다.55
생각나기이전이란마음의근본자리로서그마음의근본을깨치는 것이견성이며, 이것은첫단계에해당한다. 다음단계는나와전체가 함께돌아간다는대공大空의이치를아는성불의단계로서두번째 단계에해당하는것이다. 마지막단계는나를세울게없는줄확철히 알아그대로나툼으로돌아가는열반의단계로서, 세번째단계가 이에해당한다.56 이러한3가지단계의깨달음의방식을법法과공에
적용하면, 첫번째단계는나의실체(법)가공함을아는아공我空을 깨치는것이며, 두번째단계는일체의법이공함을아는법공法空을
55 한마음요전 (2019), 647. 56 대행은“굳은신심을지닌수행자라면마음공부에단계라는것은없다.”라고 하며, 계단없는계단이지만게으르지않게정진하기위해계단을설정하고있음을 실토한다. 그리고세단계의깨달음을다음과같이설명한다. “비유하자면나를 발견한단계는‘물이얕다’ 할수있고, 둘아닌도리를안단계는‘물이좀깊다’ 할수있고, 나툼까지통한단계는‘깊은물에용이뛰논다’ 할수있다. 얕은 물에는아직송사리밖에는뛰놀수가없다.”( 한마음요전 [2019], 637-638.) 즉 깨달음의세단계는물의깊이와마찬가지로깨달음의깊이가점차더깊어지고 분명해지는것을의미한다.
공사상의 전개163
깨치는것이다. 그리고마지막세번째단계는‘아공법공我空法空’마저 도공하다는것을아는구공俱空을깨치는것으로, 이때비로소마음의 근본과계합하는것이다. 마음의근본인주인공을깨닫게되면있고없음을넘어서게된다. 마음의근본은진공묘유眞空妙有의활활발발한나툼의세계이기때문 에“깨달은세계, 깨닫지않은세계가둘이아니게평등하고, 또그 두세계를원융하게굴릴수있는” 중도이다.57 유위법과무위법이
자유자재로회전하며긍정과부정, 이것과저것의양자, 양단을벗어난 중도이고대공大空이기때문에미물과축생등일체만물에상즉하여
한마음으로서나투는것이다.58
일체만물이상즉하여한마음으로나투는세계는연기법의세계이
57 한마음요전 (2019), 659-660. 대행은그무엇을알고응용하든주인공자리는 중도로서무위법과유위법이그대로자동적으로회전되어야한다고한다. 이것을 가졌다고저것을버리거나, 저것을가졌다고이것을버리는양자택일이아니다. “공한도리만알고색을외면한다거나, 무상이다무아다하면서현실을무시한다면 그것은중도가아니다. 어느한쪽만보고다른면을보지못한다면깨달음의 씨줄이자날줄인중도를벗어난것이다.”라고한다.( 한마음요전 [2019], 660.) 58 한마음요전 (2019), 660-661. 대행은양자, 양단을벗어난중도를‘대공大空’으로 표현하기도한다. 대행의대공은용수의생사즉열반生死卽涅槃, 예컨대공을깨달 으면, “윤회와열반은어떠한차별도없다. 열반은윤회와어떠한차별도없다(na
saṁsārasya nirvāṇtkiṁ cidasti viśeṣaṇam/ na nirvāṇasya saṁsārātkiṁ cidasti viśeṣaṇam// 涅槃與世間無有少分別世間與涅槃亦無少分別).”( 중론 25-19)와같은 모든존재(諸法)의절대평등성을뜻한다. 이러한절대평등성으로서의주인공은 “천지가생기기이전에도있었고설사우주가무너지고허공이없어지는한이 있더라도사라지거나죽지않는,”( 한마음요전 [2019], 353.) 일체만물에상즉한 마음그자체인것이다.
164 한마음연구제12집
다. 이러한법의세계에서는‘나’라는아상我相과개체가제거되어따로 무엇이라고할만한실체가없다. 따라서“내가건졌다, 내가건질 수있다, 내가건지겠다고하는사람은보살될자격이없다.” 왜냐하면
“보살도이름해서보살”일뿐“따로뜻이없”기때문이다.59 단지가명假名
으로서존재할따름이다. 보살과마찬가지로주인공역시가명에지나 지않는다. 대행은“나의마음은한마음과연결되어있어그근본이 다르지않으니나의근본이곧만법의근본이라이름하여주인공이라 (고) 한다.”60 이름즉가명으로서주인공일뿐실체적존재가아닌
것이다. 따라서“주인공또한이름일뿐공하다하겠으나그것을문제 삼지말”아야한다.61 왜냐하면“주인공은누구에게나있는마음의 신묘한비밀이요, 모든생명이갖고있는불성으로서의불가사의한 힘”이기때문이다. 결론적으로대행의주인공은중도이고대공이며 연기(법), 그리고가명인것이다. 즉대행은주인공=중도=(대)공=연 기=가명이라는등식을제시하고있다. 여기서우리는대행의주인공 이용수의공사상을그대로이어받고있음을알수있다. 용수공사상의핵심은 중론 24장18게에나타난“연기인것그것을 우리들은공성空性이라고말한다. 그것은의존된가명假名이며그것은 실로중도이다.”62 위의내용을도식하면연기는공성이고가명이며
59 한마음요전 (2019), 663. 60 한마음요전 (2019), 351. 61 대행(2014), 33. 62 용수, 중론中論 (24-18), “yaḥ pratītyasamutpādaḥ śūnyatāṁ tāṁ pracakṣmahe/
sā prajñaptirupādāya pratipatsaiva madhyamā// 衆因緣生法我說卽是無亦爲是 假名亦是中道義.”
공사상의 전개165
중도로서이것을등식으로나타내면‘연기=공(성)=가명=중도’가 된다. 용수는붓다의모든가르침을이등식한줄로요약하여결론을 내렸는데, 이것이이른바용수공사상의요체이다. 용수의공사상은 이등식에토대하여이론적∙논리적으로정립되었다. 대행역시용수의 공사상등식을이어받고있지만용수의이론적∙논리적공사상의체계
에머물지않고상구보리上求菩提하화중생下化衆生의대승보살도大乘
菩薩道에입각하여일상적생활속에서누구나실천할수있는요익중생 饒益衆生의철저한자비행과보살행의공을제시하였다. 그것이바로 대행의주인공主人空과오공五共이며, 이를깨닫는것이공의실천이다. 대행은주인공과오공을통해공사상을새롭게정립하였다. 즉붓다 의무아의공을무자성공으로이론적∙논리적으로체계화한용수의 공사상을나(아트만)를비우거나(무아) 나의실체성을제거한무자성이 아닌삼라만상의중심이며주인이되는주인공主人空으로서환원시킨
데에대행공사상의독자성이있는것이다. 그리고그주인공은실체적∙
개체적존재가아닌삼라만상전체에한생명체로내재된전일적존재로 서의한마음이기때문에활활발발한힘을갖는다. 이러한활활발발한 한마음의주인공은한생명체이기때문에동체대비의자비심과무량한 보살심으로모든존재를환대歡待하며함께살아간다. 이것이대행의 오공이다. 주인공은실체적∙독립적존재가아닌전일적∙연기적존재 이기때문에한생명체로함께살아가는것이다. 이처럼공에마음과 생명의창조성을부여하여함께(共) 살아가는동체대비의생명체(오공) 로설명한것은기존의공사상에서찾아볼수없는새로운관점으로서
실천적공성이다.63
166 한마음연구제12집
공을철학적으로체계화한용수는붓다의공을무자성공으로확립하 여대승불교를흥기시키는데크게기여하였다. 그리고그의공사상은 금강경 , 화엄경 , 유마경 등의대승경전과그리고선禪을통해 계승되고보살수행의바탕이되었다. 그렇지만용수의공사상과이를 이으려고하는대승경전과선에서의공은여전히난해하고일상생활에 서실천하기어려웠다. 그런데대행은이론적∙실천적으로불교의가장 어려운화두중의하나인공사상과공의수행을주인공과오공을통해 남녀노소누구나일상생활속에서수행하고깨달을수있도록풀어 놓았다. 대행에의해공이라는화두가우리의일상생활속에서환하게 드러남으로써비로소개념적∙논리적인공이아닌실천적∙수행적인 공으로나아가공을체득할수있는길이열린것이다. 그결과가 ‘대한불교조계종한마음선원’이다. 대행의공사상은주인공을깨치게되면동체대비의자비심으로인하
여모든생명체가자발적으로보살행에동참하게된다. 그것이오공五共
이다. 공생共生∙공체共體∙공식共食∙공심共心∙공용共用의오공은일체 만물이한마음임을깨달은주인공의동체대비의자비심이현양한것이 다. 따라서오공은주인공을깨닫게되면자발적으로행하는보살행이 지만, 주인공을깨닫기위한수행의지침이되기도한다. 예컨대오공은 초기불교와대승불교의팔정도八正道와육바라밀六波羅蜜에비견되는
63 대행은공을형이상학적존재론의관점이아닌활활발발한생명체로파악한다. 즉대행의공은무한생명의창출자이다. 대행은‘공이어떤것이냐.’고할때, ‘모든생명이같이돌아가는곳이공’이라고한다.(대행[2014], 33) 이러한공에 대한생기론적해석은기존의공사상에서는찾아볼수없는새로운관점이다.
공사상의 전개167
것으로깨달음에이르는5가지의공의실천방식인것이다. 그러나 인간중심적관점에서행해지는팔정도와육바라밀과는달리오공은 한마음, 즉일체만물을중심으로행해지는주인공의나툼이다. 일체만물은한마음이고하나의생명체이기때문에함께살고(공생), 함께마음쓰며(공심), 함께몸체를이루고(공체), 함께사용하며(공용), 함께먹는(공식) 상호의존적존재이다. 주인공이증득한한마음은다름 아닌연기법으로서모든존재는서로의존하여존재하는동체대비의 존재이기때문에무한한자비심과보살심을베풀어야한다는붓다의 깨달음을달리표현한것이다. 붓다의‘무아의공’과용수의‘무자성 공’이대행에의해‘무한생명의주인공’으로새롭게정립되어기존과는
IV. 결론
다른실천수행으로서공이본격적으로펼쳐진것이다.
‘주인공’ 개념을빌려공을새롭게해석하여대중적인차원에서실천 적인공사상을성공적으로이끈이가대행선사이다. 대행의주인공이 일상생활속에서공을어떻게인식하고실천할것인지를최우선의 목표로하고있다는점에서이론적분석에치중하였던기존의공사상과 는그차이점이분명하다. 실체개념에대한비판에역점을둠으로써 부정적표현으로일관했던용수의공64과는달리대행의주인공은
64 윤종갑(2007), 129; Frederick J. Streng(1967), 187 참조. 용수의 공은단지‘모든 존재가공하다’는데에서그치는것이아니라그렇게하여주어진‘공조차도또한 공하다’는이중부정, 즉부정의부정으로서의공을의미한다. 공자체마저도공한
168 한마음연구제12집
참나를생명의원천으로삼아나의부정적기운을제거하고긍정에너지 를발산시킴으로써나를자유롭고새롭게정화하는수행의동력으로 공을활용하였다. 모든고통의원인이나의집착에서비롯되었음을간파한붓다는 내가실체를갖지않는무아이며, 일체제법그어디에도나라고할 만한존재가없음(제법무아)을깨달음으로써해탈할수있었다. 그리고 용수역시모든존재는자신의실체를갖지않는무자성공으로나라는 실체개념은언어에의해형성된것으로보았다. 인간의모든번뇌는 언어에의해형성된희론분별에의한것이기때문에희론분별이실체가 없는공한것임을알아희론적멸시킴으로써깨달음을증득하고자 한것이다. 이와같이붓다와용수의공사상은자아와자성의실체를 부정하는개념으로공을사용하고있다. 특히용수의공사상은자성에 대한부정으로일관되어있기때문에부정을테제로하는귀류법과 논증식이중요한특징으로나타난다. 이에반해대행의주인공사상은 자아와자성에대한분석보다는마음에대한분석을통해깨달음에 이르고자한다. 붓다의무아의공을존재론적인관점에서분석하려는 측면이강했던용수와는달리대행은생기론적인관점에서접근하였 다. 이것은분명실체에대한부정으로서의공이아닌무한생명을
것이다. 이러한의미에서용수의공은부정적변증법과도상통한다. 특히인도 정통철학의부정언어와유사점을갖고있지만우파니샤드의실체적언어관(아트만 을전제한언어)에나타나는‘본체(아트만)가아니다, 아니다’(Neti, neti)와같은 표현과는달리용수의부정언어는그부정들이묘사하려고하는, 말로표현하기 힘든본질적인본체가없다는점에서근본적으로차이가나는것이다.
창출하는중심또는힘으로서공을파악한것이다.
공사상의 전개169
대행은자성에대해존재론적인분석을기반으로하는용수와는 달리생기론적인입장에서마음을분석한다. 존재론적인분석은실체 의존재여부를중심문제로삼지만생기론적인관점은생명의흐름과 소통을중시한다. 그렇기때문에대행의주인공사상은긍정적이고 자기계발적인측면이강하다. 이에따라실체의부정으로서의공을 사용하기보다는고정된것에대한부정으로서공을활용한다. 모든 생명이한찰나도멈춤없이약동하듯이주인공역시한순간도멈추지 않고작용하는것이다. 대행은이러한생명의흐름과작용을‘나툼’으로 표현한다. 나툼은대행주인공사상의가장독자적인개념으로, 일체 만물이연기적작용에의해하나의생명체로서로연결되어활활발발 어우러져발현한다는것이다. 그러한의미에서대행의주인공은일체 만물의마음인한마음이며, 한생명인것이다. 붓다는공을보면삶과죽음을넘어설것이라고했다. 이러한붓다의 설법은후대의불제자에게남긴화두이다. 그런데대행이붓다가던진 화두를주인공으로단박에풀었다. 주인공은자신(중생)의마음이부처 의마음과같으며일체만물의마음과같음을한마음을통해깨달음으로 써삶과죽음을넘어선영원한생명을누리게된것이다. 즉주인공은 모든대립과분별을벗어나일체를나투는무애자재한대자유인이다. 공의실천에의해서열반을성취한것이다. 대행은붓다의무아설, 그리고용수의무자성공을중국불교의선 불교와중도적으로상즉시킴으써독자적인주인공사상을정립하였 다. 따라서붓다의공사상은용수와대행에의해철학적이고실천적
170 한마음연구제12집
인지행합일의공사상으로완결된다. 그러한면에서공사상은붓다- 용수-대행이라는사상적계보를정립할수있었다. 붓다와용수의 공사상이대행의주인공사상으로다시개화하여지금현재이순간 체험할수있게된것이다. 우리의일상생활속에서언제나공을체험 할수있는가장현대적이면서도실천적인공사상이대행의주인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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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상의 전개173
Buddhist Conceptual Development of Emptiness: Myogong Daehaeng's Concept of Juingong and the Practice of Emptiness
Yun Jong-gap (Visiting Professor at Dong-A University)
One of the core concepts of Mahayana Buddhism is emptiness (śūnyatā). In addition to Mahayana Buddhism, however, the con- cept of emptiness was also deemed important in Early Buddhism; emptiness is the most fundamental and essential concept throughout Buddhist thought in general. Myogong Daehaeng (1927–2012) established her own original concept of Juingong by identifying two Buddhist concepts as being identical, from a centrist position, with Chinese Chan Buddhism. These two concepts refer first, to the non-self of the Buddha, and second, to the emptiness of non-self-nature (niḥsvabhāva) presented by Nāgārjuna (approx. 150–250). Daehaeng reinterpreted "emptiness" using the term "Juingong," and advocated a more practical concept of emptiness. The concept of Juingong carries intact, in a new form, the essence of enlightenment and the fundamental teach- ings of Early Buddhism to Mahayana Buddhism and to Chinese Buddhism. The concept of Juingong integrates: the Buddha's
174 한마음연구제12집
concept of the emptiness of ultimate truth and non-self (anātman), Nāgārjuna's emptiness of non-self-nature and the cessation of prolific conceptualization, and Chan's emptiness of no-mind and true self. In that sense, Daehaeng's concept of Juingong (主⼈空) is a new concept that avoids, from a centrist position, the concept of emptiness in Indian Buddhism and the concept of true self in Chinese Buddhism. Therefore, the Buddha's concept of emptiness is made com- plete both by Nāgārjuna and Daehaeng as a concept of emptiness that is both philosophical and practical by pursuing the unity of knowledge and action. In that respect, the ideological lineage for the concept of emptiness can be established, beginning from the Buddha, continuing to Nāgārjuna, and lastly to Daehaeng. Nāgārjuna's concept of emptiness — which theoretically and logically established the concept of the emptiness of non-self as taught by the Buddha — is newly presented, by Daehaeng's concepts of Juingong and the Five Sharings, as the Mahayana Bodhisattva Path, which simultaneously pursues enlightenment and acting to save sentient beings. In this way, Daehaeng's "Juingong" is the most practical and popular concept of empti- ness; it is rooted in great compassion based on the concept that all beings are one, and it inherits the lineage of the concept of emptiness as advocated by both Buddha and Nāgārjuna.
concept of emptiness, Buddha, theory of non-self, Nāgārjuna
true self, Myogong Daehaeng, Juingong, Hanmaum
공사상의 전개175
『한마음연구』제12집(2024.2) 179-215쪽. https://doi.org/10.23217/jhms.12..202402.005
『논궤論軌』(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 디그나가의 바수반두의 저작 불인정을 중심으로—
박대용(동광)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연구초빙교수
I. 서론: 왜 『논궤』인가? II. 『논궤』를 둘러싼 선행 논의들
1. 바수반두를 둘러싼 선행 논의들
2. 타 학파의 지각론 이해 III. 디그나가는 『논궤』의 어떤 내용을 불만족스럽게 생각 했나? IV. 결론
이논문의목적은디그나가의 집량론集量論 (pramāṇasamuccaya- vṛtti, 이하PS(V)) 「 현량장」 의13-16게송과자주에서바수반두의 논궤 論軌 (Vādavidhi, Tib. Rtsod pa sgrub pa)의지각정의에대한비판과 함께그저술의저자진위마저의심하는내용에대해서재고하기위함 이다. 디그나가는PS(V) 1장전반부에서자신의지각이론을소개한후 후반부에서는타학파들의지각이론들을차례로검토(비판)하는데, 그첫번째타깃을바수반두의세가지인명서중하나인 논궤 에 두고, 거기에나타난지각론의허점을지적한다. 디그나가가자주自註 에서내린결론은, 논궤 의내용은절대로바수반두의사상이아니며, 혹맞다하더라도그것은바수반두가사상적으로아직여물지않은 초년기에했던덜익은주장에불과하다고단정짓는다. 그렇다면우리는디그나가가그논서에서어떠한대목을못마땅하게 생각했는지거듭묻지않을수없다. 따라서우리는본고에서PS(V)의 게송과자주의내용을축자적으로쫓아감으로써, 디그나가가자신의 진정한스승이라고추켜세웠던바수반두의 논궤 에담긴지각정의를 과연무엇때문에정면으로논박했는지다시금확인해보는좋은기회가 될것이다.
I. 서론: 왜 논궤 인가?
비엔나대학의명예교수인슈타인켈너(E. Steinkellner)는어느글서두 에서“우리의연구작업은세종류의견해-첫째, 예전의낡은오류들을 수정하면서진행, 둘째, 그낡은오류들을되풀이하는실수의반복, 셋째, 새로운오류의생성-로마구흔들리고있다.”고작금의학계를 점잖게꾸짓었다.1 솔직히말해필자도후자의잘못된두견해를쫒고
싶지않기에, 앞으로전개할연구가첫번째견해처럼성공적으로 실타래를풀기를희망한다. 일본의가츠라쇼류(桂紹隆)는2005년국제다르마끼르띠학회에서 발표한자신의서문에서“우리불교학연구자들은자신의특정문헌에 만집중하고학술적가치가상대적으로낮은역사적정황을들여다 보는일에는소홀하다. … 오늘날학자들은디그나가(Dignāga, 陳那, ca.480-540)와다르마끼르띠(Dharmakīrti, 法稱, ca.600-660)의존재론과 인식론, 그리고논리학면에서차이가있음을인정하고있지만구체적 으로어떠한차이가있는지확정하는것은미래의과제이다.”라고 말하면서, 이어서“바수반두(Vasubandhu, 世親, ca.320-380/400-480)와 디그나가/다르마끼르띠의관계도마찬가지인데, 우리는후자가아비
1 Steinkellner(2003), 323.
184 한마음연구제12집
다르마전통, 특히설일체유부, 비유자와경량부의존재론과인식론뿐 만아니라바수반두의 논궤論軌 (Vādavidhi, Tib. Rtsod pa sgrub pa)와 기타자료에서인식론과논리학을얼마만큼이어받았는지조사해야 한다.”2고강조했다. 한편이들보다윗세대불교학자인에릭프라우발 너(E. Frauwaller)는1951년에“On the Date of the Buddhist Master of Law Vasubandhu”라는논문을통해‘바수반두이인설[世親二人說]’을 제기한이래바수반두를연구하는이들에게바수반두의생몰연대나 그가쓴저술들의전후관계를확정하는문제는여전히현재진행형
연구과제로상당수남아있다.3
따라서필자는본고에서바수반두에관한미스터리중하나인 논궤 論軌 의저자진위여부와디그나가가 집량론集量論 (Pramāṇasamuc- caya(vṛtti), 이하PS(V))4 제1 「 현량장現量章」 13~16게송과자주에서
논궤 의지각정의를무엇때문에비판했었는지재고해보려고한다. 디그나가는PS(V) 1장1~12게송과자주에서자기인식(=자증)의 ‘동시지각同時知覺’,5 즉인식대상=인식수단=인식결과라고자신의
2 Katsura(2011), 271. 3 이종철(2003), 281. 4 Tib. Tshad-ma kun-las btus-pa’i ’grel-pa(체마꾼래띄빼델빠); Steinkellner (2005), Dignāga’s Pramāṇasamuccaya, Chapter 1: A hypothetical reconstruction of the Sanskrit text with the help of the two Tibetan translations on the basis of the hitherto known Sanskrit fragments and the linguistic materials gained from Jinendrabuddhi’s Ṭīkā. Published online (http://ikga.oeaw.ac.at/Mat/dig
naga_PS_1.pdf). 5 참고로부언하면, 유식학파는일체의마음과마음의부수작용을자기인식으로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185
지각론을소개한후, 후반부13~44게송과자주에서는타학파의지각 론을비판하는데할애한다.6 물론이비판들은디그나가이후곧바로 니야야학파의웃됴따까라(Uddyotakāra, ca.550-610), 바이쉐시까학파 의쁘라샤스따빠다(Praśastapāda, ca.550-600), 미망사학파의꾸마릴라 (Kumārila, ca.590-650) 등에의해다양한반론이제기되었다. 당시 그는타학파논사들과논쟁을펼쳐서‘토론의황소(tarka-puṅgava)’라는 별칭이붙었다는것은두루아는사실이다. 그래서그가PS(V) 제1 「 현량장」 에서첫비판대상으로삼은것이자신의스승인바수반두임은 놀랍고쉽게납득이가지않는다. 다만그의비판대상은바수반두 자체가아니라바수반두의저술로인정하지않는 논궤 라는짧은 토론서를가리키고있다. 주요선행연구로핫토리마사아키(服部正明)의Dignāga, On Perception의PS(V) 「 현량량」 의해당게송과자주, 미주해설, 그리고 해당티벳역V본PS(V) 및K본PS(V)를눈여겨볼필요가있다.7 필자가
본연구의저본으로삼은것은지넨드라붓디의PSṬⅠP139(no.5766), Re 44b6-45a3과디그나가의PS(V) ⅠP130(no.5072), Ce 93b4-109a1, 그리고1957년프라우발너의티벳역복원본아홉번째단간8과2005년
본다(NB 10, “sarva citta caittānām ātmasaṃvedam”). 즉(1) 욕망등의심리현상 (2) 일체의형상. 이와달리경량부는대상형상성을가진지식, 즉‘이시지각異時知覺’ 을주장했다. 6 PS(V) 1장1~12게송(디그나가자신의지각론) + 13~16게송( 논궤 의지각정의비판) + 17~20게송(니야야학파의지각론비판) + 21~24게송(바이쉐시까학파의지각론비판) + 25~33게송(상키야학파의지각론비판) + 34~44게송(미망사학파의지각론비판) 7 Hattori(1968), 32-35; 114-120; 186-191.
186 한마음연구제12집
맥도널드와슈타인켈너의산스끄리뜨복원본9이다. 본연구는디그나 가가비판의대상으로삼았던바수반두의 논궤 를먼저검토하고, 이어서무엇때문에디그나가가이 논궤 의저자로바수반두를부정했 는지밝혀보겠다.
II. 논궤 를둘러싼선행논의들
1. 바수반두를둘러싼선행논의들
바수반두는세권의인명서 논식論式 (Vādavidhāna), 논궤 , 논 심 을지었다. 그는 논식 에서‘논쟁(vāda)’에관한기본정의를다음과 같이말한다. “논쟁은자신의[입장을] 입증하고타인의입장을반증하 기위하여말하는것이다. 입증과반증은목표대중에게맞는것으로 혹은맞지않는것으로설명하는것이다. 그[입증과반증은] 증명과 비판을통해[이루어진다].”10 한편디그나가는PS(V)에서타학파
지각론비판에서 논궤 를맨처음다루었는데, 혹자는이것을일러, 이저술이바수반두의저작이아니거나저작이더라도미숙한저술이라 고말함으로써자신의비판으로존경하는바수반두의권위를손상하지
8 Frauwallner(1957), 104-146.
10 강성용(2003). 11 桂紹隆(2012), 13-14.
않으려는의도였을것으로추측한다.11
9 PSṬ B 16b1-20a4 [Steinkellner et. al.(2005), Part I, 86-96].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187
논궤 는 논식 과함께현재까지그원본이다시발견되지않는 바수반두의저술들이다. 이들은후대인도불교의전통안에서인식론 적이고논리학적인발전의단초가된저술들인데, 이두저술이다른 문헌들에직접혹은간접적으로인용되어있는단편들을모아세밀한 문헌비판작업을통해정리한사람이프라우발너이다. 논궤 의문헌 재구성에는디그나가의PS가단편들의주출처가되며부분적으로는 웃됴따까라의 니야야바릇띠까 (Nyāyavārttika, 이하NV)가사용된다. 논식 의경우는NV가단편들을볼수있는주출처가된다. 프라우발너 에따르면 논식 는논쟁에대한주제들을증명과반론이라는큰틀로 나나우다르고있으며 논궤 는이러한틀을넘어서는면모를보여주는
저술이다.12
프라우발너가복원한 논궤 에는증인(hetu)과소증(sādhya)의불가 분관계(avinābhāva)를의미하는주연론周延論(vyāpti)이제시되어있 다. 이이론은후대의디그나가가‘인의삼상’ 논증식을내세울때, 원인과결과가같을경우소증을능변(vyāpaka)으로, 능증을소변 (vyāpya)으로보는이론이다. 이후보게될, 니야야학파의웃됴따까라 의NV에서추출했던 논궤 의단편에도디그나가의‘인의삼상’을 풀이하고있음을볼수있는데, 이것을미뤄볼때바수반두는디그나가 에게큰영향을미쳤음을알수있다. 따라서프라우발너는불교논리학 에서보이는창의적이론들대부분은이전바수반두의것이라고높이 현창했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바수반두의기념비적인저서 구사
12 강성용(2003).
188 한마음연구제12집
론 에는논증식을활용한논증이전혀보이지않는다. 카츠라는“ 구사 론 의논증형태는교증敎證과이증理證에근거한것이지만, 이증에서 논증식이등장한적이없으며, 다만귀류적논증이나귀류법만활용했 다.”13고말한다. 또한 논궤 에는불과연기처럼불변의공존관계 (sāhacarya)에대한종인유합결宗因喩合結의오지작법(pañcāvayavi)이 나, 혹은더나아가합결合結을생략한종인유宗因喩의삼지작법 (trayāvayavi)의논증식이보인다. 요시미즈기요타카(吉水淸孝)는바른인식수단으로지각과추론두 가지만한정한것은애초에바이쉐시까학파의주장이며, 또한지각을 ‘개념작용을결여한인식’이라는정의역시도상키야학파의주장이어 서결국디그나가의독자성은성언량을독립적인식수단에서제외한 것에불과하다고말한다. 성언량, 즉‘신뢰할수있는이의말(āptava- canā)’을지각과추리에더해세가지인식수단으로삼은것은상키야학 파의정설이지만이것은바수반두의 석궤론釋軌論 (Vyākhyāyukti)에
서도보이는주장이다.14
바수반두의역사적실존문제에대한가설로는“천부논사설(진제, 길장) →바수반두이인설(에릭프라우발너,15 할무트뷔셔) →점진적인 유가행파논사진화설(람버트슈미트하우젠,16 박창환) →본원적인
13 桂紹隆(2012), 14. 14 사이토아키라외, 이자랑역(2016), 227-228. 여기에서요시미즈기요타카가 쓴<제8장중세초기에있어불교사상의재형성 - 언설의이론을둘러싼바라문 교학과의대립>의내용이다.
15 Frauwallner(1951) 참조. 16 Schmithausen(1967), “Sautrānika-Voraussetzungen in Viṃśatikā und Triṃśikā”.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189
유가행파논사설(로버트크리쳐,17 하라다와쇼18)”의논의로발전했었 다. 특히하라다와쇼는“현존자료중‘경량부’라는명칭이처음등장하는 것은[바수반두가쓴] 구사론 이며, 여기서경량부설은모두바수반 두자신의견해이다.”고주장한후, “경량부는유가행파를은폐하기 위한가공의명칭으로, 이전의비유자와는완전히별개의그룹이다.”라 는가설을제시했다.19 최근학계의입장은슈미트하우젠의가설을
가장설득력있는대안으로보고있다. 그에따르면“대소승의바수반두 저작은 俱舍論 (Abhidharmakośabhāṣya, AKBH) → 釋軌論 (Vyākh- yāyukti) → 成業論 (Karmasiddhiprakaraṇa) → 緣起經釋 (Pratītyasa- mutpādavyākhyā, PSVY) → 五蘊論 (Pañcaskandhaka) → 唯識二十論 (Viṃśatikā) → 唯識三十頌 (Triṃśikā) 순으로저술되었으며이들상 호간에친밀한사상적뿌리를갖고있다.”20고주장한다. 결론적으로, 이들텍스트에는“상속(santati)-전변(pariṇāma)-차별(viśeṣa)”이라는 ‘경량부적전제(Sautrāntika-Voraussetzungen)’를공통적으로내포하고 있어, 이모두가바수반두의일인一人의저작이라고볼수있는사상적
WZKSOA 11, 109-136.
논리적일관성을확보하고있다는것이다.21
17 Kritzer(1999), Rebirth and Causation in the Yogācāra Abhidharma. Vienna: Arbeitskreis für Tibetische und Buddhistische Studien, Universität Wien. 18 原田和宗(1996), 「 經量部の'單層の'識の流れ>という概念への疑問(1)」 , インド 学チベット研究 1, 京都: インド哲学研究會. 19 권오민(2008), 9. 20 이종철(2003), 304. 21 박창환(2014), 56.
190 한마음연구제12집
한편핫토리마사아키는산스끄리뜨본중유일하게전승되는11세기
자이나논사싱하수리(Siṃhaūri)의Nyāyāgamānusāriṇī Nyayaca-
kravṛtti에서 논궤 의저자로서바수반두와디그나가의사승嗣承관계 에관한기술이있음을밝혔다.22 그는바수반두의 논궤 저자여부에
대한두가지작업가설을다음과같이제시한다.
①바수반두의기존지각론과이 논궤 의지각론은상이하다.
일어났다.
했다.
②- 1. 학문이완성된시절의바수반두의저술이아니다.
- 2. 바수반두의저술이나타인의수정으로인해내용의변양이
- 3. 바수반두의지각론자체를디그나가는못마땅하게생각
위가설들은Ⅲ장에서다시볼것이고, 다음절에서는타학파의
2. 타학파의지각론이해
지각론에대해서우선검토해보자.
우선 논궤 에나타난지각정의를이해하기에앞서, 브라만전통의
타학파에서주장하는지각론(니야야학파∙바이쉐시까학파∙미망사학파)
을순차적으로살펴보자.
22 Hattori(1968), 2-3; 115; fn.2.4.
1) 니야야학파의지각론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191
니야야학파(正理學派, Nyāyayika)는지각(pratyakṣa), 추리(anumā- na), 유추(upamāna), 성언량(śabda) 이네가지인식수단을인정하지 만,23 디그나가는지각과추리단두가지만인정한다. 니야야학파의
지각론은NS 1.1.4에서꽤명시적으로다음과같이표현한다.
NS 1.1.4, “지각은감관과대상의[직접] 접촉을통해서발생한인식이 므로⑴표현불가능하고⑵착오가없으며⑶확정을그
자성으로한다.”24
밧챠야나는위NS 1.1.4에‘avyapadeśya(표현불가능)’의의미를대상 명명(vyapadeśa)과대상인식(viṣaya-jñāna)으로나누어해석하는데는 아무런가치가없다고말한다.25 이를테면청색은청색‘-이라는(iti)’
말로구상構想되기때문에사물에대한감관지도마찬가지라는것이다. 말로우리는대상확정을하게되는데, 그렇다면청색에대한직접적 대상인식과“그것은청색이다.”라고대상명명하는인식과의구분은 모호해질수밖에없다. 이내용은PS(V) 1.11에서디그나가가말한 기억의이상성二相性, 즉자기인식과관련된내용이다. 즉“청색(과거의 직접경험, anubhava) →‘청색이다’(기억) →‘청색이다’라는기억에대한
23 NS 1.1.3 (Dvivedin 1986, 29), “pratyakṣānumāṇopamānaśabdāḥ pramāṇāni∥” 24 NS 1.1.4 (Dvivedin 1986, 32), “indriyārthasannikarṣōtpannaṃ jñānam avyapadeśyam avyabhicāri vyavasāyātmakaṃ pratyakṣam∥” 25 Matilal(2005), 3-5.
192 한마음연구제12집
기억(상기/회상)”, 다시말해“청색자체→청색에대한인식→청색에 대한인식에대한인식”으로표현할수있다. 이전제는기억이다른 잡다한것들로오염되지않고선명해야하며(이는데벳드라붓디의주장), 그래서자기인식의동류예同類例에서도사용된다는것이다.
2) 바이쉐시까학파의지각론 바이쉐시까학파(勝論學派, Vaiśeṣika)는우리의경험대상을체계적 ‘범주(padārtha)’로묶는다. 승론경勝論經 (Vaiśeṣikasūtra, 이하VS)에
서는아홉종류의실체, 즉흙∙물∙불∙바람∙허공∙시간∙방향∙아뜨만∙
마나스을인정하는데,26 이중흙∙물∙불은두개의감관으로파악되지 만, 나머지여섯종류는추리를통해인식되며감관으로는지각되지 않는다고말한다. VS 3.1.1-16은영혼의존재증명을시도하고있으 며,27 다음의게송은바이쉐시까학파의지각에대한정의에해당한다.
VS 3.1.15, “ātmendriyamanorthasannikarṣād yan niṣpadyate tad any-
at∥”(영혼∙감관∙마나스∙대상간의접촉의결과로일어난그것 [앎]은[인식수단으로서] 별개의[지각]이다).
26 VS 1.1.4 [Isaacson(1995), 216.4], “pṛthivy āpas tejo vāyur ākāśaṃ kālo dig ātmā mana iti dravyāṇi∥” 27 VS 3.1.9-13 [Isaacson(1995), 220.17-22], “saṃyogi samavāyy ekārthasamavāyi
virodhi ca kāryaṃ kāryāntarasya kāraṇaṃ kāraṇāntarasya virodhy abhūtaṃ bhūtasya bhūtam abhūtasyābhūtam abhūtasya bhūtaṃ bhūtasya … asan saṃdigdhaś cānapadeśaḥ∥”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193
PSṬ에서지넨드라붓디는바이쉐시까학파의지각론에는두갈래의 흐름이있었다고말한다.28 먼저슈라야스까(Śrāyaska)는결과로서의 인식은인식수단과별개이고, ‘감관과대상의접촉(indriyārtha sanni- karṣa)’이인식수단이자불공인不共因(asādhāraṇa kāraṇa)이라고주장 하고, 반면같은바이쉐시까학파의사라스바따(Sārasvata)는인식주체 (kartṛ)로서영혼이인식의주요인(pradhāna)이자추리지推理知가낳는 인식결과의향수자(phalopabhoktṛ)라고말한다. 나아가마나스도일체 를인식대상으로취하므로인식이생성되는어디든현현하는인식의 주요인이어서결과적으로‘영혼과마나스의접촉(ātmamanaḥsanni- karṣa)’이인식수단이자주요인이된다고말한다. 거듭, 그들은“마나스 가존재하지않는다면인식도발생할수없다”29고주장한다.
3) 미망사학파의지각론 미망사학파(祭式學派, Mīmāṃsaka)는①성언량(베다)의상주성(śab- danityatva), ②베다의저자부재설(vdeāpauruṣeyatva), ③[베다의] 자 립타당설(svataḥprāmāṇya)을주장했다. 이중쁘라브하까라미망사 (Prabhākara-M⁰)는지각∙추리∙성언량∙유추∙상정이다섯가지인식수 단을인정했고, 이후꾸마릴라밧타미망사(Bhāṭṭa-M⁰)는이다섯 가지에비존재(abhāva) 혹은비인식(anupalabdhi)을추가해여섯가지
28 PSṬ B 28b5-29a5 [Steinkellner et. al.(2005), Part I, 118-119]. 29 VS 3.2.1 [Isaacson(1995), 220.27], “ātmendriyārthasannikarṣe jñānasyābhāvo bhāvaś ca manaso liṅgam∥”(마나스의[존재] 증상은영혼∙감관∙[인식]대상사이에 접촉이있을때인식의유무여부에[달려] 있다).
194 한마음연구제12집
인식수단을최종적으로받아들였다.30 이러한미망사학파의지각정의 는다음의MS 1.1.4에서압축적으로표현되어있다.
MS 1.1.4, “satsamprayoge puruṣasyendriyāṇāṃbuddhijanna tatpra-
tyakṣam∣animittaṃvidyamānōpalambhanatvāt∥”([눈 앞에있는] 현존대상(sat)과인간의감관이접촉할때생기는 인식은[곧] 지각이다. [그것은다르마인식의] 원인이 아니다. 왜냐하면현존하는것[만] 인식하기때문이다.)
한편5세기샤바라스와민(Śabarasvāmin)은MS에대한대표적주석서 샤바라브하샤 (Śābarabhāṣya) 6.15-22에서위MS 1.1.4 게송을지각 정의로생각하지않는다고토로했다. 그이유는지각은‘현존現存대상 과감관의접촉’이있을때만발생하는것이여서다르마탐구의인식수 단이아니라는것이다. 브하바다사(Bhavadāsa)도이수뜨라의전반부 만지각정의로생각하는데,31 그의견해는ŚVK 1.204. 10에서‘vṛttyan-
tare … ’로언급되어있다. 꾸마릴라는전자를따라세부논의를발전시 켰지만, 후자의견해는거부한것으로알려져있다. 그는현존대상과 감관의접촉후발생한인식을지각으로정의하지않는다. 이이유는 비실재의유사지각(pratyakṣābhāsa, 사현량似現量)32 또한현존대상과
30 Hattori(1968), 78-79, fn.1.12. 31 Taber(2005), 151. 32 PS 1.7cd-8ab에서디그나가는사현량으로착오, 세속유지, 추리, 추리의결과
기억, 욕망, 예안지를열거하고있다.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195
감관의접촉에서생긴인식이라는착각이있기때문이라는것이다. 이러한예는다음장에서제시될 논궤 의지식정의에서도볼수 있다. 즉감관과대상의접촉없이일어나는꿈속의지각은배제되지만
눈앞의자개(조개껍데기)를보고서은이나은화로착각하는착오지錯誤
知[지오류지誤謬知]를배제하는것은아니라고말한다.33 따라서꾸마릴
라는이수뜨라에서인간의감관이‘[눈앞에있는] 현존대상을인식하 는것(vidyamānōpalambhana)’을지각정의라고하는것은이미그자체
로다르마를아는인식수단이아님을알수있다고주장한다.34
III. 디그나가는 논궤 의어떤내용을불만족스럽게
생각했나?
디그나가는PS(V) 1.12 게송까지자파(svamata)의지각론을경량부
33 ŚV 4.10-11, “na cāpy etena sūtreṇa pratyakṣaṃ lakṣyate sphuṭam∣tadābhāseṣu tulyatvāt svapnajñā-naikavarjanāt∥10∥tad dhīndriyārthasaṃyogavyāpāreṇa vinā bhavet∣kenacit samprayoge tu bhrāntyādi syān niyogataḥ∥11∥”(또한 이상의수뜨라에서도지각은선명하게정의되지않는데, 그러한현현들의경우꿈속의 지각처럼버려지는것이동일하기때문이다. 감관과대상의접촉작용없이그러한 인식이일어났다면, 한편어떤것을가지고접촉하는경우에착오따위가차례대로 일어나겠는가?) 34 ŚV 4.20, “yato ’sti tatra dharmo ’yaṃ vidyamānōpalambhanam∣tasmāt tena prasid-
dhena gamyatām animittatā∥”(거기[지각]에는현존하는대상을인식하는이것[속성] 이있으므로, 이처럼잘알려진[속성]에의해서[지각이다르마인식의] 원인이아니라는 것은이해될것이다.)
196 한마음연구제12집
→유식학파→인식대상, 인식수단, 인식결과의비별체설순으로 설명한다. 특히10~12 게송은디그나가의최종결론에해당하고, 유식의‘동시지각설’, ‘지식의이상성二相性’, ‘그이상성의예증으로서 기억’을논하는것으로전반부가마무리된다. 이어서13게송부터는 본격적으로타학파의지각론을비판하는부분인데, 그처음이 논 궤 의지각론에대한비판이다.
PS 1.13, “na vādavidhir ācāryasyāsāro veti niścayaḥ∣anyathāvayava-
proktes tena asmābhiḥparīkṣyate∥”( 논궤 는스승의저술이 아니다. 혹전모가있지않음이확인되는데, 몇군데다르게설명되어 있기때문이다. 따라서우리는고찰할것이다.)
핫토리의부언: “ 논궤 는스승바수반두의저술이아니다. 혹바수반두의저술로인정되려면사상전모가그안에드러 나있지않음이확인된다. 왜냐하면바수반두의다른저술과] 몇군데다르게설명되어있기때문이다. 따라서우리는 논궤 에상술된이론들을고찰하고자한다.”
위게송의첫마디는“ 논궤 는스승바수반두의저술이아니다.”라는 디그나가의선언이다.35 하지만지넨드라붓디는이를디그나가가 논 궤 를바수반두의저술로인정할수없다는단정적표현이라기보다, 바수반두의저술로보기에는무언가부족한인명서라는반어법적의미
35 PSṬ 44a7-b2.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197
가있다고보았다. 다시말해그는이 논궤 를바수반두의저작으로 인정하려면두가지요건을충족해야한다고말한다. 첫째, 이 논궤 는 바수반두가학식이완전하지않았을때저술한것이어야하고, 둘째
여기에는바수반두의핵심사상이결코보여서는안된다는것이다.36
지넨드라붓디는바수반두의다른논서 논식 의몇군데서 논궤 의 내용과달리설명하고있고, 논식 의이론에는결코오류가없다고 말한다.37 즉그의입장에서는 논식 의단편들이 논궤 보다향상된
논리로보았다. 이점은디그나가가 인명정리문론因明正理門論 에서
논식 을두번씩이나무비판적으로언급한대목에서확인된다.38
문궤文軌도같은입장을보이고,39 신태神泰도 논궤 를비롯한세 종류의인명서를바수반두의저작이라고말하고,40 싱하수리는바수반 두를디그나가의스승이라고인정하고,41 티벳남부의시가체인근
샤루사(夏魯寺)에주석했던부뙨(Buston, 1290-1364)42도 부뙨불교
36 PSṬ 44b2-3. 37 PSṬ 44b2. 38 因明正理門論 (T32, 1a9), “此多言於論式等說名能立.”; 같은논서(T32, 6a2-3)
“又此類過失言詞我自朋屬論式等中多己制伏.” 39 因明入正理論疏 (X86, 672a7-10), “集量論中陳那云論軌論中以瓶有法爲同喩者 其論非是世親造或是世親未學時造學成已後造論式論即以所作無常爲同喩體不 異我義集量論中既有此説… ”( 집량론 에서디그나가가이르길, 논궤 에대해논하 자면… 그논서는바수반두의저술이아니거나혹은바수반두가아직배움이부족했을 때의저술이다. 학문을성취한이후에 논식 을저술하였다. … 이는나의뜻과다르지 않다.) 40 理門論述記 (T44, 77b28-29), “言論式等則等取論軌及論心此三論並世親所造.”
41 NCV 96.4-6.
198 한마음연구제12집
사 (Bu-ston Chos ’byung 부뙨쫴중)에서디그나가가바수반두의제자라 고소개한다.43 20세기초체르바스키는디그나가가자신의스승인
바수반두와의의견이불일치함을공손하게표현한것이라고말한다.44
우이宇井는전통적으로바수반두의저술로인정했던 논궤 의저자
불확실성을주장한디그나가의견해는무의미한것이라고말한다.45
자, 이제우리는 논궤 의지각정의를전면적으로고찰해보자. 사실바수반두가썼다고하는산스끄리뜨본 논궤 는산실되고없다. 다만1957년프라우발너가Wiener Zeit-schrift für die Kunde Süd und Ostasiens 창간호에“Vasubandhuʼs Vādavidhiḥ”라는제목으로 논궤 의전모를수집한티벳역복원본단간25개과그독일어번역을 발표하면서본격적으로 논궤 에대한논의가시작되었다. 특히여기 에아홉번째단간이본고에서논의하려는 논궤 의지각정의에해당하 는부분이다. 다음은복원된 논궤 의티벳본과산스끄리뜨본에대한 우리말번역이다.
42 부뙨에대해서는박대용(동광)(2003)을보라. 43 Stein & Ngawang Zangpo(2013), 246-249. 44 Stcherbatsky(1962), 32-33, “Dignāga seem to have dissented with his teacher on logical questions just as he dissented with his first teacher on the problem of a real personality.”; ibid., 33, no.1, “His remark on Vasubandhu’s definition of sense-perception, referred to above, is perhaps a polite way of expressing
the fact that he disagreed with his teacher.” 45 宇井伯壽(1966), 178-179.
PSṬ 티벳본46 번역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199
PSṬ 산스끄리뜨본47 번역
“그대상에서의앎(인식)이현량이라고한 “지각은그대상으로부터생겨난인식이 것은, 어떤대상으로인해앎이라는단어 다. 만일대상에대한인식이라명명되는 를붙이는것그것에서가령그것이생기고 것[지각]이그것[대상]으로부터만생겨 난것이고, 또한[지각은] 다른것으로부 다른것에서는아니며그것과다른것에서 도아닌앎이현량이다. 예를들면색등의 터생겨난것이아니며그것과다른데 식과낙등의식과마찬가지로이해한다. 있는것도아니라면, 이인식은지각이다. 이것으로써착오지를제거한다. 예를들 예를들면이것은색등의인식, 낙등의 어진주에대해은이라는인식과같다. 인식과마찬가지이다. 이로써조개껍데기 (착오지) 그것은은을통한은의인식이다. 를은화로보는것과같은착오지는제거된 -라는명칭에대해, 그것이은으로부터 다. 은화를통한앎이은화에대한인식이 생겨난것도아니니진주에의해서만그것 라고명명되는것과같다. 마찬가지로은 을생겨나게하는것이다. 세속지또한이 화로부터생겨난것이아닌것은조개껍데 것으로써제거된다. 그와같이항아리에 기와같은것으로부터생겨났다고[말한 대한인식은이인식처럼, 그것은항아리 다]. 이로써세속지또한배제된다. 즉 등에의해명칭을붙이며그것은그것들로 그와같이항아리등은항아리에대한인 부터생겨난것이아니니그것들은오직 식, 옷에대한인식이라고명명된다. 한편 (nyid) 세속으로만존재하는것으로써만, 그것은그것들로부터존재하는것이아니 환영이기때문이다. 색등은그와같이 니그것들의세속유를통한소환으로부터 올바르게집적하는것으로부터만그것은 [존재하는것이다]. 왜냐하면색등으로 생겨난다. 추리지(=비량의인식) 또한오직 부터[극미가] 집적되듯그것이존재하기 그것으로써제거된다. 연기에대한인식 때문이다. 이로써추리지마저도부정된 그리고관련된기억들로부터도, 그것이생 다. 왜냐하면그[추리지]는연기에대한 겨나니, 오직불로부터[생겨나는것이] 인식뿐아니라[불과연기의] 결합에대한 아니기때문이다. 그것으로부터생겨나는 기억으로부터도생겨난것이기에불의성 것일뿐이니, 생겨나지않는것은아니다. 질[火性]만으로[생겨나는] 것은아니기 이인식또한여기서진실로직접적으로 때문이다. 다만그것으로부터산출된것 동의한다.”
이라고하는것은, 그럼에도여기서대상 이라고승인하는이것마저존재하지않는 다고말하는것은아니다.”
46 PSṬ 44b6-45a3(P139, 184.1-2), “don de las rnam par shes pa mngon sum
200 한마음연구제12집
위 논궤 의첫구절인“지각은그대상으로부터생겨난인식이다.(ta- to ’rthād vijñānaṃpratyakṣam)”라는정의는니야야학파웃됴따까라의
shes pa∣yul gang gis rnam par shes pa tha snyad bya ba de kho na las gal te de skye zhing ∣gzhan las ma yin la∣de las gzhan las kyang ma yin pa’i shes pa de mngon sum ste∣ dper na gzugs la sogs pa’i shes pa dang bde ba la sogs pa’i shes pa bzhin shes pa’o∥’dis ni ’khrul pa’i shes pa bsal
te∣dper na nya phyis la dngul gyis shes pa lta bu’o∥de ni dngul gyis dngul gyi shes pa’o∣zhes tha snyad byed la de dngul las skye ba yang ma yin gyi∣nya phis kho nas de bskyed par bya ba’o∥kun rdsob pa’i shes pa yang ’dis gsal te∣de ltar ni bum pa’i shes pa shes pa ’di ltar de bum pa la sogs pa rnams kyis tha snyad bya zhing, de de rnams las ’byung ba ni ma yin te∣de rnams ni kun rdsob tu yod pa nyid kyis rgyu ma yin pa nyid kyi
phyir ro∥gzugs la sogs pa de ltar yang dag par zhen pa rnams kho na las de ’byung ngo∥rjes su dpag pa’i shes pa yang ’di kho nas bsal te∣du ba’i shes pa dang ’brel ba dran pa dag las kyang de byung gi me kho na las ma yin pas so∥de las ’byung ba kho na ste mi ’byung ba ni ma yin no shes
pa ’di yang ’dir don du mngon par ’dod do∥” 47 PSṬ Ⅰ87,3-12, “tato ’rthād vijñānaṃ pratyakṣam iti. yasya viṣayasya vijñānaṃ vyapadiśyate, yadi tata eva tad utpadyate, nānyataḥ nāpi tato ’nyataś ca, taj vijñānaṃ pratyakṣam. tad yathā rūpādijñānaṃ sukhādijñānaṃ iti. etena
bhrāntijñānaṃ nirastam, yathā śuktikāyāṃ rajatajñānaṃ. tad dhi rajatena vyapa- diśyate rajatajñānaṃ iti. na ca tad rajatād utpadyate, śuktikayaiva tu tad upajanyate. samvṛtijñānam apy anenāpāstam. tathā hi tad ghaṭādibhir vyapa- diśyate, ghaṭajñānaṃ paṭajñānam ity evam. na tu tat tebhyo bhavati, teṣāṃ
samvṛtisattvenākāraṇatvāt. rūpādibhya eva hi tathāsanniviṣṭebhyas tad bhavati. anumānajñānam apy anenaiva nirastam. dhūmajñāna*sambandhasmṛtibhyām api hi tad bhavati, nāgnita eva. tato bhavaty eva, na tu na bhavatīty ayam apy atrārtho ’bhimataḥ.”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201
NV에서도인용되어있다.48 지넨드라붓디는이첫단어‘tatas(탈격Abl. ‘그것으로부터’)’가4연緣49 중소연연所緣緣(ālambanapratyaya), 즉인식 대상을의미하지않으며다만소연연과다른연緣들을구분하기위해 사용한것이라는말한다.50 대상의원인으로부터발생한인식은그때
그대상의명칭에따라만들어지지만, 그대상만으로(tata eva) 발생하지 않다는사실에주목할필요가있다.
PS 1.14, “tato ’rthād iti sarvaś ced yasya tat tata eva na∣ālambanaṃ cet smārtādijñānaṃnānyad apekṣate∥”(만일그대상이라는 단어가‘어떤대상’을의미한다면, 그것은그로부터배제된것이아니 다. 만일그단어들이‘단지저대상’을의미한다면, 기억등의인식도 마찬가지로. 이것은어떤다른것과관련이없다는것을따른다.)
핫토리의부언: “만일그대상이라는단어가‘어떤대상’ 앎의 다른원인들이아니라그소연연所緣緣(ālambanapratyaya)을 의미한다면, 지각의앎은그대상으로부터배제적으로일어 난것이아니라는것을우리는알아야한다. 만일그단어들이 ‘단지저대상(ālambana,所緣)’을의미한다면, 기억등의인식 도마찬가지로지각아래에포함되어야한다. 이것은그것들 또한어떤다른대상과관련이없다는것을따른다.”
48 NV 38,5, “apare punar varṇayanti <tato ’rthād vijñānaṃ pratyakṣam> iti.” 49 인연因緣, 등무간연等無間緣, 소연연所緣緣, 증상연增上緣. 50 PSṬ 45a5-7.
202 한마음연구제12집
위게송후반부의‘만일저대상으로부터’라는말을기억, 추리, 욕망등의인식대상으로확대해석해서는안된다. 이를테면추리로 불을인식하는경우, 그인식은연기와불의불가분리의결합관계에서 생긴기억(회상)에서추리된것이기때문이다. 따라서이점은 논궤 에 서“불의추리인식이단순히불로부터생긴것이아니라연기와불 사이에연관된기억에서발생되므로이는지각정의에서배제한다.”고 말한다.51 우리는불의추리인식이연기와같은추리징표徵表(liṅga)나
그대상의다른요소, 예컨대증인과증인을포함한향유자(liṅgin) 사이의불변의연관성을취하지않는다. 불이연기로부터추리될때 결과로부터추리되는인식은‘불의인식(agni-jñāna)’이라부른다. 이것 은‘연기의인식’이나‘연기와불사이의불가분리의인식’이아니다. 연기와불, 즉연기와불가분리는추리과정중대상으로명확히생각된 다. 하지만‘불의인식’이일어날때, 그것은더이상대상이아니다. 거듭말하지만, 연기등의과거대상이‘불의인식’ 대상이라면, 과거의 대상에서생긴기억도일종의지각으로간주되는오류에봉착하게 될것이다. 왜냐하면대상의명칭에따라고안된것이기때문에그렇다. 만일기억에서대상의비존재가지각에서배제되는사유라면, 연기와
불의불가분리의관계도불의인식대상으로인정받지못할것이다.52
바수반두는 유식이십론唯識二十論 에서식識의소연所緣이외부에
51 PSṬ 45a3-4. 52 PSṬ 45b7 (P139, 184.3), “me la sogs pa’i shes pa shes pa la sogs pa ste∣gal te yang de don gzhan las kyang skye mod∣de lta na yang don gzhan de des dmigs pa ma yin la∣… ”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203
있다고주장하는세종류의외경론外境論을제시하고하나하나논파한 다. 그중세번째외경론은“극미들이집적한것이지知의소연所緣이 다.”라는설인데, 규기窺基에따르면이것은경량부의주장이라보았 다.53 디그나가는 관소연론觀所緣論 에서색의소연, 즉인식대상
(ālambana, dmigs pa’i don)이갖추어야할두가지필수조건을제시하였 다. 첫째, 인식대상의원인은반드시있을것과, 둘째, 인식대상에 나타난것과동일한형상도있어야한다는것이다. 만일인식이외계대 상의전체적현현을반영하여생긴것이라면, “오식신五識身은그대상 에대한극미집합체를취한다(saṃcitālambanāḥpañca vijñāna-kāyāḥ)”고 인정해야한다는것이다. 하지만극미의집합체는지각의대상인실체 유(dravyasat)가아니라추리의대상인세속유(saṃvṛtisat)에불과하 다. 따라서인식대상으로세속유만인정한다면, 여기서지각이라고
설명하는것은진실한지각이아니라는결론에저절로도달하게된다.54
지넨드라붓디는‘그대상으로부터생겨난인식(tato ’rthād vijñānam)’ 이기때문에동질의극미가운데청색의극미를표현하는인식처럼 지각이라고주장하는혹자의견해를소개한다. 이경우, 인식대상은 단일한실체가아니어도다수의극미로구성된집합체인세속유로 현출되지만, 인식을발생시킬능력은없을것이다. 인식의원인을
53 도사키히로마사, 박인성역(2015), 82-83. 54 PSṬ 47a3-4 (P139, 185.1), “kun rdsob tu yod pa kho na la dmigs pa shes pa mngon sum ma yin pa nyid do shes pa lhag ma’o. kun rdsob tu yod pa la dmigs pa nyid ni tshogs pa rdsas su yod pa ma yin pa nyid kyi phyir ro.”
204 한마음연구제12집
형성하는것은개별극미여서다수의현현은그개별극미에서발생하게 되는것이다. 지넨드라붓디는이견해를‘다수형상대상설(anekākārār-
thavāda, Tib. rnam pa du ma’i don du smra ba)’이라고명명한다.55
따라서인식에현현하는극미들이개별적이고이질적이라할때 ‘청색의인식’처럼대상형상(ākāra)이그현현성으로인식에서나타나 는것이다. 그러나이질적인극미집합체인대상, 즉‘항아리의인식’처 럼인식형상은극미의현현된총체가아니라분별의산물에지나지 않을것이다. 그러므로디그나가는극미로구성된사물의형상이항아 리와같은실체나숫자와같은속성으로현현한다는것을사현량(=유사 지각)에해당하는세속유지(saṃvṛtisajjñāna)라고생각했다.56 그는또
“그대상으로부터생겨난인식이대상의명칭을쫒아고안된다.”는 이론을인정하게되면 논궤 의주장과모순된다고지적한다. 즉어떤 인식도개별극미를파악할수없으므로인식은대상을쫒아명명할 수없다는것이다. 개별극미가집적될때인식의원인은되겠지만 극미집합체는아니여서승의의실체유는아니라는뜻이다. 따라서 디그나가는집합체를세간사람들의언어소통을위한세속유로만인정 된다고말한다. 이사고는다음의게송으로이어진다.
PS 1.15, “yadābhāsaṃna tat tasmāc citālambaṃhi pañcakam∣yatas
55 PSṬ 47a6 (P139, 185.1). 적집한극미가소취가아니라는비판과반론에대한 내용은다르마끼르띠의PV 3.222-229를보라. 56 PSṬ 31b4-8; 因明正理門論 (T32, 3b28-29), “如是一切世俗有中甁等數等擧等 有性甁性等智皆似現量.”
수없다.”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205
tat paramārthena na tasya vyapadiśyate∥”(주어진현현을갖추 고있는“그것으로부터” 발생하지않는다. 왜냐하면오식신은그 대상을극미의집합체로생각하고있다. 만일대상으로부터그것은 궁극적의미에서형언할수없음에틀림없다.)
핫토리의부언: “주어진총체적양태의현현을갖추고있는 그앎은‘그외계대상으로부터’ 발생하지않는다. 왜냐하면 인식된총체적양태의존재의경우오식신은실재하지않고 인식에나타나는양태능력이없는그것들의대상을극미의 집합체로생각하고있다. 만일대상으로부터그대상은눈으 로볼수없는극미여서, 궁극적의미에서형언할수없는 실재의낱낱의개물이어서실재하는것임에틀림없다. 그러 므로그대상으로발생한앎은그대상의이름을따라지칭될
이상은요약게송이다. 디그나가는인식의원인을주는대상이그 실재하는형상과다르게현현하는데도그대상으로인정한다면, 시각 을비롯한여러감각마저인식대상으로인정되는터무니없고모호한 결론도가능하다고말한다. 이것은궁극적의미에서인식에현현하는 것들로부터다른양태들로존재하고, 또아직그것들이‘청색’이나
‘두개의달’의표현처럼인식의원인이되기때문이다.57
57 PVV 206.26-207.2 (cf. PVBH 336.16), “cakṣurādinām apy ālambanatvaprasaṅgaḥ, te ’pi hi paramārthato ’nyathā vidyamānā nīlādy-ābhāsasya dvicandrādyābhāsasya ca jñānasya kāraṇībhavanti.”
206 한마음연구제12집
PS 1.16, “artharūpaviviktaṃca na vācyaṃviṣayo ’sya ca∣ sāmānyarūpanirdeśyas tasmān na vyapadiśyate∥”(그것은 그대상의본성에상관없이결정될수없다. 그럼에도그것은대상의 보편형상에따라확정된다. 따라서표현할수없다.)
핫토리의부언: “그인식은그대상의본성에상관없이결정될 수없다. 그럼에도그것은대상의보편형상에따라확정된다. 예컨대‘색의인식’에서색(rūpa)이라는단어는특수한색을 표현한다기보다보편의색성(rūpatva)을나타낼뿐이다. 따 라서인식대상은궁극적의미에서표현할수없다.”
인식은그대상의명칭을쫒아확정(adhyavasāya)되는데, 색의인식 (rūpajñāna), 맛의인식(rasajñāna) 등도그본성에관계없이확정될 수없다.58 오식신五識身의대상은자기형상이아닌보편상을표현하는
단어에서만나타나므로오식신의대상은본질적으로표현할수없다.
IV. 결론
이상에서우리는바수반두의 논궤 와관련된내용들을개관해보았 다. 특히Ⅱ장에서는바수반두의역사적실존여부와타학파의지각론 을검토하였고, 이어지는Ⅲ장에서는PS(V) 제1 「 현량장」 13-16게송과
58 ŚV ŚŪNYAVĀDA 245cd, “na cārtharūpād bhedena dhiyām asti nirūpaṇam∥” cf. VP 3.1.106.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207
자주에서나타난 논궤 의지각정의에대한비판을축자적으로검토하 였다. 필자가본연구의목표로제시했던 논궤 에대한바수반두저자 진위문제와 논궤 에대한디그나가의지각론비판은주로1957년 프라우발너가지넨드라붓디의티벳역PSṬ복주서에서추출수집한 25개단간의재구성복원본과2005년오스트리아학술원의맥도날드와 슈타인켈러가지넨드라붓디의PSṬ필사본을교정한산스끄리뜨복원 본을활용하였다. 이 논궤 의복원본은디그나가의진의를총체적으로파악하기에는 불완전한내용들이었는데, 필자의검토과정에서디그나가의독창적 이론으로알려진삼지작법, 인의삼상, 주연론등은이미 논궤 에서 보이고있음을확인할수있었다. 이러한사실에기초하면, 디그나가의 독창적이론의상당수원형을바수반두에게귀속할가능성도충분히 있지만, 이는아직연구작업이더필요한가설의영역임에는틀림없다. 한편, 디그나가의PS(V) 1장의 논궤 비판게송은단지네게송 뿐인데, 여기에서말하는지각정의는“특정한대상명칭을쫒아구성된 특정한인식은오직그대상으로부터(tata eva) 생겨난것이지결코 다른대상으로부터생겨난것이아니기때문에(nārthāntarāt), 그것은 지각이다.”라는주장이다. 사실이문제는초기불교의12연기가운데 ‘명색名色(nāma-rūpa)’에대한해석상문제와깊은연관성이있을수 있다. 바수반두자신도 구사론 , 연기경석 , 성업론 등에서이 문제를다각적으로접근했지만, 이또한차후연구과제로남겨두겠다. 틀림없는사실은, 바수반두가설일체유부에서대승으로전향해유
208 한마음연구제12집
식학파의종주가되었고, 디그나가는독자부에서대승으로전향해 불교인식논리학을창시한인물이라는사실이다. 이러한그들의종장으 로비춰볼때이들의사상에는대소승의다양한교리들, 즉앞서말한 ‘경량부적전제經量部的前提(Sautrāntika-Voraussetzungen)‘ 등의이론들 이충분히습합될가능성이짙고, 당대에도시간적흐름에따라자신들 의선후저술의주장들이다르게나타났을것이다. 필자가보기에, 디그나가는 논궤 를바수반두의저술로불인정한 다기보다는이인명서가가진한계나불만족을우회적으로지적하기 위한‘겸손한표현’으로보는것이더타당할것같다. 부언하자면, 바수반두가인식대상에대한명확한분석없이인식수단에대해 독자적으로기술했다는것을알수있고, 반면디그나가는인식수단의 이론을인식대상의이론으로떼어냈다는점에서크다란차이점이
보인다.59
결론적으로이논문은고전인도철학사에서한획을그었던불교인식 론의창시자디그나가의견해(darśana 다르샤나)와철학(ānvīkṣikī 안빅 시키)을다른각도에서조망해보려는작업이다. 이상의PSV ad PS 1.13-16의 논궤 의지각론비판은다음게송으로이어지는니야야학 파의지각론비판과함께, 더욱이시간적으로한참을기다려야하는 다르마끼르띠의사상(유효한작용능력, 동일성, 인과성등)을잇는잘
59 권서용외공역(2013), 133.
짜여진연결고리(gap-bridger)임을알수있었다.
약호및원전류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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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한마음연구제12집
Was Vādavidhi the Sophistry of Non-Buddhists? –Focusing on Dignāga’s Disapproval of Vasubandhu’s Writing–
Park Dae-yong (Dongkwang; Research Professor at Dongguk University's Academy of Buddhist Studies)
This study looks into four verses (kk. 13–16) in Chapter 1 ("Perception; Pratyakṣapariccheda") in Dignāga’s Pramāṇasa- muccaya(vṛtti) [hereafter "PS(V)"] and his annotations in order to reconsider his criticism of Vasubandhu’s theory of perception as presented in Vasubandhu’s Vādavidhi. I also revisit Dignāga’s doubts about the authenticity of the authorship of Vādavidhi. Dignāga introduced his theory of perception in the first half of Chapter 1 of PS(V), and in the second half he examined and refuted one by one the theories of perception held by other schools. His first target to refute was Vasubandhu’s Vādavidhi‒ one of three books Vasubandhu wrote on Buddhist logic‒and he pointed out logical loopholes in Vasubandhu's theory of perception. Dignāga concluded in his annotations that the con- tent of Vādavidhi could never have come from Vasubandhu, and even if Vasubandhu wrote it himself, the content was nothing more than immature conjecture that could have come from
논궤論軌 (Vādavidhi)는 외도의 궤변인가? 215
the early years of Vasubandhu's career when he was not fully developed philosophically. If so, I cannot help but ask again what parts of the treatise Dignāga disapproved of. Therefore, in this study, by analyzing the content of PS(V)’s verses and annotations verbatim, I will revisit why Dignāga directly refuted Vasubandhu's definition of perception in Vādavidhi, particularly when he himself had
KEYWORDS
hailed Vasubandhu as his true teacher.
Dignāga, Vasubandhu, Pramāṇasamuccaya(vṛtti), Vādavidhi, pratyakṣa
『한마음연구』제12집(2024.2) 217-252쪽. https://doi.org/10.23217/jhms.12..202402.006
IV. 나오는 말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法然)의 보리심관菩提心觀
II. 보리심의 개념과 정토경전의 보리심 1. 보리심의 개념 2. 정토 경전의 보리심
III. 호넨(法然)의 보리심관 1. 선사選捨인 보리심 2. 방설傍說인 보리심 3. 소리小利인 보리심 4. 원생심願生心과 보리심 5. 범부와 보리심
김춘호(법우) | 용월사 불교문화연구소장
이글은일본정토종종조호넨(法然)의보리심菩提心(bodhi-citta)에 관한고찰이다. 보리심이라는용어는대승경전에서나타나기시작한 것으로서, 자신의성불뿐만아니라타자의성불까지를바라는마음이 다. 즉보살의마음이며, 사홍서원이다. 까닭에보리심은대승불교 전반에걸쳐, 불도수행의전제, 내지는필수요소로서여겨져왔다. 그런데, 정토불교의근본경전인 무량수경 ∙ 관무량수경 ∙ 아미 타경 에서는보리심에관한입장이경전마다차이를보인다. 무량수 경 에서는극락왕생을위한필수요건으로서보리심이설해지고있는 데비해, 관무량수경 에서는극락왕생을위한여러선행중에하나로 서보리심이설해지며, 아미타경 에서는왕생행往生行으로서보리심 은언급되지않고칭명염불이강조되고있다. 한편, 호넨은범부중생의왕생행으로서칭명염불만이아미타불에 의해선취選取된것이고, 보리심은제선행諸善行과더불어선사選捨된 것이라고주장한다. 또 무량수경 이나 관무량수경 에서보리심에 대해설해진이유는염불의수승함을세우기위한방설傍說이며, 중생들 이얻는이익의측면에서도칭명염불이대리大利인데비해보리심 등의제행은소리小利라고주장한다. 이처럼호넨은종래일본불교에서불도의전제로여겨져왔던보리심 을선사選捨∙방설傍說∙소리小利로규정하고, 극락왕생을위해가장
중요한행인칭명염불의보조적방법으로위치시킨다. 말하자면, ‘탈보 리심脫菩提心의불교’를주장하고있다. 보리심을세우지않고도가능한 왕생구원의불교를제시함으로써일본불교의지평을크게확장시켰다 고할수있을것이다.
주제어 호넨, 보리심, 칭명염불, 탈보리심, 범부, 일본정토불교
일반적으로보리심菩提心(bodhi-citta)은깨닫고자하는마음으로이 해된다. 깨달음을최종목적으로하는것이불교라고할때, 보리심을 내는것(發菩提心)이야말로모든불교신행에앞서우선적으로갖추어 야할마음가짐인셈이다. 아미타불의본원에의지하여극락왕생과성불을도모하는정토불교 에서도보리심은매우중요하게설해진다. 이는정토불교의근간이라
고해야할법장비구의48원중제19원1과제35원2에서발보리심發菩提
心을왕생의요건으로제시하고있다는점만보아도알수있다. 그런데, 일본정토종의개조인호넨(法然)3은보리심에대해매우
1 불설무량수경佛說無量壽經 (T12, 268a), “設我得佛, 十方衆生發菩提心修諸功德, 至心發願欲生我國, 臨壽終時, 假令不與大衆圍遶現其人前者, 不取正覺.” 2 불설무량수경 (T12, 268c), “設我得佛, 十方無量不可思議諸佛世界, 其有女人聞我 名字, 歡喜信樂, 發菩提心, 厭惡女身, 壽終之後復爲女像者, 不取正覺.” 3 Web版新纂淨土宗大辭典 . 1133년현재의오카야마켄(岡山県) 구메군(久米郡) 구메난초(久米南町)에서태어나1212년교토의지온인(知恩院)에서입적하였다.
원광元光, 동점東漸, 혜성慧成, 홍각弘覺, 자교慈敎, 명조明照, 화순和順, 법이法爾 등8개의시호諡號와자광보살慈光菩薩, 화정존자華頂尊者, 통명국사通明國師등의 별호가상징하듯이일본의역사속에서크게존경받아온인물이다. 그는일본 정토종의개조이자가마쿠라신불교(鎌倉新仏教)의기수로서일본불교에큰전환을 불러온승려로평가된다. 호넨(法然)은방호房號이고휘는겐쿠源空로호넨보겐쿠
222 한마음연구제12집
흥미로운이해를제시한다. 즉, 보리심이왕생을위한필수조건이 될수없으며, 오직염불만이왕생을위한바른행업이라고주장한 것이다. 말하자면보리심이없어도되는불교가정토신앙이라고보는 것이다. 이러한호넨의보리심관菩提心觀은그의중심사상인전수염불 專修念佛과직결되고있음은두말할나위도없다. 앞에서언급한바와같이깨닫고자하는마음을내는것에서모든 불교신행이시작된다는불교일반의상식에서볼때호넨의주장은 쉽게납득하기어렵다. 그런이유에서일까. 일찍이일본의화엄종승려묘에明惠4는 최사륜 摧邪輪 5과 최사륜장엄기摧邪輪莊嚴記 6를저술하여호넨을강하게
(法然房源空)가정식승명이다. 호넨이전의일본불교가기본적으로교敎와행行 모두잡수雜修(다양한행법의겸행)적성격이었는데, 호넨은전수專修(한가지만행함) 를가르쳤다는점에서의미가크다. 가마쿠라이후의일본불교는전체적으로전수주 의專修主義인데, 이는호넨의영향으로평가된다. 또한호넨이전까지정토신앙은 다른가르침에부족적인신앙으로서여겨져왔지만호넨에의해비로소독립된 ‘종宗’으로발전한점도크게평가되기도한다. 호넨의행장에관한자세한내용은 伊藤唯真監修. 山本博子著(2005), 倉田百三(2010) 등을참조하기바란다.
4 Web版 新纂淨土宗大辭典 . 가마쿠라시대(鎌倉時代) 전기의승려로서묘에(明恵) 는방호房號이고, 휘는고벤(高弁)이며, 도가노오(栂尾)상인이라고도불린다. 일본 화엄종의승려로서화엄교학과밀교행법의융합에힘썼다. 또한1212년 최사륜 을 저술하여호넨의전수염불의입장을강하게비판하기도하였다. 5 정식명칭은 어일향전수종선택집중최사륜於一向専修宗選択集中摧邪輪 이다. 혼넨 의주저 선택본원염불집選擇本願念佛集 을비판하기위한저술로서, 총13가지의 과실을세워호넨을비판하고있다. 그내용은다음과같다. ①보리심을극락왕생의 행으로하지않은과실(菩提心不爲往生極樂行過), ②미타의본원중에보리심이
없다고하는과실(彌陀本願中無菩提心過), ③보리심을유상소리라고하는과실(菩提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23
비판하였다.7 특히, 호넨을비판하기위해묘에가제시한16가지의
心爲有上小利過), ④ 무량수경 에서보리심을설하지않는다고하고미타의일교지 주시一敎止住時에보리심이없다고하는과실, ⑤보리심이염불을억누른다고하는 과실(菩提心抑念佛過), ⑥성도문을군적에비유하는과실(聖道門譬群賊過), ⑦군적의 비유에서스스로의잘못을감추고있는과실(於群賊譬中隱自過失過), ⑧정토에삼악 취가있다고하는과실(淨土有三惡趣過), ⑨정토에서빠져서예토악취에떨어진다고 하는과실(從淨土沒墮穢土惡趣過), ⑩왕생종중에관불삼매와염불삼매를별체로 하는과실(執往生宗中觀佛三昧念佛三昧別體過), ⑪광명변조의경문을잘못해석하는 과실(謬解光明遍照之經文過), ⑫불과일체의공덕은명호의공덕에미치지못한다고 하는과실(佛果一切功德不及名號功德過), ⑬능립일종을이루지못한다고하는과실 (能立一宗不成過). 摧邪輪莊嚴記 (J8, 774A) “其十六者. 一以菩提心不爲往生極樂 行過. 二云彌陀本願中無菩提心過. 三以菩提心爲有上小利過. 四云雙觀經不説菩 提心并云彌陀一敎止住時無菩提心過. 五云菩提心抑念佛過. 六以聖道門譬群賊 過. 七於群賊譬中隱自過失過. 八云淨土有三惡趣過. 九云從淨土沒墮穢土惡趣過.
十執往生宗中觀佛三昧念佛三昧別體過. 十一謬解光明遍照之經文過. 十二云佛果 一切功德不及名號功德過. 十三能立一宗不成過.” 6 1212년저술된 최사륜 을보완할목적으로이듬해1213년에저술된본서는 최사 륜 에서제기한13가지의과실에더해3가지과실이추가되고있다. 그내용은 다음과같다. ①섭취불사의명의를잘못해석하는과실(謬解攝取不捨名義過), ②염 불을본원이라고하고 관경 의설불설을잘못해석하는과실(念佛名本願而謬解觀經 説不説過), ③십성십념의뜻을잘못해석하는과실(謬解十聲十念義過). 摧邪輪莊嚴 記 (J8, 774A) “(已上十三種過失中初六過本輪中立大段破之後七過因義便散破之 臨文可見) 今此記中加三種者, 謂一謬解攝取不捨名義過. 二以念佛名本願而謬解 觀經説不説過. 三謬解十聲十念義過也. 加此爲十六過失也.” 7 호넨사후에제기된이러한묘에의비판은이후호넨문도들에게는마땅히응답해야 할숙제와도같았다. 예를들면, 정토진종의조사신란(親鸞, 1173-1263)이주저인 교행신증敎行信證 (정식명칭 현정토진실교행신증문류顕浄土真実教行証文類 )을저술 한중요계기의하나로묘에의비판에대한응답이지적되기도한다. 또정토종 제3조료추(良忠, 1199-1287)의제자였던도코(道光, 1243-1330)는 신부선택보은
224 한마음연구제12집
과실過失중에서5가지가보리심관에대한비판에집중되고있을만큼, 호넨의보리심관은당시일본불교계에서받아들여지기어려운이단적
오해와도같은것이었다.8
그렇다면, 호넨에게보리심은구체적으로무엇이고, 또그근거는 무엇일까? 주지하다시피호넨은일본정토종의종조로서일본정토불교의성립 과전개에가장큰영향을미친인물이다. 또현재일본전국의약 8만여개의사찰중에약3만여개에이르는사찰이그의영향을받은 정토계9 종단소속이라는점만보더라도일본불교전체에서그의영향
은실로대단한것이다. 따라서호넨의보리심관을이해하는것은 호넨정토사상의이해라는1차적의미를넘어일본불교의전체상을 파악하는데도중요한의미를가진다고할수있다. 이상의문제의식에기반하여이글에서는보리심菩提心이라는대승 불교공통의중심개념을통해호넨정토불교의특징적양상을이해해 보고자한다. 이를위해이글에서는먼저보리심이구체적으로어떻게 정의되는지와대승교학에서차지하는의미에대하여살펴본다. 이후 정토경전에서보리심이어떻게설해지고있는지를알아보고, 호넨이 말하는보리심의특징과근거는무엇인지에대하여고찰하고자한다.
집新扶選択報恩集 을저술하여묘에의비판이부당함을역설하고있다. 8 묘에의호넨비판에대한논리나배경, 의미등에대한자세한검토는高橋弘次 (1994), 熊田健二(1995), 有馬晃(2013), 釈徹宗(2022) 등을참고하기바란다. 9 文化庁(2022), 66-79.
1. 보리심의개념
II. 보리심의개념과정토경전의보리심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25
보리심은산스크리트bodhi-citta의역어이다. 도심道心, 도의道意
도념道念, 각의覺意라고도하며, 무상도심無上道心, 무상도의無上道意
로도번역된다. 깨달음(bodhi)을구하는마음(citta), 곧깨달음을얻고
싶다는마음을의미한다.10
그런데흥미로운사실은산스크리트bodhi-citta에해당하는팔리어
가없다는점이다. 물론원시경전에서도‘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
三藐三菩提를향해마음을발發한다’라는식의문장은발견되지만, bod- hi(菩提)와citta(마음)의합성인bodhicitta는대승경전에서주로사용 되기시작한용어라는것이다. 즉, 보리심이란용어는대승불교고유의 용어로서그만큼대승특유의사상을내포하며, 대승의실천덕목의 중심이되는의미로서중시되고있다.11 특히, 대승불교의근간이라
해야할보살의마음을지칭한다. 보살이란기본적으로‘깨달음을 구하는중생’, 내지는‘장차반드시부처를이루고자서원한중생’이라는 의미이므로, ‘발보리심자發菩提心者’가곧보살인것이다.
그리고보리심을낸다는의미의발보리심發菩提心은줄여서발심發心
이라고도한다. 그런데발보리심을보리심과구분하는경우도있지만, 대지도론大智度論 에서“보살이처음발심하여무상도無上道를연緣하
10 岩波仏教大辞典 第2版(2002), 924. 11 田上太秀(1981), 127.
226 한마음연구제12집
고, 내마땅히부처를이루리라고하는것을일러보리심이라고한다.”12
라고하는것처럼, 보리심에발심의의미가포함된것으로보기도
한다.13
보리심이보살의마음을지칭한다고할때, 여기에는자리自利적 측면과이타利他적측면이병존함을알수있다. 자리적측면이란 스스로가부처를이루고자하는마음곧상구보리上求菩提의서원이며, 이타적측면은타자의성불을돕고자하는마음곧하화중생下化衆生의 서원인것이다. 이러한보살의보리심을좀더구체적으로나타낸
것이사홍서원四弘誓願이기도하다.14
또보리심은보살의수행계위에따라설명되기도한다. 이른바
오종보리五種菩提15의첫번째가발심보리發心菩提인데, 이는10신信16
12 대지도론 41(T25, 362c), “菩薩初發心縁無上道. 我當作佛是名菩提心.” 13 Web版新纂淨土宗大辭典 , <http://jodoshuzensho.jp/daijiten/index.php/%E 8%8F%A9%E6%8F%90%E5%BF%83>. 14 佛敎大辭典(龍谷大學編纂) , 4180-4181, ⓐ중생무변서원도衆生無邊誓願度, ⓑ번
뇌무진서원단煩惱無盡誓願斷, ⓒ법문무량서원학法問無量誓願學, ⓓ불도무상서원 성佛道無上誓願成에서ⓐ는이타적측면, 나머지는자리적측면이라고할수있을 것이다.
15 ①발심보리發心菩提, ②복심보리伏心菩提, ③명심보리明心菩提, ④출리보리出到菩 提, ⑤무상보리無上菩提가그것이다. 대지도론 53권에설해진내용인데, 보살의 계위에따라도달하는지혜(=보리)의내용이설명되고있다. 대지도론 53(T25
438), “復有五種菩提. 一者名發心菩提. 於無量生死中發心爲阿耨多羅三藐三菩提 故. 名爲菩提. 此因中説果二者名伏心菩提. 折諸煩惱降伏其心. 行諸波羅蜜. 三者 名明菩提. 觀三世諸法. 本末總相別相分別籌量. 得諸法實相畢竟清淨. 所謂般若 波羅蜜相. 四者名出到菩提. 於般若波羅蜜中得方便力故. 亦不著般若波羅蜜. 滅 一切煩惱. 見一切十方諸佛. 得無生法忍. 出三界到薩婆若. 五者名無上菩提. 坐道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27
의보살이무량생사속에서도무상보리를위해대심大心을내는것을 의미한다. 말하자면, 보리심이10가지로세분되어설명됨은물론, 보살이성불 로나아감에있어서반드시거쳐야하는단계의지위를확보하고있는 것이다. 더불어10신→10주十住→10행十行→10회향十廻向→ 10지十地→등각等覺→묘각妙覺의단계로점차나아가는것인만큼
보살의보리심은10신에서멈추지않고단계의진전에따라더욱심화∙
확장∙완성되어가는체계로설명된다고할수있다.17
한편밀교계논서인 보리심론菩提心論 18에서는보리심을행원行願
∙승의勝義∙삼마지三摩地의3가지로분류한다.19 첫번째행원보리심이 란대비행원大悲行願의의미인데, 동체대비심으로일체중생을남김없 이구제하겠다는서원을세우고그것을실천하는것을말한다. 곧 하화중생下化衆生의뜻이다.
場斷煩惱習. 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16 여기서10신은①신심信心, ②염심念心, ③정진심精進心, ④혜심慧心, ⑤정심定心, ⑥불퇴심不退心, ⑦회향심回向心, ⑧호심護心, ⑨계심戒心, ⑩원심願心이다. 17 田上太秀(1970), 97-98. 아울러보살이계위를한단계씩성취하고, 다음단계로 나아갈때마다거듭발심이필요하다. 그러한점에서보리심은10신에서묘각에 이르는모든과정에서필수적인요소라고할수있다.
18 岩波仏教大辞典 , 924. 정식명칭은 금강정유가중발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론金
剛頂瑜伽中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論 으로, 발보리심론發菩提心論 이라고도한다. 용맹龍猛의저술로서불공不空에의해번역되었다고하나명확하지않다. 즉신성불 이나삼종보리심은물론밀교독자의삼밀행三密行, 오상성신관五相成身觀에대해 설명되어있다.
19 織田佛敎大辭典 , 1631.
228 한마음연구제12집
두번째승의보리심이란대지혜로써제법은중연衆緣의화합으로 생기하는것으로무자성이며공임을여실히알고, 전도의망상에서 벗어난수승한깨침을구하는마음이다. 곧상구보리의마음이다. 세번째삼마지보리심은위의2가지보리심이대승일반의보리심인 데비해오직밀교만의보리심이다. 삼마지는마음을하나의대상에 전주傳注하여그것과무이무별無二無別의경지에머무르는것을말한 다. 그러한경지속에서진언승眞言乘에있어서항상활동하고있는 우주의생명체와합일하는임운무작任運無作의비밀유가秘密瑜伽를
수성修成하는것을말한다. 또이를삼마지법三摩地法이라고도한다.20
이외에도 대승기신론 에서는발심을신성취발심信成就發心, 해행
발심解行發心, 증발심證發心으로나누어설명21하고, 천태지의天台智顗 는장藏∙통通∙별別∙원圓의사교四敎각각에대응하여사종보리심四種
菩提心을설명한다. 더불어중생과부처는불일불이不一不異로서, 부처 와중생간의감응도교感應道交를통해비로소중생에게보리심이성립 한다는이른바감응발심感應發心으로서보리심의발현원리를설명하
기도한다.22
이상과같이보리심은대승불교고유의용어로서, 특히대승불교가 지향하는이상적인간으로서의보살이지니는마음으로이해되고있 다. 까닭에화엄, 천태, 밀교등에이르기까지대승불교전반에걸쳐
20 酒井紫朗(1947), 8-13. 21 대승기신론 1(T32, 580b), “略説發心有三種. 云何爲三. 一者信成就發心. 二者解 行發心. 三者證發心.” 22 山野俊郎(1991), 13-29.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29
보리심은중심개념으로서각각의교학적배경에따라다양하게해석되 며23 그의미가더욱심화∙확장되고있음이확인된다. 그것은정토불교 역시예외는아니다.
2. 정토경전의보리심
주지하다시피정토불교의근본경전은 무량수경無量壽經 , 관무량
수경觀無量壽經 , 아미타경阿彌陀經 의이른바‘정토삼부경淨土三部
經’이다.24
이중에우선 무량수경 에는아미타불의전신인법장비구에대해 “그때국왕이있어, (세자재왕)부처님의설법을듣고마음에기쁨을 품고, (세자재왕부처님을) 찾아무상정진無上正眞의보리심(道意)을
내어, 나라를버리고왕위를내어놓고, 사문이되었으니이름을법장法
藏이라고한다”25라고설한다. 여기서보리심즉도의道意는<국왕> →<법장비구> →<아미타불>이되는시발점으로여겨짐을알수있다. 또 무량수경 하권에서는극락에왕생하는세종류의중생들인삼배 三輩에대해설명하는데, “그러므로아난아, 이세상에아미타불을
23 田上太秀(1965), 162-172. 다가미다이슈田上太秀는여래장∙불성사상계통, 유식사 상계통, 중관사상계통의3가지계통으로분류하여각각의보리심을논구하고 있기도하다. 24 정토삼부경각각에대한이본異本, 형성, 유통등에관한자세한내용은2007년 발표된후지타코다츠藤田宏達의 浄土三部経の研究 를참조하기바란다. 25 불설무량수경 卷上(T12, 267a), “時有國王, 聞佛說法心懷悅, 豫尋發無上正眞道 意, 棄國捐王, 行作沙門, 號曰法藏.”
230 한마음연구제12집
친견하고자원하는사람은마땅히위없는보리심을내어공덕을닦고 그나라에태어나기를원해야하느니라.”26라고하여극락에태어나고 자하는삼배모두가발보리심을내고공덕을닦을것을말한다. 한편, 관무량수경 에서는극락왕생을원하는사람이정업正業으로 써닦아야할삼복三福27을설하고있는데, 그중에세번째인행복行福의
하나가발보리심發菩提心이라고설한다.28
그런데, 무량수경 과 관무량수경 은모두극락에왕생을원하는 정토행자의마음으로써이와같이보리심을말하지만, 그의미하는 바에는약간의간극이보인다.
경전
삼배
무량수경
왕생자의 양상과 왕생행 상배上輩: 출가, 발무상보리지심發無上菩提之⼼, 일향전념무 량수불⼀向專念無量壽佛, 제공덕 중배中輩: 발무상보리지심, 일향전념무량수불⼀向專念無量壽 佛, 제선행(지계, 조탑, 조상, 공양사문등), 회향원생廻向願生 하배下輩: 발무상보리지심, 일향전의내지십념⼀向專意乃⾄⼗ 念
26 불설무량수경 卷下(T12, 272b), “是故阿難. 其有衆生. 欲於今世見無量壽佛. 應發 無上菩提之心. 修行功徳願生彼國.” 27 삼복의내용은다음과같다. ①世福: 孝養父母∙奉事師長∙慈悲不殺∙修十善業
②戒福: 受持三歸∙具足衆戒∙不犯威儀. ③行福: 發菩提心∙深信因果∙讀誦大乘∙
勸進行者 28 불설관무량수경 (T12, 341c), “欲生彼國者. 當修三福. 一者孝養父母. 奉事師長. 慈心不殺. 修十善業. 二者受持三歸. 具足衆戒. 不犯威儀. 三者發菩提心. 深信因 果. 讀誦大乘. 勸進行者. 如此三事名爲淨業.”
삼복
관무량수경
세복世福: 효양부모孝養父母, 봉사사장奉事師長, 자심불살
慈心不殺, 수십선업修十善業 계복戒福: 수지삼귀受持三歸, 구족중계具足衆戒, 불범위의 不犯威儀 행복行福: 발보리심發菩提⼼, 심신인과深信因果, 독송대승讀 誦大乘, 권진행자勸進行者
<표. 삼배와삼복>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31
<표>에서와같이 무량수경 의경우발무상보리지심發無上菩提之心
은상∙중∙하삼배의왕생에있어서공통으로요청되는기본적인요소임
을알수있다.29
그런데, 관무량수경 에서는보리심을왕생의공통적요소라기보다 는효양부모, 봉사사장, 구족중계, 신심인과, 독송대승등과더불어 삼복의여러행과동등한지위로설한다. 다시말해, 여러선행(諸行) 중의하나로서언급되고있을뿐이다. 즉, 무량수경 에서설하는 보리심의의미보다는상대적으로경시輕視되고있다고할수있는 것이다. 한편, 아미타경 에서는보리심에대한직접적인언급은물론, 발심, 도심, 도의등의유사어도전혀발견되지않는다.30 이는적어도 아미타
29 法然上人著∙釋道實譯(1991), 참조, 물론호넨은이에대한다른입장을취한다. 자세히는다음장에서살펴보자. 30 한편, ‘응당발원원생피국應當發願願生彼國’이라고하여마땅히극락정토에태어나
기를발원해야한다는내용은3회발견된다. 후술하는바와같이이러한원생심願生 心이정토불교의보리심이라고도할수있다. 그렇다면 아미타경 에서보리심을 다른이름으로사용하고있다고해야옳을것이다. 그러나원생심에해당하는 언급들이정토삼부경모두에서발견되는데비해, 보리심이라는표현이발견되는
232 한마음연구제12집
경 은보리심이왕생의중심요건이라고보지않는다는것을암시한다 고하겠다. 이처럼정토삼부경에서는아미타불의극락정토와왕생에관해모두 설하지만, 보리심에대해서는각각의경전에따라<중시- 무량수경 >, <경시- 관무량수경 >, <무시- 아미타경 >의입장이엿보인다고할 수있다.
III. 호넨(法然)의보리심관
호넨정토불교의핵심은전수염불專修念佛이라해도좋을것이다. 아미타불의극락세계에왕생하기위해다른행을하지않고, 오로지 ‘나무아미타불’이라고명호를소리내어칭명稱名한다는것이다. 말법 시대의범부로서행하기어려운자력의제행諸行을버리고, 누구나 쉽게할수있는칭명염불이야말로아미타불의본원에부합하는것으로 서극락왕생의정정업正定業31이라고보기때문이다.
무량수경 과 관무량수경 의경우그의미하는바가다르고, 아미타경 에는 그러한표현조차없다는점은결코간과할수없는차이라고하겠다. 31 정정업正定業이란극락왕생이바르게정해진행, 혹은아미타불에의해바르게 정해진행을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칭명염불을가리킨다. 정정업의상대어는
조업助業인데, 이는칭명염불을돕는행이다. 이러한구분은기본적으로선도善導 (613-681)의해석을따르는것이다. 선도는 관경소 에서왕생행을정행正行과
잡행雜行으로대별하고, 정행은정토삼부경에행해진독송, 관찰, 예배, 구칭, 찬탄공양의이른바5종정행을말하며, 나머지가잡행이라고한다. 또5종정행 중에서도칭명염불만이정정업正定業이며, 나머지조업助業이라고규정한다.
1. 선사選捨인보리심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33
호넨은보리심역시말법시대범부가지니고행하기어려운제행의
하나로본다. 그리고이러한그의입장은주저 선택본원염불집選擇本
願念佛集 (이하‘ 선택집 ’)32의여러곳에서확인된다. 우선 선택집 의「 염불왕생본원장念佛往生本願章」 에언급된보리심 을보자. 무량수경 에서설한제18 염불왕생원念佛往生願에서법장비 구는중생의극락왕생을위한행으로서내지십념乃至十念의칭명염불 만을제시한다. 그이유를설명하며보리심이언급되고있다.
혹은보시로써왕생의행으로삼는국토도있고, 혹은지계로써 왕생의행으로삼는국토도있고, 혹은인욕으로써왕생의행으로 삼는국토도있고, … 혹은보리심으로써왕생의행으로삼는국토도 있고, … 혹은탑세우고, 불상을조성하거나, 사문에공양하거나, 부모를효양하거나, 사장師長을봉사奉事하는등등의다양한행을 왕생의행으로삼는국토등, 혹은오로지칭명염불을왕생의행으로
32 2권16장으로이루어진본서는정토삼부경이나선도등의정토논사들의저작을
인용하고, 호넨의사석私釋을붙이는형식의논서이다. 성정이문교판聖淨二門敎判 을시작으로정잡이행正雜二行, 칭명염불稱名念佛의선취選取, 삼배염불왕생, 염불 이익, 지성심∙심심∙회향발원심의삼심三心, 사수四修, 육방제불의호념등을논함 으로써, 정토문의당위와선택사상, 전수염불의중요성등을피력하고있다.
이글에서는일본정토종의공식사이트에서제공되고있는<정토종전서텍스트 데이터베이스淨土宗全書テキストデータベース>를활용한다. http://jodoshuzens ho.jp/jozensearch, post/index.html
234 한마음연구제12집
삼는국토도있다. … 이와같이왕생의행은다양하고같지않아 모두말할수없다. 즉보시, 지계내지부모를효양하는등의제행諸行을 가려버리고(選捨) 오로지명호를부르는것을가려취한(選取) 까닭에
선택選擇이라고한다.33
인용문에서처럼보시, 지계, 인욕, 보리심, 조탑등의제행을왕생행 으로삼고있는불국토중에서, 아미타불이부처님의명호를오로지 칭명하는것을왕생행으로삼는불국토를가려취해(選取) 건설한 것이극락이라는설명이다. 여기서보리심은보시, 지계등의제행의 하나로서아미타불에의해가려버려진것(選捨)으로구분된다. 앞장에서살펴보았듯이대승불교일반에서보리심은버려서는안 될필수적인불도수행의요건이었다. 특히보살의52위에서도확인되 는것처럼, 불도실현의시작이자완성이곧보리심으로간주되는 것과는사뭇다른입장이다. 이처럼제행중에서도‘칭명염불’만을아미타불이왕생행으로선취 하였다고보는또다른근거로서호넨은 관무량수경 에서석존이 아난에게다른제행이아니라무량수불의이름을지닐것34을부촉하였 다는점을든다. 그리고다음과같이말한다.
33 선택집 (J7, 19A), “第十八念佛往生願者於彼諸佛土中或有以布施爲往生行之土. 或有以持戒爲往生行之土. 或有以忍辱爲往生行之土… 或有以菩提心爲往生行之 土… 或有以起立塔像飯食沙門及以孝養父母奉事師長等種種之行各爲往生行之 國土等. 或有專稱其國佛名爲往生行之土. … 如是往生之行種種不同. 不可具述 也. 即今選捨前布施持戒乃至孝養父母等諸行, 而選取專稱佛號故云選擇也.” 34 불설관무량수경 (T12, 346b), “佛告阿難. 汝好持是語. 持是語者即是持無量壽佛名.”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35
마땅히알라, 부처님은앞에서사람들의근기에따라잠시정산定散
의법문을여셨지만, 스스로의뜻을따라뒤에돌아와정산의법문을 닫으셨다. 한번여신이후에영원히닫지않은문은오직염불이라는 한법문뿐이다. 이마타불의서원도석존이부촉하신뜻도여기에
있는것이다.35
즉, 석존은 관무량수경 에서중생의근기에맞추어여러관법인 정선定善과보리심이포함된삼복三福의산선散善36을앞에서설하지만, 결국뒤에서보리심등의제행이아닌칭명염불을아난에게부촉함으로 써그본의를드러냈다는주장이다. 또 선택집 제5장에서는염불의이익에대해설명하는데, “ 무량수 경 말미에서부처님께서미륵에게칭명염불만을들어큰이익을얻고 곧바로무상공덕無上功德을구족한다.”37고설명함을들고있다. 여기 서도호넨은보리심등의공덕이아니라염불만을선택하여그공덕을 설하고있다고보는것이다. 이처럼호넨은보리심을왕생의제행중하나로서인정하면서도
35 선택집 (J7, 63A), “當知, 隨佗之前雖蹔開定散門, 隨自之後還閉定散門. 一開以後 永不閉者, 唯是念佛一門. 彌陀本願釋尊付屬意在此矣.” 36 Web版 新纂浄土宗大辞典 , 관무량수경 에서설해진16관법중에제1 일상관에 서제13 잡상관은마음을하나의대상에집중하여망념을누르고실천하는선善이 므로정선定善이라고하고, 상품상생에서하품하생까지의구품九品과삼복三福은 마음이외부의사상事象에접하여산란한상태이지만악惡을누르고실천하는 선善이므로산선散善이라고한다. 37 불설무량수경 卷下(T12, 279a), “佛語彌勒. 其有得聞彼佛名號. 歡喜踊躍乃至一 念. 當知此人爲得大利. 則是具足無上功徳.”
236 한마음연구제12집
염불이아미타불에의해선취選取된왕생행인데비해, 보리심은상대적
2. 방설傍說인보리심
으로선사選捨된것으로여기고있다.
그렇다면, 아미타불은보리심을왜설한것일까? 처음부터염불만을 왕생행으로설하면될것인데말이다. 이에대한호넨의견해는 선택집 의「
삼배염불왕생장三輩念佛往生
章」 에서잘드러난다. 본장은 무량수경 에설한삼배왕생에대해 보리심등의제행과염불의대비로써해설하는것인데, 여기서호넨은 보리심을포함한제행은버리고(廢捨) 염불을세우기(立) 위해설한 것이고, 제행은왕생의조업助業인데비해염불은정업正業이며, 또 제행은방편으로설한방설傍說이고, 염불이아미타불의정의正意라고 설명하고있다.
묻기를, 삼종의구별가운데상배上輩에관한문文에는염불이외에 집을버리고욕심을버리는등의여행余行이있고, 중배中輩에관한 문文에는당탑을건립하거나불상을조성하는등의여행이있고, 하배 下輩에관한문에는보리심등의여행이있다. 그런데어찌하여오직 염불만하여왕생한다고하는가? 답하기를, 선도화상이 관념법문觀念法門 에서 무량수경 하권의 처음부분을인용하여말하기를, 부처님은모든중생이능력과소질이 각각다르기에상중하세가지의근기에맞추어설하였지만, 부처님은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37
모두에게오로지아미타불의명호를염하라고권하고, 그사람의 임종시에아미타부처님과성중들이내영來迎하여모두왕생한다고 설하고있다. 이와같이선도의주석에의하면삼배는모두염불에 의해서만왕생할수있다고한다. 묻기를, 그러나이설명만으로는의문이풀리지않는다. 왜다른 제행을버리고오로지염불만하라고했단말인가? 답하기를, 여기에는세가지뜻이있다. 첫째는다른행을버리고 염불만을하게하기위해제행을설한것이고, 둘째는염불을돕기 위해제행을설한것이고, 셋째는염불과제행의이문二門을요약하여
각각삼종의구별이성립하도록하기위해제행을설한것이다.38
인용문에서처럼자문자답의형식이지만, 같은질문을두번하고 있는것에서도엿보이듯이염불만을행해야한다는주장을강조하면서 도그이유가독자에게쉽게이해되지않을수있다는호넨의염려가 느껴진다. 여기서호넨은삼배의왕생에서염불만이강조된다는근거로서우선 선도의해석을언급한다. 즉, 무량수경 의삼배에대한설명에보리심
38 선택집 (J7, 25A), “私問曰, 上輩文中念佛之外亦有捨家棄欲等餘行. 中輩文中亦 有起立塔像等餘行. 下輩文中亦有菩提心等餘行. 何故唯云念佛往生乎. 答曰, 善 導和尚觀念法門云又此經下卷初云, 佛説一切衆生根性不同, 有上中下隨其根性, 佛皆勸專念無量壽佛名. 其人命欲終時佛與聖衆自來迎接盡得往生. 依此釋意三 輩倶云念佛往生也. 問曰, 此釋未遮前難. 何棄餘行唯云念佛乎. 答曰, 此有三意.
一爲廢諸行歸於念佛而説諸行也. 二爲助成念佛而説諸行也. 三約念佛諸行二門 各爲立三品而説諸行也.”
238 한마음연구제12집
등의제행諸行이설해지고는있지만, 앞서본바와같이무량수불의 본원의취지를미루어볼때, 결국보리심등의제행은버리고(廢捨), 삼배모두에게“그저오로지무량수불을염한다(一向專念無量壽佛).”는 칭명염불만이강조되었다고보는것이다. 그런데앞장에서확인한바와같이 무량수경 의경문經文에서는 ‘발무상보리지심發無上菩提之心’이라는어휘가삼배의설명모두에게 서발견된다. 오히려칭명염불을직접지칭하는것은하배下輩의설명에 만나오는‘일향전의내지십념一向專意乃至十念’뿐이다. 그럼에도선도와호넨은상배와중배의설명에서반복되는‘일향전념 무량수불一向專念無量壽佛’까지아미타불의명호에대한칭명염불로 규정하여, 삼배모두에게공통적으로요청되는왕생행으로여긴다. 여기서한가지문제로제기될수있는것이경문에서는분명무량수 불을‘염念’한다고하였는데, 그것이소리내는것즉‘성聲’과같다고 할수있는가하는문제이다. 호넨이전수염불을주장하는가장큰 근거인제18원에서도‘내지십념乃至十念’이라고되어있을뿐, 소리 내어명호를외운다는의미인‘십칭十稱’이나‘십성十聲’ 등의표현은 없다. 이에대해호넨은다음과같이설명한다.
묻기를 무량수경 에서십념十念이라하는데, 선도의해석에는십 성十聲이라한다. 염과성의뜻은어떠한가? 답하기를염과성은하나이다(念聲是一). 왜냐하면 관무량수경 의 하품하생下品下生에서이르기를“소리내어멈추지않고열번나무아미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39
타불이라고부르라. 부처님의명호를부르는까닭에그염염속에서 팔십억겁의생사의죄가없어진다.”라고하였다. 지금이문장에서
성聲은곧염念이고, 염이곧성이라는뜻은명확한것이다.39
인용문에서처럼호넨은 관무량수경 의사례를통해‘염念’이곧 ‘성聲’임을말한다.40 이러한이해를바탕으로호넨은하배는물론상배 와중배의왕생에서도‘그저오로지칭명염불(一向專念)’을할것이 공통으로설해진다고보는것이다. 이상과같이보리심이왕생행의하나로경전에설한이유는염불을 돕는것, 혹은왕생행으로써염불의수승함을비교강조하기위해 방편으로설한방설傍說이라는것이호넨의입장이다. 이러한호넨의입장은염불을통해중생이얻을수있는‘이익利益’이 라는측면에서도강조된다.
3. 소리小利인보리심
우선호넨은 선택집 의「 염불부촉장念佛付屬章」 에서제종諸宗에서 말하는보리심에대해다음과같이말하고있다.
39 선택집 (J7, 22A), “問曰經云十念. 釋云十聲. 念聲之義如何. 答曰念聲是一. 何以 得知. 觀經下品下生云令聲不絶具足十念稱南無阿彌陀佛. 稱佛名故於念念中除 八十億劫生死之罪. 今依此文聲即是念念即是聲其意明矣.” 40 호넨의‘염성시일念聲是一’에관한자세한내용은袴谷憲昭(1999); 飯田真宏(2016) 등을참고하기바란다.
240 한마음연구제12집
발보리심은제사諸師의뜻이같지않다. 천태에는사교보리심四敎菩
提心이있는데, 장∙통∙별∙원이그것으로자세히는 마하지관 에설한 것과같다. 진언에도삼종보리심三種菩提心이있는데, 행원∙승의∙삼 마지가그것으로자세히는 보리심론 에설한것과같다. 화엄에도 역시보리심이있는데, 보리심의 및 유심안락도 등의설이그것이
다. 삼론과법상에도각각보리심이있고, 구체적으로는각종의장소章
疏등에서설한내용과같다. 또한선도가해석한보리심도있는데, 자세히는 관경소 에설명되어있다. 이와같이발보리심이라는말은 하나이지만각각의가르침에따라그뜻은다르다. 까닭에보리심이라 는일구一句는많은경전에서설명되고있다. 가르침이명료해누구나 이해할수있는현교顯敎라든가, 그뜻이심오하여쉽게알기어려운 밀교까지도보리심을설하고있다. 이러한것이의미하는것은깊고 넓기때문에알맞은말로표현해보려고생각해도너무도막연하여 진의를파악하기는어렵다. 원컨대, 불도의여러행을닦는자는보리심 에대해하나의견해에사로잡혀다른많은견해를부정해서는안 된다. 왕생을구하는사람은자신이믿는가르침의보리심을일으켜야 한다. 비록다른여러행을하지않더라도보리심만으로왕생의업이
되는것이다.41
41 선택집 (J7, 57A), “發菩提心者諸師意不同也. 天台即有四敎菩提心. 謂藏通別圓 是也. 具如止觀説. 眞言即有三種菩提心. 謂行願勝義三摩地是也. 具如菩提心論 説. 華嚴亦有菩提心. 如彼菩提心義及遊心安樂道等説. 三論法相各有菩提心. 具 如彼宗章疏等説. 又有善導所釋菩提心具如疏述. 發菩提心其言雖一. 各隨其宗其 義不同. 然則菩提心之一句廣亘諸經. 徧該顯密. 意氣博遠詮測沖邈. 願諸行者莫 執一遮萬. 諸求往生之人各須發自宗菩提心. 縱令無餘行以菩提心爲往生業也.”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41
인용문은 관무량수경 에서설한삼복三福중에행복行福의하나인 발보리심42에대한호넨의해설이다. 호넨은천태∙진언∙화엄∙삼론∙법 상등에서각각보리심을설하지만, 그구체적인내용은각종이다르다 고언급한다. 그리고정토불교역시나름의보리심이있다고하고, 또보리심에대한하나의견해에집착하여다른견해를부정하면안 된다고한다. 게다가왕생을원하는사람이각자의가르침에따른 보리심을발한다면, 다른행이없다할지라도왕생의업이된다고까지 설명한다. 여기서우리는앞절에서확인한보리심의선사選捨혹은폐사廢捨라 는의미가보리심자체의100% 부정이아니었음을알수있다. 즉, 제종에서나름의가르침에따라설하는발보리심역시하나의왕생행으 로서인정된다는것이다. 말하자면, 왕생의정정업正定業인칭명염불 에비해상대적으로효능이작기는(小利) 하지만발보리심도왕생행이 긴한것이다. 이에대해호넨은 선택집 「 염불이익장念佛利益章」 에서다음과같 이말한다.
묻기를, 삼배의문장에따르면염불이외에도보리심등의공덕을 들고있다. 어찌하여그공덕들은찬탄하지않고단지염불의공덕만을 찬탄하는가? 답하기를, … 이러한큰이익(大利)은작은이익(小利)에상대되는 말이다. 그렇기때문에보리심등의제행은소리小利이고, 내지일념은
42 전게<표> 참조.
242 한마음연구제12집
대리大利이다. 또무상공덕이란유상공덕에상대되는말이다. (보리심 등의) 여행餘行은유상공덕을이루고, 염불은무상공덕을이룬다. … 그러한까닭에왕생을구하는사람이어찌무상대리無上大利의
염불을버리고유상소리有上小利의여행을억지로닦겠는가.43
왕생에있어서염불은무상대리이고상대적으로보리심등의제행은 유상소리인데억지로염불을버리고보리심등의제행을행할이유가 없다는설명이다.
4. 원생심願生心과보리심
선택집 이외의호넨저술에서는 선택집 에서설명하지않은또 다른보리심에대한언급이있다. 곧정토불교의보리심이다. 우선 화어등록和語燈錄 에서상품上品왕생에대한설명에언급되고 있는내용을보자.
보리심은제종각각의뜻이같지않다. 정토종의(보리심의) 뜻은
정토에태어나고자원하는것을보리심이라고한다.44
43 선택집 (J7, 29A-30A), “私問, 曰準上三輩文, 念佛之外擧菩提心等功德, 何不歎彼 等功德, 唯獨讚念佛功德乎. 答曰… 此大利者是對小利之言也. 然則以菩提心等諸 行而爲小利. 以乃至一念而爲大利也. 又無上功德者是對有上之言也. 以餘行而爲 有上. 以念佛而爲無上也. … 然則諸願求往生之人. 何廢無上大利念佛強修有上小 利餘行乎.” 44 화어등록和語燈錄 卷一(J9, 479A), “菩提心は諸宗をのをの其意へ同じからず.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43
또 한어등록漢語燈錄 에서삼복三福중의발보리심을해설하면서 다음과같이말한다.
발보리심이란, ‘보리菩提’는즉불과佛果의이름이고‘심心’은중생이 능히이를구하려는마음이다. … 지금정토종의보리심이란우선 정토에왕생하고, 일체중생을제도하며, 일체의번뇌를끊고, 일체의
법문을깨달으며, 무상보리를증득하려고하는마음이다.45
이처럼호넨은각각의종파에따라보리심의의미가다름을전제로 정토종의보리심을‘정토에태어나고자하는마음’으로규정한다. 곧 원생심願生心이정토불교의보리심이라는것이다. 그런데그원생심은 단순한위락원생심爲樂願生心이아니다.46 정토에왕생을이룬후에
보살도의사홍서원을행하고증득하는과정까지를포함한다. 호넨이 말하는선도의보리심에대한해석역시“먼저정토에태어나보살의 대서원을만족하고, 후에생사로돌아와널리중생을제도하고자하는 것, 이를보리심이라고한다.”47라는것이어서같은맥락이다. 그런데이러한설명은삼심三心의하나인회향발원심廻向發願心의
淨土宗の意は. 淨土にむまれんとねかふを菩提心といふ.” 45 한어등록漢語燈錄 卷七(J9, 392A), “發菩提心者菩提即是佛果之名心是衆生能求 之心.<중략>今淨土宗菩提心者, 欲先往生淨土, 而度一切衆生斷一切煩惱悟一切 法門證無上菩提之心也.” 46 小池秀章(2000), 106. 47 한어등록 卷七(J9, 393B), “導師意, 欲自先生淨土, 滿足菩薩大悲願行, 而後還入 生死, 遍度衆生, 即以此心名菩提心也.”
244 한마음연구제12집
설명구조와상통함을알수있다. 주지하듯이삼심은정토행자가가져야할세가지종류의마음가짐으 로서지성심至誠心, 심심深心, 회향발원심廻向發願心이다. 여기서회향 발원심은왕상往相과환상還相의2가지측면으로세분된다. 즉, 모든 공덕을돌려정토에태어나고자원하는것을왕상회향이라고하고, 왕생을이룬이후에다시생사로돌아와중생을제도하고자하는마음을
환상회향이라고하는것이다.48
이처럼호넨은정토불교의보리심에대해극락에태어나고자하는 원생심願生心이라고규정하면서도, 왕생이후에보살도의실현이라는 측면까지를포섭한개념으로설명한다. 그리고그러한설명의구도는 회향발원심의그것과일치한다. 그런데여기서주의깊게살펴야할점은호넨이정토불교의보리심을 이상과같이설명하면서도그것이왕생의전제라거나, 필수적인요소
5. 범부와보리심
라는식으로말하지않는다는것이다.
호넨의정토불교를이해하기위한출발점은역시삼학비기三學非器
의자각이라고해도좋을것이다. 왜냐하면, 천태종의승려로서제종의 교학과수행을섭렵하였던호넨이정토불교로회심回心한것은바로
스스로가계∙정∙혜삼학을닦아불도를이룰수없는우치범부愚痴凡夫
48 김춘호(법우)(2021). 12-43.
임을철저히자각하면서부터이기때문이다.49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45
그렇다면보리심은그러한삼학비기의어리석은범부가가질수 있는것일까?
우리들은신심信心이어리석은까닭에, 아직도생사에머물러야 하며, 과거세에생사윤회를떠돌았고, 미래도또한그러할것이다. 설령성문연각의마음을일으킬수있다고해도보리심을일으키기는 어렵다. 이러한점에서여래께서수승한방편을내리셔서타력왕생의
법을가르쳐주셨다.50
신심이어리석어생사윤회를벗어나지못하는범부들은설령자리적 自利的인성문연각의이승심二乗心은낼수있을지모르지만, 자리이타 의보리심까지는내기어렵다고말한다. 다시말해호넨에게보리심은 자리와이타를모두포함한매우수승한마음으로서, 자신과같은 범부가내기는실로어려운마음이라고보는것이다. 또, 타력왕생의 법, 즉칭명염불을통한왕생의길은보리심을내기어려운범부에게도 열린불교라는설명이다.
49 김춘호(법우)(2022), 71-76. 50 화어등록 卷二(J9, 516A), “われらは信心おろかなるゆへに. いまに生死にとど まれるなるへし. 過去の輪轉をおもへは. 未來も又かくのことし. たとひ二乘の 心をはをこすと云とも. 菩提心をばをこしかたし. ここをもて如來勝方便をたれ て他力往生の法を敎へ給へり. ”
246 한마음연구제12집
IV. 나오는말
호넨은보리심을불도의전제로보지않는다. 왕생행에한하여말하 자면선취選取된칭명염불에비해선사選捨된제행에포함되는것으로 본다. 그럼에도정토경전에서보리심을설하는이유는왕생행으로서 의염불의수승함을세우기위한방설傍說이라고주장한다. 또중생들이 얻는이익의측면에서도염불이대리大利고보리심은소리小利라고도 한다.
그렇다고하여호넨이보리심을100% 부정하는것은아니다. 천태∙
진언∙화엄∙삼론∙법상등의제종에서각각말하는보리심이있음을 인정하고, 정토에왕생한후에사홍서원과같은보살도를실천하는 것을정토종의보리심이라고정의하기도한다. 그러나호넨은이러한정토종의보리심조차도왕생의전제라고는 말하지않는다. 왜냐하면, 보리심이란범부가내기어려운마음일뿐더 러, 말법시대라는암울한현실에던져진중생이그것을유지하고완성 해가기는더욱어려운일이라고보기때문이다. 나아가호넨은그러한 보리심을구족할수없는범부의구제를위해아미타불은칭명염불을 통한왕생행을설하였다고한다. 이처럼호넨은종래일본불교에서불도의전제로여겨져왔던보리심 을선사選捨∙방설傍說∙소리小利로규정하고, 극락왕생을위해가장 중요한행(正定業)인칭명염불의보조적방법으로위치시킨다. 말하자 면‘탈보리심脫菩提心의불교’를주장하고있는셈이다. 이는결국보리 심을세우지않고도가능한왕생구원의불교를제시함으로써일본불교
의지평을크게확장시켰다고할수있을것이다.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47
한편호넨의이러한보리심이해는묘에(明惠)의 최사륜 에서도 확인되듯이기존교단에서그대로받아들이기어려운부분이많다. 묘에의호넨비판의논리와근거, 그리고호넨문도들에의한재반박과 그구체적인내용에관한검토는별도의논고를기하도록한다.
248 한마음연구제12집
佛說阿彌陀經 (T12) 選擇本願念佛集 (J7) 於一向専修宗選択集中摧邪輪 (J8) 摧邪輪莊嚴記 (J8) 漢語燈錄 (J9) 和語燈錄 (J9)
2차자료 岩波佛教大辞典第2版 佛教大辞典(龍谷大學編纂) 織田佛敎大辭典 Web版 新纂浄土宗大辞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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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 한마음연구제12집
Japanese Jodo School Founder Honen's Concept of Bodhicitta
Kim Choon-ho (Beop-woo; Director, Yongwolsa Institute of Buddhist Culture)
This study is an exploration into the bodhi mind (bodhicitta) of Honen, founder of the Japanese Jodo School. The term bodhi- citta began to first appear in Mahayana scriptures. It refers to an aspiration to pray not only to attain one's own buddhahood but also for others to attain it. In other words, it embodies the core concept of what a bodhisattva is and the Four Great Vows. For this reason, bodhicitta is considered a prerequisite to or an essential element of Buddhist practice throughout Mahayana Buddhism. In addition, each of the three major scriptures of Pure Land Buddhism — the Longer Sukhāvatīvyūha Sūtra, the Amitāyurd- hyāna Sūtra, and the Shorter Sukhāvatīvyūha Sūtra — has a dif- ferent stance on the concept of bodhicitta. The Longer Sukhāvatīvyūha Sūtra says bodhicitta is an essential factor to be reborn in the Pure Land; the Amitāyurdhyāna Sūtra says bod- hicitta is one of many good deeds one must perform to be reborn in the Pure Land; and the Shorter Sukhāvatīvyūha Sūtra does
일본 정토종 종조 호넨의 보리심관251
not mention bodhicitta as a requirement to be reborn in the Pure Land, emphasizing instead reciting Buddha's name. On the other hand, Honen argues that only the practice of reciting Buddha's name is accepted by Amitabha Buddha as a means for ordinary beings to be reborn in the Pure Land, and that both bodhicitta and various good deeds should be abandoned. Additionally, Honen argues that the Longer Sukhāvatīvyūha Sūtra and the Amitāyurdhyāna Sūtra consider bodhicitta as a secondary teaching to establish the excellence of one's practice of reciting Buddha's name, and that in terms of the benefits to sentient beings, reciting Buddha's name yields greater benefits, while other practices, including bodhicitta, reap lesser benefits.
In this way Honen encourages people to abandon bodhicitta —
considered a prerequisite to the Buddhist path by Japanese Buddhists — as a secondary teaching that reaps few benefits, and he categorizes bodhicitta as an auxiliary practice to reciting Buddha's name, a practice deemed most important for rebirth in the Pure Land. In other words, Honen proposed a "Buddhism not dependent upon bodhicitta." By proposing a form of Buddhism that enables one to be reborn in the Pure Land without necessarily cultivating bodhicitta, we can say Honen expanded
the horizon of Japanese Buddhism.
Honen, bodhicitta, recitation of Buddha's name, Buddhism
252 한마음연구제12집
not dependent upon bodhicitta, ordinary beings, Japanese Jodo
Buddhism
논문투고일: 2023. 12. 27 심사완료일: 2024. 01. 17
『한마음연구』제12집(2024.2) 253-292쪽. https://doi.org/10.23217/jhms.12..202402.007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
I. 서언
IV. 결어
—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불교로 읽기—
II. 화엄을 활용한 비평의 틀 1. 비평 이론 구축을 위한 불교적 인물형 2. 화엄 비평 체계 III. 불교 비평의 실제 1.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2. 소중하고 귀한 나의 발견 3. 모두가 주인공 4. 고마운 사람의 기적
최원섭 | 대행선연구원 객원연구원
*이 논문은 2020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20S1A5B5A17089860)
이글은불교적인물형중에‘원만형’ 인물형의틀을활용하여화엄 비평의체계를시론적으로구축한것이다. 화엄비평체계는중생이 사실은부처모습그대로나타난것이라는‘여래출현’, 깨달음을향하여 발심한그순간이미깨달음을성취하여이후의보살행이사실은불국토 를장엄한것이라는‘화엄의일승보살도’, 그리고이러한화엄의논리가 가능한이유는세계가비로자나부처의현현이라는‘법계연기’의세 가지핵심사상을바탕으로구축한것이다. 그리고이러한비평체계를 2019년최고의드라마라고평가받는<동백꽃필무렵>에적용하여 불교적으로분석하였다. 그결과드라마<동백꽃필무렵>에는평생사랑받지못하고외롭게 살아온동백의소중하고귀한진면목을발견해주는용식을통해여래출 현의가치와처음발심할때가바로깨달은순간이라는화엄의가치를 표현하고있음을알았다. 그리고이러한진면목의발견은동백과용식 사이에서만일어나는일이아니라‘고맙다’는말을통해옹산에살고 있는모두가사실은서로가서로의본래모습을확인해주며삶의주인공 으로살고있는화엄보살의세계임을발견하였다. 최종적으로는소소 해보이는각자의선의가쌓여고마운사람들이만들어내는기적의 세상이자꽃으로가득한화엄의세계임을드러내어화엄행자의불국토 를표현하고있음을알았다. 따라서<동백꽃필무렵>은21세기형
주제어
화엄텍스트의전형이라고할수있다.
문화콘텐츠, 드라마<동백꽃필무렵>, 불교비평, 불교적인물형, 화엄
여래출현, 일승보살도, 법계연기, 불교주제구현, 불교문화원형
I. 서언
21세기는대중문화의시대이다. 우리는빠르게진화하는다양한 문화매체를통해수많은문화콘텐츠를접하며그속에서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때문에불교가이시대의대중들에게보다가까이다가가기 위한방편으로서문화매체와문화콘텐츠의적극적인활용은무엇보다 효과적인방법이며나아가시대에맞는불교문화콘텐츠의개발은 무엇보다시급한과제라할수있다. 불교라는전통을현대에접목시킨다는차원에서나또인문학의현대 적지평을연다는차원에서불교를종교의영역에국한시키지않고 일반문화의하나로서제시할필요가있다. 그리고이러한일반문화로 서의불교를대중들에게수용시키기위해서는기존의불교적사상들을 다양한형태의문화콘텐츠로재가공하는작업이필요하다. 고전시기의동아시아불교가번역과해석을통해문화의형성과 변용및수용과정을거쳤다면21세기의동아시아불교의문화형성과 변용은문화콘텐츠를통한다고할수있다. 그러므로문헌을중심으로 파악한동아시아불교의핵심개념과구조를정립하는일은동아시아불 교의전통을확인하면서그전통을현대에접목하는중요한작업이다. 그동안불교의문화콘텐츠를바라보는시각은‘불교소재의콘텐츠’ 부터‘불교주제의콘텐츠’는물론‘불교적으로해석되는콘텐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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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기까지다양한범주로논의해왔다고할수있다. 여기에서는불교 문화콘텐츠는‘불교적으로해석할수있어야한다’는전제아래불교
비평체계를구축하고자한다.1
불교적으로해석할수있는콘텐츠가불교문화콘텐츠라는시각은 그동안불교소재나주제에바탕을둔콘텐츠가뜻밖에불교가치를 제대로구현하지못하고있다는비판2에서출발한것이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는불교소재나주제를다루면서불교가치를구현하는 문화콘텐츠를지지하기때문에, 비평체계를구축함으로써불교적으로 해석할수있는‘문화콘텐츠’를제작할수있게하려는것이다. 이런 시각이필요한또한가지이유는불교문화콘텐츠가대중에게받아들여 질수있게하기위해서이기도하다. 불교소재와주제가전면에드러난 문화콘텐츠보다는불교소재와주제는잘드러나지않지만, 불교적으 로해석할수있는‘불교적문화콘텐츠’가, 종교콘텐츠의틀을넘어 일반문화콘텐츠로서대중의선택을받을수있다고생각한다. 여기에서구축하려는불교비평체계는기본적으로영화나드라마 등스토리를갖는것에서출발한다. 그리고드라마를분석하는방법은 다양하게있지만3 우선은‘인물분석’의방식을사용하기로한다.
드라마는사람에관한이야기이다. 특히그것은‘행동하는인간’을
1 이에대한논의들은최원섭(2015) 참조. 2 최원섭(2013)이나최원섭(2014)이대표적이다. 3 예를들면김용수(2008)는‘플롯분석’, ‘인물분석’, ‘시청각적요소의분석’의세 가지방법을설명한다.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59
직접보여주는이야기형식을취한다. 따라서작품에대한논의는 등장인물의이해와동떨어질수없다. … 우리는등장인물을이해하는 방법과등장인물을통해작품의의미를파악하는… 방법론의대전제 는등장인물이특정한목적을위해인위적으로구성된것이지실제 인물이아니라는것이다. 즉, 등장인물은특별한극적인의미나효과를 위해강조할측면들이의도적으로선택되고필요없는부분은배제된 결과이다. 이렇게함으로써드라마는1시간흑은2시간정도의시간
속에서한사람에대해완벽한이해를할수있도록한다.4
또한드라마를제작하는데에는대본뿐만아니라연출과촬영, 음악, 미술등다양한요소가필요하지만“연출력의평가기준은주관성이 짙고또한제작환경에서오는변수도많아서객관적인분석은어렵다. … 아무리연출력이뛰어나도안좋은기획의안좋은대본에서좋은 결과물이나오는경우는찾아보기힘들다. 그만큼기획과대본의내용 이드라마결과물의질에큰영향을미치기에… 기획과대본의내용을 중심으로그특징을분석”5하기로한다. 이에따라여기에서는불교가현대의문화매체를이끌어가는문화콘 텐츠생산자들에게또하나의새롭고깊이있는문화콘텐츠로서바르게 활용될수있도록하기위해‘인물형’을중심으로비평체계를구축하고 자하는것이다. 콘텐츠로구성할수있는불교인물형을추출한기존 연구를이용하여, 특히한국불교정체성의교학적바탕이라고할수
4 김용수(2008), 161. 5 윤용아(2020), 7-8.
260 한마음연구제12집
있는화엄원리를활용한불교비평체계를구축하고비평의실례로서 드라마<동백꽃필무렵>을분석하고자한다.
II. 화엄을활용한비평의틀
1. 비평이론구축을위한불교적인물형
불교의기본이수행과깨달음이라는점에서불교는윤회하는중생이 어떻게깨달음이라는결과를얻어자유인이되는가를이야기하는‘사 람’ 중심의가르침이라고할수있다. 드라마역시이야기를전개해가는 핵심은등장인물이세상과맞닥뜨리면서겪는여러가지갈등을어떻게 해결하는가하는것이기때문에‘사람’이가장중요할것이다. 뚜렷한 특징을갖는등장인물이각각의캐릭터에맞게행동하면서, 다른등장 인물과어떻게갈등을만들고그갈등을어떻게해결하는지를풀어내고 있는것이바로드라마의스토리이다. 그러므로불교적비평이론구축 을위한기본적인방식은어떤점에서등장인물이불교적이고과연 어떻게갈등을해결하는것이불교적인지를찾는일이다. 이를위하여이글에서사용하는기본적인분석틀은영상미디어 분석을위해불교인물형의체계를세운연구와미디어가불교주제를 구현하는방식을제시한연구이다. 불교인물형에관한연구6는신라의상(625~702)의 화엄일승법계
6 최원섭(2014) 참조.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61
도 에의거하여수행자의자리행측면과이타행측면을따라영상미디 어에서구축할수있는불교적인물형을자리행측면과이타행측면으로 제시한후, 의상화엄사상이라는불교사상의틀과인물형에따라구체 적으로불교영상미디어를분석하였다. 먼저대표적으로거론되는 불교영상미디어가표현하고있는자리행측면의불교주제와인물 양상을비판적으로분석하고, 화엄사상에서중요한인물형으로등장하 는선재동자가구법순례과정에서보이는자리적보살행을자리행 측면의불교적인물형의대안으로제시한다. 마찬가지방식으로불교 영상미디어가표현하고있는이타행측면의불교주제와인물양상을 비판적으로분석하고이타행측면의불교적인물형이영상미디어에서 구현될때의특성을제시하며선재동자의이타적보살행을대안으로 제시한다. 마지막으로불교적인물형의대안으로제시한선재동자의 특성을다시한번강조하여자리이타원만의인물형이최종적인대안임 을밝혔다. 21세기불교적방편으로서의영상미디어는불교의본래 가치를제대로구현한인물형을갖추고살아가는인물을바르게구현함 으로써누구나스스로지닌능력을발견하고활용하여힘든현실을 극복하고서로를치유하는역할을해야하는방향을제시한것이다. 미디어가불교주제를구현하는방식을제안한연구7는, 방송에 적합한불교콘텐츠를구성하려면직접적으로불교요소를제시하는 것이아니라한국의문화와한국인의정서에맞는불교문화의원형을 모색하여야함을주장한다. 그리고그런불교문화의원형은초기불교
7 최원섭(2017) 참조.
262 한마음연구제12집
보다는대승불교가, 인도불교보다는한국불교가불교콘텐츠의원형으 로적합하다는점을강조한다. 방송콘텐츠에불교적인표현을직접 사용하지않고일반적인표현을사용하려하기때문에강조되는것이 다. 불자가아닌대중들도공감할수있는내용이라면상대적으로 우리문화전통의원형구조가담겨있을것이라는의미이다. 일종의 불교콘텐츠구성을위한교판을마련하는셈이다. 특히일반대중을 상대로하기때문에불교의설명은용어와개념이중심이되는것이 아니라그용어와개념이드러내려고하는구조와주제를중심으로 구성해야한다고밝히고있다. 이상의분석틀을활용하여우선불교교리의흐름에따라전체 인물형을‘자리형’ 인물형, ‘이타형’ 인물형, ‘원만형’ 인물형의범주로 구분할수있다. 상대적으로자기수행에집중하는초기불교의가치를 드러내는인물형은자리형, 초기불교보다는상대적으로이타의가치를 강조하는대승불교의인물형은이타형, 화엄이나선처럼자리가곧 이타라는가치를드러내는인물형은원만형으로구분해보는것이다. 그런데초기불교라고해서이타의가치를생각하지않는다거나대승불 교에서자리이타원만을말하지않는것이아니기때문에사실이러한 인물형은교리의흐름에국한시켜적용할것이아니라실제로는각 교리별로각각의인물형으로분석하는것이형태가될것이다. 초기불 교교리에걸맞게자리형∙이타형∙원만형으로인물의성격을설명하 고, 대승불교교리에걸맞게자리형∙이타형∙원만형으로인물의성격 을설명하는방식으로구현되는것이다.
2. 화엄비평체계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63
여기에서화엄의입장에서비평체계를구축하려는이유는화엄이 야말로한국의불교전통을이야기하면서빼놓을수없는교리이기 때문이다.
화엄사상은한국불교의사상적뿌리가된것만아니라우리나라의 문화발전에큰영향을끼쳤으므로, 불교의신앙여부와상관없이 화엄사상을모르고한국의문화를이해한다는것은쉬운일이아니다. 화엄사상은… 다양하고풍부한문화의원형을갖추고있음을알 수있다. … 화엄사상이우리나라의토속민간신앙을비롯해서역사적 으로습합과회통의산물을형성하면서한국문화의원형이되는토대 를형성했다고볼수있다. 한국문화의원형으로습합된화엄사상에 내재된종교, 철학, 회화, 무용, 문학, 윤리, 교육등문화예술의 전반에걸쳐서문화원형을이룰수있는요소는방대하고풍부하다.
화엄경 은각품이곧하나의이야기로써문화의원형이될수있다.8
이처럼한국의불교문화뿐만아니라한국문화전체의문화원형역할 을하는화엄사상의근간인 화엄경 의중심사상을간략히정리해보면
다음의세가지를들수있다.9
첫째, 여래출현如來出現또는여래성기如來性起이다. 기본적으로 화
8 장재진(2015), 206. 9 이하 화엄경 의중심사상은해주스님(1998), 17-22 참조.
264 한마음연구제12집
엄경 은부처님의깨달음의내용을담고있으므로부처님께서설하신 경이라기보다부처님을설한경이라고한다. 이미 화엄경 에서설해 진곳을부처님이깨달은보리수나무아래라고하고설해진시기를 깨달은직후라고설하고있는것이 화엄경 이부처님의깨달음의 세계를담고있음을상징한것으로볼수있다. 특히 화엄경 이설하는 존재는온우주법계에충만한부처이자모든존재가비로자나의화현 아님이없다. 따라서각각의존재가고유한자신의가치를온전히 평등하게다갖추고있으며그것은여래의성품이그대로드러난존재라 고설명하는것이다. 이것을“여래가그대로출현하였다(如來出現)”고 하거나다른말로는“여래의성품이그대로일어났다(如來性起)”고한 다. 일체존재가비로자나아님이없기때문에부처와보살, 보살과 중생, 중생과부처가다르지않으며기세간역시여래출현의모습이라 고설명한다. 한마디로범부중생이그대로부처임을깨우쳐주고 있으며, 부처님세계가예로부터본래부처인중생의원력에의해 이땅에구현됨을밝혀준것이다. 둘째, 일승보살도一乘菩薩道이다. 화엄경 의‘화엄華嚴’이라는말은 꽃으로장엄한다는뜻이다. 화엄경 에서는이것을보살행이라는꽃 으로불세계를장엄하는것으로표현한다. 화엄경 은부처님이설하 지않고부처님의광명을받아보살들이설하는경전이다. 부처님의 지혜를성취한보살들이부처님의세계를드러내는형식인것이다. 이것은부처님의세계가보살행을통하여장엄되어우리중생에게 펼쳐지고있으며, 보살이설하고있는그보살행을행함으로써우리 범부중생이바로부처의삶을살게된다는점을보이고있다. 앞에서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65
중생이본래부처라고했지만중생은자기가바로부처인줄을모르기 때문에중생과부처는또확연히다르다. 중생이스스로부처인줄을 자각하는것이바로깨달음이다. 이자각을화엄에서는발심이라고 표현하고발심만하면바로정각을이룬다고한다. ‘처음발심할때가 바로정각을성취하는때(初發心時便成正覺)’라는말이바로그것을 표현한말이다. 그러므로 화엄경 의보살행은성불로향해가는수행 으로서의보살행이아니라깨달은다음에이루어지는보살행이자부처 행이다. 다시말해서비로자나세계를구체적으로구현시켜나가는 것이바로 화엄경 의보살행이다. 그러므로 화엄경 에보이는수행 계위하나하나는다음단계로나아가기위한것이라기보다낱낱이 나름대로독자적인가치를지닌이타행이며불국토를장엄하는보살행 인것이다. 셋째, 법계연기法界緣起이다. 흔히부처님의깨달음은연기의진리라 고한다. 연기에맞으면불교이고연기에어긋나면불교가아니라고 할정도로불교의핵심은연기라고할수있다. 이연기는이후에
여러가지로그설명방식이변천되어왔는데화엄의연기를‘법계연기法
界緣起’라고한다. 진리의세계가그대로드러났다는의미이다. 화엄의 세계는법계전체가그대로비로자나법신의현현이라는말인데앞에서 거론한여래성기또는여래출현이기때문에법계연기가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을화엄가들은‘사사무애事事無碍의법계연기’라고설명하 였다. 일체의제법은서로서로용납하여받아들이고(相入) 하나되어 (相卽) 원융무애하고한없는법계의연기세계(無盡緣起)를이루고 있다는것이다.
266 한마음연구제12집
이러한 화엄경 의가치를드러내는대표적인것이바로보현행이 다. 화엄경 은「 보현행원품」 을따로둘만큼보현의만행을중요하게 생각한다. 보현의만행萬行으로불과佛果를장엄하는일이화엄이기 때문이다. 비로자나불의위신력을입은보살의입을통해 화엄경 이 설해지듯보현보살역시새삼스럽게성불을하거나하지는않는다. 이미보살의신심이원만해져서발심한순간성불을한것이라는 화엄 경 의설명덕분이다. 부처님이깨달음을얻고범천의권유이후에 한모든만행처럼보현행에서주의해야할것은깨달음을위한수행의 수단이아니라깨달은다음의교화라는점이다. 따라서보현행은이제 부처의자리에서이루어지는불장엄, 즉부처로서의만행이된다. 이제이러한화엄의기본개념을앞에서설명한인물형에접목해보 자. 기본적으로화엄의가치를담고있는‘원만형’ 인물형을활용하는 것이다. ‘원만형’ 인물형은기본적으로일승의대승불교, 특히화엄의가치를 담고있는인물형이다. 앞에서설명한것처럼화엄에서는, 중생이 본래부터깨달아있는존재이기때문에무명은자신이본래깨달았음 을알지못하는것이라고설명하고, 신심이완성된그자리가바로 본래깨달았음을자각하고성불하는것이라고한다. 그러므로신심이 완성된이후의보살도수행으로제시된것은사실은수행이아니라 불국토를장엄하는보현행이라고한다. 따라서‘원만형’ 인물형은자리 와이타를구별하지않고, 자리가이타이고이타가자리라는입장을 갖는다. ‘원만형’이라는명칭은여기에따른것이다. 이런관점에의해 원만형인물형의특징은‘본래모습을드러내(여래성기) 그대로사는
방식’이다.10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67
그러면구체적으로보현행을구현하는‘원만형’ 등장인물은어떤 행동을할까? 크게자리의측면과이타의측면으로나누어서생각해
볼수있다.11
보현행을구현하는원만형인물의자리측면은‘완성형’의특징을 갖는다. 완성형등장인물은무엇인가를성취하려고하는목적의식과 능력을충분히갖추고있다. 그러므로자신의목적과관계된것에 대해서는내면의갈등을겪지않고확고한의지로노력한다. 완성형 등장인물이이루는성취는단계를밟아서조금씩이루는것이아니다. 단계가있기는하지만그단계에우월이있는것이아니기때문에 어느단계에서든지완성된최종의성취를이룬다. 성취측면을강조하 는완성형등장인물은번뇌로대변되는부정적인것을제거하는것이 아니라긍정적인측면을늘려나가는형태로이야기가구성된다. 완성된인물형이라고해서이야기가시작되는출발부터완성되어 있는것은아니다. 중생이중생인것은분명한사실이기때문이다. 중생이부처로완성되기위해서는내가본래중생이아니라부처였음을 자각하는순간이필요한것처럼완성형등장인물역시어떤사건을 계기로본인이이미가지고있는능력을꺼내어쓰는구조가완성형 등장인물이등장하는이야기구조이다. 완성형등장인물에는‘초발심 初發心’이전제조건이기때문이다. 일단자각을하고난다음에는어느 단계든지이미성취를이루었기때문에이후의성취는성취가아니라
10 최원섭(2017), 120-122. 11 이하인물형특성에대한설명은최원섭(2022), 146-147 참조.
268 한마음연구제12집
필요한상황에맞게활용하는것일뿐이다.12
보현행을구현하는원만형의이타측면은‘치유형’의특성을갖는다. 치유형등장인물의행동양식은자리와이타가원만한이타행이다. 자리행과이타행을구별하지않고자리행그대로가이타행이며이타행 그대로가자리행인모습으로나타난다. 스스로의완성을위해노력하 는과정이자연스럽게다른인물들에게긍정적인영향을미치고, 다른 인물을위한행동을통해저절로스스로를완성하는유형의등장인물이 다. 치유형등장인물의행동양식이곧자리와이타가원만한이타행이 기때문에, 자리행측면의완성형등장인물이라면저절로이타행측면 의치유형등장인물의행동을겸하게된다. 불교의가치를담는드라마 에서등장인물사이의갈등을해결하는장치는이타행이며구체적으로 는교감과감화이어야한다. 갈등이생긴원인을분명히파악하여 그원인을해결하여갈등의대상을품어안는이야기전개가불교 주제를구현하는드라마라고할것이다. 그렇기때문에갈등을푸는 방식역시급작스럽게참회를하고주인공이용서하는것이아니라 갈등을일으켰던근본적인오해가풀리고서로에대한갈등요소들이 해소되면서자연스럽게해결되는방식이다. 다시이타행의의미를불국토장엄까지확장시켜생각하면이타 측면은‘세상을바꾸는인물형’의특성도갖는다. ‘세상을바꾸는인물 형’은자리측면의‘완성형’ 등장인물과이타측면의‘치유형’ 등장인물과 분리될수없다. 세상을바꾼다고해서직면하고있는사회차원의
12 최원섭(2014), 67-90.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69
갈등을전폭적이고급격하게전복시킨다는의미가아니라이미완성된 사람이또다른완성된사람을만나는사회를만드는것을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보현행의가치를구현한‘세상을바꾸는인물형’은 특별히사회를변화시키려고노력하지않아도, 순간순간처한상황에 충실하게자신의완성을향해노력하기만하면자연스럽게‘치유하는 인물형’의작용을하여다른이들을완성시키고, 그결과모두가완성되
III. 불교비평의실제
1. 드라마<동백꽃필무렵>
어사회차원의갈등이해소되게만든다.13
이제이상과같은분석틀을활용하여드라마<동백꽃필무렵>을 불교적으로분석해보자. 드라마<동백꽃필무렵>(극본임상춘, 40회)은2019년9월18일부터 2019년11월21일까지KBS에서방영한드라마이다. 1회시청률은 닐슨코리아기준6.3%였으나숱한화제를일으키며40회14 23.8%로
종영하였다. 그리고그런인기를반영하듯2019년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포함12개상을받았을뿐만아니라2020년제56회백상예술대 상에서TV부문대상과극본상등4개상, 제32회한국PD대상에서
13 최원섭(2014), 91-113. 14 전체40회이기는하나한번방송할때하나의부제로30분전후분량의2회를 이어서방송하였으므로실제로는1시간기준20회드라마인셈이다.
270 한마음연구제12집
TV드라마작품상, 제47회한국방송대상에서드라마작품상∙작가상∙
연기상, 그리고제15회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도한류드라마작품상과 작가상등5개상을받음으로써2019년을대표하는드라마로자리매김 하였다. 이드라마가이렇게인기를끈비결에대하여여러가지분석이 있다. 우선<동백꽃필무렵>은“장르의혼합과상투성비틀기, 그리고 캐릭터변형을통한내용적충실함과기발함으로기존의표면적화려함
이나내용적답습에싫증이나있는시청자의주목을받았으며”15
이것은로맨스, 휴먼, 스릴러의요소가적당한비율로짜여있기때문이 라는해석이다.
시청률확보를위한<동백꽃필무렵>의전략적시도의첫번째가 장르의혼합이다. 멜로드라마장르라는단순틀로는복잡하고도다양 한이야기를무수히접하는동시대시청자의주목을받기가어렵다. 이에<동백꽃필무렵>은멜로드라마에미스터리스릴러장르를혼합 하고있다. 미스터리는시나리오작법에서관객의집중도를유지하기 위해상당히중요하게다루는요소중하나다. 미스터리는곧궁금증이 며궁금증은인간이본능적으로다음엔무슨일이벌어질까를생각하 며이야기에주목하게만드는중요한상업적요소다. 스릴러는공포이 며공포는사람을긴장하게만들고그래서이야기에더주목하게 하는효과를불러오는상업성짙은장르다. 즉미스터리스릴러는
15 윤용아(2020), 7.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71
긴장감을유발하고지속시키는내러티브공식이고관객에게서스펜 스, 흥분, 놀람, 기대, 그리고불안의느낌을주며또한스릴을제공한 다. <동백꽃필무렵>은멜로드라마의틀에이와같은미스터리스릴러 장르를유기적으로결합해멜로드라마장르가답습하는전형성을
탈피하고자하는시도를했다.16
<동백꽃필무렵>은옹산주민들의생업문제를최대한배제함으로 써옹산의낭만성을극대화한다. … 옹산은지리적조건에서부터 특별한장소성그리고사람들까지‘로컬판타지’를강화하는데일조한 다. 그리고로컬로서옹산의판타지는남성중심인물용식을통해 절정에다다른다. 하지만<동백꽃필무렵>은로컬을낭만적으로 재현하되… ‘까불이’라는미스터리한인물을활용해… 로컬과로컬 주민의낭만적인정황을재현하는데그치지않고까불이라는인물과 살인사건을서브플롯으로삽입하여극적긴장감을높이는전략을 사용한다. 또한<동백꽃필무렵>은인물과사건의진실을마지막까지은폐하 며감상자에게의도된오인과혼란을줌으로써극적긴장감을끝까지 지속하게한다. … 결론적으로폭력적인시대를망각할만한낭만을 제공하되폭력적인시대를간과하지않는것, 낭만으로의탈주와 현실문제를적절하게병합한것이<동백꽃필무렵>이여타작품들과
변별되면서대중과평단에큰호응을받은요인이라고할수있다.17
16 윤용아(2020), 9. 17 이다운(2020), 125-126.
272 한마음연구제12집
언어에집중하여인기비결을분석한경우도있다.
<동백꽃필무렵>에서우리를웃게만드는요인은대략불특정 대명사의사용, 유머, 사투리, 통쾌함, 인식오류, 외래어의사용, 오용과무지로인한오류등이었다. 이런요소들을임상춘작가는 적재적소에사용해듣는이로하여금미소를짓게하고또드라마 자체가신선하고흥미롭게해주는요소로사용하였다. 물론이런 어이없는표현을배우들이잘소화해표현했다는점도존경을살 만하다. 그러나원천적으로이런재미있는대사를쓴것은작가의 공헌이다. 특히임상춘작가는누구를비난하거나제외하는방식이 아니라말의묘미와새로운용법, 오용과무지, 인식의오류, 유머
등을사용해시청자를웃게하고시청률을높였다.18
그러나이드라마에대한평가가긍정적이기만한것은아니다. 가장혹독한비판은여성주의입장에서이드라마가모성판타지를 재생하고있다는것이다.
<동백꽃>은존재할수없는모성에관한판타지를이야기한다. 그판타지에는모성은여성의본능이자운명이며무조건적인것이라는 모성의절대성이내포되어있다. 그러한모성의실천은순결하고 도덕적이어야하며, 자녀의성장과함께성숙하여나이든어머니에게
18 박영희(2020), 267.
서젊은엄마에게로대물림된다. …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73
2019년현재, 우리사회가강인한어머니, 모성에관한판타지를 들려주는<동백꽃>에열광한이유는무엇일까? … 위기때마다강한 어머니를그리워하는것은여성에게일종의안전핀(buffer) 역할을 요구하는사회적관행에이유가있다. … 하지만여성및모성에 대한의식변화, 모성에대한재사유의사회적분위기는그러한판타지 가노골적으로표현되는것을저지해왔다. 그런상황에서<동백꽃>은 단지말해지지못할뿐여전히우리사회의심연속에숨어있는실존할 수없는어머니에대한환상을살짝건드려준것인지도모른다. <동백 꽃>은그러한모성의환상을과대표현하였고이환상은사회구성원들 로하여금현실을벗어나게함으로써현실을견디게하는모순적인
힘으로기능한것이다.19
하지만그런비판에도불구하고많은이들의평가는돌봄과관계를 발견하게하는드라마라고하고있다.
인물들과그들이만들어가는서사는돌봄의실천과가치를가감없 이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가상으로나마‘돌봄윤리’를기반으로둔 이상적사회를경험하게해준다. 인간은애초에모두가서로에게 의존하는존재이며, 우리자신이관계적존재로서자신과타자를 돌보는것은타인들이나에게제공한돌봄과돌봄관계를기반으로 해서가능해진다는점을… 웅변한다. 그리고이를통해돌봄자에 대한돌봄을제공하는지극히공적인돌봄네트워크, 사회적인돌봄
19 정영희(2020), 155-156.
체계의형성에대한요청의타당성을제공한다.20
274 한마음연구제12집
그러므로이처럼긍정적인가치를담고있는<동백꽃필무렵>을 통해서완성형과치유형과세상을바꾸는인물형에부합하는불교적 등장인물들을발견하여불교주제의드라마로분석하는것도의미있는 일이라고할수있다. 이미<동백꽃필무렵>에는등장인물들의입을 통해‘부처’, ‘돌부처’, ‘시주’, ‘108번뇌’, ‘업보’, ‘인과응보’ 등의어휘가 나옴으로써불교적인요소를드러내지만이렇게직접드러나는불교 요소를제외하고도앞의분석틀을활용하면다양한방식으로불교 인물형과불교주제를구현하고있음을확인할수있다. 특히이드라마에대한다음과같은평가는불교적인해석과관련하여 의미가깊다.
<동백꽃필무렵>은어린필구를데리고옹산에입성한동백을 중심으로‘평범한사람들이만들어내는기적같은이야기’를보여준다. 겁많은동백이가세상의편견과폭력에맞서게된힘의근원은가족, 순전한연인용식그리고향미와옹산주민들로부터받은사랑에 있다. 이를통해<동백꽃필무렵>은‘사람이사람에게기적이될 수있다’는진실을알려준다. 까불이들이판치는불안하고부정한 세계를극복할방법은결국사람에있다는것이<동백꽃필무렵>의 주제의식이다. 그리고이과정에서중심인물인동백과용식뿐만 아니라정숙, 덕순, 향미, 종렬, 규태, 자영, 제시카그리고필구와 주민들까지를이야기의중심으로끌어들이며저마다의삶에관심을 갖는다. 이로인해<동백꽃필무렵>은세상은특정한사람이아니라
20 김미라배은경(2021), 526.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75
모두의움직임에의해구성된다는진실까지함께알려준다.21
바로이“평범한사람들이만들어내는기적같은이야기”와“사람이 사람에게기적이될수있다.”는논리가정확하게화엄의가치를담은
2. 소중하고귀한나의발견
원만형인물형으로설명할수있음을드러내고있다.
주인공동백이세상사람들에게주눅이들어사는것은어머니에게 버림받고혼자서아이를키우고있기때문이다. 한마디로정상적이지 못하고번듯하지못하기때문에온갖편견속에지난세월을살아 왔다. 그나마옹산에서는부녀회장곽덕순의격려속에살고있다. 이렇듯불행한인물일것같은동백에대해서작가는인물소개에서 “남보여주기위한행복이아니라남이뭐라든행복할줄안다. 주구장창 세상의불친절속에살아왔으면서도동백은다정하다. 제대로대접 받아본적없어도남을대접할줄아는사람. 제대로사랑받아본 적없어도사랑을베풀줄아는사람”이라고밝혀놓았다. 동백은남이뭐라든행복할줄알고다정하며대접할줄아는사람 이고사랑을베풀줄아는사람이다. 동백이사실은태생적으로이런 사람이지만정작본인은이것을알지못한다. 이때동백이가진본래 모습을꺼내게하여동백의자존감을북돋아주는인물이바로용식 이다.
21 이다운(2020),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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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은차별적시선으로동백을보지않고, 동백이라는존재자체를 인정하고존중하며동백의드센팔자를개의치않는다. ‘편견에갇힌 맹수동백을깨우는, 촌므파탈황용식의폭격형로맨스’라는드라마 수식어처럼용식은낙인에주눅든동백의주체성을깨운다. 용식 덕분에동백은비로소타인으로부터인정받는다는새로운감각을 확보하고, 자신을대상화하고타자화하던사람들에맞서며변하기 시작한다. 동백은한풀이겸일기로그날그날가게(술집)에서있었던 일을치부책처럼기록했는데, 손님이추태를부리자치부책을꺼내 자신의목소리를낸다. 동백이치부책에숨죽여적어온목소리를 낼수있던것은용식의인정덕분이며, 동백은용식과함께주체로
서게된다.22
용식은동백을향해항상“이동네에서요, 제일루쎄구요, 제일루 강하고, 제일루훌륭하고, 제일루장해요!”(8회)라든가“행복해질자격 이충분히차고넘치는사람이어유.”(17회)라는말을한다. 그저격려 차원이아니라진심에서하는말이다. 용식의진심은동백을두고 본격적으로종렬과대립하는장면에서대표적으로드러난다.
종렬: 동백이좋아해요? 애엄마를왜? … 왜? 비련의여주인공 좋아하면댁이좀멋져보이는것같아서? 걔흔들지마요. 동정하지 마시라고.
22 김지혜(2021), 90.
용식: 강선수님, 강선수님은불쌍해서누구좋아해요?
종렬: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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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식: 강선수님, 참, 멍청한놈이네요. 아이, 몰라요? 동백씨가 얼마나혼자서빛나는사람인지를? 너께서는다가질려고그여자 버렸겠지만요, 나는, 다없어도동백씨하나만있으면돼요. 동백 씨그렇게대단한사람이잖아요. 댁도그거알잖아요. 그래서이렇게 주접떨고앉아있는거고. … 동백씨사는게뭐어때서? 여기서 젤로불쌍한놈이누굴동정햐? 넌진작에동백씨놓쳤고, 동백 씨도니여자아니고요, 필구도, 니자식아닙니다. (14회)
용식은연민이나동정의마음으로동백을대하는것이아니라동백이 “빛나는사람인지를” 알아보고“그렇게대단한사람”을좋아하는것이 다. 그러니“다없어도동백씨하나만있으면” 된다. 평생칭찬이라고는 들어본적도없던동백은이런용식의태도에“태어나서처음으로 칭찬을받았다.”(8회)고기뻐하면서“내걱정해주는사람하나가막, 내세상을바꿔요.”(13회)라고한다. 인용문에도있듯이다른사람들에게마냥기죽어살던동백이노규 태를고소하겠다며비장의장부를들고나서며적극적으로바뀌는 계기가된것역시용식이마련한깜짝생일선물때문이다. 정숙이 동백을보육원에맡긴날을생일로한탓에실제생일도아닌동백의 생일에겨우겨우용식의이벤트를발견하고동백은용식의축하카드 를읽는다.
용식: 생일모르면요, 맨날생일하면돼요. 내가요, 맨날생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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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드리면돼요. 동백씨의34년은요, 충분히훌륭합니다. 동백: 아이씨, 진짜, 나한테왜그래? 아휴, 아, 진짜내가뭐라고 자꾸이래? 정숙: 아이, 이렇게천지가동백꽂인날, 우리동백이가태어났는데. 동백: 이게다엄마때문이야. 그니까나를왜버려? 엄마가애를 일곱살때부터기죽어살게만드니까내가, 내가막이런데넘어가지, 씨. 나는걸을때도땅만보고걷는사람인데, 이사람이자꾸나를 고개들게하니까. 정숙: 꽃이다피겠네, 이제. 동백: 이사람이랑있으면내가막뭐라도된것같고막, 자꾸 너잘났다, 훌륭하다, 막, 지겹게얘기를하니까내가, 내가진짜 꼭그런사람이된것같으니까. 이래서화딱지가나! 더는안참고 싶어진다고! (12회)
이장면에는동백의생일을축하하기위해용식이동백꽃을장식해 놓았는데동백의울음섞인말을들으면서정숙이“이렇게천지가 동백꽃인날, 우리동백이가태어났는데”라며“꽃이다피겠네, 이제”라 고한다. 다알다시피동백은겨울에피는꽃이다. 그런데동백의 생일은동백이보육원에맡겨진8월이다. 그러므로정숙의말은8월에 동백꽃이핀다는뜻인데대단히상징적인의미를담고있다. 생일을모르면굳이특정일을생일삼을것없이맨날생일하자는 용식의말은굳이우리가중생이다가새삼스럽게부처가되었다는 생각을할것없이항상부처로살고있었음을상기시키는작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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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그러니부처로산동백의지난34년이모두훌륭한것이다. 용식의이런격려에비로소동백스스로도진짜훌륭한사람이라는 자각을시작한다. 용식덕분에동백이자존감없고자신없는사람에서 당당한사람으로전환하는것이다. 비로소부처임을자각하는‘초발심’ 의대목이며그것을“꽃이피었다”고표현하였다. 제목인“동백꽃필 무렵”의의미가드러나는대목이다. 동백이처음발심하는순간깨달음 을이룬순간이바로동백꽃이핀무렵인것이다. 옹산의모든사람이“동백아”라고부르며반말을하지만용식은 언제나“동백씨”라며존대를한다. 심지어용식은“뭐든지동백씨 원하는대로해유. 그게제가좋아하고, 애끼고, 존경하는동백씨니까 요.”(18회)라며존경까지한다. 항상동백을부처로대하는용식의 모습이다. 그렇다면용식은그저중생일뿐인데동백을부처로대하는 것일까? 작가는용식에대해“얄궂은세상인심에자꾸바람빠지는동백의 바퀴에계속해힘껏바람을불어넣는다. ‘누구라도용식이를만나면 정말로멋져질수밖에없겠다’ 싶을정도로, ‘사람이사람에게줄수 있는완벽한응원’이뭔지를진득하게보여준다. 용식은진짜다. 뭐든 진짜는통한다. 용식이가좋다면진짜좋은거다. 용식이가지킨다면 목숨걸고지키는거다. … 그리고동백이얼마나훌륭한사람인지 냅다맨날말해준다. 뻔지르르한수식도없이그저투박한직구로 냅다지지를쏟아붓는데.”라고소개하였다. 용식은이미“단순, 순박, 솔직, 우직, 용맹, 충직, 무데뽀, 정의로운” 성품으로표현된여래의 성품을갖추고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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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이어엿한사람으로살게된것은동백의장점을용식이발견해서 드러내주었기때문이다. 보현행으로이야기하자면부처인용식이또 다른부처인동백을부처님으로대한것이다. 그래서스스로중생인 줄로만생각하며부처인줄을믿지않던동백도최면과도같은용식의
3. 모두가주인공
말과행동에스스로부처인줄을알고부처로산다.
<동백꽃필무렵> 구조의두드러진특징은“살인사건을서브플롯으로 삽입하여극적긴장감을높이는전략을사용한다.”는점이다. “정적인 서사로만극이점철될경우발생할수있는미약한긴장감의문제를
중심서사를보조해주는추리서사를삽입함으로서해결한것이다.”23
혹은“다차원적인서사전략”24이라고도할수있다. 다양한서사가 진행되기때문에<동백꽃필무렵>은자연스럽게등장인물들이골고루 조명을받으며각자의의미를갖는다. 우선작가는주요등장인물에동물의특성을부여한다.
동백은하마다/ 용식은불곰이다/ 종렬은퓨마다/ 제시카는 공작새다/ 규태는Dog다/ 자영은고양이다/ 향미는미어캣이다 / 필구는용이다/ 덕순은수달이다/ 정숙은매다/ 배수는나무늘보다
23 이다운(2020), 137. 24 유몽영(2022),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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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표시된동물의특성은우열을따지는것이아니라그등장인물 의개성을드러내는수단으로쓰인다. 각자지니고있는특성으로 그등장인물의전체모습을대변하는것이다. 이런특성은에피소드별 로메인캐릭터가달라지는것에서도드러난다.
1회2회“게르마늄팔찌를찬여자”: 동백, 용식 3회4회“좋은놈, 나쁜놈, 치사한놈”: 동백, 용식 5회6회“똥개의전략”: 동백, 용식 7회8회“촌놈”: 동백, 용식 9회10회“바람, 바람, 파란”: 규태, 용식, 종렬 11회12회“본투비하마”: 동백, 용식 13회14회“옹산요정”: 동백, 용식 15회16회“이구역의스라소니”: 동백, 용식 17회18회“웰컴이다”: 동백, 용식 19회20회“착한놈은계를못타”: 동백, 용식 21회22회“히어로는막판이다”: 동백, 용식 23회24회“나를잊지말아요”: 향미 25회26회“그썸의끝”: 동백, 용식 27회28회“엄마의나이테‘엄마는그렇게나이를먹었다’”: 정숙, 동백, 덕순 29회30회“엄마, 妈妈, mother”: 정숙, 동백, 덕순 31회32회“공수교대(feat. 악셀을밟는자)”: 동백 33회34회“옹벤져스”: 동백, 옹산주민들 35회36회“여덟살인생”: 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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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회38회“7년3개월짜리엄마”: 정숙
39회40회“기적같은소리”: 동백, 정숙25
<동백꽃필무렵>의전체적인이야기는용식과동백이만나썸을 타다가교제하여결혼하는이야기이다. 이둘사이를규태와종렬이 방해하고뒤로가면덕순과필구도방해하는모습으로나온다. 이런 큰틀의이야기속에서까불이의살인사건이야기를통해향미의죽음과 까불이의정체를밝히는구도가있고, 여기에얽혀동백과정숙의 재회와갈등과화해의이야기가있다. 또한규태와자영의갈등, 종렬과 제시카의이혼위기등이부수적인이야기로전개26되면서약간의 비중차이는있지만동물의특성으로표현된모든등장인물의이야기가
25 유몽영(2022), 51. 한편조미영(2021)에따르면<동백꽃필무렵>의40화중 20화의부제가원작이있는작품의제목을패러디한것이라고한다. 조미영(2021), 525, 각주20). “게르마늄팔찌를찬여자”(1~2화): “진주귀걸이를한소녀”(요하네스 페르메이르, 1963), “진주귀걸이를한소녀”(피터웨버, 2004) / “좋은놈, 나쁜 놈, 치사한놈”(3~4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김지운, 2008) / “똥개의 전략”(5~6화): “똥개”(곽경택, 2003) / “바람, 바람, 파란”(9~10화): “바람, 바람, 바람” (심재석, 1983), “바람, 바람, 바람”(김범룡, 1985), “바람, 바람, 바람”(이병헌, 2018) / “본투비하마”(9~10화): “본투비블루”(로버트뷔드로, 2015) / “이구역의스라소 니”(15~16화): “야인시대”(장형일, SBS 2002.07.29.~2003.09.30.) / “나를잊지말아 요”(23~24화): “예정된시간을위하여”(장덕, 1989) / “그썸의끝”(25~26화): “그 여름의끝”(정해길, 2015), “그여름의끝”(이성복, 1990), “그여름의끝”(장미희, 2006) / “옹벤져스”(33~34화): “어벤져스”(마블스튜디어제작, 월트디즈니픽처사 배급, 2012, 2015, 2019) / “여덟살인생”(35~36화): “아홉살인생”(위기철, 1991), “아홉살인생”(윤인호, 2004). 26 유몽영(2022), 52.
골고루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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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각각의인물들은저마다부모의결핍이있다. 동백에게는 어머니가없고, 용식과필구와규태에게는아버지가없으며, 자영과 향미에게는부모가없다. 그럼에도이들은자기만의방식으로상대방 이본래지니고있던장점을발견하여, 바꿔말하면본래의여래성품을 드러내어긍정적인삶을누리게한다. 동백과용식은이미설명했으므로다른사람으로예를들면, 필구도 “용식과더불어… 동백을그자체로인정한다. 동백은필구가아빠 없는아이, 술집아들로낙인찍혀주눅들까걱정해학교공적행사에 참여하지않는다. 하지만필구는친구들에게동백을‘예쁜엄마, 사장 엄마’로자랑스럽게소개한다.”(14회)27 규태는동백이랑자기가뭐가
다르냐며따지는향미에게“도찐개찐아니더라. 걔는내가너내쫓으면 가게안빼도된다고그랬는데그냥너데리고간대. 의리가집세 내준것도아닌데기집애가겁나게우직하더라.”(24회)고대답한다. 그리고향미역시낙호와의갈등을해결한동백의가족을보며“참 이상한집이생겼다. 딸을버린엄마, 애까지품어버린촌놈, 쥐똥만한 이집의오아시스, 그리고이모두가사랑하는, 동백이, 동백이, 동백 이.”(23회)하며동백의가치를발견한다. 종렬역시당차게자신을 대하는동백을보며“동백이에게서빛이나기시작했다. 예전, 동백이 옆에있을때나처럼.”(18회)이라며동백의빛을찾아내었다. 심지어 동백과가장갈등이심했다고할수있는덕순도“니인생살어라
27 김지혜(2021), 90, 각주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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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인생. 필구니덕순이니다제껴두고.”라고하고는“그려도, 기어코, 나한테온다믄, 내가너를아주귀허게, 귀허게만받을게.”라며용식과 의관계를받아들이는데, 그이유는바로“곽덕순이아들이곽덕순이를 닮었는디, 니가안좋아할재간이있어?”(39회)이다. 이것은그대로앞에서거론한화엄의특성을드러냈다고할수있다. 앞에서설명했듯이모든존재는비로자나의화현아님이없기때문에 각각의존재는고유한자신의가치를온전히평등하게다갖추고있으 며, 그것을여래의성품이그대로드러난존재라고한다. 일정한기준을 넘어서야진리의세계에들어있다고판단하는것이아니라우리각자의 현재의모습이바로부처라는말이다. 수행계위하나하나가낱낱이 나름대로독자적인가치를지닌보살행이라는것도바로이런뜻이다. 그러므로<동백꽃필무렵>에서구현하고있는등장인물들은지금 이자리를살고있는우리모두가삶의주인공임을드러내고있는 것이다.
4. 고마운사람의기적
스스로삶의주인공이되어서주체적으로사는부처가되면세상 누구나부처로봄으로써부처와부처가살고있는불국토의세계가 열린다. 드라마초반에동백이용식에게자신의꿈이분실물센터직원 이라고말하는장면이있다.
동백: 고맙다고. 고맙다고들하니까. 제가살면서요, 그, ‘미안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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됐다.’ 이런얘기는좀들어봤거든요. 사랑한단얘기야, 뭐, 아무렇게나 들었죠. 근데이상하게요, 아무도나한테는고맙다고는안해요. 아무 도나한테그말은안해요. 저분실물센터에서는저분이최고천사고 최고은인이에요. 휴대폰, 애기인형, 아들네줄려고싼반찬, 이런 것도다찾아주거든요. 응, 저렇게사람들이두번이고세번이고 막고맙다고인사하면기분이어떨지상상도안돼요. (4회)
<동백꽃필무렵>에서‘고맙다’는말은상대의진가를완전히인정하 고존경하는맥락으로쓰인다. 중생이가진여래의본성을발견하는 것을‘고맙다’로표현하고있는것이다. 다른사람들에게‘고맙다’는 말을듣고싶어하는동백, 다시말하자면자신이지닌본래모습을 발견해주기를바라는동백에게가장먼저‘고맙다’는말을해주는것은 역시용식이다. 용식은까멜리아벽에“to. 동백씨, 땅콩써비스고맙습 니다! P.S(내가맨날고맙다고해줄거예요) from. 용식”(5회)이라는낙서 를남김으로써동백의진가를처음으로알아주는사람이된다. 이렇게 초발심한동백역시게장골목의다른이들에게“옹산이웃여러분, 지난6년간진심으로감사했습니다. -동백-”(17회)이라는안내문을 붙임으로써모두를부처로대하고있음을드러낸다. 그리고마지막회 에서는동백이꿈을꾸던분실물센터대신택배보관소를운영하며 게장골목누구에게나‘고맙다’는말을듣는모습을보여줌으로써<동백 꽃필무렵>에서는‘고맙다’는말을듣는세상이바로부처가부처를 만나는불국토임을표현하고있다. 그리고중생의모습을하고있는옹산의모든이들, 그렇지만서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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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고마워할줄아는옹산의모든이들이모여기적을만들어낸다는 <동백꽃필무렵>의강력한주제의식을드러낸다.
용식: 기적은없다. 우리속영웅들의합심, 소리없이차오르는 구세군, 착한사람들의소소한선의, 착실히달려온마리오의동전 같은게모여기적처럼보일뿐. (40회)
이처럼일상을살아가는사람들의소소한선의가모여기적을이루는 세상은천지가꽃밭인, 즉화엄의세상이다.
동백: 그래도원칙적으로는고생끝에해피엔딩인데, 그치? 정숙: 에헤이, 신데렐라고콩쥐팥쥐고그, 개똥멍청이지. 아니 나중에좋자고그꼬라지를참고살아? 해피엔딩이고나발이고, 그냥 아껴먹으면맛대가리만없지, 당장배고플때홀랑먹어야지그게 와따지. 그러니까나중에말고당장야금야금부지런히행복해야 돼. … 동백: 행복은좇는게아니라음미야, 음미. 나서있는데서이렇게 발을딱붙이고찬찬히둘러보면, 봐봐, 천지가꽃밭이지. (40회)
결국<동백꽃필무렵>은자리행과이타행이동시에구현된용식이라 는인물이동백의소중하고귀한면을발견해주고그렇게동백꽃이 핀동백은자신의소중하고귀한면을꺼내어쓰고사는모습을보여준 다. 그리고그것은동백이동네의택배를맡아주면서평생의소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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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는말을듣고사는것으로이어지면서모두가부처라는이야기 까지전하는것이다.
IV. 결어
이상으로불교적인물형중에‘원만형’ 인물형의틀을활용하여화엄 비평의체계를시론적으로구축해보았다. 화엄비평체계는중생이 사실은부처모습그대로나타난것이라는‘여래출현’, 깨달음을향하여 발심한그순간이미깨달음을성취하여이후의보살행이사실은불국토 를장엄한것이라는‘화엄의일승보살도’, 그리고이러한화엄의논리가 가능한이유는세계가비로자나불의현현이라는‘법계연기’의세가지 핵심사상을바탕으로구축한것이다. 그리고이러한비평체계를 2019년최고의드라마라고평가받는<동백꽃필무렵>에적용하여 불교적으로분석하였다. 그결과드라마<동백꽃필무렵>에는평생사랑받지못하고외롭게 살아온동백의소중하고귀한진면목을발견해주는용식을통해여래출 현의가치와처음발심할때가바로깨달은순간이라는화엄의가치를 표현하고있음을알았다. 그리고이러한진면목의발견은동백과용식 사이에서만일어나는일이아니라‘고맙다’는말을통해옹산에살고 있는모두가사실은서로가서로의본래모습을확인해주며삶의주인공 으로살고있는화엄보살의세계임을발견하였다. 최종적으로는소소 해보이는각자의선의가쌓여고마운사람들이만들어내는기적의 세상이자꽃으로가득한화엄의세계임을드러내어화엄행자의불국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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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표현하고있음을알았다. 따라서<동백꽃필무렵>은21세기형 화엄텍스트의전형이라고할수있다. 이글은화엄을바탕으로한비평체계를시도한작은발걸음에 지나지않는다. 이것을시작으로화엄의다양한교리를활용한비평 체계, 나아가각각의불교이론을활용하는비평체계가나올것을 기대한다. 그런작업이지속되어야1차적으로21세기에부합하는전법 교화의방법으로서불교의교리어나개념어를사용하지않고일반적인 표현으로불교의가치를드러내는방식을탐구하는데활용할수있을 것이며, 이를바탕으로드라마를이용하여불교적인마음치유를할 수있는실제적인방법론을향후도출할수있으리라기대한다. 그리고 부차적으로는콘텐츠제작자들에게현대인들의심성을치유할수있는 콘텐츠를제작할수있도록주제의식을생각하게하는교육으로도 활용할수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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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____(2014), 「 영상미디어의불교주제구현연구: 의상‘일승법계도’에의거한 인물형을원용하여」 , 동국대학교박사. ______(2015), 「 불교소재영화와불교적영화: 불교적해석을위한비평이론을 제안하며」 , 불교문예연구 5, 불교문예연구소. ______(2017), 「 방송매개전법을위한불교콘텐츠구성방향」 , 전법학연구 11, 불광연구원.
______(2022), 「 드라마를통한불교적마음치유: 불교의눈으로드라마<나의 아저씨> 읽기」 , 불교문예연구 20, 불교문예연구소.
문화콘텐츠 활용을 위한 불교 비평 체계291
Buddhist Critique System Applicable for the Use of Cultural Content: Interpreting the Drama When
the Camellia Blooms from a Buddhist Perspective*
Choe, Won-sup (Visiting Researcher at the Center for Daehaeng Seon Studies)
This study proposes an Avataṃsaka (Hwaeom/Huayan) cri- tique system using the framework of the "united type" of in- dividual from the recognized categories of Buddhist personality types. I established this system based on three core concepts: "appearance of the Tathagata," which states that sentient beings do in fact appear as buddhas; the "single vehicle Avataṃsaka bodhisattva's path," which states that sentient beings attain en- lightenment the moment they aspire to become awakened, and their bodhisattva practice thereafter adorns the buddha realm; and the "interdependent arising of the dharma realm," which states that the aforementioned two phenomena are possible because the world itself is a manifestation of Vairocana Buddha. In this paper, I applied this critique system to When the Camellia Blooms‒considered one Korea's best dramas of 2019‒to ana- lyze it from a Buddhist perspective. As a result, I find that When the Camellia Blooms expresses the value of the appearance of the Tathagata and the value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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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vataṃsaka‒which says the first aspiration for enlightenment is the moment of enlightenment itself‒through the character Yongsik, who discovers the precious true character of Dongbaek, who has lived a lonely, unloved life. And this discovery of one's true character is not something that only happens between Dongbaek and Yongsik; it is the world of Avataṃsaka Bodhisattva where everyone residing in the Ongsan area is the master of their own lives, confirming each other's true character through the words "thank you." In the end, I realized that the drama was an expression of the Buddhist realm of Avataṃsaka practitioners by revealing that it is a world of miracles and a realm filled with beauty created by grateful people who continue to act with pure intentions in daily life. Therefore, I consider When the Camellia Blooms to be a typical 21st century Avataṃsaka text.
cultural content, drama When the Camellia Blooms, Buddhist criticism, Buddhist character types, Avataṃsaka, appearance of the Tathagata, Emergence of Buddha, Single-Vehicle Bodhi- sattva’s Path, interdependent arising in the dharma realm, em- bodiment of Buddhist themes, Buddhist cultural prototypes
*This study was funded by Korea's Ministry of Education and National Research Foundation of Korea in 2020. (NRF-2020S1A5B5A17089860) 논문투고일: 2023. 12. 31 심사완료일: 2024. 01. 17 게재확정일: 2024. 01. 24
고문
이사장
주지
원장
연구원
학술운영위원회
대행선연구원 운영진
법산스님(전동국대이사장)∙보광스님(전동국대총장)
혜수스님(한마음선원)
혜솔스님(한마음선원안양본원)
혜선스님(한마음선원)
오진영(동국대), 최원섭(동국대)
서광스님(동국대)∙김광식(동국대)∙김방룡(충남대)∙김용표(동국대)∙김응철
(중앙승가대)∙김천학(동국대학술원)∙김현구(전남대)∙안성두(서울대)∙이자랑
(동국대)∙정준영(서울불교대학원대)∙조은수(서울대)∙최종남(중앙승가대)∙
한상길(동국대)∙황순일(동국대)
편집위원회
한상길(위원장, 동국대)∙고승학(금강대)∙고영섭(동국대)∙김호귀(동국대)∙
원영상(원광대)∙임승택(경북대)∙이태승(위덕대), 박보람(충북대), 김은영(동
국대)
한마음연구 제12집
ISSN : 2635-683X EISSN : 3022-599X
2024년 2월 20일 인쇄 2024년 2월 28일 발행 발행인 : 전희성(혜수) 편집인 : 대행선연구원 편집위원회 인 쇄 : 도서출판 운주사 발행처 : 한마음선원 부설 대행선연구원 13908.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경수대로1280-10 대행선연구원 TEL : (031) 470-3276, 3277 / FAX : (031) 470-3116 E-mail : ds7788@hanmaum.org Homepage : www.daehaeng.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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