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심장소식 가을호 143호
1984-2023 사 랑 으 로 새 생 명 을 꿈과 희망을 전하는 심장소식 2024 Autumn vol.143 2 꿈과 희망을 전하는 심장소식 사진 김진우ⓒ 누구도 슬럼프에 빠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흐름을 어떻게 끊을 수 있을까. 사는 동안 어떤 불행이든 찾아올 것이고 실수는 저지를 게 뻔하다. 그때마다 그것들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면 좋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불행을 이미 지나간 하나의 사건으로 깔끔하게 인정하고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거기에 얽매여 있는 사람, 그리고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다짐하는 사람은 회복하고 나아가는 속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_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쇼펜하우어 지음, 하이스트 펴냄 창밖의 가을 2024 AUTUMN 3 엄마 배 속에 있다가 세상에 나온 4주 까지의 인생을 신생아라고 부릅니다. 그 4주는 인간의 생애에서 굉장히 특 별한 시간입니다. 저는 아직도 매일 그 특별한 시간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아기들을 만나고 있습 니다. 그리고 청진기로 그 아기들의 심장소리를 확인합니다. 그 소리를 통 해 아기들이 잘 있다는 것을 감지하 고, 심장소리와 더불어 우는 소리, 앓는 소리, 먹는 소 리, 숨 쉬는 소리, 투정 소리로 아기들의 상태를 파악하 고 필요한 조치를 취합니다. 신생아들은 말로 의료진과 소통하지는 못하지만, 저희 들은 아기들이 보내는 여러 신호들을 읽어내야 합니다. 그 신호들을 놓치면 삶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생존을 위해 호소하며 갈망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그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으면 소중 한 생명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진료실이라는 제 삶의 현장에서 귀를 활짝 열고 환아와 보호자의 이야기를 듣 는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2021년, 생존 확률이 1%였던 288g의 아기 건우를 만났 습니다. 24주 6일 만에 태어나 어른 손바닥만 한 초극 극소 저체중 미숙아였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153 일간의 긴 여정을 아기와 함께할 수 있었습니다. 153일 동안 건우는 끊임없이 들리는 소리와 들리지 않는 소리 를 내면서 의료진과 교통했습니다. 상황이 좋지 않은 날은 심장소리가 작고 불규칙하면서, 들숨 날숨에서 비정상적인 소리를 냈 습니다. 상황이 좋은 날은 심장소리도 강하고 규칙적인 리듬이었고, 비록 미 약하지만 나름 힘차게 우는 소리를 들 려주어 의료진은 그의 안녕을 알았습 니다. 쩝쩝 신나게 젖병 빠는 소리에 모 두가 환호했습니다. 침상 곁에서 큰 소 리라도 나면 깜짝 놀라는 건우의 모습 에 주위 소음을 각별히 신경 썼습니다. 병원에 있었던 153일 동안 건우는 우리 모두에게 특별 한 선생님이었습니다. 꼭 말이 아니라도 다양한 소리 를 내면서 의료진과의 교통이 가능했습니다. 건우와 같이 수많은 아기들은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많은 것들 을 들려주고, 그걸 알아듣는 건 의료진의 몫입니다. 그 런 면에서 건우는 정말 좋은 선생님이었습니다. 교과 서에서 배운 내용을 확인시켜주었고,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문제점들을 찾게 해주었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여 러 논문과 자료들을 더 공부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건우의 생존을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극복해야 할 난제였다는 뜻입니다. 어렵더라도 포기하 지 않는다면, 들리는 소리와 들리지 않는 많은 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우리는 극복의 과정을 통해 배우고 깨닫 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인생의 어려움, 누구에게나 언 제나 있습니다. 어렵지만 차분하게 하나씩 풀어나갈 때 우리는 해결의 행복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소리가 보내는 특별한 신호 김애란 한국심장재단 이사, 서울아산병원 명예교수 심장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