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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놀이매거진 POT 26호

이북 원문에서 글자만 옮긴 전체 텍스트입니다. 표·그림·사진과 원래 모양은 이북에서 확인하세요.

1쪽

춘천문화매거진 2021 봄

꽃피는 시절, 97.0×130.3cm, Acrylic on Canvas, 2020

환상과 낭만

N.26

2쪽

문화로 같이 즐기다

Play

문화로 마음을 활짝 열다

Open

문화로 함께 이야기하다

Talk

POT에는 ‘(다양한 것을 담는)그릇, 솥’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춘천문화매거진 팟은 문화로 다 같이 즐기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트렌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슈 등 생동하는 춘천의 문화예술을 한 데 담아내는 그릇이 되겠습니다.

POT이 이야기하는 춘천문화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춘천 시민의 삶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 그 안에 담긴 보석 같은 이야기를 뜻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예술가와 청춘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지트로 자리매김해 온 춘천. POT은 춘천이라는 멋진 지역을 춘천 시민과 춘천을 찾은 사람들이 보다 즐겁게 향유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펼쳐 보이겠습니다.

당신의 낭만은 무엇인가요?

5쪽

N.26

Contents

Letter 편집장의 여는글

Lifestyle 낭만의 도시에서 찾은 나만의 낭만

Somewhere 아주 사적인 나의 도시

Creator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손

Artist 잃어버린 시간을 그리는 몽상가, 서슬기

Digging 꿈과 희망이 가득한 육림랜드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Column 맥락을 읽고 가치를 드러내는 ‘평가’가 필요하다

Scene–1 우리의 바람은 도시의 봄이 되고

Scene–2 두근두근 기다리는 마음

News 춘천문화재단 소식

Diary 내가 만난 우울과 낭만

Editor’s note

6쪽

Letter

2021년 1월, 전환문화도시를 꿈꾸는 춘천시가 법정 문화도시에 지정되었습니다. 2021년은 ‘시민이 낭만이웃으로, 전환문화도시 춘천’ 을 향한 명실상부한 문화도시 원년(元年)이 되는 해입니다. 춘천시와 춘천문화재단은 시민들을 탑(top)으로 존중하려는 협치의 경험을 쌓으며 서로 손을 잡고 문화도시를 가꾸어가야 합니다.

한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은 규정하고 선언한다고 저절로 형성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한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특정한 것으로 규정하고 선언하는 문화에서는 ‘단형화(單形化)’의 위험성이 언제나 있습니다. 프랑스 철학자 프랑수아 줄리앙이 “문화적 정체성은 없다”고 언명한 것도 문화를 ‘보전’하는 것이 아니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입니다. 한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단형화’하려는 상투적인 경향에 맞서 ‘다양성의 공존’을 위한 춘천 시민들의 문화 · 예술적 개입과 고민이 필요합니다. ‘춘천 살면 춘천 사람’이라는 말처럼, 아이들 · 장애인 · 사회적 소수자 누구든지 ‘그냥, 사람’(홍은전)으로 환대하려는 마음의 문화를 형성해야 합니다. 환대하는 마을은 환대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됩니다. ‘Digging’ 코너에서 놀이공원 육림랜드에 얽힌 시민들의 ‘마음의 불꽃놀이’ 경험을 다루고, 문화시민모임 ‘봄바람’의 활동을 비롯해 춘천의 사람, 장소, 활동을 주목하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봄이 되었지만, 코로나19 시대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재난의 시대일수록 내 곁에 ‘이웃’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는 확인했습니다. 네덜란드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은 “인간은 친절하다”(Human is kind)라고 말하며 ‘휴먼카인드(HumanKind)’의 존재를 강조합니다. 그는 더 나은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와 함께 시작된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도시를 상상하고, 시민들과 합창을 부르고자 하는 전환문화도시 춘천의 길 또한 그렇게 시작될 것입니다. 어쩌면 그 길에서 “너의 가려는 길은 너의 님이 오려는 길이다”(한용운)라는 말을 벼락처럼 확인하는 순간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 편집장

7쪽

정승희 포토그래퍼 이종희

낭

만의

도시에

예상치 못한 꽃 한 송이를 받았을 때, 햇빛에 반짝이는 강물을 마주할 때, 마음이 일렁인다. 잠시 멈춰 감탄하는 순간을 만난 날에는 집에 돌아와 일기장에 ‘오늘의 낭만’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한 줄 적고 싶어진다. 이런 낭만은 뭉근한 설렘을 데려온다. 일상을 잠시 멈추게 하고, 미소 짓게 하고, 내일을 기대하는 힘을 길러준다. 낭만이 있는 도시, 춘천. 춘천에 사는 이들의 낭만을 들어보았다.

서

찾은 나 만의 낭 만

Lifestyle

가지각색 다채로운 춘천

춘천은 큰 건물이 별로 없고, 집 모양과 색깔이 가지각색이라 걷는 재미가 있어요. 울퉁불퉁하고, 다채로운 건물 사이를 거닐며 소소한 재미를 느껴요. 보도를 걸을 때 사람들과 부딪칠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공기가 천천히 흐르는 이곳에서 앞으로 여러 가지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김보린(춘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 춘천살이 2개월 차)

올해 1월 춘천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팀에 입사했습니다. 지금껏 서울에서만 지내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용기를 내 춘천에 왔습니다.

8쪽

동화처럼 환상적인 하늘

가끔 옥천동 하늘이 동화처럼 환상적으로 변할 때가 있습니다. 일을 하다가 무심코 문을 여는 순간 온통 분홍빛으로 물든 하늘을 마주하게 되면 하루의 고단함과 답 없는 고민은 언제 있었냐는 듯 물러납니다. 기대치 않은 치유, 지금 아니면 사라질 선물이기에 더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하늘, 달, 별이 아름다운 춘천에서 살기 시작한 후로는 서울에서는 몰랐던 이런 뜻하지 않은 낭만적인 순간들을 종종 마주합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일상의 소중한 순간들을 발견하고 감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성미(‘아워테이스트’ 주인장, 춘천살이 4년 차)

옥천동 작은 골목길에서 스페인 가정식 식당을 운영합니다. 기자를 그만두고 불현듯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에 들어섰다가 지금은 요리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올망졸망 귀여운 춘천

김혜라(대학생, 춘천살이 7년 차)

거두리에 살고 있고, 대학에서 미술 이론과 건강의 사회적 책임을 찾는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춘천에는 귀엽고 올망졸망한 작은 가게들이 많아요. 가끔 다른 도시의 친구들이 춘천에 놀러 오면 제가 좋아하는 책방과 가게에 데리고 가요. 한낮에는 메밀전병과 막걸리를 먹으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요.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춘천의 가장의 큰 매력이자 낭만이라 생각해요. 제가 사랑하는 춘천이 친구들에게는 여행이 되고, 제게도 특별해질 때 행복해요.

9쪽

한눈에 보이는 춘천

춘천의 낭만은 자연에서 와요. 고속도로에서 보이는 춘천은 정말 아름답죠. 산과 강이 도시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요. 자연에 가까운 만큼 춘천은 구석구석 아름다운 곳도 많답니다. 요즘에는 중도 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고 대룡산 근처에서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냅니다. 춘천의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이 지금까지 춘천을 살아가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퍼 나게쉬 쉬와지라오(연구원, 춘천살이 18년 차)

인도에서 태어나 18년 전, 박사학위 공부를 위해 춘천에 왔다가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물과 나무가 있는 춘천

물에 비치는 나무 그림자와 산 그림자가 춘천의 대표적인 풍경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오월리와 용산리 산세가 참 예뻐요. 그 길을 밤에 지나면 건너편 산 사이로 차들이 지나가면서 불빛이 반짝 켜지는 풍경도 참 좋아해요. 그림으로도 많이 그려요. 춘천의 산과 물이 저의 그림에 영향을 많이 줍니다. 춘천의 아름다운 풍경과 공간이 조금씩 사라져 아쉽지만, 지금의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지키고 싶어요.

서숙희(화가, 춘천살이 35년 차)

그림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서면에 작업실 ‘이은당(怡隱堂)’이 있습니다.

10쪽

아주 사 적 인

My Own Private Chuncheon

나

의

도시

Somewhere

소양로 기와집골이 철거되고 26층짜리 아파트가 지어진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와집골은 약사동 망대와 함께 춘천이라는 도시의 마지막 보루 같은 느낌이 있다. 오래된 가옥들이 무너진 자리에 수직정렬의 프리미엄 아파트가 들어서는 일이야 어디에서든 일어나는 일이건만, 별다른 연고도 없는 그곳의 마지막에 문득 짧은 인사라도 건네고 싶어졌다.

단지 폐허로 향해가는 장소를 정리 정돈하는 일에 불과하더라도 누군가의 기억 속엔 ‘한시대의 종말’이 아닌가. 시대가 바뀌고 사람과 함께 집도 나이가 들면, 싱싱하고 반듯한 것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십년 전 이 도시에 이주를 결심하고 품었던 도시의 낭만이 신기루처럼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 아주 개인적인 의도를 품고 이 도시의 사적인 기억들을 찾아 기록해 보려 했다.

11쪽

윤한이야기

효자라이트

“야야, 더 높게 던져봐!” 혜림이가 신발을 던지고, 재림이는 웃고, 현우와 나는 담을 오른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20여 년 전만 해도 효제초 골목에는 살구나무와 앵두나무가 많았다. 우리가 주로 타깃으로 삼던 집은 지대가 높고 하얀 돌담이 높은 집이었다. 살구가 아직 익기도 전이었는데 그 작은 것을 따보겠다고 신발을 높이 던졌다. 파드드드, 하고 이파리와 가지가 몸서리친다. 그러다 혜림이의 신발이 넘어가고, 담벼락에 붙어있던 나는 얼어붙는다. ‘야, 도망치자!’ 집 주인 아저씨가 나를 내려주고 나 혼자만 혼이 난다.

지금 생각하면 철이 없어도 한참 없던 기억이다. 한적한 학곡리에서 살다가 맨션들이 빽빽한 효자동으로 이사를 오니 하루하루가 답답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친구들의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는 점이었다. 상우A, B, 스마일, 청양, 복음문구 뒤, 문구나라, 새마을고개⋯. 특히 맨션에 사는 친구들은 마당에서 오재미, 포켓몬 딱지치기, 사방치기를 하는 것이 부러웠다. 티는 안 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밤이면 엉엉 울었다. 가세가 기울어 시내로 나온 것을 알면서도 투정을 부리곤 했다. 생각해보면 집이 좁아진 것 외에는 오히려 등하교가 편했고, 신문물을 접하기에도 좋았다(명동까지 걸어서 15분!). 살구서리, 앵두서리, 밤만 되면 울보로 부모님의 속을 조용히 썩이던 효자동불효자가 지금은 효자동 효자라이트로 살고 있다. 친구들과 놀다가 사위가 어두워지면 무서워서 뛰어다니던 효자동 골목, 그 골목을 환하게 해주는 ‘효자라이트’로 말이다. 가끔은 해질 무렵 옥상에 올라 효자동 일대를 보는데, 텅 빈 골목에서 살구서리를 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인다. 이제는 혜림이도 재림이도 현우도 없지만 당시의 추억만은 고스란히 남아 효자동 일대를 맴돈다.

12쪽

로사이야기

나의약사동

약사동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다가올 미래가 공존하고 있는 곳이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감나무와 옹기종기 채소화분들을 끼고 있는 소담한 집들과, 풀숲이 주인이 되어버린 폐허의 공간들도 어렵지 않게 마주 한다. 마을에는 어느새 고층 아파트 탑이 세워져 오후가 되면 양지바른 마당마다 거대한 그늘이 드리워졌다. 생각했던 것 보다 수직의 높이는 꽤 위협적이다. 고작 9개월간 일하였음에도 어느덧 약사동은 나에게, 도시의 애착이 머무는 동네가 되어 버렸다. 얼마 전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생각나서 전화했지.” 전화너머 들려오는 목소리는 약사동 정순할머니였다.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만원짜리를 꺼내어 대추차를 사주시던 날을 기억한다. 오랜만에 할머니를 만나러 그곳으로 향했다. 여전한 것들과 사라져가는 것들이 공존하는 풍경들 사이를 걷는다. 일 년이 남짓 지나는 시간 동안에도 마을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다. 제일 오래된 가게인 육림식품이 문을 닫았고 카우보이 사장님이 하시던 미제마니아도 텅 비어 있다. 머루나무 그늘 밑 마당에 앉아 대문을 하염없이 바라보시던 홍천 보리울 할머니도 이제는 계시지 않는다. 그 사이 경로당 앞 좁은 골목에는 작은 책방이 생겼다는 소식도 들린다. 망대 아래 푸른 천막으로 싸인 언덕 위 집에는 여전히 어둠이 깔리면 반딧불 같은 불이 켜졌다. 봉의초등학교 후문 쪽 길을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날이 저문다. ‘해가 지는 풍경은 참 아름답구나!’ 집과 사람과 그리고 마을이 스러져가는 풍경도 되도록 천천히, 느릿느릿 주위를 물들였으면.

13쪽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손

동네를 보듬는 삶

김나영

20년째 도예작가로 활동 중인 그는 자신의 동네를 좋아한다. 해질녘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는 시간이 가장 좋다는 그는 상처 입은 은행나무를 위해 옷을 입혀주기도 하고, 노인분들에게 도자기 수업을 하면서 도리어 삶의 태도를 배운다고 한다. 죽기 전까지 도자기 작업을 하고 싶다는 그를 만났다.

동네를 사랑한

도예가

마음이 힘들어 취미로 시작했어요. 흙을 만지면 머리가 비워지고 치유받는 느낌이 좋았거든요. 열심히 작업하다 보니 직업이 되었답니다. 저는 제가 사는 동네가 좋아요. 신사우동은 시내에 위치하면서도 어디를 가도 풍경이 아름답거든요. 동네가 더 발전하는 것도 좋겠지만 이곳의 정취도 잘 지켜지면 좋겠어요.

Creator

마을을 보듬고, 마을에서 배우는

어느 날 동네를 걷는데 은행나무가 사람에 의해 훼손된 걸 본 적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과 헌 옷을 잘라 만든 실로 발 매트를 만들어 나무를 감싸는 퍼포먼스를 했어요. 은행나무가 입은 상처를 보듬어주고 싶었고요. 발 매트로 옷을 만든 이유는 저희가 만든 물건을 버리지 않고 일상에서 다시 쓰기 위함이었어요. 마을에서 도자기 수업을 꽤 오래 해왔어요. 수업을 하면서 어르신들에게 제가 아는 것을 알려드리는 것보다 제가 배운 게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삶의 태도와 관련해서요.

에디터

권용식 포토그래퍼 강승원

“죽기 전까지 일하고

싶어요.”

90대 할머니께서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도자기 수업에 오시는 걸 봤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도 노년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가능하다면 죽기 전까지 일하고 싶어요. 죽을 때까지 일만 하겠다는 건 아니고, 건강하고 즐겁게 계속 이 일을 하고 싶단 이야기예요. 이 일을 하고 있으면 사는 이유를 부여받는 것 같거든요.

노을이 지는

오후

저는 석양이 지는 시간을 제일 좋아해요. 해질녘이 너무 예뻐요. 특히 일과를 마치고 해가 지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피로가 풀리고 위로받는 것 같아요.

14쪽

함께 하는 농촌생활

이범준

자연과 교감하는 삶을 원했던 그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상걸리로 간다. 그는 춘천시 4-H* 청년 농업인단체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농촌생활 전반에 관심이 많다. 여유와 휴식에 초점을 맞춘 ‘시골하루’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청년들이 농촌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돕고 있고, 청년이 농촌에서 살 수 있도록 농촌 환경 개선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 4-H: 각 시군을 기반으로 한 청년 농업인단체로 농업에 대한 교육과 농촌 생활환경 개선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

농촌에서 품은 환상과

낭만

어렸을 때부터 자연을 좋아했어요. 그러다보니 대학원도 생태학을 전공하게 되었고요. 자연 속에서 교감하는 일을 찾다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게 농사였죠. 지금은 양봉을 하고 있어요. 처음 농촌을 생각했을 때는 인심 좋은 이웃들과 오순도순 교류하는 삶을 떠올렸는데 실제로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제 또래는 아예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곳에 작은 마을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작은 공간 하나부터 시작해서 공동체를 조성하면 마을로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그렇게 농촌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고 사람들이 이곳에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목표예요.

마을 커뮤니티

만들기

사람들 간의 교류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도시와 농촌 간의 단절된 관계도 개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시골하루를 운영하게 되었죠. 시골하루에서는 여유와 휴식에 중점을 둔 요리와 식사, 텃밭 가꾸기, 나만의 나무 심기, 꽃 가꾸기, 산책하기, 그림 그리기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내요.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어요. 재참여율도 굉장히 높아 스스로도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농장에서 보내는 행복한

시간

농장에 있는 시간을 가장 좋아해요. 온전히 제 공간이고. 스스로 계획하고 꾸밀 수 있기 때문이에요. 도시에 있을 때는 제가 책임지고 주도하는 일을 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농장이 좋고 이곳을 꾸미는 생각을 하는 게 좋아요.

15쪽

마을과 함께 사는 예술가

전경아

도예가

가

되기 까지

함께 빚는 삶의

둘레

*이라는 좋은 기회를 통해 도자기 수업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수업을 하면서 도자기 작업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지쳐있던 마음을 돌아보고 나를 찾는 시간을 가졌어요. 자존감 향상을 위해 초벌 도자기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보기도 하고요. 동물 모양의 화분을 만들어보며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도 가졌답니다. 마을 분들과는 도자기 수업을 함께 하면서 마을의 이웃들과 자연스레 친해진 것 같아요. 이웃분들이 “작업실에 오는 날은 너무 설레고 코로나로 인한 답답함도 해소되어 좋다”고 말씀해주셨을 땐 저도 덩달아 뿌듯하고 기뻤네요.

둘레예술학당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뛰어놀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춘천에 돌아왔다. 정겨운 농촌 풍경이 보이는 벽돌집에 산다. 바로 옆 작업실에서 음악을 들으며 작업하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또한 도자기 수업을 하며 마을 이웃들과 교류하고 있다. 마을에서의 작가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다.

전에 미술학원을 했었어요. 처음엔 학생들과 도자기 수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도자기 선생님을 초빙했는데, 작업에 매료되어 제가 도자기 작가가 되었네요. 이제껏 열심히 일하고 엄마로서만 바쁘게 살다가 도자기 작업을 해보니 대학생 때 작업하던 기억도 나고 제 자신을 찾은 느낌이 들었어요. 작업을 통해 내 모습을 찾았기 때문에 이런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대부분의 작가가 그렇겠지만 작업으로 이름을 알리고 싶어요. 이름만 봐도, 작품만 봐도 알아볼 수 있는 그런 경지에 다다르는 것이 꿈이에요.

* 둘레예술학당: 지역 외곽의 문화 격차 해소를 위해 진행된 춘천문화재단의 예술지원 프로그램. 한 마을에 살고 있는 예술인과 주민을 연결, 함께하는 창작활동으로 교류의 장을 만들었다.

하늘 한 번 바라보는 시간의

행복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는 게 좋은 건지 생각을 많이 한답니다. 예전에는 가진 게 많은 사람들만 행복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요즘은 작업실에서 음악 들으며 작업하는 시간도 행복하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시간도 행복해요.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껴요.

16쪽

잃어버린 시간을 그리는 몽상가, 잃어버린 시간을 그리는 몽상가, 서슬기 잃어버린 시간을 그리는 몽상가

서슬기

서슬기

서슬기 잃어버린 시간을 그리는 몽상가

Artist

시절, 91.0×116.8cm, Mixed media on Canvas, 2017

어린 시절 우리는 모두 예술가였다. 몽글몽글 구름을 달콤한 솜사탕처럼 뜯어먹고, 밤마다 눈을 감으면 무수히 피어오르는 상상의 나래 속에 놀다가 잠이 들곤 했다. 서슬기 작가는 우리가 모두 잃어버린 유년의 모습을 여전히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작가가 되었고, 그림을 그린다. 눈을 감기만 하면 펼쳐졌던 어린 시절 공상의 장면들을 캔버스로 불러와 언제든지 그 때로, 그 곳으로 다녀오는 것이다.

17쪽

서슬기 작가는 일상에서 보게 되는 사물들과 경험하는 사건들 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동화적이고 상상적인 것들과 결합하여 표현한다. 그의 캔버스에는 노란색 등대가 햇살처럼 비추고 분홍색 물 위로 나비넥타이를 맨 오리배가 떠다니며 주름진 식탁보 같은 산 위로 프레첼 과자가 동동 흘러간다. 어디에선가 별빛을 품은 코끼리열차가 무지개를 뚫고 달려오고, 인형의 집을 나온 소녀는 토끼인형 탈 친구와 앉아 피크닉을 즐긴다. 작가는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 이면에 자신만의 시간으로 흘러가는 공상의 세계를 동시에 살고 있다.

그날의 우리, 91.0×91.0cm, Acrylic on Canvas, 2019

좋은 꿈 꾸시길 바랍니다, 27.3×19.7cm, Gouache on Paper, 2020

작가님의 어린 시절은 어떠했을지 궁금합니다. 화가가 꿈이셨나요?

혼자 있을 때면 늘 상상하고 그림을 그리고 놀았어요. 꿈이 무엇인지 모를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그림은 저에게 놀이에 가까웠죠. 그런 일상이 자연스럽게 이 길로 이끈 거 같아요.

작업하는 방식도 마치 ‘놀이’와 같은 느낌이 있어요.

네, 맞아요. 어린 시절 재밌게 그리면서 놀았던 것처럼 작업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구체적인 형상이나 장면을 그리지도 않고 논리적인 방식은 아니어도, 떠오르는 것들을 자유롭게 그리는 것 자체가 행복하기 때문이죠. 그림 속의 등장인물들은 장난감처럼 제가 만든 세계 속에서 즐겁게 놀고 있지요.

그래서 그런지, 코끼리열차나 야광별, 모빌 등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도상들이 많이 보여요. 그림의 사물이나 풍경이 지니는 특별한 의미가 있을까요?

그림을 그릴 때 특정한 상징이나 스토리의 플롯을 구상하고 작업하지는 않아요. 그것보다는 오히려 추상적이죠.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아련한 마음 같은 것을 표현하고 싶어 그런 사물들을 감정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사용하는 거라고 볼 수 있어요. 제가 주로 그리는 것들 중에 ‘인형의 집’이 있어요. 어렸을 때 많이 갖고 놀던 놀잇감이기도 하죠. 언제 버렸는지 기억나지도 않고 더 이상 갖고 있지 않지만, 우연히 길을 걷다가 그 장난감을 발견하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이게 나에게 의미가 있었던 것 같은데?’ 하고 떠올리게 되고, 그때의 감정과 기억들을 상기하게 되는 거죠. 또, 벽지의 문양에서 연상되는 장면을 그린 작품과 야광별이 등장하는 그림들은 어릴 적 방안에서 혼자 천정이나 벽을 보면서 공상에 빠지던 유년의 기억들을 소환하고 있어요. 누구나 어린 시절이 있지만, 늘 기억하고 살고 있지는 않잖아요? 그림을 통해서 아득하지만 따뜻한 그 때의 감정들을 떠올리게 하고 싶어요.

18쪽

Window in Dream, 91.0×116.8cm, Acrylic on Canvas, 2018

세발 자전거, 30.0×30.0cm, Gouache and Pencil on Paper, 2020

꽃피는 시절, 37.9×45.5cm, Acrylic on Canvas, 2017

환상 열차, 97.0×130.3cm, Acrylic on Canvas, 2020

현재의 경험 속에서 발견되는 사물이 과거의 기억으로 데려다 주는 감정의 전달자 같은 역할을 하게 되는 거군요. 산책을 많이 다니고 주변의 것들을 잘 담으려고 하시나 봐요.

네. 산책하는 것을 좋아해요. 강변 따라 자전거를 타고 가기도 하고, 뭔가 마음이 가는 장면이 있으면 사진을 많이 찍어요. 제 뒤로 보이는 작품도 산책을 하다 발견한 세발자전거를 그린 거예요. 허물어진 집 근처에서 쓰레기더미랑 같이 있는 망가진 세발자전거를 발견하고 특별한 느낌을 받았어요. 나만의 방식으로 예쁘고 소중하게 그려주고 싶었죠.

작품 속에 줄곧 등장하는 오리배 때문에 춘천과 친숙한 느낌이 들어요. 춘천에서의 생활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춘천은 가끔 놀러 와서 닭갈비 먹고 가는 관광지였어요. 그런데, 남편 직장 때문에 결혼해서 이주한지 2년이 되었습니다. 도심에서는 좀 떨어진 사농동에 살고 있어요. 오리배는 작업 초기부터 이미 제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요소였는데, 더 많이 그리게 되었죠. 사실 자연스럽게 생활하면서 보고 겪는 것들이 반영이 되곤 해요. 특히 춘천에 이사 와서 늘 보게 되는 풍경이 있는데, 산 너머 해가 지는 장면이에요. 변화하는 색상과 그 풍경이 매우 환상적이죠. 언젠가 그림으로도 담고 싶어요.

춘천에서의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해봅니다. 올해 계획도 말씀해 주세요.

8월에 한 달 동안 예술소통공간 곳 입주작가 릴레이 개인전을 할 예정이에요. 이번에는 그동안 작업한 평면작품뿐만 아니라 입체작품들도 여러 점 전시하려고 해요. 그림 속 장면 일부를 조형물로 만들어 환상적인 이미지를 연출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춘천에서 전시할 기회가 더 있다면 참여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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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정승희 일러스트 한선주

1975년, 문을 연 육림랜드. 46년째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 을 받고 있다. 한 자리를 오래도록 지키고 있는 장소에 애정이 간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세 상에서 아직 변하지 않는 곳이 주는 안도감과 멋스러움이 있기 때문이다. 육림랜드는 반 짝반짝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옛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며 다른 빛을 낸다. 세월과 추억

으로 만들어진 광택. 정직하게 문을 연 세월만큼 지금도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오픈/연차 1975년 5월 / 46년

입장료 성인 5,000원, 청소년 4,500원, 어린이 4,000원 * 20명 이상 단체 20% 할인, 24개월 이하 무료

주소 강원도 춘천시 영서로 2965 육림공원

영업시간 매일 10:00–18:00(주중) 10:00~19:00(주말, 공휴일) 연중무휴

전화번호

홈페이지

http://www.yuklimland.com

Digging

놀이기구 이용권 놀이기구 1종: 성인 3,000원, 어린이 2,500원 곰돌이표 4종: 10,000원호돌이표 9종: 20,000원 (곰돌이표와 호돌이표는 어린이와 어른 함께 이용 가능)

사진제공: 강원일보

1978년 어린이날을 맞이해 춘천 육림공원에 가족단위로 나온 인파들이 즐거운 1986년 어린이날 연휴를 맞아 춘천 육림공원을 찾은 가족단위 행락객의 모습으로 모습으로 나들이를 하고 있다.

부모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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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 후, 1일 기준 가장 많은 관람객 수는 4천 명입니다.

“어디 가는지 물어봐도 돼요? 거기를 왜 가요?”

콜택시를 부르자 카페 사장님이 했던 말이에요. 서른 살 기념으로 떠났던 춘천여행에서 진짜 어른이 되기 전, 놀이동산에 가보고 싶었어요. 보통 에버랜드나 롯데월드 같은 데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놀이동산이잖아요. 그런데 육림랜드에서는 아저씨 한 분이 친구랑 제가 타겠다고 하는 것들을 따라다니면서 전원을 켜고 태워주셨어요. 멈춰있던 놀이기구들이 저만을 위해 움직이더라고요. 판타지 속에 들어온 것 같았어요. 더운 여름날이었기에 신기루처럼 아득한 느낌도 있었고요. 지금은 어느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지만 마흔이 되어도 다시 찾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육림랜드예요. 삼십 대의 판타지와 신기루가 가득했던 늦여름의 육림랜드, 잘 지내고 있지?

가장 최근에 생긴 놀이기구는 슬라이드 카입니다.

초등학생 때 처음으로 부모님 없이 버스를 타고 도착한 장소가 육림랜드입니다. 형과 사촌과 함께 우리만의 모험을 떠나 신이 났었어요. 관람차를 탔었는데, 생각보다 높이 올라가 무서워 겁이 났지만 내려서는 겁먹지 않은 척 태연하게 깔깔 웃었던 기억이 나요. 그동안 육림랜드를 잊고 지냈는데, 오랜만에 다시 오니 제 또래의 사람들이 부모가 되어 아이들 손을 잡고 나들이를 하고 있네요. 이 아이들에게도 육림랜드가 모험의 장소이자 설렘의 장소로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한주석, 수염 기르는 남자

가장 인기 있는 동물은 대호(호랑이)입니다.

육림랜드의 동물은 총 25종 93마리입니다.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기차입니다.

가장 오래 일 한 직원의 근속연수는 20년입니다.

서현진, 4년 차 스위스 새댁

오픈 당시 입장료는 어린이 300원, 성인 500원입니다.

동전을 넣어 이용할 수 있는 놀이기구는 총 30종입니다.

관람차의 마지막 운행은 2013년입니다.

저희 육림랜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딱 두 가지예요. 노후화된 기구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 그리고 동물들의 털이 항상 윤기가 나도록 하는 것이지요.

현재 가장 오래 머물고 있는 동물은 반달이(22년, 반달가슴곰)입니다.

임진순, 육림랜드 원장님

친구가 육림랜드에서 놀고 싶다고 해서 왔어요. 더 어릴 때는 미니바이킹을 탔는데, 오늘은 큰 바이킹을 세 번이나 탔어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서 놀이기구도 타고, 간식으로 컵라면도 먹으니 재밌어요! 친구들과 같이 있으니까 자꾸 웃음이 나와요. 심이정, 초등학교 6학년

집이 사농동인데, 육림랜드가 바로 앞이라 자주 가요. 집에 있다가 답답할 때 아이와 육림랜드에서 시간을 보내요. 바람도 쐬고, 아이가 좋아하는 회전목마도 타고, 평소에 잘 보지 못하는 동물들도 봐요. 제가 어릴 때도 왔는데, 아이와 같이 방문할 수 있어 참 소중한 곳이에요. 윤이나, 아들과 함께

놀이기구는 총 10종(공중그네, 고가 사이클, 회전그네, 회전의자, 슬라이드카, 범퍼카, 미니바이킹, 회전목마, 바이킹)입니다.

갑자기 생긴 평일 연차에 여자친구와 무작정 춘천으로 달렸어요. 여자친구가 육림랜드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구름이 잔뜩 끼어있고, 곧 빗방울도 내릴 것 같은 우중충한 날씨에 육림랜드에 도착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흐린 날의 놀이공원은 그 나름대로 좋았어요. 빛바랜 놀이기구와 한적한 놀이공원의 모습은 레트로한 분위기 사진을 찍기에 제격이었고요. 사람이 없는 놀이공원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이었지만, 육림랜드에서는 저희만의 시간을 누렸답니다. 춘천을 떠올리면 아련하고, 꿈 같았던 육림랜드가 바로 생각이 나요.

정현승, 연인에서 이제는 부부

육림랜드에 가장 오래 머물렀던 호순이(30년, 호랑이)는 박제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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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명한(춘천문화재단 정책기획팀)

맥락을맥락을읽고 가치 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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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러 내는

드 러 내는

‘평가’ 가

‘평가’ 가필요하다필요하다

※ 본고는 한국문화정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웹진 [문화정책리뷰]에 호외(2021.1.18.)로 실린 글입니다.

Column

사전적 정의로 평가(評價, evaluation)는 사물의 가치나 수준 따위를 평함. 또는

그 가치나 수준이 높은지 혹은 낮은지를 매긴다는 의미이다. 영어에서 평가 ‘evaluation’은 ex(밖으로)+value(가치)+ate(동사)’가 연결되어 있다. 즉 평가는 가치를 규명하여 드러내는 작업이다. 평가는 여러 방법이 있을 수 있지만 평가(결과)가 ‘높다’ 혹은 ‘낮다’와 같은 이분적 시각에서 접근할 때 순위가 매겨지고 경쟁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현재 문화도시 조성사업 평가가 이런 방식을 따른다. 영역마다 점수가 배정되어 있고 기준에 적합한 객관적인 근거(?)를 찾아 점수에 반영한다. 평가항목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항목설계는 이해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방식에 대응하기 위해 감점을 당하지 않는 방법론이 등장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치 족집게 과외를 받은 것처럼 모든 지역 조직구성에는 ‘거버넌스’라는 단어를 쓰고, 모든 라운드테이블은 ‘시민주도’라는 말이 붙어 있다. 하나라도 더 MOU를 맺어서 더 많이 연합하고 있다는 증거를 만들고 조례도 더 많이 더 조밀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기본이다. 마치 감점을 안 당하는 방법론을 아는 도시가 승리하는 것만 같다. 그리고 그런 단어들로 채워진 도시계획들은 차별성이 없다.

문화도시 평가과정은 서면심의와 현장심의로 나뉜다. 지역은 자신만의 선수를 앞세워 서면심의자료를 기가 막히게 만든다. 심의자료만 보아서는 이 도시가 문화도시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를 찾기가 더 어려워 보인다. 문화를 덧붙인 새로운 단어와 깔끔하게 만들어진 도식, 그래프가 지면 한가득 채워진다. 물론 잘 쓰인 보고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현장의 경험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그러나 똑같은 사업을 했어도 그 포장 기술에 따라 성과는 완전히 다르게 드러날 수 있고 직접 보고 듣지 않는 이상 그 한계는 명확하다. 또 현장심의는 어떤가. 그 역시 준비된 게임이다. 최대한 감점을 피하는 현장 코스와 PT가 준비되어 있다. 이 방법론도 점차 학습을 통해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심의위원을 의식하지 않는 자연스러움을 유지할 것, 문화도시에 긍정적인 이야기를 하되 전문가답지 않은 시민이 참여할 것. 이 보이지 않는 룰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점수에 반영이 안 된다고는 말하지만, 사실 모두 알고 있다. 눈에 보이는 요소 하나하나가 점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안타까운 점은 탈락하는 도시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도시는 정말 열심히 했지만, 그 과정을 보고서, 또는 최종 PT에서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면 너무나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제한된 20분 안에 365일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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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0일의 사업 과정을 충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까.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고민하는 담당자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결국 심의 기준 점수표다. 그리고 이 점수표에 앞에서 이야기한 방법론을 끼워 맞춘다. 문화도시 조성사업 자료를 준비하는 담당자 중에 누가 여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가.

이제 ‘평가 피로’를 말하고 싶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최소 2년의 긴 준비과정을 거친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칠 때가 많고, 계획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것 하나 쉬운 과정이 없다. 사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도 힘들지만, 유독 평가로 인한 피로가 가장 힘들게 느껴진다. 평가를 받는 것 자체가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도 있지만, 행여나 점수 기준표에서 빠진 것이 있는지, 또 감점에 해당하는 미흡한 점은 없는지 등등으로 평가일시가 다가올수록 스트레스는 극도로 높아진다. 다른 도시보다 더 높은 점수로 경쟁에서 이겨야만 하므로 그 피로와 불안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평가가 무의미하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공의 자금을 투입하여 도시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사업에 걸맞게 참여와 향유를 넘어 도시 발전의 효과와 가능성까지 평가 기준에 반영된 점은 평가의 범위 측면에서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사업의 효과나 유용성을 따져 묻지 않는 것이 관례인 문화예술계에서 이와 같은 거시적 기준을 세운 이유는 아마 도시의 관점에서 문화를 방법론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경제, 산업, 복지, 교육 등 다양한 분야와 대응하면서 경계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있는 문화정책 흐름과 더불어 전통과 현재, 개인과 사회, 삶과 가치를 연결하여 새로운 가능성을 실현하고자 하는 이 사업의 목표에 비추어 이러한 평가 기준의 의도와 맥락은 충분히 읽어낼 수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객관적 점수만으로 평가해야 하는가는 의문이다. 많은 이가 공감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논할 때는 좀 더 넓은 마음으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우열을 논하는 것이 아닌 인식의 전망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여기서는 다양성이 전제된 평가를 제안한다.

첫 번째, 특정한 날짜가 아닌 연중 수시 평가가 필요하다. 사전에 공지된 일정에 따라 진행되는 평가는 문화도시 준비과정 전반의 성과와 전망을 진단하기에 상당한 제약이 있다. 오히려 암행어사처럼 몇 번이고 해당 도시를 찾아가 사업 과정에 참여하고 관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도시 입장에서는 진정성 있게 사업을 진행하는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줄 수

있고, 그 결과를 무리해서 포장할 필요도 없다. 최종심의를 위해 머리털을 쥐어뜯는 평가 피로도 다소 줄어들 수 있다. 이 방식은 심의위원의 노력과 수고를 요구하지만 2년의 문화도시 과정을 준비하는 도시를 온전히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방식과 차별된다.

두 번째, 점수만이 아닌 다양한 평가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도시를 방문하고 느낀 사업의 성과와 의미를 채점이 아닌 비평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현장을 관찰하고, 때로는 사업에 참여하여 점수가 아닌 비평critique, 리뷰review 등을 통해 평가를 다양한 방식으로 수행한다면 어떨까. 작성된 평가내용은 다른 심의위원과 공유하고 상호 논의를 통해 의견을 구체화해서 지역 관계자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방식은 무엇을 했는가 또는 안 했는가에 대한 근거 찾기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비평에서 중요한 것은 횟수나 실행 여부보다 그 이면의 맥락을 읽어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제안하는 방법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평가 방식의 다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은 강조하고 싶다. 문화도시가 도시 고유의 자원을 다양한 측면에서 활용해 창조성을 발현하는 것인 만큼 평가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우러져야 한다. 다양한 평가가 다양한 결과를 이끈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문화의 담론을 도시까지 확장했다. 기존 문화사업이 개별 프로젝트로 완결되는 것이라면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조례, 예산, 조직 등 도시정책의 여러 분야로 확장된다. 문화정책이 비문화적 목표와의 균형을 모색하는 지점으로 이동한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그러나 과정에 대한 평가는 도시 발전을 견인하는 목적에 비해 너무나도 갇힌 시선에 머무르고 있다. 평가란 ‘가치를 찾아서 드러내는 것’이고 ‘가치가 형성되도록 재구성하는 것’이다. 점수만으로 평가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준비하는 지역의 구성원들은 다 알고 있다. 심의위원이 우리가 쓴 보고서와 자료를 얼마나 꼼꼼하게 읽고 질문하고 있는지. 바로 그 책상에 놓인 자료들이 너무나 많은 피로, 스트레스와 분투하며 불철주야 만든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다양한 각도로 평가해주기를 기대한다. 단점을 부각하는 근거 찾기를 걷어내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피부에 와 닿는 생산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도시의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좋은 평가 제도 안에서 드러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선과 방식이 교차하였으면 한다.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피로감이 아닌, 설레는 작업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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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걸 보면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봄이 온다는 것만으로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밤은 짧아지고 낮은 길어졌다 얼음이 풀린다 나는 몸을 움츠리지 않고 떨지도 않고 걷는다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만으로도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몸을 지나가도 상처가 되지 않는 바람 고영민, ‘봄의 정치’ 中

최수현(춘천문화재단 정책기획팀) 포토그래퍼 강승원

Scene–1

춘천문화시민모임〈봄바람〉

2021년, 춘천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역의 문화 자산을 활용해 지역 주민의 문화적 삶을 확산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구심점은 시민력이다. “봄바람”은 문화도시 공공 조례로 지켜지는 최초의 문화시민모임이다. [알아가는 참여자 ▶ 도전하는 주도자 ▶ 움직이는 연대체 ▶ 확산하는 시민력] 4단계로 활동의 저변을 넓혀갈 계획이며, 오는 5월, 시민의 작은 행동으로부터 도시의 전환을 이끌어 갈 더 많은 ‘낭만 이웃’들을 모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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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현빈

임향숙

박소연

홍동식

지현옥

정주영

이은정

정인화

이한나

신준철

이로이스

정미경

3월 16일, 제2차 봄바람 추진단 정기회의에 참석한 추진위원들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직업도 나이도 제각각이지만 우리는 함께 춘천에 살고 있다.

이범준 안윤희 김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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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도 하고, 난춘亂春이라고도 했다. 3월의 시작에 춘천에는 기록적인 눈이 내렸다. 사람들은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마음대로 모이지 못한다. 날이 많이 따뜻해졌네요. 코로나가 끝나면 꼭 뵈어요. 인사치레를 하면서도 마음이 녹다 만 눈처럼 축축하다.

‘봄바람’이라는 단어가 가진 힘은 요상하다. 춘천春川의 봄바람이라니, 뻔하다 싶다가도 살갗에 닿는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을 떠올리게 된다. 봄바람에는 매서움이 없다. 그래서 새순 돋기 시작하는 언덕에 주저앉아 무슨 이야기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마음 풀고 울어도 될 것 같다.

두 번째 정기회의로 만난 봄바람 추진단들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엿보였다.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연대체로써의 역할론을 정하고, 시민협의체의 제도화와 조례 안의 명문화를 논의하는 자리라고 하기에는 밝고 쾌활하고 다정했다. 1월과 2월에 걸쳐 소규모 대화모임을 통해 만나며 도시를 살아가는 다른 이웃들의 삶을 서로 들여다본 탓이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든 만나야 하는 것 같아요. 여럿이 만날 수 없는 자리에서 더욱 긴밀하고 소상한 이야기가 오가더라고요.” “봄바람 추진단으로 어떤 활동을 해 나갈지 논의하기 위해 모였는데, 내 삶,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됐네요. 오전에 만났는데 점심 먹고

커피도 마시고 헤어졌어요.”

“똑같은 일상, 평소의 생활반경 안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과 친해졌어요.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게

마음을 주게 되었습니다.”

“문화란 게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었더라. 우리 마을과 골목길, 모퉁이에도 문화가 와 닿을 수 있더라. 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발견을 하면 좋겠어요.”

봄바람들의 이야기는 어렵지 않았다. 살갑고 반가웠다. 춘천이 말하는 전환, 우리가 만들어가야 하는 문화도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과 가치관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봄바람은 더 이상 계절의 변화나 날씨의 변덕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 스스로의 역할을 스스로 정하는 과정을, 유연하고도 짱짱한 바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지나는 중이다. 우리의 바람이 곧 도시의 봄으로 다가서고, 낭만 가득한 사람들의 곁을 지켜줄 이웃들이 될 때까지 이러한 모의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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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기다리는 마음

마지막으로 공연을 본 게 언제였는지. 객석에 귀한 요즘 〈춘천 라이브 박스〉에서는 춘천 기반 앉아 휴대폰을 끄고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린 게 예술가들의 공연을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언제였는지 까마득하다. 라디오 방송 녹화를 보러 종종 갔었고,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옆

만나볼 수 있었다. 첼리스트 홍진호부터 밴드 양반들의 전범선, 발레리노 김희현, 프로듀서 도시의 재즈 축제를 가는 걸 기다리곤 했었는데 SAZA의 이호윤, 김유정 봄봄을 모티브로 한 하나 둘 포기하는 생활이 익숙해진 것 같아 괜히 ‘극단 아리랑’의 공연까지 이제껏 억눌렀던 서글퍼진다. 이런 마음을 알아준 건지, 공연이 예술가들과의 만남을 가능하게 해줬다.

춘천 라이브 박스 축제극장 몸짓에서 3월 3일부터 3월 17일 사이 일주일에 두 번씩 진행된 고품질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공연이다. Red, Blue, White, Purple, Yellow 총 다섯 개의 색깔을 가진 라이브 박스 공연은 유튜브와 네이버 TV를 통해 생중계되었다. 2021 한국문화예술회관 방방곡곡 문화공감 기획 및 제작프로그램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춘천문화재단이 진행했다.

Scene–2

에디터 권용식 사진 이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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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뉴노멀시대

라이브 박스 공연은 현장에서 공연을 볼 수 없는 관객들을 위해 영상 스트리밍 방식으로 유튜브와 네이버TV에 송출하는 새로운 시도다. 관객들에게 최대한 현장감을 전달하기 위해 적지 않은 노력과 협의가 있었다. 또한 공연의 영상화는 춘천의 공연예술을 전 세계로 알릴 수 있는 기회일 수 있다. 그래서 라이브 박스는 지역이라는 공간에 대한 탐구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 결과 춘천 출신의 예술가들과 춘천을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가 담긴 공연들이 준비되었고, 박스 형태의 공연장인 몸짓극장에 다섯 개의 색깔을 담은 공연으로 활력을 불어 넣었다. 화이트 박스, 발레리노 김희현은 단지 공연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관객들이 함께 스트레칭을 할 수 있게 연출했다. 인터렉티브한 공연의 현장성이 영상을 보는 관객에게까지 닿아 집에서 따라할 수 있도록 송출되었다. 라이브 박스는 총 연출가 없이 문화재단 공연기획팀과 지역인력들로 구성된 각 분야의 감독들이 함께 협의하고 고심해 만든 공연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추어 새로운 표준, 뉴노멀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 담겨 있었다. 민경욱 무대감독을 만나 더 자세한 이야기를를 들었다.

“관객과 함께 하는 공연”

새로운 형태로 진행되는 공연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관객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했다. 공연은 관객을 위해 존재하고 완성되기 때문에 관객의 시선에 방해되는 것들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온라인 공연을 위해서는 카메라 위치와 동선을 우선시 해야 하기에 관객의 시선을 방해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현장을 방문한 관객들의 이해와 배려로 온라인 공연을 잘 진행할 수 있었다고 했다.

“공연을 완성하기까지 무수한 소통이 필요했어요.”

사람의 눈으로 직접 보는 것과 영상에 잡히는 조명 빛의 느낌에는 큰 차이가 있다. 조명감독과 영상감독이 서로 협의와 조정을 해가는 과정이 필수적이었다. 이 부분도 일반 공연과는 다른 작업점이었다. 전체 총괄이 없는 점에 대해서도, 재단 기획팀과 각 파트의 감독들이 여러 번의 사전회의와 현장에서의 끝없는 논의로 연출안을 만들어가며 공연을 완성했다. 많은 공연을 준비해 보았지만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작업이 될 것 같다고.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관객으로서 레드 박스 홍진호의 〈태양의 노래〉 공연을, 영상 시청자로 블루 박스 양반들의 〈발명왕염성찬〉 공연을 보았다. 레드 박스 공연을 보면서는 첼로와 클래식 기타 선율을 바로 앞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첼로를 켜는 홍진호의 몸짓은 흥겨운 음악과 함께 춤사위처럼 느껴져 덩달아 흥이 났다. 양반들의 공연은 공연 자체에서 나오는 시원함과 경쾌함이 있었다. 영상을 통해 공연을 본 관객들은 대부분 “귀한 공연 고맙습니다.”, “코로나 시국에 이런 고퀄리티 예술을 무료로 보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와 같이 댓글로 감사함을 표현했다. 박수를 치고 조용히 빠져 나오게 되는 현장과는 다른 또 하나의 소통이었다. “채식주의자로 방송에 나오는 모습만 알고 있었는데, 노래가 너무 좋아서 놀랐어요. 코로나로 공연장 간지 오래됐는데 이렇게 볼 수

있어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앨범 나오면 들을게요, 양반들”

현장에서 공연을 본 관객 코멘트도 덧붙인다. 영상 안에서도, 영상 밖에서도 음악과 공연을 사랑하는 이들의 열정과 공연이 계속 이루어지길 바라는, 소통하고자 하는 마음이 절절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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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을 보는 이유

공연을 보며, ‘우리는 왜 공연을 보고, 준비하며, 무대에 오르는지’ 생각했다. 완벽해 보이는 무대의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인간다움, 직접 만나 대화할 수 있는 즐거움은 실시간으로 만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성균관대 앞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전범선에게 댓글로 책을 많이 읽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중간 준비시간 오디오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화를 나누면서 남춘천역 앞에 있는 헌책방을 알게 되기도 하는 게 아닐까. 공연이 사람과 예술가를 연결해주는 한, 코로나 시대에도 끊임없이 무대와 객석은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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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재단 소식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춘천문화재단이 새로운 얼굴로 여러분께 다가섭니다. 문화의 초성 ‘ㅁ'과 ‘ㅎ'은 문처럼 보이기도 하고, 열쇠구멍처럼 보이기도 하고, 음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는 ‘문화'의 힘을 더 가까이, 더 멀리까지 꿈꾸어 나가겠습니다.

News

문화도시 춘천이 궁금하다면

거리마다 붙어 있던 ‘문화도시 지정’ 축하 현수막! 그런데, 문화도시가 뭐야? 기대와 궁금증 가득한 시민들을 위해 2월 2주간 10차례에 걸쳐 사업설명회를 진행했습니다. 아쉽게 놓치셨다고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5인 이상 모인 곳이라면 올 한 해 내내, 문화도시센터 직원들이 직접 찾아가 문화도시 사업을 친절하게 설명드립니다. 033-259-5423으로 신청해 주세요.

예술선생님은 공부 중

작년 ‘학교 밖 창의예술교육’으로 아이들과 함께 만났던 “예술선생님”들이 올해도 더 즐거운 수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계십니다! 올해는 10개 초등학교에서 교과목+예술을 결합한 재미있는 수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따뜻한 5월, 학교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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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의, 예술인에 의한, 예술인을 위한

축제극장 몸짓 옆, 예술소통공간 곳에 〈춘천아트라운지〉가 만들어집니다. 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자리를 비롯해 춘천 안에서 지속 가능한 창작활동을 가능케 하는 정보들, 새로운 가능성과 연결고리들을 공유하고 나눕니다. 춘천 안에서의 예술 이야기, 예술가들의 고민을 들려주세요. 아트라운지에서 함께 나누며 ‘같이의 가치’를 찾아갑니다.

새롭게 꾸며지는 문화예술회관

1993년 개관 이래 처음입니다! 수많은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로 메워지곤 했던 문화예술회관 공연장의 상부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있습니다. 구동부의 작동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뀐다고 하는데요. 더 안전하고 멋진 무대 위에서 펼쳐질 재개관 공연도 기대해 주세요!

봄의 소리 전하는 춘천시립예술단

매년 전국 유명 교향악단들이 한자리에 모여 축제의 장을 펼치는 〈교향악축제〉에 춘천시립교향악단이 올해도 초청을 받았습니다. 4월 4일 일요일 오후 5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이종진 지휘, 바이올리니스트 배원희의 협연과 함께 아름다운 무대가 펼쳐집니다.

2020년 축제극장 몸짓 로비음악회 〈Play 피아노〉 공연현장

청소년 음악가들의 정성 어린 무대

4월 30일, 축제극장 몸짓 로비에서는 춘천 음악계의 미래를 이끌어갈 청소년 음악가들의 무대가 펼쳐집니다. 청중 앞에 서는 경험, 좋아하는 곡을 연주하는 경험 멋지고 근사한 무대매너까지 함께 배워요. 클래식 똑똑 〈라이징 스타〉에서 춘천 꿈나무들의 음악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더 궁금한 이야기, 자세한 이야기는 춘천문화재단 홈페이지 www.cccf.or.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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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우울 과 낭 만

춘천의 낭만은 숨겨져 있어. 마치 섬처럼, 다가갈 수 없는 낭만인 거지. 자전거 타고 가다 보면 강 건너에 섬이 있어. 그 섬에 가서 캠핑도 하고 싶고, 축제도 하고 싶은데 들어갈 수 없더라고. 개발을 하고 있거나 개인소유로 바뀌었거나. 그래서 낭만이 숨겨져 있거나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해. 2003년 스무 살, 마임축제가 열렸던 고슴도치 섬에 가보고 정말 큰 충격을 받았었어. 고슴도치섬이야말로 춘천이 갖고 있는 낭만의 엑기스라고 생각했는데 사라졌잖아. 제일 아쉽고 아까워. 작년 하중도에서 열렸던 [어바웃 중도] 축제 때 공연자로 참가했는데 어두운 숲에서 조명을 밝히고 가장 원초적인 모습으로 공연을 올렸었어. 팬티만 입고 안무도 짜지 않은 채. 밤인데다가 섬이니까 얼마나 추웠겠어. 바람도 많이 불고 몸에서는 김까지 났는데. 하지만 이 경험이 내겐 너무 소중했어. 중도의 분위기, 섬만의 자연환경 속에서 감각들이 깨어나고 새로운 영감을 얻게 됐거든. 예술가 입장에선 이런 게 참 자극적이야.

어느 도시든지 사계절을 겪지만, 춘천에서는 유독 계절감을 잘 느낄 수 있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마음이 크게 일렁거리고. 이런 게 바로 춘천의 낭만이 아닐까 싶어. 2년 전쯤인가 춘천에 기록적으로 눈이 내리던 날, 친구와 커피를 마시러 구봉산으로 가고 있었거든. 달리는 차 안에서는 영화 러브레터의 OST가 흐르고 있었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눈이 쏟아질 것만 같았어.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했지만 듣던 노래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지. 멍하니 노래를 들으며 내리는 눈을 보던 날, 나는 아직도 그날의 풍경을 잊지 못해. 내가 다니던 회사 사무실이 소양 1교와 2교 사이에 있었거든. 그래서 가끔 상고대랑 물안개를 볼 수 있었는데, 마치 그림 같던 풍경도 생각 나. 물안개가 가득한 소양 1교를 건널 때면 구름 위에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거든. 소양 3교 근처에는 춘천 사람들도 잘 모르는 수변공원들이 있는데 여름이 되면 금계국이 만발해. 그 사이로 다닐 때면 이제 정말 여름이 되었구나 싶기도 하고, 나만 알고 있는 장소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져. 이런 계절의 변화가 온몸으로 느껴질 때 시상도 잘 떠오르는 것 같아.

Diary

— 강충만, 무용가

— 오성현, 작가

서울에 있다가 춘천에 오면 느껴지는 고즈넉함이 내겐 낭만이야. 고향에 왔다는 따뜻한 느낌, 산과 호수가 늘 가까이에서 주는 편안함 말이야. 춘천에서 나고 자란 작곡가로서 작품에도 춘천을 늘 표현하고 있어. 콧구멍다리라고 부르는 세월교 주변에 가보면 특히 해가 질 때 물가가 온통 빛나고 새들이 모여 있거든. 그 풍경을 보고 ‘은빛새터’라는 작품을 만들었어. 또 소양강 상류의 두 갈래 물길이 합쳐지는 지형이란 의미, 춘천의 옛 지명인 ‘우수주’로 만든 작품도 있어. 내가 태어난 곳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지. 최근 몇 년 사이 높은 건물과 아파트가 많아지더라. 도시화 되어가는 모습이 참 우울해. 예전엔 소양댐 근처만 가도 무언가의 장엄함이 느껴졌는데 지금은 힘이 많이 빠진 느낌이야.

— 안성희, 작곡가

춘천의 낭만은 고립되어 있어. 고요함에 가둬진 느낌이야. 사람들은 보통 안개, 호수, 산 그리고 글, 그림, 음악이 있어서 낭만이 존재한다지만 이것들은 추상적이고 막연하기도 하잖아. 다듬어지지 않은 작은 길, 나만 알고 있는 나무 그늘, 자주 가는 강가, 이렇게 유명하지 않은 데가 낭만인 거지. 그래서 고립되기 시작하면 쓸쓸함과 우울함을 느끼고, 이 감정은 조용히 사색에 빠지게 만들어. 여기서 깨어날 때쯤 그 묵었던 것들이 그림으로 표현 돼. 고민하고 외롭던 순간들에서 벗어날 때쯤 마음이 내려앉으면서 그림이 나오는 거야. 그래,내 낭만은 고립에서 나와.

— 서현종, 회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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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향수병처럼

봄마다 제주의 유채꽃과 벚꽃물결이 눈에 아른거렸다.

봄의 도시 춘천(春川)은 봄을 기다리는 도시다.

3월을 시작하던 날, 춘천에는 함박눈이 내렸다.

올 봄에는 마스크 단단히 장착하고 봄내 물길 따라 걸어야지.

약사천 오리도 보고, 공지천 오리배도 타고

더 커버릴 아이들과 열심히 자전거도 타야지.

정승희

‘사랑이란 예쁨의 발견’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자꾸자꾸 예쁜 모습을 발견해서 더 더 좋아지는 것.

걷기 좋은 길,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 산과 물, 올망졸망 가게들….

멀리 갈 것 없이 주변을 둘러보면 만날 수 있는 춘천의 낭만이 있다.

춘천에서 살아가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가 봄이 왔다.

아아 예쁘다.

Editor’s Note

권용식

한혜진

최수현

소양강에 송어 낚시를 갔다.

오리들이 물 위에 떠 있었고, 물은 세차게 흘러갔다.

얼음은 온데간데 없었고 물 내음에는 봄 향기가 실렸다.

꽃눈들이 움트고 있었다.

아무 것도 잡지 못했다. 그것도 좋았다.

풀과 강과 돌 사이의 내가 좋았다.

사람이 드문 강을 보며 한참을 있었다.

올해는 더 자주 이렇게 머무르려 한다.

봄호를 준비하며 저마다의 낭만을 듣다보니

춘천에 살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자연환경에서 오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애정하고, 또 위로받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봄이 밝았습니다. 설레는 맘으로 안전하게 춘천을 즐겨주세요.

강과 호수, 산과 섬이 다정하게 맞이해줄 거예요.

지난 겨울에 죽어 버린 화분을 왜 버리지 않느냐고

사람들이 물어볼 때마다

봄이 되면 새로 자라지 않겠어요? 반문하고 물을 주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우스갯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정말로 새순이 돋고 있다.

살아 있었구나. 기특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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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문화매거진2021 봄

PUBLISHER 발행인 최돈선

EDITOR IN CHIEF 편집장 고영직

CONTENTS & EDITORIAL DIRECTOR 부편집장 한혜진

EDITOR 취재 권용식, 정승희, 정현경

PHOTOGRAPHER 사진 강승원, 김효주, 이원일, 이종희

ILLUSTRATOR 삽화 한선주

춘천문화매거진 POT 제26호 [환상과 낭만] 2021년 04월 발행

ART DIRECTION & WEB DESIGN 디자인 이건하

발행처 춘천문화재단 강원도 춘천시 효자상길 5번길 13

ADMINISTRATION 기획총괄 김희정, 강승진

정기구독 033-259-5800 www.cccf.or.kr

MANAGEMENT 운영 강정지, 최수현

인쇄 강원일보

POT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춘천문화재단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글과 사진은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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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N 2508-6316

Things of Memory—목마 자전거, 38.4×28.5cm, Acrylic and Pencil on Pap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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