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문화놀이매거진 POT 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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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문화로 같이 즐기다
OPEN
문화로 마음을 활짝 열다
TALK
문화로 함께 이야기하다
POT이 이야기하는 춘천문화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춘천 시민의 삶 속에서 엿볼 수 있는 일상의 모습, 그 안에 담긴 보석 같은 이야기를 뜻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예술가와 청춘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지트로 자리매김해 온 춘천. POT은 춘천이라는 멋진 지역을 춘천 시민과 춘천을 찾은 사람들이 보다 즐겁게 향유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펼쳐 보이겠습니다.
POT에는 ‘(다양한 것을 담는)그릇, 솥’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춘천문화매거진 팟은 문화로 다 같이 즐기고 소통할 수 있도록 지역의 다양한 문화 콘텐츠와 트렌드,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슈 등 생동하는 춘천의 문화예술을 한 데 담아내는 그릇이 되겠습니다.
잘 지내고 있나요?
N.22
Contents
Letter 편집장의 여는글
Lifestyle 아침을 먹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Somewhere 일상이 빛나는 공간
Creator 창작자의 요즈음
Artist 소외(疏外)된 풍경을 어루만지는 몽상가
Books & 50년 만에 다시 만난 솔제니친
Column 코로나 19시기, 예술 접근성을 생각하다
Scene-1 문화도시 춘천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안부
Scene-2 클래식 꽃피는 봄이여, 어서 오라
Calendar 공연 · 전시 · 행사 일정
News 춘천문화재단 소식
Diary 춘천 곳곳에서 기록한 창밖 풍경
Editor’s note
Letter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 코로나19가 전 지구적으로 대유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멈추었습니다. 산업이 멈추고, 사회가 멈추었으며, 우리 일상 또한 멈추었습니다. ‘자연의 역습’에서 비롯한 재난이 앞으로는 일상화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잿빛어린 경고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코로나 블루가 우려되고 있습니다. 결국, 코로나19를 이겨내는 힘은 회복탄력성(Resilience)입니다. 전염병에 대한 개인의 면역력을 높여야 하고, 대한민국의 집단 회복력을 높여 사회를 보호해야 합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의 삶을 깊이 생각해야 합니다. 춘천문화재단에서 ‹봄의 도시 춘천이 묻습니다, 당신의 안부를›을 준비하고, 청년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한 ‹방구석○○○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도 그런 고민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겸손’을 배워야 합니다. ‘흙’을 의미하는 라틴어 후무스(Humus)와 ‘겸손’을 뜻하는 휴밀리티(Humility)의 어원이 같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차분한 명랑함을 잃지 않으려는 ‘심리 방역’도 더없이 중요합니다. 참호처럼 기쁨을 방어해야 합니다. 누구나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되어 치열한 무력(無力)의 힘을 생각하며 다르게 행동할 줄 아는 한 줌의 용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내 기분은 내가 정해. 오늘 나는 행복으로 할래”라는 인상적인 대사가 나옵니다. 나를 소중히 여기며, 내 곁에 있는 누군가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걱정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어느 시인이 “말은 또 하나의 손이었다”(백무산,「사람의 말」)라고 표현한 것은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너’를 쬐어야 하니까요. 코로나19 시대, 당신의 안부를 묻습니다.
편집장고영직
아침을 먹으면 기분이 좋거든요
일상을 일상답게 만드는 첫 번째 방법
나만의 근사한 아침식사로 하루를 시작하기.
Lifestyle
사진이수정, 정완호, 한혜진 에디터권용식
“가장 중요한 시간”
아침의 시작에 따라 하루를 어떻게 보내게 될지가 결정되는 편이에요. 부지런히 시작한 하루는 열심히 살아가게 되고, 가족들과 아침부터 웃는 얼굴로 시간을 보내게 되면 저녁까지 다정한 하루를 보내게 돼요.
이수정 (퇴계동)
“도미노 게임의 시작”
출퇴근 시간이 길어서 아침이 시간 전쟁이에요. 1분이라도 여유를 부리면 도착 시간이 와르르 늦어져 초 단위로 아침을 보내죠. 그래도 덕분에 아침형 인간이 되어서 매번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라디오도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
변애리 (석사동)
“힐링 그리고 채움”
전 요리를 굉장히 좋아해요. 아침잠도 없어서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아침에 만들어 먹음으로써 풍성해지는 시간의 힐링! 그리고 맛있는 음식으로 온몸이 채워지는 행복이 즐거워요.
이공주 (후평동)
“전쟁과 평화”
10개월 된 아기와 함께 지내다 보니, 아침밥을 먹을 때면 옆에 와서 놀아달라고 매달리는 통에 아기와의 전쟁이 시작돼요. 근데 아기가 너무 예뻐서 전쟁과 평화가 동시에 오는 기분입니다.
정완호 (퇴계동)
“초기화하는 시간”
아침은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을 초기화하는 짧지만 기분 좋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저는 편안한 장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를 매일 아침마다 챙겨 먹습니다.
김다솔 (거두리)
일상이 빛나는 공간
외출을 줄이고 약속을 미루며 모두가 움츠러들었다. 가벼운 산책마저 망설여지는 요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산책’ 스팟을 찾아봤다.
평온한 일상을 잃지 않기를, 춘천의 봄을 잃지 않기를.
가능하면 주말은 피하고, 이왕이면 코로나 사태가 종식되고 찾기를 권합니다.
Somewhere
권용식, 한혜진 사진 에디터
권용식
01 상중도 배터
의암호의 물빛은 바다처럼 멀고 아득하다. 호수를 보고 있노라면 평온한 마음이 자연스레 스민다. 현재 상중도 배터는 춘천대교 건설 등의 이유로 배편이 끊긴 지 오래다. 그래서 인적이 드물어 조용히 걷기에 좋고, 일렁이는 호수 곁에서 가만히 귀 기울이고만 있어도 좋다.
TIP 상중도 배터는 소양강 스카이워크, 소양강 처녀상이 위치한 봄내길과 연결되어 있어 강 따라 걷기에 최적화.
02 우두산 (충렬탑, 우두정)
등산을 좋아한다. 하지만 등산에는 시간과 어느 정도의 각오가 필요하기 때문에 망설여지곤 한다. 이럴 때, 우두산을 추천한다. 우두산길은 등산보다는 산책에 가깝다. 활짝 핀 개나리꽃을 구경하며 호젓한 길을 걷다보면 평평한 정상에 금방 도착한다. 충렬탑 앞에서 조국을 지킨 선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져보기도 하고, 우두정에서 잠시 쉬며 딱따구리가 집을 짓는 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다.
TIP 나지막한 우두산은 딱따구리를 비롯한 노랑할미새들이 서식하고 있는 조수보호지역이며 우두산 밑으로는 소양강 옆의 산책길인 우두강둑길과도 연결되어 있어 산책하기 좋다.
04 교동도시숲 또는 하늘공원
도심 속 숲이 있다. 하늘공원으로도 알려진 이곳은 한림대와 봉의산, 그리고 교동과 효자동을 이어준다. 마음이 답답할 때 교동도시숲에 올라가면 시원한 풍경에 마음이 트이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쁜 일상 속 짬을 내어 걷기 좋은 공간.
TIP 교동도시숲 인근에는 카페와 독립서점이 여러 개 자리하고 있어 함께 방문하기 좋다.
03 춘천박물관 기억의 정원
코로나 19의 여파로 박물관 운영은 잠정 연기됐다. 하지만 박물관 뒷편에 위치한 ‘기억의 정원’은 이용가능하다. 정원에 들어서면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문인석과 봄꽃들이 나를 반겨준다. 벤치에 앉아 잔잔한 바람을 느끼며 홀로 서 있는 나무 한 그루를 감상해보는 건 어떨까.
05 고구마섬 들어가는 길
섬은 특별한 느낌을 준다. 고구마섬에서 보는 춘천의 도심 풍경은 낯설지만 정겹다. 비록 짧은 다리로 연결된 작은 섬이지만 정제되지 않은 자연스러운 멋이 있다. 한가로이 헤엄치는 물새들을 보며 천천히 걸어보는 건 어떨까.
TIP 스멀스멀 내려앉는 푸르스름한 노을의 기운이 무척 신비하며, 상중도의 고산에 해가 지는 낙조도 장관이다.
06 춘천문학공원
서면 금산리에 위치한 공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근현대 작가들의 대표 문학 작품들을 감상하며 산책할 수 있는 공원이다. 공원 부지가 무척 넓은 데다가 방문하는 사람이 비교적 적어서 산책하기 좋은 한적한 공간이다.
창작자의 요즈음
3인의 창작자 이야기
한아름 어텀바이어텀 대표
취향이 확실해지던 시기, 문득 기성품 중에서 입고 싶은 옷을 찾기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심플하고 간결한 것을 좋아한 그는 문득 ‘옷을 한 번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에 재봉을 배우기 시작했고 패브릭 소재에 눈을 떴다. 옷과 함께 가방과 파우치를 만들다 보니 오히려 소품제작에 더 재미가 붙었다. 직접 만들었다는 생각에 만족감이 높았고, 그렇게 제작한 것들을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다 보니 점점 실력도 늘고, 제작품 수도 늘어나게 됐다고. 내 취향의 옷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취미생활이 벌써 7년이 지나 직업이 되었고 어텀바이어텀은 어느새 5년을 훌쩍 넘겼다.
Q. 하루 중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나요?
무엇을 또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해요. 주로 제가 쓰고 싶은 걸 만드는데요, 내가 좋아하는 것,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다행히 매출 내가 쓰고 싶은 것을 만들면 다른 분들도 좋아할 것 같거든요. 봄 신상으로 새로운 가방을 생각 중이에요. 그리고 앞치마도 봄 컬러로 새로 만들었어요.
Q. 일과 관련 없이 오롯이 내 욕구와 욕망을 위해 하고 있는 일을 한 가지 꼽아보자면?
Q. 제작품에도 변화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신혼집에서 쓸 그릇을 만들고 싶어서 도자기를 배워요. 물레 돌려서 만드는 그릇들, 접시들 다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싶어요.
Creator
에디터 황시내 포토그래퍼 이원일
* 어텀바이어텀은 패브릭을 이용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제작합니다. 주로 가방이나 파우치, 앞치마, 가랜드를 만들며 공방이자 작업실이 효자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autumnbyautumn
Q. 날이 따뜻해지면 플리마켓을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휴장 공지를 봤어요. 지내기 괜찮으신가요?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요. 꾸준히 해 왔기에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큰 힘이 되고 있어요. 다만 정기적으로 만나 일상을 환기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던 마켓 셀러들,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하지 못한다는 것이 너무 아쉽죠.
갑자기 2월 말부터 마스크를 만들게 됐어요. 저 원래 10시 출근, 7시 퇴근이거든요. 근데 마스크를 만들면서 아침 7시에 출근을 했어요. 그렇게 작업하지 않으면 택배 발송 시간을 못 맞추게 되더라고요. 한 달 동안 어마어마했어요. 12시간을 꼬박 일했으니까요. 공적마스크가 확보된 다음부터 기존 작업과 밸런스가 맞아졌죠.
마냥 행복하기만 할 수 없는 시기. 그럼에도 한아름 대표는 꾸준함을 무기 삼아 새 작품을 기획하고 있고, 이후에 해 나갈 일들을 상상하며 소란스러운 때를 지나는 중이다.
김진환 사회적협동조합 무하 공연팀장, 연극 연출가
태권도 유소년 국가대표 출신으로 2차 성징 시기를 지나며 한참을 방황했다. 청소년기 내내 남 탓 하며 꿈에 대한 동력을 잃을 즈음, 열여덟 살에 본 영화 ‹사생결단›이 그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다시 꿈을 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전지를 펴놓고 가운데 이름 세 글자를 썼다. 하루 종일 마인드맵을 그리며 나에 대해 고민했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따위를 늘어놓으니 노래와 연기가 눈에 띄었다. 노래는 곧잘 하는 편이었고, ‹사생결단›의 류승범처럼 ‘누군가의 생각이 바뀌어서 그 사람의 인생을 바뀌게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연기를 해보고 싶어졌다. 그 길로 대학로에 찾아가 무작정 연기를 배웠다. 그렇게 연극과 마주했다.
Q. 하루 중 무슨 생각을 가장 많이 하나요?
요즘은 공연 생각만 해요. 곧 연습에 들어가는 ‘흡연예방극 리턴’ 각색 작업을 주로 하고, ‘드림캐쳐’라는 공연도 준비 중이에요. 연출노트를 작성하거나 가사와 대본을 만들고 있어요.
Q. 작업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을까요?
첫 연습의 연출노트와 텍스트 분석, 매 장면 모두 함께하는 피드백 시간이요. 첫 연습은 공연 준비의 시작이고, 모든 배우와 모든 스태프가 함께하는 자리예요. 연극은 한 사람의 열 걸음이 아니라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적협동조합 무하는 청소년 문화예술 단체로 2012년부터 지역에서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쳐오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공연을 만들고 무대에 올리며 ‘무조건 하자’는 정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mooha_chuncheon
Q. 지역에서 연극 연출을 하고 배우로 산다는 것이 녹록치 않겠어요.
외로운 시간이 있어요. 문득, 이곳에 일로 엮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게 느껴질 때요. 그리고 비슷한 일을 하는 친구들이 돈 때문에 힘든 모습을 지켜본다는 게 좀 그래요. 아주 조금만 해결되면 좋겠어요. 연습시간 준수나 최저임금 보장 같은 거요. 엄연한 직업인데 좋아서 하는 일로 합리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이 있습니다.
Q. 현재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데 개인적인 작품 활동에 대한 싶은 욕심은 없나요?
무하는 저를 직장인이 아닌 예술가로 존중해줘요. 미리 계획하고 함께 공유하면 언제든 개인작품 활동도, 외부 협력 활동도 가능해요. 올해는 무하의 공연팀장이라는 위치에서 충실하게 작품 연출에 집중하고 싶어요. 가장 하고 싶은 작품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작은 방’일 거예요. 저의 대표작이자, 은퇴작이기를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알아주었으면 해요.
그는 자신이 연극을 만나게 된 일이 ‘높새바람을 만난 것’이라고 말했다. 늦봄과 초여름 사이에만 태백산맥을 넘어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 특정 시기에 특정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바람. 열여덟 살에 영화를 봤기 때문에 연기의 길을 알게 됐고, 대학로에 찾아갔기 때문에 지금까지 연극을 하고 있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그는 연극과 무대를 사랑하고 있다.
오은경 있는 그대로 서점 운영
심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내 마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였다는 오은경 대표. 사람마다 각자의 상처가 있고, 본인도 예외는 아니었다고 한다. 인식을 확장함으로써 조금 더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공부를 시작했고, 공간을 만들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Q. 요즘 어떤 감정과 마주하고 계세요?
모임을 준비할 때 에너지를 꽤 많이 쏟아 왔는데요,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여유로움을 느껴요. 일정에 치여 하지 못한 일들을 처리하는 데서 오는 시원함도 있고요. 그리고 우리 모임 멤버들이 좀 그리워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의 욕망에서 시작해서 타인의 욕망과 교집합을 찾아내고 있어요. ‘나는 이걸 하고 오라고 할 수 없잖아요. 예상치 못한 상황이 장기화 될 싶어. 같이 할래? 같이 하자!’ 이렇게. 만약 타인의 조짐이 있다 보니 내가 언제까지 이런 삶의 방식을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어요.
Q.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을까요?
아침에 눈을 뜨면 빈 종이에 세 페이지 정도 떠오르는 것들을 다 적어요.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 걱정, 불안들을 의식처럼 다 쏟아내요. 일명 저의 감정 쓰레기통이라고 해요. 사람을 많이 만나니까 제 에너지나 기운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관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로 바로 넘어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 있는 그대로는 코칭 전문가 자매가 운영하는 책방으로 다양한 모임과 워크숍을 상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쓰기 워크숍, 성장 워크숍, 색채심리 워크숍&심화과정, 애니어그램 워크숍, 식물산책 에코클래스, 독서 모임 등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sister_table
Q. 일을 하다보면 자꾸 타인의 욕구를 고민하게 되잖아요. ‘나의 욕구와 욕망’을 위해서 하고 있는 일을 꼽아보자면?
Q. 그 많은 워크숍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나요?
사람들이 저희 공간에서 나갈 때의 표정에서 가장 큰 에너지를 얻어요. 워크숍을 하면서 저 자신이 즐겁기도 하고요. 저희는 개인적인 정보를 오픈하지 않고 사람 대 사람으로 이야기를 나누거든요. 거기서 느끼는 옅은 연결감과 자유로움이 좋아요.
욕망에서 시작했다고 하면 저는 결코 지금처럼 많은 모임을 꾸준히 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제 욕망을 일에 많이 녹이고 있어요.
Q. 공간에 사람이 편히 드나들지 못하는 시기인데,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궁금해요.
시설 정비를 하고 있어요. 찾아오시는 분들이 뭐가 불편할까? 고민하면서요. 또 평소에 음식을 잘 못 챙겨 먹어서 끼니를 잘 챙겨 먹으려 하고 있어요. 새로운 공부를 하는 걸 좋아해서 요즘에는 일러스트 프로그램도 배우고 있답니다.
워크숍에 참여하러 공간을 찾았다가, 점점 성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고 한다. 요즘 연결의 부재를 느끼고 있다는 그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다시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소외(疏外)된
풍경을 어루만지는 몽상가
최덕화는 풍경을 그린다. 그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판화로 새기고, 도장으로 찍고, 때론 조각을 내고, 바느질로 이어 붙인다. 그가 만들어가는 풍경은 우리가 바라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세상이다.
에디터 정현경 포토그래퍼 이종희
Artist
공지천, 상중도, 인사동 등 현실 속 장면을 대상으로
①
‘꼴라주(collage)’라는 용어는 ‘풀로 붙이다’라는 의미의 프랑스어 ‘coller’에서 유래한
물질을 붙여서 구성하는 회화기법 또는 그러한 기법을 사용하여 제작된 회화를 가리킨다. 것이며, 이것이 미술에 도입되어 용지에 인쇄물, 천, 나무 조각, 나뭇잎, 모래 등 여러 가지
통하여 보는 것처럼 강렬한 색감으로 캔버스에 하지만, 작가의 캔버스 위로 펼쳐지는 풍경들은 그 색상과 담아내었다. 작가는 보이는 곳 이면의 보이지 않는 것을 형태 모두가 생경하고 비현실적이다. 자연과 함께하던
그리고 싶었다. 풍경은 저 ‘밖’에 있지만, 그것을 느끼고 춘천의 삶을 떠나 도시에서 대학을 다녔던 그가 초창기 그리는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 풍경의 ‘안’을 건져 올리려 유화로 그린 풍경화는 서울 구도심의 집 지붕들이었다. 했다. 이 지붕 시리즈는 유화라는 매체의 한계를 넘어 ①처럼 이어붙이는 옥탑방에 자취하던 시절, 늘 눈에 들어오던 풍경이기도 실크스크린 판화와, 천 조각을 꼴라주 했다. 끊임없이 새로 지어지는 빌딩과 지붕을 군데군데 방식으로 진화하여 그녀만의 작업 스타일을 구축하여 철판으로 떼운 기와집들이 이상하리만치 자연스레 공존하고 있었다. 그 자태들을 마치 열 감지 카메라를
나갔다.
[ 1 ]
작업세계에 영향을 받은 계기를 물었을 때, 작가는 두
그 직접적인 작업이 바로 수거한 폐현수막을 조각보처럼 개의 사건을 떠올렸다. 하나는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이어서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글자문양을 만든 재난이었으며, 또 다른 하나는 가장 사적인 슬픔에 관한 설치작품이었다. 시대의 아픔을 같이 느끼고, 표현하지 것이었다.
“2010년, 아이티에 지진이 나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요. 그 사건을 보도했던 뉴스를 보는데, 상공에서 찍은 난민촌 천막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집의 식탁보, 깔개, 이불이었을지 모를 알록달록한 천막들이 촘촘히 붙어있는 풍경은 머리에 지울 수 없는 잔상으로 남았어요. 그 천막들이 마치 그들의 아픔을 포장하여 감싸주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 처참한 풍경에서 발견한 아이러니한 아름다움을
번 생각의 전환점을 갖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작업으로 옮기고 싶었어요.”
“둘도 없는 반려견이었던, 단비가 하늘나라로 갔어요.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이를 잃는 심정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 거죠. 옥탑방에서 자취하던 대학시절에도 늘 같이 있었어요. 그래서 버틸 수 있었거든요. 단비가 떠난 뒤에야 비로소 안부를 묻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는 응원한다는 말을 쉽게
할 수 없게 되었죠.”
않으면 견딜 수 없는 것이 예술가이기도 하다. 최덕화 작가 역시 그랬다. 풍경을 바라보고 시각화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왔다. 집과 나무와 하늘과 강에 자신만의 패턴을 만들어 마치 선물을 포장하듯이 풍경을 재구성해 갔다. 그 후 작가는 2013년 가장 사적인 사건을 겪고 나서 다시 한
[ 1 ] 당신을 응원합니다, 폐현수막, 가변설치, 2013
[ 2 ]
단비가 떠나고, 세월호가 가라앉았던 2014년 “아트 인
그가 만든 브랜드인 “어제 본 달”은 작가의 사적인 기억과 강원전”에 출품한 작품에 쓰여진 글자는 바로 다섯 글자, 바램이라는 의미가 더해져 탄생하였다. 춘천 약사동에서 “안녕 잘 지내”였다. 열심히 모은 폐현수막 조각 수 백 개를 200호의 대형캔버스에 바느질로 이어 붙인
작품이었다. 작가는 몇 날 며칠 이 작업을 하고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풍경을 채집하여 판화로 새기고, 곱게 염색한 천에 무늬를 정도로 아팠다. 그는 환경단체나 구호단체의 운동처럼
만들어 찍고, 동네 할머님들과 손녀처럼 이야기를 보존하고 구해야 할 대상들이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나누기도 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어릴 적 집에 놀러 간 않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주 사소한 풍경과 무심히
듯 익숙하고 편안했으며 거대한 전시장에 작품을 흘러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 것이다. 그때부터 번듯하게 거는 일보다도 행복으로 충만했다. 최덕화 작가에겐 전시장에 걸리는 그림이든, 근화동396에서 냉이 작가는 그 누구도 주목하지 않는 것들에 눈을 돌렸다. 길가 보도블록 사이에 돋아난 파꽃, 어릴 적 집 마당에
꽃문양을 찍어 손수건을 만드는 일이든, 모두가 있던 밤나무, 공터에 아무렇게나 피어난 토끼풀, 봄이면 작품이었다. 상상하고 그리고 표현하고 만드는 모든 돋아나는 산수유꽃, 공지천의 잔물결 … 그 사소한 일상의 풍경들은 작가의 세상 속에 들어와 밤하늘 그리운 ‘별’이 되고, 소원을 담은 ‘달’이 되기도 하였다.
“내 삶과 작업의 주제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imagine’이 떠올라요.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그럴 때면, 나만의 꿈꾸는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상상을 해요. 마치 존 레논의 ‘Imagine’ 노래
작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참여했던 “약사산책”은 그동안의 기획전 및 프로젝트 가운데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작업이었다. 작가는 매주 약사리 골목골목을 돌아다니고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아요.”
것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다르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듯, 안경 너머 까만 눈동자를 빛내며 그가 말한다.
[ 2 ] 별이 빛나는 파밭,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8
Imagine there's no heaven, It's easy if you try, No hell below us, Above us only sky,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for today …
Imagine there's no countries, It isn't hard to do, Nothing to kill or die for, No religion too, Imagine all the people living life in peace …
You may say I'm a dreamer, but I'm not the only one, I hope some day you'll join us, And the world will live as one.
“Imagine” 中 (존 레논)
최성각의 매콤시큼한 冊‘썰’ ⑤
50년만에 다시 만난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던 때가 아마도 1970년, 글자로 콱 차 있는 페이지들은 서둘러 넘기고 다른 삽화를 솔제니친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그해였을 것이다. 내 나이 찾았더니, 멀리 철조망이 보이고 역시 죄수복을 입은 16살, 고등 1년 겨울이었던 것 같다. 내 집은 동해안에서 사람들이 벽돌을 쌓고 있는 그림이 나타났던 것만 같다.
가장 오래된 도시의 시내 신작로 옆에 있었고, 아버지는 꼭 강렬한 삽화 때문은 아니었겠지만 갑자기 그 책을 읽고 여러 형제들의 학비 때문에 도로변에 작은 점포 세 개를 싶은 충동이 일었다. 약국 아저씨는 흔쾌히 주인집 지어 세를 주었다. 그 점포들 중의 하나는 약국이었다.
막내아들인 내게 책을 빌려주었다. 좁은 어깨에 넓은 이마, 키가 작고 주근깨가 많았던 아주머니만 약사 자격증이 그렇지만 겁먹은 눈을 하고 있는 ‘위대한 소련작가’ 솔제니친은 그렇게 내 인생에 들어왔다. 10대 때 우연히 그 책을 만난 뒤 그후 평생 동안 잊지 못할 ‘존엄(尊嚴)’으로 있고, 아저씨는 약사가 아닌 것 같았는데, 약은 주로 아저씨가 팔았다. 어느 날 약국 조제실 안쪽에 들여놓았던 작은 온돌방에 놀러 갔었는데, 그곳 바닥에 아무렇게나 그의 이름이나 그의 작품들의 일부가 나를 지배하고 놓여 있던 작은 책자 한 권이 눈에 띄었다.
있으니, 그가 내 인생에 들어왔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였다. 아마도 약사 아주머니가 것이다. 긴 분량이 아니므로, 그리고 그때 나는 지금과 구독하던 ‹주부생활›의 부록이었던 것 같다. 혹은 아저씨가 보던 종합지의 부록이었을 수도 있다. 문고본 크기의 얇은 책이었는데, 아무런 기대도 없이
달리 시력도 좋고, 힘도 좋았으므로 책 한 권을 읽어치우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어차피 원치 않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가게 되었는지라 집어서 주르륵, 책장을 넘기니까 시커먼 세로줄 무늬의 공부는 일찍부터 폐업 내지는 휴업상태였으므로 죄수복을 입은 꾸부정한 털북숭이 인물들이 삽을 들고 솔제니친을 아마도 대단히 집중해서 읽었을 것으로 일을 하는 삽화가 보였다.
books &
글최성각
추억된다. 사위가 조금씩 어둑어둑해지는 겨울 초저녁, 책을 다 읽은 뒤 나는 방문 앞 담 너머에 서 있는 잎 떨어진 미루나무를 쳐다보았다. 그 건너편은 기와공장이었고, 뒤쪽은 철둑이었다.
“아아, 이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가 있구나!”
담 밖의 풍경도, 신작로에서 먼지를 남기고 달려가던 ‘시발택시’도 전과는 다르게 보였고, 치켜세운 오바깃과 사람들이 움츠리고 골목 끝으로 사라지는 모습도 예사롭지 않게 보였다. 초저녁의 겨울바람도 생전 처음 느끼는 바람이었고, 멀리에서부터 들려오는 기적소리도 전과는 다르게 몽환적으로 들렸다. 희미한 지방소도시의 모든 익숙한 것들이 낯설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이 세상이 진짜 세상일까? 내가 방금 빠져들었다가 나온 수용소가 진짜 세상일까?
아무런 극적인 사건도 없이 보낸 영하 38도의 시베리아 어떤 거역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내 눈두덩이 위에 신신파스를 붙였다가 급하게 떼어낸 것 같았다. 한 권의 수용소의 하루가 소설의 전부다. 농부였던 슈호프는 1942년 항독 전쟁에 나갔다가 독일군의 포로로 잡히고, 소설책이 한 소년을 이토록 뒤흔들다니…! “나도 소설이라는 것을 한번 써봐야지”, 작심하고선 남모르게 소설을 끄적인 것은 그로부터 한두 해 당국에서 지나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솔제니친으로 인하여 이 세상에 ‘문학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일은 의도하지 않았건만 누리게 된 큰 ‘축복’이라고 해도 된다. 문학을 몰랐더라면, 내가 느끼고, 알고 있다고 믿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빈약하고 우스꽝스럽고 한심스러웠을까? 그런 어이없는 논리에 의해 졸지에 독일스파이가 되어버려 10년형을 받는다. 소설 속 그 하루가 흐를 즈음에 솔제니친을 나는 그렇게 만났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슈호프는 8년을 치렀기 때문에 석방까지 2년이 남았지만, 하루›는 장편소설이라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만 그렇게 말하는, 조금 긴 ‘중편소설’ 분량의 소설이다. 쓰여진 것은 1962년 훨씬 이전인 1957년께였지만, ‘반
다섯 명이 탈출했으나 셋은 죽고, 둘만 살아서 돌아왔더니
“탈출 좋아하네, 너희들은 독일 스파이지? 두 놈이 말을 맞춘 게 틀림없다. 세 놈이 살아서 돌아왔다면 믿겠다”
스탈린 치하의 법정은 엿가락과 같아서 석방의 꿈은 일찌감치 접은 지 오래다, 돌아갈 고향이 있으나 귀향할 스탈린 운동’이 전개되기 이전까지는 발표할 엄두를 못 희망도 자의반 타의반으로 거의 뭉개져버린 상태다. 내던 소설이었다. 소설은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라는 슈호프뿐 아니라 모든 죄수들이 바라는 최고의 소망은 사람이 수용소에서 하루 동안 겪은 생활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반장도 죄수지만 그가 죄수들을 마음대로 부리고, 그 대가로 하루 300그램의 식량을 확보해주면서 권력을 유지한다. 반원들 중에는 20년형을 받은 부농, 전직 해군
춥고 배고프지만, 오로지 그저 하루하루가 무사히 넘어가는 것뿐이다. 슈호프가 소속된 반원은 모두 23명
중령, 첫작품을 발표하기 직전의 영화감독, 예배를 드렸다는 이유로 잡혀온 침례교도, 숲에서 지하단원에게 우유를 갖다줬다는 죄목으로 온 소년 등이다. 우스꽝스럽고 황당한 이유들로 잡혀온 죄목이 곧 스탈린 시대를 상징하고 있으나 솔제니친은 도식적 상징화보다는 삶의 진정한 단면을 드러내는 데 더 집중한다. 드물게 인간성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인물도 있지만, 대개는 이기적이고 약삭빠르고, 허풍쟁이고, 그렇다. 수용소에서는 빵 한 조각, 발을 감쌀 헝겊 한 오라기, 땅에서 주운 쇠붙이 하나(그것은 곧 주머니칼이 된다), 간수의 표정 하나, 식사배급, 지상에서 가장 큰 선물인 뜨거운 양배춧국 한 그릇, 바깥의 가족이 보낸 소포
꾸러미 속의 먹을거리, 담배 등이 가장 소중하다. 인생의 전부인 그런 대단찮은 것들을 둘러싼 치열한 갈등과 암투가 허풍이나 과장 없이 담담히 그려진다.
루카치의 말은 이 소설이 스탈린 시대를 총체적으로 비판하되, 직정의 방식이 아니라 문학적으로 고급스럽게 비판했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여차하면 독방에 갇히는데, 얼음방이라고도 불리는 독방 내 소년시절에는 그토록 놀라운 문학적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겼던 이 소설을 50년만에 다시 읽고 난 뒤에는 열흘이면 평생 건강을 해치고, 보름이면 얼어죽어서 나온다. 독방은 죽음보다 더 끔찍한 공포다. 그 공포가 하룻밤에도 세 번씩 되풀이되는 점호를 이겨내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들 ‘무사한 하루’를 꿈꾸지 않겠는가. 문학비평가 루카치는 “솔제니친이 ‘금욕적인 절제’를 보이면서 일체의 입장 표명을 삼간다”면서 “하지만 다름 아닌 그의 현시방식의 객관성, 사회·인간적 제도의 ‘자연적 양상을 띤’ 가혹함과 비인간성은 그 어떤
수 있을까? 그런 (쓸데없는) 주문 때문에 나는 다른 때와 달리 여러 날, 어떤 책을 소개할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격정적인 열변이 내릴 수 있는 것보다 더 치명적인 판결을 결국 원고마감 즈음에 고른 책이 솔제니친이었다. 50년만의 재독(再讀)이었는데, 지루하고, 읽기 힘들었다. 내린다”고 평가한다(‹루카치가 본 솔제니친›, 30~31쪽).
이번에는 박쥐에 연원(淵源)하고 있는 역병에 기습당한
어땠을까? 이번 호에 내가 이 책을 고른 까닭은 시방 전세계를 당혹과 불안, 공포로 뒤덮고 있는 코로나19 펜데믹 때문이었다. 편집자는 “작금의 코로나19 사태에
위에서 삶을 구가하고 있었던가. 우리는 굳게 연결되어 있으나 딛고 있는 발밑이 반석이 아니었다. 스티븐 호킹은 기후변화, 소행성 충돌, 역병으로 인류가 파멸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이번 역병도 마침내는 지나갈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개발과 확장으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자연(박쥐)의 역습’은 잠시 지나갔다고 해도 다양한 형태로 다시금 인간을 기습할 것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얄팍하고 더러운 담요를 머리서부터 뒤집어쓰고, 그가 보낸 하루에 대해 생각한다.
직면하여 가능하면 치유나 회복의 기운을 얻을 수 있는 책을 다뤄주면 좋겠다”는 주문을 했다. 어이없는 주문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책이 역병(疫病)을 치유하고 위로할
왜였을까? 세상의 무슨 일에든 열려 있었던 소년은 초로의 노인이 되는 동안 볼것못볼것 너무 많이 봐서 가슴이 닫혀버려서일까. 아니면, 그동안 수용소생활을 다룬 이야기들이나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일까. 나는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과 흥분의 실종을 슬퍼했다. 그러나 참으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책을 덮고 난 며칠 뒤에 나는 새삼 솔제니친의 위대성이 새삼 실감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심해에 잠겨 있던 거대한 돌덩어리가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 같은 감정이었다. 그는 엄청난 절제의 정신으로 세계와 그 속의 군상을 쉽게 일반화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를 구사했지만, 그럼에도 이 세계가 수용소가 아니었던 적은 없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우리는 100년이 채 안 되는 수명에 갇혀 있고
“슈호프는 지극히 만족한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오늘 하루 동안 그에게는 좋은 일이 많이 있었다. 영창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점심때는 카샤 한 그릇을 속였다. 반장은 작업량 사정을 잘했다. 즐겁게 불록을 쌓았다. 톱날 조각도 걸리지 않았다. 저녁에는 세자르에게서 벌이를 하여 담배도 사왔다. 병이 도지지도 않고 나아버렸다. 무슨 어두운 그림자에 가리거나 하지 않는
아니 거의 행복하다고까지 해도 좋은 하루가 지난 것이다.”
우리도 하루빨리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인간의 본성에 반하는 해괴한 국가지침에서 벗어나 확진자에 포함되지도 않고, 밥도 잘 먹고, 즐겁게 하던 일을 계속 하고, 하루 동안에 발화한 사소한 거짓말 몇 개가 발각되지 않고, 어제만큼만 돈을 벌고, 계단에서 넘어져 발목을 삐지 않고 하루를 잘 보내기를 바란다.
공간적으로는 국가주의에 갇혀 있고, 영원히 해소될 길 없어 보이는 불평등과 피부색 차별, 한심스러운 성차별, 장애인 차별의 장벽에 갇혀 있고, 성장숭배라는 신흥종교의 마법에 갇혀서 살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삶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누가 비웃을 수 상황이지만, 인류는 늘 여러 형태의 불가향력적인 힘에 있을까. 우리가 겨우 그런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은 슬픈 갇혀서 살아오지 않았던가.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무너질 리가 없다고 믿었던 경제가 세계적 불황에 이르는 데 한 달이 채 안 걸렸다(CNNM 3월21일). 우리는 얼마나 허약한 토대
일이지만, 장엄한 일이기도 하다. 인간의 역사는 재앙 속에서도 ‘거의 행복하다고까지 해도 좋은 하루’를 만들어내고야 말 능력이 있다는 것을 자주 보여주곤 하지 않았던가.
최성각 작가. ‘자연에 대한 존경심 회복’이라는 슬로건으로 자연물에게 참회와 감사의 환경운동을 펼친 바 있다. 춘천 외곽의 골짜기에 살고 있는데, 마스크를 쓰기 싫어서 아예 두문불출하고 있다. ‹달려라 냇물아›, ‹쫓기는 새› 등의 책을 펴냈고, 교보환경문화상, 요산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글박신의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
코 로 나 19 시 기 、 예술 접근성을 생각하다.
Column
유럽과 미국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코로나19의 전파력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3월 11일 WHO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우리는
3월 중순을 넘어서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생각이 복잡하다. 단순히 우리의 일상을 빼앗겼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문제는 이번에 지나가더라도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빈번해지는 데서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바라본다면, 앞으로 인류는 신종 바이러스의 공격을 주기적으로 받을 것이다. 그러니 이제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환경은 예외 상황이 아닌 일상이 될 것이다. 사실 2월만 해도 이 전염병은 금방 지나가리라 믿었던 것 같다. 그래서 공연과 전시가 취소되더라도 일시적일 줄 알았다. 필자 역시 개강이 2주간 늦춰진다고 했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나 비대면 강의는 또다시 연장되었고, 캠퍼스에는 여전히 학생들이 없다. 3월 11일 WHO가 팬데믹(pandemic,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이후, 우리는 유럽과 미국에서 급속도로 퍼지는 코로나19의 전파력에 큰 충격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여러 국가들이 서로 마음에 속수무책으로 문을 걸어 잠그는 강력한 조처를 내리면서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그럴 우리는 자발적 격리의 사회를 만들었다.
때 그 마음이 오죽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변화를
그럼 예술이 할 일은 없을까.
겪었다. 필자 역시 회의며 워크숍 등이
오히려 위기 상황에 예술이
취소되면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렇게 다행히 우리 아파트는 북한산 자락에 있어 무력하게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 혹시 환경이 좋은 편이다. 베란다 앞으로 산이
문화예술교육 툴키트 상자를 만들면 어떨까.
있는데, 멀리 산책로를 따라 사람들이
상자에는 작곡 앱 설정방식 매뉴얼을 담고, 걸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왼편으로는 산 중턱 색칠하기 책이나 시 쓰기 교과서 같은 것도 평평한 마당 같은 곳에 운동기구들이 있고, 담을 수 있겠다. 어쩌면 실시간 접속으로 사람들이 열심히 운동하는 모습도 보인다. 예술강사와 다양한 프로그램의 수업을 할 햇빛 좋은 날에는 면역력 강화(?)를 위해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지향하는 필자도 산책을 나선다. 대부분 마스크를 쓴 채 예술의 ‘접근성’(accessibility) 이라는 게 마주 오는 사람에게 ‘안녕하세요?’라는 말도 얼마나 취약한 것인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건네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걸으며
전염병이 돌자 공연과 전시는 취소되고, 눈인사조차도 나누지 않는다. 그래도 이렇게 공연장과 박물관은 휴관할 수밖에 없으니 사람들이 일상을 영위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말이다. 물론 곧바로 예술계는 온라인 공연과 반갑고 좋다.
전시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지만
그래서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접근성을 다시 생각해야 2주간 한 공간에 꼼짝 않고 머물러야 하는 할 것 같다.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예술 자가격리자들이다. 그들은 자가격리에
접근성은 정상 시기에만 작동된 것이었다.
들어가면서 어떤 책을 가지고 갈까. 나라면 어떨까. 아니, 어쩌면 너무 급하고 황망한
접근성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상황에 예술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럼 예술이 할 일은 없을까. 오히려 위기
공유하면서 함께 한다는 연대를 실천하려는 우리 모두의 본능이다. 중요한 것은 이 비정상 시기에도 불구하고 예술로 서로를 연결하려는 의지
작은 화면이지만, 일부러 콘서트홀에 가서 들을 때보다도 더 몰입감이 있다. 이미 외국에서는 연주자들의 ‘홈플레잉(home
에릭 휘태커(Eric Whitacre)의 소셜 협업 가상합창단을 떠올린다. 2011년 12개국 185명이 각자 올린 동영상으로 시작하여, 2013년 무대 위에서 73개국 3,700명의 가상합창단이 실제 합창단과 실시간으로
비정상 시기 혹은 재난 시기의 예술
공연한 적이 있다. 그 때 보았던 협업과
그동안 다소 소극적이었던 멋진 것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공유다. 온라인 접근성이 문제
우리는 이탈리아 주민들이 아파트 발코니에 해결을 위해 치고 들어온 모여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는 영상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기억한다. 이를 보고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이상의 것을 이야기해야
영감을 얻어 온라인 실시간 합창을 했다고 하지 않을까. 이 글을 쓰는 한다. 스페인 경찰들이 거주공간으로 찾아가 지금, 필자는 독일의 한
노래를 불러주고, 집안에서 다양한 게임을
현악사중주단이 각자의
즐기며, 축구선수들이 휴지를 가지고
공간에서 실시간으로
발차기하는 장면 등 사람들의 슬기로운 연결하여 연주하는 동영상을 집콕생활에 대한 영상 역시 늘어간다. 어쩌면 보고 있다. 일상복 차림의 접근성은 예술가가 시민에게 다가갈 때의 연주자들이 다른 공간에서 관계만이 아니라, 시민이 주도적으로 예술을 협연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 스마트폰의 접속해 가는 활동도 포함시켜야 할 것 같다. 그래서 기술은 일정하게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비대면 예술 체험이 갖는 한계가 분명할 것이지만, 어쨌든 기술적으로 playing)’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진화해 가리라 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비정상 시기에도 불구하고 예술로 서로를 연결하려는 의지, 공유하면서 함께 한다는 연대를 실천하려는 우리 모두의 본능이다. 예술로 다가가려는 혹은 예술을 내게 오게 하려는 접근성은 예술가의 편에서, 또 모든 사람의 내면에서 비롯하는 삶의 의지인 연결의 모습은 여전히 강력하다. 하지만 더 것이다.
문화도시 춘천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안부
글최수현 (춘천문화재단 정책기획팀)
2019년 12월 말, 춘천은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승인받았다. 신년을 축하하면서 우리는 “올 한 해 전환을 겪을 춘천의 모습이 기대된다”, 그렇게 인사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에 대한 소개는 둘째치고, 작당모의조차 어려운 상황이 되어 버렸다. 문화예술은커녕 당장 주변의 안위와 생존을 걱정하게 된 것이다.
Scene-1
우리는 1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다. 문화도시란 다른 수요로 고민하고 접근하고 일해야 하는 무엇인가? 문화도시 사업 안에서 문화재단의 상황을 마주하게 됐다. 삼일절 101주년을 직원으로서 우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기념하며 준비했던 타악기 심포니 것인가? 내가 생각하는 전환문화도시는 <마르시아스>.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아폴로와 무엇인가? 실무자로서 어떤 태도로 사업에 연주대결을 벌였다 패하고 가죽이 벗겨져 임해야 하는가? 어떤 관습을 버리고 어떻게 북으로 만들어진 숲의 정령 이름을 딴 시야를 확장해야 하는가? 그렇게 질문과 공연이다. 마르시아스의 가죽으로 만들어진 고민과 부대끼는 사이, 춘천에도 확진자가 북이 고통으로만 남았다면 아름다운 악기로 나왔다. 2월 22일 토요일, 워크숍을 하다 계승되지 못했을 것임을 역설하며 고통을 말고 나와 비상 대응을 했다. 문화예술회관과 승화한 예술의 가치를 조명했다. 정은비 축제극장 몸짓을 비롯해 재단에서 운영하고 퍼커셔니스트의 힘찬 연주를 현장에서 직접 있던 문화시설들은 깊은 잠 속으로
들을 수는 없었지만, 유튜브 생중계와 TV 빠져들었다. 봄을 맞아 준비하던 공연과 재방영을 통해 시민의 안방에까지 그 울림은 행사들이 전부 일시정지되었다. 유례없는 가 닿았다. 서로의 거리가 멀어진 현 상황의 비상에 예전과는 다른 템포로, 예전과는 우리에게까지 작은 위안과 희망을 주었다.
춘천문화재단 유튜브 계정 캡쳐화면 https://www.youtube.com/ccculture
잠깐이면 열병처럼 지나갈 줄 알았던 정지 상황이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활동이 위축되고 행동 반경은 좁아진 예술가들과 기획자, 활동가들을 위해 이전까지와는 다른 형태의 전환이 필요했다. 2019년 ‹창작공간 임차료 지원사업›은 기초문화재단 중 최초로 개발, 시행됐다. 작지만 현실적인 지원 덕에 창작 활동을 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후기도 있었다. 예술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이라는 평이다. 올해도 지원을 이어가며 코로나19로 인해 피해 입은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위해 공간 범위를 창고, 소극장, 연습실 등까지 유연하게 확대하기로 했다.
사람이 모이지 않더라도, 문화예술은 넓은 활동 반경과 포용력을 가졌다. 문화도시 예비사업 ‹태세전환, 방구석○○○›과 ‹당신의 그림을 빌려주세요›는 그 꿋꿋한 믿음으로부터 나왔다. 방구석에서도 우리는 기획을, 작업을, 예술을 할 수 있다. 당장 만나기 어려우니 온라인으로 사업설명회를 열고, 댓글로 질문을 받는 방식을 시도했다. 시의적절한 공모를 통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현장을 밀접하게 들여다보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우선했다.
‹봄의 도시 춘천이 묻습니다, 당신의 안부를›은
서로 밝은 얼굴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사소한 아이디어가 나온 지 일주일 만에 실행됐다. 활동에 일상을 그리워하면서도, 어쩌면 더욱 조심스럽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 문화예술계 100명의 달라질 수도 있는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기 위해 활동가, 축제 관계자, 예술가와 기획자 100명이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변화할 미래를 화상회의에 동시 접속해 자신들의 일상과 상황에 생각하고, 책임지기 위해서. 시민들을 잠깐이라도 대해 발언했다. 100개의 화면에 비친 이야기와 공간은
웃게 하고, 위로하는 것이 문화예술 이라는 생각에서. 전환된 국면을 맞이할 준비는 계속되고, 제각각이었지만, 우리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음을 그래서 우리는 잘 지내고 있다. 잘 지내야 한다. 절실히 알게 되는 경험이었다.
클래식 꽃피는 봄이여, 어서 오라
에디터 황시내 포토그래퍼 이종희
열 시가 다가오자 시립교향악단 단원들이 잰 걸음으로 속속 도착했다. 입구에서는 체온기로 열을 측정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하여 코로나19 예방에 신경 쓰고 있었다. 녹음현장인 예술회관 공연장에는 조용한 긴장감이 돌았다. 단원들이 모두 자리하자 오늘 녹음에 대한 공지가 진행됐고, 각자 악기의 음을 정성스레 고른 뒤 본격적으로 녹음을 위한 연주를 시작했다.
Scene-2
“33막 팀파니 8분음표가 살짝 빠른 느낌이에요.” “나오는 타이밍에 들어와서, 따가닥!” “8마디 두 번째, 세 번째 박자. 팔이 2분 음표 하고 놀고 있으면 안돼요.”
이종진 지휘자의 섬세한 피드백을 나침반 삼아 한 구간을 여러 번씩 반복해가며 녹음을 이어갔다. 완벽한 음악을 음원으로 선보이기 위해 악보의 구간을 수 없이 오갔지만, 반복이 계속될수록 점점 더 연주에 몰두하는 모습에서 프로의 노련함이 엿보였다. 지휘자의 손과 몸짓에 따라 오케스트라는 부드럽게 유영하듯 이어지거나, 힘 있으면서도 유연한 소리를 내기도, 가느다란 현과 관의 소리에 숨을 죽이며 순식간에 집중하게 만들기도 했다. 쉼표도 음악의 한 순간이라는 것이 또렷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반복되는 연주를 거치고 나자 첫 번째 휴식 시간이 되었다. 인터뷰를 위해 이종진 지휘자와 인사를 나누는 짧은 순간 ‘젠틀’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부드럽고 소신 있게 춘천시립교향악단의 현재를 말하며 나아갈 길을 꿈꾸는 지휘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춘천시립교향악단의 음원 녹음곡
1 안토닌 드보르작,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 Antonín Leopold Dvořák, No.9 in E minor, Op.95 'From the New World' 2 로베르트 슈만, 만프레드 서곡 Robert Schumann, Overture Op.115 'Manfred'
코로나19의 여파로 공연시장이 모두 멈췄습니다. 단원들과 지금 이 순간을 견디고 계실텐데, 요즘 어떻게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음원 녹음은 어떻게 기획하게 지내시나요? 되셨을까요?
평소 저희의 작업 공간이 닫혀 있고 좁은
녹음에 대한 이야기는 몇 년 전부터 오고 갔지만 공간이에요. 60명이 그 공간에서 땀 흘리고 숨 쉬면서 예산이나 적절한 시기에 대해 고려해야 했기에 계속 연습을 해야 하죠. ‘사회적 거리두기’를 적절히 실천하면서 미뤄오다 교향악단의 완성도나 곡의 구성 등 적절한 연습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연습하기가 많이 시기라고 판단해서 정기공연 실황 녹음을 준비 조심스럽습니다. 신년음악회를 성황리에 끝내고 2월부터 중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이 무산되면서 계획하고 있던 흥미로운 공연들과 3월 정기공연이 예정돼 ‘녹음에 전념을 하자’고 계획을 수정했죠. 있었는데 당연히 취소하게 됐고, 일부 계획은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죠.
춘천시립교향악단이 35주년을 맞아 특별한 것을 준비하고
녹음곡으로 슈만의 서곡 ‘만프레드’와 드보르작의 교향곡 평소 시민분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제 9번 ‘신세계로부터’ 두 곡을 고르신 의미가 있는지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올해 계획도 알려주세요. 궁금합니다.
올해는 교육지원청과의 협조하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던 기존 아웃리치(Outreach: 찾아가는
3년 전부터 한 작곡가의 곡을 집중 조명하는 방식으로 한 해의 공연을 준비하고 무대에 올려왔습니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영역을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올해와 내년은 한 작곡가에게 집중하기보다 차별화된 공연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또 브런치콘서트, 다과와 기획을 하고 싶었어요. 슈만의 4개 교향곡, 드보르작의 9개 함께하는 오전 음악회, 패밀리 콘서트를 진행하고 곡 중 중요한 몇 곡과 멘델스존의 4개 곡을 번갈아가면서 있는데요. 올해 브런치콘서트는 대표적인 아리아를 공연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곡을 선정하고 스토리텔링하여 한 시간 안에 편안하게 들을 수 있도록 나서 슈만의 대표적인 서곡을 드보르작의 대표 교향곡인 구성할 예정이고, 패밀리콘서트는 작년부터 발레 공연을 도입했어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기에, 올 2월 ‘백조의 신세계로부터와 함께 구성하게 되었습니다. 호수’ 공연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7월 초로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다섯 살 어린이부터 관람이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높였어요. 이외에도 야외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격식 차리지 않는 공연도 계획하고 있는데, 야외는 변수가 많아 길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여러 장르의 공연을 많은 춘천 시민분들에게 보여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연·전시·행사 일정
2020 문화가 있는 날 하림&블루카멜앙상블 ‹먼 아리랑›
장소 일시 4.29.(수) 19:30 문의 033-259-5422
축제극장 몸짓
2020 축제극장몸짓 개관
[춘천시립교향악단] 제152회 정기연주회 ‘작곡가의 재조명 시리즈 Ⅱ–슈만’
10주년 기념 페스티벌
장소 축제극장몸짓
장소 일시 5.15.(금) 19:30 문의 033-259-5869
예술소통공간 곳 일시 5.15.(금) ~ 5.19.(화)
춘천문화예술회관
문의 033-259-5423
2020 온세대 합창페스티벌
[춘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 제21회 정기연주회
가족합창단 발대식
장소 KT&G 상상마당
장소 일시 5.21.(목) 19:30 문의 033-259-5869
야외공연장
춘천문화예술회관
일시 5.16.(토) 10:00 문의 033-259-5424
Calendar
2020 문화가 있는 날 호피폴라 × 사우스클럽
장소 KT&G상상마당 야외공연장
일시 5.27.(수) 19:30 문의 033-259-5422
[춘천시립합창단] 특별연주회 휴가다 모닝콘서트
안숙선 남상일의 국악콘서트
열 아홉번째 이야기
토선생, 용궁가다
장소 일시 5.13.(수) 11:00 문의 033-259-5874
춘천문화예술회관
장소 일시 6.4.(목) 19:30 문의 033-259-5421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시립합창단] 제104회 정기연주회
장소 일시 6.23.(화) 19:30 문의 033-259-5874
춘천문화예술회관
얍 판 츠베덴 그리고 홍콩 필하모닉
장소 일시 6.26.(금) 19:30 문의 033-259-5421
춘천문화예술회관
본 계획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 및 주최 측의 사정에 의해 변경될 수 있습니다. 재단 홈페이지와 상기 문의처에 확인 후 예매 및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발레 헨젤과 그레텔
장소 일시 5.29.(금) 19:30 5.30.(토) 17:00 문의 033-259-5421
춘천문화예술회관
[춘천시립교향악단]제153회 정기연주회 ‘작곡가의 재조명 시리즈Ⅱ–멘델스존’
장소 일시 6.18.(목) 19:30 문의 033-259-5869
춘천문화예술회관
2020 문화가 있는 날 IVY, 그리고 오케스트락(樂)
장소 KT&G상상마당 야외공연장
일시 6.24.(수) 19:30 문의 033-259-5422
춘천문화재단 소식
News
1 언제나 같아 보일 수도 있지만 춘천문화예술회관은 재단 직원들의 애정 어린 마음으로 관리되고 있답니다. 봄을 맞아 더 하얗게 싹싹 칠해졌습니다. 나무들도 꽃을 피우고요. 공연을 즐기러 올 관객 여러분들을 기다리며 차분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2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태세전환 3월 개학만 기다리고 있던 “학교 안 창의예술교육” 스무 명의 예술인 강사님들. 교안을 보강하며 준비에 준비를 거듭하고 계십니다. 교과서와 함께하는 창의적인 예술 수업, 더욱 재밌고 즐거워질 것 같습니다.
3 스스로 지원금을 책정한다고요? 2020 생활예술 지원사업에 선정된 3년 미만의 동호회들! 장르도 다르고 연령대도 제각각인 10명의 대표가 함께 머리를 모았습니다. 다른 곳은 예산을 어떻게 짜나? 어떤 계획을 세웠나? 묻고 대답하고, 공유하고 양보하며 논의 끝에 지원금 범위를 확정했습니다. 다른 이에게서 배우기도 하고, 다같이 소통할 수 있어 좋았다는 소감이 잇따랐죠. 이어지는 추가모집에서도 역량강화 지원을 위한 “직접참여 자율예산제”는 계속됩니다.
4 노래하는 즐거움과 함께하는 기쁨! 제4회 온 세대 합창 페스티벌에 참여할 가족합창단을 4월 24일까지 모집합니다. 전국의 가족들이 춘천에 모여 한 마음으로 노래하는 축제를 꿈꾸어 봅니다. 올 여름에도 춘천을 가득 채울 하모니,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5 꼭 필요한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 예술인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귀 기울여 들었습니다. 저작권·정산 실무 교육부터 해외 활동을 위한 번역비 지원 창작공간·연습실 임차료와 자격증 취득, 의료 지원까지
더욱 다채롭고 세심해진 예술인 복지사업이 찾아옵니다.
잠깐! 춘천문화재단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대응책으로 — 문화예술회관, 몸짓극장, 야외공연장 대관 기본시설사용료 감면 — 공연예술연습공간 대관료 무료지원
— 릴레이 포럼 「코로나 대응 지역문화정책 그리기」를 통한 의견 수렴 등 다양한 지원을 고민하고, 또 준비하고 있답니다. 마음을 담아 응원해 주세요.
더 궁금한 이야기, 자세한 이야기는 춘천문화재단 홈페이지 www.cccf.or.kr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_jungseob
@midorijjin
@hanbin_ju
Diary
매일 바라보는, 창밖 풍경
@chuncheondiary
@hongsoonhyuek
@merry_n_robin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가던 일상이 정지된 후, 아주 사소했던 것들마저 특별한 일이 되어버렸다. 미세먼지가 푸른하늘을 빼앗아 간 것처럼, 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우리의 일상 속 관계들을 빼앗아 간다. 최덕화 작가를 인터뷰하던 그 날 폐현수막 조각들을 기워가며 만든 최소한의 글자 앞에서,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미세먼지의 존재도 잘 몰랐으며 코로나19도 없던 6년 전의 작가가 시간을 건너와 2020년 나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안녕, 잘 지내?”
원고를 쓰기 위해 인터뷰 녹음본을 몇 번씩이나 다시 들었다. 작품과 활동으로 말하는 창작자와 활동가들이지만 이번에는 작품이 아닌 사람을 소개하고 싶었다. ‘내 인터뷰가 충분히 적절한가’ 계속 고민이 됐다. 더 좋은 질문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인터뷰는 끝났고 원고도 쓰여졌다. 인터뷰이들의 활동처럼 내 글이 나의 좋음이자 누군가의 좋음이었으면. ‘납작한 존재’라는 말이 계속 귀에 머문다. 이들의 납작하지 않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다. 우리의 납작하지 않음이 계속 이야기되었으면 좋겠다.
Editor’s Note
춘천의 진정한 매력은 수변공간에 있단 생각이 듭니다. 도심에서만 살다 보니 그 매력을 잘 모르고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올봄엔 카누도 타고 캠핑도 즐기고, 또 당연히 강변을 산책할 생각입니다. 물론 코로나 정국이니 마스크를 쓰는 건 잊지 말아야겠죠. 화사한 봄날입니다. 춘천의 계절이에요.
매거진 팟(POT)이 춘천의 이야기를 담은 지도, 5년입니다. 이 작은 지면에 글과 사진으로 마음 싣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온 일이 춘천의 지금을 기록하고 공유해 나가고 있는데요. 지금 매거진을 손에 들고 있는 독자분들이 있어 든든하고, 그 과정을 함께 하고 있어 기쁩니다. N.22 스물두 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조금은 긴장된 일상에 쉼과 틈이 깃들기를 바랍니다. 더불어, 올 한 해 만나게 될 네 권의 POT가 곳곳의 책장에 가지런히 꽂히기를!
정현경
POT은 춘천에 처음 살게 된 저에게 친구이자 선배였습니다. 춘천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고, 숨겨진 장소를 알려 주었습니다. 일하다가 머쓱하고 외로운 기분이 들면 괜히 펼쳐 보았던, 회사에서 가장 처음 정 붙인 동료기도 했고요. 이 세 글자에 대해서라면 무한한 애정이 샘솟습니다. 2020년, POT도 전환의 시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고민하며 한 박스 가득 잡지를 들고 마주 앉았던 날의 설렘, 그 설렘에 힘을 실어 주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어쩌면 어색하고 어쩌면 놀라운, POT의 변화를 앞으로도 함께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황시내
권용식
한혜진
최수현
Publisher 발행인 최돈선
Editor in Chief 편집장 고영직
Contents & Editorial Director 부편집장 한혜진
Editor 취재 권용식, 정현경, 황시내
Photographer 사진 이원일, 이종희 Illustrator
춘천문화매거진 POT 제22호 [나의 안부] 2020년 4월 발행
삽화 한선주 Art Direction & Web Design 디자인 이건하
발행처 춘천문화재단 강원도 춘천시 효자상길 5번길 13
Administration 기획총괄 김희정, 강승진
정기구독 033-259-5800 www.cccf.co.kr
Management 운영 박용선, 최수현
인쇄 강원도민일보
POT에 실린 글의 내용은 (재)춘천문화재단의 공식 의견과 다를 수 있으며, 글과 사진은 허가 없이 무단으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N.22
춘천문화매거진 POT 나의 안부
Cover Image 최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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