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3 영화로 깨닫는 한 표의 중요성 - 선거를 품은 영화들, 통쾌함과 낭만에 속지 말아야 하는 이유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 영화로 깨닫는 한 표의 중요성 23 영화로 깨닫는 한 표의 중요성 강병진 영화저널리스트 영화가 ‘선거’를 좋아하는 이유? 영화가 선거라는 소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내 팀과 상대 팀이 나뉘어 겨루는 대결이라서 그렇다. 경쟁은 갈등을 일으키고 갈등은 도파민을 생성한다. 게다가 이미 수많은 선거가 열렸다. 하지만 이것이 본 질적인 이유는 아니다. 드라마틱한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관객이 보아주지 않으면 소용없다. 영화가 선거 라는 소재를 좋아하는 이유는 선거를 다룬 그 영화들 에서 찾아야 한다. 선거를 다룬 여러 영화를 보고 나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영화가 ‘선거’를 좋아하는 이유는 관객 이 기존 정치를 불신하기 때문이다. 관객은 기존 정치 와는 다른 정치를 펼치는 인물을 좋아한다. 그래서 관 객은 “이놈이나 저놈이나 똑같다”는 선입견을 더 공고 하게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결국 선거를 다 룬 영화들은 양극단으로 나뉜다. 정치에 대해 낭만과 희망을 품게 하거나, 아니면 지금의 정치 시스템이 얼 마나 허망한 것인지를 보여주거나. 유권자로서의 관객 이 재미와 감동을 즐기는 동시에 본질을 고민해야 하 는 이유다. 현실 정치에 대한 회의 때문에 재미를 느낀 게 아닌지, 또는 현실 정치의 누군가를 조롱하고 싶어 서 통쾌함을 얻은 건 아닌지.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 선거를 품은 영화들, 통쾌함과 낭만에 속지 말아야 하는 이유 24 Mediary 통쾌함과 낭만을 제공하는 선거 영화들 지미 모랄레스 (Jimmy Morales) 는 바로 그런 유권자 를 공략했던 과테말라의 대통령이다. 그는 지난 2015 년 10월, 무려 70%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대통령으 로 당선되었다. 그의 원래 직업은 코미디언이다. 선거 전, 현직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으로 재판을 받는 사건 이 터지면서 정치인에 대한 과테말라 국민의 혐오감 은 극에 달했다. 지미 모랄레스는 부패 척결을 공약으 로 내세웠다. 국민은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말하자 면 그의 당선은 곧, 관객이 보고 싶어 하는 영화였다. 그런데 실제로 지미 모랄레스가 대통령으로 당선되 기 10년 전, 대통령이 된 코미디언을 그린 영화가 있 었다. 2014년에 세상을 뜬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주 연을 한 <맨 오브 더 이어 (Man of the Year) >다. 주인 공인 톰 돕스도 코미디언이다. 정치 풍자로 인기를 끌 던 그는 대통령선거에 나서게 되고, 심지어 당선까지 된다. 그의 강점도 기존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의 마 음이 토대였다. 처음에 톰 돕스가 선거에 출마하게 된 계기는 어느 방청객의 제안이었다. “정치계에 정말 실망했어요. 제 친구들도 같은 생각 이죠. 돕스 씨가 대통령선거에 출마하면 어떨까요?” 이 제안이 방송을 타면서 그는 몇백만 통에 달하는 ‘출마 요구’ 이메일을 받게 된다. 결국 선거에 출마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정치에 도전하기로 한 것은 정당 싸움에 지쳤 기 때문입니다. 전 공화당에도 진력이 났고 민주당에 도 진력이 났습니다.” 톰 돕스는 국민의 마음과 통할 수 있는 유머를 이용 해 기존의 정치판을 뒤흔들고자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뜻하지 않게 선거판의 중심이 된 사람. 영화가 가장 좋 아하는 선거의 플롯이다. 정치적인 고민을 해본 일 없 는 주인공은 오로지 자신의 상식에 따라 정치를 한다. 그런데 그의 상식에 따른 말과 행동, 정치가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배우 황정민, 엄정화 주연의 영화 <댄싱퀸> (2012년) 의 주인공 황정민 (극 중 이름도 황정민이다) 도 같은 운 명의 캐릭터다. 어느 날 시위대 학생들과 이를 진압하 는 전경들과 맞닥뜨린 그는 전경의 곤봉에 머리를 얻 어맞고 쓰러진다. 이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황 정민은 민주화에 몸 바쳐 투쟁한 열사가 되어버린다. 시간이 흐른 후, 인권변호사가 된 황정민은 지하철역 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등이 떠밀려 사고 위험에 처한 <맨 오브 더 이어>_Universal Pictures(2006)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미디어, 세상을 보는 눈 |