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해줄래요?>
< 친구, 해줄래요?> 국어국문창작학과 20240081 송혜빈 아침 7시. 핸드폰이 울음을 터뜨리면 내가 버튼을 눌러 그를 달랜다. 모든 일상이 익숙하다. 아침의 피곤함도, 씻고, 밥을 먹고, 일정을 체크하는 일도. 평범하고 지루하고 빽빽한 삶. 이런 삶에 염증을 느껴 휴학까지 했건만 나는 여전히 ‘하 민’일 뿐이다. 사실 휴학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정말 심했다. “빨리 졸업해서 취업할 생각은 안 하고...!” “그거 힘들다고 휴학하면 앞으로 사회생활하고 그럴 때는 어떡할래? 한 번 뒤처지면 계속 뒤처지는 거 몰라?!” 나는 무서웠다. 붉은 화에 잠식된 부모님의 얼굴이, 버럭 쏟아지는 큰 소리가, 세상과 맞서야 한다는 부담감이. 현실이란 이름 앞에 나는 수도 없이 날개를 접었다. 꿈도, 희망도, 감정도. 가진 것 없는 나는 모든 걸 접고 구겨 숨겨야만 이 사나운 세상에서 사람 구실이라도 할 수 있을테니까. 언제부터였더라? 대학 진학을 부모님 뜻대로 따랐던 때? 포기하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담담히 받아들였을 때? 아, 제인과 헤어진 그 날이구나. 아무튼 처음 말을 꺼냈던 게 2학년 1학기가 끝난 뒤였는데 부모님의 성화에 나는 결국 어영부영 3학년 1학기를 마칠 때까지 조용히 학교를 다녔다. 그런데 문득, 졸업이 한 발 더 가까워지니 변덕을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 다. 아니, 그것은 내가 숨겨두고 가둬뒀던 어린 날개의 발악이었다. “정말 이대로 괜찮아?” 끊임없이 내 마음을 두드리던 의문. 애써 외면해왔던 어리석은 환상. 정말 마지막이었다. 여기서 저 손을 또 뿌리치기만 하면, 나는 완전히 사회의 것이 된다. 쭉 그렇게 살았으니 망설임 없이 해왔던 것처럼 그 손을 놓으면 됐다. 하지만 그 순간,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자 난 강하게 붙들고 있던 사회 의 손을 놓아버렸다. ‘하민으로 살 마지막 기회야’ 난 결국 마음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내 결정이 못마땅한 듯 계속 반대하셨지만 내가 몇 날 며칠을 울며 나날이 말라가니 결국 딱 1년뿐이라며 휴학을 허락하셨다. 날 사랑해주시는 마음을 이용했다는 것에 죄책감이 들었지만 나는 숨을 쉬어야만 했다. 너무 오랫동안 숨을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