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화놀이매거진 POT 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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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문화로 같이 즐기다
OPEN
문화로 마음을 활짝 열다
TALK
문화로 함께 이야기하다
POT에는 ‘(다양한 것을 담는)그릇, 솥’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춘천문화매거진 팟은 문화로 다 같이 즐기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트렌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슈 등 생동하는 춘천의 문화예술을 한 데 담아내는 그릇이 되겠습니다.
POT이 이야기하는 춘천문화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춘천 시민의 삶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 그 안에 담긴 보석 같은 이야기를 뜻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예술가와 청춘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지트로 자리매김해 온 춘천. POT은 춘천이라는 멋진 지역을 춘천 시민과 춘천을 찾은 사람들이 보다 즐겁게 향유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펼쳐 보이겠습니다.
Contents
N.23
Letter 편집장의 여는글
Lifestyle 좋은 순간만은 천천히 당신과는 천천히
Somewhere 마음을 흘려보내는 시간
Creator 소중한 것은 곁에 있어요
Artist 최혜선, 눈물이 가진 건강함
Books & 코로나19가 무너뜨린 정직한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
Column 오지랖의 윤리
Scene–1 어른의 삶에도 추임새가 필요하다
Scene–2 그가 난다, 좌우의 날개로 – 박희선
Calendar 공연 · 전시 · 행사 일정
News 춘천문화재단 소식
Diary 내가 사랑하는 춘천 여름 풍경
Editor’s note
Letter
코로나19 시대의 터널이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희망하지만, 䢮위드(with) 코로나䢯의 시대가 지속되리라는 진단이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시인의 표현처럼 䢬피로(疲勞)도 내가 만드는 것/ 긍지도 내가 만드는 것䢭(김수영, 「긍지의 날」)입니다. 䢮위드 코로나䢯 시대 공동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䢮생활 속 거리두기䢯를 실천하고, 나와 우리의 䢮생활䢯이 지탱가능한 것이었는지 성찰하며, 지금까지의 생활을 전면적으로 바꾸려는 라이프스타일 혁명을 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는 한, 뉴노멀의 시대는 䢮저절로䢯 오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시대가 역설적으로 환기하는 것은 사회적 유대의 중요성입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신세 지고 䢮민폐䢯 끼치지 않으면 단 하루도 살지 못합니다. 어느 철학자가 䢬우리는 서로 어깨를 걸기 전에 먼저 서로를 마주보아야 한다䢭 (레비나스)라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나보다 약한 타인의 소리 없는 말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마음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지금, 내 곁에 있는 타인을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䢮힘䢯 중심으로 보아야 합니다. 너에게 신세 지고 민폐 끼칠 수 있는 사회적 접착제(social glue)의 관계망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어느 시인이 䢬가난한 우리가 아름다운 우리로 확장䢭(안현미, 「생각보다 흰」)된다고 썼던 이유는 그런 䢮기적䢯의 비밀이 서로를 마주볼 줄 아는 사회적 유대에 있었다고 파악한 것이겠지요. 결국, 피로도, 긍지도, 우리가 만듭니다. 긍지(矜持)라는 한자를
풀어보면, 창(矛)을 지금(今) 지니고(持) 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19 시대, 우리의 긍지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䢮너䢯라는 사람과 끈끈한 신뢰의 사슬을 형성하고, 단단한 사회적 유대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䢮지금䢯이 바로 그런 때입니다.
편집장고영직
정승희 포토그래퍼 이종희 사진 제공 채선희
좋은 순간만은 천천히
당신과는 천천히
Lifestyle
다른 사람과 사이좋게 지내는 나만의 노하우
“나눠주는 게 마음이 편해요”
나는 늘 주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전에 과일 장사 했을 때도 같은 마음으로 남은 과일을 나눠주고 그랬어요. 한 동네 사는 사람들한테 나눠주면 나도 기뻐요. 내가 기른 채소를 나눠줄 때 우리네 사는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좋고요. 우리 어릴 때 그렇게 배우고 자라서인지 지금도 나누며 사는 게 좋아요.
구경자 (옥천동)
“같은 관심사를 함께해요”
최근 직장 동료 몇 명이 새 차를 구매하면서 그동안 혼자 하던 세차를 동료들과 함께하니 정말 즐겁습니다. 차를 깨끗하게 하는 반복적인 행동이 명상 효과가 있거든요. 무엇보다 땀 흘리고 작업한 뒤 반짝이는 차를 보면 성취감이 커요. 손 세차의 즐거움을 함께 나눌 사람이 가까이 있는 건 행운이에요.
장남호 (후평동)
“각자의 고민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위로가 돼요”
얼마 전 춘천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들을 캠핑장에 초대해 불멍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불멍 살롱이었죠. 각자가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눠 먹고, 모여 앉아 이야기도 나누었어요. 결이 비슷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완화돼요. 각자의 고민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만으로 큰 위로를 받죠. 나만 고민하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도 생기고요. 앞으로도 좋은 사람들과 계절마다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요.
*불멍: 장작불을 보며 멍하게 있는 것을 의미하는 신조어
손영일 (옥천동)
“우리의 세계가 깊어지는 경험”
오랫동안 시를 혼자서만 좋아했어요. 우연히 직장 동료와 대화하다가 시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어요. 심지어 좋아하는 시인도 같았지요. 저는 시집을 읽다가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두는데요, 동료에게 어울리는 시 한 편을 보내줬어요. 답변으로 저도 시 한 편을 받았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시인의 시였어요. 감동이었어요. 홀로 좋아했던 시를 공유하면서 시의 세계가 확장된 기분이에요. 우리의 세계도 그만큼 깊어졌고요.
우현애 (소양동)
“같이 먹지 않을래?”
케이크는 축하 자리에 꼭 함께 있어요. 그래서 달콤한 걸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모르는 이의 행복한 순간을 같이 축하해주고 싶었거든요. 그렇지만 대부분은 외롭거나 슬퍼서 베이킹을 했어요. 누군가 내 맘을 몰라줘서 속상할 때, 속상한 마음을 말하기엔 상대방이 너무 소중해 입을 꾹 막아야 할 때 말이죠. 똑같은 공정을 수없이 반복하며 ‘걘, 왜 그랬을까?’와 같이 답 없는 질문을 하다 근사하게 구워져 나온 케이크를 보면 기분이 좋아져요. 그리고는 전화를 걸죠 “있잖아, 내가 케이크를
구웠는데 정말 맛있을 것 같아. 같이 먹지 않을래?”
채선희 (석사동)
마음을 흘려보내는 시간
그런 공간들이 있다. 정확히 형용할 수 없지만 어떤 힘을 가진 공간들. 물컵 하나 들기 버거울 때 그런 곳들을 찾아간다. 이곳에서 나는 마음을 천천히 흘려보내며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고 돌아온다.
한적한 동네 풍경
원평리 어게인 십일월
PM 03:00
원평리로 들어서니 풀이 무성한 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지나고 나면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온 듯한 느낌의 넓은 강과 자그마한 산들이 마을을 다정히 품고 있다. 차에서 내려 숙소에 짐을 푼 후 사장님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장님은 20년간 도예를 하셨고 카페를 운영하셨다고 했다. 구봉산 근처에서 십일월이라는 카페를 운영했었는데, 원평리에 반해 이곳으로 옮기면서 펜션 이름을 어게인 십일월로 지었다고 했다.
Somewhere
가볍게 동네를 걸었다. 한눈에 보이는 동네는 집이 몇 채 되지 않고, 식당이라고는 마평루라는 중국집뿐이다. 논밭에서는 벼와 옥수수, 감자가 자라고 기분 좋은 산들바람이 분다. 체험학습을 하러 온 아이들이 시골 트럭에 탄 채 반가운 듯 손을 흔든다. 조금 더 걸으니 북한강이 나온다. 강이 깊고 아득해 마치 호수처럼 느껴졌다. 가져간 캠핑 의자에 앉아 책을 펼쳐 들었지만 책을 읽는 건지 풍경을 읽는 건지, 하염없이 그저 앉아 있었다.
PM 10:00
저녁을 먹고 느리게 시간을 보냈다. 정원에 피어있는 식물을 한참 쳐다보기도 하고 해먹에 누워 하늘을 가만히 올려다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하루가 가는 게 아쉬워 캄캄한 밤을 걸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고요. 검은 강물과 산의 어둠과 산언저리에 남색 밤하늘이 보인다. 별들을 언제 보았는지. 아마득하다. 밤하늘을 보며 내 고민들이 너무나 작다는 걸 느꼈다.
+AM 07:00
핸드드립으로 내린 커피를 마시며 산책했다. 동네는 가벼운 안개가 끼어 몽환적인 느낌을 준다. 아침 풍경조차 근사하다.
상쾌한 마음
동네 목욕탕
+AM 10:00
대중목욕탕에 가면 아버지의 넓은 등이 생각난다. 그런 추억 때문에 목욕탕을 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물 냄새가 나는 목욕탕은 오래된 세월만큼이나 정겹다. 오래된 목욕탕들은 거의 비슷비슷한 느낌을 주는데 그건 아마도 목욕탕의 타일이나 오래된 열쇠 때문인 것 같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탕에 들어갔다. 어릴 때는 열탕이 뜨거워 한참을 망설이며 겨우 들어갔던 것 같은데 이제는 탕에 들어가는 게 좋다. 시원하다는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른이 되었나 보다.
사우나실에 들어가 모래시계가 멈추기를 기다리며 땀을 뺐다. 그 안의 시간은 밖의 시간보다 훨씬 느리다. 뚝뚝 떨어지는 땀들이 눈에 보이고 개운한 느낌이 좋다. 땀을 뺀 후 찬물로 씻었다. 찬물로 씻으면 심장이 벌렁벌렁하지만, 온몸에 힘이 솟는 것 같다. 옷을 갈아입고 목욕탕 문밖을 나설 때 뽀송뽀송한 느낌이 좋다. 상쾌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하루의 기분전환
김현아 미용실
+AM 12:00
하루의 기분이 좋아지려면 미용실에 가라고 사장님은 요즘도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했다. 머리를 자르면 기분전환이 되기
주신다고 했다. 덩치 큰 리트리버가 새끼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이곳에 오는 게 머리 고양이한테 가려고 하니 엄마 고양이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가게 안팎에 놓인 비키지 않고 지키는 모습에 반했다고 했다. 식물들이 좋았고 미용실이 주는 푸근한 늘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 이야기를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미용실에 들어가니 하다 보면 속에 있던 고민도 쉽게 털어놓게 손님이 많아 앉을 자리가 없었다. 그러자 되는 것 같다. 샴푸를 하고 머리를 말린 후 할머니께서 맞은편 공원 벤치에 앉아
미용실을 나왔다. 까끌까끌한 머리 느낌이 있겠다며 끝나면 부르라고 하신다. 따뜻한 좋다. 이곳에 다녀오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배려에 기분이 좋았다. 날이 좋아 창밖으로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된 것 들어오는 햇살이 예쁘다. 머리를 자르며 같은 기분이 든다. 사장님과 이야기를 했다. 성격 좋은
소중한 것은 곁에 있어요
Lucy 어른의 모습으로 어린이처럼 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산이 둘러싼 작은 시골집에 살면서 그림을 그리고 인형을 만들고 있다. 결혼하면서 춘천으로 이사 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이루며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다. 작은 집에서 남편과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Q.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요?
주로 그림책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활용하기 때문에 오랜 시간 작업하고 있지는 않아요. 올해 초까지는 인형을 만들었는데요,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서 인형 만드는 작업은 잠시 쉬고 있어요.
Q. 인형이 무척 예뻐요. 인형 만드는 일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아이가 세네 살 때 만들기 시작해서 벌써 5년이 넘었네요. 아이가 더 어릴 때는 지금보다 심한 곱슬머리였어요. 비가 오면 머리가 부스스해졌거든요. 비 내리는 어느 날 어린이집 선생님이 아이 머리를 캔디처럼 묶어줬는데 머리 모양이 솜사탕을 붙여 놓은 것처럼 정말 귀여웠어요. 그래서 그 모습으로 그림을 그려보다가 ‘타라돌’이 만들어졌어요.
Q. 아이에게 다양한 놀이의 경험을 알려주고, 함께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아요.
아무래도 제 직업이 장점이 된 것 같아요. 제가 작업하면서 쓰는 물감들이나 재료를 아이가 바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제가 조금만 도와주면 아이가 알아서 무언가를 만들어요. 그렇게 해서 아이의 작품을 만드는 게 저는 너무 좋아요. 아이의 색으로 작품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요.
Creator
에디터
정승희 포토그래퍼 강승원
Q. 가장 가까운 사람, 내 파트너를 소개해주세요.
남편이죠. 아이에게는 다정한 아빠예요. 정말 성실하기도 하고요. 또 제가 작업 때문에 바쁠 땐 빈틈을 채워주죠. 배려가 많은 사람이에요.
Q. 두 분은 어떻게 만났나요?
남편이 강원대에서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었고, 당시 저는 서울에서 살고 있었어요. 제가 인도를 여행한 후에, 인도문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인도와 관련된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한 인도사람이 글을 올린 거예요. 힌디어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 주고 싶다는 글이었어요. 약속장소에 나온 사람은 저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남편과 처음 만났어요.
Q. 그 만남 이후로 인연이 지금까지 계속되었네요!
Q. 요즘 lucy님 삶의 재미 세 가지를 뽑자면 뭐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아이가 자라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는 재미요. 아이가 올해 8살이 되었어요. 그래서인지 독립심이 커지더라고요. 엄마 없이는 절대 안 자던 아이가 혼자 자기 시작하고, 자전거를 혼자 타기도 하고요.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옆에서 보는 과정이 신기하고 재밌어요. 두 번째는 남편과 매일 마당에 나가 꽃과 작물을 심고 가꾸는 게 재밌어요. 심었던 작물이 여름이 되면 결과물로 나와요. 그걸 기대하는 재미도 있어요. 세 번째는 춘천 곳곳 사람 없는 곳을 가족과 탐험하는 재미요. 요즘 코로나바이러스로 사람 많은 곳을 잘 돌아다니지 못하잖아요. 그렇지만 춘천은 사람 없는 곳이 정말 많아요. 그런 곳을 찾아서 가족들과 탐험하는 재미가 있어요.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나는 거라서 조금 무섭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람 많은 서울시청 앞에서 보자고 했어요. 조금 긴장한 채로 약속장소에서 남편의 얼굴을 딱 봤는데 그 순간 무장해제가 되었어요. (웃음) 웃고 있는 인상이 너무 좋았거든요. 같이 지내다 보니 착한 심성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분명함, 성실한 모습에 정이 들었죠.
Q. 예술적 감수성에 영향을 주는 장소나, 사람이 있나요?
춘천의 오래되고, 낡은 곳들을 좋아해요. 처음 춘천에 와서 남편이 출근하면 혼자 카메라 들고 돌아다녔어요. 도청 뒤쪽이나 소양로 부근을 걷고, 사진 찍고, 그림으로 그리고요. 기회가 되면 작년에 참여했던 ‹약사ㅓ산책›
그는 산으로 둘러싸인 주택으로 이사 온 이후로 환경문제를 더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포장 용기를 챙겨 음식을 포장하고, 용기가 필요 없는 샴푸나 세탁세제를 사용하는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많은 사람이 환경에 조금 더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건넸다.
전시처럼 춘천에 오래된 동네를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아이도 제게 영향을 줘요. 특히 같이 놀다 보면 아이가 생각지도 못한 말을 툭툭 던질 때가 있어요. 그런 부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요.
김동일 대학에서는 역사를 공부하고, 대학원에서는 현대 무용을 전공했다. 우연히 현대 무용 워크샵에 참석했다가 춤에 빠졌다. 지난 십 년간 서울에서 무용수와 제작자, 강사로 활동하다가 2019년 결혼하면서 춘천에 정착했다. 움직일 수 있는 한 평 남짓의 공간만 있으면 꿈틀거려 보는 ‹한 평 댄스›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활동했다.
Q. ‘방구석활동가’로 ‹한 평 댄스›를 기획하고, 활동하셨는데요. ‹한 평 댄스›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작년 한 온라인 플랫폼에서 현대 무용 수업 제안이 들어왔어요. 당시 관계자와 대화 중 ‹한 평 댄스›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수업을 온라인 공간에서 진행하기엔 한계가 있어 제안을 거절했지만 ‹한 평 댄스› 는 시도해보고 싶더라고요. 올해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잖아요. 그래서 집에서 ‹한 평 댄스› 영상을 찍고, sns에 올렸는데 사람들 반응이 좋더라고요. 때마침 춘천문화재단의 ‹방구석○○○ 프로젝트› 공고가 보였고 지원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Q. 한 평 댄스 영상을 보니 집에서도 간단하게 춤을 출 수 있단 느낌을 받았어요. 하지만 저처럼 춤을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텐데요.
일단 춰보세요. 좋아하는 음악으로 시도해보세요. 어깨만 들썩이는 작은 움직임으로 시작할 수도 있고요. 처음부터 동작을 신경 쓰고 잘해야 한다는 마음은 부담이 되니까 가볍게 접근해 보세요. 또, 춤은 정답이 없으니까 느끼는 그대로, 내 몸이 반응하는 대로 움직이면 돼요.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나를 움직이게 하는 음악을 찾고, 거기에 몸을 맡긴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Q. 가장 가까운 사람, 내 파트너를 소개해주세요.
제 아내 한보나님. 여기(인터뷰장소)가 <보나커피집>이잖아요, 아내 세례명이 ‘보나’에요. 보나라는 이름으로 싱어송라이터로 활동도 하고, 커피집도 운영하고 있어요.
Q. 두 분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내는 특수학교 교사였어요. 저를 만났을 당시 아내가 음악을 하고 싶어 했지만, 망설이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도 현대무용을 늦게 시작했거든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내에게 음악 공부를 시도해보라고 응원했어요. 이후 아내가 교사직을 그만두고, 음악을 더 공부하고 마침내 싱글 앨범도 내게 되었어요. 결혼하고 나서는 아내의 또 다른 꿈인 카페 <보나커피집>을 운영하고 있어요. 아내가 특수학교 교사였을 때 학생들에게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거든요. 사실 아내는 제주도에 가고 싶어 했는데, 제가 춘천이 좋아 춘천으로 오자고 했어요.
Q. 예술적 감수성에 영향을 주는 장소나, 사람이 있나요?
지금 제게는 춘천이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있어요. 강을 따라서 길을 걷거나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멋진 장소를 자주 만납니다. 춘천 구석구석 멋진 장소에서 춤을 춰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아내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아요. 아내가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일회용품이나 플라스틱을 줄이려고 하고, 여성 인권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볼 때 저의 경계도 넓어지는 것 같아요. 아내와 예술적인 작업도 같이합니다. 제가 춤을 출 때 아내가 노래하거나, 내레이션을 해주기도 하고요. 저는 아내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아내는 제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는 듯해요.
(웃음)
Q. 요즘 동일님 삶의 재미 세 가지를 뽑자면 뭐가 있을까요?
첫 번째는 춘천에서의 생활요. 아내와 지내는 춘천에서의 생활이 좋아요. 두 번째는 움직임 자체의 재미요. 요즘 좋은 음악에 즉흥적인 춤을 추고, 기록하고 있는데 즐거워요. 세 번째는 가르칠 때 즐거워요. 특히 무용이 전공이 아닌 사람들에게 무용을 알려줄 때 즐거워요.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 자극도 받고, 저의 방식대로 움직임을 해석하고 전달하는 재미를 크게 느껴요.
그는 한 평 댄스처럼 일상의 작은 공간에서 춤을 추고, 관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한다. 현대 무용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현대 무용을 접하고, 무용수와 이야기를 나누며 그 거리가 좁혀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인스타그램 @bomnaechum 계정에서 한 평 댄스 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다.
최혜선
눈물이 가진
건강함
Artist
Twinkle my story
“공중분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하염없이 밤길을 걷는데 우거진 풀숲에 웅크리고 있는 제
최혜선의 그림에는 울고 있는 자신이 있다. 그는 눈물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작품 속 눈물에는 건강함과 전환의 힘, 위로의 힘이 들어있다.
〈Dear. 어른〉, 24.2×33.4cm, 캔버스에 오일, 2013
눈물을 그리는 작가지만 행복에도 관심이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무척 안쓰럽더라고요. 많았다. 그래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눈물이 없는 편인데도 왈칵 눈물이 났어요. 대한 고민도 남다른 듯 보였다. “행복, 웃음, 그때 알았죠. 울어도 괜찮다는 걸.”
선함, 좋은 삶과 같은 긍정적인 가치들은 삶을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밝은 아이’ 시리즈를 살아가면서 그저 얻어지는 게 아니라고 탄생시켰다. 밝은 아이는 역설적으로 항상 울고 있다. 하지만 작가는 울어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삶을 살아가는 중요한 방향성이자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죠.” 그러면서 본인은 세상에 이야기한다. 작품 속 눈물은 슬프지 현재 행복하게 살고 있고 가능하기만 하다면 않고 또 다른 이들의 눈물과 연결되어 서로를 이런 삶의 자세들을 사람들에게 복제해주고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싶다고 했다.
혜선이네 행복한 문방구 행복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릴 적 문방구에서 사 먹던 오뎅이 생각난다고 했다. 50원짜리 하나로 오뎅을 두 개나 사 먹던 기억에 행복이 거창한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본인이 느낀 행복에 대한 가치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래서 행복했던 시절을 재현하고자 ‘혜선이네 행복한 문방구’라는 전시를 하게 되었다. 문방구의 낡은 느낌을 주고 싶어 전시공간도 작고 허름한 공간으로 선택했고 전시 기간에는 관람객 약 300여 명의 행복한 순간이 벽에 전시되었다.
Let’s dance together 최근 작가는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화폭에 담고 있다. 춤추는 사람들을 담는 작업이 재밌다. 기존 작업의 초점이 사람의 얼굴과 표정에 맞춰져 있었다면, 요즘은 이목구비가 아닌 동적인 모습을 표현한다. 사람들이 자신의 작품을 보고 재밌고 즐거웠으면 하는 생각이다.
* 전사: 글이나 글 따위를 옮겨 베낌 * 이미지 컷(image cut): 영화나 애니메이션 기획 단계에서 제시하는 예상 완성도
작업 과정, 살아가는 과정 보통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데까지 작업하는 과정에 대한 글을 많이 써본다. 글로 적으며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면 이미지 컷* 작업도 해보고 전사*하는 과정을 거친다. 작가는 주로 유화물감이나 아크릴을 번갈아 사용하는 편인데,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작품이 오래 보존되는 것까지 고민하며 작업하기 때문이다.
〈함께 걷기〉, 51.0×73.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6
〈유쾌한 눈물〉, 53.0×65.1cm, 캔버스에 눈물, 2017
〈즐겁게〉, 90.9×72.7cm, 캔버스에 오일, 2017
저의 소중한 작업 도구, 오일 파스텔(까렌다시)이에요. 18년이나 〈빨간 마음〉, 53.0×45.5cm, 캔버스에 오일, 2016 사용했거든요. 오일 파스텔은 굉장히 유연하고 포용력이 높은 재료이기 때문에 재밌어요. 유화물감이나 연필, 사인펜, 아크릴 등 어떤 소재와도 잘 어울린답니다. 다양성을 지향하는 제 가치관과도 잘 맞아요.
〈나의 엄마의 엄마〉, 40.9×31.8×3cm, 캔버스에 오일, 2017
요즘 작가는 규칙적인 생활에 만족한다. 오전에는 근처 숲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두세 시간씩 페인팅 작업을 하며, 오후에는 작업실에서 드로잉 작업을 한다. 손을 쉬면 생각도 멈춘다. 매일 해야 하는 것들을 꾸준히 해나가며 꿈꾸는 일상을 실현하고 있어 건강해지는 느낌이 좋고, 그렇게 작품들이 모이면 전시를 열 계획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고흐 전기문을 읽고 화가는 절대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이제 고흐를 이해하고 아픔에 공감한다. 스스로를 이해하고 눈물을 건강하게 바라볼 줄 아는 작가는 나이를 먹을수록 예쁜 마음을 갖고 싶다고 소망했다. 마음을 책임질 수 있는 얼굴,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다음 전시가 기대된다.
최성각의 매콤시큼한 冊썰 ⑥
코로나 19가 무너뜨린 정직한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
내놓고 내색한 적은 없지만, 그 생애와 문학을
느껴졌다거나 더 부러워하던 작가 루이스 세풀베다가 코로나19로 지난 4월 공포스러워진 것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은 내게 이런저런 정리되지 않은
아니지만, 어떻게 이 씁쓸한 생각에 사로잡히게 하는 일이었다. 그가 1949년생이니까, 그 애도의 감정을 추슬러야 연배의 여전히 씩씩한 내 선배들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할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다. 원했던 적은 없으나 생을 얻은
그의 첫소설, 〈연애소설 이상 누구랄 것 없이 멸(滅)하는 일은 이상한 일도, 특별한 읽는 노인〉(정창 역
일도 아니건만 왜 그의 죽음이 며칠쯤 어둡고 둔중한 상념에 열린책들, 2001년)을 다시 잠기게 했는지 알고 싶었다.
펼친 것은 그의 부음을 듣고 난 뒤였다. 두껍지 않은 얇은 소설이다. 무대는
그의 뜨겁고 뻑적지근했던 한평생을 생각하면 그가 코로나19로 망명지 스페인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세풀베다가 ‘적도의 에덴’이라고 부르는 아마존 밀림의 오지, 외신은 역병의 무차별성이나 가차없음을 감안한다고 해도, 엘 이딜리오. 겉으론 거칠어 보이지만 원주민에 대한 애정을 그에게 어울리는 죽음이 아니었다.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품고 있는 입심 좋은 치과의사가 제일 먼저 나온다. 그가 일은 아니지만 어떤 방식으로 죽는가가 곧 그가 살아왔던 거친 것은 말뿐, ‘진정한 사내’라는 것을 친구들에게 생애를 증거하는 경우가 있다. 예수는 예수처럼, 전봉준은 증명하기 위해 치아를 몽땅 빼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전봉준처럼, 체 게바라는 체 게바라처럼 죽었기 때문이다. 청년에게 “빼달라니 빼주지만 바보 같은 짓 하지 말라”고 지금도 이 행성에서는 대처하기 난감한 역병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고통을 겪다가 세상을 떠나고 있지만, 나는 아마도
만류하는 장면을 보면, 따뜻한 사람이다. 치과의사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바로 노인이다. 노인의 지혜와 신비로운 매력 때문이다. 그 노인이 소설의 주인공인데, 어쩌다 글을 읽는 법을 알게 된 노인은 더듬거리면서 글을 읽되, 쓸 줄은 은연중에 세풀베다는 그가 모르는 반편이다. 그 반편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이 바로 살아온 이력에 어울리는 죽음을 맞이할 줄로 알았던가 보다. 내 유치한
연애소설이었다. 이 얼마나 재미있는 시작인가.
어느 날 어린 새끼들과 숫놈 살쾡이를 모조리 쏴죽이고 감상주의다. 그의 죽음으로 가죽을 벗기려 들다가 죽음을 당한 한 양키 녀석의 시체가 인해 코로나19가 더 가깝게 떠밀려온다. 밀림의 권력자 ‘뚱보 읍장’은 애먼 원주민을
books &
글 최성각
살해범으로 몰려고 하지만 노인은 그 죽어 마땅한 숲의 파괴자이며 생명 경시자인 양키를 죽인 자는 사람이 아니라 슬픔과 공포에 찬 암살쾡이라고 반박할 수 없는 논리로 조목조목 설명한다. 원주민을 벌레처럼 여기던 읍장을 ‘엿멕인’ 노인을 통쾌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치과의사가 말한다.
그 순간 노인의 눈이 빛났다. “연애소설인가요?” 치과의사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아픈 얘긴가요?” 노인이 다시 물었다. “영감은 목 놓아 울고 말걸. ” 치과의사가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했다.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오나요?” “ 이 세상에서 어떤 연인들도 그들만큼은 사랑하지
못했을 거요. ” “서로가 슬픈 일을 겪는가 보군요. ” “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아서 차마 견딜 수 없었소. ”
치과의사는 사실 소설을 읽지도 않고 허풍을 떨었다. 그러나 소설, 특히 연애소설에 대해 이렇게 꼬치꼬치 묻는 노인은 얼마나 안타깝도록 순진한가? 노인은 언제나 연애소설만 좋아했다. 그것도 숱한 역경을 이겨낸 연인들이
“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나는 왜 여태까지 당신이 멋진 탐정이라는 생각을 못 했지? 아무튼 영감은 오늘 마침내 해피엔딩에 이르는 연애소설만 좋아했다. 그의 위대한 뚱보 각하를 벙어리로 만들었소. ” 그렇게 노인의 지혜에 감탄을 표한 후 치과의사는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 그 양키놈 때문에 깜빡 잊고 있었는데, 이번에도 소설책으로 두 권 가져왔소. ”
연애소설 취향이 이 세상 모든 이야기들의 원형이라는 것을 노인은 알고 한 소리일까? 영웅이 집을 나선다. 악마를 만난다. 그리고 동굴 깊은 곳에서 보검을 찾아서 귀향한다.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 낡은 관습과 편견에 사로잡힌 부모친지와 이웃들이 악마의 역할을 한다. 그 초파리 같은 라고 말한다. 노인에게 소설책을 공급하는 역할을 맡은 훼방꾼들을 이겨내고 연인은 마침내 사랑(의 상태)을 이가 바로 치과의사였던 것이다. 노인이 소설책을 반기는 대목은 다시 꺼내 봐도 즐겁고 의미심장하다.
쟁취한다. 모든 로맨스, 모든 영웅담의 골격은 만고불변인데, 바로 이 평이하고 짧은 대화 속에 서사구조의 고갱이가 깔려있다.
이 소설을 처음 읽은 지 오래된지라 잊고 있다가 노인의 ‘연애소설론’을 접하자 나는 다시금 생기가 났다. 그 생기는 아주 맑은 기운이었다. 노인은 한자한자 더듬어 읽다가 나중에는 소설을 다 외워버린다. 밀림의 절대 권력자 뚱보 읍장은 기어이 암살쾡이를 죽이기 위해 노인의 지혜와 용기를 활용하는 음모를 꾀한다. 자신에게는 암살쾡이를 처치할 능력이 없지만 백인이 식민지 역사에서 늘 해오던 짓, 즉 “돈이 안 되는 모든 살아있는 것들은 보이는 족족 모조리
죽여버려라”는 법칙에 충실하기 위해 가족을 잃고 슬픔과 착취와 수탈이 옳지 않아 독재자들이나 자본에 저항한 인간에 대한 복수욕에 불타는 암살쾡이에게 노인을 떠밀어 이들이 바로 20세기 다른 나라의 공산주의자들이었다. 넣는다. 노인이 원하는 것은 오로지 연애소설의 연인들이 산티아고 고등학교를 거쳐 칠레대학에 진학한 세풀베다는 시련을 이겨내는 일이고, 노인이 세상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연극을 공부했다. 일은 소설 속 베네치아에서 어떤 연인이 ‘뜨거운 키스’를 했는데 어떤 키스가 뜨거운 키스인지 아무리 상상해봐도 모르겠다는 사실, 그리고 베네치아는 어떻게 생겨 먹은 도시이길래 골목마다 배가 떠다니고 도시가 가라앉지 않는지 따위들 뿐인데, 동물과 공생할 능력이 애초부터 결여된 읍장은 양키의 복수를 위해 암살쾡이를 죽이는 일에만 몰두한다. 읍장의 교활함과 야비함을 알면서도
아옌데 정권이 몰락한 뒤에 세풀베다는 피노체트 군부에 저항하다가 2년 반 투옥당한다. 이후 엠네스티의 노력에 의해 가석방되어 가택연금을 당한다. 하지만 가택연금 중에도 연극활동으로 피노체트에 저항하다가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다시 개입한 엠네스티에 의해 8년의 유배형, 이후 1977년 칠레를 떠나 아르헨티나, 노인은 짐승과의 일전을 벌인다. 그리고 이미 죽기로 작정한 우루과이, 브라질을 전전, 가는 곳마다 박해를 받아 결국은 암살쾡이와 노인의 만남으로 소설이 끝난다. 노인은 짐승이 파라과이를 거쳐 에콰도르에 정착한다. 이후 연극회사를 원하는 것이 죽음이라고 느낀다. 그 죽음은 “인간과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싸움을 벌인 뒤에 스스로 선택하는 그런 죽음”이었다.
유네스코 탐험에 참여, 원주민들과 7개월여 동고동락하는 나는 속으로 노인이 암살쾡이에게 당하기를 바랐는데, 기회를 얻는다. 노인은 암살쾡이가 명예롭게 죽음에 이르도록 돕는다. 노인이나 암살쾡이 같은 ‘아마존의 자식들’이 각자의 의무를 다했다고 해석해주기를 작가가 원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는 원주민들이 모든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품위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979년에는 나카라과에서 싸우고 있는 시몬 볼리바르 국제여단에 참여했지만, 다시 세풀베다는 1949년, 칠레의 작은 도시에서 아나키스트 추방당해 이번에는 유럽으로 옮기게 된다. 기자생활을 할아버지와 공산당원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할아버지는 하면서 호구를 해결하던 세풀베다는 1982년부터 6년간 스페인의 독재자 프랑코를 피해 칠레로 망명했다. 그런 할아버지 아래에서 공산주의자 아들이 나왔다. 북녘에 엄존하고 있는 김씨 세습왕조 같은 사이비 공산주의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 자유와 평등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애쓰다가 살해당한 환경운동가 치코 멘데스에게 바친다. 헌사(獻詞)가 슬프고 통렬하다.
만들어 이 소설에도 나오는 기품있는 원주민인 슈아르족(族)에 대한 식민지화에 대한 영향을 조사하는
그린피스 선박에 올라 선원생활을 한다. 이는 세풀베다가 ‘20세기 최초의 환경작가’라고 불리는 전력의 근거가 된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은 그의 나이 40세 때인 1989년에 발표된다. 세풀베다는 이 작품을 아마존을 지키기 위해
세풀베다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살았고, 그 이야기들을 소설로 썼다. 그가 진정 작가라면 ‘발전’이나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성이 자본의 스페인 오바에도에서 〈타그레 후안 상〉을 수여하게 될 위력 앞에 무너지는 데에 통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심사위원들이 이 소설을 읽는 사이,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것이다. 곳에서 거대한 조직에게, 고급의상에 손톱까지 깔끔한 자들에게, 〈발전〉이라는 이름을 내세우는 자들에게 매수당한 무장 괴한들이 세계환경운동가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저명한 인물이자 아마존의 열렬한 옹호자를 살해했다. 사랑하는 친구, 치코 멘데스, 늘 과묵하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활동하던 당신에게 이 책을 전하지 못하지만 감히 나는 〈티그레 후안 상〉이 당신에게 주는 상이자 하나뿐인 세계를 지키기 위해 당신이 걸어간 길을 뒤따르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라고 생각한다오.
그런 점에서 세풀베다는 작가의 길, 인간의 길을 걸어간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삶에 존경을 표하게 되고, 그의 삶이 담긴 작품에 경의와 부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 오래 산 작가들은 약간의 문재(文才)로 곧 사라질 명성을 얻은 후에는 자기 이름이 붙은 기념관 건립에 매진하거나, 전집이나 자기 이름의 문학상을 만드는 동상(銅像) 작업에 혈안이 되어 있기 일쑤며, 아무도
존경하지 않는 예술원 회원임을 뽐내는 데 바쁘다. 외람되지만, 추하고 왜소하다. 코로나19가 이 행성에 살아 있었던 한 정직한 인간을 데려갔다. 참 엿 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성각 작가. 새나 돌 지렁이 같은 비인간(非人間)에게 참회의
환경상을 드리는 방식의 환경운동을 했다. 툇골 골짜기에서 뽕잎을 따서 말리곤 하는데, 최근에는 심야전기 전깃세가 무서워 가스보일러로 교체했다. 〈달려라 냇물아〉, 〈쫓기는 새〉.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 등의 책을 펴냈다.
글
부자연스러움의 자연스러움
외국의, 특히 서구의 거리를 걷다보면 느껴지는 부자연스러움이 있다. “날씨 정말 좋다!”, “티셔츠 멋지네! 어디서 샀니?”부터 “너 괜찮아? 내가 좀 도와줄까?”까지. 낯선 이들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 온다. 강남의 한 고급 주상복합 건물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린이에게 “몇 학년이니?”하고 물었더니 “엄마, 스트뤠인져가 말 걸어.”하며 뒤로 숨는다. stranger 라는 단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과 달리, 사람과 사람이 눈이 마주쳐 건네는 자연스러운 말 한마디가 부자연스럽다.
우리는 눈을 마주치고도 억지로 못 본 체하며 지나치는 부자연스러움이 자연스럽다.
Column
주성진 (문화기획자, 문화용역 대표)
부먹과 찍먹 사이
악한 오지랖이 선한 오지랖을 구축(驅逐)한다. 몇 년
라떼는, 내가 어릴 때는 탕수육이 맛있었다. 중국집 마다 탕수육의 맛이 달랐다. 그때는 울면을 시키는 전 여름, 뜨거운 회의를 마치고 빙수를 먹으러 갔다. 사람도 난자완스를 시키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탕수육이 맛없어진 것은 모두가 탕수육‘만’ 먹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더 정확히는 90년대 후반
회의에 참여한 인원이 여섯 명이었기 때문에 두 테이블로 나눠 앉았고, 테이블마다 두 개씩 네 개의 빙수를 주문했다. 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모인 내 “육영탕수육”이란 간판을 전국 어느 골목에서나 만날 테이블에는 딸기빙수와 망고빙수가 준비되었다. 수 있어진 다음부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내가 대망의 첫 술을 뜨는 그 순간, 옆 테이블에 6,000원짜리 탕수육은 혁명이었다. 친구 셋이서 앉았던 팥빙수파 한 분이 갑자기 내 테이블로 떡볶이 먹을 돈으로 그 맛있는 탕수육을 먹을 수 있다니! 조금 덜 맛있었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일 년에 한 번 먹던 맛있는 음식을 열 번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맛있는 비싼 탕수육은 다음에 먹으면 되니까. 그런데 맛있는 탕수육이 사라졌다. 그날 나는 인간에 대한 신뢰를 조금 잃었다. 나는 모든 탕수육의 맛이 똑같아졌다. 그럼에도 점점 더 빙수를 주변부터 살살 파가며 우유에 적셔 고명을 많은 사람이 짜장, 짬뽕을 시키고 요리가 필요하면 조금씩 올려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 후로 빙수를 탕수육을 시킨다. 그 맛있는 탕수육을 먹어본 기억이 먹을 기회가 있으면 1인 1메뉴 주문을 주창하게 없는 청년들도 탕수육을 시킨다. 그리고 탕수육을 되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내가 좋아하는 부어먹을까, 찍어먹을까를 두고 한참 논쟁을 벌인다. 먹는 방식을 남에게 권하기가 두려워졌다. 사실 그 탕수육은 부어먹으나 찍어먹으나 맛이 없다. 그 말이 없는 우리는, 조금만 편한 사람을 만나면 왜 우리는 늘 탕수육을 먹을까? 가장 ‘빨리’ 준비되는 갑자기 돌변한다. “결혼은 왜 안 하니?”, “애는 언제 ‘가성비’ 좋은 메뉴니까. 라조기를, 동파육을
공간이동을 해서는 “빙수는 섞어 먹어야 맛있어!”하며 딸기빙수와 망고빙수를 썩썩 다 비벼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낳을 거니?”가 참 쉽다. 내가 해봐서 아는 일이니까. 오룡해삼을 먹자고 하면 생길 부자연스러움, 취향의 나쁜 오지랖만 경험해 본 청년들은 오늘도 탕수육을 충돌을 피하고 가장 쉽게 합의할 수 있는 메뉴니까. 주문하듯 부자연스러운 자연스러움을 선택한다.
취향의 인프라
사람들이 더 다양한 중국음식을 먹게 하려면 어떻게 “연주 정말 잘하네! 네가 지금 오카리나로 연주한 곡이 해야 할까? 중국음식점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 답은 원래는 클라리넷이라는 악기로 아니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더 다양한 문화예술을 연주하는 곡인데, 그 악기로는 오카리나가 못내는 즐길 수 있게 하기 위해 문화공간을 더 만드는 것도 높은 파도 연주할 수 있어. 어떤 소리인지 한번 답이 아니다. 짜장, 짬뽕 탕수육이 반복되듯 오카리나, 들어볼까?” 우크렐레 그리고 예술치유가 무한 반복될 뿐이라는 것을 안다.
와 같은. 방에서 게임만 하는 친구들에게 나가서 좀 오룡해삼이 왜 더 맛있고 귀한 음식인지 설명하고 걸어보라고, 저 개천가의 꽃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두에게 한 접시씩 먹여주는 것도 답이 아니다.
살펴보라고, 귓가에 스치는 바람이 얼마나 널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를 억지로 오페라극장 관람석에 행복하게 해주는지 느껴보라고 백날 이야기해보자. 앉혀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필요한 것은 나의 경험과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다.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새로운 경험을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오지랖이다.
차라리 개천가에 와이파이를 빵빵하게 깔자. 숲속에 동네 PC방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사양 PC들을 설치하자. 그곳에서 게임중독 예술치유대신 롤이나 “너는 탕수육에 들어간 청경채를 정말 잘 먹는구나! 배틀그라운드의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족집게 과외를 맛있니? 청경채, 계란, 토마토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 하자. 우리 어른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실현할 멋진 요리가 있는데 어떻게 만드는지 한번 볼래?”
힘이 있지 않은가? 고사양 PC와 게임과외 때문에 숲을 찾았던 친구들 중 적어도 몇 명은 개천과 숲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되지 않을까?
오지랖의 찬스
코로나19로 우리는 한 번도 경험해본 적 없는 사회적 거리를 경험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사람이 사람과의 만남을 갈구하고 있다. 인류의 오지랖 내성이 어느 때보다 낮아진 것이다. 이 시기를 기존의 잘못된 오지랖을 반복하거나, 기존의 오지랖을 유튜브에 옮기는 데 낭비하지 말자. 오지랖을 리셋하자. 오지랖의 윤리를 함께 고민해보자.
최수현 (춘천문화재단 정책기획팀) 에디터 사진 이원일
어른의 삶에도 추임새가 필요하다
Scene-1
어렸을 때는 작은 일에도 칭찬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도, 밥만 잘 먹어도 칭찬이 쏟아진다. 어쩌다 적은 몇 줄 일기에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가 되고,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빵모자 쓴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한다. 어른이 되는 일은 칭찬과 상상의 세계로부터 둔감해지는 일인 것 같다. 팍팍한 어른의 삶에서는 칭찬을 할 일도 받을 일도 드물다. 공연이 끝날 때 누구보다 큰 소리로 박수를 치려고 노력하는 것, 보이지도 않는 객석에서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것은 바로 그 칭찬과 상상의 세계에 조금이라도 발 붙여 보려는 심산인지도 모른다.
교육장 입구에는 개량한복을 입고 성성한 백발을 말총머리로 가지런히 묶은 신사분이 앉아 계셨다. 그 기운이 저기 전라도 어디의 명창에게서 전승받은 소리를 이어 전하는 고수의 기운에 버금가서, 교육을 이끌어주실
“아⋯⋯.” 교육장에는 20대부터 나이가 지긋한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앉아 있었다. 어른이면 모든 것을 다 알고 선생님과 같이 오신 분인가 하여 명함을 건네며 인사를 있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 갇혀 있었던가 보다. 이번 교육에 드렸다.
선생님을 맡아 준 소지영 명창은 곧 열릴 국악콘서트 ‹토선생, 용궁가다›를 앞두고 국악 공연을 감상할 때 관심 “선생님, 안녕하세요. 재단 홍보 담당자입니다. 오늘 있게 보아야 할 것들에 대해 소상히 설명해 주셨다. 교육 진행하시는 내용을 매거진에 싣고 싶어
마스크를 끼고 수업을 듣는 학생들의 눈빛은 흥미진진함으로 가득 찼다.
취재하러 왔습니다. 이야기 들으셨지요?”
남다른 기운의 신사는 내 명함을 받아들고 한참 설명을 듣더니 씩 웃으시며 말했다. “나는 판소리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요. 나도 오늘 이거 들으러 왔어요.”
어른들의 예술감상놀이터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의 〈2020 문화예술회관 문화예술교육지원사업〉 일환으로 진행된 춘천문화재단의 교육 프로그램. 춘천 지역 내 성인을 대상으로 공연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감상 교육을 제공한다. 1기는 국악, 무용(발레)반으로 진행. 강원대학교 무용학과 백영태 교수의 강의와 발레 〈헨젤과 그레텔〉의 연계교육, 강원도국악협회 소지영 명창의 강의와 국악콘서트 〈토선생, 용궁가다〉와 연계해 진행했다. 올 하반기에는 춘천문화예술회관 기획공연과 연계된 감상교육 2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객석에서 누군가 ‘얼쑤, 잘 한다!’ 한 마디만 해
에너지를 더하는 것은 모두 관객의 몫인 거죠.”
‹어른들의 예술감상놀이터› 교육이 끝나고 ‹토선생
“판에서 고수는 연주자이자 반주자이며 지휘자예요. 고수는 북 하나로 만 가지 소리를 내지요. 판소리가 진행되는 그 긴 시간 동안 무대에는 소리꾼하고 고수는 끊임없이 마음을 나누고 교감해야 해요. 같은 소리를 해도 사람마다 호흡이 다르거든요.”
수궁가에 담긴 인간 사는 모습을 다양하고 재치 있게 주어도 배에 힘이 딱 들어가요. 벌써 마음가짐이 풀어나가 푹 빠져 관람했다. 그중에서도 예전과 다르게 눈에 달라지고요.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의 울림이
뜨였던 것은 바로 무대 뒤쪽에 앉은 고수의 역할이었다. 달라져요. 추임새는 국악 공연에서 중요한 비중을 공연을 지켜보니 고수가 얼마나 많은 일을 하는지가 새로이 차지하는 하나의 구성 요소예요. 판의 흥과
보였다. 공연이 끝나고 다시 모인 “어른 학생”들의 얼굴에는 즐거움과 뿌듯함이 가득 차 있었다. 온 지구가 예술가로 가득 찬다면 아름답고 멋지겠지만, 용궁가다›를 관람하기 전까지 주어진 일주일 동안, 나는 그들의 예술을 즐기고 누릴 줄 아는 이가 없다면 예술가들도 마음속으로 추임새를 넣는 연습을 해 보았다. 얼씨구, 심심할지 모르겠다. 공연을 깊이 있는 눈으로 감상할 잘한다! 그리고 나의 추임새로 힘을 얻어 공연을 이끌어나갈 어른들이 많아지는 것, 펼쳐진 소리판에 흥과 에너지를 무대 위의 소리꾼들을 상상해 보았다. 칭찬을 할 일도 받을 북돋울 추임새가 더 많아지는 것, 서로의 삶에서도 박자와 일도 드문 팍팍한 어른의 삶에서, 갑자기 알 수 없는 용기가 추임새를 넣어 줄 용기를 얻는 것. 어쩌면 그런 것들로 조금 솟는 것 같았다.
더 재미있는 세상이 되어가지 않을까, 그것이 이 사업의 안숙선 명창과 소리꾼 남상일, 박애리의 뛰어난 입담이 목적이 아닐까, 춘천문화예술회관을 빠져나가며 조심스레 함께했던 ‹토선생 용궁가다› 공연은 쉽고 재미있었다.
생각해 보았다.
에디터 정현경 사진 이종희
그가 난다
좌 우의
날개로
박희선
山-사람-외침(운주여!), 126×60×80cm, 청동, 1989
Scene-2
한반도, 130×40×110cm, 나무, 1994
41세의 나이로 작고한 지 23년이 지났다. 죽음 직전까지 작업에 매진하였던 고향이자 작품의 토대 춘천에서, 박희선 조각가의 대표작 40여 점이 전시되었다. 그는 ‘저항적 추상미술’이라는 한국에서 보기 드문 사례를 남긴 조각가로 산, 한복 입은 여인, 씨앗, 도끼와 같은 토속적인 소재를 통하여 한국적 조형성을 실현했다. 그리고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역사성을 띤 작품들을 통해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하여 누구보다 진정성 있는 행보를 보여주었던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개막식이 진행되던 날, 박희선 조각가의 회고전인 ‹새는 한 개의 날개로 날지 못한다›를 기획한 최태만 평론가와 고인의 부인인 김길진 선생을 만나 작가의 작품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박희선 작가가 고향인 춘천에 다시 돌아와 작업한 시기가 1991년도라고 들었어요. 90년대 그의 작품들이 대표작이라고 보았을 때, 강원도 춘천이 그의 작품세계의 토대라고 볼 수 있을까요?
김길진
그렇죠. 전통적이고 한국적인 선의 형태를 보면 춘천의 산, 자연을 연상하게 됩니다. 집에서 보이는 봉의산의 산세를 닮은 여인의 치마폭 같은 데서 알 수 있죠. 출퇴근하며 오가던 경춘선에서 보이는 산과 호수에서 자연스럽게 영향을 받았을 거예요. 자코메티도 이탈리아와 스위스 접경 특유의 침엽수림 지형 속에서 가늘고 긴 형상이 나왔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적이고 전통적인 면은 목조각 기법에서도 발견되는 것 같아요. 김길진 못을 쓰지 않고 끼워 맞추는 전통적인 한옥의 건축방식을 사용하였어요. 그는 나무로 만든 작품들을 가장 좋아했어요. 나무가 따뜻하다고 했죠. 특히 한옥을 헐 때 나온 나무들을 한가득 사온 날이면 한겨울 식량을 곳간에 가득 재워놓은 것처럼 뛸 듯이 기뻐했어요.
봉의산을 닮은 한복 입은 여인 외에도 박희선 조각가의 작품이 갖는 특징적인 여러 도상이 있는데요. 그의 주제성을 담은 대표적인 조형적 특성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최태만 박희선 작품에 시종일관 보이는 가장 특징적인 형태는 바로 씨앗입니다. 완전한 구가 아니라 삼분의 일 정도가 떨어져 나간 씨알이며, 이는 사람의 얼굴이기도 하죠. 저항, 외침, 생명, 희망 그 모든 것들을 함축하고 있지요. 한편으로 그것은 우리 역사를 이루고 있는 민족을 형상화합니다. 특정한 인물의 외양이 아니라 단일한 형태가 반복되는 것은 이름 없는 역사 속 존재이자 우리 자신일 수도 있는 민중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김길진
역사의식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었어요. 한민족의 역사와 세계사 속의 위치에 대하여 연구하며, 조각이 단순히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에 가져야 할 사명감, 저항정신 등을 드러내야 한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통일, 105×30×80cm, 춘양목, 1996
민들레, 55×21×110cm, 나무, 1993
최태만 평론가님이 말씀해주신 ‘씨알’ 외에도 1993년도부터 등장하는 도상들 중 ‘도끼’가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최태만 그 당시 박희선 작가가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던 것이 ‘위기’였어요. 통일이 단지 남과 북 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다는 의식 속에서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는 4개의 열강을 상징하는 4개의 도끼 형상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도끼는 생명을 위협하는 무기일 수도 있지만, 때론 위기를 도려내는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단지 부정적인 의미만을 갖고 있지는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전시 도입부에 배치된 칼을 휘두르는 〈소양강–1935년 윤희순〉은 전형적인 박희선 조각가의 작품과는 다르지만, 오윤의 〈칼 노래〉처럼 불의와 부정한 것들을 척결시키려는 단호한 몸짓을 잘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처럼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독자적인 표현방식을 통해 분단과 통일이라는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화두를 던졌던 작가였지만 춘천시민들조차 박희선 조각가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의 한국조각사에서의 위치와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최태만 그가 1956년에 태어나서 1997년에 작고했으니, 보다 더 적극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죠. 그런데 박희선의 스승이었던 최종태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자기 세계가 너무나 뚜렷했기 때문에, 남들이 하지 않은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근현대조각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앞으로도 그 점에서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죄, 110×20×62cm, 청동, 1988
새는 한 개의 날개로 날지 못한다: 박희선
6월 11일부터 26일까지 춘천문화재단 기획전시로 춘천문화예술회관 전시장에서 열렸다. ‘동행’을 주제로 한 이번 회고전에서는 故박희선 조각가의 조각
30점과 판화 10점 등이 전시됐다. 전시의 제목은 그가 생전에 남긴 말로부터 착안했다.
박희선 조각가의 작품들은 여전히 그의 생가인 소양로의 작업실 창고에 보존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정당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최태만 춘천은 좋은 조각가를 많이 탄생시킨 도시입니다. 대표적인 조각가 권진규도 있고요. 박희선의 작품은 그나마 유족이 잘 보관했기 때문에 고스란히 보존되고 있지만, 계속 기존 생가에서 보관하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이 작품들이 흩어지면 박희선이라는 중요한 작가를 자칫 망각하게 될 수 있습니다. 춘천뿐 아니라 우리나라 조각사에 큰 손해입니다. 박희선 개인미술관이 건립되면 가장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공공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듯합니다. 필요에 따라 작품을 연구 및 공개해서, 춘천시민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박희선 작품을 보면서 그가 추구했던 이상이 무엇인지 거듭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길진
작품을 보관하고 있는 창고가 자꾸 녹이 슬어갑니다. 생전에 그는 자기 작품을 많은 사람이 보기를 바랐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지 많은 분들과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서는 할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그래도 이렇게 잊혀지지 않고 전시를 기획하고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연·전시·행사 일정
[춘천시립교향악단] 패밀리콘서트Ⅰ
‘가족과 함께하는 발레 갈라콘서트’ 백조의 호수
장소 일시 7.4.(토) 14:00 문의 033-259-5869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시립교향악단] 제154회 정기연주회 ‘저명작곡가 교향곡 시리즈Ⅱ – 드보르작’
장소 일시 7.16.(목) 19:30 문의 033-259-5869
춘천문화예술회관
버라이어티 개그쇼! 〈쇼그맨〉
장소 일시 7.11.(토) 19:30 문의 033-259-5822
춘천문화예술회관
Calendar
[커뮤니티 심리방역 프로젝트] 도시가 살롱
장소
춘천 일원
(도시가 살롱 참여공간)
일시 7~8월 (공간별 일정상이)
문의 033-259-5425
본 계획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 및 주최 측의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재단 홈페이지와 상기 문의처에 확인 후 예매 및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아르숲 살롱 : 은근한 다락방
장소 일시 매주 목요일 19:00 문의 033-259-5427
아르숲 생활문화센터 외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감상교육] 청소년 공연 해설사의 예술감상수업: 인형극편
장소
춘천문화예술회관 일시 7.18.(토)~8.29.(토) / 매주 토요일
문의 033-259-5443
[춘천시립교향악단] 패밀리콘서트 II ‘신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음악회’
장소 일시 8.29.(토) 11:00 문의 033-259-5443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문화재단 소식
1 코로나19가 바꾼 공연문화
마스크를 끼고, 출입 명부를 적고, 한 칸씩 떨어져 앉아야 하지만 공연장을 찾는 시민들의 관심과 애정은 가려진 표정에서도 느껴집니다. 안전하고 건강한 시민들의 공연문화를 위해,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힘쓰는 이들을 응원해 주세요.
3 문화예술회관의 토요일,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요?
매주 토요일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있는 날! 연극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 예술강사 선생님들과 함께 〈청소년 공연 해설사의 예술감상수업 : 연극편〉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7월 중순부터는 인형극편이 새롭게 시작됩니다. 뜨거운 여름을 더 뜨겁게 보낼 청소년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4 아르숲 생활문화센터, 새로운 숲을 품다
News
코로나19로 인해 휴관하는 동안, 아르숲 생활문화센터가 새로운 변화를 겪었습니다. 오래된 시설들은 수리하고, 공간도 재편성했어요. 열린 숲, 작은 숲, 이야기 숲, 춤추는 숲이 여러분을 위해 열려 있습니다. 마음의 영감을 채워주는 곳, 아르숲 생활문화센터에 놀러오세요.
5 찾아가는 작은 콘서트 – 우리동네 행복충전소 오픈!
2 새로운 주차장이 생깁니다.
문화예술회관과 국민생활관 언덕, 무슨 공사를 하는지 궁금하셨나요? 주차난 해소를 위해 지난 봄부터 공영주차장 조성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불편하시더라도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6 몸짓극장 위를 날다, 기획공연 볼라레 Volare sul teatro
작년 큰 사랑을 받았던 볼라레 시리즈가 올해도 몸짓극장을 찾아옵니다. 아티스트가 중심이 되고 몸짓이 화두가 되는 축제극장 몸짓의 가치를 실현하는 볼라레 시리즈. 풍성한 공연들과 함께 극장 위를 날아 보아요!
춘천 외곽의 마을회관, 게이트볼장, 읍 면 단위 시설들에 춘천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찾아가 멋진 공연으로 행복을 충전해 드립니다.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는 함께 상의해 맞출 수 있으니, 전화로 언제든 문의해 주세요.
7 춘천시민 × 전환문화도시 춘천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동안 <춘천에 살며 전환적 가치를 꿈꾸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도시 예비사업 사용 설명회>를 꾸준히 열었습니다. 필요하다면 시민들이 모인 곳으로 직접 출장을 가기도 하고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엔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요? 흥미진진한 시민들의 이야기, 앞으로도 더 많이 소개해 드릴게요.
더 궁금한 이야기, 자세한 이야기는 춘천문화재단 홈페이지 www.cccf.or.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햇살의 심술도 춘천의 자연 덕에 웃음 나는 모습
yoonani
우두동 짜잔이 엄마
바라보던 딱 그 때
글이아빠 한창우, 팝아티스트
내가 사랑하는 춘천 여름풍경
임일동, 퇴계동
바다보다 계곡을 좋아하는 춘천시민 제주댁
S군, 대학시절이 그리운 1인
안영옥, 동면
Diary
눈꽃 핀 겨울 상고대를 상상하며 걸을 수 있는 수변 산책길
이모할머니집에 놀러가 구들장에 누워서 문 열어놓고 밖을
춘천의 여름이 좋은 건 내 20대를 춘천의 여름만큼 뜨겁게 보낸 지난날의 추억이 있어서. 그리고 어딜 가든 시원한 물막국수를 먹을 수 있어서.
청평사 가는 길이요. 우리 가족은 물길이 아닌 육로로 차를 타고 굽이굽이 산을 넘어가요. 가는 길에는 꼭 들르는 곳이 있어요. 너른 바위가 있는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앉아있으면 아이들은 다 마신 생수병에다 올챙이를 잡고 놀지요.
열정 가득했던 대학교 1학년 때의 축제. 동아리원들이랑 모여서 낮에는 물풍선 던지기 체험으로 신나게 물 폭탄 맞아주고, 밤에는 술을 팔았었어. 열정 하나로 뭐든 게 가능했던 스무살 이었지. 축제에 같이 참여했던 친구랑은
축제를 계기로 친해져서 나중에 연애도 했어. 추억이다, 크
열다섯 철원 소녀가 처음 마주한 춘천의 얼굴은 뽀얀 안개로 화장을 하고 있었다. 어둑한 새벽 북한강변에 피어오른 안개를 보며 20여 년 전 나는‘ 강이 내뱉은 입김 같다’는 생각을 했었던가. 마흔을 바라보고 있지만, 아직 나에게 최고의 춘천 풍경은 ‘한여름의 안개’다. 소녀의 마음속 ‘몽환적 도시’ 춘천은 여전히 진행 중.
학창시절 여름 방학마다 가족들과 지암리 계곡에 항상 놀러 갔었어요. 시원하고 깨끗한 계곡물에서 하루종일 놀다가 부모님이 구워주신 숯불닭갈비를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었어요.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들과 가끔 놀러 가는데 그때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에요.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된다면 아이에게도 내가 느낀 춘천의 여름 추억을 꼭 만들어주고 싶어요.
90년생 김지영
평소에는 책을 잘 안 읽는데 꼭 8월 초 휴가 기간만 되면 어딘가로 가서 책 한 권을 읽거든. 작년에는 어디서 읽을까 고민하다가 소양정이란 곳을 처음 알게 되어 가봤더니 사람도 없고 봉의산 안에 있어서 너무 시원하더라고. 춘천에 15년을 있으면서도 몰랐기에 보물을 발견한 기분도 들었어. 구불한 소양강이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사람도 거의 지나다니질 않아. 강바람 맞으면서 책 읽으니까 훼방꾼들이 없어서 그런지 그렇게 잘 읽어지더라.
박광우, 35세
마당 한 켠의 이끼정원에 호스로 물 뿌려주다 돌틈에 숨어있던 참개구리와 눈이 마주칠 때. 춘천 외곽 나의 집 마당 한켠에는 자그마한 이끼정원이 있다. 예전부터 이끼를 길러보고 싶었고, 단독주택을 장만하면서 드디어 이끼정원을 만들었다. 은이끼, 서리이끼, 물이끼, 솔이끼, 우산이끼 등이 현무암 돌들 사이에서 잘 자라고 있다. 여름에는 한낮을 피해 호스로 물을 뿌려준다. 이끼정원은 개구리들한테도 좋은 쉼터가 된 듯하다. 물을 뿌리다 보면 한 마리 정도는 돌틈에서 머리를 내밀고 '누구야?'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그렇게 서로를 응시하는 몇 초간, 나는 춘천의 여름이 너무나도 좋아진다. 그래서 개구리가 움직이기 전, 내가 먼저 조용히 물러난다.
58년 개띠생, 신동면
정승희
정현경
생가라는 유작
민왕기
Editor’s Note
권용식 작은 꿈. 대학생 때 춘천을 주제로 잡지를 만들면 재밌겠단 생각을 했었어요. 싸이월드 비밀 게시판에 봄내주의보라는 잡지를 혼자 준비했었는데요. 김현아미용실을 섭외 1순위로 뒀었는데 꿈이 POT에서 이뤄져서 감개무량했어요. 예술가 인터뷰는 대화가 참 좋았어요. 그런데 한 사람을 글로 표현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더군요. 최대한 주관을 빼고 예술가의 언어로 예술가를 표현하고 싶었어요.
타인의 이야기에 가닿으면서 나의 곁에는 누가 있는지 생각했다. 나를 걱정하고, 응원하고, 웃게 만드는 사람들. 가까운 사람뿐만 아니라 이름 모르는 이들도 떠올랐다. 눈빛으로, 말 한마디로, 작은 행동으로 마음을 주고받았던 이들. 그들로 인해 나는 여러 시간을 건널 수 있었다. 나도 그들에게 작은 반짝임이 되고 싶다. 서로가 서로에게 작은 등대가 되어 각자의 시간을 건널 수 있기를.
한혜진
내가 나인지, 어떻게 알까요? 자아성찰을 통해 깨닫기도 하지만 나와 연결되어 있는 타인을 통해 알아가기도 합니다. ‘나’만큼 소중한 ‘너’에게 한 권 건네고 싶은 여름호를 준비했어요. 누군가와 함께, 다정하게 읽어주세요.
박희선 작가 전시 인터뷰 후 김길진 선생님이 마지막에 하신 말씀이 마음에 남았다. 박희선 조각가의 집을 시로 쓴 민왕기 시인의 싯구로 대신 전해본다.
조각가의 생가(生家)가 천천히 기울어지고 있다
최수현
이 생가는 조각가가 남긴 가장 오래 된 작품
조각가가 살던 집은 청동처럼 단단하지 않고 조각가가 웃던 집은 돌처럼 매끈하지 않다
담장엔 금이 세 개, 지붕엔 얼룩이 열두 개
그러니 삶이 어려울 때, 춘천 근방 한 조각가의 옛 집 들러보라
그곳도 허물어지고 있다 그곳도 앓고 있다
어떤 날은 쓸쓸하고 어떤 날은 분주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이만큼 넓어진 나의 둘레를 생각합니다. 그 둘레는 분필로 그어진 선을 손으로 문대며 넓어진 것입니다. 벽을 무너뜨리고 울타리를 부수며 얻은 투쟁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그 둘레는 또한 화선지에 떨어진 물방울처럼 나에게 스며든 태도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꼭 빨래를 해야 합니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을 거예요. 둘레를 위해서 건강한 마음과 건강한 삶을 챙겨야 하니까요.
Publisher 발행인 최돈선
Editor in Chief 편집장 고영직
Contents & Editorial Director 부편집장 한혜진
Editor 취재 권용식, 정승희, 정현경
Photographer 사진 강승원, 이원일, 이종희 Illustrator
삽화 한선주 Art Direction & Web Design 디자인 이건하
Administration 기획총괄 김희정, 강승진
Management 운영 박용선, 최수현
POT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춘천문화재단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글과 사진은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춘천문화매거진 POT 제23호 [너의 둘레] 2020년 6월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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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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