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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따라 그림 따라 행궁동 골목길

이북 원문에서 글자만 옮긴 전체 텍스트입니다. 표·그림·사진과 원래 모양은 이북에서 확인하세요.

1쪽

고경아

송옥란

노영란

선지영

글 그림 행궁동 골목길

따라 따라

정혜민

행궁동골목드로잉에세이

박진

신경숙

3쪽

글 그림 행궁동 골목길

따라 따라

행궁동골목드로잉에세이

4쪽

행궁동 골목에서 스케치북을 펼쳤다.

동네 길이라 익숙했지만

골목에서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들이 있었다.

담장 아래 꽃, 길고양이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행궁동에서

닮지 않아도 괜찮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동안 지나쳤던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웃들의 부지런한 손, 아기자기한 꾸밈, 시간이 품고 있는 오래된 이야기들

서툴지만 애정 어린 마음으로 우리 동네 골목을 그림과 글로 기록했다.

동네 골목길을 찬찬히 바라보았고, 우리들의 행궁동 살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림 그리는 것이 대부분 처음이었다.

물방울 흔적 따라 그리기 등

매번 경직된 마음과 손을 풀어주는 프로그램으로

거꾸로 그리기, 연필선 떼지 않고 그리기, 종이 안 보고 그리기

우리를 자연스럽게 스케치북 안으로 인도한 신경숙 작가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동네 이웃 여섯 명이 10주간 함께한 골목드로잉에세이를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오늘도 우리는 스케치북을 들고 걷는다.

고경아 노영란 박진 선지영 송옥란 정혜민 그리고 신경숙 작가가 들려주는

소소한 골목 풍경. 글 따라, 그림 따라, 행궁동 골목길로

7쪽

정혜민(땅콩) 19 고경아 35 송옥란 47 박진 선지영(쌤통) 67 노영란 79 신경숙

9쪽

정혜민

소심하지만 자주 용감하고, 세상 모든 것들에 호기심이 많은 예비 예술가 낭랑 22세 정땅콩

10쪽

땅콩은 무엇을 좋아할까

다양하다는 것

나는 ‘다양함’이 좋다. 하나로만 정의하는 것이 아닌, 여러가지의 색깔과 모습으로 그려낼 수 있으니 좋다. 그냥 어깨를 한번 으쓱이며 ‘난 그냥 다양하게 좋아해!’ 라고 말할 수 있으니 나는 그 쿨함이 좋다.

11쪽

행궁동 출신 피카소가 되어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 그림이 호랭이라는 것을 모두가 알아본다면 말이지!

나는 나무가 되고 싶고, 거친 파도가 되고 싶고, 강한 호랑이가 되고 싶다. ‘강하고 단단한 것’이 좋다.

13쪽

“혜민아, 고양이 집으로 들이지 말어.” “ … ” “만지지도 말어.” “응 … ” “근데 얘가 자꾸 본다. 얼른 밥 줘라.”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이 좋다. 들어오지도,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고양이도… 역시나 좋다.

14쪽

쫓아가지 않아도 우연히 만났던 달이 좋다. 스트로베리문을 보며 행복해하는 내 친구들이 좋다.

15쪽

초록색을 볼 수 있는 내 눈이 좋다. 이런 순간을 좋아하는 내가 좋다.

17쪽

우리 동네가 좋다. 동네에 사는 내 친구들이 좋고, 자기 멋대로 왔다가 오지도 않는 고양이들이 좋다 .

19쪽

그리고 이런 동네에 사는 엄마와 내가 좋다. 지금의 우리가 좋다.

좋은 것은 이렇게나 다양해도 상관없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거꾸로 그리는 게 어려워도 JUST DO IT!

21쪽

고경아

그림으로 세상과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먼저 배운 딸에게서 배우고, 함께 하는 이들의 그림에서 많은 힌트를 얻는다. 내가 그린 그림을 보며 긍정적으로 질문해주는 이들의 북돋음 덕분에 그리기라는 의사소통 방식에 흥미가 더해지고 있다. 또 다른 세상이 열리고 있는 기분이다.

22쪽

공존

북수동 금보여인숙이다. 건너편엔 성일칼국수집이 있었고 팥칼국수랑 들깨칼국수가 맛있었다. 지금은 커피숍이 들어섰고 그 밖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23쪽

똑바로 놓고 그린 그림보다 더 잘 그려낸 것이 신기했다. 이미 들어와 있는 생각은 눈을 가리기도 한다는 것을 알아챘다.

비워내야 한다는 것도 알았다. 잘 그려야한다는 생각조차도 말이다.

사진을 찍어 거꾸로 놓고 그린 그림인데

잘 그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 안의 모든 것을

5월8일 어버이날 선물로 아이패드를 선물로 받았다. 우리집에 같이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내 그림속 주인공들이다.

오늘은 우리 경엽이를 무척 따르는 고양이를 그려보기로 했다. 선생님은 4B 연필을 반듯하게 하지 말고 약간 눕혀서 그려보라고 했다. 느낌이 달라졌다.

25쪽

자유롭지만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재밌고 즐겁다.

28쪽

행궁광장과 수원화성박물관 사이엔 종로시장이 있다 서울에 종로가 있듯 수원에도 종로가 있다. 성문을 여닫거나 여로모로 쓰였을 종이 있던 곳의 거리 이름이다. 화려한 화성행궁 바로 앞에 있는 종로시장은 지금도 새벽시장이 열린다고 하는데 나는 아직 장이 선 종로시장 풍경을 본 적이 없다. 5월 말 종로시장에 드로잉하러 갔을 때는 마늘철이었는지 마늘이 상점마다 줄지어 있었다. 상점 한 켠에 분위기 좋은 커피숍이 들어서 있었다.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보며 그림을 그렸다.

우리 일행은 예전 쌀집이었다는 동신미곡에서 커피를 마셨다.

29쪽

느티나무가 있는 동네

생태교통마을을 축복했었다.

5월29일은 팔달산 밑으로 이사 간 빠쳄 집 골목 끝에 앉아 그렸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데 신경 쓰이지도 않았고 좀 뻔뻔스러운 나 자신이 신기할 정도였다. 화성길라잡이 하던 때에 서장대에서 내려와 장안문으로 가는 이 곳 성곽을 걷다 보면 정겨운 동네가 한 눈에 들어오던

2013년 세계 최초 한 달 동안 자동차 없는 생활에 도전했던 동네 분들을 돕기 위해 한동안 머물렀었다. 2013년 9월1일 전날 밤, 우리는 이 곳에서 촛불을 들고

느티나무 잎만큼이나 많은 동네 사람들과의 추억이다. 행궁동은 그와 항상 함께 있는 공간이고 누구든 불러 커피하자고 할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며 막걸리가 한 잔 하고 싶을때조차도 불쑥 찾아가 함께 할 사람이 있는 좋은 추억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행궁동 골목에 서면 어디든 초록이 눈에 들어오고 성곽이 보이고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수원 화성이 있고 성안에 보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참. 좋다.

30쪽

광교산이 보이는 정자에 앉아 판소리하던 때가 그립다.

밤 깊은 줄 모르던 그 때 그 사람들이 보고 싶다.

화성을 안내하다 화홍문루에 앉아 조선의 국왕 정조 이야기를 나누며

방화수류정 달빛 속 삼색향연하는 날이면 정자로 달려와 함께 듣던 소리들이 그립다.

31쪽

화성길라잡이를 함께 했던 인숙샘 화성에 대해 같이 공부하고 안내하던 때가 항상 그립다. 수원화성은 그녀와 함께 그가 영원히 있는 공간이고 영원한 시간이다.

32쪽

또 다른 내 안에 기운을 만나는 시간이다. 자연인 인간으로 우주 만물과 교감하는 시간같다. 북소리의 진동은 오래도록 내 심장을 두들기는 듯하고

수원 화성이 있는 행궁동에는 소리를 알려주는 선생님이 살고 있다. 소리를 배우는 시간은 그림을 그리는 것과 닮아있으면서도

선생님의 소리는 때론 간절하고 때론 슬프고 때론 즐겁다.

33쪽

윗동네 아랫동네 할 것 없이 분위기 좋고 맛 좋은 커피숍이 많이 들어섰다. 수원화성박물관 주자창 입구에 있는 ‘커피가이’에서 수업을 들었다. 남쪽 성곽이 보이는 2층에 자리를 잡고 앉아 수다 한 판, 커피 한 잔, 그림 한 장.

물감으로 색칠하던 때가 언제였는지 까마득한데 이 날 그림에 색을 더했다

34쪽

화서문을 빠져나오는 거리라 하여 화서문로 이 곳은 요즘 핫하다. 젊은 이들로 붐빈다. 화서문로 빈 간판 집 세탁소 2013년 한 달 동안 자동차 없이 생활하기에 도전하여 성공한 생태교통마을의 흔적이다. 화서문로에서 지금은 사라진 조암식당, 장안식당, 1인자감자탕집에서 생태교통축제를 준비하던 때가 생각난다. 2013년도 일이다. 그 때 이식된 소나무는 제법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형제세탁소도 그랬으면 좋겠다.

35쪽

풍경을 그림으로 남겼다.

잠시 1층 집 구경도 했다.

정원이 참 예뻤다.

남창동 팔달산 밑 대승원 옆에 살고 있는

인숙샘을 데려다주고 내려오던 길에 만난

장안동 사는 님과 이 길을 따라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신승녀 선생님을 만나

집 앞 터를 작은 식물원처럼 꾸며 놓았는데

다산인권센터가 있는 단오카페도

한데우물가도 옛 추억이 많은 곳이다.

37쪽

송옥란

행궁동의 여유로움을 아이들도 느끼며 함께 추억을 쌓아가고 싶은 엄마입니다^^! 장소와 골목에 따스함을 기록하려 합니다.

38쪽

“코로나”라는 상황에 만나게 된 그림 생활. 혼자서도 가능한 정말 즐거운 취미라는 생각에 하나 둘 그려나가기 시작하였다.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 나의 소중한 가족에 대해, 우리의 가족을 즐겁게 해주는 장소에 관한 것들을 하나씩 저장하고 꺼내보는 재미에 빠져 지금도 현재 진행 중이다.

39쪽

동네 꼬맹이들의 참새 방앗간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물을 채우고

학교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출출한 배를 채우기도 하고

아이들을 사랑해주시는 사장님 덕분에 아이들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드나들고

감사한 마음에 남겨보았다.

좋아하는 크림과 닭고기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로제치킨파스타~~

유난히 배고픈 점심시간

든든히 배를 채워 준다

빠르게 그리기는 최고!

다행히 나의 그림을 사랑해 주셔서 더더더 감사하다 ㅎㅎ

한 선 그리기로 도전!

뜨거워지기 전에 휘리릭~~

역시 한 선으로 그리는건 부담도 있지만

하루의 마무리는 역시 시원한 맥주 한 캔

40쪽

행궁동의 골목이 유명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러한 장소에 있으면 매일매일이 여행을 온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41쪽

이 쪽은 글자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북에서 보기

42쪽

최애 여행지 남해도!

푸르른 하늘과 하늘과 맞닿은 바다 정말로 아름답다

한가함은 덤으로 선물 받는 곳!

가는 길이 조금은 멀고 지루하지만 그 곳의 풍광을 상상하면 미소가 지어진다

43쪽

시원한 빙수 한 그릇과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하는 노을은 명품이다!

요즘의 하늘은 정말 한국의 노을이 아니다. 너무 더워서 지쳐 갈 때 쯤이면, 해가 넘어가고 멋진 노을을 선물해 준다.

44쪽

백신 맞고 난 후 정말로 강력함을 경험하였다. ‘뭐 대단하겠어’ 쉽게 생각했다가 큰코 다칠 뻔 했다. 열이 오르락 내리락, 몸은 욱신욱신 아프고 하지만 요 약을 먹고 나면 마법처럼 괜찮아진다는 것! 정말 신기하다.

귀염둥이 둘째도 그림생활을 시작하고 싶다는 말에 요런 선물을 주셨다. 엄마와 함께 하나하나 추억을 기록해 보자!

아직 2차를 또 접종해야 한다는 사실이 그냥 무서울 뿐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니다 이젠 아이들이 조금 커서인지 캠핑보다는 호텔을 찾는다. 그래도 여름에는 계곡 물놀이 한 번쯤은 해줘야지! 요즘 동남아 날씨처럼 비가 내렸다가 해가 떴다가 이해할 수 없지만 … 비오는 날의 우중캠핑은 후둑후둑 빗소리에 콸콸콸 계곡물소리에 조금은 시끄럽지만 즐거운 시간을 가져본다.

45쪽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창문

오늘도 감사함으로 하루를 저장한다 ^^

하늘을 볼 수 있는 공간에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

46쪽

개개인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에게는 맛 집!

지나가는 길 조명에 너무나 영롱하게 빛나고 있어서 ^^

북적북적하지 않고 조금은 조용한 곳

47쪽

출근하면 만나게 되는 장소가 누구든 있을 것이다. 매일 매일 여러번 너무나 친근한 장소 기억 속에 저장해 본다

49쪽

박진

인권운동합니다. 흰머리 할머니가 되면 동네아이들과 야쿠르트(여야 합니다)를 빨면서 동네 평상에서 인권이야기 하는 게 꿈입니다. 누구하나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는 세상입 니다. 소중함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합니다. 꿈꾸는 나를 위해 선물한 그림 그리기 시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손을 움직여 동네를 스케치하는 동안 행복했습니다. 참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만난 여름 어느 날 그림으로 저를 소개합니다.

51쪽

선을 이어서 그려보라는 선생님. 설명하는 모습을 그렸다.

수업 시작하는 날

선생님 말씀하는 중에 끄적인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모두 재료다.

52쪽

먹는 것을 그려보라고 하셨다. 거꾸로도 그려보라고 하셨다. 돈가스처럼 보이나? 돈가스 맞는데.

거꾸로 두고, 한 번에 떼지 말고 이어서 그렸다. 신기한 경험이다. 좌뇌를 사용하라는 말씀인데, 우뇌가 보지 못하는 선을 찾아냈다.

발사믹 소스를 좋아한다. 발사믹이라는 이름의 어원은 뭘까. 거꾸로 부르면, 믹사발. 그것도 나쁘지 않네. 아 웃겨. 믹사발이래.

53쪽

드로잉팀이 함께 나가서 처음으로 동네를 그렸다. 금보여인숙 앞에서 각자의 위치, 각자가 보는 만큼 그렸다. 내가 그리고 싶었던 것은 하늘이었나 보다.

청과물 시장을 그리는 건 조금 어려웠다. 사진으로 담으면 참 예쁜 곳인데, 삶의 흔적이 묻어난 모든 곳은 그마저 사연이 있어서 받아 내기가 쉽지 않다. 낡은데 아름다운 것. 그걸 언젠가는 잘 그려내고 싶다.

54쪽

내 최애 관심사 소녀.

정땅콩 양을 살짝 크로키했다.

숨만 쉬어도 좋다.

집 앞에 냄비를 들고 떡볶이 사러 갔다.

주문하고 앉아 있는 소녀를 그렸다.

여행을 떠날 수 없으니

너와 함께 하는 모든 곳이 여행길이다.

귀여운 눈매가 툭 튀어 나와서 그냥 좋다.

노을 지는 하늘과 골목길이 마치 유럽 어딘가 같았다.

55쪽

얼룩 드로잉 숙제로 종이에 커피를 쏟았다. 얼룩 따라 펜을 그렸다. 소나무가 나오고, 또 하늘이 나오고, 편지가 나왔다. 언제나 부칠 수 없는 편지를 쓰고 있다. 주소가 없으니 더 빨리 도착하겠지.

56쪽

행궁동 큰 도로의 나무들은 머리가 깍두기 같다. 그걸 그리고 싶었는데, 그리다 보니 차와 건물들에 힘이 더 들어갔다. 소실점. 평행한 두 직선이 멀리 가서 한 점에서 만난 것처럼 보이는 점. 그러게, 소실점 너, 어딨냐.

이 동네는 골목이 재미있다. 오래된 건물 사이 사이에 힙하게 단장한 가게들 도 많다. 예쁘게 차려입은 청년들이 골목을 찾아온다. 이번에도 소실점 연습이다. 색을 입혀 보았다. 재미있다.

57쪽

소녀와 동네 맛집. 개업한 솥밥집에 왔다. 파스타와 카페가 즐비한 동네에 쌀국수집과 쫄면집, 솥밥집이 생겼다. 야호. 이제 네팔 음식점만 들어오면 된다.

출장 간 대구. 서문시장에 들러 좌판에서 멸치 국수를 주문했다. 난이도가 높은걸 그리고 싶어, 맛있고 정감 가던 그 순간을 스케치 했다. 맛보다 멋있었던 한 상.

잘 그린 줄 모르겠지만 내 맘에는 든다.

58쪽

그림으로 그려 본다. 무지개가 그렇듯이 여러 색으로 살아가면 된다. 모두가 다르고 모두가 조금씩 깨지거나 조금씩 아물어 가고 있으니. #차별금지법_제정하자

제주도 동쪽에 있는 작은 집, 삼달땅콩네. 정다운 곳이다. 늘 그리운 곳이다. 우리 추억이 여기저기 손때처럼 묻은 곳. 늘 잘 지내고 있지?

그날 노을이 너무 장했다. 수박빙수도 맛있었다. 조금 슬펐지만 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붓으로 칠하고 아이패드로 조금 손을 댔다. 정땅콩이 도와줬다. 고마웠다.

깨진 도자기 그릇에 물감을 알록달록 칠했다.

59쪽

당신의 마지막 공연. 낭만 굿쟁이, 정은솔 선생. 언제나 사랑하고 있습니다.

61쪽

선지영

나의 또 다른 이름 ‘쌤통’. 보통 선.지.영. 이라고 부모님이 붙여준 이름의 의미는 대부분 안물안궁이지만 나의 별칭은 무슨 의미인지 묻는다. 우연히 친구로부터 들었던 ‘쌤통’이라는 경쾌한 어감이 좋았다. 발랄하고, 아이스러움, 개구진듯한 상황, 에너지 넘치게 소리치는 단어라 좋다. 의미를 담지 않아도 좋은 내 이름은 쌤통이다.

62쪽

눈빛을 도화지에 담아 볼게~ 기다려~

동네친구 ‘땅콩’이 그려준 나. 나 이렇게 생겼나? 오일크레파스로 음영도 넣어주고, 하트도 넣어주고, 스케치북을 보지 않고 그려 봐주고, 집중해서 나를 봐주는 그 시간이 고마워~ ‘땅콩’! 나도 언젠가 너의 사랑스런

63쪽

‘여풍상회’

건너 동네에 구경 다니다 만난 청과물 시장. 재래시장이 많은 동네. 조용하지만 그 안에는 생동감이 뽀작뽀작하다. 그 중 여풍상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여인의 바람이라는 뜻일까나? 무거운 박스와 팔레트, 수박상자가 가득한 풍경과 여풍상회는 이야기가 많을 듯하다. 여름철 수박이 진한 녹색을 반짝이고 있다. “박스 먼저 빼놓고 해야지!” 사장님이 말한다. “아니여~” “이걸 먼저 밀어~” “수박이 커서 안 뚫려~” 무엇이 안 뚫리는 걸까 …

궁금했지만 일하시는데 거슬릴까봐 가서 보지는 못했다.

64쪽

이야기가 있는 풍경이 좋다.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풍경이 좋다. 난 우리 동네에 채소를 파는 사람의 그 자리가 행위예술처럼 보인다. 그냥 내 상상이다. 채소를 파는 것이 목적이 아닌 카페가 즐비한 그 거리에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인생은 달고. 이쁘지만은 않다고 … 채소로 우려낸 국물과 양념이 되는 삶도 있다고 말해주는 상상을 한다.

할머니의 노상식사

무슨 반찬 드시나 궁금했다. 식재료를 옆에두고 요리된 반찬으로 식사하는 모습이 흡사

오늘은 현금이 없어 눈으로만 사드렸다.

먹방같다. 엄한 표정으로 식사를 즐기시는 할머니 무슨 생각하실까? 대로변에서 꽃도령이 할머니 뒤를 지켜주니 눈치보지 말고 편히 식사하세요.

65쪽

흘러간다. 흘러간다. 바람을 타고. 물길을 따라 흘러간다. 시린 마음 가녀린 손 끝. 옷깃을 세우고 흘러간다. -이한철 ‘흘러간다’- 무척 좋아하는 노래다. 흥얼흥얼 허밍으로 부르기 좋은 노래다.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주는 노래다. 그림을 그리다가 자연스럽게 이 노래를 부르며 그림을 그렸다. 사무실 옥상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흘러간다. 한 사람을 반쯤 그리면 다른 곳으로 그 사람은 흘러가버렸다. 또 다른 사람이 흘러와서 붙어있기도 하고 … 또 같이 흘러간다. 그렇게 우리도 흘러가듯 살자. 특별하지 않은 나와 우리가 물결에 흘러가듯이 …

67쪽

색연필

나에게 색은 알록달록함이다. 색은 자고로 ‘빨주노초파남보’다. 정직한 색으로 동네의 풍경을 그렸다. 파라솔 옆에 굴뚝같이 올라온 기둥에 심혈을 기울였다. 빛이 반사되어 반짝이던 타일기둥이다. 내가 색을 입히는 것에 비할 수 없게 저 기둥의 주인은 더한 정성을 드렸을 것이다. 그래서 더 신경썼다. 신경쓴 게 저 정도라고? 묻지 말라. 최선을 다했다. 너무 신경쓰지 않은 것처럼 보이려 애를 많이 썼다.

69쪽

노영란

어릴 적 추억이 깃든 곳, 행궁동이 좋아서 이사 온 지 13년째. 이웃들과 재미난 일들을 기획하고, 소소하게 글로 기록하며 슬렁슬렁 살고 있다. 식물성을 지향하며 히브리어로 평화를 의미하는 빠쳄 별칭처럼, 살고자 한다.

70쪽

이 쪽은 글자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이북에서 보기

71쪽

여인숙 간판이 붙은 이곳은 오랫동안 달방으로 쓰였다. 넉넉지 않은 살림을 부려놓은 달방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물고기 안으로 드나들었다. 달방 사람들 하루 끝에선 비릿한 냄새가 났다. 꿈자리마저 눅눅해 질까 봐, 고단한 숨소리들을 보듬고 밤마다 푸른 하늘을 유영했을 big fish. 브라질 작가 라켈이 2011년 행궁동에 머물면서 커다란 황금물고기를 그렸다. 아마존에는 물고기 신화들이 많은데, 모두 부와 행복을 상징한다. 수원천 곁에 있는 이 여인숙과 아마존강 유역을 연결한 라켈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작가가

그렸던 물고기도 지워졌다 다시 살아났다. 달방 사람들도 떠났다.

되살아난 물고기 눈이 아득해 보인다.

72쪽

버팀과 고단함 사이로 어둠이 내려온다. 이제 활동할 시간이다. 낮은 담으로 이어져 있으니 건너다니기 좋다. 담장 안팎으로 꽃들이 피어나 향기도 좋다. 오늘 밤은 하늘도 푸르고, 좋은 향이 넘친다. 여기쯤 앉아 꽃구경이나 하자. 오늘 밤은 낭만고양이다.

73쪽

담장 아래로 꽃들이 앞다퉈 피었다. 초롱꽃은 이파리가 무서울 정도로 크고 잘 퍼져나가 기세등등한 데 반해 꽃은 작고 귀엽다. 접시꽃은 색도 강하고, 지붕만큼 높이 자란다. 매년 행궁동 골목길에서 만나는 꽃들이다. 올해에는 백합이 유독 눈에 띈다. 향도 짙고 꽃도 기상 나팔수처럼 기운이 넘친다. 골목길 꽃들을 그리며 행궁동의 변화무쌍함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른다.

74쪽

1971년 지어진 종로청과물시장. 50년이 지난 지금,  세월의 더께를 얹고 영업 중이다. 당시에 비해선 쇠락했지만, 도매시장의 시곗바늘로 움직인다. 새벽에 문을 열고 점심 즈음해 파장한다. 한낮, 오래된 시장풍경을 그리러 들렀다. 파시여서 조용했다. 가게마다 마늘들이 가지런히 묶여 있다. 마늘 철이기엔 좀 이르지 않나.

75쪽

“올해 마늘이 일찍 나왔어. 근데, 작황이 안 좋아.” 이곳에서 46년째 가게를 하고 있다는 사장님이 한마디 했다. 올해 마늘 농사가 안 좋구나. 뽀얗고 알이 굵은 마늘더미를 보니 마음이 아렸다.

팔십 평생 농사짓는 엄마 아빠한테 오늘 저녁 안부 전화를 해야겠다.

* 한낮에 사람을 만난 게 신났나 보다. 졸졸 따라다니는 녀석을 안 그릴 수가 없었다.

76쪽

골목길에는 바지런한 손들이 있다.

오래된 철망을 묶어 텃밭을 만들고 채소를 키운다.

앞쪽 성곽길은 상업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지금 이 골목길을 오래 보고 싶다.

그려둬야겠다. 내년에 또 이 철망 텃밭을 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77쪽

눈썹달이 뜨는 밤이면 하늘이 궁금해서 성곽길을 따라 걷는다.

78쪽

6월 초 햇살은 뜨거운데, 행궁동 골목은 그늘이 깊다. 감나무 가지가 숲 터널을 이룬 골목을 걸었다. 오래전 이맘때 즈음 여린 감나무 이파리를 덖어서 감잎차를 만들던 기억이 났다. 감잎차를 꺼내 우렸다. 오랜만에 친구와 마주 앉아서 차 한잔. 차향이 깊고 그윽했다.

81쪽

신경숙

수원에서 태어나 화가로 문예활동가로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떠돌다 다시 돌아온 수원에서 즐거운 놀이를 찾고 있음

82쪽

오랫동안 떠나있다 돌아온 행궁동은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예쁘게 단장한 공방들과 세련된 카페들 골목마다 넘쳐나는 관광객들

사람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들이 벽에 부딪혀 점점 예뻐진다 자꾸자꾸 세련되어진다

그런데, 그것은 마치

어느날 집을 나갔다가 돌아와 보니 엄마가 갑자기 젊고 세련되어진 것 같은 느낌 분명 엄마가 예뻐진 것은 좋은 일인데 어쩐지 우리 엄마 같지 않은

낯섦이다.

85쪽

그 익숙한 듯 낯선 행궁동을 사람들과 걸었다 진짜 우리 엄마의 젊었을 때 어린 시절의 나와 함께

86쪽

신풍국민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다. 학교에서 집에 가는 길 장안사거리 모퉁이에 그 당시에는 보기 드문 2층집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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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장미 넝쿨이 담장을 넘어온 그 집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중에 이런 이층집을 꼭 지을꺼야” 엄마의 목소리가 사뭇 비장했다.

그러나 내 관심은 온통 엄마의 땡땡이 무늬 원피스와 내 원피스의 무늬가 같다는 그 사실이 너무 좋았을 뿐이었다.

그날의 쨍쨍했던 햇살이 아직도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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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전통문화체험관이 되어버린 장안동 16번지에 이사를 온 것은 내가 일곱 살 되던 때였다.

지금도 그 자리에 있는 농협 앞 그리고 지붕이 날아간 채 방치돼 있던 장안문은 우리에게 훌륭한 놀이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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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큼직한 열쇠로 잠가놓았던 북암문 그 옆 개구멍으로 들어가면 호젓한 용연이 너무 좋았다. 수원성의 오래된 목조 건물에서 닫혀있던 어두운 문틈으로 흘러나오던 쿰쿰하고 시큼했던 그 냄새는 내가 유년을 떠올릴 때마다 코끝에 매달려 시큰거렸다.

인계국민학교가 한눈에 보이던 논 한가운데 집에서 처음 이사 오던 날

집 앞에 한길(겨우 2차선 도로)은 왜 그렇게 커 보이고 그 위로 쌩쌩 달리던 자동차는 너무 무서웠다 (사실 차도 많지 않았을 테지만 … )

그 동네 아이들은 그 길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너다녔다. 심지어 나보다 더 어린 동생들도

그때부터 나에게는 꼭 성공해야 하는 목표가 생겼다. 그것은 비마표 통성냥 속의 성냥을 무섭지 않은 양 켜고, 뜨겁지 않은 척 끌 수 있는 허세와 동네 아이들이 지켜보는 속에서 한길을 왕복으로 건너갔다 오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를 해냈을 때 비로소 나는 그 동네 아이로 받아들여졌다 아니 나 혼자 괜히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것은 뽀르뚜까의 차에 매달린 제제의 마음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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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을 통해 보이는 행궁동은 살아있다. 평범한 하루를 기록한 글들은 아름답다.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은 그림이 주는 마법을 금세 알아 버린다. 큰일 났다

그래서, 그냥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훔쳐보며 함께 놀기로 했다.

그들 덕분에 예뻐진 엄마의 모습이 점점 익숙해진다 그래, 이젠 나만 이뻐지면 되는 거야!

행궁동 골목길을 그곳에 사는 사람들과 둘러보고 함께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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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궁동 골목 드로잉 에세이

글 그림 행궁동 골목길

따라 따라

발행일 2021년 9월 1일 발행처 수원시·수원시지속가능도시재단 행궁동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수원시 팔달구 수원천로 351, 2층) Tel.031-231-3311 디자인 상아기획 Tel.031-221-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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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에 기대어 살아가는 행궁동 이웃들의 소소한 동네 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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