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화놀이매거진 POT 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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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매거진
N.27
2021 여름
떠오르는 환대
문화로 같이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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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마음을 활짝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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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함께 이야기하다
Talk
POT에는 ‘(다양한 것을 담는)그릇, 솥’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춘천문화매거진 팟은 문화로 다 같이 즐기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트렌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슈 등 생동하는 춘천의 문화예술을 한 데 담아내는 그릇이 되겠습니다.
POT이 이야기하는 춘천문화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춘천 시민의 삶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 그 안에 담긴 보석 같은 이야기를 뜻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예술가와 청춘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지트로 자리매김해 온 춘천. POT은 춘천이라는 멋진 지역을 춘천 시민과 춘천을 찾은 사람들이 보다 즐겁게 향유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펼쳐 보이겠습니다.
환영 받는 우리, 맞이하는 기쁨
N.27
Contents
Letter
편집장의 여는글
Lifestyle
따뜻한 환대의 순간들
Somewhere
춘천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Creator
마음이 가는 쪽으로 기우는 사람
Artist
보통의 하루를 빛나게 하는 스토리텔러, 슷카이
Digging
공연의 처음과 끝, 하우스 어셔
Column 우리에게 필요한 돌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Scene–1
Great Art and Little Kids’ Mind
Scene–2 막이 걷히고 무대에 불이 켜지면
News
춘천문화재단 소식
Diary
서로가 서로를 걱정할 때, 우애로운 마주침이 늘어날 때
Editor’s note
Letter
사람의 격(格), 도시의 격(格)을 생각합니다. 문화도시는 어쩌면 ‘도시의 격’을 생각하는 시민들이 더 많아질 때 형성되는 덕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시의 격은 시민 누구나 환대받을 권리를 행사하고, 시민 개개인들 또한 누구에게나 환대할 용기를 발휘하는 데에서 갖추어진다고 생각됩니다. 어느 논자가 “약자는 ‘개인’으로 규정되지 못하는 존재들”(이라영)이라고 한 말은 사람의 격, 도시의 격을 생각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화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자기를 배려하는 시민들이 타자를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의 격’을 발휘할 것이라는 점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여름을 맞아 전환문화도시를 지향하는 춘천시 · 춘천문화재단의 정책사업도 서서히 ‘열음’(열매)을 맺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시즌2를 맞은 ‘도시가 살롱’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갈수록 열기를 더해가며 우리 인체의 모세혈관처럼 ‘더 골목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웃’의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안과 밖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과 문화돌봄 사업 또한 아이들부터 어르신까지 ‘사람’을 걱정하고 환대하며, 도시 자체가 ‘가치 안은 배움터’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이번호 〈pot〉에서는 잼잼놀이터 같은 아이들이 환대받는 공간을 조명하고, 예술가 · 활동가 ·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으며, 여름에 재개관하는 춘천문화예술회관 하우스 어셔들의 사연을 헤아려 듣고자 했습니다. 행간에서 사람의 자리를 생각하고, 우애로운 마주침의 순간을 연출하려는 춘천시·춘천문화재단의 섬세한 마음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격, 도시의 격은 결코 충분 조건이 아닙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직도-여전히 무관심(carelessness)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환대와 돌봄은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하는 사회적 개인적·역량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시민들이 사람의 격, 도시의 격을 생각하며 다른 도시로의 전환을 모색하게 됩니다. 영국 학술모임 ‘더케어콜렉티브’는 최근작 『돌봄선언』(2020)에서 코로나19 시대 세상에 대한 ‘보편적 돌봄’이 필요하다면서 ‘상호의존의 정치학’을 주장합니다. 특히 ‘돌보는 공동체’가 상호지원, 공공 공간, 공유자원과 지역 민주주의라는 네 가지 핵심 특성에 의해 구축된다고 한 점은 마땅히 경청되어야 합니다. 모든 것을 시장에 아웃소싱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역에서 ‘인소싱’을 하며 보편적 돌봄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시인이 쓴 산문집을 보다 “입고픈 사람이 귀고픈 사람을 만나는 순간”(오은, 『다독임』, 난다)이라는 구절에 눈길이 오래 머뭅니다. ‘입고프다’는 “자유롭고 숨김없이 말을 하고 싶다”는 뜻이고, ‘귀고프다’는 “실컷 듣고 싶다”는 우리말입니다. 그런 만남이 바로 우애로운 마주침의 순간이고, 환대와 돌봄이 단박에 이루어지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 여름, 당신의 귀와 입 또한 누군가의 소리에 더 민감해졌으면 합니다.
편집장 고영직
따뜻한
환대
의
순간들
환대의 경험 나누기
환대 사이에는 사람과 사람이 있다. 사람 사이에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이 글에 담긴 사람들 이야기가 당신에게 또 하나의 환대가 되어 따뜻한 마음이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Lifestyle
우리가 건네거나 받았던
선택을 축하받는 순간
전소희 (신북읍)
인문계 고등학교에 다니다 자퇴를 했어요. 친구 관계도 좋았고 성적이 나빴던 건 아니었지만, 학교에 있는 게 텅 빈 시간처럼 느껴졌거든요. 교육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도 있었고요. 자퇴하고 나서 누군가가 뭐라고 한 적은 없었지만, 한국 사회가 온전히 저를 품어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던 중에 자퇴했다고 친척 고모께서 축하를 해줬던 게 생각나요. 고모는 그동안 고생했다고, 축하한다고 말씀해주셨거든요. 저의 선택을 지지해줘서 고마웠던 기억이 많이 남는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의 위로
다도구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누구나 편히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죠. 선뜻 들어오지 못하는 손님이 밖에 있으면, 차 한 잔 하고 가시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손님들은 차를 마시면서 무척 고마워하는데요. 찻잔이 작고 손잡이가 없다 보니 받침에 받쳐 두 손으로 공손히 손님에게 드릴 때, 평소 식생활에서 느끼지 못하는 무언가를 느끼는 것 같아요. 손님들과 이야기해보면 따뜻한 차 한 잔에 위로를 받는 것 같기도 하고요. 또, 문고리에 꽃씨를 걸어두고 가시거나 무, 배추를 주시는 동네 분들을 보면 환대라는 건 서로에게 동시에 일어나는 것 같아요.
정미선 (약사명동)
가정을 지키는 마음
다문화가정을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부부 사이에 나라 간, 세대 간 차이로 인한 입장 차가 조금 더 있는 편이에요. 결별을 고민하던 부부가 있었는데, 상담을 통해 입장을 조율하고 양보하여 다시 관계를 회복했던 일이 생각납니다. 아이 아버지가 자녀의 성장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주면서 ‘선생님 덕분에 아들이 잘 자라고 있어요. 도움 주셔서 감사해요.’라고 연락 주셨는데 벅찬 기분에 제가 위로 받는 것 같았어요.
김순민 (석사동)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 느낌
춘천 전환가게 당신의 들판에서 ‘아침을 여는 춤’에 참가하고 있어요. 들판지기 동일님에게 현대무용을 배우면서 제 몸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데요. 동일님은 무용에 대한 목표를 달성하기보다 제 몸을 최대한 잘 파악하게 해주고, 스스로 색깔을 낼 수 있도록 안내해줘요. 그래서 이곳에 오면 제 몸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요.
성현빈 (동내면)
좋아하는 것 나누기
여행 도중 어떤 카페를 우연히 간 적이 있어요. 직접 독립출판으로 제작한 책을 판매하고 있었고 저는 그 책을 구매해서 읽었죠. 지역의 산책 코스를 추천해주는 내용의 에세이였는데, 그 책이 온 마음을 담아 쓴 글과 수많은 사진 중 고르고 골라 담은 사진들로 채워졌단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직접 글쓴이와 만나진 않았지만 그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과 여행자인 저를 환영하는 마음이 전해졌었답니다.
권정은 (효자동)
춘천 은
유년시절을 생각해보면
마음껏 흙을 만지고 뛰어놀던 시간들, 강에서 물고기를 잡고 물놀이하던 추억들
학교를 마치면 집에 한달음에 달려가
엄마를 만났던 순간들이 가득하다.
요즘 아이들은 누가 돌봐주고, 누가 맞이해줄까.
푸르 구나
우리 들은
자란 다
Somewhere
잼잼놀이터 강원 춘천시 동내면 거두리 1115
잼잼놀이터에는 행복한 아이들이 있다. 모래놀이를 하는 아이, 멀리서 차를 타고 놀이터에 오는 아이, 학교를 마치고 책가방은 벤치에 둔 채 동굴놀이를 하는 아이 등 저마다 다른 놀이에 대한 마음을 품고 놀이터에 오지만 표정은 모두 같다. 아이들 눈높이에서 만들어진 잼잼놀이터에는 요즘 듣기 힘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익숙하게 들린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놀이터
잼잼놀이터는 기획, 디자인, 명칭, 감리 전 과정에 아이들이 직접 참여한 놀이터다. 아이들은 놀이터 디자인학교에서 큰골공원의 지형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신체와 줄자 등으로 측정했으며, 공원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공원 내 서식하는 나무와 풀들을 관찰하기도 했다. 관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놀이터를 그려보고, 또 찰흙을 이용해 놀이기구를 표현하여 잼잼놀이터를 디자인했다.
* 잼잼놀이터의 놀이기구 및 공간 모래놀이터, 오름놀이터, 물놀이터, 밧줄놀이터, 언덕놀이터로 크게 구역이 나뉘고 세부적으로는 모래조합놀이대, 모래상자, 물놀이상자, 회전놀이대, 모래굴삭기, 스파이더넷, 미끄럼틀, 동굴놀이, 암벽오르기, 펌프놀이터, 다람쥐움집, 자전거 보관대가 있음
무릎이 찡한 느낌
아이들은 위험 속에서 성장한다.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무릎이 성한 날이 잼잼놀이터는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약간의 없었고, 담 아래로 뛰어내려 다리가 찡한 위험을 허용하고 있다. 스파이더넷 놀이기구가 대표적이다. 스파이더넷은 어른이 보아도 다소 높아 보이는 놀이기구이지만, 그물망이 교차하여
느낌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요즘이야 다칠 일이 없지만, 유년 시절이 행복하고 소중했던 건 세상을 흥미롭고 모험 가득한 공간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사건 사고가 만들어져 아이가 만약 떨어지더라도 크게 가득한 세상이지만 잼잼놀이터의 위험은 다치지 않게끔 설계되었다고 한다. 아이들도 감수하기에 괜찮아 보였다. 무섭지 않은 듯, 성큼성큼 스파이더넷 위로 올라간다. 또한, 잼잼놀이터에는 2명의 집 앞 놀이터에서 한참 놀고 있으면 저녁 놀이활동가가 상주하며 아이들의 안전한 먹으러 오라는 엄마 목소리가 어렴풋이 놀이를 돕고 있다.
기억난다. 잼잼놀이터는 엄마에게도 마음 편한 놀이터가 아닐까. 이런 돌봄이 사회 곳곳에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어린이 작업장 ‘뚜루뚜’ 강원도 춘천시 후만로126번길 34
교문을 빠져나온 아이들은 자연스레 학교 앞 뚜루뚜로 향한다. 그 이유는 아마도 편하기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청년들이 카페에 가듯, 아이들도 뚜루뚜에서 쉬고 노는 듯했다. 활동가 뚜뚜가 반갑게 맞이해주고, 친구들과 즐겁게 놀며, 엄마가 자신을 기다리는 곳. 벌써 마음이 편하다.
배 깔고 쉴 수 있는 동네 정거장
뚜루뚜는 호반안심마을공동체 (춘천여성협동조합, 호반초등학교, 뒤뚜르어린이도서관, 함께돌봄)에서 운영 중이다. 엄마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어린이 작업장이라는 이름답게 아이들은 이곳에서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무언가를 만든다. 만들기 재료는 자연에서 온 것들로 아이들은 이곳에서 자유롭게 만들고, 놀고, 휴식한다. 뚜루뚜는 아이들을 위한 동네 정거장을 지향한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이곳에 머물며 놀기도 하고, 학원 버스를 기다리면서 편안히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학부모들은 교문 안 출입이 어려워졌는데 뚜루뚜는 이런 학부모를 위해 무인돌봄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뚜루뚜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그늘이며, 비가 올 때는 우산도 빌려주는 공간이다.
뚜루뚜의 돌봄은 방학 기간에도 이어진다.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여름방학 단기 프로그램으로 품앗이 돌봄을 진행한다. 품앗이 돌봄에서는 공동육아로 이어진 학부모 가게에 찾아가 실제로 요리를 배워보기도 하고, 근처 산에 놀러 가기도 하며 생생한 경험을 할 수 있다. 프리마켓을 열기도 하고, 아이 부모를 위한 마을 학교도 운영 중이다.
* 뚜루뚜 사용설명서 1. 무엇이든 상상하고 만들 수 있어요. 2.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만들어요. 3. 다른 친구가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요. 4. 필요한 만큼만 쓰고 제 자리에 정리해요. 5. 작업이 끝나면 작업일지를 기록해요. 6. 두고 간 작업물은 1주일 후에 사라집니다.
아이들은 뚜루뚜에서 상상력을 키우고, 스스로 행동하며, 배려하는 마음과 책임감을 기른다. 뚜루뚜에서 아이들은 규칙을 지키면서 성장에 필요한 가치들을 배울 수 있다.
아는 사람이 많아지면 동네가 안전해진다
“애만 달랑 보내는 공동체는 이어질 수 없고, 엄마들이 친해지며 공동체가 이루어져요. 2년 정도 품앗이 돌봄을 하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생겼고, 불신이 사라졌어요.” 이선미 춘천여성협동조합 이사장의 이야기다. 뚜루뚜를 방문하면서 가장 좋았던 건, 동네 전체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점이었다. 호반초 교장 선생님은 뚜루뚜의 모든 행사를 가정통신문에 빠짐없이 올린다고 했다. 옷을 흘리고 가는 아이들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수거해 옷을 찾아주기도 한다. 더군다나 동네에는 품앗이 돌봄을 하는 학부모와 어린이 관련 활동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뚜루뚜뿐만 아니라 동네 전체가 안전하단 느낌이 들었다. 훗날 아이가 생긴다면, 내 아이가 뚜루뚜에서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가는 쪽으로 기우는 사람
에디터 정승희 포토그래퍼 강승원
원보경 2016년 포지와 포뇨를 만나 삶이 바뀌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삶으로. 고양이책방 파피루스를 운영하고 있다. 파피루스는 고양이 책을 판매하고 있으며, 고양이 관련 북토크와 모임, 전시를 열며 애묘인들의 사랑방으로 자리하고 있다. 고양이를 향한 사랑이 점점 커져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Creator
가족이 된 포지, 포뇨, 포도 고양이와 연을 맺게 된 건, 2016년에 미국에서 딸이 2년 동안 키웠던 고양이 포지를 한국으로 데려오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면서였어요. 미국은 동물이 사람과 비슷한 권리를 가지고 있어 놀랐어요. 같은 해 4월, 딸이 길에서 아주 작고, 아픈 고양이를 구조해 집에 데려왔어요. 고양이가 젖병을 꼭 잡고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딸을 수유했을 때와 똑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 순간, 지금까지 고양이에 대해 잘못 생각한 것이 떠오르고 미안한 마음에 펑펑 울었어요. 이상한 일이에요. 벼락 맞은 것처럼 이 고양이를 살려야겠다는 마음이 섰어요. 그게 둘째 포뇨예요. 포뇨가 많이 아팠는데, 포뇨를 살리기 위해 여러 병원을 가며, 온 가족이 사랑으로 보살폈어요. 사람이나 고양이나 사랑을 받으면 얼굴이 바뀌고, 표정도 바뀌는 것 같아요. 제 인생을 바꾼 건 둘째, 포뇨예요. 후에 남편이 셋째 포도까지 구조해 가족이 되었어요.
서로 돌봄 2018년, 항암 치료를 받고 집에 있을 때, 제가 유일하게 침대에서 나오는 시간이 파피루스 책방에 가서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줄 때였어요. 제 몸 가누기도 힘들 때였는데, 한 시간 정도 밥 먹는 모습을 바라보다 집에 돌아왔어요. 일전엔 제가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으로 제가 보살핌을 받고, 고양이들이 저를 침대에서 일으켜 세웠던 거예요. 그 일이 아니면 제가 스스로 침대에서 일어날 일이 없었으니까요. 건강을 회복하기까지 의학의 도움도 받았지만, 저를 돌본 건 고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함께하는 길고양이 돌봄 허은미 작가와 함께 ‘헬로캣’이라는 모임을 하고 있어요. 이 모임을 중심으로 캣맘들이 20명 정도 있고요. 모임원들이 유기적으로 역할을 맡아 각각 병원 담당, 임보* 담당, 구조 담당, 입양 홍보를 하고 있어요. 저는 길고양이 입양 홍보와 입양 보내는 일을 담당하고 있어요. 지금까지 고양이 입양을 한 곳이 서른 집이 넘어요. 고양이가 파양 당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 입양 전에 면접을 봐요. 고양이 알레르기는 없는지, 온 가족이 동의했는지, 함께 살기 위한 준비는 되었는지 확인해요. 때때로 책방 일보다 고양이 관련 일이 많아 힘겨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입양한 가족이 고양이 덕분에 집안에 평화와 행복이 더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껴요.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 파피루스에서는 고양이 전시회, 고양이 영화 시사회, 음악회, 시 낭송 등 여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문화예술이 주는 정서적 힘을 믿어요. 문화예술로 고양이를 만날 때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게 느껴져요.
우리 이웃이자 가족처럼 고양이를 가족처럼 환대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만약 가족보다 더 큰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붙여주고 싶어요.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끝까지 책임을 졌으면 좋겠어요. 길에서 태어난 생명도 우리 이웃이자 가족이에요.
고양이를 알게 되어 다행이야! 남은 생은 고양이를 더 깊숙이 사랑하고 싶어요. 고양이를 만나고 사랑이 확장되었어요. 저는 이제 고양이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아요. 고양이를 알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임보: 임시 보호
송수민 밴드 직시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 어린이통합예술교육 예술 선생님. 문화강대국 소속. 중학교 때부터 치고 싶던 기타를 대학교 음악 동아리에서 처음 만지게 되었다. 문화강대국에서는 공연을 만들고, 학교에서는 예술 선생님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은데’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사랑하는 것을 선택하는 삶을 살고 있다.
밴드 직시 제대로 보고, 제대로 음악 해야겠다고 생각해 밴드 이름을 ‘직시’로 정했어요. 하나를 봐도 통합적, 입체적으로 보려고 해요. 저희의 시선이 들어간 록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무대에서의 관객 맞이 관객들에게 폭발적이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교감하며 함께 즐거운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무대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직시가 관객을 맞이하는 방법이에요.
동등한 문화 경험 문화라는 것이 생활 영역 중에서 가장 마지막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유가 되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못하는 것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문화 격차가 있고요. 학교는 생활 수준에 상관없이 같은 수업을 들을 수 있잖아요. 그곳에서 제가 예술 선생님으로 학생들을 만나면서 동등한 문화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교실에서의 환대 교실에 들어갈 때는 손을 흔들고, 목소리 톤을 높여 “친구들 안녕!” 하고 인사해요. 수업할 때는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에게 맞추려고 합니다. 또, 제가 어렸을 때 받았던 수업을 떠올려요. 제가 받았다면 좋았을 것들을 수업에 많이 넣으려고 노력해요. 고맙게도 아이들 또한 낯선 예술 선생님을 환영하고, 수업에 잘 참여해줘요.
정답이 없는 예술 예술 수업 중에 아이들이 ‘선생님, 이거 답 있어요?’하고 종종 물어봐요. 예술을 표현하는 방식에서는 답이 없다고 이야기해요. 교과 내용을 학습하는 게 가장 우선인 목표이지만,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게끔 지도하고 있어요. 그래서 수업 중 움직임, 연기, 노래, 시 짓기 등의 경험을 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생각을 표현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요.
아, 좋다 여운이 남는 수업 무대에 있을 때는 관객과 거리가 있어요.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 겪을 수는 없어요. 그러나 아이들을 만날 때는 바로 이야기할 수 있고, 한 사람 한 사람 볼 수 있어요.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나는 일도, 교실에서 아이들과 가까이 만나는 일도 제게 다 도움이 돼요. 특히 아이들에게 몽글몽글하고 말랑말랑한 동심을 많이 느껴요. 그래서 수업이 끝나면 여운이 남아요. 아, 좋다 하고요.
모두와 함께 즐겁게! 문화강대국의 구호인 ‘모두와 함께 즐겁게!’ 가 제가 예술을 하는 방향성과도 가까워요. 문화로 사람들과 함께 즐거웠으면 하는 게 저의 바람이에요. 문화예술은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도록 환기하는 역할도 하잖아요. 함께 즐거울 수 있다면 제가 무대에 있든, 교실에 있든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돌봄 돌봄과 환대는 지금 당장 저에게도 필요하고, 우리 모두에게 필요해요.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돌봄과 환대가 이루어진다면, ‘모두와 함께 즐겁게!’가 되지 않을까요?
정현경 포토그래퍼 이종희
보통의 하루를 빛 나 게
하는 스토리텔러 슷 카 이
Artist
슷카이 작가를 알게 된 건 2년 전, 약사동에서였다. 작가는 그곳에서 도시재생과 연계된 커뮤니티 아트의 일환으로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만들고 있었다. 〈약사리 외계인〉은 외계인의 ‘외’라는 글자에 ‘l’를 뺀 ‘오’처럼 생긴 초록색 외계인이 마을에 나타나 주민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어르신들이 길고양이 때문에 불편해하는 고충을 풀어낸 장면이었다.
‘외’는 고양이를 안 보이게 하는 대신, 동물과 사람이 서로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한다. 마을의 어르신과 길고양이는 각자의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갖는다. 어느 한편이 잘못 되었다고 결론 짓지 않는 열린 전개가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다. 그 후 창비에서 출판된 〈수상해〉와 〈은근 짜릿해〉를 연이여 찾아보았다. 시시하고 별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수상하고 짜릿한 순간들이 가득 담긴 그의 그림책을 보며, 알쏭달쏭한 작가의 머릿속이 궁금해졌다. 학곡리에 있는 그의 공간을 찾았다.
연둣빛 논을 지나 파꽃이 잔뜩 피어있는 밭을 넘고 낯선 이방인을 향해 힘껏 짖어대는 동네 개를 피해 골목으로 들어서면, 전망 좋은 곳에 슷카이 작가의 집이 있다. 창문너머 청명한 하늘과 푸른 산등성이가 보이는 방에서 작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싶었어요.
어떤 계기로 그림책 작가가 되셨는지 궁금해요.
대학 졸업 후 4년 정도 회사에 취직해서 웹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직장생활을 잘했지만 뭔가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죠.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회사를 그만두고 몽골로 해외봉사활동을 떠났어요. 아이러니하게도 낯선 타국에 있으면서 한국에서의 아주 사소한 일상을 떠올렸죠. 마음을 수호해줄 무언가가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네이버 도전만화에 〈은근 짜릿해〉 연재를 시작했어요. 정말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댓글로 호응해주셨어요. 그때 느낀 감동이 굉장히 컸어요. 그 계기로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01~03 『수상해』 그림책 2019 창비
일상에서 벗어난 것을 시도해보는 데서 오는 짜릿함과 해방감이 있었어요. 〈은근 짜릿해〉가 네이버 베스트도전에 연재되고, 이후 단행본으로 출판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는데요. 특별히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주인공 은근이의 직장생활, 연애 이야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어요. 실제 저의 직장생활 주변 캐릭터들, 장소가 소재가 되었죠. 좋아하는 에피소드 중에 하나는 ‘작은 일탈’이에요. 집에서 혼자 스파게티를 만들어 손가락으로 먹어보는 내용이었어요. 일상에서 살짝 벗어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데서 오는 짜릿함과 해방감이 있죠. 제가 직접 해본 거기도 하고, 독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던 기억이 나요.
엄마는 수상한 음식을 만들어 주시곤 하셨어요. 〈은근 짜릿해〉와 〈수상해〉 모두 톡톡 튀는 상상력으로 가득한데요. 작가님의 반짝이는 아이디어의 원천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유전자요. 부모님 모두 손재주가 좋으신 편이셨어요. 특히 엄마는 이상한 음식을 가끔 만들어 주시곤 했죠. 소풍 도시락에 김밥이 아니라 알록달록한 주먹밥 같은 걸 싸주시기도 하고, 생일에 핫케잌을 차곡차곡 쌓아서 마당에서 따온 꽃을 올려주시기도 했어요. 요즘도 가끔 된장찌개에 토마토를 넣거나, 계란국에 바나나를 넣어주세요. 〈수상해〉는 모두 제가 유년시절에 느꼈던 감정들이에요.
홍천이 고향이라고 들었어요. 작가님의 어린시절은 어땠나요? 정확히 홍천군 내면 율전리 살둔마을이에요. 영화 웰컴투동막골에 나오는 동막골 같은 곳이었죠. 시내버스도 다니지 않는 산으로 둘러싸인 산골마을에서 고3때까지 19년을 살았어요. 봄에는 두릅 따고 여름에는 강에서 물놀이 하고 가을에는 산에서 밤 줍고 겨울에는 밭에서 비료포대로 눈썰매를 타면서요. 그림책 〈수상해〉의 장면들은 자연과 함께하던 어린 시절의 저의 생각들을 반영하고 있어요.
그림책은 어디서나 누구든지 향유할 수 있는 공평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자극적인 것이라곤 전혀 없는 산골에서 제가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책이었어요. 그래서인지 저에게 그림책은 장소나 시간, 비용과 같은 환경의 영향을 덜 받으며 누구나 접할 수 있는 공평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그림책을 계속 작업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시큰둥』 낙엽이불
동물은 인간과 함께 살아가야하는 존재들이죠. 신작으로 준비하고 계시는 〈고양이를 안는 법〉을 비롯해서 작가님 작업에는 동물들이 곧잘 등장하는데요.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듣고 싶어요.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동물이 있는 풍경을 무척 좋아해요. 우리가 사는 도시에서는 실제로 거의 보기 힘들죠. 그나마 볼 수 있는 게 길고양이들이에요. 예전부터 동물도 사람과 똑같은 생명이며 존중받아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지만, 사람처럼 희노애락을 느끼는 존재라고는 생각을 못했어요. 그런데 구름이(반려고양이)랑 같이 살다 보니, 사용하는 언어랑 생김새만 다를 뿐이지 제가 느끼는 감정을 똑같이 느끼더라고요. 지구상에 사는 모든 동물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서 희생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고 하다보면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내가 자유로우려면 타인의 자유를 인정해야 해요. 작가님이 추구하는 삶의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지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지려고 해요. 자유를 인정하는 방법은 그들의 문화와 다양성을 존중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만 그림도 자유로워질 수 있어요. 〈약사리 외계인〉에서 ‘외’는 마을 어르신들에게는 낯선 이방인일 수도 있고, 길고양이 같은 동물을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죠. 편견 없이 타인을 대하고, 상대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진심이 전해질 수 있을 거예요. 우주로 돌아가는 ‘외’에게 옷을 지어주고, 맛있는 음식을 챙기고 환대의 배웅을 하는 마을 사람들처럼요.
『시큰둥』 술래 없는 숨바꼭질
처음엔 나를 믿으며 시작하지만 마지막엔 독자를 믿으며 완성시켜요. 작가님의 그림책을 읽고, 독자들이 어떠한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작가로서의 바람이 있으신가요?
각자의 느낌대로 자유롭게 느끼고 즐겨주시면 좋겠어요. 저는 독자들에 대한 믿음이 있거든요. 〈은근 짜릿해〉를 연재할 때, 이렇게 솔직하게 표현해도 될까? 하고 망설이다가 결국 업로드를 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독자들의 반응을 기다린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죠. 독자들의 피드백을 통해 배운 것들도 많아요. 초반 연재하던 시기에 한 중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아이들도 볼 텐데 띄어쓰기도 신경써주었으면 한다는 쪽지를 받았어요. 그 뒤론 항상 맞춤법과 띄어쓰기 검사를 하고 업로드를 했었죠. 〈수상해〉는 특히 어린이가 주 독자층이라 고민이 많았어요. 그런데 출판사 대표님이 “어린이 독자들은 성인보다 더 관대하다. 더 맘껏 표현해도 된다”고 말씀해주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처음에는 독자들이 저의 의도대로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오히려 작가의 의도보다 훨씬 다양하고 폭 넓게 해석하고 받아들여주시더라고요.
『시큰둥』 자기애
『은근 짜릿해』 만화책 2018 창비
제 안의 그림자에 대해서도 언젠가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또 다른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은근짜릿해〉, 〈수상해〉, 그리고 최근에 작업하기 시작한 〈고양이를 안는 법〉 모두 밝고 긍정적이고 명랑한 내용들이에요. 기존 작업이 저의 밝은 부분, 즉 빛을 보여준 것이라면, 제 안의 그림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지난해 한동안 우울감을 겪었어요. 혼자 일하는 프리랜서들이 종종 그런 시기를 지나곤 하죠.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위로를 얻고 극복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다시 평온해졌지만 언제 또 그 녀석이 찾아올지 모르죠. 온다면 이번엔 잘 기억해뒀다가 이야기로 해 보려고 해요.
슷카이 작가는 인터뷰 내내 앉은 자리가 불편하지 않은지 연신 신경을 쓰고, 방석을 갖다 주고, 다과를 챙기느라 분주했다. 섬세하게 상대의 마음을 미리 생각하고 배려하는 태도가 몸에 배어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정성스러움이 그의 반짝이는 상상력과 함께 빚어져, 평범한 일상을 짜릿하고 소중한 순간으로 바꾸어주는 이야기들이 탄생하지 않았을까. 돌아오는 길에 있는 풍경들이 그전과 다르게 ‘은근 수상해’보여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지어졌다.
공연의 처음과 끝, 하우스 어셔
처음 온 극장은 낯설고, 공연시간은 다 되어 가고,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을 위하여 존재하는 역할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때 손꼽아 기다리던 공연을 보러 온 관객에게는 한줄기 구원의 빛처럼 환한 미소를 머금고 다가오는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부터가 그날의 공연의 사람이 있다. 바로 하우스 어셔(House usher)다. 시작이다. 하우스 어셔는 마치 집에 온 손님을 ‘하우스(House)’란 극장 전체를 통칭하는 말이다. 맞이하는 것처럼, 공연 후 극장 문을 열고 나갈 무대(Stage)를 정중앙에 두고 뒷부분을
때까지 관객을 보살피고 불편한 사항을 놓치지 ‘백스테이지(Backstage)’라고 한다면, 관객이 주로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어셔는 단순한 이용하는 로비와 객석 등 무대의 앞부분을 ‘프론트 객석안내원이 아니라, 일 년에 몇 번 없을 이벤트가 오브 하우스(Front of House)’라고 부른다. 하우스 행복하고 즐거운 날로 기억될 수 있도록 그 날 어셔는 바로 이 프론트 오브 하우스(FOH)의 모든 공연의 성패가 달린 처음과 마지막 단추를 꿰는 것을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우스어셔의하루
Digging
점검합니다.
에디터 정현경 일러스트 한선주
공연 30분 전
공연 1시간 30분 전 ✽ 출근 후 유니폼을 갈아입고
드리고, 공연에 대한 정보를 안내합니다. ✽ 입장 관람객이 좌석을 찾는 것을
업무미팅에 참여합니다. ✽ 하우스매니저로부터 그날의
도와드립니다. 모든 객석의 현황을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지시사항과 포지션을 전달받습니다. ✽ 객석과 로비 곳곳을 확인하고
공연 시작 ✽ 공연장 내에서 할 수 없는 일들(음식물
공연 1시간 전 ✽ 로비로 들어서는 관객들을 환한
섭취, 자리 이동, 사진촬영, 휴대폰 사용 등)을 관리하여 편안하고 안전한 관람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미소로 맞이합니다. ✽ 공연에 대한 문의에 언제든지 답할 수 ✽ 긴급 상황 발생 시 관객을 조용하고 있도록 준비합니다.
안전하게 밖으로 인도합니다.
공연 종료 후 ✽ 공연장에는 반입할 수 없는 품목들이 ✽ 공연장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따스한 있습니다. 꽃다발, 음식물, 부피가 큰 물건 등을 물품보관소에 보관해 드립니다. 물건들이 훼손되거나 분실해서는 안 되므로 섬세한 케어가 필요합니다. ✽ 입장권을 검표합니다. 공연장에
인사를 보냅니다.
공연 종료 후 30분 ✽ 객석과 로비를 정리정돈하고 공연 중의 특이사항을 공유, 피드백한 뒤 하루 일과를 마감합니다.
입장하는 분들께 관람 에티켓을 공지
춘천문화예술회관에 하우스 어셔가 등장한 건 2005년입니다.
춘천문화예술회관과 함께한 하우스 어셔 이야기
20대 초반, 디자인 회사에서 시각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었어요. 공연 포스터를 맡기러 담당자 분이 저희 회사에 자주 오셨는데 혹시 관심 있으면 공연 때 도와줄 수 있냐고 하시더라고요. 어떤 일인지도 잘 몰랐지만, 지루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기에 선뜻 하겠다고 했죠. 그때는(2005년) 하우스 어셔라고 부르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정확한 임무도 없었어요. 그렇게 취미 생활 한다 생각하고 4년 정도 자원봉사로 예술회관을 드나들었어요. 이후에 보수가 생기긴 했지만 저는 자원봉사로 다녔던 초기에 대한 애정이 더 커요. 서로 도란도란 정답게 보듬던 그때가 아직도 그립거든요. 첫 아이 임신하면서 자연스레 그만두게 됐는데 지금도 문화예술회관을 떠올리면 하우스 어셔의 탄생부터 함께 했다는 것에 뿌듯해요.
저는 작곡 전공이어서 학생 때부터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공연을 관람하러 많이 다녔었어요. 그 즈음 공연장에서 접했던 하우스 어셔를 보면서 나도 공연 보러 오는 분들에게 서비스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던 것 같아요.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관심이 갔어요. 스무 살 때부터 춘천문화예술회관과 연이 닿아 하우스 어셔도 할 수 있었죠. 저는 관객으로 공연장에 가면 공연 중 불편한 상황을 못 참는 성격인데 하우스 어셔로 공연장에 있을 때면 그래도 공식적으로(?) 공연 중 촬영은 불가하다고 말 하거나 음식 섭취에 대한 제지를 할 수 있어서 그게 가장 좋더라고요. 15년 전에는 공연장에서 음식 드시는 분들도 많았답니다!
12년간 어셔로서 경력을 인정받아 2019년부터는 하우스 매니저로 춘천문화재단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춘천문화예술회관의 어셔팀은 강원도에서도 손꼽힙니다. 15년이 넘는 역사가 말해주듯이 체계적인 시스템이 갖추어 졌어요. 얼마 전에는 대관령국제음악회에 팀 전체가 출장을 가기도 하였답니다. 처음 일을 했을 때가 기억이 나요. 간호사였는데 근무시간이 끝나기만을 동동 기다렸죠. 공연장에 빨리 가고 싶어서요. 어셔로 일하며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공연 중에 위급한 환자가 발생했던 경우였어요. 관람객 중 한 분이 갑자기 당뇨쇼크가 온 거예요. 신속하게 사탕과 음료를 공수해 진정시킬 수 있었어요. 발견이 늦었다면 큰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죠. 그 분은 다행히 공연이 끝나고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셨어요. 긴장 속에 일해야 하는 직업이지만, 환희와 감동의 무대로 이루어지는 공연의 열기를 현장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에요.
4명으로 시작된 하우스 어셔는 현재 38명입니다.
한 공연 당 평균 근무시간은 4시간입니다.
신명숙 (어셔 활동: 2005 ~ 2013)
어떨까 제안해 봅니다.1)
안지영 (어셔 활동: 2006 ~ 2010)
이영주 (어셔 활동: 2007 ~ 2018, 하우스매니저: 2019 ~현재)
지금까지 남자 하우스 어셔는 한명뿐이었습니다.
역대 최고령 하우스 어셔는 65세였습니다.
공무원 정년퇴직 후 인생의 도전이라 생각하고 하우스 어셔 모집에 지원했는데 합격해서 너무 기뻤어요. 예술적인 공간의 일원으로 일한다는 자체가 너무 영광이고 행복합니다. 사람이 빵만으로는 살 수 없잖아요? 과장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저에겐 하우스 어셔가 영혼을 채워주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어셔로 공연장에 투입되었을 때, 혹시 실수하거나 폐가 되지 않을까 하고 얼마나 긴장을 많이 했는지 몰라요. 스스로 ‘내가 관람객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라고 생각하며 관객을 대하려고 노력했어요. 공연장에 오는 날이 늘 기다려져요. 체력관리를 열심히 해서 나오지 말라고 할 때까지 일하러 오고 싶습니다.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사항이 있다면, 유니폼이에요. 원래 직장에서 치마를 입지 않았던 관계로 치마정장이 좀 불편하더라고요. 하우스 어셔는 생각하시는 것보다 활동성이 많은 직업이에요. 바지정장을 선택 가능하게 하면
1) 남산예술센터, 아르코예술극장 등에서는 최근 여성 어셔의 유니폼을 바지정장으로 교체하거나 선택 가능하도록 하였다.
조연진 (2021년 신규 어셔로 65세 최고령)
공연의 질은 무대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더 중요한 부분은 객석이에요. 객석이 소란스럽거나 돌출행동을 하는 관람객이 있으면 그날 공연의 몰입을 방해받을 수밖에 없어요. 그런 점에서 춘천문화예술회관의 초창기와 지금을 비교하면 천지차이에요. 하우스 어셔가 건전한 관람문화 조성에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 춘천문화예술회관 하우스 어셔의 특징이라면, 타 공연장과는 달리 시니어 어셔분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하우스 어셔를 한 줄로 요약하면, ‘따뜻한 미소와 적절한 통제’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시니어 어셔분에게 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자주 공연장을 오다 보니, 아는 얼굴의 어셔분들을 만나게 돼요. 언젠가부터는 하우스매니저님이 오늘 공연관람 컨디션이 어땠는지 꼭 물어봐요. 그럼 저는 언제 소란스러웠고, 어느 쪽에서 사진촬영을 해 시야가 방해되었고, 하는 시시콜콜한 후기를 전해드리곤 하죠.
공연애호가 (춘천문화예술회관 공연 최다 관람객)
가장 오래 활동한 하우스 어셔의 근속연수는 12년입니다.
Column
글 백영경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코로나 19로 겪게 된 사회의 총체적 위기 상황이 사실은 앞으로 오랫동안 인류가 경험하게 될 기후위기와 감염병 위기의 일부라는 사실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위기 상황에서 돌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있다. 많은 시민에게 코로나 19는 감염의 공포이기도 했지만,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아이와 노인은 누가 돌볼 것인지, 당장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속출하는 환자들은 누가 돌볼 것인지, 시설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와 같이, 구체적인 일상 속에서 드러나는 돌봄의 위기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돌봄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근본적인 사회전환을 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알고 있다시피 코로나 19가 돌봄의 위기를 악화시키기는 했으나, 한국 사회는 이미 그 이전부터 낮은 출생률, 높은 자살률과 돌봄 노동 종사자들, 또는 그들을 상대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인권 침해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오랫동안 위기 상황이었다. 돌봄의 위기는 코로나 19 이후의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다. 이 사실은 우리 삶의 중심에 돌봄의 가치를 두고 사회전환을 하기 위해서, ‘돌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훨씬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페미니스트 철학자인 케이트 소퍼Kate
Soper가 탈성장 이후 삶의 중요한 부분으로서 대안적인 쾌락을 이야기할 때 중요하게 등장하는 것도 바로 “돌봄이 가능한 시간”, “돌봄이 가능한 관계 맺음”이다. 이러한 의미의 돌봄이란 단지 특정한 형태의 서비스를 상품의 형태로 공급하거나 공공서비스로 지원한다고 해서 충족될 수 있는 사회적 공백이 아님은 분명하다. 인간이 가진 근본적인 필요의 차원에서 접근할 때 돌봄은 사회전환의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다. 실제로 현재 북반구의 소비수준이라고 하는 것은 발생하는 비용과 해악의 상당 부분을 남반구에 전가하는 동안에만 가능한 것이며, 이는 서비스 산업에서 이루어지는 여성 이주나 지구적 돌봄 연쇄와 같은 사례들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이제까지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노동, 그러나 삶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노동들을 찾아내고, 이것들이 수행되는 방식 속에서 구체적인 연대들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사회전환의 중심 원리로서 돌봄에 대한 논의는 이제 막 구체화되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느껴지는 돌봄 중심사회로의 전환에 대하여 지난 8월 영국의 ‘돌봄 집단(Care Collective)’이 발간하고 최근 국내에서도 번역 출간된 『돌봄 선언(Care Manifesto)』, (정소영 역, 니케북스, 2021)의 저자들은 다음과 같은 제언을 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돌봄 없는 상태”(carelessness)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면서, 돌봄을 중심에 두는 정치를 즉각 요구하고, 보편적인 돌봄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날로 심해지는 기후 위기와 세계적 불평등 속에서도 국가는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역할을 축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족이나 친족들의 네트워크나 지역의 공동체 역시 돌봄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돌봄이 이루어질 때도 이주민이나 난민 등 “우리”에 속한다고 여겨지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하곤 한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게 되는 것은 시장을 통해 주어지는 서비스다. 가사노동, 보육, 간병과 같이 시장에서 구매한 서비스로는 돌봄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은 외면당하기 일쑤다. 이제까지 신자유주의가 이상적으로 여기는 인간형은 타인과의 관계를 오로지 경쟁에서의 승리와 자기 증강 목적으로만 추구하는 기업가적인 개인이었다. 돌봄을 여성의 영역으로 여기거나 비생산적인 영역으로 여기는 관행을 단지 신자유주의 시대만의 현상이라 할 수는 없지만, 지난 40여 년간은 제도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돌봄의 축소가 전면적으로 진행되어 온 시기였다. 이에 따라 돌봄의 언어와 실천 모두가 말살되는 과정에서, 돌볼 능력을 상실한 인간들은 돌봄이 필요할 때 돌봄을 받을 가능성 역시 잃었다. 코로나 19라는 팬데믹은 바로 이러한 조건에서 일어난 거대한 재난이었고, 돌봄 상실의 결과인 동시에 돌봄을 더욱 어렵게 하는 사건이었다. 여기서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는 무엇이 돌봄인가 하는 점이다. 돌봄이란 말에서 각 개인이 수행하는 행위들을 떠올리기 쉽고, 돌봄 노동이라고 하면 가사노동, 육아, 간병 등 특정한 노동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돌봄은 대개 핵가족이라는 가족제도에 대한 상상에서 벗어나 있지 않으며 이미 성별화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돌봄 집단’의 저자들은 돌봄이란 말 그대로 ‘돌볼 수 있는 사회적 능력과 행동들’이며, ‘생명의 안녕과 풍요를 위해서
필수적인 영역’이며, 이때 돌봄의 단위는 개인이 아님을 강조한다. 물론 돌봄은 요양원이나 병원, 보육 시설, 학교에서 실제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직접적인 돌봄, 필수노동자들이 수행하는 매일의 서비스를 당연히 포함하지만, 나아가 협동과 연대 경제를 조직하는 활동가들의 일, 주거권을 보장하고 화석연료 산업을 축소하며 녹색 공간 확대 정책을 위해 일하는 활동 역시 포함됨을 이들은 강조한다. 여기서 돌봄이란 대다수 사람과 지구상에 살아 있는 여러 생명체가 지구 자체와 함께 잘 살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며 물질적이고 감정적인 조건들을 제공할 수 있는, 우리의 개인적이고 공동체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코로나 19 시대를 지나면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돌봄에는 결국 이 세계가 돌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많은 행위와 관심들이 포함된다는 사실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서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인간들을 돌보는 일에서부터 이 세계가 작동하기 위해 청소하고 수리하고 보살피는 노동까지, 시장에서 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무시되어 왔지만, 팬데믹의 시대는 바로 무시받아 온 이 영역이 세계의 근본임을 일깨워준다. 나무를 가꾸는 것은 비생산적인 일이고 나무를 베는 것만이 생산이 되는 시대가 결국 코로나 19라는 위기를 가져왔다. 따라서 돌봄이란 인간 개인의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도 하지만, 지구라는 행성의 차원에까지 다층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를 모두 포함한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나의 가까운 이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서도 행성적 차원의 사고가 필요하고, 이런 복합적 돌봄의 인식에 기초한 좋은 정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돌봄 선언』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 것인가.
Great Art and Little Kids’ Mind
우리들은 예술학년
위대한 예술이라는 표현을 쓴다. ‘예술은 위대한가?’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예술을 만날 때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된다. 감동하고, 고정되었던 생각이 바뀌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마음에 평화를 얻기도 한다.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활동인 예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세상을 변화시키니 위대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지만 모든 사람이 예술을 누리고, 즐기는 건 아니다. 예술이 높은 벽 뒤에 있어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예술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레 만나고, 누렸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우리들은 예술학년>에서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예술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해 기쁜 마음으로 학교를 찾았다. 오월의 봄날, 오랜만에 초등학교를 방문하니 조금 들떴다. 2층의 낮은 학교 건물, 수돗가, 놀이터, 학교 주변의 시골 전경. 무엇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교에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수업을 듣고, 친구들을 만나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예전에는 당연했던 학교의 풍경을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웠고, 고마웠고, 조금은 안도가 되었다.
정승희 포토그래퍼 이원일
Scene–1
‹우리들은 예술학년› 수업에 참관하러 천전초등학교에 두 차례 방문했다. ‹우리들은 예술학년›은 두 명의 예술 선생님이 한 팀이 되어 정규 교과 과목을 예술 수업으로 재구성해 아이들이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든 수업이다. 처음 찾아간 수업은 3학년 과학 수업이었다. 수업 주제는 ‘물질의 특성’이었다. 두 예술 선생님이 포켓몬스터 로사와 로이가 되어 역할극으로 수업의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물질연구소 연구원이 되어 로사와 로이를 돕는 역할을 맡았다. 여러 장난감을 만지고, 동영상을 보고, 스티커를 붙이며 물질의 특성을 재밌고, 자연스럽게 익혔다. 예술 활동으로는 물질의 특성을 몸으로 표현하고, 시를 짓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로 찾아간 수업은 4학년 국어 수업이었다. 수업 주제는 ‘인물, 사건, 배경을 바탕으로 이야기 짓기’였다. 아이들은 상상하여 짧은 이야기를 지었다. 그리고 자신이 지은 이야기를 색종이, 띠 골판지, 공예용 철사 등을 사용하여 콜라주 미술작품을 만들었다.
2021 어린이통합예술교육 〈우리들은 예술학년〉
춘천문화재단은 5월 10일(월)부터 6월 25일(금)까지 춘천시 10개 초등학교(가산초, 근화초, 남춘천초, 봄내초, 봉의초, 부안초, 성림초, 소양초, 천전초, 추곡초) 63개 학급에서 본 교육을 진행했다. 초등학교 2~5학년 국어, 과학 과목과 음악, 무용, 미술, 연극 등을 접목해 두 명의 예술선생님이 한 조가 되어 정규수업을 이끌었다. 취재가 진행된 천전초등학교는 담임선생님부터 교장선생님까지 모든 선생님들께서 이번 교육과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움과 관심을 주셨다.
두 수업을 참관하니 정말 흥미로웠다. 예술 선생님들의 전공과 아이들이 배우는 교과목, 예술 활동은 모두 다른 분야였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어떠한 위화감 없이 배우고, 웃고, 고민하고, 표현했다. 예술이라는 커다란 놀이터 안에는 경계가 없다. 교실 안에서만큼은 아이들 모두 동등한 환경에서 수업을 받는다. 공연장이나 전시장, 미술관에 가야 만날 수 있었던 예술가는 예술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데 도움을 주고, 든든한 응원을 보낸다. 그 덕분인지 아이들은 손을 번쩍번쩍 들고,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며 자신이 만든 작품을 발표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아이들은 예술 수업에 즐겁게 참여하고 있었다. 위대한 예술 앞에서 아이들의 마음은 작지 않다. 배우는 과정에 있는 아이들의 마음은 가능성으로 무궁무진하다. 아름다움을 인식하고, 표현할 때 아이들의 마음은 다채로워지고, 예술은 더 가까워진다.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거대한 벽이 되어 예술이 멀어지지 않기를, 그리하여 아이들이 자라는 삶 순간순간이 알록달록하고, 풍성해지기를 기대한다.
아이들을 만나는 예술 선생님의 마음
이상엽 선생님(베이스 기타)
“아이들만 가질 수 있는 순수한 마음과 창의적 표현이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신정아 선생님(연극)
“수업 연구할 때 힘들었던 점이 수업에 나오면서 보상받는 기분이에요. 연구할 땐, 머리를 싸매고 있다가 아이들을 만나면 ‘아, 역시!’라는 생각이 들고 커다란
만족감을 느껴요.”
박인수 선생님(비보잉)
“아이들이 예술 수업으로 인해 앞으로 점점 예술에 관심이 깊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이 수업이
아이들에게는 예술을 접하는 첫걸음이니까요.”
정재원 선생님(성악)
“제가 전공한 예술을 활용해서 교과를 가르쳐 볼 수 있는 수업이라 의미가 깊어요. 예술 수업을 하면서 수업
내에서 아이들끼리 배우는 점도 많다는 걸 배웠습니다.”
막이 걷히고
올해로 스물 여덟 살을 맞은 춘천문화예술회관에는 그 세월만큼이나 많은 이들의 기억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겐 데뷔 무대, 전국대회의 떨리는 경연장, 집 근처에서 공연을 볼 수 있는 편안하고 따뜻한 장소, 퇴근 후 숨통이 트이는 유일한 도피처. 최근에는 “기술 입은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무대기술을 배우고 아이들의 상상력이 표현되는 교육공간이 되기도 했다. 개관을 앞두고, 마무리작업과 안전점검을 진행 중인 무대는 분주했다. 안전모를 쓰고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까지 공연장을 둘러본 뒤 송동석 무대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무대에
불이 켜지면
Scene–2 춘천문화예술회관 재개관 이전의 리모델링 이야기
최수현 에디터 포토그래퍼 이원일
“ 겉으로는 크게 티가 안 날지 몰라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거예요.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요.”
1993년 개관한 이후 공연장 무대기계의 리모델링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지난해 9월 리모델링 실시설계를 시작, 올해 1월 착공에 들어가 5월까지 공사를 진행했다. 이를 기회삼아 대대적인 보수와 정비가 이루어졌다. 로비의 대형 송학도도 개관 이래 처음으로 벽에서 내려 표구를 새로 했다. 규모가 크다 보니 지역 작가들에게 자문을 받기도 했다. 중앙 데스크와 물품보관소도 이전보다 개방감 있게 바꿨다. 공연자와 스탭들이 대기하는 분장실도 옷장과 분장대 등 공간 구성을 새로 해 더 넓고 편안하게 정비했다. 변경된 문화재단 CI에 맞추어 안내표지판도 바뀌었다. 객석 카펫도 전면 교체했고, 시야 방해로 불편함이 있었던 2층 객석 첫줄도 제거해 쾌적함을 높였다. 2층 로비 공간의 변화도 눈에 띈다. 공연 보러 온 관객들이 지역 작가의 작품을 관람하고 구매도 할 수 있도록 전시장 형태로 개편했다. 바뀐 것이 많이 없다면서도 공연자들, 관객들이 더 편안하고 공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돌보는 마음이 절로 느껴졌다.
“ 단일 그리드를 2단 그리드로 바꿨어요. 가장 큰 장점은 점검이 용이해졌다는 거예요. 단일 그리드였을 때는 세트를 달 때도 간섭이 있었고, 활차나 와이어가 그리드 위에 있어 점검이 쉽지 않았어요. 백스테이지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관객들이 다 볼 수는 없지만, 정말 분주하고 바쁘잖아요. 이제는 안정성이 담보되니 스탭들도 좀더 편하게 공연을 준비할 수 있겠죠. 이번 리모델링의 가장 큰
목적은 사고와 위험의 가능성을 최대한 없애는 것이었어요.”
“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구동 방식이 바뀌며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졌고, 바톤*의 속도와 개수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어요. 이전에는 바톤을 하나하나 조작해야 했고, 막 전환도 어려웠죠. 이 덕분에 세트 출렁거림도 거의 없어졌어요. 무대기계의 한계 때문에 다룰 수 없었던 더 다채로운 공연들을 이제는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나보실 수 있을 거예요.”
* 바톤: 커튼, 조명기, 무대 장치를 매달기 위한 철 파이프로 된 가로대.
“ 백스테이지에서 새로운 조명이 달린 천장을 바라봤을 때 정리된 모습이 정말 예뻐요. 극장 전체가 환해졌거든요. 기계 설비지만, 이 자체가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이기도 해요.”
무대미술과 제작으로 처음 커리어를 시작했다는 송 감독은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관객들의 표정, 공연자들의 벅차오르는 분위기가 좋아 무대에 남았다. 하나의 공연을 위해 조명과 음향, 무대가 협업하며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진행하는 과정이 참 멋있다고 생각한다. 리모델링은 무대감독 인생에서도 흔치 않은 이벤트였다. 기계나 공사 과정에 대한 사전조사도 많이 해야 했고, 도면을 펼쳐 놓고 머리를 맞대며 토론도 많이 했다. 무대운영팀의 다른 조명, 음향감독님들과 항상 서로의 일을 내 일처럼 도와 가며 추진했기에 여기까지 오는 것이 가능했다며 송 감독은 활짝 웃었다. 사람들로 가득 차 활기 넘치던 널찍한 로비에 볕이 한가득 들어오는 것을 보며 문득 기분이 좋아졌다. 공연을 보러 올 관객들을 위해 새로운 POT을 놓아두며 한 권 한 권의 역사와 저마다의 짧은 사연이 생길 순간을 떠올렸다. 힘든 시기를 지나오면서도 공연장의 열기와 벅차오르는 감동을 느끼고 싶어 발걸음할 관객들. 그들을 환대하기 위해 이 순간에도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며 클래식이 나오는 화장실에 괜히 한번 들어갔다 나왔다.
춘천문화재단 소식
함께하는 공간, 모두의 살롱
아르숲 생활문화센터 옆골목, 버려진 빈집이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소규모 문화모임이 필요한 누구나 언제든 찾아와 교류하고 만날 수 있도록 소박하지만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답니다. 잠깐 들러서 책도 읽고, 커피도 마시고 가세요! 효석로9번길 11-8 모두의살롱 @modoo_salon
여름방학에 우리 상상마당에서 만나!
News
마주치고 교류하며 번져가는 예술
3 “비슷한 관심사를 만나고 싶어요.” “교류하고 연대감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학기 학교 안에서 진행된 예술수업 반응이 아주 뜨거웠는데요. 2021 어린이 통합예술교육 ‹시끌벅적 예술방학›이 7월부터 시작됩니다. 1학년부터 6학년까지, 국어와 과학을 예술로 쉽게 배워요. 주인공 되는 일에 관심 많은 요즘 아이들을 위해 영상 특별수업도 함께한대요. 상상마당 춘천에 와서 예술과 놀아요!
예술공론장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입니다. 예술소통공간 곳의 입주작가들이 멘토로 나섰습니다. 대학생 멘티들의 성장을 돕고, 새롭게 시도합니다. ‘예술사랑방 수다’도 계속해서 열립니다.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위해 함께 공부합니다. 같이의 가치를 찾아가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라인업
6월 17일, 춘천시립합창단의 ‹레미제라블›을 시작으로 춘천문화재단과 춘천시립예술단의 문화예술회관 기획공연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라인업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기쁜 마음으로 전해드립니다! 춘천시립예술단의 정기연주회부터 뮤지컬 ‹시카고›, 정명훈과 KBS교향악단의 초청연주회까지! 가까운 곳에서 즐기는 명품 공연들은 연말까지 계속됩니다. 일상의 작은 떨림과 행복, 공연장에서 채워가세요!
더 궁금한 이야기, 자세한 이야기는 춘천문화재단 홈페이지 www.cccf.or.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할 때, 우애로운 마주침이 늘어날 때
To. 김미소
양수연 강원대학교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3학년)
To. 양수연
김미소 강원대학교 미술학과 한국화 전공(4학년)
To. 김태경
박용선 춘천문화재단 예술지원팀
Diary
학교에 입학 했을 때부터 눈에 띄었던 친구가 있어요. 옷을 굉장히 잘 입었거든요. 입는 옷을 보면 자기주장 확실할 것 같은 성격의 스타일이었는데 친해지고 보니 속이 많이 여리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친구랑 트러블이 생기면 무조건 원인을 자신한테서 찾는 게 속상해요. 모든 걸 자기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너무 착해서 남 탓을 못하니까 스트레스도 받고 자존감도 낮아지는 것 같아요. 회피하지 말고 불편하더라도 마주보는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올해 1월 1일자로 저희 팀장님이 되셨는데, 옆에서 보면 팀장으로서 시기에 맞춰 사업을 이끌어 나가기도 해야 하고 이런저런 업무적 스트레스가 끊이질 않아 보여요. 잘 쉬어야 또 잘 일 한다잖아요. 그런데 우리 팀장님은 가족들과 캠핑도 다니고 제주도 휴가도 다녀오셨는데 그 와중에도 저희랑 업무 카톡을 계속 하시더라고요. 본인은 쉰다고 하지만 일 생각을 끊어내지 못 하는 것 같아요. 최근 기타를 배운다고 하셨는데 그 시간만큼은 온전히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To. 박용선
이 친구는 홍천에 살고 있는데,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열정이 넘치는 성격이라 춘천에 거의 매일 와요. 지금 휴학 했는데도 알바와 여러 활동으로 바쁘더라고요. 체구는 작은데 내면은 그 반대에요.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늘 열심히 사는 모습에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런데 어떨 땐 자기 자신만을 위해 온전한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체력도 좀 아꼈으면 좋겠고요. 친구들이 부르면 항상 춘천까지 나오고 쉬지를 않아요. 혼자 사색 하면서 충전할 수 있도록 여행이나 반신욕을 추천해야 겠어요.
To. 아주 먼 곳의 작은 별
마음이 가는 동료가 있어요. 이 친구는 16년도에 입사하면서 대전에서 춘천으로 이주해 왔어요. 그렇게 춘천에서 결혼하고 올해 3월에는 아이도 낳았죠. 직장 때문에 낯선 지역에 오다 보니 힘듦을 털어놓을 벗이 없다는 게 조금 걱정돼요. 직장 동료는 아무래도 선이 있잖아요. 힘들 때 도와주고 가까이에서 위안이 될 가족, 형제가 춘천에 없으니 친구라도 만들면 좋겠는데 춘천살이가 아직은 어색한가 봐요. 춘천에 더 잘 적응하고 친구도 꼭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이돌은 모든 색의 물감을 섞어 만든 검은색 같아요. 검은색이 된 그는 별들의 빛을 찾아주기에 충분한 어둠이 스스로 되었죠. 갓 태어난 별부터 먼 곳에 있는 작은 별들까지 그의 어둠에 기대어 더욱 밝게 빛나고 있어요. 문득, 걱정은 되어요. 밤의 무게가 너무 무겁지는 않을까 … 그래서 언젠가는 꼭 이야기해주고 싶었어요. 가끔은 별 위에 누워 마음껏 우주를 보아도 좋다고.
To. 이돌
김태경 춘천문화재단 예술지원팀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기획하는 일을 할 때, 작은별 사진작가를 처음 만났었어요.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자연스럽게 작업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이후 여러 작업을 같이 하면서 가까워졌죠. 그러다 최근 이 친구가 카페도 오픈하고 결혼도 하게 되면서 작업하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힘들어 하더라고요. 거기다 절친이 사고로 세상을 먼저 떠나면서 더 우울하고 마음을 돌보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저도 같은 나이에 절친을 잃었고, 작업에 대한 고민도 가장 많이 할 때여서 그 심정이 너무 이해되더라고요. 내 젊은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아서 공감을 많이 해줬어요. 작가로서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환경 속에서 작가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고민하고 해 나가면서 후회하지 않는 시간을 보냈으면 해요.
이돌 판화작가
아주 먼 곳의 작은 별 사진작가
서로가 서로를 걱정할 때, 우애로운 마주침이 늘어날 때
책방을 운영하면서 거의 매일 택배를 받는다. 커피 원두, 음료 만들 때 필요한 재료, 그리고 무거운 책들까지. 택배를 받으며 늘 감사한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얼마 전, 택배 노조 파업으로 인해 책이 일주일 이상 오지 않았다. 택배가 천천히 오더라도 문제가 개선되고,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책을 주문한 손님께 양해를 구했다. 책방의 책장은 며칠간 휑해 보였다. 손님들은 괜찮다고, 얼마든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나의 편의가 누군가에게 고통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함께였다.
정승희
우연히 만난 시구절을 적어 두었다. 올여름의 할 일이 생겼다.
“올여름의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는 일” (김경인, 여름의 할 일 中)
멀리서 귀한 손님이 오면 데리고 가는 밥집이 있다. 좁은 시골길을 지나야 하는 작은 손두부집이다.
정현경
늘 바뀌는 나물 반찬들과 정성껏 만든 손두부도 일품이지만
무엇보다 주인아주머니의 환대가 그 밥집의 아름다움을 완성시킨다. 며칠 전에도 먼 곳에서 온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찾았다. 어느덧 달맞이꽃, 금계국, 초롱꽃, 붉은 접시꽃, 코스모스, 이름 모를 꽃들이 지천에 피어 있다. “꽃을 좋아해. 처녀 때부터 비가 오면, 동네에 나가서 꽃씨를 뿌리고 다녔어.” 식사를 마치고 주인아주머니의 꽃사랑 이야기를 듣고 나서려는데, 완두콩밥이 너무 잘 지어졌다며 먹어보라 하신다. 후식으로 완두콩밥이라니…. 달콤한 완두콩밥 한 숟가락에 한 뼘 더 행복해졌다.
Editor’s Note
권용식
한혜진
최수현
비는 봄과 여름 그 어디쯤에서 내리고 그치기를 반복했다. 날씨도 덩달아 쌀쌀해졌다가 더워지기를 반복했다. 나는 중도에 갔었고, 나무를 헤치고 들어가 낚시를 했다. 그 덕분에 나는 알 수 없는 알레르기에 걸렸고, 이틀 정도 잠을 설치며 앓았다. 그 덕분에 30초 정도 피부과 의사를 만났고, 10분 정도 약사를 만났다. 일교차 때문인지 전염병 탓인지, 주변에 아프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번 호에서는 공동체 속에서 서로 환대하고 돌보는 것에 주목 했어요. 환대 받은 기억, 환대 해준 기억, 환대가 일어나는 장소, 환대하는 사람, 무언가를 돌보는 일 … 이런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환대와 돌봄은 동시에 일어난다는 걸 알았어요. 또 받기만 하고 주기만 하는 것이 아닌 대상과 주체가 하나라는 것도요. 꼬박 한 달 반을 환대와 돌봄 이야기에 빠져 살았더니, 제 삶이 따숩다 못해 뜨거워졌어요. 달달함도 한도 초과됐어요. 에어컨과 쓴 커피가 필요한 여름이에요!
28만 인구의 도시 춘천에는 100만 인구가 할 수 없는 돌봄의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 온 이를 반갑게 맞이하는 마음
주변을 걱정하고 보듬는 시선
나와 다른 이들에게 먼저 내미는 따뜻한 손처럼 말이에요. 어쩌면 그 어느 때보다 지금 시대에 꼭 필요한 마음들이 아닐까 이번 호를 만들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춘천문화매거진2021 여름
PUBLISHER 발행인 최돈선
EDITOR IN CHIEF 편집장 고영직
CONTENTS & EDITORIAL DIRECTOR 부편집장 한혜진
EDITOR 취재 권용식, 정승희, 정현경
PHOTOGRAPHER 사진 강승원, 김효주, 이원일, 이종희
ILLUSTRATOR 삽화 한선주
춘천문화매거진 POT 제27호 [떠오르는 환대] 2021년 07월 발행
ART DIRECTION & WEB DESIGN 디자인 이건하
발행처 춘천문화재단 강원도 춘천시 효자상길 5번길 13
ADMINISTRATION 기획총괄 김희정, 강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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