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weeks in Paris
영화 속 아멜리에가 일했던 몽마르트르 언덕의 빨간 풍차 카페를 찾았을 때, 한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당신은 아멜리 풀랑을 좋아하는군요. 파리에는 얼마나 머물죠?” 낯선 이의 질문에 나는 3일을 머무른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 고작 3일밖에 머물지 않느냐며 안타까워했다. 파리를 사랑하는 파리지앵 아저씨의 말은 옳았다. 파리에서 보낸 2주일은 내게 잊을 수 없는 꿈처럼 남아 있으니까. 젊은 시절 한때 파리에 머물 수 있는 사람은 행운아이며, 파리는 마치 ‘움직이는 축제’처럼 남은 인생에 당신이 어딜 가든 늘 당신의 곁에 머무를 거라고 했던 헤밍웨이의 말처럼. 히치하이커 글·사진·그림 김소영 진행 박지현 26 26-31 히치하이커.indd 26 2015. 10. 26. 오전 10:40 26-31 히치하이커.indd 27 2015. 10. 26. 오전 10:40 창백한 11월의 초겨울, 테제베 TGV 가 리옹 역에 다 다르고, 나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선로에 내려섰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무관심한 얼굴로 바쁘게 지나쳤다. 따스했던 남부 프랑스에서 막 올라 온 내게 대도시의 빠른 속도와 싸늘함이 살갗으로 스 며들었다. 메트로에 오르자, 온통 검은 옷의 파리지앵 들 틈에서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빨간 배낭을 멘 나는, 마치 흑백영화 속의 유일한 빨간 점처럼 튀어버렸다. 겨우 빈자리가 나서 엉덩이를 반쯤 걸쳐 앉았을 때 갑 자기 정전이 되더니 메트로가 멈췄다. 벽에 기대어 잡 담을 나누던 청년들이 야유를 했다. 백년이 넘은 노장 메트로는 잠시 숨을 가다듬었는지, 다시 눈을 껌뻑이 며 덜컹덜컹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파리에 도착 하자마자 만난 이 순간에 맞은편에 있던 할아버지와 눈이 딱 하니 마주쳤다. 우리는 웬일인지 동시에 터져 나오는 웃음보를 참느라 얼굴이 이상하게 됐다. 파리 는 그렇게 나를 반겨줬다. 10구역 모퉁이에 있는 조레스 jaurès 역 근처의 싸구 려 호스텔에 짐을 풀었다. 키가 크고 능글맞은 주인은 내가 들어서자 ‘강남 스타일’을 틀며 반겨줬다. 2층의 값싼 방은 빼곡히 들어선 3층 침대와 여행자들의 짐 으로 위태로웠다. 좁은 침대에서 몰래 속옷을 말리며 잠들었지만, 그런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 는 지금 파리에 있으니까. 호스텔을 나와 횡단보도를 두 번 건너면 아멜리에가 영화 속에서 물수제비를 뜨 던 생 마르탱 운하가 나왔고, 철교 위로 메트로가 지나 다녔다. 아침이면 거리는 구수한 빵 냄새로 가득했고, 26-31 히치하이커.indd 28 2015. 10. 26. 오전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