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통과공론 162호(2023.7)
통권 162호/2023. 7 통권 162호/2023. 7 www.hopeulsan.net www.hopeulsan.net ㅣ 회원일상 & 문화이야기 ㅣ 초록색셔츠 그 옷은 초록색으로 빛나며 나의 눈을 사로잡았다. 화려하거나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었지만 단아하고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그 옷은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부담스러움 없이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느 타국의 옷가게 쇼윈도우에 걸린 초록색 셔츠를 보며 나는 수많은 단어와 표현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그 어떤 수식어를 가져다 붙여도 설명할 수 없는 매력에 사로잡혀 그 옷을 입고 있는 나를 떠올리고 있었다. 마치 그 옷만 입으면 어떤 일이든 이룰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나는 옷을 사는 대신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찍었다. 그 옷의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 영원히 간직하는 것이 옷을 사는 일보다 더 나은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글·사진 홍진우 3 ㅣ 달리에서 ㅣ * 달리 _울산시민연대 사무실이 위치한 달동의 옛 이름입니다. 허재영/편집위원장 엄마는 택시 운전을 하셨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나를 태워 학교로 데려다주곤 하셨다. 나는 차창에 머리를 기댄 채 비스듬하게 흘러내리는 빗물을 보면서 한기 같은 것을 느끼기도 했고, 그 한기는 내게 이유 모를 일련의 쓸쓸함이나 외로움 같은 것을 선사해 주었던 것 같다. 그때 느꼈던 한기는 듬성듬성한 가족이라는 울타리, 그 성긴 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었기 때문이었을까. 내가 가지지 못한, 어쩔 도리 없이, 선택할 수 없는 운명으로 정해진 결여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마냥 싫지만은 않았던 기억. 이제는 잊었다고 생각한 까마득한 그 한기가, 아주 가끔 내 감각과 기억을 두드릴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