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화놀이매거진 POT 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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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OPEN
TALK
문화로 같이 즐기다
문화로 마음을 활짝 열다 문화로 함께 이야기하다
POT
춘천문화
POT이 이야기하는 춘천문화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예술적 감
POT에는 ‘(다양한 것을 담는)그릇, 솥’이라
수성이 풍부한 춘천 시민의 삶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
는 의미가 있습니다. 춘천문화매거진 팟은
그 안에 담긴 보석 같은 이야기를 뜻합니다.
문화로 다 같이 즐기고 소통할 수 있도록
오랫동안 많은 예술가와 청춘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지트로 자리
지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트렌드, 지금
매김해 온 춘천. POT은 춘천이라는 멋진 지역을 춘천 시민과 춘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슈 등 생동하는 춘
천을 찾은 사람들이 보다 즐겁게 향유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펼쳐
천의 문화예술을 한데 담아내는 그릇이 되
보이겠습니다.
겠습니다.
N.19
발행 (재)춘천시문화재단 발행인 최돈선
포토그래퍼 이종희 사진관, 여인우
여성 2019
총괄 정책기획팀 신정호, 강정지
일러스트레이터 이은실
기획 ㈜알플레이
디자인 박소언 편집위원 목선혜, 손영일, 이원섭, 최정오 인쇄 강원일보사
[24336] 강원도 춘천시 효자상길 5번길 13(효자동) / 033 259 5800
춘천시문화재단 POT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춘천시문화재단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글과 사진은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에디터 나래, 김형철, 김성현, 최성각, 김예진, 여인우
COVER STORY
앞표지· 뒷표지 출간을 앞둔 그림책 <가끔씩 나는>의 본문 그림
ARTIST 조미자 趙美子
CHO, MI JA
그림책 작가. 도서출판 핑거 대표
강원도 춘천 출생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창작그림책
어느 공원의 하루
기역은 공
엄마가 그린 새 그림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노란 잠수함을 타고
바람이 살랑 ,야채가 좋아 ,꽃이 좋아
동물이 좋아
보글 보글 퐁퐁
내 방에서 잘거야 ,내가 싼 게 아니야, 마음이 퐁퐁퐁
걱정상자
“가끔씩 나는, 가만히 서 있어. 그리고 걸어가지. 나는 혼자 있기도 하고, 함께 있기도 해. 나는 안에 있기도 하고, 밖에 있기도 하지.” 그림책 <가끔씩 나는> 본문 글 중에서
나의 그림책 안에는 그런 ‘가끔의 나’가 담겨 있다.
CREATE
POT THEMA
N. 19 여성
PLAY
CONTENTS
PEOPLE
N.19 2019
NOW
INSIDE CCCF
REVIEW & PREVIEW
온 세대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문화예술공연 리뷰와 프리뷰
제4회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 중간점검
ARTIST LIFE
STAGE
물병자리 여자의 별이 된 넋두리
달빛이 오롯이 홀로 빛날 때까지
『견고한 새벽』의 저자 이경애 시인
<월화 - 신극, 달빛에 물들다>
COMMUNITY
오늘을 살아가는 춘천 여자를 만나다
우리는 작지만 강하다
춘천 여자 농부들 ‘봄마지’
CCCF REPORT
CCCF NEWS
2019년, 문화예술계에서 여성문화기획자로 살아가기
춘천시문화재단의 다양한 뉴스
창조적 영감을 주는 도시, 춘천의 문화 예술 가이드
GALLERY
BOOKS
우리가 고향을 방문하는 까닭, 엄마를 찾는 까닭 명소희 감독 <방문>
최성각의 매콤시큼한 冊‘썰’
권정생의 모든 책들
일과 놀이가 어우러진 춘천시민의 일상을 통해 전하는 춘천의 감성
PLACE
HARMONY
다채로운 자연의 빛깔을 닮은 공간
예술적 표현과 성 인지 감수성
카페 감자밭&주광색
지금 주목해야 할 이야기, 춘천시문화재단의 다양한 소식
CCCF CALENDAR
POT COMMENT
한눈에 보는 공연 및 축제 캘린더
POT 독자들의 코멘트
Women
POT THEMA
여성
여류 작가, 여류 화가, 여배우, 여가수, 여군, 여경 등 남성과 같은 직업을 갖고 있더라도 여 성임을 강조한 언어가 여전히 쓰이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같은 직업에 ‘남’을 붙여 보면 어떨까요? 매우 어색하죠. 여성의 사회 활동을 지극히 남성적인 시각에서 바라본 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말들이 모두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로 쓰이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오 랜 가부장제도 아래 뿌리 깊게 굳어버린 언어 습관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죠. 그래서 최근 에는 일상 속 성차별 언어 바꾸기 캠페인이나 고정관념을 심어줄 수 있는 언어를 개선하자 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젠더리스Genderless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생물학적으로 성을 구 분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는 새로운 시각을 뜻하는데, 남자라 면 이래야 한다, 여성스럽기 위해서는 이래야 한다는 태도를 버리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 국 가에서는 로봇과 공주 인형 등 완구에 남아용 또는 여아용을 표기하지 않으며, 패션계나 향 수 시장 역시 여성용이나 남성용을 따로 구별하지 않기도 합니다. 영국에서는 청소하는 엄 마와 쉬고 있는 아빠와 같이 성 역할을 구분하는 광고를 규제하기 시작했죠. 또한, 스웨덴 페미니즘 단체 ‘맨MAN’의 프로젝트 매니저 ‘샤하브 아마디안’은 페미니즘 운동이 단순히 여 성만을 대변하거나 여성을 위해서 하는 일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가부장제 안에서 남성으로 받는 피해도 함께 주목하며, 남성성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 존엄한 삶을 살아가자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일상 언어 속 차별처럼, 그리고 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처럼 오 랜 세월 쌓아온 성차별 사회를 극복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세상은 어느덧 변 하고 있고, 가정과 사회에서 파트너십을 이루는 여성과 남성은 서로의 행복을 위해 마주하 고 연대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POT 19호에서는 ‘여자답게’와 ‘남자답게’가 아닌 ‘더욱 나답게’ 사는 평등한 춘천을 꿈꿔 보려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성’을 테마로 다양한 문화 예술계 이슈와 춘천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 보았습니다. 남성 중심적 사회구조 안에서 오랫동안 사회적 제약과 편견의 대상이었던 여성의 삶을 이해해 보는 시 간, 혐오와 갈등을 부추기는 프레임을 뛰어넘어 관점의 폭을 넓혀 보는 의미 있는 기록이 되 길 바랍니다.
글 POT 편집부
CREATE
창조적 영감을 주는 도시, 춘천의 문화 예술 가이드
ARTIST LIFE
STAGE
GALLERY
BOOKS
두리처럼 …
던 일이다.
물에 감동과 위안을 받았으리라.
칭찬은 헛헛함을 채워줬다.
POET.
SEE-IN KYOUNG AE LEE
물병자리 여자의 별이 된 넋두리
『견고한 새벽』의 저자 이경애 시인
글 김예진 사진 이종희
물병자리 여자가 있다. 물병에서 흘러나온 물은 에리다누스 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물병자리 여자의 넋
별이 된 넋두리는 시어가 되고 강을 이루어 이웃의 가슴을 적셨다. 유서를 쓰듯 일상을 기록한다는 『견 고한 새벽』의 저자 이경애가 시집을 낸 사연은 남다르다. ‘달숨’은 이경애 시인의 또 다른 이름이다. ‘물 병자리’라는 네이버 블로그에 마음의 집을 짓고 엄마를 기억해주기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블로그 이웃들이 하나둘 늘어가더니 팬이 되어 이웃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시집을 내주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
어린 시절 겪었던 부모님의 삶이 대물림되는 것 같았다. 그녀가 태어난 혹독한 2월의 물병자리를 숙명 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다. 거스를 수 없는 바람에 이리로 쌓이고 저리로 부서져도 꿈만은 모래언덕에 묻 지 않았다. 화장기 없는 얼굴, 반반의 희고 검은 머리카락, 무채색의 첫 이미지처럼 그녀의 글 속에 흑백 영화가 흐른다. 고통도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고, 꽃이 되어 그리움의 눈물로 떨어진다. 이웃들은 그 눈
시인은 곡성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았다. 목화꽃 사이로 오르락내리락하던 어머니의 하얀 머릿수 건과 과수원의 복숭아꽃의 분홍색이 슬펐다. 한량인 아버지 대신 집안일이며 농사일을 어머니가 다 해 냈다. 서울로 이사 와서는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별했다. 아버지에 대한 저항은 일탈과 방황으로 이어지 기도 했다. 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과 버지니아 울프Adeline Virginia Stephen Woolf를 좋아했 던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글을 곧잘 썼다. 늘 회색빛 하늘처럼 외롭고 우울한 날들 속에서 선생님들의
“어설픈 고뇌와 고독에 멋을 잔뜩 부린 산문이 교지에 인쇄되어 활자로 본 순간의 느낌은 아직도 잊지 못해요. 당시에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심만 있었어요. 국문과에 진학하면서도 작가가 된다는 생각을 못 했어요. 그저 계속 글을 쓸 거라는 막연한 꿈은 있었어요.” 학업을 잇기에 어려운 형편에 이르자 꿈을 포기하고 그녀의 방황도 길어졌다.
라일락 흉보기
나도 저렇게 앙큼하게 연애한 적 있지 골목에 들어서는 그 남자 발자국 소리 기다렸다가 사촌 언니 꽁꽁 숨겨둔 안나수이 온몸에 솨아솨아 뿌리고 일부러 치마를 펄럭이며 눈을 반쯤 내려 깔고 달락말락 스쳐가며 애를 태웠지 전략적인 연애가 먹히던 시절 있었단 거지 말이야, 바른 말이지 꽃내음 진동하는 좁은 골목 청순이 그지없는 눈꽃 같은 몸매를 스치기만 하고 그냥 갈 등신이 있냐는 거야, 콧등에 주름 새기며 킁,킁거리다 제 숨에 제가 벅차 달아오르면 한 손에 꽈악 움켜쥐고픈 뻔한 수작 아니냐는 거지
그녀도 사랑하는 남자와 머리가 하얘지도록 아름답게 늙고 싶었다. 그러나 달콤함도 잠시, 그녀를 두고 첫사랑은 세상을 떠났다. “20대의 우울한 방황이 길었어요. 아이들 아빠를 만난 건 서른 즈음이에요. 그는 우리 아버지를 닮았어요. 가정 경제는 파탄이 나고 빚까지 떠안게 되어 신용불량자가 되었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었어요. 식당일이며 궂은일을 시 간제로 했어요. 아이들 목구멍에 밥 넘겨주는 일도 버거운 시절이었죠. 그래도 글을 쓰면서 위안이 되었어요. 글을 쓰는 동안에 는 다른 세상에 여행 다녀온 기분이 들어요. 고된 일상을 잠시 잊게 해주기도 하지만, 글은 마치 손가락 지문 같은 거예요.” 벼랑 끝 경계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 끝에 내디딜 자리가 없을까 두려워지기보다는 내디딜 수 있는 자리가 있어 만족하고 절망을 기회로 바꿈으로써 모호했던 자아의 정체가 지문처럼 선명해진다.
견고한 새벽
나는 죄가 많아 눈물이 많아 …
그림자도 없는 새벽 외등을 지고 앉아 폐지를 고르던 노파가 느릅열매 같은 혀를 내밀고 눈을 받아 먹습니다 나를 보고 민망한 지 웃습니다 세상에 저런 천진한 웃음이라니! 무구한 꽃이 하늘하늘 피어나고 아직 따뜻한 혀로 녹인 눈 물이 나비되어 날아갑니다, 팔랑팔랑 팔랑팔랑 날아가 하느님을 깨우고 서잔 깨신 하느님은, 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십자가를 먼저 닦습니다 별보다 많은 하느님들 여기저기서 깨어나시는데 찢기고 더럽혀진 폐지를 기도서처럼 수레 위에 모시고 견고한 새벽을 끌고 가는 노파의 뒤를 슬그머니 밀고 따라가며 나는 또 죄지은 것만 같아
허름하고 누추한 사마리아 여인의 어깨 위로 눈은 또 나립니다 눈은 또 쌓입니다
폐지가 기도서이고 밥인 노파의 미소를 모든 감각을 통해 따뜻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그녀에게는 소소한 행복 목록이 있다. 바로 순간의 작은 행복을 놓치지 않는 것이다. 이제는 아이들도 성인이 되어 생활에 보탬 이 되고 있지만, 그들은 지독히 가난한 삶 속에서 만족하며 행복해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꿈을 꾸는 것도 좋지만, 그 꿈 때문 에 불행해질 수 있다는 것도 안다. 모든 것을 잃을 뻔한 사람에게는 특별할 것도 없이 피고 지는 꽃을 보며 살아있음이, 오늘도 나눌 수 있음이 행복하다. 요즘 시인은 춘천의 언론 매체 인터뷰 기사 작성을 통해 보석 같은 사람을 소개하며 타인과 함께 하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공감하고 나누며 배우는 바가 크다고 한다.
올 여름에도 나는
이 많은 꽃들과 이 섬세하고 부드러운 바람과 맨발의 아이들이 미루나 무처럼 쑤욱쑤욱 자라난 시간들, 서쪽으로 치우친 아름다운 친구들, 느 리게 지나쳐온 여행 속 장면들, 그 애련의 시김새, 어디선가 이삼백 정 도 잃어버리기도 했으나 천정에 닿을 만치 쌓인 전율적 순간들의 스냅, 스냅들 …
그 모든 것들과 언젠가는 이별하리
그러나 나는 믿는다 내가 어느 봄날 오얏나무 가지에 걸어둔 새벽별과 긴 겨울밤 꽝꽝 언 창틀에 돋을새김한 시의 순수와 늦더위 매미울음 속에 슬며시 섞어 놓았던 운명 쯤으로 위로되는 사랑과 … 그것들을 모두 한데 얼려 곡을 해쌓는 가을의 찬란에 가까웠음을 …
나는 올여름에도 고라니 울음 우는 골을 찾아나서는 꿈을 꿀 것이고 잠들지 않은 날을 기다렸다가 도덕경을 베고 누워 소나기 그 무질서한 애착으로 얼룩진 장자의 창문을 하염없이 바라볼 것이고 바라볼 것이고
장미는 어느새 피었다 진다 봄은 갈 것이고 나의 봄은 갈 터이고
시인은 그녀가 사랑하는 것들과 그녀의 봄은 에리다누스 강으로 흘러갈 것을 안다. 우리 모두가 다 안다. 그래도 고 라니 우는 골짜기를 꿈꾸며 올해도 피는 장미에 행복할 것이다. 그녀가 사는 법이다. 그녀가 영원히 꿈을 이루는 방 법이다. 물병자리에서 흘러 강에 이르는 밤하늘의 별강을 올려다 볼 일이다.
who but is pleased to watch the moon on high
달빛이 오롯이 홀로 빛날 때까지
<월화 - 신극, 달빛에 물들다>
글 김성현 사진 강원도립극단 제공
게 울린다.
때문이다.
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물음에 톨스토이는 ‘사랑’이라고 답했다. 이 물음은 어떨까.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수 많은 철학자와 선지자들이 말한 다수의 대답은 ‘자유’와 ‘행복’이었다. 이처럼 사랑, 자유, 행복, 이 세 단어는 우리의 삶 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연관어들이다. 이 세 단어는 선순환적 동의어다. 사랑은 아름다운 ‘구속’이라는 말하지만, 사실 사 랑은 우리를 구속하지도 구속할 수도 없다. 오히려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할수록, 우리는 그 대상을 향한 원願만 남기고 모든 속박의 표피를 하나씩 벗겨내기 때문이다. 우리가 극 예술을 포함한 광의廣義의 문학에 감동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에 있다. 사랑, 자유, 행복이라는 이 거창하기만 한 단어가 이야기라는 구성을 빌려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특히 사랑, 자유, 행복의 순환에서 고난과 역경이라는 경색된 지점을 뚫고 가는 이야기라면 독자들의 마음을 더욱 더 깊
여기 1920년대, 실존했던 여성 연극인이자 배우가 있다. 이름은 이월화. 신파극과 정통 신극이 뒤섞이던 시절 한가운데 그가 있었다. 갑오개혁으로 신분제가 폐지된 지 30여 년이 지났음에도, 예인藝人들은 여전히 재인才人, 악공樂工, 기생 妓生과 같은 취급을 받으며 박한 대우를 받던 시절이었다. 이런 직업적 편견에 더해, 여성이라는 이유, 조선인이라는 이 유로 그가 서려는 무대 주변에는 두껍고도 높은 억압의 벽이 만들어진다. 시대, 성별, 직업의 편견에 맞서야 했던 천재 여배우 이월화. 시대가 만들어 낸 그것들로부터 자유롭고 싶었던 그는 무대 에서 그 해방구를 찾고자 한다. 그리고 이어진 신극 단체 토월회의 박승희와의 활동. 그 안에서 그는 연기에 대한 자신의 애절한 사랑을 통해 ‘자유’에 한걸음씩 더 나아가려 했다. 그래서일까, ‘사랑’을 말하던 톨스토이의 또 다른 작품, <부활> 의 카추샤 대사를 읊조리며 연극인으로서 절정을 살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게 필연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박승희에 대 한 애정과 연극에 대한 사랑이 교차하면서 그는 선택해야만 했다. 남자 박승희를 통해 여성으로서 자유로워질 것인가, 신 극을 통해 인간으로서 자유로워질 것인가. 편견과 통념이 가득한 체제에서 인간의 자유를 말살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면, 바로 인간에게 ‘사랑’을 하지 못 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도 잘 드러나 있다. <1984>에서는 억압적인 사회에 갇혀 있는 한 남 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 체제를 의심하고, 자유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그린다. 하지만 그 사랑과 자유를 쟁 취하려는 그에게는 숱한 고난이 주어진다. 이처럼 사랑하는 대상이 그 무엇이라도, 순수하고 열정적인 사랑은 자유로 나 아가기 위한 마지막 관문이다. 이는 <월화 - 신극, 달빛에 물들다>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지 여성, 예인, 조선인이라는 이 유로 맞이해야 했던 월화의 삼중고를 따라가다 보면, 그가 왜 그토록 무대와 연기에 사랑을 쏟아 부었고, 그의 대사들이 왜 그토록 자유의 문을 두드렸는지 깨닫게 된다.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알랭 바디우는 ‘사랑이 끝나는 곳에 정치가 시작되고, 정치가 끝나는 곳에 사랑이 시작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랑이 그 어떠한 조건과 가정도 따지지 않는 순수함의 결정체라면 정치는 조건과 가정 그 자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 위대한 단어를 늘 가까이하면서도 너무나 쉽게 정치를 하고, 때론 너무나 쉽게 정치에 이용당하기 도 한다. 이는 자유로 통하는 열렬한 사랑을 끊으려는 방해 공작일 뿐일진대, 우리는 속절없이 이 고난에 자주 굴복하기
무대를 만드는 사람들은 정치를 하려 했지만, 월화 그 스스로는 연기와 무대를 사랑했다. 진실로 연기를 사랑했던 월화 는 결국 이 모든 것들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인간이 되었을까. 그가 마지막으로 내뱉었던 카추샤의 대사는 어떤 의미였 을까. 실제로는 훨씬 더 비극적이었던 그의 삶에 비해 각색된 연극만으로 섣불리 이를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월화 - 신극, 달빛에 물들다> 가 보여준 ‘월화’의 메시지와 1920년 실존의 그가 느꼈을 신극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큼은 크게 다
INTERVIEW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어떤 협의를 하였나?
ㅣ 이치민
월화를 완성한 주역에게 묻다
연출가, 이치민에게 묻다
성공적인 공연을 먼저 축하한다. <월화>가 무대에 올라오기까지 공교롭게도 ‘여성, 성 평등, 페미니즘’ 등의 굵직한 키워드들이 끊임없이 이슈화되었다. 이런 현재의 배경 아래 약 100년을 거스른 이야기를 연출하면서 가장 신경 쓴
앞서 언급된 키워드에 너무 맞닿으려 하지도, 피하려 하지도 않으려 했다. 여배우에 관한 이야기지만, 어느 한쪽으 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작품 자체에 묻어있던 남성적인 시선과 자칫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을 모든 스텝과 배우 들이 함께 끊임없이 수정하는 데에 꽤 긴 시간을 투자했다. 그래서 시대적 배경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10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다지 달라지지 않은 것들에 초점을 맞추게 된 것 같다.
무대 그 자체는 <월화>와 그 시대적 분위기를 나타내 주는 하나의 상징이 될 텐데, 이런 것들을 위해 해당 스태프와
우선 무대 디자이너와 오랜 기간 회의를 했다. 시대적 분위기를 담으면서도 끊임없이 바뀌는 장소들을 소화할 수 있고, 복잡하진 않지만 가볍지 않은 무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조명 디자이너와 작품 속 인물들의 감정에 도 움을 줄 수 있는 색채와 공간의 입체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빛을 찾기 위해 협의했고, 음악 역시 시대적 분위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과 배우들의 감정선과 맞닿아있는 음악들로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극 중 등장하는 다른 배우인 최성해와 복혜숙은 분명 이월화와는 대비되는 인물이었다. 이 세 사람의 분명한 대비를 통해 어떤 연출 효과를 얻고 싶었나? 각기 다른 선택을 하기에 분명한 대비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이 세 사람은 모두 같은 꿈을 안고 시작한 인물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인물상은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다만 극 중에서 이들의 대비를 극대화 시킨 것은 두 인물과는 다르게 주인공 월화가 가진 연기에 대한 열망, 시대에 대한 대항심을 부각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두 인물이 잘못된 판단을 하였다거나, 보다 나약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함은 아니었다. 최성해의 경우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다 쏟아부은 후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결정을 하였다. 또한 복혜숙의 경우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바뀌지 않을 것들은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다’는 저의 부정적 인 시선이 드러난 것 같다. 대학 시절 지도교수님이 항상 주제에 관한 한 긍정적인 시선으로 질문을 던지라고 하셨 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아무래도 지키기 어려운 일이었다.
‘월화’ 역의 배우, 문수아에게 묻다.
극 중 <부활>의 카추샤의 동일한 독백이 두 번 등장한다. 월화를 연기한 배우로서 극 중반부 월화가 배우로서 절정 의 인생을 살 때 내뱉던 카추샤의 독백과 극을 마무리 지으며 내뱉던 독백의 감정의 차이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처음의 카추샤 대사는 오롯이 배우 그 자체로서 한 것이었다면, 두 번째의 대사는 월화 자신의 삶이 깃든 대사라고 생각한다. 처음의 카추샤 대사는 배우로서 대사를 전달하고 카추샤의 마음을 연기하는 데에 오롯이 집중한다. 하지 만 이 역을 하면서 월화는 본인도 알 수 없고, 형언할 수 없는 불안감에 빠진다. 마치 자신도 카추샤처럼 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을 진짜 무대에 올리게 된, 가장 행복한 순간이지만 이상하게 행복하지 않 다. 하지만 후반의 카추샤 대사는 월화 스스로가 진정으로 카추샤와 동일시되는 순간이다. 배우로서 살기 위해 발 버둥 쳐 온 시간, 또 그 시간 동안 깨닫고 느낀 것을 통해 카추샤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앞부분의 독 백과는 다르게 오히려 더 미소를 띠며 전할 수 있다. 세상에 대한 월화의 마지막 외침이었을 것이다.
커튼콜의 맨 마지막 인사를 장식하는 여배우들이 여전히 많지 않다. 무대에서 ‘최초의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연기하 고 커튼콜의 박수를 받은 감회가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실존 인물의 역할로 분한다는 자체가 매우 어렵다. 관객들의 박수가 이월화 선생님에게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늘 마지막 무대를 밟는다. 그러면서도 부끄럽지 않은 무대가 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뛰어다니자’ 다짐 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전 출연작 ‘인간 김수연에 대한 사소한 보고’에서 맡았던 성 소수자 ‘수연’과 ‘월화’에서 모두 사회적 편견과 억압에 둘러싸인 역할을 했는데, 연기를 통해 직접 느낀 이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사실 수연이는 연기했던 인물 중에 가장 아픈 손가락이다. 월화가 그 체제를 깨고자 세상을 향해 소리를 냈던 인물 이라면, 수연이는 침묵하는 인물이다. 처절할 정도로 외로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지르는 존재다. 그래서 참 마음 아 픈 인물이다. 하지만 월화와 수연 모두 생의 마지막을 쓸쓸하지만 담담하게 스스로 선택한다. 그 마지막이 비극으 로 비칠지 몰라도, 그 지점이 그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월화’ 당시로부터 100여 년이 지났다. 2019년을 살고 있는 ‘여배우’가 현장에서 느끼는 배우로서의 삶은 어떠한가? 활동 기간이 아주 오래된 배우는 아니지만 미투 운동이 확산된 때에 비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 하고 있는 어둠들은 있다. 무엇보다 남성과 여성을 떠나, 존재 자체의 고유한 인격으로 서로가 존중해주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ㅣ 문수아
을 남긴다.
가야금 연주가, 이정표에게 묻다
가야금 연주와 노래는 극의 분위기를 아우르기도 하지만 때론 ‘월화’ 내면의 메타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연주와 노래에 있어 특별히 더 신경 쓴 부분이 있나? 극 중 <이 풍진 세월>, <황성옛터>, <사의 찬미> 등 총 7개의 노래를 라이브로 부른다. 이것은 실제 해방 전 일제강 점기에 불리던 유행가로 연극 음악으로 쓰기에는 많은 숫자이기도 했다. 그 때문에 노래가 극에 녹아들지 않고 튀 는 것을 가장 경계했다. 그래서 모든 노래의 반주를 가야금으로 설정했다. 나머지 연극에 삽입된 많은 음악도 가야 금을 통해 뉘앙스의 결을 맞춘 다음, 이월화의 서사와 내면을 따라가며, 단순히 배경음악으로 쓰이기보다 당시 시 대를 아우를 수 있도록 노력했다.
현시대의 여성 국악인으로서 과거의 선배 국악인들을 조명해볼 때, 크게 달라진 점과 여전히 존재하는 편견이 있다면? 예술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가야금을 들고 지하철에 타면 어르신들이 ‘기생 악기’라고 수군대던 적도 있었다. 요즘 은 다행히 그 정도의 말이 오가진 않는다. 다만 국악이라는 장르가 그 가치를 진정으로 인정받고 향유되기보다는, 여전히 호기심과 생소함의 영역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이 다소 아쉽다. 서구화된 문화지도에서 우리나라는 유난히 ‘전통’에 대해서 불친절한데, 과거 여성 국악인에 대해서는 더욱 그랬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국악에 대한 멸시 풍조가 한동안 우리를 지배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하던 우리 국악이 시대가 바뀌고 세 대가 교체되면서 멸시 풍조는 다소 사라졌지만, 시대를 지나오며 멸시에서 무관심으로 바뀐 지금이 여전히 아쉬움
ㅣ 이정표
시간의 고향이 있다. 바로 ‘엄마’다.
천을 떠났다.
보기만 할 뿐이다.
the feet of people walking home
우리가 고향을 방문하는 까닭, 엄마를 찾는 까닭
명소희 감독 <방문>
글 김성현 사진·포스터 시네마 달 제공
고향을 떠나 사는 이들에겐, 어쩌면 고향이란 애증의 장소와도 같다. 싫다고 멀리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딱 히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 이상한 곳. 그렇게 ‘고향’이라는 물리적 실체가 있다면, 우리의 마음속엔 이것과 비슷한
강원도 춘천 출신 명소희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방문>은 바로 이런 ‘고향’과 ‘엄마’ 그리고 ‘여성’이라는 삼각 관계를 다루고 있다. 그는 5살 처음 춘천에 온 후, 소양로에서 10대를 보냈다. 20대 초 지역 극단 ‘도모’에서 글 을 쓰기 시작했으며, 2011년부터 부천 영상미디어센터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다큐멘터리 공부를 하면서 춘
이 영화는 그가 춘천을 떠난 지 4년째 되던 해 첫 촬영을 시작했다. 서울 생활 4년째, 하고 싶었던 일들이 할 수 없는 일이 되면서 그는 문득 춘천이 생각났다. 그렇게 돌아온 춘천은 엄마의 엄마의 고향, 엄마의 고향, 그리고 감독 본인의 고향이기도 했다. 엄마가 있는 곳이지만 어린 시절의 낭만보단 아직은 덜 아문 상처가 서린 그곳. 영 화는 그렇게 기차와 함께 춘천이라는 시간의 고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화자인 감독 자신은 카메라를 들고서 엄마의 삶을 늘 관찰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두눈안의 주관적 세계로 엄마를 함부로 끌어들이는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시선이 가는 대로 핸드헬드(카메라를 손으로 들어 흔들리게 찍는 기법) 기법을 사용한 장면들이 눈에 띈다. 주로 전쟁 영화에서 긴박함을 강조할 때 이 기법을 쓰는데, 그의 영화에선 이를 통해 일상의 꿈틀대는 주변들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담담하고 투박하지만, 그의 마음속 한구석엔 고향이 있고 엄마가 있다.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던 기억들. 엄마의 엄마가 그랬고, 엄마 또한 별반 다르지 않았던 그들의 삶. 그것을 바라보며 화자는 자신 또한 외할머니와 엄마를 닮아가고 있음을 느낀다. 외할머니의 18번곡을 부르는 엄마, 화자는 그것을 그저 바라
가족이 때로 남들보다 어려운 이유는 기억의 해석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서로에 대한 투 쟁을 만들고 그것들은 늘 뒤엉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억을 간직한 고향을 방문하고, 엄마를 찾는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야, 늘 지나온 것들에 ‘미안함’을 전한다. 그것은 고향과 엄마라는 존재가 미움과 원망 따위 와 상관없이 늘 우리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GALLERY ㅣ
<죽을 먹어도>, 아리랑나라, 현재 절판
the book story
최성각의 매콤시큼한 冊‘썰’
글 최성각 사진 김형철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사람
권정생의 모든 책들
지난 100년 동안 이 땅에 살았던 사람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으로 무위당無爲堂 장일순 선생을 꼽았던 사람이 누 구인지 나는 모른다. 어차피 그런 과장된 화법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데다 무위당이 ‘참 괜찮은 인물이 었다’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는 관계로, 진위를 더 따지고 들면 곤란해지는 내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화법으로 말할 라치면, 권정생 선생 또한 참 아름답게 살다가 가신 분이 아니었던가 싶다. 권정생은 누구인가. 아동문학가다. <몽실언니>, <강아지똥> 같은 유명한 동화책을 많이 쓰셨다. 그가 펴낸 책은 살아생전 에도 그랬지만 사후에도 꾸준히 팔리고, 읽힌다. 흔한 말로 베스트셀러 작가군에 속하는 이였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을 ‘좋은 작가’라고 말하지 ‘아름다운 사람’이었다고 말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좋은 그림을 남긴 화가 도,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 음악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그 재능을 기리는 것이지 그 인간 됨됨이까지 기리는 것은 아 니다. 그런데도 권정생, 하면 그가 쓴 동화책만큼이나 그의 삶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그는 전직 거지였다. 그가 자신의 에세이<빌뱅이 언덕>에서 소상하게 밝힌 내용이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밥그릇 하나 줄 이려고 부모가 집에서 내쫓았다. 그래서 거지가 되었다. 그런 뒤, 우연히 아동문학가 이오덕 선생한테 발견되어 동화작가 가 되었지만, 작가가 되었다고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시골 교회의 종지기로 살 때, 선생은 겨울이지만 한 번도 장갑 을 끼지 않았다고 한다. 어떻게 새벽종을 불경스럽게 장갑 낀 손으로 울린단 말인가, 그런 게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것은 신앙심에 해당되는 행위라기보다는 그 스스로도 설명하기 어려울 순결주의로 읽힌다. 누가 찾아오면, “나 찾아올 시간이 있으면 네 할 일이나 더 열심히 하라”며 문전박대했다. 2004년께, 실상사의 도법 스님 이 생명운동의 일환으로 탁발을 한다고 공표한 뒤 전국을 돌 때, 여러 젊은이와 같이 권정생 선생님네 마당에 들어선 스 님한테 “왜 모내기철에 모를 심어야 할 젊은이들을 잔뜩 끌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냐?”며 마루에 앉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
고 문전박대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도정道程에서 도법 스님은 필자가 살고 있는 춘천 툇골에도 오셨다. 나 역시 스님에 게 “여러 사람과 같이 무리 지어 다니는 게 무슨 탁발이에요? 민폐 끼치는 것이지요”라고 말하면서도, 권 선생과는 다르게 20 여 명 손님을 하룻밤 환대한 적이 있다. 새만금 살리기 운동이나 지리산 댐 건설 반대운동 때문에 실상사에 갈 때마다 스님에 게 받았던 친절 때문이었다. 나는 왜 혼자 탁발하지 않고 ‘떼 탁발’을 하느냐가 불만이었고, 권정생 선생은 모내기철의 일손 부족을 질타했던 것이다. 같은 불만이되, 나는 고지식했고 권정생 선생은 구체적이었다.
권정생 선생은 권위적인 사람이 아니었다. 평생 감투를 쓴 적이 없다. 최소한으로 드셨고, 평생 입던 옷도 몇 벌 안 된다. 보 통 사람들이 누리는 최소한의 물질적인 혜택마저 그는 외면한 청빈의 삶으로 일관했다. 가난이 얼마나 끔찍한지 아는 이들은 “가난을 실천했다”고 누가 말하면 반감부터 일어날 것이다. 그래서 그런 고상한 말은 위험하다. 추측건대 권 선생은 가난하게 사는 것이 올바르게 사는 일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다. 그는 멋지고 잘난 사람, 힘센 사람, 가진 것 많은 사람을 세상의 구원자로 보지 않았다. ‘가까운 데는 걸어 다니고, 짐승이고 벌레고 함부로 죽이지 않고, 총이나 폭탄을 만들지 않고, 공장에서 더러운 물 흘려보내지 않고, 강과 들을 함부로 파헤치지 않은 사람들’을 세상의 구원자로 보았다(<밥데기 죽데기>에 나오는 황새 아저씨의 말). 그것이 곧 선생의 사상이었다. 너무나 간명 하고 명쾌해서 누구도 이 생각에 토를 달지는 않지만, 세상은 정확히 그 반대로 굴러간다. 가까운 데도 차를 타고, 짐승이고 벌레고 함부로 죽이고(산 것들을 가둬놓고 재미로 죽이며 친환경 축제라고 부르는 물고기 학살잔치가 얼른 떠오른다), 총이나 폭탄이 평 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공장에서 장마 때 내보내는 폐수는 여전한데 잡혀도 소액의 벌금만 내면 그만이고, 강과 들 의 오염에 대해서는 돈만 벌 수 있다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에 의해 세상이 굴러간다. 가히 ‘돈 세상’이다. ‘멋지고 강하 고 힘세고 가진 게 많은 이들’이 되는 게 모든 사람들의 소망이다. ‘없는 사람들’이 아무리 ‘있는 사람들’을 씹어도 그들의 꿈 은 기실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니 권정생의 문학이나 생각은 너무나 지당하지만 실현되기 어려운 생각이다. 특히 만년의 권 정생은 환경문제, 망가지는 산하에 대해 몹시 괴로워하셨고, 그런 글을 많이 쓰셨다. 그가 한결같이 바라는 일은 평화였고, 이 땅에서는 통일이었다. 모든 질곡의 원인을 그는 분단으로 봤다. 탱크와 소총을 녹여서 삽이나 곡괭이로 만들어야 한다고
얼마나 엉터리인지 오늘도 꾸짖고 있다.
최성각
도 책을 읽었다> 등의 책을 펴냈다.
그는 믿었고, 그런 글을 많이 썼다. 아무도 듣지 않는 말을 평생 외친 그는 미친 사람이거나 성자이거나, 둘 중의 하나다.
<몽실언니> 계약금으로 안동 인근 하천부지였던 빌뱅이 언덕에 움막 같은 자기 집을 처음 가진 것이 40대. 처음 뜨뜻한 온돌 에서 자보게 됐다고 기뻐하던 그 집에서 선생은 어린 시절 거지 생활 때부터 평생 앓던 폐질환으로 2007년 향년 70세로 세 상을 떠났는데, 그가 남긴 유언과 돈의 액수가 그만 세상을 놀라게 했다. 잘 팔리는 작가로서 평생 번 인세를 그는 한 푼도 쓰 지 않았던 것이다. 몇억의 돈을 그는 ‘남북의 굶는 아이들을 위해 애쓰는 운동체’에 쾌척하셨다. 가난에 찌든 유년시절을 보 내면 대개의 사람은 가난에 복수하기 마련이다. 혹 성공하면 인색한 사람이 되거나 못 누리던 소비가 사치에 이르기 쉽다. 그 런데 권정생은 자신의 정당한 글쓰기 노동으로 번 돈을 자신을 위해서는 한 푼도 쓰지 않았던 것이다. 들끓는 역동의 한국사 회는 연일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이다. 그런데, 선생의 유언과 그가 남긴 거금(어떤 이에겐 그것도 껌값이겠지만)은 우리 모두를 어쩔 줄 모르게 만들던, 섬뜩하고 조용한 충격이었다. 이런 사람이 우리와 같이 살고 있었다니.
그가 남긴 아름답고 슬픈 동화책 말고도 선생이 쓴 산문들, 선생에 대한 책들이 많지만, 나는 그가 만년에 남긴 산문집 <죽을 먹어도>(아리랑나라)를 선생의 뜨거운 사상이 가장 잘 담겨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 주장의 터무니없는 순진성과 간결하고 명쾌한 논리, 그의 생각이 당장에 현실이 되지 않는다고 해서 함부로 무시할 수 없는 그 무서운 결기는 우리 사는 꼬락서니가
<우리들의 하느님>, 녹색평론사, 초판의 표지는 환경운동가이자 화가인 정상명이 그렸다.
작가, 환경운동가. 서면 툇골에서 쌈채소나 가꾸는 게으른 글쟁이. 쓰기보다 읽기를 더 좋아하는데, 3만여권의 장서 속에 파묻혀 그곳을 천국인 양 착각한다. <쫓기는 새>, <달려라 냇물아>, <나는 오늘
PLAY
일과 놀이가 어우러진 춘천시민의 일상을 통해 전하는 춘천의 감성
PEOPLE
COMMUNITY
PLACE
HARMONY
meet a woman in chuncheon
느껴보길 바란다.
오늘을 살아가는 춘천 여자를 만나다
글 나래 사진 김형철
평범한 대한민국 여성을 상징하는 전업주부 김지영 씨의 삶을 다룬 『82년생 김지영』은 여성이 기에 겪은 차별과 사회적 불평등을 가감 없이 그려내 화제가 된 소설이다. 밀리언셀러가 된 김 지영의 삶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일으켰고,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18개국에 수출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3년 전 출간된 이 책이 지금까지 회자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 엇일까? 경력단절, 육아, 진로로 자책하는 여성의 고민은 비단 소설에 불과한 이야기, 1982년 생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상황에 부닥쳐본 적 없던 다수 의 남성이 책을 통해 주변에 존재하는 수많은 김지영과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일부 헤아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이는 소설 속 인물에 공감하고 내면을 확장해 나가 는 문학 읽기의 순기능이기도 하지만, 다른 말로는 ‘젠더 감수성’이라 표현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어머니, 형제, 딸과 여성 이웃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해보자는 기획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춘천의 여자들을 만나 보았다. 6.25전쟁 직후에 태어 난 베이비붐 세대부터 1970 ~1980년에 태어난 X세대, 베이비부머의 자식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여덟 명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에 스며든 변화의 바람을
윤한
최민지
29세 l 관광두레 청년 프로듀서 l 춘천 토박이
생각하고 말하기 살면서 아직 여성으로서 차별을 받아본 적은 없다. 군인 그리고 여성 살아가면서 태권도, 합기도 같은 무술은 배워본 적 다만,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다. 24살, 25살 때가 가장 값이 나 없던 내가 군인에 지원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처음에는 ‘여자가 무 가고 이후는 값어치가 떨어진다.’는 말처럼 사람을 물건으로 치부하 슨 군인이냐’며 부모님이 반대했었다. 당시 부모님은 직업에 따른 성 는 말에 언짢았던 순간이 있다. 남성뿐 아니라 일부 기혼여성들이 농 고정관념이 있었던 것 같다. 남자와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성별에 담처럼 내뱉기도 한다. ‘내가 듣기 싫은 말은 남도 듣기 싫겠다.’라고 따라 구분하기보다는 개인의 성격과 성향을 존중하고 대하는 것이 바한번더 생각해보는 태도가 중요할 것 같다. 나 역시 남성과 여성 모 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타인이 나를 봤을 때 여자라고 느끼는 것보다 두에게 언행을 조심하고 있다. 롤모델 여행사에서 근무할 때 함께했던 사장님, 대학원 지도교수님,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지금 함께하는 관광두레 송미 PD님은 인생의 롤 모델이다. 춘천살이 춘천은 문화행사와 축제가 많은 도시라 볼거리 즐길 거리 공교롭게도 세분 모두 여성인데, 여성이라 존경하는 것이 아니라, 자 가 많다. 서울에서 지인들이 놀러 오면 함께 다양한 축제에 참여하기 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나도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 도 한다. 평소에 일주일에 세 번씩은 남편과 함께 필라테스를 하고, 이다. 현재의 고민과 꿈 20대의 마지막을 살아가며 앞으로 어떻게 재밌고 도전하고 싶다. 멋진 30대를 맞이할지 고민이다. 20대처럼 좌충우돌하지 않고 계획 나답게 산다는 것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을 잘 세워서 탄탄한 나를 만들어가고 싶다. 내가 설정한 목표를 위해 목표하는 바를 성취하며 살아갈 때, 바로 나답게 살아간다고 말할 수 오늘을 열심히 살아가면서 좋아하는 취미를 즐기고 나에게 집중하는 있을 것 같다. 육군에서 꼭 필요로 하는 간부가 되고 싶고, 직무 분야 일상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책 읽기와 여행, 중국 음식을 먹는 것을 에 정통하기 위해 군인의 기본기에 충실해지려 노력한다. 올해 상사 좋아하며, 각박하지 않은 도시 춘천에 살면서 지역을 알아가는 일이 진급 1차를 앞두고 있고, 대학원에 진학해 정치외교학을 공부하는 중 뿌듯하다. 민도 갖고 있다.
이은정
29세 l 군인 l 탄약 관리관 l 결혼 3개월 신혼 l 춘천살이 1년 차
38세 l 그래픽 디자이너 l 카페 ‘오늘 산책’ 대표 l 춘천 토박이
내 존재 자체를 더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어디서나 당당하고 소신 있는
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
부대에서는 축구도 자주 하는 편. 다음에는 춘천에서 하는 마라톤에
롤 모델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
이다. 커리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지만, 2세와 육아에 대한 고
다. 그런 어른이 된 미래의 내가 롤 모델. 그리고 내가 너무 사랑하는 엄마처럼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
김지영
39세 l 지후 엄마 l 론리플래닛 원서 총판 l 플랜비 입시학원 운영 관광 마케팅 케이링크 대표 l 춘천살이 9년 차
편견 없이 살기 여성은 어때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사회에서 규정한 틀 춘천살이 학원 원장, 철학과 학생, 법인 대표, 출판사 대표, 엄마, 인 안에 사람을 가두는 말이 있다. 남성성에 관한 틀도 마찬가지. 가끔 “남 간 김지영을 다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춘천의 시공간이 내게 공 자가 그렇게 약해서 얻다 쓰니?” 이런 말을 무심코 내뱉고 움찔할 때가 존을 허락해준 이름들이다. 나에게 딱 맞는 크기와 밀도, 기능을 갖춘 있다. 나 역시 듣고 싶지 않지만, 너무 흔하게 쓰이던 언어이기에 나도 춘천에 살고 있다는 것이 내가 가진 큰 복 중에 하나다. 현재는 이렇 모르게 나오는 말들이다. 내뱉고 나면 후회하고, 다음엔 그러지 말아야 게 춘천에서 나이 먹는 과정이 즐겁다. 지. 편견 없는 어른이 되어야지. 다짐한다. 성 평등을 위해서 우리가 작 여성 이전에 사람으로 살아가기 AI까지 등장하는 요즘에 인간끼리 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은 일상에서 쓰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부터 신경 여자, 남자 카테고리를 나누어 심화시키는 것은 걱정스러운 일이다. 여자의 권리나 남자의 권리는 여자라서가 혹은 남자라서가 아니라 사 나답게 산다는 것 삼십 대가 되면서 해내야 하는 과업들이 점점 많아 람이기에 보장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에 대한 논의 졌다. 가끔은 그만두고 싶을 만큼 힘들 때도 있지만 견뎌내는 내가 대 가 더 살아났으면 좋겠다. 견하고 자랑스럽다. 이십 대에는 뭘 하고 싶은지 몰랐고, 삼십 대에 들 어떤 여성이 되려하기 보다는 여성이라는 타이틀이 중요하지 않은 사 어서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매일 고민하던 시간이 있었다. 당연한 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말이지만 매일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꿈이 있었고, 하루하루 쌓이는 날 엄마로 산다는 것 힘들다고 표현해야 할지는 조심스럽지만, 나 자신 들의 끝에는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바 을 지키며 좋은 엄마가 되는 것이 가장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너 때 람이 있다. 그 안에서 나는 얼마든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문에 무언가를 못했다'고 얘기하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다. 부족한 인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 곁에 좋은 사람들이 간이기 때문에, 최고는 못 주더라도 최선은 줄 수 있는 존재로 아이 함께 있어 다행이고, 이들과 함께라면 가장 나답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곁에 있어주는 것이 내 육아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유미정
김현경
41세 l 전업주부 l 춘천살이 8년 차
40대 여성으로 산다는 것 결혼 후 첫 명절에 남편은 방에서 낮잠을, 조금씩 변하는 사회 어릴 적에는 일과 가정의 역할을 모두 잘하는 여 나에게는 주방의 앞치마를 권하는 시댁 식구들을 마주하고 처음으로 성을 꿈꿨지만,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그것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대한민국에서 여자로 살아간다는 느낌을 알게 되었다. 남자 나이 사십 가사와 육아를 잘할 자신이 없어 결혼을 포기했다. 하지만 남동생 가족 대에는 스스로 한창이라 칭하며 자신감을 갖고 활기차게 생활하는 것 을 보면서, 가정 내에서 성 역할에 구분이 점점 없어진다고 느낀다. 가 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여자들의 경우 새로운 시도에 주저하고 젊은 시 사와 육아를 공동으로 책임지고, 특히 남동생은 아이를 더 잘 보는 것 절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가치에 의문을 품는 경우 같다. 어머니는 남동생이 결혼하고 첫 번째 맞이하는 명절에 며느리 대 를 많이 보았다. 타인이 보내는 차별보다 스스로가 자신에게 보내는 차 신 설거지를 하러 부엌으로 들어온 아들에게 한마디 하시더니, 결혼 6 별이 더 아프고 안타깝다. 롤 모델 일본 유학 시절 우에노 미술관 야외 커피숍에서 70살이 넘어 이 설거지하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보이는 할머니를 보았다. 전시회를 막 돌아보고 온 듯 옆에는 전시회 나답게 산다는 것, 나의 꿈 당당하게 내 소신대로 사는 것이다. 어릴 적 팸플릿이 놓여있었는데, 하얀 레이스 장갑을 낀 손으로 우아하게 모닝 부터 열심히 일해 죽었을 때 모든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꿈이었 커피를 마시고 있는 꼿꼿한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할머니라는 고, 어려운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소득의 일정 부분은 나이가 꼭 공원에 앉아 무기력하게 세월을 보내거나 하릴없이 사극 재 어려운 이웃을 위해 꾸준히 기부해 왔다. 최근에는 청년들을 위해 임대 방송을 보고 있어야 하는 나이는 아니구나. 낯선 이국땅에서 우연히 본 료가 저렴한 셰어하우스를 사는 집에 운영해볼까 궁리 중이다. 외부에 그분의 이미지는 막연하지만, 선명한 롤 모델로 자리 잡았다. 엄마로 산다는 것 엄마라는 이름으로 누리지 못하는 많은 것들이 생긴 고 싶은 꿈에서 비롯되었다. 지금까지는 특별한 취미 없이 일중독으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내가 스스로 선택했고 기꺼이 즐겁게 누 살아왔는데, 지난해 해외 워크숍을 계기로 유연하게 살아보고 싶어졌 리기를 포기한 것들이다. 지금의 삶에 만족한다. 가까운 지인들의 죽음 다. 여전히 ‘워커홀릭’이지만, 틈나는 대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고 을 계기로 내 삶이 무한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소중하게 노력한다. 지난해부터 참여한 마라톤 대회에서 10Km를 세 번이나 뛰 살아가고 있다. 서 ‘클럽 DJ 파티’를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음미경
45세 l 공무원(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파견 근무) l 춘천살이 15년 차
55세 l 공무원 l 비혼주의자 l 춘천 토박이
년 차를 맞이하는 지금은 직장생활과 육아로 힘든 며느리 대신에 아들
나아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있는 청년들이 춘천에서 한 달을 살아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
어 가는 데 일조하고 싶다.
었고, 줌바 댄스와 클럽 DJ 수업을 받고 있다. 연말 센터 송년 모임에
나에게는 또 다른 가족인 강아지 돌보기와 하고 싶은 일과의 양립이 현 재의 과제다.
송병숙
64세 l 40여 년간 교직에 종사하다 2017년 정년퇴임 l 춘천 토박이
성 평등에 관하여 가부장제와 남성 중심의 사회 문화구조, 의식구조, 어릴 적 꿈 어릴 적에는 화가가 되고 싶었다. 여러 미술대회에서 수상 유교적 문화, 혼례 제도, 가사, 남아선호사상, 직장, 업무분장, 승진제 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오빠와 남동생은 서울에 있는 대학에 보내주고, 도, 호칭, 일상 언어까지 그동안 차별이 아닌 것이 없었다. 차별이 만연 여자인 나는 보내주지 않았다. 화가가 되거나 시를 쓰고 싶다는 꿈을 되어 당연시 여겨지고, 구조화되기도 하니 혼자의 힘으로는 감당하기 접고 교대에 가서 국어 선생님이 되었다. 어려운 커다란 벽, 조직적인 폭력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절대 이해되지 인생의 황금기 강원여성문학인회작을 역임하고 강원문인협회 이사로 않던 것이었지만, 받아들이고 살아내야 했던 긴 세월이 있었다. 대학 있다. 한국시인협회, 춘천문인회, 춘천여성문인회 회원, 삼악시, A4, 시절 ‘여성문화연구회’ 활동을 하기도 했는데, 진정한 평등을 위해서는 산까치 동인이다. 또한, 인제다문화가정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가르 빈부나 성별 같은 것은 상관없이 사람은 마땅히 존중받아야하는 신성 치고, 김유정문학촌에서 문학 해설사로 자원봉사를 한다. 2학기부터는 한 생명체로 거듭나야 한다. 남녀차별도 문제지만 경제적인 차별, 신체 한림성심대에서 시간강사로 일하고, G1 방송국 시청자 위원, TBN 시 적인 차별, 세대 간의 갈등도 문제다. 이러한 차별은 대부분은 인식과 민리포터, 춘천영화제 시민패널단으로도 활동 중이다. 정말 바쁘지만, 이해의 부족에서 오는 차별이 훨씬 많다. 함께 고민해 좋은 방향으로 퇴직 이후에 그동안 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차근차근히 해보는 중이 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 말이다. 인생에 있어 가장 황금기가 언제냐 50대 나의 꿈 내가 있는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 하고 싶다. 나이가 들 물어보면 바로 지금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어갈수록 조금은 조화로워지고 평화로워지는 느낌이 있다. 자식을 낳 나답게 살아간다는 것 지금 하는 모든 활동과 일은 스스로 원해서 하 고 기르는 부모의 마음처럼 따뜻한 사랑을 실천하고 싶다. 내 자식, 내 는 일이고, 그 일들을 통해 내 정체성이 드러나리라 생각한다. 이 모든 가족에서 나의 이웃, 나아가 모두가 조화롭게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행위는 나답게 살기 위한 노력이다.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만드는 데 동참하고 싶다. 지구라는 공동체에 사는 지구 시민으로 자원 어제의 나보다 오늘 조금 더 성장하고 싶다. 그리고 성장을 통해 얻은 과 환경, 그리고 모든 생명체가 더불어 건강하고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 결과를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그렇게 의미 있는 일을 즐겁게 하 고, 범사에 감사하는 삶을 살다가 죽음이 찾아왔을 때에는 지난 삶을 현재의 고민 일 때문에 강아지가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 안타깝다. 후회하지 않고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싶다.
we are small but strong
우리는 작지만 강하다
춘천 여자 농부들 ‘봄마지’
글 나래 사진 김형철
가장 클 것이다.
농산물 가격하락, 농촌의 일손 부족, 해마다 늘어가는 기상이변 등 농사짓기의 어려움을 말하자면 숱하다. 게다가 농 사일과 가사,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농업인들은 종일 슈퍼우먼처럼 뛰어다니기 일쑤다.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 하고, 방과 후에 갈 공부방조차 없는 시골의 아이들과 동시에 농산물을 돌보아야 한다. 농사가 밀리면 아이가 잠든 한밤중에 헤드랜턴을 장착하고 일을 해야 할 때도 허다하다. 도시의 노동자들은 정해진 근로시간이 있어 퇴근이라도 할 수 있지만, 밤낮없이 자라는 작물은 결코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춘천에는 이러한 여성 농업인의 고충을 함께 나누고, 농업 기술과 농산물 판매 촉진을 위해 머리를 모으는 여성 자율 모임이 있다. 서로를 격려하고 성장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춘천 여자 농부들 ‘봄마지’가 그 주인공이다.
함께 배우고 나누는 새로운 개념의 ‘지식 품앗이’
봄마지 구성원들의 만남은 2016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천농업기술센터에서 1년 과정으로 진행하는 농업인대학에서 만 난 여성 동기 일곱 명으로 구성된 이들은 연령이나 살아온 환경, 키우는 작물도 저마다 달랐다. 그러나 마케팅 과정을 함께 공부하며 서로 의기투합했고, 혼자서는 도무지 갈 용기가 나지 않던 장터에 동행하며 서로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여 농작물을 어떻게 잘 팔아야 할지, 새로운 판로는 어떻게 개척해야 좋을지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고, 역량을 더욱 강화하자는 판단으로 농촌진흥청에서 육성하는 ‘2017년 강소농(작지만 강한 경쟁력을 갖춘 농업인) 교육’에 다 같이 참여 하기로 했다. 보통은 강소농 안에서 모임을 결성하는데, 이미 모임을 결성한 상태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바로 ‘봄마지’라는 이름을 짓게 된다. 봄마지는 춘천의 ‘봄’과 부처님께 올리는 밥을 의미하는 ‘마지摩旨’를 합쳐 만 든 이름이다. 가장 좋은 음식을 부처님께 올리듯, 계절의 처음에 씨를 뿌려 얻은 귀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겠다는 뜻 을 담았다. 봄마지는 왕성한 활동으로 결성한 지 4개월 만에 강원도 농업 경진대회에서 1등을, 8개월 만에는 전국단위로 열 린 ‘2017년 강소농 자율모임체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봄마지보다 경력이 많은 전문가가 모인 대회 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자율적으로 모인 이들이 배우며 실천하는 과정들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는 점이
여자 농부라는 이름을 지키는 활동
몇 년 전만 해도 농업 경영주는 대부분이 남성이었고, 배우자와 함께 농업을 공동 경영해도 여성 농업인은 가족종사자 에만 해당하였다. 실제 여성 농업인은 농가의 53%로 남성 농업인보다 많으며, 농촌의 고령화와 평균 수명을 고려하면 앞으로는 여성 농업인의 비중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에서는 여성 농업인의 권리 증진을 위해 2016년부터 공동경 영주 제도를 도입해 여성 경영주의 비율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 실시한 여성 농업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80%가 넘는 여성 농민들이 자신의 지위를 남성 농민보다 낮게 인식하고 있었다. 남편이나 아들이 경영주를 맡고, 여성은 보조 자의 위치에 머무는 가부장적 농촌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결과였다. 여성 농민은 실질적으로 농사의 절반 이상을 도맡고 있으며, 농사와 가사 부담까지 더해져 교육이나 문화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는 데도 말이다. 봄마지 구성원들은 이렇게 여성의 목소리가 없는 농업 생태계에서 ‘여자 농부들, 대표 OOO’라는 개인의 이름을 각자의 대문에 내걸고 있다. 남자 농부 누구의 부인이 아닌 농부라는 직업으로써 우뚝 서고 싶기 때문이다. 또한, 봄마지라는 이 름을 통해 여자 농부들이 주축이 되는 활동, 여자 농부들만이 할 수 있는 체험을 실현하고 싶다. 물론 농사와 가사, 육아 라는 환경에 치여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땅만 바라보며 일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 꿈은 그들이 시간을 쪼개 배우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따뜻한 연대의 힘
늘 든든하다.
ㅣ 왼쪽부터 박예원, 이계순, 지미선, 박경주, 김경희
30대부터 60대까지가 골고루 섞여 있는 봄마지 구성원은 각자가 가진 재능과 역할이 달라 마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모임이라기보다 서로 배려하는 또 다른 가족의 탄생이랄까? 농번기인 요즘에도 일주일에 한 번 은 새로운 교육을 위해 만나고, 봄마지 이름으로 꾸준히 프리마켓이나 지역축제에 참가해 직접 기른 농산물들을 판매한 다. 스티커나 명함, 홍보물을 만들 때도 혼자 판단하고 만드는 것이 아니라, 14개의 눈과 14개의 손이 함께하고 있기에
2017년에는 상 탈 일이 꽤 있었는데, 작년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연말에 서로에게 상을 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구성원 지미선은 한 해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며 열심히 교육을 받았기에 ‘부지런한 개미상’, 이계순은 ‘홍보 여왕 상’, 팀을 잘 이끄는 회장 김경희는 ‘네비게이터상’, 팀의 화목을 위해 애쓴 전지원은 ‘솟아라, 엔돌핀상’, 봄마지 살림꾼 이자 아이디어꾼 박경주는 ‘아이디어 뱅크상’,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박예원은 ‘천하장사 만만세상’을 수여했다. 재 미있자고 한 일이지만, 서로 격려하는 사람들이 가까이 있기에 내일도 기꺼이 즐겁게 치열한 삶의 현장 속으로 뛰어든 다. 우리는 작지만, 누구보다 강한 여자 농부들이기 때문이다.
춘천여자농부들 ‘봄마지’ 블로그
blog.naver.com/soonkye27
소양강오미자농원 이계순
blog.naver.com/jimisun0927
햇살담은준미농원 지미선
blog.naver.com/yol69
오래된농부 강정열
blog.naver.com/gochumart
고추미인고춧가루 박예원
blog.naver.com/jeonjw8076
안전한텃밭 전지원
blog.naver.com/pkj19
새주니골농장 박경주
blog.naver.com/moul3800
초록달코미네 김경희
PHOTO ESSAY 포토 에세이
the space in the colors of nature
다채로운 자연의 빛깔을 닮은 공간
카페 감자밭 & 주광색
글·사진 여인우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였으며 춘천시민으로 산 지 10년이 되었다. 현재 건축사진가로 활동 하고 있다. 다수의 건축, 인테리어 사무실과 작업을 하고 있으며 월간 데코저널 사진팀장, 한 국건축사진가회 정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춘천을 기록하는 일을 도모하고 싶다.
카페 감자밭
습도가 높았다. 매우 높았다. 날이 흐렸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소양강댐으로 가는 길목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식당들 사이로 은근하게 자리 잡았다.
명조체로 담백하게 썼고 꾸민 간판 여기를 보라고 이곳을 오라고 하기보다는
발견한 당신에게 조용히 말을 걸고 있었다.
공간을 파는 곳이다. 음료를 팔기 위함이 아니라 공간을 잠시 빌려주는 일이다.
물안개 가득한 강을 바라보며 초록이 우거진 너른 잔디에 앉아 노란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잠시 즐기는 일이다.
인 ‘꽃따밭(꽃 따러 오는 밭)’ 체험도 가능하다.
ADD 강원 춘천시 신북읍 신샘밭로 674 OPEN 10:00~22:00 (금요일, 토요일은 23시까지) 연중무휴
청년 농부들이 운영하는 농장형 카페 감자밭은 소양강을 바라보며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철 텃밭 작물과 계 절별로 피어나는 다양한 품종의 꽃을 만날 수 있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농사를 지은 청년 농사꾼들의 농산물 을 이용한 시즌 음료와 건강빵을 판매하고,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은 최동녘 농부와 감자밭의 콜라보 프로그램
주광색 宙光色
주소를 따라가는 길, 효자동 골목에서 우회전 혹은 좌회전을 하면서 고민하게 된다. 과연 바르게 가고 있는지
그렇게 잠시 오르다 보면 나오는 묘한 색들이 맞이하는 곳.
오래된 거리에 접한 오래된 공간을 하나하나 살려내었다. 이야기는 지우지 않고 살려낸 공간.
오늘 습도만큼이나 가득 머금은 시간 시간을 지우지 않으며 읽을 수 있도록 애써 가리지 않았고
그래서 지워지지 않은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다.
새마을고개 아래로 더운 하루가 내려가고 있었다.
ADD 강원도 춘천시 효자로 92번길 16 OPEN 12:00~22:00 (월요일 휴무)
카페 랍다를 운영하던 주인장이 효자동 구 새마을고개 언덕에 차린 복합문화공간. 크림더치커피와 흑당밀크티, 샹그리아, 오 레오그랏세, 자두에이드 등의 음료와 디저트, 맥주를 판매하며 카페 안쪽으로는 대청마루가 있는 구옥을 리모델링하여 스테이 로 운영 중이다. 다채로운 색감의 카페뿐 아니라 도심 속 소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스테이와 안마당, 별채 등 곳곳에서 건축 과 조경을 전공한 주인장 부부의 공간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체험프로그램으로 라탄 공예를 운영하고 있다.
courage to take out discomfort
예술적 표현과 성 인지 감수성
글 POT 편집팀 사진 김형철
진행 유현옥 l 한국여성수련원 원장 좌담자 이원재 l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소장 이형석 l 춘천미술협회 사무국장, 정윤경 l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지은희 l 춘천여성회 대표 한승태 l 시인
ㅣ 이형석 국장
선 것.
해당 작가의 작품 철수를 결정하였다.
* 성명 가나다 순
미있는 이야기들을 요약해 보았다.
‘성 인지 감수성’이 사회 전반에서 중요한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영화, 드라마, 노래 가사와 같은 문 화콘텐츠에서 쓴 혐오적인 표현이 논란의 중심에 서는 경우가 많다. 변화하는 사회를 고려하지 않은 작품, 시대착오적인 요소들 때문에 불편한 작품도 있고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특정 대상을 조롱하거나 차별을 조 장하려는 작품도 존재한다. 그래서 대중들은 차별과 혐오를 함의하고 있는 작품이 혹시 예술적 표현이라는 이름으로 둔갑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실제 최근 춘천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열렸던 전시작품이 여성 혐오 문제가 불거지며 거센 논란의 대상이 되는 일이 있었다. 올해 재단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사)한국미술협회 춘천지부의 기획전시 ‘2019 세대교감 카툰으로 본 세상’ 중 일부 작품이 심각하게 낮은 성 평등 인식을 보여준다며 성 인지 감수성 논란의 중심에
이에 강원여성연대를 포함한 13개의 여성단체와 시민단체는 즉각 성명서를 내고 성 평등 시대에 역행하는 한국미술협회 춘천지부의 전시 철수와 춘천시문화재단의 공식적인 사과를 촉구했다. 재단은 입장문을 통 해 다수 관람객의 불쾌감을 유발한 전시에 유감을 표시하고, 한국미술협회 춘천지부는 “예술가의 창작과장 에서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지만 관객의 시선 또한 신중하게 고려해 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재단은 춘천시문화재단이 지원하고 있는 전시회에서 몇 작품이 여성혐오 등의 논란이 불거지자 가감없는 대화의 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는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논의 초기이 기 때문에 의견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도 있었지만 서로의 입장차를 확인하면서도 함께 적립해 나간 의
ㅣ 유현옥 원장
표현의 자유 VS 혐오의 표현
여성 비하 및 혐오 논란을 불러 온 한국미술협회 춘천지부(이하 춘천미협)의 ‘2019 세대교감 카툰으로 본 세상’은 올해 3 년차 전시로, 본래 세대가 다른 사람들이 문화의 다양성 속에서 서로를 이해해보자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특히 올해 처 음으로 시사성 있는 카툰 전시를 기획하여 작가 스스로가 느끼는 사회현상에 대한 생각을 담아보고자 했다. 이 중 시사 만화가 심민섭 작가의 카툰 <남자들이 이젠..힘들다>, <소양강 처녀> 두 작품이 특정 성을 비하하고 대상화하는 뉘앙스 의 표현을 여과없이 사용하면서 여성 혐오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춘천미협의 이형석 사무국장은 ‘세대교감이라는 전시기획 의도처럼 해당 세대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던 것’ 이라면서 논란이 된 작품에 대해서도 고령의 시사만화가 생각이 거칠게 표현된 부분이 있는데 작가와 관객과의 대화를 통해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전체적인 기획의도 안에서 작품을 이해해 주었으 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작품이 개인의 창작활동이 아닌,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원사업이고 공적인 공간에 전시되는 작품이 라는 점에서 여성비하 표현이 삽입된 작품에 대해서는 반드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춘천여성회 지은희 대표는 “작품은 작가의 손을 떠나는 순간 부터 그것을 받아들이는 관객에게 넘어가기 때문에 전시를 연 기관은 사회적 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과연 작가만을 위한 표현의 자유를 관객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여성비하 작 품을 본 관객이 이미 불쾌함을 느낀 상태로 창작의 자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폭력적’이라고 지적했다. 한승태 시인은 기관의 책임과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 ‘세대가 서로 다른 생각과 시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한데 세상을 보는 시선이 미숙하다고해서 규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혔다.
예술적 가치의 모색
계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지적했다.
ㅣ 이원재 소장
문화연대 시민자치문화센터 이원재 소장은 예술자체가 추상성과 모호성을 가지고 있어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데 불 쾌했다는 작품의 감상이 과연 혐오의 기준이 될 수 있는가를 질문하며 작가의 의도가 예술적 가치를 갖고 있는지를 쟁점으로 날 선 비판과 토론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덧붙여 예술적 표현과 성 인지 감수성은 상호보완적인 관
한승태 시인은 ‘혐오’든 ‘비하’든 작품을 소비하는 관객이나 독자가 판단할 일이므로 예술작품을 규제하고 처벌하는 방안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였고 춘천미협 또한 ‘작품을 제도적으로 규제하거나 감시하는 시스템은 자칫 또 다른 검열이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춘천여성민우회 정윤경 대표는 “지금까지 지역에서 문제가 터질 때면 겉으로 드러나지 못하는 한계를 겪어 왔다”라며 문제를 공론화하고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고민과 함께 예술가 또한 사회적 책임을 지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기대와 아쉬움을 밝혔다. 지은희 대표 역시 “여러 관계가 이리저리 얽혀있는 지 역에서 다수가 불편해하는 문제를 꺼내기가 쉽지 않지만 이처럼 공론화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덧붙여 ‘변화에는 불편함이나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지역사회 가 변화에 발걸음이 시작되길 바란다’며 일부 기관이나 단체 뿐 아니라 모든 공동체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할 문제라
ㅣ 한승태 시인
ㅣ 정윤경 대표
ㅣ 지은희 대표
지역성의 한계를 넘어서
다 성숙하게 녹아들기를 기대해 본다.
이원재 소장은 ‘춘천미협은 조금 불편했을지 모르지만, 오히려 작품을 내리지 않고 토론을 주도했어야 한다’는 견해 를 밝혔다. 어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하거나 봉합하려는 방식으로 문제를 수습하기보다 지역 시민과 함께 공 개적으로 토론하고 문제점을 인지하는 과정이 훨씬 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춘천미협 이형석 사무국장은 지역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 대해 토로했는데, 지역내 시민들의 밀접한 관계 때문에 사건을 공론화하고 토론하기 어려운 분 위기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성 평등 감수성이 지역 안에서 점차 확장돼야 한다는 의견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했다. 토론을 통해 보았듯이 성 인지 관점에서 표현의 자유냐, 혐오냐 하는 생각의 차이는 아직까지 개개인이 처한 환경과 경험에 따라 해석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이번 일을 지켜보던 대중이 올린 SNS 댓글 등을 보면 그 차이를 보다 가 까이서 확인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작품은 여성을 비하하는 시대착오적 작품이라는 의견에 다수가 공감하였으나 그 또한 예술이 가진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재단은 어떻게 해야 할까? 토론자들은 지원기관으로서의 특성과 역할을 더 명확히 하되, 제기된 문제에 대해서 함께 헤쳐나가는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례로 지원사업을 시작하기 전, 예술가 대상 으로 성 인지 감수성 향상에 필요한 사전 워크숍 및 관련 메뉴얼 구축을 통해 예술활동 안에서 성 인지 감수성을 확 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토론 내내 각 단체와 개인의 입장과 생각 차이를 전하고 조율하며 공감의 소통을 이끌었던 한국여성수련원 유현옥 원장은 “오늘 같은 좌담회 자리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후속적인 자리를 마련할 수 있도록 재단 및 각 단체들과 계속 소통하겠다”는 말로 지속가능한 연대와 실천을 예고하였다. 서 로 다른 입장 차이로 인해 다소 불편함을 안고 시작한 토론이었지만 이를 계기로 예술활동에서 성 인지 감수성이 보
NOW
지금 주목해야 할 춘천시문화재단의 이야기
INSIDE CCCF
REVIEW & PREVIEW
CCCF REPORT
CCCF NEWS
CCCF CALENDAR
POT COMMENT
고, 미술관이 있다.
의 하모니가 있다.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
대삼아 합창음악을 즐기는 소통의 장이자 축제입니다.
2019 chuncheon choral festival
온 세대가 부르는 희망의 노래
제4회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 중간점검
글·사진 이소람 l 춘천시립예술단
사랑은 음악이 되어 흐르고
춘천문화예술회관에 찾아오는 계절은 유난히 눈이 부시다. 사계절 꽃이 피고 지는 야트막한 언덕, 시시각각 표정이 그
대로 드러나는 하늘, 담장 낮은 옛집들, 주민들이 낡은 평상 위에서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는 그 한편에 공연장이 있
공연 기획자들은 천혜의 자연과 문화예술이 어우러진 도시 속에서 다양한 예술 활동을 위해 때때로 무대의 경계를 허물
어 관객과 가까이 교감하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노래와 음악이 있는 곳이 무대가 되고 참여자 모두가 주인공이 된다.
그렇게 크고 작은 예술이 여름 한가운데를 뒹굴다가 8월이 되면 한목소리를 내는 모두의 축제가 찾아온다. 올해 4회째
를 맞이하는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은 그 이름이 말해주듯이 남녀노소 누구나 문화공동체 안에서 하나가 되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민 모두의 음악 축제다. 춘천이 맞이하는 8월, 로맨틱한 도시의 사랑은 음악이 되어 흐르고 그 속에 기적
노래를 하고 싶은 누구나가 연령, 실력, 성별의 제한없이 모여 가족합창단을 구성하고 각 구성원들이 주인공이 지역 곳곳을 무
떨림과 울림과 어울림
지난 3년간, 매년 천여 명이 넘는 합창단(가족합창단, 지역합창단, 소년소녀합창단, 춘천시립합창단)이 세대를 아우르는 따 뜻한 하모니를 선사해 왔다. 올해는 약 1,400여 명의 출연자가 축제 동안 색다른 테마(하나 되는 울림, 온 가족의 어울림, 배움의 어울림, 한여름 밤의 어울림, 모두가 하나 되는 울림과 어울림 등)의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특히 공연뿐 아니라 배움의 울림(음악 교 사와 합창단 지휘자를 위한 워크숍)과 같이 학습의 장을 함께 배치하여 음악 축제로서의 깊이를 더했다. 사실 1,400여 명의 출연진들과 함께 열흘간의 축제 일정을 소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공연장이 아닌 지역 곳 곳(춘천문화예술회관 공연장, 국립춘천박물관, 시청 로비, 인근 주택·아파트 단지, KT&G 상상마당 등)에서 중·소 규모의 거리 공연을 펼치다가 마지막 날 출연자 전원이 한자리에 모여 대규모의 피날레 공연을 펼치는 긴 호흡의 일정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날 씨 상황부터 혹시 있을지 모를 사고 대비 관리까지 전 우주가 도와주어야만 하는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출연자들의 컨디션이다. 특히 기존에 활동하고 있던 지역합창단과 달리 가족, 친구, 이웃사촌 등 삼삼오오 팀을 이룬 가족합창단은 6월 1일 발대식 이후, 순수한 동기와 의지만으로 두어 달의 연습에 참여해 온 팀이기 때문에 누구보다 무대에 대한 떨림과 설렘이 있다. 그들이 끝까지 동력을 잃지 않고 즐겁게 축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지하 고 격려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즐거운 떨림과 설렘 속에 울림과 어울림의 하모니가 만들어질 테니 말이다.
어린 친구들도 있었다.
듯하여 가슴이 벅차올랐다.
새로운 가족의 탄생, 가족합창단
춘천문화재단은 올해 3월부터 가족합창단을 모집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직장인 등을 배려하여 평 일 저녁과 토요일로 연습일정을 조율하여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하였다. 음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약 600여명의 가족들이 연습실에 모였고 그 중에는 여기가 어딘가, 하는 표정으로 부모님 손을 잡고 쭈뼛쭈뼛 찾아온
멘토, 가족, 실무진 모두에게 첫 만남인 순간, 다소 낯설고 어색함이 느껴졌지만 사업의 전반적 소개 후 서로의 손을 맞잡고 파이팅을 외치자 분위기가 한껏 밝아졌다. 두어 달 후,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누군가의 가족이 아닌 모두의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6월, 7월이 흐르고, 아이들의 빛나는 웃음 속에 어느덧 14개의 가족합창단이 탄생했다. 그중에 가장 꾸준히 참여해오고 있는 부모님이 웃으면서 이야기하시길 처음 몇 날은 아빠, 엄마 손에 이끌려 다니던 아이들이 이제는 서 로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 연습 일만 되면 되레 부모님 손을 이끈다고. 즐거이 노래 부르며 서로를 향해 환한 웃 음을 짓는 아이들을 보니, 하나 되는 울림이라는 축제의 의미가 이미 가족 간 만남 속에서 어느 정도 실현되고 있는
온 세대를 위한 희망의 노래
연일 장마가 이어지며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7월 마지막 토요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는 600여 명의 가족·지역합창단이 속 속 모여들었다. 6월 1일 발대식 이후 시작된 약 두 달간의 연습을 점검하고 D-30일 앞으로 다가온 축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 한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서였다. 행사장을 가득 채운 가족합창단의 여유로운 표정과 웃음소리가 어색했던 첫 만남과 달리 자 연스럽고 편안한 사이가 되었음을 말해주는 듯했다. “춘천이 정말 문화도시가 맞긴 하는가 봐요~ 이렇게 많은 합창단이 있을 줄이야” 중간점검 워크숍을 시작하기 전, 참여팀에 관한 소개 영상을 보던 참여자 한 분이 옆 사람에게 가만히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 다. 공연장 무대 위 커다란 스크린에서는 합창단의 소개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중이었다. 총 14팀, 617명이라니. 축제 준 비 초기에 지역합창단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면서 우리 지역에 이토록 많은 합창단이 있었던가? 하는 놀라움을 가졌던 터라 나도 모르게 경쾌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네 정말 그렇더라고요~’라고. 이날 오전에는 참가팀 소개와 함께 대략의 사업 추진 상항이 공유되고, 오후에는 더욱 더 즐거운 방식으로 팀워크 다지기에 나섰다. 공연장 한가운데에서 풍선 쌓기, 색 카드 뒤집기, 림보 미션 등을 함께 하며 쿵쾅쿵쾅, 하하호호 또 다른 (어)울림의 시간으로 꾸며졌다. 오후에는 워크숍의 하이라이트인 단체 연합 합창곡 연습을 위해 다시 한자리에 모였는데 본격적인 연습 을 시작하기 전, 깜짝 이벤트로 조금은 특별한 합창단원이 소개되었다.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합창단 중 가장 많 은 가족 구성원을 포함하고 있는 어깨동무 합창단이 새로운 단원을 소개한 것. 모두가 환영의 박수를 보내는 순간, 파란색 티셔츠를 입고 환한 얼굴로 등장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이재수 춘천시장이었 다. 이날만큼은 시장이 아닌, 어깨동무 합창단의 일원으로 전 연습 과정에 참여하였고 힘찬 응원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또 랑또랑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크게 감동했고 많은 곡을 외워서 부르는 영특함이 놀랍다고, 무엇보다 합창이 주는 커다란 행복 의 힘을 깨닫고 있다는 말로 ‘잊을 수 없는 추억, 기적의 하모니’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힘을 실어 주었다. 드디어 마지막 곡, ‘온 세대를 위한 노래’가 연주될 차례가 왔다. 무대 위에 지휘자가 나타나자 모두의 눈이 그의 손끝으로 향 했다. 수석 단원의 선창에 따라 왁자지껄 떠들던 개구쟁이 아이들도 순식간에 진지한 태도로 바뀌었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쉽고 재미있게 작곡된 이 노래는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 피날레 공연으로 준비된 곡이다. 노래 속 가사처럼 춘천 시 민 모두가 함께 따라 부르게 될 날을 바라며 나 역시 힘차게 따라 불러본다. 모두가 염원하는 희망의 노래가 축제 끝까지 이 어지길 기대하면서.
“온 세대 위한 노래 부르자, 희망의 노래 영원하리라.”
온 세대 위한 노래 후렴구 가사 中
서면 박사마을에서 나고 자란 어르신을 중심으로 모인
조아조아
서울에서 춘천까지 거리는 문제없어요
소리모아
강원도 교육청 직원들로 구성되어 직장 동아리로 발전한
모두콰이어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가족합창단
춘천, 홍천, 양구에서 모인 10개의 가정
함께 노래하며 놀자
세계 여러 나라에서 모인 어머니들과 자녀들로 글로벌한
예쁜우리합창단
6살 손주부터 70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삼대가 함께 노래하는
시원한 바람
평균 70세 실버합창단과 그들의 자녀, 손자들이 함께하는
눈이부시게
REVIEW
금관5중주 어벤저스가 들려주는 위로와 행복
춘천시문화재단이 문화가 있는 날 7월 공연으로 준비한 금관5중주 앙상블 ‘브라스마켓-더 뮤직 테라피 콘서트The Music
Therapy Concert’가 관객과의 탁월한 교감 속에 금관악기의 매력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다. 연중 오케스트라 정기공연이 필쳐지는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도 금관5중주 앙상블 공연을 관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웅 장한 관현악 사운드를 완성해내는 금관악기는 독주를 자주 하는 편도 아니고 오케스트라 편성에서도 가장 뒤쪽에 배치되어 다소 멀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번쩍이는 황금색의 자태만큼 돋보이는 음색을 가진 금관악기에 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터, 무대의 막이 오르고 커 다란 악기를 높이 쳐들고 당당하게 입장하는 금관5중주 연주자(트럼펫1 나웅준, 트럼펫2 은중기, 호른 김태우, 트럼본 정학규, 튜바 장정민)들을 보자 관객석에서는 커다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트럼펫, 호른, 트럼본, 튜바 … 저마다 화려한 색, 모양, 크기를 자랑하는 개성 넘치는 악기들에 대한 호기심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순간, 무대 앞에 친절한 해설사, 나웅준 트럼페터가 나타났다.‘퇴근길 클래식 수업’의 저자이기도 한 그는 이날만큼 은 재미있는 클래식 전도사를 자처, 자칫 어려울 수 있는 클래식 공연을 톡톡 튀는 진행 및 흥미로운 악기·곡 해설로 관객과 의 적극적인 소통에 나섰다. 이번 공연의 주된 테마는‘음악이 주는 위로와 행복’으로 프랑스 작곡가 아르방의‘베니스의 사육제’부터 뮤지컬 ‘웨스트 사이 드 스토리’의 수록곡까지 다채로운 장르의 프로그램이 연주되었다. 격정적이고 찬란하게, 때론잔잔한 황금빛 연주로 출렁인 밤! 그들이 전해준 따뜻한 음악이 여전히 힘이 되는 것을 보면, 가히 금관5중주 어벤저스라 부를만하다.
PREVIEW
THE MUSIC THERAPY CONCERT
글 춘천시문화재단 예술지원팀
선보이고 있다.
축제의 한마당이 된다.
월 볼라레를 놓치지 마시라!
축제극장 몸짓 2019 기획공연 ‘볼라레’ 10월 ‘맘마, 대지를 날다 _ 마고’
글 춘천시문화재단 공연시설팀
춘천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축제극장 몸짓은 ‘인간의 몸으로 창조되는 현대 예술 중심 극장’이라는 출발로 아티스트의 호 흡과 몸짓을 눈앞에서 함께 하기에 최적화된 120석 규모의 블랙박스 공연장이다. 올해 이곳 ‘몸짓’의 기획공연은 매달 한 번씩 각 공연 분야 최고의 아티스트를 만날 수 있는 시리즈 공연으로 꾸며진다. 그 이름은‘Volare sul teatro’, 약칭 볼라레로 불리는 이 공연의 뜻은 이탈리아어로 ‘극장을 날다’이다. 이 공연들에선 이름 그 대로 각 장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이 축제극장 몸짓에 초대되어 그 예술성의 날개를 달고 관객들과 함께 행복한 비행을
7월 플라멩코의 이혜정, 8월 천의 얼굴의 배우 김성녀, 9월 발레리나 김주원에 이어 이번 10월 공연은 그 주인공이 엄마와 아가이다. 대부분 공연에서 연령 제한으로 극장을 찾을 수 없는 영아와 유아 그 부모들을 위한 대상 특정형 공연으로 기획 되어 축제극장 몸짓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노르웨이의 베이비오페라Babyopera와 한국의 베이비아트Babyart의 협력으로 제작된 <마고>는 세계에서 가장 어린 관객(0~3 세)을 대상으로 제작된 창작극이다. 어린아기들의 예술적 상호작용에 관심이 많은 양국의 아티스트들이 지구상의 땅을 소재 로‘마고신화’의 내러티브를 차용하여 생명의 잉태와 성장 과정을 다채로운 음악과 춤, 시와 그림 등으로 한껏 펼쳐내었다. 노르웨이 연주자의 신비한 음악과 마고 할미의 멋진 춤사위는 어느덧 아기들의 놀이로, 웃음으로 바뀌어 ‘몸짓’은 한바탕
어린아기들과 극장 마룻바닥을 뒹굴며 천진하고 경계 없는 예술을 경험하고 싶다면 아기들의 어린 날갯짓으로 날아오를 10
REVIEW & PREVIEW ㅣ
living as a working woman in culture scene
2019년, 문화예술계에서 여성문화기획자로 살아가기
글 추미경 l (사)문화다움 대표 일러스트 이은실
적일 것인가?
2015년 이후 '여성 혐오'와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문화예술계 내에서도 그동안 남성 중심의 시각으로 구축되었던 제반 현상을 여성의 시각으로 재탐색하고 표현하는 일련의 일들이 펼쳐지고 있 다. 암묵적으로 행해진 성차별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가까이 교류하던 상사, 선배, 심지어 사회의 존경을 받는 어른 들로부터 드러나기 시작할 때 우리가 받은 당혹감은 이루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젠 더 이상 당혹감으로만 그치 지 않고 여성에게 가해진 다양한 차별과 폭력이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가해자들이 누리던 사회적 지위가 박탈되 면서 딱딱하게 위계화된 옛 질서에 균열이 생기고 무너지는 크고 작은 현실의 변화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역동적 변화는 문화기획자들에게 한국 문화예술계, 문화 현장을 어떻게 이해하고 읽을 것인가 에 대한 근본적 문제를 제기한다. 예술과 문화의 이름으로 가려졌던 여성을 둘러싼 사회적 모순과 역행이 민낯을 드러냄에 따라 비단 여성과 남성의 차별뿐만 아니라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00 중심적’ 인식과 제도, 가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들에 대한 위계화된 조직과 사회구조 등 시대변화와 함께 진화하지 못했던 낡은 관습과 인식들 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실은 문화예술계 안팎의 구조화된 관념과 제도, 그 리고 나와 우리들 사이의 습관적 인식과 삶의 태도로 일상의 곳곳에서 여전히 꿈틀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리는 최근까지도 관습적 인식체계와 사회환경 속에서 살아왔고, 여성적 또는 젠더적 시각이 투영된 환경에서 온전히 살아본 적이 별로 없다. 최근 봇물 터지듯 터지고 있는 페미니즘 이슈들을 통해 단지 여성 을 억압하고 있는 인식과 관행들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을 짓누르고 있는 모순과 병폐를 감각하기 시작했지만, 어디 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어떻게 극복해갈 것인지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문화기획이 단순히 주어진 문화 를 재구성, 연출하는 차원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새로운 감각 혹은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체득하게 하는 능동 적 행위라고 한다면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구축된 여성에 대한 성적 이미지를 파괴하고 남성 우월주의를 해체하는 행위를 넘어 여성문화기획자들이 인식하고 감각해야 하는 새로운 삶의 가능성은 얼마나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복합
우리는 여성의 시각, 더 나아가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 성 정체성으로서 젠더 관점에서 세상을 재인식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예술과 문화의 범주 속에서 간과되었던 많은 것들을 발견하고 동시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 여성 문화기획자가 남성문화기획자와 동등한 사회적 기회 속에서 공정하게 경쟁하며 위상을 만들어나가는 이슈뿐만 아 니라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모든 것들에 대해 성 인지적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본질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도 내가 있는 현재, 이곳에서부터 하나씩 인식해가고 감각하고, 또 문제를 해결해가는 것이 중 요하다. 성 평등 관련 이슈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면서 인식이 확산되고 법제화도 진행되고 있지만 가장 필요한 것 은 나 자신과 현재 이곳의 구체적 인식과 행동의 변화일 것이다. 세상을 인식하는 새로운 가치관을 학습하고 표현 하면서, 다른 관점들에서 오는 불편함과 반대 의견들에 마음을 열고 대화와 토론을 하고 배우면서 말이다. 또한 자 신이 몸담은 문화기획 현장에서 자신과 타인을 보는 방식, 그리고 편향된 세상이 아니라 온전한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예술과 문화를 기획하면서 말이다.
REPORT ㅣ
CHUNCHEON CULTURE NEWS
춘천시문화재단 소식
문화예술거점공간 개관 및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공모
춘천시문화재단(이사장 최돈선)이 지역기반 문화예술거점공간의 9월 개관을 앞두고 공간 내 창작스튜디 오에 입주할 시각예술분야 작가모집을 마쳤다. 문화예술거점공간은 입주가가 창작과 시민 교류활동을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작업공간, 회의실, 다목적실 등)으로 조성되었으며, 재단은 완공 시점에 맞추어 입 주작가를 선발, 창작자와 시민의 문화향유를 동시에 확산시킬 수 있는 거점 으로 가동할 예정이다. 이번 입주작가 공모의 지원대상은 만39세 이하 시각예술분야의 작가 및 기획자이다. 최종 선정된 작가 는 창작공간을, 기획자는 본인의 기획을 연구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획공간을 지원하게 된다. 총 5개의 작업공간 중 1개소는 6개월 단위로 운영하여 연간 최대 6명(또는 팀)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계 획이다. 재단은 앞으로 이 두 그룹이 상호소통과 교차적 실천을 통해 예술활동의 지평을 넓혀 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선정된 입주자는 기본적으로 장기 1년, 또는 단기 6개월간 스튜디오에 입주할 수 있으며, 장기 입주인 경우 1년을 추가 연장하여 총 2년간 활동할 수 있다. 또한 입주비나 시설사용료 등의 비용 없이 작업실과 여러 공용공간을 사용할 수 있으며, 문화재단은 입주자에게 소정의 창작지원비도 지원할 예 정이다.
자 한다.
할 방침이다.
예술인 실태조사 및 임차료 지원사업 시행
2012년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된 이후 예술인의 창작환경 개선과 복지정책 강화, 창작권 보장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었다. 2018년 춘천시문화예술진흥 및 예술인복지증진에 관한 조례가 제정되어 기초재 단에서는 최초로 예술인 복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주요 사업으로는 예술인 실태조사, 예술인 인식
교육, 창작공간 임차료 지원사업 등을 운영 중이며, 특히 예술인 실태조사(창작활동의 형태, 예술인복지 인 식 및 참여현황, 예술활동 계약 체결, 예술활동 수입 등)에 속도를 내어 복지사업의 추진과제를 적극 개발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임차료 지원사업은 예술인활동증명이 완료된 관내 예술인을 대상으 로 관리비, 부가세 등을 제외한 순 임차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8월 30일 추진한 사업설명회를 시작으로 네 차례의 심의를 거쳐 10월 초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지원금을 교부 할 예정이다.
학교 안팎 문화예술적 감수성·창의성 찾기
춘천시문화재단은 일반 교과에 예술을 접목한 선진적 교육수업 ‘1인 1예술교육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당강사와 해당 학교의 교사가 참석한 가운데 ‘학교 안 창의예술교육’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하였고 올 하반기부터 봄내초등학교(3학년, 과학)와 성림초등학교(5학년, 국어)에서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점차 확대
내달까지 과학교과(연극+음악), 국어교과(시각+연극) 프로그램 개발을 완료하고 내부연수를 거친 후 수 업을 진행한다. 교과별 예술가 2인이 한 팀을 이뤄 7개 학급 이내, 6주차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원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원사업으로 추진하는 찾아가는 놀이예술교육 <예술은 잼잼> 또한 8월 중 예술강사를 선발하여 총 10회의 현장수업을 준비 중이다.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는 예술교육을 통해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예술적 감수성을 키우고 조화로 운 인성함양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CCCF NEWS ㅣ
2019 CALENDAR
상기 일정은 변경될 수 있으니, 홈페이지www.cccf.or.kr를 참조바랍니다
문화캘린더
9 I SEPTEMBER
9.7 / 11:00
9.14~15 / 19:30
춘천시립교향악단 특별연주회 브런치콘서트Ⅱ
기획공연 시민과 함께하는 추억의 변사극
T 033 259 5869 at 춘천문화예술회관
T 033 259 5841 at 석사교천변 야외무대
9.22 / 17:00
9.25 / 19:30
기획공연 정경화·케빈 케너의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 연주회
문화가있는날 9월 피아니스트 김태형 리사이틀
T 033 259 5834 at 춘천문화예술회관
T 033 259 5836 at 춘천문화예술회관
9.26 / 19:30
9.27 / 19:30
기획공연 볼라레 발레리나, 세상을 날다
춘천시립합창단 제102회 정기연주회 W.A.Mozart Great Mass in c minor, K.427
T 033 259 5841 at 축제극장 몸짓
T 033 259 5874 at 춘천문화예술회관
10 I OCTOBER
10.7 11:00, 14:00
기획공연 볼라레 맘마, 대지를 날다
T 033 259 5841 at 축제극장 몸짓
10.16 / 11:00
춘천시립합창단 특별연주회 휴가다休歌茶 17번째 이야기
T 033 259 5874 at 춘천문화예술회관 로비
10.22 / 19:30
춘천시립청소년합창단 제21회 정기연주회 Out Of the World Ⅱ
T 033 259 5874 at 춘천문화예술회관
10.10 / 19:30
10.4-6 / 19:30
기획공연 앙상블 디토 앙코르 리사이틀
2019 무한청춘 페스티벌 약사랜드
T 033 259 5841 at 춘천문화예술회관
T 033 259 5841 at 약사천 수변공원 일대
10.17 / 19:30
춘천시립교향악단 제150회 정기연주회
차이콥스키 교향곡 전곡시리즈Ⅴ
T 033 259 5869 at 춘천문화예술회관
10.31 / 19:30
문화가있는날 10월 현대무용가 전혁진과 사진작가 오중석의 시각적 프레임
춘천시립합창단 제103회 정기연주회 가곡의 향기
T 033 259 5836 at 춘천문화예술회관
T 033 259 5874 at 춘천문화예술회관
CCCF CALENDER ㅣ
POT COMMENT
‘POT Comment’에서는 SNS에 독자 여러분들이 올려주신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이번 호에서 흥미롭게 읽은 기사, 마음에 들어온 책 속 한 줄, 좋았던 사진, 제안하고 싶은 의견 등 춘천문화매 거진 POT에 관련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해시태그[#]로 전해주세요! 여러분의 소중한 이야기들은 더 좋은 매거진을 만들고 싶은 춘천시문화재단에 큰 힘이 됩니다.
Instagram @ baramgilbooks
춘천시문화재단에서 온 잡지. 춘천을 소개하는 이야기들로 꾸며진 책이다. 처음 나올 때부터 서점에 두고 있는 잡지, 꾸준히 춘천 의 여러 곳을 소개해주신다. 감사합니다. #바람길서점 #동네서점 #여행서점 #중랑구서점 #상봉서점
Instagram @ gaga777page
#춘천문화매거진#POT 18호/환경이 입고되었습 니다. 표지가 너무 예쁘네요. 수량이 많지 않아요. #문화매거진 책 구매 하시면서 챙겨가세요. #고급정보가득 #77page #gaga77page #독립책방 #동네책방 #합정책방 #홍대책방
Instagram @ madang74
지갑 내려놓고~시계 풀어놓고~ 이제 한번 읽어 볼까나. 책방마실에서 만난 #매거진팟 이번호는 환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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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SCRIPTIONS 정기구독 소식을 널리 알려주세요
소중한 당신과 춘천의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싶은 이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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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에 한 번씩 춘천의 다채로운 문화가 찾아갑니다.
춘천시문화재단 인스타그램 @ cccf_2019
“
이 많은 꽃들과 이 섬세하고 부드러운 바람과
맨발의 아이들이 미루나무처럼 쑤욱쑤욱 자라난 시간들, 서쪽으로 치우친 아름다운 친구들
느리게 지나쳐온 여행 속 장면들, 그 애련의 시김새, 어디선가 이삼백 정도 잃어버리기도 했으나
천정에 닿을 만치 쌓인 전율적 순간들의 스냅, 스냅들 …
”
Artist Life 이경애 『올 여름에도 나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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